성 프란치스코

토마스 첼라노에 의한 2생애

Margaret K 2018. 1. 19. 03:35

 2 생 애 (VITA SECUNDA)

 

 

머 리 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께 헌정한다.

 

         머리말이 시작된다.

 

 

1. 지난번 총회에서1) 거룩한 모임에 참석했던 형제들과 지극히 공경하올 총봉사자께서2) 하늘이 형제들과 총봉사자께 내리신 신묘한 지혜로 이 작은 자들인 우리에게 분부를 내리시어 지금 있는 형제들에게 위안이 되게 하고, 후세의 형제들에게는 이를 기억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가르침을 글로 쓰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프란치스꼬와 오랜 접촉을 가졌었고 상호 친교가3) 있었기에 다른 형제들보다 그의 언행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거룩한 명을 그저 지나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이를 겸손한 마음으로 따르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약함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 볼진대, 실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당연히 가치있게 다루어져야 할 이들이 우리의 소홀함으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뭇 감미로운 맛을 지닌 것들이 그것을 취급하는 사람들의 저속함으로 해서 무미건조(無味乾燥)한 것으로 전락해 버릴까 두렵습니다. 또한 우리의 이 노력이 순명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우리가 주제넘게 한 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크게 공을 들여서 해 놓은 일의 결과를 검토해 보시고, 공경하올 총봉사자님, 당신의 즐거움에 국한될 뿐 공적으로 발표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실 경우에, 우리는 당신께서 바로잡아 주시는 지시이든 동의에서 내려 주시는 기쁜 소식이든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부님의 말씀들과 행적들의 다양함을 고려해 보건대, 그 누가 그분의 전부를 정확하게 저울에 달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한 마음으로 하나같이 이해하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모든 이와 개개인의 유익만을 마음으로 추구하기에 일러두는 말이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저술하는 사람들의 단순함을 너그럽게 이해하시어 받아들이시고 수용하시어, 이 책에서 말하는 프란치스꼬에 대한 공경심이 그대로 보존되도록 하십시오. 우리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훈련되지 않은 사람처럼 시간이 흐르면 둔화되는 것이기에, 두뇌가 대단히 명석한 사람이 아니면 그분의 오묘한 말씀과 행적들이 눈앞에 있어도 이러한 것들이 지닌 경이로움의 높이에 아무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우리의 미숙함에서 오는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이러한 명을 누차 내리신 총봉사자의 탓임을 알고 계십시오. 명을 누차 내린 사람이 잘못입니다.

 

2. 이 소책자의 첫 부분에서는 성 프란치스꼬의 회두에 관한 아주 놀랄 만한 사건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지난번 만들어진 전기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것은 전에 이 사건들이 저자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프란치스꼬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천상적 규율을 실행으로 옮긴 모든 것 안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거룩한 애정으로 이룩한 하느님을 향한 끊임없는 완덕의 추구에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의지라고4) 생각하였는지를 우리는 신중하게 그려 밝히려 합니다.

기적들도 그때그때 소개하여 끼워넣었습니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 수중에 들어온 사건들을 평이하고 단순하게 그리려 하였고, 되도록 이해가 더딘 분들에게 우리를 맞추려고 하였으며, 또한 학식있는 사람들도 만족시키려 하였습니다.5)

그러므로 지극히 자비로우신 총봉사자님, 우리가 모든 노력을 들여6) 자료들을 수소문하여 모은 이 작은 선물을 거절하지 마시고, 오히려 외람되지만 강복으로 축복하시어, 잘못된 것들을 교정해 주시고,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해 주셔서 당신의 박식하신 판단으로 옳다고 인정된 것들이 당신의 이름, 끄레쉔찌우스와7) 함께 진정 어디서나 자라고, 그리스도 안에서 가지를 치게 하십시오. 아멘.

 

머리말이 끝난다.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언행에 대한

“간절한 마음의 비망록”이8) 시작된다.

 

 

프란치스꼬의 회두

 

처음에는 요한이라 불리다가 후에 프란치스꼬로 불리움,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관한 어머니의 예언과

프란치스꼬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일과

감옥에 갇혀 있을 때의 그의 인내력

 

3. 지존하신 분의 충복이자 친구인 프란치스꼬가, 하느님의 섭리로9) 주어진 이 간단하면서도 흔치 않은 이름으로10) 사도직을 통하여 온 세상에 알려졌지만, 처음에는 어머니로부터 요한이라 불리었고, 하느님의 진노를 살 아들에서11) 물과 성신으로 다시 태어나12) 은총의 아들이 되었다.

자기 아들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점으로13) 보거나, 그녀의 예언자적인 성품으로14)보거나, 아주 흡사한 특은을 누린 점으로 보아 모든 정직함의 친구인 이 부인은 온갖 덕행에서 거룩한 엘리자벳의 모습을 풍겼다. 한편 그녀의 이웃들이 프란치스꼬의 아량과 정직한 품행에 감탄하자, 그녀는 하느님의 인도를 받은 듯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 “여러분들은 나의 이 아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아이는 공로를 세울 만한 은총을 입어 하느님의 아들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십시오.

청년이 된 프란치스꼬가 선()을 지향하기를 퍽 좋아했다는 것은 실로 한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항상 누구한테건 나쁜 짓이라고 여겨질 듯한 것이면 무엇이나 끊어버렸고, 청년 시절의 그의 태도는 너무 기품이 있어 그가 태어났다고들 말하는 그 가정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 같지가 않았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그가 받은 직무로 볼 때 어울렸으나,15) 프란치스꼬라는16) 이름은 그가 완전히 하느님께 회두한 후 그의 명성이 어디에나 빠른 속도로 퍼지는 데에 어울렸다.

그는 세례자 요한의 축일을17) 다른 어떤 성인들의 축일보다도 더 크게 여긴 까닭에, 요한이라는 이름의 위엄성(威嚴性)이 그의 가슴에 신비로운 덕의 자국을 남겼다.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18) 일찍이 수도회의 창립자 중에서 프란치스꼬보다 더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두루 알릴 만한 통찰이다.

 

4.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의 뱃속에 은밀히 싸인 채 예언하였다.19)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뜻을 아직 모르고 있을 때, 이 세상의 감옥에 갇힌 채 미래를 내다보았다. 뻬루지아 시민들과 아씨시 시민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있었을 때, 그는 실제로 포로로 잡혀20) 여럿이 함께 감방의 불결함을 견디어야만 했다그의 감방 친구들은 비탄에 빠져 흐느적거렸고,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 때문에 비참하게 신음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였고 쇠고랑을 비웃었으며 가볍게 보았다. 괴로워하고 있던 동료들은 쇠고랑을 차고 행복해하는 그에게 울화가 치밀어 얼바진 놈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프란치스꼬는 예언자적인 대답을 하였다 : “너희들은 내가 왜 즐거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 머리 속에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예감이 있다. 온 세상이 나를 성인으로 받들어 추대할 것만 같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이루어졌다.

그때 감방 친구들 중에 거만스러워서 도저히 참아 줄 수 없는 기사(騎士)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모두가 그를 피하려고 하였으나, 프란치스꼬는 인내롭게 참았다. 참을 수 없는 것을 프란치스꼬는 잘 참아 견디어 모든 친구들을 자기의 평화로 불러들였다. 모든 은총을 담을 수 있는 덕의 뽑힌 그릇인 그는 벌써 어디에나 그의 선물을 뿌렸다.

 

 

어느 가난한 기사(騎士)에게 옷을 입혀 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체험한 성소에 관한 환시

 

5. 얼마 안 있어21) 쇠사슬에서 풀려난 그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더욱 딱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는 이제 하느님의 사랑으로 구걸하는22)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누구이든지 외면하지 않기로23) 마음 먹었다.

어느 날, 그는 초췌하고 거의 헐벗은 기사 하나를 만났다. 그는 그만 연민(憐憫)의 정()이 동()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위하여 자기가 입고 있던 값비싼 외투를 그 기사에게 쾌히 주어 버렸다.

지극히 거룩한 마르띠노와는 둘 다 목적과 행위에서는 같았지만 그 방법에서는 프란치스꼬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프란치스꼬는 다른 것보다 먼저 옷을 벗어 주었는데, 마르띠노는 먼저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마지막으로 옷을 벗어 주었다. 둘 다이 지상에 사는 동안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24) 그리하여 둘 다 풍요로운 천국으로 들어갔다.25)그러나 후자(後者)는 기사였지만 가난하였고 자기 옷을 찢어 가난한 사람을 덮어 주었지만, 전자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부자였고 자기 옷을 통째로 벗어 가난한 기사를 입혀 주었다. 둘 다 그리스도의 명()을 이행하였기에 환시로 그리스도의 방문을 받을 만하였다. 그러나 마르띠노는 그의 행위로 칭찬을 받았고, 프란치스꼬는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실행하도록 황공하옵게도 초대를 받았다.

 

6.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곧 프란치스꼬에게 화려한 궁전이 환시로 나타났다. 그는 갖가지 군장비와 무척 아름다운 부인26) 하나가 그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부인은 꿈 속에서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렇게하여 그는 기사 작위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아뽈리아로27) 가려고 하였다. 그는 영예로운 기사 계급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장비들을 아낌없이 풍족하게 준비하면서 서둘렀다하느님의 지혜의 보물 안에는 훨씬 더 밝은 의도가 숨어 있었는데도, 그의 육적인 정신이 그로 하여금 자기에게 나타난 환시를 이렇게 육적으로 해석하게 하였다.

어느 날 밤, 잠을 자고 있는데 때를 맞춰 누군가가 그에게 환시중에 두 번째로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려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이에 질문을 던진 자에게 그는 자기 취지를 알리고 나서 싸우려고 아뽈리아로 출정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하자, 그는 하인과 주인 중에서 누가 더 너에게 좋겠느냐고 신중한 질문을 받았다. 프란치스꼬가 대답하였다 : “주인(dominus)이오.” 상대방이 말하였다 :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는 주인 대신에 종을 구하느냐?” 프란치스꼬가 말하였다 : “주여(Domine), 제가 무엇을 해야 하오리까?” 이리하여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 “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거라. 네가 본 이 환시는 나를 통해서 영적(靈的)으로 완성될 것이다.” 그는 벌써 순명의 모범이 되어 있었던 터였으므로 미련없이 돌아갔다. 그는 자기의 뜻을 버리고 사울에서 바오로가 된 것이다. 사울은 땅에 쓰러졌고 이어서 무거운 채찍이 그에게서 즐거운 말을 낳게 한다. 프란치스꼬는 그의 육적인 무기들을 영적인 무기로 바꾸고 기사의 영광 대신에 하느님의 기사 작위를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의 뜻밖의 즐거움에 놀란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는 위대한 왕자가 되리라고 말을 하였던 것이다.28)

 

 

한 패의 청년들이 얻어먹기 위하여 그를 두목으로

추대한 일과 그의 변화

 

7. 프란치스꼬는 완전한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29) 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바빌론의 사내 아이들이30) 그를 따르고 끌어당기며 마음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였다. 아씨시의 한 패의 청년들이 그에게 몰려와, 전에 헛되이 싸다닐 때31) 그가 그들의 우두머리였었음을 생각하고 언제나 멋대로 기분내며 광대짓들을 하는 그들의 주연(酒宴)에 그를 초대하려 하였다. 그들은 그가 자의로 두목이 되려 한 적이 있었고 또 모든 경비를 그가 부담하리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두목으로 앉혔다. 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스스로 그에게 복종하였고, 똘만이가 되어도 배를 족히 채우기 위해서는 이를 감수인내하였다. 그는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다. 거룩한 묵상중에도 그는 이웃의 호의에 대한 책임을 중()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호화로운 주연을 준비하는 데에 맛좋은 음식을 두 배나 될 만큼 마련하였다. 그들은 토할 정도로 배를 채웠다. 그러고는 취중에 노래를 하며 시가(詩歌)를 읊으며 뒤엉켜 휩쓸고 다녔다. 프란치스꼬도 그들을 따랐고, 손에는 이 주연의 책임자가 지휘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그들에게서 처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미 이러한 모든 일에 완전히 무관심하였고, 마음으로는 주님께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당시에 그는 신적인 달콤함에 싸여 언어를 잃었었고,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고 한다. 어떤 영적인 사랑이 그를 바꾸어서 보이지 않는 그 어디에나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의 덕()으로 그는 모든 지상적인 것들이 하찮을 분 아니라 전혀 무가치한 것이라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시고, 큰물이 들이닥쳐도 자기의 자녀들을 지켜 주시고 키워 주시는 그리스도의 인자하심은 가히 엄청나다.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물고기로 군중들을 먹이셨고32) 자기의 주연에서 죄인들을 쫓아 버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33) 이제 청년들이 그를 왕으로 앉히려고 찾을라치면, 그는 도망쳐서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였다.34) 프란치스꼬가 깨달은 것은 하느님의 신비였다. 무지한 사람이었던 그가 완전한 지식에로 인도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식사함,

그리고 자기 옷을 주어 버림

 

8. 벌써 그는 가난한 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미 그의 거룩한 시작은 그가 어떠한 종류의 완전한 자가 될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주 자기 옷을 벗어 가난한 사람을 입혔고, 자기의 온 마음을 다 바쳐 가난한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하였지만 아직 행동에서는 그 뜻을 채우지 못하였다.

로마로 가는 순례 길에 그는 가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기의 좋은 옷을 벗어던지고, 어떤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성 베드로 성당 문간에서 그들 사이에 즐겁게 끼어 앉았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그들 중의 하나로 여기고 그들과 더불어 게걸스럽게 먹었다.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 움츠러들지만 않았더라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하였을 것이다. 그는 베드로 사도 제대에서 거기에 온 사람들의 예물들이 아주 빈약한 것을 보고는 놀라 동전 한 움큼을 거기에다 놓았다. 하느님께서 누구보다도 영예를 주시는 사도 베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방법으로 공경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는 여러번 가난한 사제들에게 제의를 만들어 주었고, 낮은 위치에 있는 성직자들에게까지 모두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렸다. 그는 사도적 사명을 받은 자가 되고,35) 전적이고도 완전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자가 되려고 처음부터 하느님의 성직자들과 성직에36)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꼬가 기도하는 동안에 악마가 한 여인을 보임,

그러자 하느님께서 주신 응답,

그리고 나환자들에 대한 그의 태도

 

9. 이리하여 이미 그의 세속 옷 밑에는 수도정신을 입고 있었고, 드러난 자리를 피하여 한적한 곳을 찾았으며, 성령의 방문을 받아37) 자주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아주 풍성하게 그에게 쏟아져 내린 본질적인 감미로움에 아주 넋을 잃었고, 그 감미로움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결코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기도하기에 더 적합한 은밀한 장소에 자주 들락거리자, 한편 악마는 그에게 사악한 상상을 일으켜 그를 거기에서 끄집어내려고 하였다. 악마가 프란치스꼬의 마음에 한 여인을 생각게 하였는데, 그 여인은 아씨시 주민이었던 소름끼치는 꼽추였고 누구에게나 괴상한 인상을 주었었다. 시작한 일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그 여인처럼 만들겠다고 악마가 프란치스꼬를 위협하였다. 그러나 그는 주님 안에서 힘을 받아38) 구원과 은총의 응답을 듣고 기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하고 하느님께서 마음 안에서 말씀하셨다. “네가 육적으로 헛되이 좋아했던 것을 이제는 영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네가 나를 알기를 원한다면 달콤한 것 대신에 쓴 것을39) 택하여 너 자신을 경멸하여라. 순서가 바뀌어도 너는 내가 한 말에 맛을 들일 것이다.” 그는 하느님의 지시에 즉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실제로 말씀하신 사실들을 체험하게 되었다.40)

프란치스꼬도 이 세상의 처참한 모든 흉물 중에서 나환자들을 자연히 혐오하였다. 어느 날, 그가 아씨시 교외에서 말을 타다가 한 나환자를 만났다. 그 나환자는 적지 않은 역겨움과 공포감을 주었지만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약속의 말씀을 깨뜨리는 계명의 위반자가 되지 않으려는 듯 말에서 내려 나환자에게 입을 맞추려 하였다. 그러나 나환자가 마치 무엇을 얻으려는 듯 손을 내밀자 입맞춤과 더불어 그의 손에는 돈이 쥐어졌다. 그리고 프란치스꼬는 즉시 자기 말에 올라타 주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평지만 있고 사방이 깨끗하여 숨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도 어디서도 나환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그는 감탄과 기쁨에 싸이게 되자 며칠 후 비슷한 일을 의도적으로 다시 하였다. 나환자들의 거처를 찾아가 각 나환자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그들의 손과 입에 친구(親口)하였다. 이렇게 그는 쓰디쓴 것을 감미로운 것으로 바꾸었고, 앞으로의 일들을 힘차게 다할 각오를 하였다.

 

 

십자가에 달려 그에게 말을 한 고상(苦像)

거기에 바친 그이 존경

 

10. 곧 외모도 바뀌겠지만, 프란치스꼬는 이제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 어느 날 거의 다 허물어져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 다미아노 성당 근처를 걷고 있었다. 그는 성령의 이끄심에 안으로 들어가 기도하려고 십자가 앞에 겸손하고 경건하게 옆드렸다. 그러자 그는 뜻밖의 방문을 받고 충격을 받아 들어올 때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였다. 계속하여 그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세상에서는 들어 보지도 못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그려진 고상이41) 입술을 움직이면서 말을 하였다. 고상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보다시피 다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가서 수리하여라.” 프란치스꼬는 덜덜 떨며 적잖이 놀랐고 이 말에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는 복종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 명령을 완수하려고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변화를 표현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러니 우리도 그가 표현할 수 없었던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좋겠다. 그때부터 십자가에 달리신 분에 대한 애처로움이 그의 거룩한 영혼에 뿌리를 내렸고, 아직 살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경의(敬意)로운 오상(五像)이 그의 마음속 깊이 찍혔음을 경건히 추측할 수 있다.

 

11. 이는 우리 시대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러한 사실들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누가 이와 같은 일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아직 그가 외적으로 세속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미증유의 기적을 통하여 십자가 나무에서 그에게 말씀하셨을 때에, 자기 동네로 돌아오는42) 프란치스꼬가 십자가를 진 모습이었다는 것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 시각 이후로는 그가 사랑한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실 때마다 그의 영혼은 녹아들었다.43) 얼마 후44) 그의 마음의 사랑은 그의 육신의 상처로 인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자기 눈앞에 언제나 어른거리는 듯 그리스도의 수난을 큰 소리로 외치고 슬퍼하며 울음을 그칠 날이 없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기억하느라 길거리를 한숨으로 채웠고, 어떤 위로도 마다하였다. 절친한 친구 하나를 만나 그에게 자기가 슬퍼하는 이유를 알리자, 이내 그의 친구도 비참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그 거룩한 형상을 실로 잊지 못했고, 그 명령을 소홀히하여 지나치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 거룩한 고상이 합당한 빛의 공경을 잠시라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그는 거기 있던 사제에게 즉각 돈을 주어 등잔과 기름을 사게 하였다. 그러고는 부지런히 나머지 일들을 서둘러 하였고, 그 성당을 수리하는 데에 있는 노력을 다했다. 왜냐하면 비록 하느님의 이 명령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값을 치르고 얻으신 교회에45) 관한 것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완전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꼬는 차츰차츰 육()에서 영()으로 넘어갔다.

 

 

아버지와 육신의 형제가 그를 괴롭힘

 

12. 이렇게 프란치스꼬는 경건한 일에 온몸을 바치고 있었지만, 육신의 아버지가 그를 괴롭혔고, 그리스도의 종노릇하는 것을 미친 짓으로 여겼으며, 어디서나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종은 어떤 지체가 낮고 참으로 단순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를 자기 아버지로 삼아, 자기 아버지가 자기에게 저주를 퍼부을 때 자기에게 복을 빌어 달라고 하였다. 실제로 그 사람은 예언자들이 한 말로 응수하였고, 그 뜻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 “그들은 저주하게 버려 두시고, 당신은 나에게 복을 주소서.46)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은 성스러운 일을 위하여 사용한다 해도 그것은 부당한 짓이기에, 하느님의 사람은 매우 경건한 사람인 아씨시 주교의 권유로47) 위에서 말한 성당 일에 쓰려고 했던 돈을 자기 아버지에게 돌려 주었다. 그는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듣는 데서 말하였다 : “이제부터 나는 베드로 베르나르도네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습니다.48) 그에게 이 돈만 아니라 나의 옷도 다 돌려 주겠습니다. 그렇게하여 나는 하느님께 알몸으로 가겠습니다.

오직 그리스도 한 분으로 족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 그후 하느님의 사람은 전과 달리 덕행의 겉치레에서가 아닌 그 실제 안에서 즐거워하면서, 옷 밑에 가시돋힌 철 고행대(鐵苦行帶)49) 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육신의 형제도 아버지를 따라 악의에 찬 말로 그를 몰아 붙였다. 어느 겨울날 아침 그 사람이 프란치스꼬가 초라한 옷을 걸치고 추위에 떨면서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동네 친구에게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에게 가서 그 알량한 땀을 너에게나 팔라고 해라.” 이 말을 듣고 하느님의 사람은 기쁨에 싸여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 “정말 나는 이 땀을 더욱 열심히 나의 주님께 팔겠소.

그는 이승에서 백 배만 아니라 천 배로 갚음을 받은 것이 정말 사실이고, 저승에서는 자기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을 얻어 주었다.

 

극복한 부끄러움과, 가난한 동정녀들에 대한 예언

 

13. 이제 프란치스꼬는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까다로운 습관을 거슬러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였고, 안일한 생활에 빠진 자기 육신을 누구나 타고난 선()으로 이끌려고 애썼다.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당시에 수리를 하고 있었던 성 다미아노 성당의 등잔에 불을 켜려고 기름을 동냥하러 아씨시를 거닐었다. 그가 들어가려고 하는 집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고결한 마음을 하늘로 향한 다음 자신의 비겁함을 질책하고, 자신에게 엄한 심판을 하였다. 그는 즉시 그 집으로 돌아가 정직하게 모든 사람 앞에서 부꾸러웠던 연유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음이 흥분된 상태에서 불란서 말로 기름을 구걸하여 얻었다. 그는 대단히 열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 성당의 일을 돕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불란서 말로 장차 그리스도의 거룩한 동정녀들의 수녀원이 그 자리에 설 것임을 맑은 목소리로 예언하였다. 불란서 사람들로부터 특별히 영예를 얻고 그들로부터50) 특별한 경의로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성령의 열의로 차 있을 때마다 그는 언제나 불란서 말로 열변을 토하였다.

 

 

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함

 

14. 그가 모든 이의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는 모든 일 중에서 온갖 악의 불결함으로 오염된 유표(有表)한 것을 피하고 평범한 일들을 하기를 늘 좋아하였다.

그는 극단적으로 미묘한 사람이었다가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성당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동안 검소하고 참을성 있는 노동자로 바뀌었을 때, 그 성당을 맡고 있던 사제가 계속되는 피로에 만신창이가 된 프란치스꼬를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 가난해서 맛있게 만들 수는 없었지만 약간의 특식을 매일 대주기 시작했다. 그 사제의 아량을 칭찬하고 호의에 고마워한 프란치스꼬는 속으로 말했다 : “이러한 음식을 항상 너에게 대주는 사제를 너는 어디서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난을 내세우는 사람의 생활이 아니다. 이러한 음식에 습관되는 것은 내게 유익한 일이 못된다. 너는 네가 경멸했던 것들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다시 쏠릴 것이다. 지체없이 당장 일어나라. 그리고 집집을 돌며 뒤범벅이 된 음식들을 구걸해라!” 이리하여 그는 음식을 장만하려고 아씨시를 누비며 집집이 돌면서 구걸하였다. 그리고 각종 음식 찌꺼기로 수북한 자기의 동냥그릇을 보자 처음에는 그만 질려버렸다. 그러나 하느님을 생각하고 자기를 극복하고서 그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들고51) 쓰디쓴 것을 모두 단 것으로 변화시킨다.

 

10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산을 포기함

 

15. 아씨시 고을의 베르나르도라는52) 사람이, 나중에는 완덕의 아들이 되었지만, 하느님의 사람의 표양을 보고 나서 세상을 완전히 경멸할 계획이었기에, 겸손하게 프란치스꼬의 조언을 구했다. 그리하여 그는 프란치스꼬와 의논하며 말하였다 : “오, 스승님, 만약에 누가 자기 주인의 재산들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그 재산들을 더 이상 보관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재산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완전할까요?” 하느님의 사람은 그것들을 받은 주인에게 모두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베르나르도가 그에게 말했다 : “제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조언을 듣고 나니, 그것들을 그분께 되돌려야겠다는 결심이 벌써 섰습니다.” 성인이 말하였다 : “당신이 말한 것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으면, 아침 일찍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복음서를 들고 그리스도께 조언을 구합시다.53) 이리하여 그들은 이른 아침에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드린 다음 복음서를 펼치고 맨 처음에 나오는 권고를 따르기로 하였다. 그들이 책을 펼치자,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권고를 복음서에서 보이셨다 :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54) 재차 책을 펴니,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55) 구절이 나타났다. 세 번째 이같이 또 반복하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56) 베르나르도는 지체없이 이 모든 것들을 이행하여 한 치도 이 권고를 어기지 않았다.

곧 많은 이들이 마음을 좀먹는 세상에 대한 걱정에서 떠나, 프란치스꼬를 길잡이로하여 무한한 선()인 자기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이 하늘의 부르심의 상()을 받은 경위를 일일이 열거한다면 길다.

 

11 

교황님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

 

16. 프란치스꼬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회칙을 인준받기 위하여57) 인노첸찌오 교황 앞에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을 때, 대단한 분별력을 지니신 교황님께서는 그가 제출한 생활양식이 그들의 힘에 겨웁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 “아들이여, 그리스도께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당신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분의 뜻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뜻을 알게 되면 더욱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경건한 청에 동의하겠습니다.” 성인은 최고의 목자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자신있게 그리스도께 달려갔다. 그는 진지하게 기도하였고, 동료들에게도 하느님께 기도하기를 간절히 권하였다. 장황하게 다음 이야기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기도에서 응답을 얻어 아들들에게 구원의 소식을 전하였다. 그리스도와의 허물없는 대화는 비유(比喩)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교황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가난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한 여인이 어느 사막에서 살고 있었다. 어떤 왕이 그녀의 빼어난 미모로하여 사랑에 빠졌다. 왕은 반색을 하고 그녀와 결혼하여 아주 잘 생긴 아들들을 낳았다. 그들이 성숙하여 귀티있게 자랐을 때 어머니가 말하였다 :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아, 가난하다 해서 부끄러워 말아라. 너희는 모두 저 위대하신 임금의 아들이다. 궁전으로 떳떳하게 가거라.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청하여라.’ 이말을 듣고 아들들은 놀라며 기뻐하였다. 그들의 뿌리가 왕족임이 확실해지자 희망이 솟았고, 본인들이 상속자임을 알고는 자신들의 궁핍을 재산으로 여겼다. 그들은 임금에게 용기있게 모습을 나타냈고 자신들이 닮고 있는 임금님의 용안을 뵙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임금은 그들에게서 자기와 닮은 점을 깨닫고는 이상히 여겨 누구의 아들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사막에 살고 있는 가난한 부인의 아들이라고 말하자, 임금은 그들을 껴안고 말하였다 : ‘너희는 나의 아들이요 상속자다. 두려워 말라. 한갓 나그네들도 나의 식탁에서 기르거늘 내가 나의 전 재산이 당연히 돌아가야 할 너희를 보살피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리하여 임금은 그 부인에게 자기가 낳은 아들들을 미리 마련된 궁전의 식탁으로 모두 보내라고 어명(御命)을 내렸다.” 성인은 행복하였고, 이 비유에 기뻐하며 거룩한 응답을 그 즉시 교황님께 전하였다.

 

17. 이 부인은 프란치스꼬였다. 그의 자태가 부드러워서가 아니라 아들을 많이 낳았기 때문이다. 사막은 이 세상이다.58) 당시에 이 세상은 덕행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경작되지 않은 불모지였던 것이다. 잘 생긴 많은 자손의 아들들은 모두 덕행으로 추앙받는 수많은 형제들이다. 임금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었고, 형제들은 거룩한 가난으로 그 아드님을 닮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조악(粗惡)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임금님의 식탁에서 양육되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뒤따라 모방하는 일과 동냥으로 살아가는 일에 만족하였고, 세상이 질시해도 그들은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교황 성하께서는 당신께 제시된 비유에 감탄한 나머지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사람 안에서 말씀하셨음을 확연히 깨달았다. 성하께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환시를 돌이켜 생각하였고, 그것은 모두 이 사람을 통하여 완성될 환시였음을 성령의 인도로 확언하였다. 그는 꿈속에서 라떼라노 대성당이 허물어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어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수도자 하나가 자기 등을 그 대성당 밑에 들이밀어 무너지지 않게 떠받쳤다. 그는 말하였다 : “옳구나. 이 사람이 자기의 업적과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의 교회를 떠받칠 사람이다.” 이리하여 교황 성하께서는 프란치스꼬의 청에 아주 쉽게 동의하였다. 성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에 충만하여 그리스도의 종에게 시종일관 특별한 사랑을 보냈다. 요구 사항을 즉시 허락하였고 그것보다 더한 것도59) 허락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프란치스꼬는 자기에게 허락된 권위로60) 더욱 뜨겁게 설교하면서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61) 덕행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뽀르찌웅꿀라의 성모 마리아

 

12 

뽀르찌웅꿀라에 대한 성인의 사랑과 그곳에서의 형제들의 생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성당에 대한 복되신 동정녀의 사랑

 

18.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몸집이 작고, 마음은 겸손하였으며, 수도서원에서 작은 형제였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와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작은 몫(portiuncula)을 차지하였으니,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는 그리스도께 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떨어진 땅이 옛부터 뽀르찌웅꿀라(Portiuncula)62) 불리었으니, 이는 하느님의 예언적 섭리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수님 다음으로 모든 성인들의 회관이 될 만한 공로를 탁월한 겸덕으로 세우신 동정 성모의 성당이 이곳에 세워졌다. 이 성당에서 작은 형제회가 태동하였다.63) 견고한 기초인 양 그 위에서 형제들의 수가 늘어갔고 형제회의 고귀한 건물이 솟아올랐다.64) 성인은 이곳을 어디보다도 사랑하였다. 그는 자기 형제들에게 이곳을 특별한 경의(敬意)를 가지고65) 받들도록 명하였다. 그는 그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 자기는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위하여66) 그 사용권만을67) 가짐으로써 이곳이 형제회의 겸손과 극도의 가난의 표본으로 언제나 보존되기를 원하였다.

