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토마스 첼라노에 의한 1생애 3부

Margaret K 2018. 1. 19. 03:29

3

여기서부터 제3부이다.

 


우리의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시성(諡聖)과 기적

 

119. 회두한 지 20년째 되는 해에 지극히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행복한 시작에다 행복한 말미를 장식하여 한없이 복되게 자기의 영혼을 하늘에 맡겼다. 그는 천국에서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고,1) 불붙는 돌들 사이에2) 자리를 잡고, 하느님의 옥좌 곁에 앉아서도 지상에 남겨 놓고 온 형제들의 일을 잘 돌보려고 한다. 성부와 동등한 위치로서,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으셨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찬란한 빛이시요, 하느님의 본질을 그대로 간직하신 분이시며, 인간의 죄를 깨끗하게 씻어 주신3) 그리스도의 성흔의 낙인으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나타낸 프란치스꼬일진대, 프란치스꼬가 청해서 거절당하는 일이 무엇이 있으리오? 그의 손과 발과 옆구리가 보여 주듯이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4)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일치한 프란치스꼬의 청을 들어 주지 않는 일이 무엇이 있으리오!

그는 새로운 기쁨에 즐거워해 온 온누리에 실상 기쁨을 나누어 주고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훨씬 수월하게 참다운 구원을 얻을 기회를 주고 있다. 그는 자기가 행한 기적의 밝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고, 샛별처럼 빛을 내며 온누리를 비추고 있다. 한때 세상은 그를 잃고 슬퍼하였고, 그가 떠남으로써 세상은 이를테면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새로운 빛이 출현하여 대낮에 찬란한 광채로 비춤으로써, 사람들은 세상에서 어두움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풍성한 성덕으로 해서 이 세상이 항시 어디서고 새로운 기쁨에 차서 이미 모든 불평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그의 전구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모여들어 증언함으로써 이러한 일들이 증명되고 있다. 실상 그는 하늘의 일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에 보편적인 선()을 더 흡족히 더 알차게 소유하기 위하여 육신으로 있는 동안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일부를 사양하고 전체를 받았으며, 시간을 영원과 맞바꾸었다. 그는 지금 어디서든지 누구한테나 도움을 주고 있고,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의 청에 따라 그 사람들과 함께 있다.

 

120. 그는 죄인들과 함께 있을 때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설교하였다. 지금은 천국에서 천사들과 더불어 다스리고 있고,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의 사신(使臣)으로서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다니며, 모든 이에게 선물들을 푼푼하게 나누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 모두가 그를 위하고 공경하며 칭송하고 찬양한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그가 벌어들인 공동선(共同善)의 한몫을 누리고 있다. 하느님께서 그를 통하여 도처에서 이룩하신 그 많고 다양한 기적을 누가 일일이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병중에 사용했던 베개에 불란서 왕과 황후(皇后),5) 그리고 모든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달려와 입을 맞추어 떠받드니,6) 프란치스꼬가 불란서 한 군데에서만도 얼마나 큰 기적들을 많이 일어나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란서로 말하면 파리에서7) 이 세상 어디에서보다도 많은 인재들이 나온 곳인데, 그러한 불란서의 현인식사(賢人識者)들도 한낱 배운 것이 엇는 사람이며 참되게 단순한 친구일 따름이고, 그저 성실하기만 한 프란치스꼬를 진심으로 겸손하게 공경하고 찬미하며 위하고 있다.

실로 프란치스꼬는 누구보다도 대범하고 숭고한 마음을 지녔기에 프란치스꼬라는 이름이 그에게 어울린다.8) 그의 큰 도량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그가 얼마나 자유스럽고 거침이 없었으며 신념에 차서 두려움을 몰랐었던가 하는 것을 알게 되며, 또한 큰 덕행과 열의로써 모든 세속의 일을 발로 짓밟듯이 하였는가를 알게 된다.