 

19. 그곳에서 형제들은 침묵과 규칙을 지키면서 모든 면에 매우 엄격한 생활을 하였다.68) 특별히 간택된 형제들이 아니면 아무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고,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그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헌신적이기를 성인께서는 원했으며, 모든 면에서 완전하기를 원했다. 물론 모든 외부 손님에게 수도원 출입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그는 엄하게 인원을 통제하여 외부와의 접촉으로 귀를 만족시키는69) 형제들이 거기에 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소문을 내는 형제들을 통하여 다른 형제들이 그 소문을 듣고 천상 일을 묵상하는 데에 방해를 받아 쓰잘데 없는 일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말들을 입밖에 낸다거나 다른 형제들이 그것들을 또 그대로 전하여 되풀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만약에 누가 어느 때고 이런 짓을 했으면 그 형제는 그런 일이 다시 없도록 조심하라는 훈계로 벌을 받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형제들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에 빠져 있었고, 놀라운 향기를 풍겼으며 천사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였다.

이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옛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예전부터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라고 불리었었기 때문이다. 복되신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온 세상에 세워진 성당 중에서 이 성당을 특별히 사랑하셨음을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계시하셨다고 행복해하시면서 사부님은 늘 말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성인은 이곳을 어느 곳보다도 사랑하였다.

 

13   어떤 환시

 

20. 하느님께 봉헌된 한 형제가 회두하기 전에 이 성당에 관한 환시를 보았는데 이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부상을 입어 눈이 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그들의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이 성당 안에 둘러 있는 것을 그가 환시로 보았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모두 손을 들고 목매인 소리로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자비와 빛을 애걸하고 있었다. 그러자 보라, 하늘에서 거대한 광채가 내려와 그들 모두 위에 퍼져 내리며 각자에게 빛을 주었고 그 빛은 그들이 목말라하던 치유를 가져왔다.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의 생활

 

14   엄격한 생활

 

21. 그리스도의 열성적인 이 기사(騎士)는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고, 마치 자기의 분신인 양 모든 불의한 행동이나 말에 자신을 내놓았다. 이 사람이 겪은 일들을 헤아린다면 그의 고통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나오는 거룩한 사람들의 수난을 열거한 그 모든 고통을 능가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처럼 초기 수련생활에서도 형제들은 스스로 모든 불편을 온전히 감수하였으니, 성령 이외의 것으로 위로를 찾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가시돋힌 철고행대를 허리에 띠었고, 쇠줄을 몸에 칭칭 감았으며, 밤샘을 수없이 하였고, 계속되는 단식으로 몸은 야위어 갔다. 그들은 인자한 목자의 진지한 충고를70) 받아들여 그와 같은 엄격한 고행을 늦추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모두 쇠잔(衰殘)하여 죽었을 것이다.

 

 

15 

 

성 프란치스꼬의 판단력

 

22. 어느 날 밤, 다른 양들은 다 조용한데 양 한 마리가 소리쳤다 : “죽겠습니다. 형제드리여! 아아 배고파 죽겠습니다!” 즉시 탁월한 목자가 일어나 빨리 손을 써 병든 양에게 적절한 치료를 서둘렀다. 그래봐야 시골 음식이었지만 식탁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사실 포도주가 떨어지면 물로 대신하는 경우도 흔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가 먼저 수저를 들었고, 그러고 난 다음에 그 형제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형제들도 사랑을 실천하도록 불러모았다. 형제들이 주님 안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음식을 다 들자,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에게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게 하기 위하여 분별의 덕()에 관하여 긴 비유를 들어 이야기를 꾸몄다. 그는 형제들에게 주님께는 항상 소금을 친 희생제물을71) 드릴 것을 명하였고,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있어서 각자는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라고 다짐하여 깨닫게 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더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육신에게 필요치 않은 것을 지나치게 주는 일은 죄이며, 육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육신에게 분별없이 주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로 죄라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였다 : “친애하는 형제들, 내가 함께 먹은 것은 나의 의무 때문에 한 것이지 내가 먹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십시오. 형제애가 그리 하라고 명했습니다. 이 사랑이 여러 형제들에게 하나의 표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음식이 표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후자(後者)는 대식(大食)에 이바지하지만, 전자(前者)는 영혼에 이바지하기 때문입니다.

 

 

16 

앞일을 내다본 일과 자기 수도회를 로마교회에 맡긴 일,

그리고 어떤 환시

 

23. 그의 수도회의 나무가 생활의 공로와 덕으로 쉼없이 내달으면서 벌써 회원수와 은총을 늘리고 어느 곳에서나 퍼져나가 놀라운 열매들을 맺으며 이 세상 땅끝까지 그 가지가 뻗어 나가는 동안 거룩하신 사부님은 이제 일치의 유대 속에서 이 새 묘목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관해서 더 자주 홀로 숙고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어린 양떼들을 향하여 늑대처럼 사납게 달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악행으로 늙은 사람들이72) 젊은 수도회를 해치려고 기회를 노리는73)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 아들들 중에서까지도 앞으로 거룩한 평화와 일치를 거스르는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을 예견하였다. 뽑힌 사람 중에도 더러 있는 일이지만, 그는 어떤 형제들이 육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74) 거역할 것과 말다툼할 생각이나 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았다.

 

24. 하느님의 사람이 더욱 자주 이 생각 저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는 중에, 어느 날 밤 잠을 자다가 다음과 같은 환시를 보았다. 그는 집비둘기같이 생긴 한 마리의 작고 검은 암탉을 보았는데 다리와 발은 깃털로 덮여 있었다. 그 암탉은 자기 주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날개 밑에 모두 다 깃들 수가 없었다. 하느님의 사랑은 잠에서 일어나 그가 전에 생각했던 것을 마음에 떠올리고 자기의 환시를 자기가 해몽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그러니까 그 암탉은 바로 나다. 나도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천성적으로 피부색이 검은 자()이지만, 세상에 흔치 않은 비둘기가 하늘을 쉽게 나는 것처럼75) 나도 깨끗한 생활을 통해서 단순함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병아리들은 숫자와 은총이 증가하는76) 나의 형제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훼방과 숱한 말질에서77) 그들을 보호하기란 프란치스꼬의 힘에 겹다.

“그러니 거룩한 로마 교회로 가서 그들을 맡겨야겠다. 그러면 교회의 힘있는 지팡이에 악의에 찬 놈들은 거꾸러질 것이며, 그리되면 하느님의 아들들은 영원한 구원을 늘리면서 어디서나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그때부터 아들들은 저희 어머니인 교회의 달콤한 은혜들을 알아볼 것이고 어머니의 훌륭하신 발자취를 언제나 특별한 성의를 가지고 따를 것이다. 어머니의 보호 아래에서는 악마도 이 수도회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며, 벨리아르의 아들도78) 벌받지 않고는 주님의 포도밭을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거룩하신 어머니는 스스로 우리의 가난의 영광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우리의 겸손의 명성에 교만의 구름이 끼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엄한 심판으로 반대자들을 쳐버려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평화의 유대를 다치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순수한 복음의 실천이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줄기차게 꽃필 것이고, 그녀는 그들의 삶의 향기가 단 한 시간이라도 사라지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형제회를 교회에 맡긴 전반적인 의도였다. 다가올 시대에 대비한 이러한 위탁이 하느님의 사람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지극히 거룩한 증거가 된다.

 

 

17 

오스띠아의 주교를 자기 수도회의 아버지로 요청함

 

25. 로마로 간 하느님의 사람이 호노리오 교황79) 성하와 모든 추기경들로부터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명실상부하게 그의 생활은 빛났으며, 그의 말 또한 그의 명성이 헛되지 아니함을 알려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존경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다.

그는 교황님과 추기경들 앞에서 성령이 제시하는 바를 무엇이나 거침없이 말하면서, 즉석에서 뜨거운 예언을 설교하였다. 그의 말에 산들이 움직였고,80) 땅이 꺼질 듯한 한숨소리가 그들의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왔으며, 눈물로 마음속을 씻어냈다.

설교가 끝나자 프란치스꼬는 교황 성하와 몇 마디 다정한 대화를 나눈 다음 자기의 청을 다음과  같이 드렸다 : “성하, 아시다시피 성하와 같이 존엄하신 분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기회는 가난한 이와 멸시받는 이들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성하께서는 참으로 이 세상을 당신 손 안에 쥐고 계시며, 중한 업무만 보시느라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으실 것입니다. 하오나 본인은 성하의 거룩하신 마음에 청하오니 오스띠아의 주교님을81) 우리의 아버지로 주십시오. 형제들이 필요할 때 그분께 달려가 그분의 보호와 통치의 은전을 입을지라도,82) 성하의 걸출하신 권위는 언제나 손상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청에 교황님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곧 하느님의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그의 수도회를 당시의 오스띠아 주교였던 우골리노에게 맡겼다. 이 거룩하신 추기경은 자기에게 맡겨진 무리를 받아들여 복되게 죽을 때까지83) 무리의 부지런한 양아버지가 되고 목자가 되었으며 지도자가84) 되었다.

거룩한 로마 교회가 작은 형제회에 계속해서 보여준 사랑과 관심의 특전은85) 이러한 특별한 복종 때문이다.

1부가 끝난다.

 

세속을 포기하는 사람

49

자기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친척들에게 준 사람을 꾸짖으신 예()

 

80. 성인은 형제회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우선 그들의 외적인 소유 재산들을 먼저 바침으로써 세속에 이혼장을 써 주고1) 그렇게 한 다음에 내적으로 자신들을 하느님께 바치라고 가르쳤다. 재산을 모두 주어 버려 동전 한 닢도 남겨 놓지 않은 그런 사람들만 형제회에 받아들였다. 이것은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2)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또한 간수한 돈주머니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3)

 

81. 마르키아 안꼬나에서 프란치스꼬가 설교를 마치자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와 형제회에 받아 줄 것을 겸손하게 청한 일이 있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싶으시면 우선 당신의 소유 재산들을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오.” 그가 이 말을 듣고 갔다. 그러나 그의 재물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육적인 사랑에 이끌린 나머지 자기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다.4) 그는 돌아와 성인에게 자신의 드넓은 아량을 이야기하기까지 되었다. 성인이 그를 비웃어 말하였다 : “파리같은 형제여, 당신의 길을 가시오. 당신은 당신의 집도 친척도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5) 당신은 당신의 재물들을 당신의 친척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가난한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당신은 거룩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마땅치가 않습니다. 당신은 육()으로 시작하여 타락한 기초를 놓고는 그 위에 영()적인 건물을 세우려 했습니다.” 그 육적인 사람은 자기 친척들에게 돌아갔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기 싫어했던 그의 재산들을 다시 되돌려받았다. 그런 사람이었으니 자기의 덕행의 목적을 대단치 않게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복된 삶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하게 육적인 출발을하여, 서글픈 속임수에 이같이 스스로 빠지고 있다. 자기 친척들을 부자되게 할 목적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다만 자비에 보답하여 자기의 죄를 기워 갚으면서 자신의 선한 일들의 열매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봉헌생활을 하는 것이다. 궁한 것이 있는 형제들은 형제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할 것을 그는 자주 가르쳤다. 이는 우선 무엇보다도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고, 다음에는 추잡스런 이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가난과 관련된 환시

50

 

82. 기억해 둘 만한 성인의 환시를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어느 날 밤 그가 오랫동안 기도를 한 다음에 사르르 잠이 들었다. 그의 거룩한 영혼이 하느님의 거룩하심에 빠져들었고, 그는 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았지만 그중에서 다음과 같이 생긴 어느 부인을 보았다 : 그녀의 머리는 금으로 되어 있는 듯하였고, 그녀의 가슴과 팔은 은으로 되어 있었으며, 그녀의 배는 수정으로 되어 있었고, 이어서 밑으로는 내리 쇠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키가 컸고 균형잡힌 섬세한 몸매였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더러운 망또로 들씌워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복되신 사부님이 그 환시를 거룩한 사람인 빠치피꼬6) 형제에게 말로만 전하고 그 뜻을 설명하지 않았다.

비록 많은 형제들이 그들 나름대로 이 환시를 해석하였지만, 빠치피꼬가 듣고 있는 동안 성령께서 그에게 알려 주신 그의 해석을 취하는 것이 잘못이 없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 형제가 말하였다 : “이 아름다운 부인은 성 프란치스꼬의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금으로 된 머리는 영원을 향한 그의 관상이며 슬기입니다. 은으로 된 가슴과 팔은 그가 마음으로 묵상하고 행동으로 이행한 주님의 말씀들입니다. 수정은 단단하기 때문에 절제를 뜻하며, 반짝이기 때문에 정결을 뜻합니다. 쇠는 강한 인내입니다. 거기에 더러운 외투는 그의 보배로운 영혼을 감싸고 있는 그가 평소에 천시한 작은 몸뚱이라고 여깁니다.

아무튼 하느님의 영()을 지니고 있는 많은 형제들은 이 부인을 우리 사부님의7) 정배이신 가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말한다 : “영광의 상급이 그 부인을 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명성을 칭송하려니 그녀를 은으로 하였습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돈주머니를 소유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그녀를 수정이게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내를 쇠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있는 부인에게 육적인 사람들의 평판이 더러운 외투를 짜드렸습니다.

많은 형제들이 다니엘의 상속시대를8) 따라서 이 환시를 이 수도회에 적용한다.

교오를 피하기 위하여 그가 해석하기를 단호히 거절한 점으로 봐서, 이 환시는 사부님께 적용되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에 이 환시가 형제회와 관련있는 것이었다면 그가 그렇게 철저한 침묵으로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동정심

51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 그리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부러워함

 

83. 과연 어떤 혀가 가난한 이들을 향한 이 사람의 갸륵한 동정심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이미 타고난 자비가 있었고, 위에서 받은 또 하나의 자비가 있어서 자비가 두 배나 되었다. 프란치스꼬의 영혼은 가난한 이들에게 측은한 생각을 품었고, 그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그의 애정을 보여 주었다. 그가 궁핍한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든지, 또는 그것이 어떠한 빈곤이든지간에 프란치스꼬는 그 궁핍을 즉시 마음으로 그리스도와 연결시켰다. 그래서 그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가난한 부인의9) 아들을 보았고, 그녀의 손에 알몸으로 안고 있었던 그 아들을 그도 마음 안에 알몸으로 안았다. 그리고 비록 그가 모든 시기심을 옆으로 치워 버렸지만 가난에서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보면 그는 금방 시샘을 하였고, 완전한 가난에 안달을 부리며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였다.

 

84.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설교하러 가다가 길에서 한 가난한 사람을 만났다. 성인이 그 사람의 헐벗은 모습을 보고 양심에 심한 가책을 느꼈다. 그가 자기 동료를 향하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의 궁핍이 나에게 큰 부끄러움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가난을 통렬하게 나무라고 있습니다.” 그의 동료가 응답하였다 : “형제여, 왜 그러십니가?” 그러자 성인이 슬픈 목소리로 응답하였다 : “나의 부()와 나의 정배 중에서 나는 가난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나보다 이 사람에게서 가난이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위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 세상에 퍼졌다는 사실을 형제는 모르고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이 가난한 사람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 부러워할 만한 이 부러움이여! ! 그의 아들들이 앞을 다투어 경쟁해야 할 이 일이여! 이 부러움은 남들의 재물을 보고 슬퍼하는 부러움이 아니다. 햇살에 의해서 어두워지는 부러움도 아니다. 자비를 등지는 부러움도 아니다. 양심으로 고문받는 부러움 또한 아니다. 당신은 복음적 가난이 부러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 가난은 그리스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을10) 가지고 있다. 오늘의 성직자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수익을 갈망하는가? 앞으로 당신들이 당신들의 손에서 고통을 끌어들이는 수입을 보게 되는 날, 프란치스꼬가 부요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52

가난한 사람을 나쁘게 말한 형제를 힐책함

 

85. 어느 날 프란치스꼬가 설교를 하고 있는 중에 가난하고 불쌍하고 병든 사람 하나가 그곳에 왔다. 성인은 언필칭 그 사람의 쪼들림과 병약함에 두 배 되는 고통으로 안스러워하며 자기 동료에게 가난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 사람의 괴로움이 프란치스꼬의 마음 깊은 곳에 와 닿았을 때 성인의 동료가 말하였다 : “형제여, 이 사람이 가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욕심에서 볼 때 어느 지방 어디를 가도 이 사람보다 더 부자인 사람도 없을 듯합니다.11) 곧바로 성인이 그를 힐책하였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한 그에게 말하였다 : “당장 당신의 투니카를 벗고 이 가난한 사람의 발 아래 엎드려 당신의 잘못을 고하시오! 용서뿐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기도를 청하시오!” 그가 순명하여 그대로 이행하고 돌아왔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오, 형제여, 형제가 가난한 사람을 볼 때 거기에는 주님과 주님의 가난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형제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병든 사람들에게서는 우리를 위해서 주님께서 떠맡으신 병약한 모습을 생각하시오.

진정 프란치스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나르드 향내가 가득하였다.12) 그는 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13) 그리고 병고를 겪고 있는 슬픈 사람을14) 항시 어루만져 주었다.

 

 

53

첼라노에서 어느 노파에게 망또를 줌

 

86. 때는 겨울이었다. 첼라노에서15)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친구인 띠볼리16) 출신의 어떤 사람이 그에게 빌려 준 천을 망또처럼 접어서 입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마르시까 교구의17) 주교관에 있는데, 한 노파가 그에게 다가와 동냥을 청했다. 그러자 그는 다른 사람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목에서 그 천을 풀어 가난한 노파에게 주며 말하였다 : “가서 이것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시오당신이야말로 정말 이것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고 또한 기뻐서인지 아니면 두려움에서인지 어쨌든 놀라워하며 그의 손에서 옷을 받았다. 거기서 잠시 더 지체하면 되돌려 달라고 할까봐 노파는 잽싸게 달아났다. 그리고 가위로 옷을 잘랐다. 그러나 잘라 놓은 옷감으로 옷 한 벌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체험한 성인의 자비심에 용기를 내어 성인에게 다시 왔다. 그 천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인이 같은 종류의 옷을 등에 걸치고 있는 그의 동료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말하였다 : “형제여, 이 가난한 노파가 한 말을 들었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추위를 견디기로 하고 그 천은 한 벌을 지을 수 있도록 이 노파에게 주시오.

프란치스꼬가 자기 옷을 주었듯이 그의 동료도 자기 것을 주었다. 노파에게 옷을 입히려고 둘은 알몸이 되고 말았다.

 

 

54

또 다른 망또를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줌

 

87. 어느 때에 프란치스꼬가 시에나에서 오다가 가난한 사람 하나를 만났다. 그리고 자기 동료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우리는 이 망또를 그 주인인 저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 주어야 합니다. 이 망또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만 우리가 빌린 것입니다.” 사부님께 그것이 아쉽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의 동료는 당신은 돌보지도 않고 자꾸 남만 생각하는 그를 그렇게 못하게 하려고 이에 반대하여 완강하게 거절하였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나는 도둑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둑이나 진배없습니다.” 그 형제가 항복하였고, 프란치스꼬는 자기 망또를 그 가난한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55

또 다른 가난한 사람에게 한 비슷한 일

 

88. 꼬르또나와 가까이 있는 셀라에서18)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이 정성껏 구해 준 새 망또를 입고 있었다. 한 가난한 사람이 죽은 부인과 버려진 가족들 생각에 통곡을 하며 그곳으로 왔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내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 망또를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누구에게 이것을 줄 때는 그 대가로 셈을 잘 쳐서 돈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드리지 않겠습니다.” 형제들이 삽시에 달려가 그 선물을 빼앗아 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가난한 사람은 거룩한 사부님의 얼굴에서 힘을 얻어 양손으로 망또를 휘어잡고 매달리며 자기의 것이라고 떼를 썼다. 결국 형제들이 망또를 되찾았지만 그 가난한 사람은 망또 값을 톡톡히 받은 후에 총총히 사라졌다.

 

 

56

주인을 증인하지 않도록 어느 사람에게 망또를 줌

 

89. 뻬루지아 가까이에 있는 꼴레스뜨라다에서19) 있었던 일이다. 성 프란치스꼬가 전에 세속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던 한 가난한 사람을 만났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그동안 별고 없었습니까?” 그러자 그는 자기에게서 모든 재산을 빼앗아간 자기 주인에게 악의에 차서 마구 저주를 퍼부었다. 그가 말하였다 : “주인놈, 참 고맙기도 하지요. 전능하신 주님께서 그놈에게 앙화를 내리기를 빌고 있습니다. 나는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그의 육신보다도 그렇게 끝없이 증오하는 그의 영혼이 가엾어 그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하느님의 사랑으로 당신의 주인을 용서하시오. 그러면 당신의 영혼을 구하게 되며, 또 그리되면 당신에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그가 되돌려 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재산과 영혼을 모두 다 잃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 “먼저 그가 빼앗아간 것들을 돌려 주지 않으면 절대로 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망또를 등에 걸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이 망또를 주겠소. 주 하느님의 사랑으로 당신의 주인을 용서하시기 바라오.” 이러한 인자함에 그만 마음이 풀리고 움직여 그는 그 선물을 받고 자기에게 있었던 불의를 용서하였다.

 

57

투니카 자락을20) 가난한 사람에게 줌

 

90. 한 번은 프란치스꼬가 한 가난한 사람에게서 무엇이 있으면 좀 달라는 청을 받았다. 그는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투니카 자락을 떼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

비슷한 상황에 부딪치면 때때로 그는 팬츠까지 벗어 주었다.

가난한 사람을 향한 그의 동정심은 이 정도였고, 가난하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열정 또한 이 정도였다.

 

58

형제회 최초의 신약성서를 두 형제의

가난한 어머니에게 줌

 

91. 두 형제의 어머니가 성인에게 와서 신뢰심있게 동냥을 구했다.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그녀와 함께 고통스러워져서 총대리인 까따니아의 베드로21) 형제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 “우리의 어머니께 동냥 좀 드릴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꼬는 다른 형제의 어머니를 자기의 어머니 혹은 모든 형제들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베드로 형제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 “그녀에게 줄 만한 것이라고는 집 안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 “성무일도서도 없고, 조과(朝課) 때에 독서(讀書)로 읽는 신약성서 한 권이 있습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그녀가 그것을 팔아서 요긴한 데에 쓰도록 그 신약성서를 우리의 어머니께 드리시오. 우리는 신약성서에서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깨우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22) 나는 우리가 독서를 읽는 것보다 희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그 책은 그 부인에게 주어졌고, 형제회 최초의 성서가 이러한 거룩한 자비심으로 해서 주어져 없어졌다.

 

 

59

눈병으로 고생으로 가난한 부인에게 망또를 줌

 

92. 성 프란치스꼬가 눈병23) 치료자 리에띠의 주교관에서 살고 있을 때, 마킬로네24) 출신의 한 가난한 부인이25) 성인과 비슷한 병으로 의사에게 왔다. 성인이 속삭이듯이 자기의 원장에게 말을 건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 “원장 형제여,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가 응답하였다 : “사부님, 그런 것이 여기에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그가 말하였다 : “이 망또는 우리가 저 가난한 부인에게 빌린 것입니다. 그녀에게 이것을 돌려 주도록 합시다. 그녀의 돈주머니에 필수품을 살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장이 대답하였다 : “형제여, 이 망또는 내것이오. 내가 누구에게서 빌린 것이 아니오. 형제가 필요할 때만 쓰시오. 그리고 필요없게 되면 저에게 돌려 주셔야 해요.” 사실 그 망또는 원장이 성 프란치스꼬에게 필요할 것 같아 조금 전에 사 놓은 것이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원장 형제여, 당신은 저를 언제나 정중히 대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원장 형제가 응답하였다 : “사부님, 성령께서 당신께 이르시는 것이면 무엇이나 사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이리하여 매우 열심한 세속 사람 하나를 불러 그에게 성인이 말하였다 : “이 망또와 빵 열두개를 들고 저 가난한 부인에게 가서 이렇게 이르시오 : ‘당신이 이 망또를 빌려 준 그 가난한 남자가 빌려주신 데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것이니 돌려드립니다!’” 그 사람이 가서 지시받은 대로 하였다. 자기가 놀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부인은 쑥스러워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 “망또라니 무슨 망또 말이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요!” 그 사람은 그녀를 알아듣도록 끈질기게 설득시키고 나서 가져온 것을 모두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실제로 속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쉽게 얻은 것을 뺏기지나 않을까 싶어 그 밤으로 일어나서 눈 치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망또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60

세 여인이 길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고 사라짐

 

93. 몇 마디로 짧게 언급할 것이 있다. 놀랍기도 하고 설명하기에도 의심이 가는 이야기이지만 매우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가난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눈병을 치료해 보려고 리에띠에서 시에나로26) 급히 가고 있을 때, 그는 형제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어느 의사와 깜삐글리아27) 읍 가까이의 평지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가난한 세 명의 여인들이 프란치스꼬가 지나가고 있던 길가에 나타났다. 그들은 단일 형상(形相, forma)으로 세 개의 질료(質料, materia)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듯 키와 나이와 외모가 서로 아주 흡사하였다. 프란치스꼬가 가까이 가자 그들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이렇게 새로운 인사로 그를 칭송했다 : “가난 부인이여,28) 잘 오셨습니다.” 여자들이 남자 마음에 들게 할 수 있는 인사 중에 그녀들이 택한 인사만큼 좋은 것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프란치스꼬는 금방 기쁨에 넘쳤습니다. 그러나 먼저 프란치스꼬는 오히려 이 여인들이야 말로 진정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동행한 의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 “가진 것이 있으면 필히 저를 주시오. 이 가난한 여인들에게 무얼 꼭 주고 싶습니다.” 재빨리 의사가 돈을 꺼내 가지고 말에서 뛰어내려 각자에게 얼마씩 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길을 따라 저만큼 갔다. 형제들과 의사가 주위를 둘러보자 눈깜짝할 사이에 평지에는 아무 여인도 없었다. 그들은 심히 놀랐고, 또한 새들보다 더 빨리 날아간 그녀들이 그저 여인들이 아니었음을 알고 그제서야 그들은 이것을 주님의 기적에 속하는 일로 알아들었다.

 

 

기도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열심

61

기도하는 때와 장소, 그리고 기도에 대한 열심

 

94.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육신으로는 주님과 멀리 떠나 있었지만29) 마음은 하늘에 두려고 꾸준히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벌써 천사들과 같은 한 시민이30) 되었으며, 다만 육신의 벽만이31) 천사들과 그를 갈라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영혼은 온전히 그리스도를 갈망하였고, 마음만 아니라 몸까지도 그분께 온전히 바쳤다.

우리는 그분을 눈으로 본 사람으로서32) 이 자리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닮아야 할 그의 훌륭한 기도에 대해서 인간들에게 전할 수 있는 데까지 몇 가지만 전해 보겠다. 그는 꾸준히 전진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꼴이 될까봐서 자기의 시간을 가슴에 슬기를 아로새기는 여가가 되게 하였다. 세속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다든가 아니면 어떤 업무가 그를 방해하면, 그 사람들을 빨리 돌려보내거아 일을 중지하였고, 그러고 난 다음에 다시 기도로 돌아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고요로33) 들어가곤 하였다. 천상적인 감미로움으로 채워져 있는 그에게 이 세상의 감미로움은 무미건조했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에게서 발견한 기쁨으로 해서 영묘(靈妙)한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조잡한 관심사에는 못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영혼만이 아니라 몸까지도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고 늘 숨은 장소를 찾았다. 그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갑작스레 주님의 방문을 받았다 싶으면 방패로 삼으려고 자기 망또로 방을 만들었다. 때때로 망또를 입고 있지 않았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숨겨진 만나가34) 드러날까봐 그의 옷소매로 얼굴을 덮어 버렸다. 그는 신랑의 손길을 모르게 하려고 구경꾼과 자신 사이에다 항상 무엇인가를 놓았다. 그러므로 좁은 배에35) 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는 보이지 않게 기도할 수 있었다. 이것조차도 할 수 없을 때는 마지막으로 가슴에 성전(聖殿)을 만들었다. 그는 몰아(沒我)에 들어갔기에 거기에는 흐느낌이나 한숨이 없었다. 하느님께 빨려들어갔기에 거친 숨결이나 외적인 움직임이 없었다.36)

 

95. 그것은 그가 집에 있을 때에 그랬고, 숲이나 외딴 곳에서 기도할 때에는 숲을 한숨으로 채웠고, 땅에는 눈물이 흘러가게 하였으며 손으로 가슴을 쳤다. 그런 곳이 마치 무슨 비밀 장소나 되는 듯이37) 그때마다 주님과 말로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 그는 심판관에게 응답을 하곤 하였고, 아버지에게 탄원을 드렸으며 자기 친구와 말하는 투로 신랑과 즐거움을 나누곤 하였다. 실로 자기 자신의 전 존재를 여러 면으로 번제물이 되게 하기 위하여 그는 자기 눈앞에 어느 모로 보나 지극히 단순화된 자기의 모습을 놓곤 하였다. 그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으로 자주 관상을 하곤 하였고, 외적인 사물들을 마음으로 그려봄으로써 자기의 영혼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곤 하였다. 기도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가 곧 기도였던 그가 주님께 빌어 얻고자 했던 그 하나를 향하여 그는 그의 전 존재를 바쳐 자신의 모든 집중과 열정을 이끌어갔다.