그가 입던 수도복 덕분으로 병이 떨어져 나가고, 질병이 나으며, 많은 남녀들이 단지 그의 이름만 불러도 그들의 고민에서 풀리게 되니, 이 세상 딴 곳에서도 있을 그 많은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일일이 말할 수가 있겠는가?

 

121. 그의 무덤에서도 새로운 기적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고, 친구를 부탁하는 사람들의 수효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바로 그 장소에서 영육에 필요한 큰 은혜를 청하고 있다. 눈먼 이가 시력을 회복하고, 귀머거리가 들을 수 있게 되며,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며, 통풍(通風) 걸린 자가 뛰고, 나환자가 치유되며, 수종(水腫)을 앓는 사람에게 수종이 사라지고, 각양각색의 질병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건강을 얻게 된다. 이렇게하여 살아 있을 때의 그의 육신이 죽은 영혼들을 소생시켰듯이, 이번에는 그의 죽은 육신이 살아 있는 육신들을 고치고 있다.

모든 주교님들 중에 가장 높으신 분이시요, 그리스도인들의 인도자이며, 세상의 주인이요, 교회의 목자이고, 주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이이며,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신 로마 교황님께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아시게 되었다. 교황님께서는 몹시 기쁘셨고, 즐거운 나머지 춤을 추셨으니, 옛적부터 있어온 기적과 새로운 신비에 의해서 하느님의 교회가 당신의 당대에 쇄신되는 것을 보셨기 때문이며, 당신의 거룩한 자궁에 잉태하셨고, 당신의 가슴에 품으셨으며, 당신의 말씀으로 돌보셨고, 구원의 음식으로 기르셨던, 바로 그 아들이 쇄신시켰기 때문이었다. 교회의 다른 보호자들도 이 이야기를 들었고, 양떼의 목자들과 믿음의 수호자들과 신랑의 친구들과9) 교황님의 편에 있는 이들과 세상의 주춧돌,10)즉 공경하올 모든 추기경들도 들었다. 그들도 교회를 경하(敬賀)하였고, 그들은 지고(至高)하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지혜와, 지고하고 이해를 뛰어넘는 은총과, 지고하고 측량할 수 없는 선()으로 힘있는 이들까지 당신께로 이끄시기 위해서11) 이 세상의 어리석고 천한 사람을 택하신12) 구세주를 찬미하였다. 온 누리가 이 모든 기적들을 듣고 갈채를 보냈고, 가톨릭 신앙을 지키는 모든 나라에 기쁨이 남아돌 지경이었으며, 거룩한 위로가 넘쳐흘렀다.

 

122. 한편, 사태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서 세상은 새로운 위난(危難)에 접어들었다. 갑자기 평화의 기쁨에 휘저어 놓았고, 질투의 횃불이 타올랐으며, 교회는 집안 싸움과 내란으로 찢기었다. 반황적이고 포악한 종족인 로마인들은 그것이 그들의 습관이기도 했지만 자기 이웃에게 사납게 달려들었고, 무엄하게도 성소에 손을 댔다.13) 탁월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그들의 득세하는 악행에 제동을 걸려 하셨고, 그들의 만행을 누르려고 하셨으며, 그들의 폭동을 진압하려 애를 쓰셨다. 그리하여 교황께서는 튼튼한 성체처럼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키셨다. 교회에 갖가지 위험이 닥쳤고, 파괴가 잦았으며, 악인들의 올무는14) 다른 지방에까지 하느님을 거역하여 일어났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교황께서는 많은 경험에 비추어서 미래를 헤아리시고 현재의 상황을 고려한 다음에 세상을 난리로부터 구하려고 반역자들에게 로마를 넘겨 주었다.15) 이렇게하여 리에띠 시()로 오시게 되었다.16) 교황님께서는 그곳에서 며칠간을 머무르시며 교회의 일들을 보셨고 그런 중에도 시간을 내어, 추기경들을 대동하여 세상에 대해서는 죽어 묻혀 있는 거나 다름없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자매들을17) 인자하게도 방문해 주셨다. 이 가난한 자매들의 거룩한 생활과 극단적인 가난과 영광스러운 생활방법이 교황님과 추기경들을 감동시켜 눈물을 자아내게 하였고, 세상을 하찮게 여기도록 마음을 움직였으며, 은둔생활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 모든 은총의 유모인 사랑스런 겸손이여! 세상의 수반(首班)이며 사도들의 수반의 후계자이신 분이 가난한 자매들을 방문하여 봉쇄 속에서 살고 있는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오신 것이다. 이러한 겸허는 마땅히 찬양받을 만한 일이지만, 지난 오랜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보기였었다.