이런 것에 친숙해진 그의 마음에 어떤 감미로움이 스며 있을 거라고 독자(讀者)는 생각하는가? 그만이 알고 있다. 나는 다만 놀랄 뿐이다. 그것을 체험한 자만이 알분, 그렇지 않으면 모른다. 이와같이 해서 타오르는 열성적인 정신으로 가득 채워져, 그의 온 모습과 온 영혼이 하나로 녹아들어 그는 이미 천상 왕국의 높은 고을에 거하였다.

복되신 사부님은 성령의 방문을 부주의로 그저 지나쳐 버리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한 기회가 오면 그것을 좇았으며, 주께서 허락하시는 한 이와같이 그에게 찾아온 감미로움을 즐기곤 하였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몰린다든가 혹은 여행에 마음을 써야 할 때 조금씩 어떤 은총의 손길을 느낄라치면 가장 달콤한 만나를 거듭거듭 받아서 맛보곤 했다. 길을 갈 때에도 그의 동료를 앞에 가게 하고 그는 새로운 영감의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 가만히 뒤에 서 있곤 함으로써 은총을 헛되게 하는 일이 없었다.38)

 

 

62

열심히 성무일도를 바침

 

96. 프란치스꼬는 성무일도를 경건하고도 열심히 바쳤다. 비록 그가 눈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나 배앓이나 비장, 간장에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에도39) 벽이나 담에 몸을 기대지 않고 시편을 바쳤고, 늘 모자를 벗고40) 눈길을 다른 데에 주지 않고 분심잡념 없이 바쳤다.

그는 걸어서 세상을 다닐 때에도 성무일도를 바치기 위하여 언제나 발길을 멈추었다. 말을 타고 있을 때에는 말에서 내렸다.

그가 어느 날 로마에서 돌아올 적에 계속하여 비가 내렸다. 그는 성무일도를 바치기 위해서 말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는 통에 그는 비로 흠뻑 젖어 버렸다. 그가 언젠가 이야기하였다 : “장래에 벌레의 먹이가 되어 버린 육신도 조용하게 그 음식을 취합니다. 하물며 영혼이야 실로 평화롭고 고요한 가운데 그 음식인 하느님을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63

기도중에 일어난 분심잡념을 물리침

 

97. 프란치스꼬는 기도할 때에 헛된 분심잡념이 일면 그서을 대죄로 생각하였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철저히 보속하기 위하여 그 잘못을 고백하는 데에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런 태도로 노력을하여 파리같은 분심잡념이 거의 그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그는 어느 사순절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작은 잔을 하나 만들었다. 어느 날 삼시경을 열심히 바치다가 우연히 작은 잔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음의 열정이 헤살당했음을 느꼈다. 마음의 소리가 하느님의 귓전에 가납되는 것이 차단되자, 그는 괴로운 나머지 삼시경이 끝난 다음에 형제들이 듣는 데서 말하였다 : “아아, 슬픕니다. 하잘 것 없는 일이 나를 덮쳐 나의 마음을 거기로 끌다니! 주님의 희생이 그것으로 방해를 받았으니 내가 주님께 그것을 희생물로 바치리라.” 이 말을 하고 그는 작은 잔을 불 속에 던져 태워 버렸다. 그가 말하였다 : “위대하신 임금님께 기도를 드리는 시간에 하찮은 분심잡념에 사로잡히다니, 부끄럽기도 하여라!

 

64

무아경(無我境)

 

98. 그는 관상의 감미로움에 사로잡혔고 무아경에 도취되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적 이해를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체험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언젠가 알려진 다음과 같은 사건을 통하여 그가 천상적인 단맛에 퍽이나 자주 빠져들었다는 것만은 우리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 번은 그가 당나귀를 타고 보르고 산 쎄뽈끄로를41) 지나야 했었다. 그가 어느 나환자들의 집에서 잠시 쉬기를 원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람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곳곳에서 남녀들이 그를 보기 위해서 왔다. 그러고는 그를 공경하는 마음에서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들이 그를 만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흔들기도 하고 그의 투니카 조각을 잘라서 가져 가도42) 이러한 모든 일들에 그는 무감각한 듯하였다. 마치 죽은 송장처럼 그는 일어난 일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럭저럭 그들이 쉴 곳에 다다랐다. 보르고를 지난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도 딴 세상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이 천상의 묵상가는 언제 보르고를 지나왔느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65

기도 후에 취한 태도

 

99. 그가 거의 딴 사람으로 변하여 개인 기도에서 돌아올 적에 그의 마음의 불이 남의 눈에 띄어 자신이 영예로와짐으로써43) 기도에서 얻은 것을 잃게 될까봐 그는 다른 이들과 같아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그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가까운 동료들에게 자주 말하였다 : “하느님의 종이 기도중에 주님께로부터 새로운 위로를 받았을 때, 하느님의 종은 기도를 마치기 전에 눈을 하늘로 향하고 두 손을 합장하여 주님께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 ‘주여, 당신이 하늘로부터 이 죄많은 부당한 자에게 보내주신 위로와 감미로움을 이제 당신께 돌려드리오니 저를 위하여 보관해 두십시오. 저는 당신의 보물도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시오 : ‘이 세상에 있을 동안에는 저에게서 당신의 좋은 것들을 모두 가져 가십시오. 내세(來世)의 저를 위하여 그것을 보관해 두십시오.’” 그가 또 말하였다 : “그리고 기도하고 나올 때에는 마치 새로운 은총을 받지 못한 사람처럼 사람들에게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보일 것이며, 하나의 죄인으로 보이도록 할 것입니다.” 그는 말하곤 하였다 : “어떤 사람은 하찮은 상급을 받으려 하다가 고귀한 것을 잃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하여 은혜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감정을 쉽게 상해 드립니다. 그러면 하느님은 은혜를 다시 베풀 마음이 사라지십니다.44)

그러므로 그는 기도하러 일어날 때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소리를 죽여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 가운데 아무도 그가 일어나 기도하고 있는 것을 모르곤 하였다. 그러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에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낼 때도 있었다. 그가 쉬러 가고 있다는 것을 모든 형제들이 눈치채게 하기 위해서였다.

 

66

기도중의 있는 그를 방문한 주교가 말()을 잃어버림

 

100. 성 프란치스꼬가 뽀르찌웅꿀라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자주 그랬듯이 그날도 아씨시의 주교가45) 친구를 찾아 그에게 왔다. 그는 그곳에 발을 딛자마자 예의도 없이 인기척도 내지 않고 곧바로 성인의 방으로 향하였다. 문에 노크를 하고 막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걸 보시오! 고개를 디밀고 성인이 기도하는 것을 보았는데, 순간 떨려서 사지가 굳어버렸고, 말까지 잃어버렸다. 주님의 뜻에 따라 주교가 냅다 끌려나와 저만큼 뒤로 밀려났다. 그가 이 비밀을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든지 아니면 성인이 당신의 비밀을 더 계속할 만한 사람이었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리둥절해진 주교가 형제들에게 와서 이른 첫마디 말이 자기 죄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말을 디시 하게 되었다.

 

 

67

어느 수도원장이 그의 기도의 힘을 느낌

 

101. 언젠가 삐루지아 교구에 있는 성 유스띠노 수도원의 원장이46) 성 프란치스꼬를 만나게 되었다. 수도원장이 말에서 재빨리 내려와 자기의 영혼 사정에 관하여 성 프란치스꼬와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러고 난 다음에 헤어지면서 겸손히 성 프란치스꼬에게 기도를 부탁하였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원장님,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도원장과 성 프란치스꼬가 헤어지고 나서 조금 있다가 성인이 그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잠깐! 형제여, 약속으로 진 빛을 갚아야겠습니다.” 그는 기도를 부탁받으면 미루지 않고 약속을 빨리 실천하곤 하는 것이 한결같은 그의 습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성인이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 동안, 그 원장은 전에 결코 체험한 적이 없는 따뜻함과 감미로움을 자기의 영혼에서 불시에 느꼈다. 원장은 자기를 잊고 무아경에 들어간 듯하였다. 그가 한숨을 돌리고 제 정신이 들어서야 성 프란치스꼬의 기도의 힘이었음을 깨달았다. 그후로 그는 형제회에 대한 깊은 사랑에 늘 불탔고47)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하나의 기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이와같이 하느님의 종들이 서로서로 작은 선물들을 베푸는 것은 그들다운 일이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일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어울리는 일이다. 때때로 영적인 사랑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거룩한 사랑은 기도의 열매에 흡족스러워한다. 거룩한 사랑은 물질적인 선물을 하지 않는다. 영신 전쟁에서 도움을 주고 받는 것과 그리스도 앞에서48) 기도를 주고받는 것이 거룩한 사랑의 특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그가 자기의 공로로 다른 사람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그의 기도가 얼마나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독자는 생각하는가?

 

 

성서에 대한 성인의 이해와

그의 말의 위력

68

그의 지식과 기억력의 정도

 

102. 비록 이 복된 사람이 지식을 배우면서 자라지는 않았지만,49) 높은 데서 내려오는 하느님에 관한 지혜를 파악하였고 영원한 빛을 받아서 성서에 깊은 이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총명하였고 오염되어 있지 않아서 신비가 그에게 스며들었고, 사랑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그 사랑으로 학자들의 학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을 꿰뚫었다. 때때로 그는 성서를 읽었고 한 번 기억한 것은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 놓았다. 그는 무심히 한 귀로 흘려듣는 일이 없었고, 들은 것은 부단한 정열로 묵상하였기 때문에 그의 기억력은 책을 대신할 만했다. 배우고 읽는 데에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며, 천 권의 책을 훑는 것보다 낫다고 그는 가르쳤다. 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첫 자리에 놓는 사람을 참다운 철학자라고 여겼다. 성서를 주제넘지 않게 겸허히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에서 하느님에 관한 지식으로 쉽게 옮겨간다고 그는 자주 말하였다. 그는 자주 의문투성이의 문제들을 말로 설명하였고, 말 재주는 없었지만 이해력과 덕행에서 탁월함을 보여 주었다.

 

 

69

도미니꼬회 형제에게 해석해 준 예언자의 말씀

 

103. 프란치스꼬가 시에나에 머물고 있을 때, 도미니꼬회 형제 하나가 그곳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는 영적인 사람이었으며 신학자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찾아 뵙고 그는 성인과 더불어 한동안 즐거워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관하여 환담을 나누었다. 이 신학자는50)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에 관하여 프란치스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네가 악한 사람에게 그의 악함을 일러 주지 않으면 나는 너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51)라는 구절이었다. 그가 말하였다 : “훌륭하신 스승님, 제가 알기로는 절망적인 죄악의 상태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허나 저는 그들의 악한 점을 지적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영혼이 저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까?” 복되신 사부님은 당신은 배운 데가 없는 사람이라서 자기가 성서의 뜻을 설명하기보다는 권위있는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오히려 지당한 일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겸손한 신학자가 말하였다 : “형제여, 식자(識者)들의 해석은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형제 자신의 견해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일반적인 뜻으로 본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종은 그 생활과 청정함에서 활활 불타올라야 합니다. 그 결과 그의 표양에서 나오는 빛과 행실로 그는 악한 사람 모두를 책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의 탁월한 생활과 명성의 향기가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악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그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고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그리고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나의 형제들이여, 순결한 생활과 관상(觀想)에 기초를 두고 있는 이 사람의 신학은 고공(高空)을 나는 한 마리의 독수리입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지식이라는 것은 땅에 엎드려 기어 다니는 꼴입니다.

 

70

어느 추기경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분명한 해답을 줌

 

104. 프란치스꼬가 로마에 있는 어느 추기경의 집에 있던 때가 있었다.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에 관하여 질문을 받으면 그는 누가 들어도 그분이 늘 성서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리만큼 심원한 뜻을 밝혀냈다. 추기경이 그에게 말했다 : “나는 당신을 학식있는 분이 아닌 다만 하느님의 영()을 모시고 있는 분으로 여기고 질문합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의 답변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 답변이 하느님에게서 연유하는 것임을 하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71

성서를 읽어 드리겠다고 하는 형제에게 답함

 

105. 프란치스꼬가 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에 한 번 그의 동료가 말하였다 : “사부님, 당신은 언제나 성서에서 피난처를 구했지요. 그리고 성서는 언제나 당신 고통을 치료해 주었지요. 지금 당신께 예언서를 읽어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마도 당신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기뻐할 것입니다.” 성인이 그에게 말했다 : “성서를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성서에서 우리 주 하느님을 찾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나는 묵상을 하고 마음에 되새겨 보기에 충분할 만큼 이미 성서의 많은 부분을 나의 것으로 삼았습니다. 아들이여, 나는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나는 불쌍하게 십자가에 달리신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알고 있습니다.

 

72

빠치피꼬 형제가 성인의 입에서 번쩍이는 칼

 

106. 안꼬나의 마르키아에 세속 사람 하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구원 문제를 망각한 채 하느님을 모르고 헛된 일에 자신을 완전히 던져버린 사람이었다. 그는 저속한 노래로 한 가락 하는 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고, 유행가나 지어내는 작곡가였기 때문에 그를 이름하ㅕ 시의 왕이라고 불렀다. 간단히 말해서 세속의 영광이 그를 치켜올려 황제에게서52) 화려한 관()을 받아 머리에 쓸 정도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어두움 속을 걷고 허무의 줄로 죄를 잡아당기고53) 있는 동안,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그를 불러 버림받아 멸망치 않게54) 할 생각이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복되신 프란치스꼬와 이 사람이 가난한 수녀들의 어느 봉쇄 수녀원에서55) 서로 만났다. 복되신 사부님이 동료들과 함께 그의 딸들을 만나러 그곳에 왔었고, 그 사람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친척 하나를 면회하러 왔었다.

주님의 손길이 그에게 내렸고 이리하여 그는 대단히 번쩍이는 두 개의 칼로 십자형을 이룬 성 프란치스꼬를 육신의 눈으로 보았다. 하나의 그의 머리에서 발끝으로, 또 하나는 가슴을 가로질러 양팔로 서로 교차하였다.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몰랐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기적을 통해서 프란치스꼬를 알기에 이르렀다그는 이러한 환시에56) 깜짝 놀라서 생활을 개선하기로 결심하였지만 미루었다가 하기로 했다. 복되신 사부님이 먼저 모든 이에게 한꺼번에 설교를 한 다음에 하느님의 말씀의 칼로 그 사람을 겨누었다. 그를 한쪽으로 따로 불러 이 세상의 허망함과 하찮음에 관하여 그에게 부드럽게 권면하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하느님의 심판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어서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실행에 옮기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사람들 가운데서 나를 빼내어 위대하신 황제께 데려다 주십시오.” 다음날 성인이 그에게 옷을 입혔고, 하느님의 평화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빠치피꼬 형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사람의 회두는 그의 헛된 친구들이 폭이 넓었던만큼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복되신 사부님의 무리에서 즐거워하는 동안 빠치피꼬 형제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특은을 체험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형제들에게는 감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허락이 두 번째로 내렸다. 얼마 안 있어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마에서 커다란 타우57) ()를 본 것이다. 그 글자는 다양한 색조의 원을 그리는 공작새의 아름다움을 띠고 있었다.

 

 

73

설교의 효과와 이에 대한 어느 의사의 증언

 

107. 복음 전파자인 프란치스꼬는 말보다 덕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만큼, 배움이 짧은 사람에게는 알아듣기 쉽고 단순한 예를 들어 설교하였지만 영적인 사람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명력이 넘치는 심오한 말로 설교하였다. 그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몇 마디 말로 암시하였고, 말과 함께 열렬한 몸짓으로 청중을 온전히 천상사물로 이끌었다.58) 그는 일정한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다.59)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꾸며서 준비하지 않았다. 오직 참다운 힘과 지혜이신 그리스도만이 그의 목소리에 힘을 주셨다.60)

학식있고 설득력있는 어느 의사가61) 언젠가 말했다 : “본인은 다른 이들의 설교는 말마디까지 기억하게 됩니다. 그런데 유독 성 프란치스꼬가 말하는 것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외워 두려고 하면 도무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같지가 않습니다.

 

 

74

실베스떼르 형제를 중재로하여 말씀의 힘으로

아레쪼에서 악마를 몰아냄

 

108. 프란치스꼬의 말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을 때에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다른 이를 통하여 전달되어도 그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되돌아오지 않았다.62) 언젠가 그가 아레쪼 고을에 오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을 전체가 내란으로 파멸에 직면하여 몹시 떨고 있었다. 하느님의 사람이 그 근방의 한 마을에 묵었다. 그는 그 고을 위에서 악마들이 희희낙낙거리며 마을 주민들을 충동질해서 서로 파멸하도록 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훌륭한 단순성을 지닌 하느님의 사람인 실베스떼르 형제를63) 불러 그에게 명하여 말하였다 : “저 마을 입구로 가시오. 그리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대신하여 악마들에게 당장 그 마음을 떠나라고 명하시오.” 충성스러운 단순성을 지닌 그 형제는 명을 받들어 서둘러 이행하려 하였다. 이리하여 주님 앞에 송가를 부르며64) 문앞에서 크게 소리질렀다 : “전능하신 하느님을 대신하여 그리고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의 명()으로 이르노니, 악마들아! 여기서 모두들 썩 물러가거라!” 그로부터 금방 고을이 평화를 회복하였고 사람들은 큰 안정에 들어가 고을 법을 지켰다.

얼마 후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들에게 설교할 때에 서두에서 말하였다 : “여러분은 한때 마귀에 정복당하여 속박되었던 분들입니다. 그러나 한 가난한 사람의 기도로 여러분이 행방되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75

실베스떼르 형제의 회두, 그리고 그가 본 환시

 

109. 나는 영()이 어떻게 작용하여 그를 형제회에 들어오게 하였는지에 관하여 앞서 말한 실베스떼르의 회두를 이야기하는 것이 현재로서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실베스떼르는 아씨시 읍에 사는 재속 사제였었다.65)  그런데 하느님의 사람이 그에게서 성당을 수리하는 데66) 쓸 돌을 산 적이 있었다. 이 사제는 언젠가 가난한 형제의 수도회에서 성인을 따라서 첫번째67) 작은 나무 구실을 했던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물을 온통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보자 이 사제는 굶주린 듯한 탐욕이 발동하였다. 그는 자기에게 프란치스꼬가 지불한 가격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 돌에 대하여 하느님의 사람에게 불평을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그 사제의 영혼이 탐욕의 독()에 물들어 있음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욕심의 불꽃을 끄게 하려고 그는 사제의 손에 돈을 계산하지 않고 쥐어 주었다. 사제 실베스떼르는 그 돈을 받은 것이 못내 기뻤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관대함이 의아스러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주 그 일을 떠올렸다. 이렇게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아직도 세상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책을 하였다. 이윽고 그는 선()의 향기에68) 휩싸였고,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당신 자비의 가슴을 보여 주셨다.

위대한 가치를 지닌 프란치스꼬의 일을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환시로 보여 주셨다. 그의 일들은 그리스도 앞에서 휘황찬란한 광채로 빛났고, 거대하게 온 세상을 메웠던 것이다. 그는 꿈에서 황금 십자가가 프란치스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황금 십자가의 끝은 하늘에 닿아 있었고, 펼친 두 팔은 세계의 양끝을 가슴에 품듯 안아 싸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양심에 가책이 되었다. 그 사제는 더 지체해서 이익될 것이 없다 싶어 훌훌 털어버리고 세속을 떠나 하느님의 사람을 따라 완벽한 모방자가 되었다. 그는 형제회에서 완덕으로 살기 시작하였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완덕으로 삶을 끝마무리하였다.69)

프란치스꼬는 언제나 십자가와 더불어 사는 일에만 온통 마음을 썼으니 그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한가? 신비롭게도 십자가가 그분 안에서 내면적으로 뿌리를 내려 좋은 토양에서 그것이 솟아나 이렇게 선명하게 꽃들이 피고 잎이 우거지고 열매를 맺는 일이 당연하면 당연하지 무엇이 놀랍겠는가? 이러한 토양에서는 딴 것은 솟아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비로운 십자가가 처음부터 프란치스꼬라는 땅을 그 차지로 삼았던 까닭이다.

그만 주제로 돌아가자.

 

 

76

마귀의 공격에서 풀려난 형제

 

110. 한 형제가 오랫동안 정신적인 유혹으로 마귀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유혹은 육신적인 유혹보다 더 교묘하고 더 해로웠다. 결국에는 그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와서 겸손하게 그의 발 아래 엎드렸다. 비탄에 빠져 비통의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애로우신 사부님이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성인이 직감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 “악마들아, 하느님의 권능으로 명하노니, 지금까지 네가 감히 해 온 식으로 더는 형제를 공격하지 말아라!” 그러자 곧 암흑의 어두움이 사라지고 그 형제는 풀려나 일어섰다. 그는 더 이상 그러한 고통을 받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하였다.

 

 

77

어린 양을 잡아먹은 못된 암퇘지

 

111. 프란치스꼬의 말이 짐승에게까지도 놀라운 결과를 낸다는 사실을 다른 곳에서도70)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나의 수중에 들어온 한 가지 예를 또 들어 보도록 하겠다. 어느 날 밤, 지존하신 분의 종이 굽비오 교구에 있는 성 베레꾼두스71) 수도원에 묵고 있었다. 그날 밤 양이 새끼를 낳았다. 마침 매우 악랄한 암퇘지 한 마리가 거기에 있었다. 그 암퇘지가 순진한 양을 가만두지를 않고 그만 채다가 죽여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이 어린 양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암퇘지가 비행의 주범임을 알았다. 사랑 많으신 사부님의 이 소식을 접하고 그만 불쌍한 마음이 솟구쳤다. 또 다른 어린 양을72) 생각하고 죽어있는 어린 양 앞에서 사뭇 서러워하였다. 모든 사람 앞에서 말하였다 : “슬퍼라! 형제인 어린 양이여! 순결한 동물이여! 너는 모든 인류에게 언제나 유익한 일을 재현하는구나! 너를 살해한 그 나쁜 짐승에게 앙화가 있으리라! 사람이나 짐승이나 그 누구도 이 돼지를 먹지 말지어다!” 그의 말은 기묘하기도 하다! 그 사악한 암퇘지는 금방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삼일 동안 징벌의 고문을 당하고 끝내 복수의 죽음을 당하였다. 암퇘지는 수도원의 구덩이에 던져졌고, 그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나무 판자떼기 같이 말라비틀어졌다. 그때까지 어떤 굶주린 짐승의 먹이도 되지 못하였다.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일

  78

 여자와 친근해지기를 피함, 그리고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태도

 

 

112. 여자와 친근해지는 일은 무릇 달콤한 독()이며 거룩한 사람까지도 길을 잘못 들게 한다. 그러니 그러한 일은 온전히 피해야 한다고 프란치스꼬가 명하였다.1) 그는 이러한 일로 약한 사람이 빨리 꺾이는 것을 두려워하였고, 강한 사람도 흔히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가장 완벽한 사람이 아닐진대, 여자와 접촉해서 나쁜 물이 들지 않기란 성서에 있는 말씀대로 숯불 위를 걸어가면서 발을 데지 않는 일만큼이나2)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늘 모든 덕행의 모범으로 자신을 보여 주어 행동으로 가르쳤다.3) 과연 여자는 그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였다. 독자는 프란치스꼬가 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하나의 경고나 모범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은 차라리 두려움이나 공포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수다스럽게 여자들과 말을 하는 것이 난처하게 느껴질 때에는 그는 얼굴을 숙이고 겸손하게 간략한 말을 해주고4) 침묵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가끔 그는 하늘을 우러러 보았고, 땅에서 지껄이는5) 자들에게 주는 해답을 그곳에서 끌어내는 듯하였다.

그러나 거룩한 열정의 힘으로 마음 안에 지혜의 집을 간직하게 된 여성들에게는 놀랍고도 짤막한 말로 그는 가르쳤다. 그는 여자와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에게나 들리도록 하기 위하여 말을 크게 하였다. 그가 한 번 동료에게 말하였다 : “사랑하는 형제여, 진실을 말하지요. 나는 얼굴을 봐도 그 여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두 여자만 빼고6) 말입니다. 두 여자의 얼굴은 내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외에는 모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사부님! 여자들을 바라보면 아무도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나도 말하겠다. 그것은 유익을 가져오기보다 크나큰 손실을 가져온다. 최소한 시간만 생각해도 그렇다. 여자라는 것은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들과 인자하신 정이 흐르는 하느님의 얼굴을7) 우러러보려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애거리다.

 

 

79

여자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비유

 

113. 프란치스꼬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불순한 눈과 늘 전투를 벌이곤 했다 : “대단히 힘센 왕 하나가 사자(使者) 둘을 따로따로 여왕에게 보냈다. 첫째 사자가 돌아와 빈틈없는 말로 그녀가 전하는 말만 아뢰었다. 현인의 눈은 머리가 있기에8) 그는 이말저말 하지 않았다. 다른 사자도 돌아왔다. 그녀가 전하는 말을 몇 마디로 한 다음에 그 부인의 미모에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가 아뢰었다 : ‘전하, 실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녀를 즐기는 남자는 행복합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 ‘이 사악한 종아,9) 네가 나의 부인을 불순한 눈으로 보았단 말이냐? 그다지도 눈여겨보다니, 차지하려는 뜻이 있음이 분명하도다.’ 첫째 사자를 다시 부르도록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 ‘그래, 너에게는 여왕이 어떻게 비치더냐?’ 그가 아뢰었다 : ‘그녀는 조용히 듣고 현명하게 대답하였다. 그녀를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 ‘아름답지는 않더냐?’ 그가 아뢰었다 : ‘전하, 그것은 전하의 일입니다. 제가 할 일은 오직 소식을 전해 드리는 일뿐입니다.’ 그러자 왕이 선언하였다 : ‘그대는 순결한 눈을 가졌고 육신은 더욱 순결하니, 나의 궁궐에서 일하라. 그러나 저 자는 내 집에서 쫓아내어 나의 내실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하라.

또한 복되신 사부님이 말하곤 하였다 : “너무 안전하면 적에 대하여 경계를 게을리합니다. 악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키워서 이내 대들보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악마는 유혹했던 사람을 몇 년이 넘도록 아직 떨어뜨리지 못했으면, 지체되었다고 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그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마귀의 일입니다. 악마는 낮이나 밤이나 이 일 때문에 바쁩니다.

 

 

80

필요 이상의 친절에 대한 성인의 표양

 

114. 단식으로 몸이 쇠약해져서 성 프란치스꼬가 베박냐로10) 가다가 그곳에 도착을 못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동료가 어느 영적인 부인에게 전갈을 보내어 성인을 위해서 겸손되어 빵과 포도주를 청했다. 그 여자가 이 소식을 듣고 필요한 것을 들고서 하느님께 허원을 한 동정녀인11) 자기 딸과 함께 성인에게 달려왔다. 성인이 원기가 회복되고 어느 정도 힘이 생기자 이번에는 그가 어머니와 딸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원기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설교를 하는 중간에 그는 그녀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이 떠난 다음 그의 동료가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어찌하여 당신은 이다지도 성의를 가지고 달려온 거룩한 동정녀를 쳐다보지도 않습니까?” 사부님이 대답하였다 : “그리스도의 정배를 바라보기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습니까? 내가 눈과 얼굴 표정으로 설교를 하니 그녀는 나를 바라보아야 했지만, 나는 그녀를 바라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프란치스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할 때마다, 고백성사나 흔히 하는 아주 짧은 권고를 빼고는 여자와의 대화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 “여자가 경건하게 거룩한 고백성사를 청핼 때나, 더 좋은 생활에 관한 영신지도를 청할 때를 제외하고 작은 형제가 여자와 관계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12)    

 

 

그가 당한 유혹들

81

성인의 유혹과, 유혹을 극복한 경위

 

115. 공로가 증가함에 따라 성인은 늙은 악마와의 불화가 더욱 잦아졌다. 그에게 더 큰 은총의 선물이 내려지면 유혹은 더욱 교묘했고, 그에게 퍼붓는 공격은 더욱 심했다. 비록 악마도 그를 싸움꾼이나13) 집요한 놈으로 번번이 인정하였고, 격투에서 조금도 양보하는 일이 없는 놈으로 인정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승리를 거두기만 하는 적에게 쉬지 않고 공격을 가하였다.

대단히 강력한 정신적인 유혹을14) 거룩하신 사부님에게 던진 일이 있었다. 물론 이 유혹도 그의 영광을 증가시키는 일로 그쳤지만 말이다. 그 결과로 그는 뼈를 깎아내는 번민에 빠졌다. 고통에 못이겨 그는 자기 육신을 학대하고 고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도하였고 쓰라리게 울었다.15)

그렇게 몇 년을 휘둘리고 나서 어느 날 그는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기도를 올렸다.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프란치스꼬야, 너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라’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16) 성인이 대답하였다: “주여, 어떤 산을 제가 옮기기를 바라십니까?“ 또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 산은 너의 유혹이다.” 프란치스꼬가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주여,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곧 모든 유혹이 물러갔고, 그는 거기에서 풀려나와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온전히 고요로와 졌다.

 

 

82

악마가 프란치스꼬를 부르며 성욕으로 유혹함,

그리고 성인이 그것을 극복한 경위

 

116. 사르띠노에 있는 형제들의 은둔소에서 생긴 일이다.17) 하느님의 자녀들을 항시 질투하는 그 악마가 성인을 거슬러 대담하게도 다음과 같은 짓을 하였다. 거룩함이 날로 증가하고, 어제 벌였다고 해서 오늘의 벌이에 등한하지 않는 성인을 보고, 자기 방에서 밤에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꼬를 악마가 세 번 불렀다: “프란치스꼬! 프란치스꼬! 프란치스꼬!” 그가 대답하였다: “무엇을 원하십니까?”그러자 저쪽에서 대답하였다: “마음만 바로잡으면 이 세상에는 주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시는 죄인이 없다. 그러나 모진 고행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자는 결코 누구도 자비를 입지 못할 것이다.” 성인은 현시를 통하여 자기를 다시 미지근해지도록 유도하는 원수의 교묘한 술책임을 일시에 감지하였다. 그리고 나서? 원수가 멈추지 않고 새로운 유혹으로 싸움을 걸어왔다. 원수는 자기 올가미가 그렇게는 숨겨지지 않음을 파악하고 다른 올가미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소위 육()의 미끼였다.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다. 정신의 교묘한 수법까지 꿰뚫어보았기 때문에 성인은 육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리하여 이번에는 악마가 가장 격한 성욕으로 그를 유혹하였다. 그러나 복되신 사부님은 이를 눈치채고 옷을 벗어 던지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채찍으로 자신을 매우 심하게 때렸다: “자, 당나귀18) 형제야, 너는 이 꼴일 수밖에 없다. 채찍을 맞아 싸다! 투니카는 수도원의 소유이니 훔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러니 네 갈 길을 가고 싶거든 가라!

 

117.그러나 그는 사지가 부르트도록 매질을 해도 그 유혹이 그를 떠나지 않았음을 알고는 방문을 열고 뜰로 나가서 눈더미에 알몸으로 딩굴었다. 눈을 한움큼씩 쥐어서 그것으로 눈사람 일곱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기 앞에 놓고 자기 몸에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보라, 이 조금 튼 것은 너의 마누라다. 그리고 이것들 넷은 너의 두 아들이고 두 딸이다. 나머지 둘은 너에게 시중들어야 할 너의 종과 하녀다. 서둘러서 이것드르의 옷을 입혀라! 얼어죽을 지경이니 말이다. 이것들을 보살피는 일이 그다지도 짐스럽다면 하느님 한 분만이라도 열성적으로  섬겨라!” 그제서야 악마가 당황하여 재빨리 사라졌다. 그렇게 하여 성인은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때에 기도를 하고 있던 어느 영적인 형제 하나가 밝은 달빛 아래 이 모든 장면을 환히 지켜보았다. 성인이 후에 이 형제가 자기를 그날 밤에 본 것을 알고 심히 당황하여, 자기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83

어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그리고

유혹을 통해서 얻는 선()

 

118. 유혹을 견디고 있던 형제 하나가 우연한 기회에 성인과 단 둘이만 있게 되었을 때,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자애로우신 사부님,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그 즉시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그 유혹은 저의 힘에 부칩니다. 그리고 사부님도 이것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아들이여, 당신에게 그러한 유혹이 있는 까닭에 나는 당신이 진실로 더욱 하느님의 종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이 말을 믿으시오. 그리고 이걸 좀 아시오. 당신이 유혹을 받으면 받을수록 당신은 나에게서 더욱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에게 이 말을 합니다. 아무도 유혹과 시련이 걷힐 때까지는 스스로를 하느님의 종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겨낸 유혹은,” 그가 말하였다, “어쩐 의미로는 주님께서 당신 종의 영혼을 당신의 신부로 맞아들이시는 반지입니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공로를 늘어놓는 이들이 많고, 어떤 유혹도 당하지 않은 것을 기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겁만 주어도 싸움 앞에서 무너지는 까닭에 주님께서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연약함을 고려하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덕행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격렬한 싸움이 사람 앞에 가로놓이는 법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악마들이 프란치스꼬를 친 방법

84

악마들이 그를 공격한 방법, 그리고

대저택의 뜰을 피해야 함

 

119. 이 사람은 사탄한테 유혹으로 공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탄과 백병전까지 치렀다. 거룩한 십자가의 레오 추기경으로부터19) 당신과 함께 로마에 잠시 머물러 달라는 청을 받고 그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아홉 개의 둥근 천정으로 된 성채를 택하였다. 성채의 둥근 천정은 마치 은둔자들을 위한 작은 방과 같았다. 그가 거기서 하느님께 열렬히 기도를 바친 다음 쉴 참이었는데, 그 첫밤에 악마들이 침입하여 하느님의 성인과 적개심에 불타는 싸움을 벌인ㄹ 채비를 하였다. 악마들이 그를 한참 지독스럽게 두들겨팼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쯤 죽여 놓고 그를 떠나갔다. 악마들이 사라지고 성인은 호흡이 돌아오자 둥근 천정 밑에서 자고 있는 그의 동료를 불러 그가 오자 말하였다: “형제여, 혼자 있기가 무서우니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전에 악마들이 나를 쳤습니다.” 성인은 마치 심한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며 사지를 흔들고 있었다.

 

120. 그렇게 온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나서 성 프란치스꼬가 자기 동로에게 말했다: “악마들은 우리가 분에 넘쳤던 것을 벌하시려고 주님께서 도구로 쓴신 우리 주님의 부하들입니다.20) 하느님의 종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종에게 하느님께서 벌하시지 않은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크나큰 은총의 표시입니다. 나는 하느느미의 자비로 보속하게 되어 씻어내지 않은 죄가 내 기억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분은 부성적인 자비로 내가 기도할 때나 관상을 할 때에 그분을 즐겁게 해 드린느 것과 불쾌하게 해드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황공하옵게도 나에게 늘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높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 좋은 뜰에 머무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표양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의 부하들이 나를 공격하도록 허락하신 것 같습니다. 가난한 곳에서 살고 있는 나의 형제들이 내가 추기경들과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아마 내가 많은 안락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것입니다. 그러니 형제여, 내가 이 좋은 뜰을 떠나 고초를 견디며 그같은 일들을 참아내고 있는 형제들을 강하게 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하니의 모범으로 되어 있는 나에게21)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그들은 추기경에게 가서 상세히 이야기를 한 다음에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러므로 궁정 사목을 하는 형제들은22) 이 사실을 주목하시라. 그대들은 어미니 배에서 나온 팔삭동이들임을 아시라. 나는 순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야심과 나태와 사치를 비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순종이 문제라는 경우는 특별히 프란치스꼬를 모범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마땅치 않게 생각하실 일에 대해서도 아량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항용 그러한 일이 사람에게는 즐겁기 때문이다.23)

 

 

85

앞 항목에서 언급한 일의 실례(實例)

 

121. 내가 보기에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일 하나가 생겼다. 몇몇 형제들이 궁정에서 기거하는 것을 한 형제가 보더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공명심에 사로잡혀 그들과 함께 궁정 사목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온통 궁정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가 잠에서, 그러한 형제들이 거처하던 곳을 벗어남으로써 형제들과의 생활에서 격리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매우 더럽고 지저분한 돼지 밥그릇에서 사람똥과 뒤섞여 있는 완두콩을 먹고 있는 것도 보았다. 이것을 보자 그는 기겁을 하여 날이 밝기 훨씬 전에 잠을 깨서, 더 이상 궁정에 갈 뜻을 품지 않게 되었다.

 

 

86

어는 한적한 곳에서 악마의 공격을 견디어 냄,

그리고 어떤 형제의 환시

 

122. 성인이 한 동료와24) 함께 민가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성당에25)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혼자 기도를 하고 싶어져 동료를 보내며 말하였다: “형제여, 오늘밤은 혼자 여기서 머물고 싶습니다. 병원에26) 가셨다가 새벽녘에나 나에게 오도록 하시오.” 이리하여 그는 혼자 남아서 오랜 시간에 걸쳐 주님께 열렬한 기도를 바쳤다. 충분히 기도한 다음에 눈을 붙이려고 자리를 보았다. 그러자 돌연 번민에 빠져27) 그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였고 심한 번민에까지 갔다.28) 그는 전신을 떨었다. 그는 악마들이 그를 대적하여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악마들의 전 부대가 그 집 지붕을 사뭇 시끄럽게 돌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는 즉각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그의 이마에 성호를 긋고 말하였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마들아 나의 몸을 너희 마음대로 하라. 나는 이 일을 달게 견디어내겠다나에게는 나의 몸보다 더 큰 원수가 없기 때문이다.29) 너희가 나의 몸에 내 대신 원한을 풀어봐야 그것은 나의 적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악마들이 그의 마음을 놀래키려고 집합했다가, 비록 그의 몸은 말을 안 들어도 그의 마음은 간절하다는 것을30) 보자, 당황하고 무안스러워 황급하게 사라졌다.

 

123. 아침이 되어 그의 동료가 그에게 돌아왔다. 그는 성인이 제대 앞에서 부복하여 있는 것을 보고 성가대석 뒤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서 잠시 열렬히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는 탈혼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하늘의 수많은 옥좌 가운데에서 다른 것들보다 더 영에로운 옥좌 하나를 보았다. 그 옥좌는 보석으로 꾸며져 있었고, 지극한 영광으로 현란하였다. 그는 이 고귀한 옥좌에 내심 놀라서, 그 옥좌가 누구의 차지가 될까 하고 가만히 어림해 보았다. 그가 이러한 일들을 어림하고 있는 동안 그에게 어느 한 소리가 들렸다: “이 옥좌는 타락한 천사들 중의 한 천사의 것이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겸손한 프란치스꼬를 위해서 비워 두고 있다.” 그 형제는 끝에 가서 정신을 가다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기도를 마친 것을 알았다. 그러자 다급하게 프란치스꼬의 발 아래에 십자가 모양으로 부복하여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고 벌써 천국에서 다스리고 있는 듯한 그에게 말하였다: “사부님, 저의 죄를 벌하지 않으시도록 하느님의 아드님께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하느님의 사람이 손을 뻗어31) 그를 일으켜세우고32) 그가 기도중에 무언가를 보았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마지막에 함께 자리를 뜨며, 그 형제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질문을 던지며 말하였다: “사부님, 사부님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가 대답하였다“나는 죄인 중에 가장 큰 죄인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어떤 악한을 이만한 큰 사랑으로 보살피셨다면, 아마 그는 나보다 열 배는 더 영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33) 이 말에 성령이 즉각 그 형제의 마음 안에서 말하였다: “네가 본 환시는34) 참으로 사실임을 알아라. 바로 겸손이 이 지극히 겸손한 사람을 오만으로 잃어버린 그 옥좌에 올려 놓을 것이니 말이다.

 

 

87

유혹에서 풀려난 형제

 

124. 수도원에서 오랜 기간 수도 생활을 한 영적인 형제 하나가 극심한 육()의 유혹에 괴로움을 겪다가 거의 절망의 늪에 빠질 지경이 되었따. 나날이 그의 고통은 가중(加重)되었고 양심까지도 이제는 세심증(細心症)에 걸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고백성사를 보게끔 되었다. 만약에 그가 유혹에 조금이라도 떨어졌다면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사 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단지 유혹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사보는 것은 좋은 일이 못 된다. 그로서는 너무 창피스러웠던 나머지 한 사제에게 모두를 알리기가 망설여져, 죄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잡념들을 나누어서 서로 다른 사제에게 부분적으로 고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와 거닐게 되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형제여, 앞으로는 아무에게도 고백성사를 보자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의 뜻과 관계없이 당하는 유혹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그것은 당신께 영광의 관을 준비해 주는 것이 되지 결코 그것은 당신의 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는 성인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 놀라면서도 크나큰 기쁨에 싸였고, 곧 그는 자신의 모든 문제에서 풀려났다.

 

 

마음의 참 기쁨

88

마음의 기쁨과 그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노래,

그리고 실의가 가져오는 해로움

 

125. 성 프란치스꼬는 원수의 수많은 올가미와 간계에 대항하는 가장 안전한 대처는 마음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가 말하곤 했다: “악마는 하느님의 종에게서 마음의 기쁨을 태 갈 수 있을 때 통쾌해합니다. 악마는 먼지를 뿌려서 양심의 메한 틈새에까지 파고들려 합니다. 그렇게 해서 곧은 마음과 깨끗한 생활을 얼룩지게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면 뱀이 맹독을 뿜어도 허사입니다. 악마들도 그리스도의 종이 거룩한 기쁨에 충만해 있는 것을 보면 해꼬지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혼에 우울한 생각이 들고, 어둡고 슬픔이 쌓이면 영혼은 그 슬픔에 압도되어 버리든가 아니면 헛된 즐거움을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은 반드시 마음의 기쁨 안에 거하려 하였고, 유쾌한 마음과 즐거움의 기름을35) 유지하려 하였다. 그는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 실의(失意)라는 치명적인 병을 피하였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실의를 느끼면 가차없이 기도로 달려갔다. 그가 말하곤 하였다: “하느님의 종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만약 어떤 형태로든지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면 당장 일어나 기도해야 하며, 구원의 기쁨이 다시 채워질 때까지36) 지극히 높으신 아버지의 현존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슬픔으로 넋을 잃고 있으면37) 바빌로니아에서의 실의가 일어나38) 마지막에는 눈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지울 수 없는 녹이 마음에 슬 것입니다.

 

 

89

천사들이 뜯는 기타 소리

 

126. 프란치스꼬가 눈을 치료받기 위하여 리에띠에39) 머물러 있는 동안40) 동료들 중에 세속에 있을 때에 기타 연주자였던 형제41) 하나를 불러 말하였다: “형제여, 세속의 자녀들은 하느님의 오묘함을 이해 못합니다. 악기라는 물건은 옛적에 하느님을 찬미하게끔42)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욕구가 그것을 그만 귀를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케 했습니다. 그러니 형제여, 기타 하나를 빌려다가 좋은 가사를 만들어 고통에 젖어 있는 나의 육신 형제에게 좋은 위안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 형제가 대답하였다: “사부님, 너무 부끄럽습니다.” 성인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형제여, 없었던 걸로 합시다. 다른 형제들의 평가에 손상이 오지 않도록 많은 일들을 포기한느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다음날 밤 성인이 깨어 하느님을 관상하고 있는 참에 갑작스레 기타 소리가 들렸다. 기막힌 화음에다 무척이나 감미로운 선율이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다만 기타 연주자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소리의 높낮이만이 그 움직임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영혼이 하느님께 올라가 거룩하신 사부님은 감미로운 곡조에 흠뻑 취해서 딴 세상으로 끌려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는 바로 그 형제를 불러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고는 덧붙였다: “보시오, 사람이 뜯는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나는 훨씬 더 감미로운 기타 소리를 들었습니다.

 

 

90

마음이 즐거우면 불란서 말로 노래함

 

127. 시시로 프란치스꼬는 이런 행동을 하곤 하였다. 영혼의 감미로운 선율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면 그는 그것을 불어(佛語)로밖에   드러내곤 했다. 그의 귀가 남몰래 알아들은 하느님의 속삭이는 숨결이 불어로 기쁨의 노래가 되어 터져나오곤 했다.43) 우리는 눈으로 목격한 바이지만44) 때때로 그는 땅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집어 왼팔로 떠받치고는 오른손으로는 끈으로 약간 휘어진 활을 잡고 마치 바이올린을 켜듯 그것을 켜는 것이었다. 그는 연주하듯 몸을 놀리며 주님께 불어로 노래를 하곤 하였다. 이러한 탈혼의 기쁨은 흔히 눈물로 끝을 맺곤 하였고, 그리스도의 수난이 그를 아프게 하여 기쁨의 노래는 슬픔에서 무너져버리곤 하였다. 그렇게 되면 이 성인은 한숨을 내쉬곤 하였고, 깊은 신음을 하며손에 들려 있는 하잘것없는 것들을 까맣게 잊은 채 하늘로 들어높여지곤 하였다.

 

 

91

슬픈 기색을 보이는 형제를 책망함,

그리고 행동을 권면함

 

128. 한번은 프란치스꼬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슬픈 기색을 보이는 어느 형제에게 말하였다: “사람 앞에서 슬픈 기색을 하며 낭패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하느님의 종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항시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죄는 당신의 방에서 반성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하느님 앞에서 울고 신음하십시오. 형제들엑게 돌아올 때는 슬픔을 없애고 다른 형제들과 어울리도록 하십시오.45) 잠시 후 그가 또 말했다: “인간의 구원을 질투하는 마귀들이 나를 대단히 시기합니다. 그들은 나를 교란시키려다가 안 되니까 언제나 나의 동료들을 교란시키려 듭니다.

여하튼 그는 마음에 기쁨에 차 있는 사람을 무척 사랑하였다. 그는 어떤 총회에서 모든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권고로 남겼다:“형제들은 겉으로 우울하고 슬픈 위선자의 모습을 하지 않도록 명심할 것이고, 오히려 주님과 기뻐하며 명랑하고 즐거워햐야 하며 분에 맞는 품위를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46)

 

 

92

육신이 군말을 못 하도록 다루는 요령

 

129. 성인이 이렇게도 말한 적이 있다: “육신 형제는 신중히 돌봐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육신은 거세게 몰아치는 나쁜 성미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육신은 깨어 있어도 피곤할 줄을 모를 것이며, 기도중에도 참고 견딜 것이며 불평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며, 기도중에도 참고 견딜 것이며 불평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육신이 이렇게 말할는지 모릅니다: ‘나는 허기져서 약해졌습니다.47) 나는 당신의 수련이 부담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충분한 음식을 취하고도 그렇게 투덜대면 게으른 짐슴은 따끔한 맛을 보아야 하고 금뜬 당나귀에게는 회초리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48) 사실을 아십시오.

이것은 가르칠 때뿐이지 사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행동은 당신 말씀과 다르다.49) 그는 무고한 자기 육신을 지배하여 매와 궁핍으로 다스렸고, 애매하고도50) 무자비하게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 그의 뜨거워진 마음이 이미 육신을 가볍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그의 육신도 대단히 거룩해져서 영혼이 하느님을 목말라하듯이 육신도 그 몇배로 하느님을 목말라하였다.51)

 

 

헛된 기쁨

93

헛된 영광과 위선

 

130. 프란치스꼬는 참다운 영적 기쁨을 즐겨 맞이한 반면에 헛된 것은 애써 피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매진에 이바지하는 것들을 뜨겁게 사랑해야 하며, 반면에 해로운 것은 적잖이 신경을 써서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느님의 눈을 거스르는 일을 단 한순간도 견디지를 못하여, 싹트기 전에 허영의 씨를 으깨 버리려 하였다. 사람들이 갖가지 칭찬이 자기에게 차례올 때에, 그는 울고 한숨쉬며 즉시 슬픈 기분으로 바뀌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는 겨울에 그의 왜소하고 거룩한 육신이 허름한 옷조각으로 기운52) 투니카 한 벌만을 걸친 적이 있었다. 그의 동료이자 원장이엇던 형제 하나가 여우 가죽을 얻어 그에게 주며 말하였다: “사부님, 당신은 비장과 위장이 안 좋아 고생을 하니, 이 가죽을 투니카 안창에다 대고 기워 입으십시오. 주님을 향한 당신의 사랑에 제가 드리는 부탁입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조금만이라도  배쪽에다 대십시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정이나 이것을 나의 투니카 안에 대야겠으면 그와 똑같은 크기로 밖에도 댑시다.밖에 댄 가죽은 사람들에게 안에도 그같은 가죽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낼 것입니다.” 그 형제는 이 말을 듣고도 따르지 않고 고집을 부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형제가 양보하여 바깥쪽에도 가죽을 댔다. 이렇게 하여 프란치스꼬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하지 않게 되었다.

, 당신의 말과 생활이 일치합니다. 안팎이 하나입니다. 당신은 수하 사람이 되든 장상이 되든 언제나 같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영예를 누려 온 당신은 욎겅니 영예나 사적인 영예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오나 살 위에 가죽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하며 고급 가죽옷을 입고 있는 그런 형제들의 마음까지 상하게 할 생각은 나에게 없습니다. 우리는 순수함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53)

 

94

위선에 대한 자기 고백

 

131.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자 엄청난 군중이 그의 설교를 들으러 뽁기오54) 은둔소에 모인 적이 있었다. 프란치스꼬가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여러분들은 저를 거룩한 사람으로 믿고 이렇게 열성적으로 모이셨습니다. 그러나 실은 이번 단식기를55) 맞이하여 저는 돼지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자기가 병약하여 음식을 들지 않은면 안 되는 경우에도 이를 자주 식도락의 소치로 보았다.

 

 

95

허영에 댜한 자기 고백

 

132. 때때로 그의 마음이 허영으로 기울어질 때 그는 곧바로 그것을 모든 이 앞에서 재빨리 열어 보이곤 하였다.

그가 한번 아씨시 읍내를 지나가다가 어떤 노파를 만나 노파에게서 동냐을 달라는 청을 받았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망토 밖에 없어 그것을 신속히 그녀에게 주어 아량을 베풀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만족의 헛된 충동을 느꼈다. 그 즉시 그는 모든 사람 앞에서 자기가 품었던 이러한 허영심을 고백하였다.

 

 

96

자기를 칭송하는 자들에게 대답한 말

 

133. 그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좋은 선물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기려 하였따. 이 좋은 선물들을 칭찬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을 싫어하였으니, 그렇게 되면 그것이 자기멸망의 원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뭇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으면 그는 자주 이런 말로 대답하고 하였다: “저를 완전한 사람으로 찬사를 보내지 마십시오. 저는 아직도 아들 딸을 낳을 수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 끝이 아직 확실치 않은 사람은 찬사를 받아서는 아니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나에게 빌려 주신 분이 다시 이것들으 물려가려고 하면 나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욱신과 영혼뿐입니다. 이것은 믿음이 없는 자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를 칭찬하는 자들에게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는 이런 말을 하였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이렇게 기막힌 물건들을 한 강도에게 주셨다면, 프란치스꼬야, 그는 너보다 더 고마워했을 것이다.56)

 

 

97

자화자찬하는 형제들에 대한 그의 말

 

134. 그는 자주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한 죄인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헛된 자만심으로 스스로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허물 많은 인간도 단식하며 기도할 수 있고, 울며 육신을 고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죄인은 이 일을 못합니다: 즉 죄인은 자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고, 그분을 충실히 섬기고,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것을 무엇이나 그분께 돌려드리는 일,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영광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원수는 인간의 육()입니다.57) 육은 죄를 반성하여 아파할 줄 모르고, 죄를 두려워하여 예방할 줄 모릅니다오직 하나 육이 꾀하는 것은 현재를 오용(誤用)하는 일입니다. 더욱 나쁜 것은 육은 영()에게 주어진 선물을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일이며, 그 영광을 자기의 영광으로 삼는 일입니다.58) 육은 사람들이 덕행들에게 주는 칭찬과, 밤샘이나 기도에 주는 경탄을 자기의 것으로 소유합니다. 육이 영에 남겨 놓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자기의 눈물의 대가까지도 영에게서 받아내려고 합니다.

 

 

오상(五傷)을 숨김

98

오상을 묻는 형제에게 대답한 그이 말과

그것을 숨기려던 그의 노력

 

135. 지극히 높은 경지의 영혼으로부터도 마땅히 공경르 받아야 할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성흔을 프란치스꼬가 교묘한 방법으로 온갖 주의를 다하여 숨긴 일을 아무 말도 없이 지나칠 수는 없는 일다.59) 그리스도를 위한 진실한 살아이 이 연인을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형시켰던 애초부터 프란치스꼬는 그의 절친한 돌료들까지도 한동안 모를 만큼 온갖 주의를 기울여 그의 보물을 숨기고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는 그것이 언제나 숨겨져,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이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노출된 손과 발의 부위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의 동료 하나가 어쩌다 그의 발등에 있는 성흔을 보고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이게 뭡니까, 착하신 사부님?” 프란치스꼬가 답하였다: “당신 일이나 하시오.

136. 어느 때엔 그 형제가 프란치스꼬의 투니카 세탁을 맏았다. 옷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세탁물을 돌려드릴 때 그가 성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투니카에 묻어 있는 이게 무슨 피입니까?” 성인이 손가락을 자기의 눈에 대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눈인지를 몰라서 무어냐고 묻는 것입니까?

그는 손을 완전히 씻는 일이 드물었고 손가락만 씻었으며, 그렇게 해서 주위에 있는 형제들에게 자기의 비밀이 탄로나지 않도록 하였다.60) 그는 발도 거의 씻지 않았다. 그러나 씻을 때는 몰래 씻었다. 누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다고 하면 반만 내놓고 손가락에만 입을 맞추도록 하였다. 그는 옷소매로 손등르 덮고 소매만 내놓기를 자주 하였다. 그는 상처가 보일까봐 양털 양말로 발을 쌌고, 상처 부위에는 털이 거칠어 가죽을 대었다.

그렇게 했어도 거룩하신 사부님은 손과 발에 있는 성흔을 동료들로부터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그것들을 보면 불쾌해하였다. 그렇게 되니 그의 동료들도 조심스러워져, 그가 별 도리 없이 손과 발을 드러내 놔야 할 때면 눈길들을 다른 데로 돌렸다.

 

 

99

어느 형제가 거룩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써서

오상을 훔쳐봄

 

137. 하느님의 사람이 시에나에 머물러 있을 적에61) 어는 형제가 브레쉬아에서62) 그곳으로 온 일이 있었다그는 거룩하신 사부님의 오상을 보기를 몹시 원하여 빠치피꼬 형제에게 도와달라고 끈질기게 졸라 댔다. 빠치피꼬 형제가 말하였다: “그러면 형제가 여기를 떠날 때에 내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면 내가 당신께 눈짓을 할 테니 그때 보십시오.” 이리하여 떠날 채비를 하고 둘이 성인에게 와서 무릎을 꿇고 빠치피꼬 형제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지극히 사랑하올 어머니,63)우리에게 강복을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손을 주십시오. 입을 맞추겠습니다.” 마지못해 그가 내놓은 손에 빠치피꼬 형제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형제에게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다른 손도 요구하여 입을 맞추고는 그 형제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이 떠나자 성인도 어쩐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64) 사실 거룩한 방법의 속임수였다. 그는 그러한 거룩한 호기심을 불경한 일로 판결을 내리려고 빠치피꼬 형제를 즉각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형제여, 주께서 당신을 용서하시기를 빕니다. 때때로65) 형제는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만듭니다.” 빠치피꼬가 곧 그의 발 아래 꿇어 겸손하게 여쭈었다: “제가 무얼 괴롭게 해 드렸단 말입니까, 지극히 사랑하올 어민?” 그러자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아무 말도 못하였고, 이 사건은 흐지부지 끝났다.

 

 

100

어느 형제가 그의 옆구리 상처를 봄

 

138. 그의 손과 발의 노출된 상처는 여러 명이 볼 수 있었지만, 프란치스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옆구리 상처는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있는 은혜를 입지 못하였다. 그것도 딱 한 번이었다.

프란치스꼬는 자기의 투니카를 빨 때마다 옆구리 상처를 오른손으로 가리곤 하였다. 어떤 때는 왼손으로 찔린 자리를 가리기도 하였다. 그의 동료 중의 하나가66) 그곳을 무지를 때 어쩌다가 손이 상처까지 내려가 프란치스꼬를 대단히 아프게 하였다.

형제들에게 숨겨져 있는 것을 보려고 기회를 노리던 또 다른 형제 하나가67) 어느 날 거룩하신 사부님에게 말하였다: “사부님, 우리가 당신의 투니카를 빨아도 되겠습니까?” 성인이 대답하였다: “형제여, 그래야 되겠습니다. 주께서 이 은혜를 갚아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꼬가 투니카를 벗을 때에 그 형제는 옆구리 상처를 찬찬히 살폈고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살아 있을 때에 그의 옆구리 상철르 본 유일한 살마이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가 죽을 때까지 그것을 보지 못하였다.

 

 

101

덕행을 숨김

 

139. 이 사람은 이렇게 그리스도의 맛이 들어 있지 않은 모든 영예를 끊었다. 그는 인간의 호감에는 영원한 저주로 대했다. 명성의 대가는 양심의 비밀을 흩어 버린다는 것을 그는 알았고, 덕행들을 전혀 지니지 않는 일보다 덕행들을 악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해롭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새로운 덕을 얻으려는 것보다 얻은 덕을 지키는 것이 터 큰 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슬픈 일이다. 사랑이 동기가 되기보다는 헛된 것이 동기가 되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세속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능가한다. 우린느 우리의 고통을 똑바로 보지도 않고, 우리의 정신상태를 점검해 보지도 않으며, 허영이 우리를 몰아붙여 동하게 될 때 그것을 사랑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조그만 선행을 가지고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살아 있는 동안에 그것을 던져 버려 영원의 문턱에서 그것을 잃는다. 우리는 선하지 못한 우리를 인내력있게 견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선하게 보이지 않는다든가, 누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도 못 견딘다. 우리는 온전히 인간의 찬사 속에서 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만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2

자세와 의견과 행위에서의 성 프란치스꼬의 겸손,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일

 

140. 겸손은 온갖 덕행의 보호자요 장식이다. 영적인 건물이 겸손의 바탕 위에 세워지지 않을 때는 올라가는 듯하다가도 무너지고 만다. 갖가지 은총으로 꾸며진 프란치스꼬에게 부족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도록 하기 위하여 겸손의 덕이 그를 대단히 풍요롭게 채웠다. 자기의 한낱 죄인일 뿐이라고 하였지만, 그는 사실 온갖 거룩함으로 장식되었고 온갖 거룩함으로 빛났다. 그는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것을68) 기초로 놓기 위해서 자신을 이 겸덕 위에 건축하려 애썼다. 그는 자기가 이루어 놓은 일들을 떨쳐 버렸고, 이루어 놓은 일보다는 부족함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 오직 결함만을 자기의 눈앞에 놓았다. 그에게 탐욕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더 좋아지려는 탐욕만이 있었고, 그가 지닌 것에 만족치 않고 새로운 덕행들을 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세에서 겸허하였으며, 의견에서 더욱 겸허하였고, 평판 앞에서 가장 겸허라였다. 이 하느님의 왕자는 보잘것없는 사람중에서 가장 작은 살마이었기에, 이 작음이라는 가장 반짝이는 보석 외에는 웃사람같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바로 총봉사자로서의69) 그의 덕과 직함과 표지가 있었다. 오만스런 말투가 그의 입에는 없었고, 과시하는 듯한 자세가 없었으며, 행동에 겉치레라곤 전혀 없었다.

그는 많은 일에 있어서 올바른 판단을 계시로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른 이들과 상의할 때 자기의 의견을 버리고 다른 형제들의 의견을 따랐다. 그는 동료들의 조언을 더 완전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른 형제의 견해가 자기의 견해보다 좋아보였다. 그는 한 형제가 의견 주머니르 간직하고 있다면, 그 형제는 주님을 위하여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하였따.70) 그는 칭찬받기보다는 비난받기를 더 좋아하였다. 비난은 사람에게 그이 생활을 바로잡게 하지만 칭찬은 사람을 넘어지게 하기 때문이었다.

 

 

103

떼르니의 주교와 어느 농부에게 보인 겸손

 

141. 프란치스꼬가 떼르니71) 사람들에게 설교를 한 적이 있었다. 설교가 끝나자 그곳 주교가72) 모든 사람 앞에서 그를 추켜 세워 말하였다: “근래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를 이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며 소박하고 학식없는 사람을 통하여 영광되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어느 백성에게도 이같이 않으셨음을73) 알기에, 우리는 이 일로 늘 주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성인이 이 말으 듣고, 그 주교가 그의 표현에서 자기를 비천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대단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가 주교의 발 아래 꿇어 말하였다: “주교님, 실로 주교님은 저에게 극진한 친절을 보이셨습니다. 당신만은 저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주셨지만, 다른 이들은 이것들을 저에게서 앗아 갑니다. 당신은 통찰력이 있는 사람답게, 값진 것과 값싼 것을 식별하시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값싼 것은 저에게 돌려 주셨습니다.

 

142. 하느님의 사람은 자기의 손윗사람 앞에서만 겸허했던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나 손아랫사람에게도 그러하였으며, 권고와 충고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권고와 충고를 받아들여 어는 때라도 개선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몸이 병들고 허약하여 걸을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나귀를 타고 들판을 지나가던 참이었다. 때마침 거기에서 한 농부가 일을 하고 있었다. 농부가 그에게 달려와 프란치스꼬 형제이시냐고 간절히 물어봤다. 하느님의 사람이 겸허하게 자기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했다. 농부가 말하였다: “많은 이들이 당신께 신뢰를 두고 있으니, 모든 이가 이야기하고 있듯 그렇게 좋은 삶이 되도록 하십시오. 절대로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충고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사람이 이 말을 듣자 당나귀에서 내려와 농부 앞에 엎드려 그의 발에 겸손하게 입을 맡추며, 그러한 권고를 준 그의 친절에 감사하였다.

그는 널리 퍼진 그이 명성이나 거룩함에 어떤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고, 그의 공로에 대한 첫 번째 보답이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주어진 많고 거룩한 아들들을 놓고도 자부심이 없었다.

 

 

104

총회에서 직무를 사임함, 그리고 어떤 기도

 

143. 회두한 지 몇 년이 흐른 뒤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겸손의 덕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는 총회에서74) 수도회의 총봉사직을 모든 형제들 앞에서 사임하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나는 여러분에게 죽은 존재입니다. 여기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를 소개합니다.75) 나와 여러분 모두는 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이어서 그는 그 형제 앞에 고개를 숙여 순종과 존경의 서약을 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형제들이 울었고 그들의 슬픔이 흐느낌으로 변했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간에 그토록 위대한 스승을 잃고 고아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일어서서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하늘로 향한 채 말하였다: “주여, 당신이 지금까지 저에게 맡기신 이 가족을 당신께 맡깁니다. 지극히 감미로우신 주여, 주님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제가 병들어 이 가족을 돌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가족을 대리자들에게 맡깁니다. 주여, 만약 그들 중 어떤 형제가 게으르고 표양도 보이지 못하며, 남을 거칠게 고쳐 주려고 하여, 누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면, 대리자들은 심판날에 당신 앞에서 셈바쳐야 할 것입니다.76)

이후에 그는 죽을 때까지 순종하는 자로 남아 있었고, 누구보다도 겸손하게 행동하였다.

 

 

105

자기를 돌볼 동료들을 포기함

 

144. 어느 때에 프란치스꼬가 그의 총대리에게 자기의 모든 동료들을 넘겨주며 말하였다: “이제 나는 자유의 특전에서77) 오는 예외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와 함께 여기저기 다닐 형제들은 주께서 영감을 주시는 데에 따라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는 강아지를 앞세워 먼 길을 가는 맹인 하나를 본 일이 있습니다.78)

모든 특전이나 허세의 흔적을 치워서 그리스도의 권능이79) 그 안에 살게 되었다고 하는 이 점이 바로 그의 영광이었다.

 

 

106

높은 지위에 애착을 가진 형제들에게 한 말과,

작은 형제에 대한 묘사

 

145. 몇몇 형제들이 지위를 얻고 싶어 안달하였고,80) 다른 것들을 접어두고라도 그러한 탐욕마으로 이미 그들은 그러한 지위에 오를 만한 자격이 없는 터라, 이를 보고 프란치스꼬가 그러한 사람들은 작은 형제들이 아니며, 그들은 불리움받은 성소를 망각하고81)작은 형제 되는 영예를 잃어버렸다고82) 말하였다. 그리고 어떤 형제들은 그들이 찾는 것은 수고가 아니라 명예였으므로, 직책에서 물러나게 될 때에 그것을 언짢게 생각하는 경우에, 그는 여러 가지 말로 그런 형제들을 잠잠케 했다.

한번은 그가 동료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말하려고 하는 다음과 같은 자세를 내가 지니지 못하고 있다면, 나는 작은 형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정해 봅시다. 내가 형제들의 장상으로서 총회에 나가 설교를 하고 형제들에게 권면을 하였는데 마침내 다음과 같은 말들이 나엑게 들린다고 합시다: ”너는 무식하고 천박스러워 우리에게 장상으로서 적합치 않다. 그러니 네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너는 설득력도 없고 우둔하며 무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비난과 조롱에 밀려 그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러한 말에 내가 한결같은 즐거움과 성화에 대한 한결같은 목표를 가지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로 작은 형제가 아닙니다.83)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장상직에는 전락(轉落)할 기회가 도사리고 있고, 칭찬에는 완전히 파멸할 기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종하는 사람의 겸손에는 영혼에 유익한 기회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때에도 이익보다는 위험에 더 많은 마음을 씁니까?

 

 

107

형제들이 성직자에게 복종하게 한 이유와 방법

 

146. 프란치스꼬는 그의 형제들이 모든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기를84) 바랐고, 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어린이들처럼 행동하기를 바랐다. 그는 각별히 성직자들에게 겸손할 것을 말로 가프쳤고 모범으로 보였다. 그가 말하곤 하였다: “우리는 영혼들을 구하는 일에서 성직자들을 도와 주도록 파견되었습니다.85) 그러니 그들에게서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우리가 채워야 합니다. 각자가 행사하는 권한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 수고에 따라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영혼을 구하는 일에서 그 소출을 냈을 때 이것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린다는 사실을 형제들은 알고 계십시오. 성직자들과 불화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면 영혼은 소출은 더 많아집니다. 인간 구원에 그들이 방해가 된다면 그들에게 징벌을 내리는 것이 하느님의 권리이며,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보복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86) 그러니 성직자들에게 복종하도록 하십시오.87) 그렇게 해서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한, 질투가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여러분이 평화의 아들이 되면88) 주님을 위해서 성직자나 인간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성직자들과 물의를 일으키면서 신자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보다 성직자들에게 복종하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더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 성직자들의 잘못을 감춥시다. 그들의  많은 결함을 우리가 메웁시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렇나 일을 할 때 더욱더 겸손합시다.

 

 

108

이몰라의 주교에게 존경심을 보임

 

147. 성 프란치스꼬가 로마냐89) 시의 이몰라에90) 왔을 때에 그곳의 주교에게91) 찾아가 설교할 허락을 청하였다. 주교가 그에게 말했다: “형제여! 내가 해도 됩니다.” 성 프란치스꼬는 머리를 조아리고 공손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들어갔다. 주교가 그에게 말했다: “형제여, 무엇을 원하십니까? 무슨 용무로 또 왔습니까?” 그러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말하였다: “주교님, 한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이쪽 문에서 쫓아내면, 그 아들은 저쪽 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주고가 이러한 겸손에 압도되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껴안고 말하였다: “내가 완전히 허락하노니, 당신과 당신의 모든 형제들은 앞으로 나의 교구에서 설교를 해도 좋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겸손을 보고 이 허락을 주는 것입니다.

 

 

109

성 프란치스꼬와 성 도미니꼬 간의 겸손과 사랑

 

148. 이 세상의 밝은 두 빛인 성 도미니꼬와 성 프란치스꼬가 후에 교황이 된 오스띠아의 주교와 더불어 로마에서 함께 한 일이 있었다.92) 그들이 주님에 관한 애정어린 말들을 서로 주고받은 후에, 이윽고 주교가 그들에게 말을 하였다: “초대교회에서 교회의 목자들은 가난했었고 사랑이 있었으며 탐욕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여러분의 형제들 가운데에서 앞으로 주교나 성직자을 뽑지 말아야 합니까? 그들은 배움이나 표양에서 누구보다도 탁월합니다.” 성인들 사이에 서로 대답을 안 하려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들은 서로 먼저 대답하려 하지 않았고 서로 양보하였다. 게다가 대답을 하라고 서로 재촉까지 하였다. 그들은 서로 존경했기에 상대방을 내세웠다. 마침내 겸손이 프란치스꼬를 정복하여 그는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겸손이 도미니꼬를 정복하여 겸손하게 복종하고 먼저 대답하였다. 복된 도미니꼬가 주고에게 답하였다: “주교님, 나의 형제들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이미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관계하는 한 그들이 또 다른 지위를 얻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짧게 그가 대답하자 이어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주교에게 목례를 하고 아뢰었다: “주교님 나의 형제들은 작은 자들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감히 큰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성소는 그들을 낮은 자리에 머무르도록 가르치고 있으며, 겸손하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지막에 그들은 성인들의 빛 안에서 다른 이들보다 높여질 것입니다. 만약 주교님께서 그들이 하느님의 교횔르 위해서 열매를 따기를 기대하신다면, 그들을 붙잡아 그들이 마다해도 낮은 자리로 그들을 끌어내리십시오. 하오니 아버지, 부탁합니다. 여하한 일이 있어도 그들을 성직에 오르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들이 가난한 마음보다는 자랑스런 마음을 갖게 되고, 거드름을 떨까 염려됩니다.” 이 복된 사람들의 대답들은 대강 이러하였다.

 

149. 성인들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은 이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시기와 질투는 당신들이 타락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야망은 당신들을 사생아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서로 물어뜯고 삼키고 있습니다.93) 여러분의 갈등과 싸움은 모두 여러분의 사욕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어두움이라는 적과 격투를 벌여야 합니다.94) 당신들의 투쟁은 악마의 군대에 대항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여러분의 칼날의 표적을 서로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승들은 지혜에 싸여 그들의 얼굴을 속죄판95) 쪽으로 맞대고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였으나, 그의 아들들은 시기로 꽉 차 서로 대면도 않습니다. 이렇게 갈라진 마음을 가지고 육신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사랑의 끈이 하느님의 말씀의 봉사자들을 서로 좀더 튼튼히 결속시켜 놓는다면 틀림없이 거룩한 가르침은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이 세상에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거나 가프치는 것이 크게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안에 어떤 증오의 그림자가 뚜렷한 증거로서 우리에게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착한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양쪽 다 나쁜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이 거룩함을 좀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악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잘난 체하는96) 형제들에게 이제 무슨 말을 할까요? 우리의 스승들은 겸손의 길로 천국에 이르렀습니다. 오만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욕망의 주위를 서성이는 아들들은 천국에 이르는 길을 묻지 마십시오. 스승의 길을 따르지 않고 어떻게 영광을 바랍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주님!97) 이 제자들을 그들의 겸손하신 스승의 날개 아래 겸손한 자들이 되도록 해 주십시오. 이 영적인 형제들이 서로가 아량을 베풀도록 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자식들, 또 자식들을 보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이스라엘에 평화 있기를 빌고 바랍니다.98)

 

110

서로 칭찬함

 

150. 전술한 바와같이99) 하느님의 종들이 답변하자, 오스따아의 주교는 그들 둘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고 하느님께 크나큰 감사를 드렸다. 자리를 물러나며 복된 도미니꼬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허리에 띠고 있는 띠를 자기에게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이러한 일에 마음내켜 하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요구하면서 보여준 사랑만큼 성 프란치스꼬는 겸손하게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내 이 간청자의 복된 열성이 승리를 거두었고, 도미니꼬는 건네어진 띠를 투니카 밑에다 아주 경건하게 둘렀다. 그러고 나서 둘은 손을 맞잡고 서로를 아주 진심으로 칭찬하였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복된 프란치스꼬, 당신의 형제회와 우리 회를 통합하여 같은 회칙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살았으면 싶습니다.” 끝에 가서 서로 헤어졌고 당시 거기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성 도미니꼬가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참으로 다른 모든 수도자들이 이 거룩한 사람 프란치스꼬를 따라야 합니다. 그의 거룩함의 완덕은 위대합니다.

 

 

111

참다운 순명을 위하여 늘 원장을 둠

 

151. 이 지극히 신둥한 장사꾼은 여러 방법으로 이득을 보기 위하여 현재를 온전히 공로를 얻는 데에 써 버렸다. 그는 순명의 고삐 아래 이리저리 움직여지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의 지시에 복종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총봉사자직을 사임하였을 뿐 아니라1) 순명의 보다 훞륭한 선업을 위하여 장상으로 모실 특별원장을2) 자기를 위하여 청하였다. 그가 전에 거룩한 순명을 약속한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에게 말하였다:3)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합니다. 나애게 동료 중의 하나로 하여금 당신을 대신하게 해 주십시오. 내가 당신에게 복종하듯 그에게 열의있게 복종하겠습니다. 나는 순명의 열매를 알고 있으며, 다른 이의 멍에에 자신의 목을 디미는 자에게는 언제나 이득이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진지한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그는 죽을 때까지 어디에서나 순명하는 자로 머물렀다. 그는 항시 그의 개인 원장에게 공경심을 가지고 복종하였다.

그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었다 :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여러 은혜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입회한지 한 시간밖에 안되는 어느 수련자가 나의 원장이 된다면, 나는 그에게 노인이나 아주 생각이 깊은 사람에게 심혈을 기울여 복종하듯 그렇게 순종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 은혜입니다. 순명하는 형제는 장상 안에서 인간을 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장상이 부족한 사람이면 부족한 사람일수록 그에게 순종하는 형제의 겸손은 하느님을 더욱 즐겁게 할 것입니다.

 

 

112

참되게 순명하는 자, 그리고 순명의 세 종류

 

152. 어느 때에 그가 동료들과 자리를 같이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였다 : “자기 장상에게 완벽하게 순명하는 수도자는 온 세상을 통틀어 거의 없습니다.” 그의 동료들이 크게 술렁이며 그에게 말했다 : “사부님, 그러면 어떤 순명이 완벽한 것이고 가장 높은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그가 참되게 순명하는 자를 시신에다 비유해서 묘사하며 답하였다 : “당신이 원하는 곳에 시신을 놓아 보십시오. 움직이게 해도 저항하지 않고, 그 위치에 대해 투덜거리지도 않으며, 다시 자리를 옮겨도 울부짖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상좌에 앉히면 올려다보지를 않고 내려다봅니다. 자주빛 옷을 입히면 두 배 정도는 더 창백해 보입니다.4) 바로 이 사람이 참되게 순명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동되는 이유를 묻지 않고, 어디에 놓여지든 관심이 없으며, 다른 곳으로 바꿔 달라고 고집스럽게 말하지 않습니다. 직책이 올라가도 자기의 습관된 겸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공경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을 더욱 하찮게 여깁니다.

또 어느 때에 이와 똑같이 이야기를 하며 말하였다. 요청을 해서 허락을 받는 것도 순명이지만, 요청 없이 명령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더 거룩한 순명이라고 말하였다.5) 둘 다 좋지만 후자가 더 완벽하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러나 살과 피가 섞이지 않는 가장 높은 순명은 그들의 이웃을 구원하기 위해서 혹은 순교의 열망으로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비신자들에게 가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6) 바로 이러한 허락을 요청하면 하느님께서 이를 가장 기쁘게 받아 주실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113

순명의 이름 아래 가볍게 명을 내릴 수 없음

 

153. 그러므로 프란치스꼬는 순명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이 무기를 처음부터 꺼내서는 아니 되며,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명의 이름 아래 주어지는 명령에 급히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인간을 존경하지 않는 것이라고7) 그는 생각했다.

이것보다 옳은 말은 없다. 경솔한 장상이 가진 명령의 힘은 격분한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수도자가 순명을 걷어차 버리는 것보다 더 난감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114

열의에 이끌려 왔으나 허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모자를 불 속에 던짐

 

154. 한 형제가 허락도 받지 않고 혼자 왔기 때문에 프란치스꼬가 그의 모자를 벗기고, 그것을 화염 속에 던지도록 명하였다. 그들은 스승의 얼굴이 조금만 일그러져도 당혹감에 싸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 모자를 꺼내려고 하지 않자, 성인이 불속에서 그 모자를 꺼내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그 모자는 조금도 그을리지 않았다. 물론 이 모두가 성인의 공로 때문이기는 하지만, 필경 그 형제에게도 공로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비록 모든 덕행 중에서 키잡이 덕행인 신중함의 덕이 그에게 없었지만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을 뵙고 싶어하는 열의가 그를 달려오게 하였으니 말이다.

 

 

좋은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

115

어느 착한 형제의 표양, 그리고 옛 형제들의 관습

 

155. 프란치스꼬는 죄의 어두움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빛의 모범을 보여 주기 위하여 작은 형제들이 주님으로부터 이 시기에8) 파견받았다고 말하곤 하였다. 온 세계에 퍼져 있는 거룩한 형제들에 관한 훌륭한 일들을 들을 때, 그는 가장 흐뭇한 향기에9) 싸이며 값진 향유에10) 기름발라진다고 말하곤 하였다.

바르바로라는 이름의 어떤 형제가 치프러스 출신의 귀족이 있는 데서 다른 형제에게 욕을 퍼부었다. 다른 형제가 자기의 그 욕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을 알고, 그 형제는 자기 분에 못 이겨 당나귀의 똥을 가져다가 자기 입에 넣고 먹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였다 : “나의 형제에게 분노의 독을 뿜어낸 혓바닥은 똥을 먹어라.” 이것을 보자 그 귀족 기사는 아연실색하여 크게 감화를 받고 떠났다. 그리고 그 시간부터 그 기사는 자신과 자신의 물건들을 형제들의 뜻대로 하라고 선선히 내놓았다.

옛날에는 만일 형제들 중의 누가 다른 형제를 거스르는 말을 했으면, 그 형제는 어느 때고간에 즉각 땅에 엎드려 다른 형제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의 발에 입을 맞추었고, 이것만은 틀림없이 모든 형제들의 관습으로 지켰었다. 성인은 자기 아들들이 거룩한 표양을 보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큰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죄인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에 이끌어 준 형제들에게는 가장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11) 축복을 쌓아 놓았다. 그는 영혼들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그만한 열의가 자기 아들들에게도 있기를 바랐다.

 

 

116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그들에 대한 성인의 저주,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중대하게 생각함

 

156. 그러므로 악한 행실이나 표양으로 수도생활에 불명예를 몰고 온 형제들은 그의 가장 냉혹한 저주를 초래했다. 어느 날 폰디의12) 주교 앞으로 두 형제가 턱수염을 아주 기다랗게 기르고 왔는데, 이 형제들은 자신들을 더 비참하게 보이게 하려고 턱수염을 길게 기르는 형제들이었다. 주교가 그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수도원의 아름다움을 이런 야릇한 짓으로 더럽히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말을 성인이 듣고 즉시 일어나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13) 많은 눈물을 뿌리며 기도의 말을 쏟아냈다. 아니 차라리 그러한 풍조에 대해 재앙을 비는 기도였다 :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열 두 제자를 뽑으셨습니다. 그 중 하나는 떨어졌지만 나머지는 당신에게 매달렸고 그들은 한마음으로 거룩한 복음을 설교하였습니다. 주여, 당신께서는 이 마지막 시기에14) 당신의 옛 자비를 생각하시어, 믿음을 굳게 하고 당신의 복음의 신비를 전하기 위하여 형제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들이 이 일을 위하여 파견되었지만 만약 그들이 모든 이에게 빛의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어둠의 행실을15) 보인다면 당신의 면전에서 누가 그들을 대신하여 속죄할 수 있겠습니까? 이 수도회의 거룩한 형제들을 통하여 지난날에 당신께서 이루어 놓으신 일과 지금 이루어 놓으신 일을 나쁜 표양으로 무너뜨리고 파괴를 몰고 오는 자들에게 지극히 거룩하신 주님이신 당신으로 말미암아서, 또 온 하늘의 궁정으로 말미암아서, 그리고 당신의 미약한 저로 말미암아서 이들에게 저주가 내리게 하소서.

프란치스꼬의 축복 안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이 어디에 있으며, 바랐던 만큼 프란치스꼬와 친분이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자가 어디에 있는가? 회개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금하시는 어둠의 행실로 남을 위험에 빠지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는 형제들에게 화가 있을진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질진저!16)

 

157. 프란치스꼬는 가끔 말하곤 하였다 : “지극히 훌륭한 형제들의 행실로 해서 당황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죄가 없어도 악한 형제들의 표양 때문에 좋지 못한 평판을 견디어야 합니다. 그들은 날카로운 칼로 나를 찌르고, 나의 창자를 온종일 쑤십니다.” 그는 어떤 형제에 관한 나쁜 이야기를 듣고 슬픔이 되살아나게 될까 저어하여 형제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물러나 있곤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말하곤 하였다 :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형제회가 나쁜 표양 때문에 좋지 못한 평판을 들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일이 더 심해지면 형제회를 사람들 앞에 내보이기가 부끄러워질 것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형제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오직 성령의 이끄심으로만 인도를 받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살과 피가 그들을 때묻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이야말로 주님께 복을 받을 것입니다. 비록 기특한 행실이 그들에게서 발견되지 않고, 성인들을 열성으로 이끌었던 뜨거운 사랑이 그들에게서는 미지근하게 되는 상태에서도 가장 큰 유혹이 그들에게 닥쳐올 것입니다. 그러한 경우에도 바르게 드러나는 형제들은 앞서간 형제들보다 한결 나을 것입니다. 수도자라는 표시만으로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는 형제들에게 화가 있을진저! 그들은 게을러 우둔해질 것이며, 선택된 자에게 늘 시련으로 주어지는 유혹 앞에 견고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악한 형제의 악의로 말미암아서 시달림을 받고 또한 이 시련을 이겨낸 자만이 생명의 월계관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7)

 

 

117

하느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형제회의 형세에 관한 계시,

그리고 형제회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

 

158.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방문에 크나큰 위안을 받았다. 그 방문으로 그는 형제회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서 있으리라는 확신을 받았다. 떨어져나간 형제들이 숫자가 선택된 자들의 충당으로 틀림없이 매워질 것이라는 약속이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그가 형제들의 나쁜 표양에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걱정을 하다가 기구를 드렸을 때에, 그는 주님으로부터 이러한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 “작은 사람아, 그대는 어찌 그다지도 마음 뒤숭숭해하는가? 내가 나의 형제회의 목자로서 그대를 세우지 아니하였던가? 그런데도 그대는 내가 이 형제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이 일에 쓰려고 내가 단순한 너를 택한 것은 내가 네 안에서 하는 일을 따르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따르고 모방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들을 불렀고, 내가 지킬 것이고, 내가 키울 것이다. 그리고 떨어져나간 자들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른 이들을 뽑을 것이다. 만약 충당할 인원이 태어나지를 않았으면 내가 그들을 태어나게 하겠다. 그러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너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기나 하여라.18) 비록 형제회의 숫자가 셋으로 감소한다 해도 형제회는 나의 은총으로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그때부터 프란치스꼬는 무수히 많은 형제들의 불완전함이 단 한 명의 성인의 덕행으로 극복될 것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칠흑같은 어두움도 한 줄기 빛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게으름과 게으른 사람

118

사람이 하느님의 종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관하여

그에게 내린 환시

 

159. 이 사람은 무상한 온갖 사물들을 제쳐놓고 주님께 매달리기 시작한 그때부터, 한 순간도 거의 헛되게 보내지를 않았다. 실로 그는 이미 주님의 보물 창고에19) 충분한 공로를 산적해 놓고도 항시 또 쌓을 태세를 취하였고, 늘 영신수련에 열성적이었다. 좋은 일을 안하면 그는 이를 범죄의 무덤으로 여겼고, 발전이 없으면 이를 퇴보로 판단하였다.

그가 어느 날 밤 시에나의 어떤 방에서 잠자고 있는 그의 동료들을 불러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내가 바라는 바는 오로지 주님의 종이 되는 것뿐인 까닭에, 황공하옵게도 주님께 제가 주님의 종인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보여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황공하옵게도 지극히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지금 막 이같은 답을 주셨습니다 : ‘네가 거룩한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할 때가 진정한 나의 종임을 알아라.’ 형제들이여, 그래서 제가 한시라도 이 세 가지 일들을 하지 않았다면 여러분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하려고 여러분을 불렀습니다.

 

 

119

뽀르찌웅꿀라에 있을 때, 한담에 대하여 보속을 줌

 

160. 언젠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하느님의 사람은 기도에서 나오는 얼마나 많은 소득이 그후의 한담으로 흘러나가는지를 깨닫고,20) 형제들에게 한담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강구하여 말하였다 : “만약 어느 형제가 한담이나 부질없는 말을 하면 그 형제는 그 즉시 잘못을 고백하고 주의기도를 매 한담마다 한 번씩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실수를 스스로 깨달아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처음부터 고백하면 자기의 영혼만을 위하여 주의기도를 한 번 바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담을 시작할 때에 다른 형제가 그의 실수를 먼저 지적하였으면 지적해 준 그 형제의 영혼을 위하여 주의기도를 한 번 바치도록 할 것입니다.21)

 

 

120

손수 일을 하며 게으름을 경멸함

 

161. 프란치스꼬는 주님께서 일과 친숙하지 못한 미지근한 사람을 당신 입에서 바삐 뱉아 버리신다고22) 종종 말하였다. 그 앞에서는 아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반드시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그는 시간이라는 가장 큰 선물이 새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온갖 완성의 표양을 보이기 위하여 몸소 일하였고 손수 노동하였다.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나는 나의 모든 형제들이 일을 하기를 바라며 어떤 일에 종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을 할 줄 모르는 형제들은 다른 기술을 배울 것입니다.23) 그는 그 까닭을 제시하였다 :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한가하여 마음과 혀가 탈선적인 일로 방황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그는 노동의 대가와 보수를 노동한 형제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게 하였고 원장이나 공동체가 하게 하였다.

 

 

121

게을러빠지고 탐욕스럽기만 한 형제들에 대해

성 프란치스꼬에게 드리는 하소연

 

162. 거룩하신 사부님, 오늘 자칭 당신의 아들이라고 하는 이들에 대하여 높은 곳에 계신 당신께 넋두리를 좀 할까 합니다. 많은 형제들이 덕행의 실천을 싫어하고 일을 마치기도 전에 쉬기를 바라니, 이것이야말로 그들은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이라기보다 루치페르의 아들들임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일을 하게 되어 있는데, 많은 형제들이 이 삶을 전투로 생각지 않고24) 무사답지 못하여 뒤로 빼기만 합니다. 그들은 활동을 통하여 매진하는 일을 달가와하지 않으며 관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일을 손이 아니라 입으로하여 모든 형제들의 심사를 뒤집어놓고는 성문 앞에서 시비를 올바로 가리는 사람을25) 미워하며, 삐끗한 말을 못하게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땀을 흘리지 않고는 자기 집에서 살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일도 하지 않고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말씀마따나 가난한 형제들의 땀만 빨아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뻔뻔스러움을 아직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놀라운 약삭빠름!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으면서 그들은 늘 바쁘다고 합니다. 식사시간은 잘도 압니다. 때도 되기 전에 조금만 배가 고파도 해가 잠자러 갔다고 불평합니다. 착하신 사부님, 이 괴물 같은 사람들을 당신의 영광에 합당하다고 믿어야 하겠습니까? 그들은 당신의 수도복에도 합당치 못한 자들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내세에서 구걸하러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이 거짓스럽고 무상(無常)한 시대에 공로의 풍요를 추구하라고 늘 가르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그들이 차지할 몫이 없습니다. 그들은 유배지로밖에 갈 수 없는 신세들입니다. 이 전염병이 아래 형제들에게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죄의 결과로 받아야 할 처벌에서 자기들이 면제되려고 그러는지 장상들이 이것을 못본 척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들

122

설교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163. 영적인 사물들을 몰두하여 연구하는 그리고 직책으로 인해 지장을 받지 않는 형제들이 하느님의 말씀의 봉사자가26) 되기를 프란치스꼬는 원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은 임금님의 입에서 나온 명령을 백성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위대하신 임금님이 선택하신 사람들이라고 종종 말하였다. 그러나 그가 말하였다 : “설교자는 거룩한 설교에서 쏟아 놓을 내용을 은밀한 기도에서 먼저 끌어내야 합니다. 의미없는 말을 밖으로 내지 않으려면 설교자는 먼저 자신이 내적으로 뜨거워져야 합니다.” 그는 이 직책이 존경할 만한 직책임을 말하였고, 말씀을 베푸는 사람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이들은 교회의 생명입니다.27) 이들은 악마를 공격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세상의 빛입니다.

그는 거룩한 신학박사들을 마땅히 더욱 큰 공경을 드려야만 하는 분들로 여겼다. 그가 모든 이에게 글을 쓴 적이 있다 : “우리는 모든 신학자들과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하는 분들을 우리에게 영과 생명을 넣어 주는 분들로서 받들어 존경해야 합니다.28) 복된 안또니오에게 편지를 쓸 때에는, 서두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하였다 : “나의 주교님, 안또니오 형제에게.29)

 

 

123

헛된 찬사를 구하는 형제들, 그리고

예언자의 말씀을 해석함

 

164. 프란치스꼬는 헛된 찬사를 들으려고 설교를 자주 파는 설교자들을 가련하다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독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매번 다음과 같은 해독제로 치료하였다 : “죄인들을 변화시킨 것은 나의 순박한 형제들의 기도였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자신이 그 사람들을 회개시켰다고 자랑합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 못 낳던 여자가 아이를 많이 낳았다”30)는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 “아이 못 낳던 여자란 교회를 위하여 자녀를 낳을 의무가 없는 나의 가난한 작은 형제입니다. 그러나 이 형제가 심판날을 자녀를 많이 낳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형제들이 지금 개인기도로 회개시켜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심판관이신 그분께서 그때에는 개인기도를 한 그 형제의 영예로 기록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들 많던 어미는 그 기가 꺾일 것입니다.31) 왜냐하면 많은 이들을 자기의 힘으로 낳은 것처럼 기뻐하는 설교자가 개인적으로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그때에 가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고 말만 미끈하게하여 설교자로서보다는 달변가로 칭찬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프란치스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시간을 설교에 바치고 신심생활에는 바치지 않는 설교자들은 시간 활용을 잘못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분명 설교자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수시로 자기 안에서 말씀을 음미하여 맛들이는 이에게만 그러하였다.

 

 

제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관상함

124

생물과 무생물을 향한 성인의 사랑

 

165. 이 세상은 우리가 순례하는 유배지이기에 여기를 바삐 떠나려 했던 이 복된 나그네는 이 세상에 있는 사물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벌써 받고 있었다. 프란치스꼬는 암흑세계의 지배자 32) 마귀와의 관계에서는 이 세상을 전쟁터로 보았지만,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선하신 하느님의 매우 밝은 표상으로 보았다그는 창작가이신 그분을 찬미하였다. 피조물들에게서 무엇을 발견하든 그는 그것을 창조주와 관련시켰다. 그는 주님의 손에서 빚어진 모든 작품 안에서 즐거워하였고,33) 유쾌한 사물들의 배후의 뜻을 살핌으로써 그 사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이성과 원인을 보았다.34) 그는 아름다운 사물들 안에서 아름다움 자체를 보았다. 모든 사물들이 그에게는 선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만드신 분은 가장 좋으신 분입니다.”라고 그에게 외쳤다. 그분의 발자국이 서려 있는 사물들을 통하여 그는 어디서나 사랑신 그분을 따라갔다.35) 그는 홀로 모든 사물에서 사다리를 만들어 그 사다리를 밟고 옥좌로 올라갔다.36)

그는 사물들에게 주님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고 주님을 찬미하라고 권고하면서 모든 사물을 황홀한 열정으로 껴안았다.37) 그는 빛과 등()과 초를 스스로 스러지게 놓아 두었다.38) 그들의 밝음을 그의 손으로 소멸시키기를 싫어하였으니, 그는 그것들을 영원한 빛이신 그분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돌 위를 조심스럽게 걸은 것은 그분이 바위로39) 불리신 때문이었다. “바위 위에 이몸을 올려 주소서”40) 하고 시편을 욀 때, 그는 더 큰 존경심으로 “바위의 발치에까지 이몸을 올려 주소서” 하고 말하곤 하였다.

그는 형제들이 땔나무를 벨 때, 나무를 통째로 자르지 말라고 하였다. 다시 싹이 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밭일을 하는 형제에게 밭둘레를 가꾸지 말고 그냥 두라고 일렀다. 때가 되면 초록빛 풀잎과 예쁜 꽃들이 만물의 아버지이신 그분의 아름다움을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향기 좋은 화초를 심기 위해서 밭에 작은 터를 남겨 두라고 일렀으니, 그 향기 좋은 화초들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영원한 감미로움이신 그분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었다.41)

발에 밟힐까 염려스러워 그는 길에 있는 작은 벌레를 옮겨 놓아 주었다. 그리고 꿀벌들이 겨울 한기(寒氣)에 굶어죽지 않도록 꿀과 가장 좋은 포도주를 내주라고 명하였다. 그는 모든 동물들을 형제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갖가지 동물 중에서도 온순한 것을 더 좋아하였다. 누가 이러한 일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있을까? 선의 근원이신 그분께서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이루시겠지만, 벌써 이 성인을 통하여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밝혀 주셨다.

 

 

125

피조물들이 그의 사랑을 돌려줌, 그리고

고통을 주지 않은 불

 

166. 그러므로 온갖 피조물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성인에게 되돌려 주려고 진력하였고, 마땅한 감사의 응답을 하였다. 그가 그들을 달랠 때 그들은 이를 반기었고, 그가 요구하는 일은 아무것이나 응하였으며, 그가 명하는 일은 무엇이나 복종하였다. 몇 가지만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프란치스꼬가 안질로 고생을 하던 차에, 치료를 하라는 종용을 받았고,42) 이리하여 한 의사가 그곳으로 왕진을 오게 되었다. 그 의사는 뜸을 뜨려고 쇠꼬챙이를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벌겋게 달구어질 때까지 그것을 화덕에 넣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포에 질린 자기 몸에 용기를 주려고 복되신 사부님은 불에게 말을 걸었다 : “나의 불 형제여, 그대는 아름다움에서 만물을 능가하며, 또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형제를 힘차고 아름답고 쓸모있게 만드셨습니다. 부탁하니,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예의바르게 대해 주십시오. 과거에43) 내가 주님 안에서 당신을 사랑했지 않습니까? 부디 이 시간에 형제의 열을 조절해서 나를 부드럽게 지지도록하여 주십사고 형제를 만드신 주님께도 청을 드리겠소.” 기도를 마치고 불에다가 십자성호를 긋고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대기하였다. 의사가 이글거리는 쇠꼬챙이를 손에 들었다. 모든 형제들은 약한 마음을 지닌 인간인지라 겁에 질려 달아났다. 성인은 쇠꼬챙이에게 자신을 기꺼이 그리고 쾌히 내맡겼다. 쇠꼬챙이가 지지직 하며 연약한 살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의사는 그 쇠꼬챙이로 서서히 귀에서부터 눈썹에까지 뜸을 떴다. 불에 지지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성인 자신의 말만이 고통의 정도를 증거할 수 있다. 달아났던 형제들이 돌아오자 사부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다 : “마음도 가슴도 모두 약한 사람들이여! 도망갈 게 뭐 있습니까? 여러분에게 진실로 말하겠습니다. 나는 불의 뜨거움도 살의 고통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의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 “그것 가지고는 아직 충분치 않으시다면 더 지지시오.” 의사는 그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바와는 전혀 다름을 알고 이 일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하나의 기적이라고 선언하였다 : “분명히 말합니다. 형제들이여! 나는 오늘 참으로 놀라운 일을 보았습니다.44)

나는 프란치스꼬가 태초의 무심(無心)으로 돌아갔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가 원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물건까지도 누그러졌던 것이다.

 

126

손에 앉은 새

 

167.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 작은 배를 타고 리에띠 호수를 가로질러 그렉치오 은둔소에 가고 있었다.45) 어느 어부 하나가 그에게 물새 한 마리를 바쳐, 그를 주님 안에서 즐겁게 하려고 하였다. 복되신 사부님이 그것을 기쁘게 받았다. 그리고 그는 새를 쥐고 있던 손을 펴면서 새에게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새는 날아갈 꿈도 꾸지 않고, 그의 손을 둥지삼아 쉬고 싶어했을 때에 성인은 시선을 들어 기도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성인이 딴 세계에서 돌아와 새에게 먼저 가지고 있던 자유로 돌아가라고 부드럽게 명하였다. 강복과 함께 이 허락을 받아들여 새가 날아 올랐다. 몸뚱이를 파닥거려 기쁨을 표하였다.

 

 

127

 

168.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사람들의 눈과 대화를 피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으로 어느 은둔소에 체류하고 있을 때, 그 은둔소에46) 둥지를 튼 매가 프란치스꼬와 친밀한 우정으로 맺어진 사이가 되었다. 밤마다 그 매가 꾸룩거리고 푸드덕거려 그것으로 기도시간을 알려 주는 때에, 성인은 습관적으로 일어나 하느님께 예배를 드렸다. 그 새가 그를 대단히 염려해 준 덕분에 그는 기도를 미적미적하는 일이 없게 되었으므로 하느님의 성인은 이 일이 매우 기뻤다. 그러나 성인이 평소의 병세보다 심한 병고에 시달릴 때는 매가 그를 아끼느라고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참으로 하느님에게서 지령이나 받은 듯이 그 새는 아주 조용히 목소리의 종을 울려 여명을 알렸다.

모든 피조물들이 창조주를 사랑하는 데에 으뜸이신 그분을 공경한다 해서 놀라울 것이 없다.

 

 

128

 

169. 하느님의 종이 사십 일 동안 아주 엄격하게 고행을 실천하려고 어떤 산에다 방 한칸을 들였다. 사십 일이 다 차서 그는 자리를 떴고, 그 방은 아무 입주자도 없이 뒤에 남게 되어 외딴 장소가 되어 버렸다. 성인이 물을 마시는 데 사용했던 질그릇이 함께 버려진 채였다. 그런데 몇 사람이 성인에 대한 공경심에서 그곳에 갔다가 그 그릇에 벌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벌들이 그릇 속에다 틀림없이 그곳에서 성인이 체험했던 달콤한 관상을 뜻하는 작은 꿀집들을 멋지게 지었다.

 

 

129

 

170. 시에나의 어느 귀족 하나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꿩 한 마리를 보냈는데, 당시에 성인은 몸이 불편했었다. 그가 그것을 기꺼이 받고서 좋아하였지만, 그것을 잡아먹을 생각에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통상대로 조물주를 위한 사랑에서 좋아하였다. 그리고 그가 꿩에게 말했다 : “꿩 형제여, 우리의 조물주께 찬미를 드립시다!” 그리고 그가 형제들에게 말했다 : “자, 꿩 형제가 우리와 같이 살 마음이 있는지, 아니면 평소에 저희들이 잘 모이던 편한 곳으로 돌아가는지 한 번 봅시다.” 형제 중의 하나가 그 꿩을 들고 성인의 말씀에 따라 멀리 떨어져 있는 포도밭에 갖다 놓았다. 과연 그 꿩은 곧바로 사부님의 방으로 왔다. 프란치스꼬가 이번에는 더 멀리 갖다 놓으라고 다시 명하였다. 그래도 꿩은 무서운 속도로 그의 방문으로 돌아와서는 문에 서 있는 형제들의 수도복 밑으로 거의 강제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자 성인은 그 꿩에게 공들여 먹이도 주며, 안아도 주고 또한 고운 말씨와 더불어 쓰다듬어 주기도 하라고 일렀다. 하느님의 성인을 무척 따르던 어느 의사 하나가 이 꿩을 보고, 형제들에게 그 꿩을 달라고 하였다. 그것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성인에 대한 공경심에서 그것을 키우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그가 꿩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러자 꿩이 성인과 헤어지는 석별의 고통 속에 있기나 한 듯이 프란치스꼬와 떨어져 있는 동안 내내 식음을 전폐하였다. 의사가 놀라 곧바로 꿩을 성인에게 데려다 주고는 그에게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 꿩은 땅에 놓이자마자 자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꿩은 온갖 슬픔을 떨쳐 버리고 즐겁게 모이를 먹기 시작하였다.

 

 

130

매미

 

171. 뽀르찌웅꿀라에서 하느님의 성인의 방 가까이에 매미 한 마리가 있었는데, 무화과나무에 앉아서 자주 구성진 가락을 뽑았다. 때때로 복되신 사부님이 매미를 향하여 한 손을 들고 다정하게 부르며 말하였다 : “나의 매미 자매여! 이리 와봐요!” 매미는 이성이 있어 알아듣기나 한 듯이 즉시 날아와 그의 손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프란치스꼬가 매미에게 말하였다 : “나의 매미 자매여! 노래하시오. 당신의 창조주를 즐거운 노래로 찬미하시오.” 이에 지체없이 순명하여 매미가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매미의 노래와 자기의 찬미를 한데 섞어 하느님의 사람이 매미에게 늘 놀던 곳으로 가라고 명할 때까지 매미는 쉬지 않고 목청을 뽑았다. 매미는 마치 그 자리에 박힌 듯 계속해서 8일간 무화과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성인은 자기 방에서 나오면 항상 매미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고, 매미는 노래를 하라 하면 언제라도 그의 명령에 순명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성인이 동료들에게 말하였다 : “이제 우리의 매미 자매를 떠나 보내도록 합시다. 매미 자매는 지금까지 우리를 한껏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이러한 것들에 대해 헛된 자랑을 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프란치스꼬의 허락을 받고 매미가 즉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 형제들이 크게 놀랐다.

 

 

 

131

그의 사랑, 그리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완덕의 표양을 보임

 

172. 프란치스꼬의 이러한 사랑의 강렬함이 그를 온갖 피조물의 형제가 되게 하였을진대,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를 창조주의 모습이 찍힌 사람들과 더 친절한 형제가 되게 한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이 못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흔히 구령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고 말하였고, 그 증거로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황공하옵게도 영혼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린 사실을 자주 제시하였다.하여 그는 기도에 진력하였고, 설교에 지칠 줄 몰랐으며, 표양을 보이는 데에 한이 없었다.47) 그는 그리스도께서 사랑했던 영혼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그리스도의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이것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한 가지 직책에 종사한 그리스도의 조력자들인 신학자들을48) 그가 특별히 존경한 주된 이유이다. 그는 그의 형제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헤아릴 수 없는 애정으로 사랑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믿음있는 같은 식구들이었고, 하느님이 약속하신 영원한 유산의 참여로 그들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173. 그의 엄격한 생활이 지적받을 때마다 그는 어미 독수리가 새끼들을 날도록 독려하여야 하듯이49) 자기도 형제회의 모범으로 주어졌다고 대답하곤 하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영에 순종을 잘 하는 그의 죄없는 육신에게는 그 허물 때문에 매질을 할 필요가 도무지 없었는데도 그는 모범을 보이기 위하여 육신에 연거푸 벌을 가하고 몸을 거칠게 다루었으니,50) 이는 순전히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였다.

기실 장상들의 말보다는 그 행동에 더 존경이 가는 법이다. 사부님은 행동으로 더 감미롭게 말씀하셨고, 행동으로 더 쉽게 권면하셨으며, 행동으로 더 뚜렷하게 길을 제시하셨다. 비록 장상들이 인간의 여러 언어들을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고 하더라도51) 사랑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자신들에게도 이득될 것이 없다.52) 훈계하는 사람이 자신을 돌이켜볼 줄도 모르고 이성 대신에 변덕을 부릴 때, 그가 도장을 찍으며 권위를 행사한다 해서 그것만으로 구령에 이르기에 충분할까? 작은 시냇물이 좁고 고랑을 지나 작은 꽃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53) 아무튼 우리로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실행해야 한다.54) 형이 아우를 섬기도록55) 가시나무에서 장미를 따자.56)

 

 

132

제자들을 돌봄

 

174. 자기 제자들을 프란치스꼬만큼 돌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항시 그들을 진정한 이스라엘 사람이57) 되게 하기 위하여 그의 손을 하늘로 쳐들고 있었으며, 때때로 자신을 잊을 만큼 오로지 그의 관심은 자기 형제들의 구원에 있었다. 그는 전능하신 분의 발 아래 엎드렸고, 자기 아들들을 위하여 마음의 희생을 바쳤으며,58)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들에게 은총을 허락하시도록 하였다. 그가 자기가 이끄는 작은 양떼를 사랑과 두려움으로 애련히 여겼던 것은, 그들이 세상을 잃은 후에 하늘까지도 잃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자녀들을 낳을 때에 가지는 그러한 수고보다는 더한 수고로 그의 정신이 낳은 형제들인 자기에게 맡겨진 그들을59) 자기와 함께 영광되게 하지 못하면 자기에게는 내세의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133

앓는 형제에 대한 동정심

 

175. 프란치스꼬는 앓는 형제들을 크게 동정하였고, 그들의 필요에 대해 많은 염려를 하였다. 어떤 때 세속 사람들이 그에게 특별한 음식을 친절히 보내면, 다른 형제들보다도 자기에게 그 음식이 더 필요했지만 그는 그것을 아픈 형제에게 돌렸다. 그는 앓고 있는 형제의 고통을 자기가 짊어졌고,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없으면 동정어린 말이라도 하였다. 그는 아픈 형제가 부끄러워서 먹지를 못할까 염려하여 단식일에도 몸소 먹곤 하였다. 그리고 아픈 형제를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고기를 구걸하는 것도 그에게는 부끄럽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앓는 형제에게 인내로이 부족함을 참으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요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해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하였다. 그래서 회칙의 한 구절에60)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썼다 : “나는 나의 모든 앓는 형제들에게 부탁합니다. 아프다 해서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마십시오. 영혼의 원수 곧 죽을 육신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지나치게 안달하는 마음에서 약을 지나치게 요구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를 드리고,61) 주님이 원하시는 그대로 되기를 자신도 원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작정하신 사람들62)을 채찍과 병고라는 자극제로 단련시키십니다. 그분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일수록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63)

 

176. 어느 앓고 있는 형제가 포도를 몹시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프란치스꼬가 그 형제를 포도밭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포도나무 밑에 앉아서 그에게 먹을 용기를 주려고 자기가 먼저 먹었다.

 

 

134

마음이 병든 형제들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병든 형제들을 돌보지 않는 형제들

 

177. 그가 알기에 유혹을 받아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괴로워하여 마음에 풀이 죽어 있는 병든 형제들을 프란치스꼬는 크나큰 자비심으로 소중히 여겼고, 한없는 인내로 기운을 북돋우어 주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위험스럽지는 않다 싶으면 신랄한 교정을 삼갔으며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매를 아꼈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든 형제들을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죄지을 기회를 예방하기 위하여 장상은 폭군이 아니라 하나의 아버지여야 한다고64) 프란치스꼬는 말하였다.

미쳐 가는 우리 시대야말로 진정 딱한지고! 자칫하면 떨어져 버릴 형제들을 끌어올려 주고 기운을 북돋우어 주기는커녕 우리는 때때로 그들을 밀어 떨어뜨리니. 우리는 십자가에서 큰 소리와 눈물을 바치신 위대하신 목자의65) 품에서 어린양 한 마리를 빼내는 것을 가볍게 보고 있다. 거룩하신 사부님은 파멸시키기보다 잘못을 고쳐 주기를 원하셨으니, 우리와는 얼마나 다르신가! 우리는 어떤 형제들 안에 병든 의지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약이 아니라 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손으로 쓰다듬어 주는 것보다 쇠막대로66) 다스리는 것이 많은 형제들에게 더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름과 포도주,67) 회초리와 지팡이,68) 호됨과 자애, 뜸과 기름 부음, 투옥과 인자, 이 모든 것이 다 그 때가 있다.69) 복수의 하느님과70) 자비의 하느님도71) 이 모든 것을 다 요긴해 하신다. 그러나 그분이 반기시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72)

 

135

스페인 형제들

 

178. 이 지극히 거룩한 사람은 선의 향기가 자기 아들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때때로 하느님을 향하여 넋을 잃었다.73)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어느 스페인 사제 형제가 프란치스꼬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복이 있었다. 스페인 형제들에 대하여 전해 준 여러 소식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기쁜 소식으로 그는 성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 “당신의 형제들이 우리 나라에서 어느 초라한 은둔소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반은 집안 일을 보고 있고, 반은 관상을 하고 있습니다. 집안 일을 하던 형제들은 일주일마다 관상을 하던 형제들과 바꾸며, 관상을 하던 형제들의 고요가 집안 일의 분주함으로 바뀝니다.74)어느 날 식탁이 차려지고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자, 자기들의 차례에 관상을 하던 형제들이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왔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들은 식사하라고 그를 부르러 방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님의 더 풍성한 식탁에서 음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십자 모양으로 팔을 벌린 채 땅에 대고 엎드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숨소리도 없었고 움직이지도 않아서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초 두 자루가 그의 머리 맡과 발치에서 타고 있었습니다. 촛불이 밝은 빛으로 그의 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흔들어 깨우지 않으려고 하였고,75) 그의 황홀경을 방해하지 않으려 하였기에 그는 평화 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문틈으로 형제들이 그를 훔쳐보며 담벼락 밖에 서서 기웃거렸습니다.76) 더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의 벗들이 동산에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려는데,77) 갑자기 불이 꺼지고 그 형제가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가 바삐 일어나 식탁으로 와서 늦은 잘못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상과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형제가 말을 마쳤다. 성 프란치스꼬는 아들들의 향기가 진동하여 그 기쁨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그는 돌연 일어나 찬미를 드렸고, 마치 자기의 유일한 자랑거리는 자기 형제들의 기쁜 소식을 듣는 것인 양 전신이 즐거워 폐부에서 우러나는 말로 크게 외쳤다 : “가난한 형제들을 거룩하게 하시고 다스리시는 주여, 당신은 나의 형제들의 기쁜 소식을 듣게 하시어 이렇게 기쁨을 저에게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가장 큰 강복으로 그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좋은 표양으로써 서원생활의 향기가 풍기게 하는 모든 형제들에게 특별한 은혜를 주시어 거룩해지도록 하소서.

 

 

136

은둔소에서 나쁘게 사는 형제들, 그리고 그가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를 원함

 

179. 사랑하는 형제들의 좋은 결과에 함께 기쁨을 나누기를 무척 바랐던 성인의 자애를 위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잘 볼 수 있지만, 반면에 은둔소에서 나쁜 생활을 하는 형제들은 적잖이 호되게 힐책받았음도 우리는 안다. 관상소를 어중이떠중이들이 게으름의 장소로 바꾸고, 영혼의 완성을 위하여 생긴 은둔생활을 향락의 소굴로 바꾼 것이다. 오늘의 은둔자들의 규범은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형제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살아 있는 성인들처럼 아주 훌륭한 규칙에 맞게 살고 있음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홀로 숨어서 꽃을 피운 그들의 전임자였던 스승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오늘의 은둔 형제들이 초대의 은둔 형제들의 아름다움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하여 초대 형제들의 올바른 생활에 대한 찬사가 영원하기를!

 

180. 더욱 사랑을 갖도록 권하면서 성 프란치스꼬는 그들에게 서로서로 붙임성있고 가족적인 친근감을 보이라고 타일렀다. 그가 말하였다 : “나는 나의 형제들이 한 어머니의 자녀들임을 보여 주기를 바라며, 만약 누가 투니카나 떠나 그밖에 다른 물건들을 요구하면 다른 형제는 너그럽게 그것을 그 형제에게 주기를 바랍니다. 형제들은 책과 필요한 물건들을 돌려가며 써야 하고, 그래야만 누구도 다른 형제에게서 물건을 뺏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그는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통해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 앞장서서 이러한 일들을 실천했다.

 

 

137

그가 자기의 투니카를 준 두 명의 불란서 형제

 

181. 대단히 거룩한 불란서의 두 형제가78) 성 프란치스꼬를 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성인을 만나는 일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는데, 만나뵙기를 오랫동안 눈이 빠지도록 갈망했던 차라, 성인을 보자 그들의 기쁨이 배가(倍加) 되었다. 반가운 인사들을 서로 나누었고,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나눈 후에 그들은 애틋하게 그의 투니카를 청하였다. 그는 즉시 투니카를 벗어 알몸이 되었고, 그것을 기꺼이 그들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고는 더 너덜거리는  형제의 투니카를 받아 끼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투니카를 주어 버릴 채비가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달라고 하면 무엇이나 다 유쾌하게 주었다.

 

 

비난, 봉사자들, 단순성

138

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 대한 처벌

 

182. 사랑으로 차 있는 영혼은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사람을 싫어하는 법인데, 거룩하신 사부님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어떤 사악한 사람에게보다도 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게 유독 치를 떨었다. 그러한 형제들은 독약을 혀로 실어 와서 그것으로 다른 형제들을 물들게 한다고 그는 말하곤 하였다.79) 그는 말로 갋으며 노닥거리기 좋아하는 형제들이 말을 할 때는 그 자리를 피하였으며, 그러한 말을 들으면 그는 우리가 직접 본 일이지만 귀가 더러워질까봐 귀를 돌렸다.

어떤 형제가 다른 형제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을 프란치스꼬가 듣고 그의 총대리인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를 향하여 다음과 같은 끔찍스런 말을 하였다 : “이런 증상 모략자들에게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이 형제회에 분열이 생길 것이요. 악취를 풍기는 입들을 다물지 않으면 많은 형제들의 감미로운 향기가 곧 흉악한 냄새로 변할 것입니다.80) 정신 차리시오, 정신 차리시오! 부지런히 조사해 보시오. 누명을 쓴 형제의 무고함이 드러나면 모함꾼을 모두에게 알리도록하여 엄중히 바로잡도록 하시오. 만약 당신이 직접 그를 처벌할 수 없으면 그를 피렌제의 주먹 좋은 형제에게 넘기시오”(성인은 일상 피렌제의 요한 형제를81) 주먹 좋은 형제라고 불렀다. 그는 신체 건강하고 힘이 장사였다). 그가 말하였다 : “이러한 무서운 병이 더 퍼지기 전에 형제와 모든 봉사자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는 형제들의 명성을 앗아가 버린 그런 형제의 수도복은 빼앗아야 하며, 그가 앗아간 것을 먼저 복구시켜 놓지 않으면 그의 눈을 하느님께 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때때로 판단하곤 하였다.

이 말씀이 동기가 되어 당시의 형제들이 엄한 벌칙을 세워 이 악행을 끊었고, 다른 형제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로, 또한 기필코 입질하지 않기로 서로 단단히 합의하였다.

그래야지! 옳다마다, 여부가 있나! 비난을 일삼는 형제는 인간의 쓸개요, 사악의 누룩이며, 세상의 치욕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일구이언하고 거짓말이나 하는 형제는 수도원의 추물이요, 공동체의 독이며, 불화를 조장하는 작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슬프다, 이 땅 위에 독살스런 동물들이 많고, 아무도 그 뿌드득거리는 험악한 이빨을 피할 수 없도다! ()은 모함꾼에게 주어지고, 순수는 파괴되었으며, 빨마가지는 늘상 불순한 자에게 주어진다. 보라, 사람이 정직하게 살 수 없는 풍토에서는 사람은 타인의 명성을 찢어발겨 거기에서 밥과 옷을 얻는다.

 

183. 그래서 성 프란치스꼬가 자주 말했다 : “비난을 일삼는 자들이 하는 말은 이런 것입니다 : ‘내가 무슨 덕행이야 덕행은! 나는 학식도 그저 그렇고, 내세울 만한 재주도 없어! 그러니 이것 가지고는 하느님만 아니라 인간들 하고도 함께할 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이거 참! 옳지 좋은 수가 있다.82) 뽑힌 자들에게 대항하여 흉계를 꾸미고,83) 권력있는 형제들을 포섭해야 겠다. 지금의 나의 장상도 어디까지나 인간일 뿐이고, 저나 나나 하는 짓이 어떤 대 보면 똑같아. 하는 짓이 체드루스는 잘라 버리고 숲에는 가시덤불만 남게 하니!’ 아, 가련한 자여! 인간의 살로 실컷 배를 채워라! 다른 식으로는 살 길이 막막하니 다른 형제들의 내장을 갉아 먹고나 살아라! 그러한 형제들은 좋게 보이려고만 하지, 좋아지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를 권력으로 보호해 주는 형제들만을 칭찬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칭찬하는 사람의 귀에 그 칭찬이 들어갈 것 같지 않으면 칭찬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헛된 칭찬을 들으려고 단식해서 얼굴을 창백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온갖 일들을 비판하지만 자신은 누구한테도 비판받지 않으려 하면서 영적인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합니다.84) 그들은 거룩하다는 평판을 받지만 그들의 행실은 거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천사라는 이름을 듣지만, 덕행은 천사들의 덕행이 아닙니다.

 

 

139

봉사자들은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184. 프란치스꼬가 주님께 거의 불리어 갈 즈음에 하느님의 일들을 항시 걱정하는 어느 형제가 형제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프란치스꼬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 “사부님, 당신이 돌아가시면 당신을 따르던 이 수도가족은 눈물의 골짜기에 버려지게 됩니다. 당신이 믿을 수 있고, 또 봉사직의 임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이 형제회 안에 있으면 지목하십시오.” 성 프란치스꼬는 말끝마다 한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이렇게 각양각색인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의 통솔자와, 이렇게 덩치가 큰 무리의 목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못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을 위한 한 인물을 속담 그대로 직접 내 손으로 풀이하고 상정(想定)해 볼까 합니다. 이 수도가족의 스승이 되려면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가 분명히 드러나는 그러한 인물을 말입니다.

 

185. 그가 말하였다 : “그 사람은 아주 진실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신중하고 덕망이 높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정해진 사람에게만 호의를 베풀어 전체에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사사로운 애정이 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거룩한 기도에 열중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자기의 영혼을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무리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아침의 첫출발을 거룩한 미사 봉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긴 기도로써 자신과 무리를 하느님의 보호에 내맡기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도를 하고 나와서는 모든 이가 그를 귀찮게 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모두에게 해답을 줄 수 있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는 편애를 보이는 더러운 죄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지혜롭고 높은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보잘 것 없고 대단치 않은 형제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는 우리의 서원과 완덕의 부패 원인인 돈에 질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작은 형제회의 우두머리로서 다른 형제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는 돈주머니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자기를 위해서는 수도복 한 벌과 수첩으로 충분하며,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는 연필통과 도장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공부 때문에 자기의 직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책 수집가여서는 안되며,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는 안됩니다. 근심하는 형제들에게는 그가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에, 그는 괴로워하는 형제들을 어김없이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만약 형제들이 그에게서 치료약을 찾을 수 없다면, 절망의 병이 신음하는 형제들을 찍어누를 위험이 있습니다. 우악스런 사람들의 성격을 꺾어 그들을 온순하게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낮출 줄 알아야 하며, 그리스도를 위하여 영혼들을 얻으려면 자기의 권리도 양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수도원을 떠나는 형제들에게도 마치 잃어버린 양에게 하듯이 연민이라는 마음의 문을 닫아서는 안됩니다. 사람을 그러한 지경에 몰아넣는 유혹들이야말로 아주 힘겨운 유혹들이라는 것을 이해해서 말입니다.

 

186. 그가 말하였다 : “나는 그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기를 원하며, 모든 이가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로서는 명예에 기쁨을 두지 말아야 하며,85) 호의를 받을 때나 모욕을 당할 때나 똑같이 기분이 좋아야 합니다. 쇠약해졌다든가 아니면 지쳐 있을 때에 특식이 필요하면 몰래 먹지 말고,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몸을 돌보아야만 하는 허약한 형제들이 이것을 보고 거리낌없이 음식을 먹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형제들의 양심의 비밀을 살피고 진실을 숨어 있는 곳에서 끌어내야 하며, 말 많은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서 짜장 정의의 튼튼한 조직을 허물어 뜨리는 사람이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한 장상직을 그는 권위가 아닌 다만 무거운 짐으로 여겨야 합니다. 지나치게 유순한 나머지 형제들로 하여금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되며, 너무 관대한 나머지 형제들로 하여금 질서를 흐리게 해서도 안되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아서 나쁜 짓을 하는 형제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여하간 나는 그가 좋은 덕행을 지닌 동료들로 둘러싸여 그들과 함께 모든 일에 있어서 좋은 행동의 본보기를86)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그 동료들은 향락을 꿋꿋이 물리쳐야 하고, 시련 앞에서 강해야 하며,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쁘게 맞아들이는 친절함을 보여야 합니다. 보시오, 이것이 바로 이 형제회의 총봉사자가 무릇 그리 되어야 하는 바입니다.

 

 

140

관구 봉사자들

 

187. 복되신 사부님은 누구보다도 총봉사자에게 이와 같은 여러 자질들이 두드러져야 한다고 하였지만, 모든 관구 봉사자들에게도 이같은 자질을 요구하였다. 사부님은 그들이 아래 형제들에게 상냥하기를 바랐고, 또한 무언가 실수를 저지른 형제들이 거리낌없이 그 선의를 믿고 자신을 내맡길 수 있을 만큼 잔잔하고도 착한 마음씨를 그들이 지니기를 바랐다.87) 그는 봉사자들이 명령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랐고,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들이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에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더욱 참고 견딜 자세를 갖추기를 바랐다. 그는 그들이 악의 원수가 되기를 바랐지만 반면에 악에 빠진 자들에게는 그 치료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들의 생활로써 다른 모든 형제들에게 수도생활의 귀감이 되기를 바랐다. 그들이 보살핌과 수고의 짐을 짐으로써 모든 이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기를 바랐다. 이러한 모범과 이러한 원칙 아래에서 그들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다스리면 그들은 하느님 대전에서 최고의 상급을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141

봉사자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응한 답변

 

188. 프란치스꼬가 어느 형제로부터 어찌하여 당신은 당신의 모든 형제들을 직접 보살피지 않고, 자기에게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그들을 장사들의 손에 내맡겨 두느냐는88) 질문을 받았다.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이 나의 뒤를 따르면 나는 그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며,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다른 길로 형제들을 이끄는 장상들이 있는데, 그들은 옛사람들의89) 생활을 따르라고 형제들에게 지시하고 있고, 나의 권고는 등한시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일은 마지막에 드러날 것입니다.

얼마 후 그는 병세가 악화되었을 때에 침대에서 격렬하게 말하였다 : “나와 형제들의 수도회를 나의 수중에서 갈취한 자는 누구입니까? 내가 총회 때에 나의 뜻이 어떤지를 그들에게 밝혀야 겠습니다.” 그러자 그 형제가 말하였다 : “오랫동안 자유를 남용한 관구 봉사자들을 갈아치우지 않으시겠습니까?” 사부님이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무서운 말을 하였다 : “멋대로 살게 놔두십시오. 많은 이가 멸명하는 것보다 몇 사람만 멸망하는 것이 손실이 적습니다.

그가 모든 봉사자들을 두고 이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물려받은 권리나 되는 듯이 오랫동안 그 직책을 쥐고 있으면서 마치 장상직을 유산으로 생각하는 듯한 몇몇 형제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는 어떤 장상이든 모든 수도원 장상들에게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관습을 바꾸지 말고, 호감을 사려고 은혜를 베풀지 말며, 권리를 행사하기보다는 직무를 수행할 생각만 하라고 권고하였다.

 

 

142

참다운 단순성이란 어떤 것인가

 

189. 성인은 은총의 딸이요, 슬의 자매이며, 정의의 어머니인 거룩한 단순성을 몸에 지니려고 각별히 애를 썼고, 다른 형제들 안에서도 이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는 모든 종류의 단순성을 좋아한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는 그러한 단순성을 좋아하였다. 이러한 단순성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을 자랑하고1) 악행을 할 줄 모르며, 악한 말을 할 줄을 모른다. 이러한 단순성은 자신을 반성하기 때문에 아무도 단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권리를 탐하지 않으며, 더 나은 사람에게 그것을 양보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희랍 문화를2)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배우거나 가르치기보다 행동을 택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성서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완곡과 꾸밈, 말장난이나 거드름과 까다로움을 멸망할 자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껍질이 아닌 알맹이를 찾으며, 거죽이 아닌 속을, 양이 아니라 질을, 그리고 최고의 영원한 선을 찾는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은 배운 형제들에게나 배우지 못한 형제들에게나 이 덕을 요구했으며, 이것을 지혜와 반대되는 덕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지혜의 참다운 자매로 보았다. 그리고 그는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이 덕을 더 쉽게 얻고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덕행들에게 바치는 인사를3) 다음과 같은 말로 엮고 있다 : “여왕이신 지혜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당신의 자매인 순수하고 거룩한 단순성과 함께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143

단순한 형제 요한

 

190. 성 프란치스꼬가 아씨시와 가까운 이웃 동네를4) 지나는데, 들에서 쟁기질을 하던 요한이라는 매우 순박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 “저를 형제로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을 섬기기를 오래 전부터 바라왔습니다.” 성인은 그 사람의 우직함을 보고 즐거워하며 그의 요구에 답하였다 : “형제여, 우리의 동료가 되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것을 무엇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오, 당신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면 당신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즉시 그가 황소 둘을 끌러 그 중에 한 마리를 성 프란치스꼬에게 바쳤다. 그리고 말하였다 : “이 황소를 가난한 사람에게 주도록 합시다. 아버지의 유산에서 이만큼은 내 차지가 됩니다.” 성인은 미소를 띠었고, 그러한 순박한 행동에 매우 즐거워 하였다. 그의 부모와 동생들이 이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달려왔다. 사람을 잃는 것보다 황소 한 마리를 잃을까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성인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 “걱정하지 마시오. 황소는 드리겠소. 그러나 당신들의 형제는 내가 데리고 가겠소.” 그리하여 성인은 그 사람을 데려오게 되었고, 수도복을 입힌 후에 그의 순박한 기질 때문에 그를 특별한 동료로 삼았다.

성 프란치스꼬가 어떤 장소에서 묵상을 하고 있으면, 그것이 어떤 몸짓이나 움직임이든간에 그것을 순박한 요한은 그대로 흉내내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침을 뱉으면 그도 침을 뱉았고, 기침을 하면 자기도 따라서 기침을 하였다. 그는 프란치스꼬의 한숨소리에 자기의 한숨소리를 맞추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눈물을 흘리면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성인이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면 요한도 자기 손을 치켜들었고, 그를 본뜨려고 부지런히 살펴서 그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그대로 하였다. 성인이 이것을 눈치채고 외 그러느냐고 한 번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 “저는 당신이 하는 것은 무엇이나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엇 하나라도 빠뜨리면 저는 위험합니다.” 이 형제의 순박함에 성인이 즐거워 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성인이 인자하게 금했다. 그후 오래지 않아 이 순박한 형제는 때묻지 않은 상태로 주님께 갔다. 성인은 형제들에게 그의 생활을 모방하라고 자주 권하였고, 아주 흐뭇해하며 그를 요한 형제라 부르지 않고 성 요한이라고 불렀다.

장상들의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성인들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거룩한 단순성임을 알자. 이 세상에서 이 순박한 형제가 성인을 본받았듯이 그와 같은 열성으로 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도 벌써 천국에서 통치하고 계시는 성인을 본받으려고 노력했으면! 그에 따른 요한의 결과는? 성인의 지상 삶을 따랐던 그는 성인보다 먼저 천상 삶을 얻게 되었다.

 

 

144

아들들간의 일치를 도모함, 그리고

이에 비유를 들어 말함

 

191. 아들들간의 일치의 유대를 유지하는 일이 프란치스꼬의 한결같은 간절한 소원이었으며 세심한 관심사였다. 그럼으로써 이와같은 정신으로 모여들어 같은 사부의 지도를 받은 그들이 한 어머니의 품속에서 평화롭게 자라게 되었다. 그는 신분이 높은 형제와 낮은 형제가 한데 어울리기를 바랐고, 지혜있는 형제와 단순한 형제가 형제적 사랑으로 결합되기를 바랐으며, 멀리 떨어 있는 형제들끼리도 그들이 사랑의 힘으로 묶여 있기를 바랐다.

그가 언젠가 그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풍부한 교훈이 들어 있는 훈화적인 비유를 들어 말하였다 : “교회에서 모든 수도자들이 모이는 총회가 개최되었다고 합시다. 거기에는 글을 아는 수도자도 참석했고, 글을 모르는 수도자도 참석했습니다. 학식있는 수도자도 있었고, 학식은 없었지만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수도자도 있었습니다. 학식있는 수도자 하나와 순박한 수도자 하나가 설교하기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학식있는 수도자가 학식있는 자답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 ‘여기는 배움을 마친 사람들이 많아서 배움을 자랑할 만한 장소가 못 되겠구나. 이 대단히 예리한 사람들 틈에서 예리한 말로 나의 특이함을 드러내 본들 걸맞는 일이 못되겠구나. 차라리 단순하게 말하는 편이 가장 효과가 있겠다.’ 그날이 왔습니다. 거룩한 수도자들이 모였고, 그들은 그의 설교에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 학식있는 사람이 부대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재를 뿌리고 앞으로 나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란 가운데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설교하면서 간단히 말하였습니다 : ‘우리는 큰 것을 약속했고, 우리에게는 더 큰 것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약속한 것을 지키고 약속된 것을 갈망합시다. 쾌락은 일시적이고 형벌은 끝이 없습니다. 고통은 짧고 영광은 영원합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힌 사람은 적습니다. 누구든지 자기의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의 말이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고, 그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은 정말 지혜로운 그를 성인으로 받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단순한 형제가 마음 속으로 말하였습니다 : ‘그 학식있는 사람이 내가 말하고 행하려던 것을 다 해버렸구나. 옳지 좋은 수가 있다.내가 아는 것은 시편 몇 줄이다. 그러니 그 학식있는 사람이 단순한 역할을 다한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학식있는 역할을 해야겠다.’ 다음날 회합이 돌아왔습니다. 그 단순한 사람이 일어서서 시편을 주제로 택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감동의 선물 을 받고 성령에 감도되어 열렬하고 신묘하고 감미롭게 설교를 하였습니다. 모든 이가 경탄하여 말하였습니다 : ‘하느님은 단순한 사람을 가까이 하시는구나.’”5)

 

192. 자기가 제시한 이러한 훈화적 비유적 하느님의 사람이 설명을 붙였다 : “우리 형제회는 세계 각처에서 모여들어 한 가지 생활양식 아래에 살고 있는 매우 큰 단체이며 모임입니다. 이 형제회에서 학식있는 형제들은 학식없는 형제들이 불타는 열성으로 천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을 보고 나서, 그리고 인간에게서 가르침을 받지 못한 형제들이 성령을 통하여 영적인 사물에 맛들일 줄 아는 것을 보고 나서 그 순박한 형제들의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반면에 순박한 형제들도 이름있는 형제들이 이 세상 어디에서나 영예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과 같은 모습으로 이 형제회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면 학식있는 형제들의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수도 가족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하는 일이며, 이런 다양한 장식품들이 이 수도가족의 아버지를 적잖이 기쁘게 합니다.

 

 

145

성인이 바란 형제들의 삭발 방법

 

193. 성 프란치스꼬가 머리를 깎을 때면, 머리를 깎아 주는 형제에게 자주 이렇게 말하였다 : “둥근 테를6) 너무 크게 만들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 나는 나의 머리의 둥근 테가 단순한 형제들의 경우와 같은 크기이기를 바랍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형제회가 부자나 학식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있는 것과 똑같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형제들을 위하여 있기를 바랐다 :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차별없이 대하시며,7) 총봉사자이신 성령께서는 가난한 형제들과 순박한 형제들 위에 똑같이 머무르십니다.” 그는 이러한 말을 회칙에 집어넣기를 원했으나, 이미 교황님께서 회칙을 칙서로 인준하셨기 때문에8)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146

학식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기를 바람

 

194. 프란치스꼬는 신분 높은 성직자들이 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는 그들의 지식까지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소유물을 포기함으로 해서 십자가에 달리신 분의 팔에 그들 자신을 알몸으로 봉헌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말하였다 : “학식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온유함을 앗아가며, 뻣뻣하며 겸손에 머리 숙일 줄을 모르게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학식있는 형제들은 입회할 때에 나에게 이러한 청을 하기를 바랍니다 : ‘보십시오, 형제여! 저는 세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하느님에 관해서 진정으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청하오니, 세속의 번잡을 피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를 하나 주시어, 거기서 나의 지난 세월을 슬픔중에 되새기도록하여 주시고, 나의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혀 나의 영혼을 더 좋은 사물로 데려갈 수 있도록하여 주십시오.’” 그는 또 말하였다 :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여러분들은 생각하십니까? 그는 틀림없이 사슬에서 풀린 사자처럼 힘차게 뛰어올라 모든 일들을 향하여 전진할 것이고, 처음에 맛본 한 줄기의 복된 기쁨이 꾸준히 그 사람 안에서 커 갈 것입니다. 그는 안에서 불타는 것을 밖으로 쏟아놓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에 힘껏 자신을 바치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경건한 가르침이다. 이렇게 다른 세계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자라 온 세속에 대한 애착심을 겸손의 실천으로 깨끗이 씻어 없애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완덕의 수련을 거쳐 곧 완덕에 도달한다.

 

 

147

그는 형제들이 어떻게 배우기를 원하였는가,

그리고 설교하는 어느 동료에게 나타남

 

195. 형제들이 배움을 찾고 덕행을 등한히할 때, 특히 처음에 받은 성소에 머무르지 않을 때에,9) 프란치스꼬는 슬퍼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배움을 몹시 갈망하여 거기에 끌려 다니는 나의 형제들은 최후의 심판날에 그들의 손이 비어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나는 그들이 덕행 안에서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시련이 다가올 때 그드른 시련 중에서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곧 시련이 닥쳐옵니다. 그때에는 쓸데없는 책들이 창밖으로 내던져질 것이며, 골방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그가 성서 공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배워야겠다는 모든 형제들의 헛된 욕망을 끊어버리게 하기 위해서였고, 호기심에서 알려고 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사랑 안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르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식이 멸망의 원인이10)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영적인 사물들을 향한 투쟁만이 영혼의 견고한 성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편서를 갖겠다고 허락을 받으려 하는 어느 글을 모르는 형제 하나에게 그가 시편서 대신에 재를 주었다.

설교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그의 동료 하나에게 프란치스꼬가 죽은 후에 환시로 나타났다. 프란치스꼬는 그 일을 하는 것을 금했고, 이어서 그에게 단순한 길을 걷도록 명하였다. 그는 환시가 지나간 다음에 이슬방울처럼 생기있게 스승의 말들이 여전히 며칠 동안 그의 귓전을 울릴 만큼 거기에서 감미로움을 느꼈다. 이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하느님께서 잘 알고 계시다.

 

 

성인의 특별 신심

148

하느님의 사랑에 관한 말만 들어도 감동을 받음

 

196. 성 프란치스꼬의 특별한 신심들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이 그리 쓸모없는 일도 아닐 것이며, 걸맞지 않는 일도 아닐 것이다. 이 사람은 영()의 기름부음받음을 누리는 자로서 만물에 깊은 믿음을 지녔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물에 대해서 특별한 사랑이 우러나는 것이었다. 그는 대화에서 일상 쓰는 말에 어쩌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마음 속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지 않고 들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는 마치 밖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의 채가 마음 안에 있는 현()을 긁은 듯이 곧 자극을 받아 꿈틀거렸으며 불이 붙었다.

그는 말하였다 : 동냥을 받고 그 대가로 하느님의 사랑을 주는 것은 숭고한 희사이며, 이것을 돈보다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야말로 최고의 멍텅구리라고. 그는 자기가 이 세상 사물과 관계를 하고 있는 동안 하느님의 사랑으로 동냥을 달라고 하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결코 되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을11) 죽을 때까지 어김없이 지켰다.

어느 가난한 사람 하나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동냥을 요구했을 때, 그는 가진 것이 전혀 없었던 적이 있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위를 집어들고 그는 신속하게 자기의 투니카를 자르려고 했다. 형제들이 그를 말리지 않았으면 그렇게 했을 테지만 형제들이 말리는 통에 뜻을 못 이루고 그 대신 형제들에게서 다른 물건을 받아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12)

그가 말하였다 : “우리를 무척이나 사랑하신 그분의 사랑을 한없이 사랑해야 합니다.13)

 

 

149

천사들에 대한 신심과 성 미카엘의 사랑으로 한 일

 

197. 투쟁하는 우리들과 더불어 있고, 죽음의 골짜기를14) 우리들과 더불어 지나는 천사들에게 프란치스꼬는 크나큰 공경과 사랑을 가졌다. 우리와 더불어 있는 이 동료들을 우리는 어디서나 공경해야 하고 우리의 수호자로서 그들에게 기호를 빌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였다. 그는 늘 가르치기를 천사들의 눈앞에서 우리가 죄를 짓지 말아야 하고, 사라들 앞에서 하지 않으려는 일은 천사들 앞에서도 감히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기도실에서는 누구나 천사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되어 있느니,15) 할 수 있는 형제들은 누구나 기도실에 함께 모여 정성되이 시편을 노래하기를 그는 바랐다.

복된 미카엘 대천사는 하느님께 영혼들을 바치는 역할을 하는 만큼16) 다른 천사들보다도 더 특별한 공경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자주 말하였다. 그래서 그는 성모 몽소승천 축일부터 성 미카엘 대천사 축일까지의17) 사십일간을 대천사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단식재를 지켰다. 그가 말하였다 : “천사들의 으뜸인 미카엘 대천사를 공경하는 자세로 누구나 하느님께 찬미와 특별한 예물을 드려야 합니다.

 

150

성모님에 대한 신심, 그리고 형제회를

특별히 성모님께 맡김

 

198. 예수님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사랑으로 그는 가득하였다. 그것은 성모님께서 엄위하신 주님을 우리의 형제가 되게 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특별한 찬미들을 그녀에게 읊었고, 기도를 쏟아 부었으며, 애정을 바쳤고, 그것이 너무 많고 훌륭하여 인간의 혀로는 그것들을 헤아릴 수가 없다.18) 사부님이 그녀를 형제회의 보호자로 삼으신 일은 우리에게 가장 기쁜 일이고, 그가 이 세상에 아들들을 고아처럼 버릴 때에 그들을 그녀의 날개 밑에 들여보내어 그녀로 하여금 그들을 기르시고 끝까지 보호하시게 하였다.

가난한 자의 보호자시여! 아버지께서 정해 두신 때가 올 때까지19) 우리에게 당신의 보호 직무를 다하소서.

 

151

주님의 성탄에 대한 신심과, 성탄 축일에는 어떻게

만물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

 

199. 그날은 축일 중의 축일이요, 그날에 하느님이 주먹만한 아기가 되어 인간의 젖꼭지에 매달리셨다고 말하며, 프란치스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일을 어느 축일보다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중에 보냈다. 아기 예수를 그린 그림을 만나면 그는 그리운 마음에 거기 손과 발에 입을 맞추었고, 아기 예수에 대한 측은함에 가슴이 뭉클해서 마치 아기들에게 하듯이 예쁜 말들을 더듬거렸다. 아기 예수의 이름은 프란치스꼬의 입에 꿀맛이었다.20)마침 성탄일이 금요일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금육을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에, 그는 모리꼬 형제에게 이렇게 답변하였다 : “형제여, 우리를 위하여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이 날을 단식일이라고 하면 그것은 죄악입니다!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날은 담벼락까지도 고기를 먹여야 합니다. 그런데 먹일 수가 없으니, 그 겉에다가 고기를 문지르기라도 해야 합니다.

 

200. 이 날에 프란치스꼬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과 굶주린 사람들의 배를 채워 주기를 바랐고, 소나 당나귀에도 평상시보다 더 많은 양의 여물을 주게 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내가 황제께 말만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이야기해서 포고를 이렇게 내리라고 하겠소. 모든 사람이 밀과 곡식을 길에다 뿌려서 새들도 이렇게 성대한 날은 실컷 먹게 하고 특히 나의 자매들인 종달새들이 실컷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 날에 가난하신 동정녀께서는 그 궁색함이 얼마나 컸을까 싶어21) 프란치스꼬는 눈물을 지으며 회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한 형제가 복되신 동정녀의 가난과 그 아들 그리스도의 빈곤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곧 프란치스꼬는 식탁에서 일어나 맨바닥에 주저앉아 한숨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나머지 빵을 먹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왕이신 그리스도와 여왕이신 성모님 안에서 현현하게 빛을 발한 이 가난의 덕을 왕의 덕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형제들이 어느 모임에서 그리스도와 더 가까운 친구가 되게 하는 덕행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프란치스꼬가 그의 마음의 비밀을 드러내 보이기나 하듯이 이렇게 답하였다 : “나의 아들들이여, 알아두시오. 가난은 구원에 이르는 특별한 길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가지가지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됩니다.

 

 

152

성체에 대한 신심

 

201. 프란치스꼬는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성체에 대한 사랑으로 불탔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보여진 주님의 인자하신 사랑과 사랑 넘치는 인자를 보고 넋을 잃었다.22) 최소한 하루에 한 번 미사 참례를 안하면 주님을 대단히 모독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자주 성체를 영하였고, 그가 영하는 것을 보면 다른 형제들도 경건한 마음이 생길 만큼 그렇게 경건하게 영하였다. 그는 성체에 마땅히 바쳐야 할 온갖 공경을 다 바치면서 자기 육신 모두를 희생으로 바쳤고,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을23) 받아모실 때 마음의 제단에서 쉼없이 타오르는 불길로 자기 마음을 하느님께 희생제물로 바쳤다. 그는 성체를 공경하는 불란서를 사랑하였다.24) 그리고 그는 불란서 사람들이 성체를 흠숭하는 것을 보고 불란서에서 죽어 묻히기를 소원하였다. 그는 그의 형제들을 보배로운 성합들을 들리워 파견하기를 원하였으니, 이는 도무지 당치 않게 치러진 우리의 속량의 대가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또한 그 대가가 적합치 찮은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온당한 곳에 모시기 위한 것이었다.25)

그가 사제들의 손에 크나큰 경의를 표하기를 바란 것은, 그들의 손이 하느님으로부터 권한을 받아 빵과 포도주를 성체로 변화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주 말하곤 하였다 : “내가 천국에서 온 어떤 성인과 어느 가난한 사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먼저 사제에게 어서 가서 경의를 표하고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습니다. 그리고 성인에게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 ‘기다리십시오. 라우렌시오 성인!26) 이 사제의 손은 생명의 말씀이신27) 그분을 만집니다. 이 손은 인간 이상의 거룩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153

성인들의 유해와 유품에 대한 신심

 

202.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이 사람은 하느님 흠숭에 가장 큰 열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과 관련이 있는 물건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공경하는 데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마싸 교구에 있는 몬떼까살에28) 있었을 때에, 그는 그의 형제들에게 명하였다. 모든 사람에게서 버려져 있는 한 성당에 가서 거룩한 유해와 유품들을 가져다가 형제들이 있는 곳에다 극진히 모셔 두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땅히 소중히 하여야 할 유품들이 이미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있을 때에 깊은 신음을 하였다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사부님이 다른 곳으로 잠시 가게 되었고, 그의 아들들은 사부님의 이 명을 잊고 순명의 공로를 등한히 하였다. 어느 날 형제들이 미사를 거행하려고 으례 하던 대로 제대에서 제대보를 벗겼다. 그러자 제대에서 그들은 매우 아름답고 훈향을 풍기는 유골들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전에 한 번도 거기에서 본 일이 없었던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하느님의 성인이 조금 뒤에 와서 유품들에 관한 그의 명이 이행되었는가를 보려고 챙겨 물었다. 이에 형제들이 순명을 등한히 한 잘못을 겸손히 고하고 벌과 함께 용서를 빌었다. 이에 성인이 말하였다 : “나의 주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십시오. 그분은 여러분이 하여야 할 일들을 당신께서 직접 하셨습니다!

프란치스꼬의 이 신심을 부지런히 생각하고, 하느님께서 한낱 티끌에 불과한 인간을 착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살피심을 알고, 거룩한 순명의 사은의 송가29)를 부르자. 인간이 따르지 않은 그 목소리를 하느님께서 따르셨다.

 

 

154

십자가에 대한 신심과 숨겨진 신비

 

203. 우리 주님의 십자가 외에는30) 프란치스꼬가 자랑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에31) 관하여 누가 말할 수 있으며, 누가 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오직 경험할 수 있었던 자에게만 가능하다. 이러한 놀라운 일들은 비록 우리 안에서 어느 정도는 인지된다 할지라도 언어라는 매개로는 만족스럽게 표현될 수 없다. 언어는 세속 일반사로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어로는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아마도 육신에 드러났어야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침묵이 말하도록 놓아 두자. 그 표상이 담고자 하는 표상 자체가 스스로를 큰소리로 나타내기 때문이다.32) 오직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왜 이러한 신비가 이 성인에게 나타났는지 그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그분이 이 신비를 약간은 밝혔지만, 그 이유와 목적은 미래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 신비는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며 믿을 수 있는 것이 되고 자연과 율법과 은총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가난한 자매들, 회칙

155

형제들이 가난한 자매들을 어떻게 대하기를 바랐는가

 

204. 세상에 있는 건물보다 훨씬 고귀한 건물인 그의 영적인 건물에 관한 일을 그저 지나치고 마는 것은 바람직하지가 못하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성령의 인도 아래 천상 도시를 늘리기 위해 물질적인 건물을33) 수리한 다음에 바로 거기에 영적인 건물의 기틀을 세웠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나무에서 듣는 이의 마음을 두려움과 슬픔으로 채울 만큼 엄위롭게 말씀하신 그 내용을 허물어져 없어질 성당 하나를 수리하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먼저 예언하신 바와같이34) 거룩한 동정녀 수도회가 거기에 세워지게 되어 있었다. 이들은 마치 광택이 나는 살아 있는 돌무더기처럼35) 어느 날 천상의 집을 복원하기 위하여 천국으로 불리어 갈 것이다. 실로 이 세상 각처에서 그리스도의 동정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극단적인 가난을 지키고 온갖 덕행들로 자신들을 치장함으로써 그럼에도 사부님은 성령 안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정은 여전하였다. 가장 높은 덕을 보여 주는 여러 징표에 의해서 자매들에게 이제 시험이 끝났다는 것을 성인이 알았을 때에,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리스도의 거룩한 계명에서 떠나기를 바라는 일이 없이 모든 어려움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 성인은 그 동정녀들과 앞으로 들어와 같은 생활로 가난을 서원할 동정녀들에게 자신과 형제들이 언제나 도움과 충고를 아끼지 않겠노라고 굳게 약속하였다.36) 그는 살아 있을 때에 이 약속을 충실히 지켰고, 죽음이 다가올 때 형제들에게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킬 것을 명했다. 이 세상으로부터 형제들과 가난한 자매들을 끌어낸 것은 한가지 영이며 같은 영이었다고37) 그는 말하였다.

 

205. 때때로 형제들이 프란치스꼬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여종들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말하였다 : “사랑하는 형제들, 내가 그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지 마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을 길러내는 것이 잘못이라면, 그들은 그리스도와 하나로 묶어준 일은 더 큰 잘못이 아니었겠습니까? 사실 그러한 부름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불리운 자들을 보살피지 않는 일은 가장 인자롭지 못한 짓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여러분에게 한 것은 여러분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38) 나는 어떤 형제도 자기 마음대로 자신을 내놓아 그들을 방문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뜻도 없고 하기도 싫은 그런 형제들만이 그런 일을 하기를 나는 명합니다. 그러한 형제들은 영적인 사람이어야 하며, 수도생활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람되게 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156

마음대로 수녀원에 간 형제들을 심하게 꾸짖음

 

206. 어느 수녀원에서 완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두 딸을 둔 형제 하나가 사부님의 작은 선물을 들고 성인을 대신해서 그곳에 가겠다고 말하였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를 매우 과하게 꾸짖고, 여기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말로 혼을 냈다. 그렇게 하고 나서 가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끝까지 완강하게  고집하지는 않은 다른 형제에게 자기의 작은 선물을 들려 보냈다.

또 한 형제가39) 어느 겨울날 수녀들을 안스러워하는 마음에서 성인께서 그러한 방문에 엄격하다는 것을 모르고 수녀원에 갔다. 이 사실이 성인께 알려지자, 성인이 그 형제를 발가벗겨서 날씨도 춥고 눈도 푹푹 빠지는 먼 길을 걷게 하였다.

 

 

157

말보다 행동으로 한 설교

 

207. 그가 성 다미아노 성당에 잠시 머물러 있을 때, 그의 총대리가40) 하느님의 말씀을 그의 딸들에게 전할 것을 그에게 여러 차례 간언하였다. 마침내 프란치스꼬는 그의 끈덕짐에 견디지를 못하고 동의하고 말았다. 그 자매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으레하던 대로 모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사부님이 몹시 보고 싶어 모이기도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그의 마음이 늘 머물러 있는 하늘로 눈을 향하고 그리스도께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재를 그에게 가져오게하여 자기 주위를 빙 둘러 바닥에 뿌리고 나머지는 자기의 머리에 뿌렸다. 자매들은 다음 일을 기다렸지만 복되신 사부님이 그 원() 안에서 아무 말도 않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무척 놀랐다. 이윽고 갑작스레 성인이 일어나 강론 대신에 ‘하느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41)를 암송하자 수녀들은 망연자실하였다. 암송을 마치고 그는 급히 자리를 떴다. 이 상징적인 설교의 힘에 그들은 통회를하여 눈물을 펑펑 쏟았고, 계속하여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행동으로 그는 자매들에게 자신들을 재로 여겨야 한다고 가르쳤고, 그들에 대한 성인의 관심으로 말할진대 이러한 생각에 들어맞는 것 외에는 달리 품는 마음이 도무지 없음을 가르쳤다. 그가 거룩한 자매들에게 하는 행동은 이런 식이었다 : 그의 방문은 강요된 것이었고, 또한 드물었다. 바로 이것이 모든 형제들에게 바라는 그의 원이었다. 자매들도 섬기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형제들이 자매들에게 봉사하기를 성인께서도 원했지만 마치 날개달린 새들이 그들 앞에 쳐진 덫을 항시 조심하듯이 그렇게 자매들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158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회칙을 권고한 내용과,

회칙을 소지한 형제

 

208. 프란치스꼬는 서원과 회칙에 열중하였고, 그것에 열성적인 형제들에게는 특별한 축복으로42) 강복을 내렸다. 그는 회칙을 생명의 책이라고 불렀고, 구원의 희망, 복음의 핵심,43) 완덕의 길낙원에 이르는 열쇠, 영원한 약속의 계약이라고 불렀다. 그는 모든 형제들이 이것을 소지하기를 바랐고 누구나 이것을 알고 있기를 바랐으며,44) 고달플 때 위로를 주며, 자신들이 한 수도서원을 일깨우도록 하기 위해서 그 회칙을 누구에게나 마음에서 들려오기를 바랐다.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생활을 생각나게 하기 위해서 언제나 그들의 눈앞에 이것을 간직하기를 발랐으며, 더더우기 이 회칙을 손에 쥐고 죽기를 바랐다.

이러한 가르침을 마음에 깊이 새긴 어느 형제45) 하나가, 우리가 알기로는 순교자 중의 하나로 공경을 받아 마땅한 형제인데, 영광의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다. 그가 사라센인들에게 순교당하러 끌려갈 때, 그는 손에 회칙을 쥐고 겸손하게 무릎을 꿇어 그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대전에서 그리고 형제 앞에서 이 거룩한 회칙을 거슬러 행한 모든 잘못들을 고백합니다.46) 단칼이 이 짧은 고백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생애를 순교로 끝마치게 되었다. 그후 그는 기적들과 놀라운 일들로 이름이 퍼졌다. 이 형제는 너무 어려서 입회하였기 때문에 단식 규칙도 지킬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부드러운 살에다 가시돋힌 철 고행대까지 둘렀던 것이다. 복되게 시작하여 더욱 복되게 마친 행복한 젊은이여!

 

 

159

회칙에 관한 사부님의 권고를 뒷받침하는 환시

 

209.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이 어느 날 회칙과 관련하여 하늘이 내려 주신 환시를 보았다. 당시에는 형제들간에 회칙의 인준이 토론거리였다. 이 문제에 크게 골몰한 프란치스꼬에게 다음과 같은 일들이 꿈속에서 나타났다. 그가 땅바닥에서 작은 빵부스러기들을 주워모아, 배고파하며 죽 둘러서 있는 여러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했다. 미세한 빵가루도 손에서 흘리지 않고 나누어 주기란 힘들 것 같아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하늘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 “프란치스꼬야, 그 부스러기를 합쳐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라. 그렇게 해서 그것을 먹리를 기다리는 형제들에게 주도록 해라!” 그래서 그가 그대로 하였지만, 경건하게 그것을 받지 않는 형제들이나, 혹은 그들이 받은 선물을 하찮게 여기는 헝제들은 나병에 걸려 몰골이 크게 변하는 것을 곧 볼 수 있었다. 성인이 아침에 일어나 이 환시의 신비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동료들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였다. 잠시 후 그가 기도에 계속해서 몰입하여 있는 동안 이러한 목소리가 또 하늘에서 그에게 내려왔다 : “프란치스꼬야, 간밤의 빵 부스러기들은 복음의 말씀들이며, 그 덩어리는 회칙이고, 나병은 악이다.

당시의 형제들은 회칙에서 명시한 것을 그 이상으로 지키려고 할 만큼, 자기들이 서약한 회칙에 충실하기가 힘들다든가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의 충동이 더 큰 일들을 하도록 재촉하는 곳에서는 게으르다든가 나태한 면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꼬의 질병

160

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어느 형제와 대화를 나눔

 

210. 하느님의 사신인 프란치스꼬는 헤아릴 수 없는 수고와 함께 중병들을 견디면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으며, 그가 완벽하게 시작한 것을 더더욱 완벽한 끝으로 이끌 때까지 그의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비록 나약해지고 육신이 완전히 못쓰게 되어도 그는 절대로 완덕의 추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엄격한 계율을 자신에게 느슨히 풀어 주는 일이 결코 없었다. 아무리 그의 몸이 쇠잔해도 그의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를 않아서 그에게는 잠깐의 육신의 이완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인간의 힘에 너무 겨운 일이라서 어쩌는 수 없이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불편한 몸에게 고통을 덜도록 치료를하여 몸을 편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에, 그는 늘 적절한 답을 주는 형제로 믿고 있던 어느 형제에게 인자하게 물었다 : “나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여, 내가 몸을 돌보는 것이 이렇게도 양심에 부대끼니 이 일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너무 나의 병든 몸을 아끼지 않나 두렵기도 하고, 세심한 치료의 도움을 받아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안달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실은 식욕과 음식맛을 잃은 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지병으로 쇠약해진 나의 육신은 좋은 것을 취한다 해도 이를 그리 달가와하지 않습니다.

 

211. 주님께서 그에게 주신 그의 개진(開進)을 알아듣고 나서 그 아들이 아버지께 공손히 답하였다 : “사부님, 당신의 육신이 당신의 명령에 복종했다면 얼마만큼이나 애써 복종했는지 저에게 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만사에서 육신은 순종적이었습니다. 내가 그 증인입니다. 육신은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나의 온갖 명령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매진하여 순종하였습니다. 육신은 명령받은 것을 실행할 수만 있다면 고역도 피하지를 않았으며,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조건 없이 따르는 데에 있어서 나와 육신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형제가 말하였다 : “그렇다면 사부님, 당신의 관대함은 무엇이며, 자애는 무엇이고, 아량은 무엇입니까? 필요할 때는 호의를 받아들이면서 보답해야 할 때에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믿음 깊은 사람이 하는 보답입니까? 지금까지 당신이 당신의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데에 육신의 도움 없이 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듣고 보니 당신 말대로 당신의 육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바친 것 같은데요?” 사부님이 말하였다 : “아들이여, 그것이 사실임을 고백합니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였다 : “목숨을 내걸고 한 생명을 바쳐 온 믿을 만한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어려움에 있는데도 당신은 그를 저버리니 이것이 올바른 처사입니까? 사부님, 주님을 거역하여 죄를 짓지 않으시려거든47) 괴로워하는 자의 위로이고 지팡이인 당신으로서 이래서는 안됩니다.” 그가 말하였다 : “오리무중에 있던 나에게 이렇게 유익한 약을 잘 처방하여 내놓으니, 아들이여, 복받으십시오.” 그리고 그는 그의 육신에게 즐겁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 “육신 형제여,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나를 용서하시오. 보시오. 이제 당신의 원을 기쁘게 채워 주겠습니다. 당신의 하소연에 그때그때 대처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탈진해 버린 그의 육신이 이 시점에서 즐거워할 일이 무엇이 있었겠는가? 모두 무너져 내린 것을 이제 와서 무엇으로 지탱할 수 있었겠는가? 프란치스꼬는 세상에 대해서 죽었고,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지상의 모든 향락은 그에게는 하나의 십자가였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가슴에 뿌리를 내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 십자가가 내적으로 깊이 뿌리를 내려 마음에서 발아(發芽)하였기 때문에 성흔이 그의 살에서 외적으로 빛을 발했다.

 

 

161

그의 질병을 보고 주께서 하신 약속

 

212. 프란치스꼬가 병고에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강인하게 병고를 견뎠던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는 이러한 시련들을 이름하여 병고라 하지 않고 자매들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임이 확실하다. 실로 프란치스꼬가 그의 승리로 영광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지존하신 분께서 그가 아직 전투에 미숙할 때에 어려운 일들을 보내셨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 노련해졌을 때에도 역시 승리의 기회를 보내셨다. 그의 후계자들도 이 점에서 그의 본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나이를 핑계삼아 게으르지 않았었고, 병고를 핑계삼아 엄격함을 완화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눈물의 골짜기에서 이유없이 정화된 것이 아니다. 연옥의 불로 정화되어야 할 것이 그에게 남았다면, 마지막 한 푼까지48) 갚기 위해서 그리 된 것이다. 그는 마침내 하늘로 곧장 갈 수 있을 만큼 아주 완전히 정화되었다. 그가 다른 형제에게 말한 대로 고통을 참는 데에 큰 상이 있다는 것이49) 성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13. 어느 날 밤, 그가 여러 질병들의 혹심한 고통으로 보통때보다 더 기진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을 가엾게 여기기 시작하였다.50) 그러나 깨어 있는 정신을 단 한 시간이라도 육신의 쾌락에 기울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는 그리스도께 기도하며 흔들리지 않는 인내의 방패로 맞섰다.

그가 번민중에 기도를 하는 사이에 마침내 주님께서 이러한 비유로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 주셨다 : “이 땅덩이와 온 우주가 값으로 칠 수 없을 만큼 값진 금이라고 하자. 너에게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나서, 네가 심한 병고를 견딘 값으로 위에서 말한 값진 금은 금이라고도 할 수 없고, 그와는 비교도 안되는 영광이라는 보물의 상급이 너에게 주어진다면, 잠시 당하는 이 고통을 기쁘게 참지 않겠느냐?” 성인이 말했다 : “기꺼이 견디겠습니다. 즐겨 참겠습니다.” 주께서 말씀하셨다 : “내 왕국이 네 병의 보상으로 네게 주어지니 환호하라. 천국의 상속을 편안히 자신있게 기다려라. 그것은 네 인내의 보답이니라.

이렇게 행복한 약속을 받은 복된 그는 얼마나 큼 기쁨을 누렸을까? 그러니 그는 얼마나 큰 인내와 사랑을 가지고 육신의 고통을 싸안았을까? 그가 그때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완전히 누리고 있다. 비록 조금이기는 하였지만 그 당시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은 그의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때에 그는 피조물들의 찬가를51) 지었다. 그는 창조주를 찬양하도록 한껏 피조물들을 북돋우었다.

 

 

가난하신 사부님의 죽음

162

죽음에 임박하여 형제들에게 내린 권고와 축복

 

214. 어느 현인이 말했다 : “그가 한 일은 최후 순간에 판가름나느니라.52) 우리는 이 말이 이 성인에게서 그대로 영광스럽게 이루어졌음을 본다.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53) 달리며, 그는 모든 덕을 차근차근 밟아서 정상에 올랐다. 두드려서 물건을 만들 듯이54) 그는 각종의 시련의 망치로 완덕에 이르게 되었으며, 완덕의 끝을 보았다. 그가 인간의 세계에서 만나는 온갖 유혹들을 짓밟고 하늘로 자유롭게 올라갔기 때문에, 그의 놀라운 일들이 빛을 발했고, 그의 삶은 모두가 신적이었다는 것이 진실의 심판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는 이 세상을 위해서 사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그는 자기 형제들을 극진히 사랑하였고,55) 또한 노래하며 죽음을 맞이하였다.

쓰러져가는 일시적인 빛을 영원한 빛이 대신하는 마지막 날에 이르자, 그는 이 세상과 공유(共有)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덕행의 모범으로 보여 주었다. 중병으로 쇠잔하여 모진 고통을 당하며 죽음에까지 다다르자, 그는 자신을 알몸으로 맨땅에 눕히게 하였다. 마지막 시간까지 원수가 그를 대항하여 날뛰면, 알몸으로 알몸의 원수와 씨름을 하기 위해서였다.56) 그는 승리를 두려움없이 기다렸고, 양손을 깍지끼어 정의의 월계관을57) 쥐고 있었다. 그렇게 땅바닥에 뉘어진 채 그는 거칠은 옷을 벗고 습관대로 얼굴을 하늘로 향하였다. 그의 온 신경을 하늘의 영광에 쏟으며, 그는 오른쪽 옆구리의 상처를 왼손으로 감싸서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나는 내가 할 일을 마쳤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들이 할 일을 가르쳐 주시기를 빕니다.58)

 

215. 이러한 것을 보고 그의 아들들은 눈물을 뿌렸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었으며, 애처로운 슬픔이 그들을 덮쳤다. 그들의 흐느낌이 약간 조용해지자, 하느님의 영감으로 성인의 원을 잘 알고 있던 프란치스꼬의 원장 형제가 급히 일어나 투니카와 팬츠와 모자를 들고 사부님께 말하였다 : “이 투니카와 팬츠와 모자는 거룩한 순명의 명으로 제가 당신께 빌려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옷에 대한 소유권이 당신에게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을 지금 당신에게서 빼앗겠습니다.” 끝까지 가난 부인께 신의를 지키게 되었음을 깨닫고 성인은 기뻐하였고 마음 흐뭇해하였다. 그는 가난에 대한 충성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키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는 그가 입고 있던 옷마저도 소유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것도 다른 이에게서 빌려입은 것이니 말이다. 그가 머리에 쓰고 있는 거칠은 모자는 눈치료를 할 때에 그 상처들을 보호하려고 받았던 것이다. 그러한 목적이었다면 좀 더 부드러운 모직으로 된 모자였어야 했다.

 

216. 그러고 나서 성인은 그의 두 손을 하늘로 치켜올려, 그의 그리스도를 찬미하였다. 이는 자신이 이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자유로우신 그분께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그는 모든 면에서 그의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진실한 모방자임을 보여 주어, 그가 처음부터 사랑해 온 그의 형제들과 아들들을 끝까지 더욱 극진히 사랑하였다.59) 그는 거기 있는 모든 형제들을 불러오도록하여, 자기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들을 위로의 말로 달래며,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부정(父情)으로 타일렀다. 그는 장시간에 걸쳐 인내와 가난의 실천에 관하여 말하였고, 다른 모든 규정에 앞서 거룩한 복음을 지키라고 권고하였다. 그러고 나서 둘러앉아 있는 모든 형제들에게 그의 오른손을 뻗어, 그의 총대리로부터 시작하여 각 형제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하였다 : “모든 아들들이여, 주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 잘들 지내시오. 그리고 언제나 그분 안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시련과 환난이 닥쳐올 것이니, 시작한 일들을 항구히 하는 자는 행복합니다. 나는 하느님께 발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를 빕니다.60) 그리고 그는 거기에 참석한 형제들을 통하여 세상에 있는 그의 모든 형제들에게 강복을 하였고, 이 세상 끝날까지 영원토록 그들을 뒤따를 모든 형제들에게도 강복을 하였다.

누구도 그가 그 자리에 있던 형제들을 통하여 그 자리에 없던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을 자기 소유로 하지 말라. 다른 데에도61) 씌어 있는 바와같이  사부님은 특별한 축복을 내렸다. 그러나 그 축복은 직책을 남용하는 데에 사용되었다.62)

 

 

163

죽음과 죽기 전에 한 일

 

217. 형제들이 오열하였고, 위로할 길 없는 신음에 빠져 있는 동안에, 거룩하신 사부님은 그에게 빵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가 강복을 하고 빵을 떼어63) 작은 조각들을 각 형제들에게 먹으라고 나누어 주었다. 복음서도 가지고 오게하여 요한 복음을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64)부터 읽으라고 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는 주께서 그의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으로 거행하신 지극히 거룩한 만찬을 경건히 되새기며 자기 형제들에게 지니고 있던 깊은 사랑을 보였다.

그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며칠 동안을,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동료들에게 자기와 함께 그리스도를 찬미하자고 가르치며 찬미로 보냈다. 그가 온 힘을 다하여 다음 시편을65)노래하였다 : “목소리 높이어 주께 부르짖나이다. 소리소리 지르며 주께 비옵나이다.” 그는 모든 피조물에게 권유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였고, 전에 그가 지은 노래를 빌어66)하느님을 사랑하도록 그들을 열심히 일깨웠다. 그는 누구에게나 소름끼치는 일이고 저주스럽기만한 일인 죽음 그것을 찬미하도록 하였고, 죽음을 기쁘게 맞이 하기 위하여 자기 안에 죽음이 머물도록 초대하였다 : “나의 자매 죽음이여, 어서 오십시오.” 그는 의사에게 말하였다 : “의사 형제여, 생명의 관문인 죽음이 임박하면 용기를 내어 나에게 그것을 알려 주시오.” 그리고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내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엊그제 여러분이 본 대로 나를 알몸으로 땅바닥에 눕히시오. 그리고 내가 죽거든 1마일 가량을 천천히 걷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그 자리에 그냥 눕혀 두시오.

이리하여 그 시각이 찾아왔고, 그리스도의 온갖 신비가 그에게서 성취되었으며, 그는 하느님께로 행복하게 날아갔다.

 

저승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을 본 형제

 

217a.67) 프란치스꼬의 형제들 중에서 잘 알려져 있는 형제 하나가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영혼을 보았다. 그는 그의 영혼이 별과 같으면서도 달처럼 엄청나게 크게 태양같이 밝게, 넓은 바다를 건너, 한 조각 흰 구름 위에 둥실 떠올라 천국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을 본 것이다. 그곳에는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는 사람의 큰 무리가 모여 있었다.

아씨시의 전 시민이 시신으로 몰려들었고, 온 지방이 주께서 당신 종 안에서 밝히 드러내신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보려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은 그렇게도 훌륭했던 사부님을 잃고는 슬픔에 싸여 눈물과 한숨으로 마음의 효성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기적이 그들의 한탄과 눈물을 기쁨과 환호로 변하게 하였다. 그들의 복되신 사부님의 몸이 그리스도의 성흔으로 꾸며진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못으로 뚫린 구멍이 아니라 살로 되어 있는 못이었으며, 이미 살이 못과 하나가 되어 있었고, 살색도 검게 쇠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옆구리는 피로 불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대로 검은 빛깔이었는데, 지금은 희디흰 빛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으며, 부활의 상급을 받았음을 증거하고 있었다. 끝으로 시신은 대개 굳어지는 법인데, 이와는 달리 그의 지체는 연하고 부드러웠으며, 마치 어린아이의 몸처럼 변했다.

 

164

임종하고 있던 아우구스띠누스 형제의 환시

 

218. 아우구스띠누스 형제는 떼라 디 라보로에68) 있는 형제들의 봉사자였다. 마지막 때에 이르자 오래 전부터 말을 못하던 그가 갑작스럽게 둘러서 있는 형제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 “사부님, 잠깐만 기다려요, 잠깐만 기다려요! 저도 같이 가요!” 형제들이 놀라서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가 또렷하게 대답하였다 : “여러분들은 우리의 프란치스꼬 사부님이 천국에 들어가시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리고 이어서 그의 형제의 영혼은 그의 육신에서 해방되어 지극히 거룩하신 스승의 뒤를 따랐다.

 

 

165

거룩하신 사부님이 임종하신 다음에

어느 형제에게 나타나심

 

219. 자주빛 부제복을 입은 영예로운 사부님께서 임종하시던 날 밤, 그 시각에 기도에 몰입하고 있던 어느 형제에게 나타났다. 그 형제는 칭송을 받을 만한 생활을 하던 형제였다. 성인은 큰 무리를 동반하고 있었다. 몇몇이 그 무리를 떠나 그에게 다가오며 말하였다 : “형제여, 이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십니까?” 그가 답하였다 : “그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 “이분은 성 프란치스꼬가 아니십니까?” 그 형제는 그가 바로 프란치스꼬라고 같은 식으로 다시 답하였다. 진정 그 형제에게나 그 큼 무리에게나 그리스도와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하나요 같은 사람으로 보인 것이다.

이것은 알아들을 만한 사람에게는 결코 성급한 판단이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주님과 합하는 사람은 주님과 한 정신이 되기69) 때문이며, 또한 하느님은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70) 하시기 때문이다.

마침내 복되신 사부님이 아름다운 그 무리오 더불어 어느 매우 싱그러운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고, 새파란 식물들이 보기좋게 깔려 있었으며, 아름다운 봄꽃들로 뒤덮여 있었고, 온갖 싱싱한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곳에 웅장하고 호화로운 궁궐이 한 채 있었고, 천국의 새 입주자가 그곳으로 즐거움에 넘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매우 많은 형제들을 발견하여 그들과 더불어 대단히 화려하고 맛깔진 음식들이 수북이 쌓인 식탁에서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166

아씨시의 주교가 본 거룩하신 사부님의 죽음의 환시

 

그즈음에 아씨시의 주교가71) 성 미카엘 성당을72) 순례하고 있었다. 그 주교가 돌아오는 길에 베네벤또에 묵었는데, 그날은 복되신 사분 프란치스꼬가 임종하시던 밤이었다. 바로 그날 밤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환시로 나타났다.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아버지, 보십시오. 저는 지금 세상을 하직하고 그리스도께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주교는 자기가 본 것을 자기 동료들에게 말하였고, 프란치스꼬의 임종 날짜와 시간을 공증인을 세워 적어 놓았다. 그는 이 환시에 매우 슬퍼하였고, 그의 탁월한 스승을 잃고서 눈물을 흘리며 비탄에 빠졌다. 그는 자기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낱낱이 공표(公表)하였고, 그는 그가 받은 은혜로 주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렸다.

 

시성과 유해 이전

 

220a. 주 예수의 이름으로. 아멘. 천주 강생 1226 10 4, 그가 예언한 이 날에, 그리고 그리스도에게 완전히 자기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난 이 날에, 그는 사도들의 생활과 발자취를 따랐고,73) 이 사도적인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이 세상의 사슬에서 풀려나 그리스도게 행복하게 갔다.74) 그리고 그가 아씨시 가까이 묻힌 후에,75) 그는 수많은 기적들과 뛰어나고 다양한 행적들로 빛을 발함으로써 그는 곧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을 새로운 시대의 감탄의 대상인 자기에게로 몰아갔다.76) 그의 기적들의 빛으로 그의 이름이 세상의 구석구석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를 통해서 치유된 자들이 기뻐하며 각처에서 모여들자, 당시에 뻬루지아에 계시던 그레고리오 교황 성하께서 모든 추기경들과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과 더불어 그의 시성에 관하여 토론을 가지기 시작하였다.77) 모두가 같은 말을 하였다. 그들은 주께서 당신의 종을 통하여 이룩하신 기적들을 읽고 인정하였으며, 복되신 사부님의 생활과 행적을 대단한 찬사로 칭송하였다. 지방 영주들이 위대한 시성식에 제일 먼저 초대 받았고, 모든 고위 성직자단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날에 복되신 교황님을 호위하여 시성식이 거행되는 아씨시 읍으로 들어왔다.78)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기 위하여 시성식 장소로 아씨시를 택했던 것이다. 성대한 의식이 마련된 식장에 그들이 모두 입장하자, 먼저 그레고리오 교황께서 모여 있는 군중에게 설교를 하셨고,79) 이어서 애정어린 말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80) 전하였다. 또한 그는 대단히 훌륭한 설교로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를 칭송하였고, 그의 순수한 삶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눈물로 온몸을 적셨다. 설교가 끝난 다음에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포하였다…81)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이 그에게 바친 기도

 

221. 우리의 복되신 사부님이시여, 굽어보십시오! 우리는 소박한 마음으로 당신의 엄청난 행적들을 줄여서 칭송하고, 당신의 수많은 덕행들 가운데 그 일부만을 당신의 영예를 위하여 얘기하려고 힘썼습니다. 우리의 말들이 당신의 빼어난 덕행의 광채를 많이 흐리게 하였음을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원래 그토록 위대한 완덕의 행위들을 기록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노력보다는 우리의 사랑을 참작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당신과 우리의 독자들에게 드립니다. 그리고 인간의 붓이 당신의 놀라운 생활의 위대함에 눌려 실로 압도 당하고 있음에 기뻐해 주실 것을 바랍니다. 성인 중에서도 크옵신 성인이여, 누가 당신의 정신의 열정을 자기의 마음에 그대로 담을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그대로 새길 수 있겠습니까? 누가 당신과 하느님 사이에 끊임없이 흐른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정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겠습니까? 하오나 우리는 당신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기에 이러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이러한 일들을 비록 어쭙잖은 방법으로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한때는 굶주렸지만 지금은 기름진 알곡을82) 잡숫고 계십니다. 지금까지는 갈증에 목을 태우던 당신이었지만 지금은 펑펑 쏟아지는 기쁨의 물을83) 마시고 계십니다. 우리는 당신이 하느님의 집의 풍성함에 황홀하다 해서84)그것으로 당신이 당신의 아들들을 까맣게 잊고 계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마시는 그분이 우리를 기억하시기85) 때문입니다. 하오니 공경하올 사부님, 우리를 당신께 이끄시어 당신 향액의 향기를86) 뒤따르게 하십시오. 우리는 당신도 아시다시피 굼뜨고 미지근하며, 게으름으로 나른하여 흐리멍텅합니다. 작은 무리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당신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약한 시력으로는 당신의 완덕의 눈부신 빛살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나날들을 처음처럼 새롭게 해주십시오.87) , 완덕의 거울이며 모범이시여, 당신처럼 서원한 우리를 당신과 틀린 생활을 하도록 버려 두지 마십시오.

 

222. 굽어보십시오. 우리는 지금 영원한 위엄이신 하느님의 자비 앞에 우리의 기도를 바칩니다. 먼저 우리는 당신의 거룩한 겸손의 후계자이고, 참된 가난의 모방자이며, 그리스도의 종인 우리의 총봉사자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당신의 양들을 열성적으로 그리고 착한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께 청하오니, 그를 지켜 주시고 감싸 주시어, 그로 하여금 당신의 발자취를 항상 따름으로써 그도 당신이 이룩하신 찬미와 영광을 길이길이 얻도록하여 주십시오.

 

223. 지극히 자애로우신 사부님, 지금이나 전에나 당신께 대한 칭송을 정성껏 써 내려온 당신의 이 아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온 애정을 다하여 당신께 간절히 청합니다. 그는 우리와 더불어 이 변변치 못한 책을 당신께 헌정합니다. 비록 이것이 사부님께 어울리는 방법으로 엮어지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우리의 애정을 기울여 능력껏은 이루어 놓았습니다. 황공하오나, 모든 악에서 그를 보호하시고 구해 주십시오. 그에게서 거룩한 공로가 많게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기구로 그가 오래오래 성인들과 친교를 이루도록 하십시오.

 

224. 사부님, 헤어날 수 없는 위험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려 노력하는 당신의 모든 아들들도 기억하십시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께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계시다 하더라도 환히 알고 계십니다. 그들에게 위험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그들을 깨끗하게 하시어 빛을 발하게 하십시오. 그들을 기쁨에 겹게 하시어, 복되게 하십시오. 은총과 기도의 정신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리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지니셨던 참다운 겸손을 지니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지키셨던 가난을 지키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항상 사랑하셨던 그 사랑으로 충만케 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와 성신과 함께 살아 계시고, 세세에 영원히 다스리시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