 

123. 그러고나서 교황님께서 아씨시로18) 걸음을 재촉하셨다. 그곳에서는 영광스러운 보배가 교황님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 보배는 만인의 괴로움과 목전의 가난을 사라지게 하는것이었다. 교황님께서 당도하시자, 온 마을이 기뻐하였고, 도시는 환희에 찼으며, 군중들은 크나큰 기쁨에 술렁거렸다. 보다 밝은 빛들로 해서 이미 밝은 날이 한층 더 빛났다. 교황님을 맞이하려고 모두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엄숙하게 지켜보았다. 열심하고 가난한 형제들의 공동체도 교황님을 맞으려 밖으로 나와 모두들 주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드렸다.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는 도착하시자 말에서 내려 제일 먼저 성 프란치스꼬의 묘소를 경건하고 열절한 마음으로 참배하셨다. 사무치는 가슴으로 한숨을 깊이 내쉬셨고, 눈물을 흘리시며 공경하올 그 머리를 매우 경건하게 숙이셨다.

그곳에 계시는 동안 거룩한 분의 시성(諡聖)에 관한 엄숙한 토론이 있었고, 이 문제로하여 고매하신 추기경들의 모임이 자주 있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통해서 병에서 나은 많은 사람들이 각처에서 몰려들었다. 도처에서 수많은 기적들이 빛을 발했다. 모든 기적들이 인정되었고 증명되었으며, 듣고 난 다음 받아 들여졌다.

한편, 복되신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급한 업무가 있는 데다 또 긴박한 사태가 벌어져 뻬루지아로19) 가셨다가, 깊은 배려를 하사 이 중요한 일을 살피시기 위해서 다시 아씨시로 돌아오시게 되었다. 그런 다음 다시 뻬루지아로 가셔서 이 문제에 관한 거룩한 추기경 회의를 교황 사무실에서 소집하셨다. 모두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한입으로 하듯 말하였다. 그들은 기적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최대의 경의를 표했으며, 복되신 사부님의 생활과 행적을 가장 높은 찬사로써 천거했다.

 

124. 추기경들께서 말씀하셨다 : “가장 거룩하신 분의 가장 거룩한 생활은 구태여 기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본 것과 우리의 손으로 만져본 것을20) 우리는 진리의 빛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모두들 희열에 싸였고 기쁨에 겨워 울었다. 참으로 그들의 눈물에는 크나큰 축복이 담겨 있었다. 곧바로 그들은 온 세상을 구원의 기쁨으로 채울 복된 시성식 날짜를 정했다. 누구나 경건하게 지내야 하는 날, 지상에서뿐만 아니라 천국에서까지도 장엄한 환희를 흩날리는 엄숙한 그 날이 왔다. 주교님들이 모두 왔고, 대수도원장들이 도착하였으며, 아주 먼 곳에서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왕도 참석하였고,21) 지체 높은 수많은 백작들과 영주들도 왔다. 모두 모이자, 그들은 온 세상의 주인이신 교황님을 호위하며, 교황님과 함께 아씨시 시내로 화려하게 입장하였다. 교황님은 장엄한 행사를 위하여 마련된 장소에22) 도착하였으며, 영예로우신 추기경들과 주교들그리고 대수도원장들은 복되신 교황님 둘레에 모였다. 저명한 사제들과 성직자들도 거기에 와 있었다. 복되신 거룩한 수도회도 있었고, 거룩한 베일과 검소한 수도복을 입은 수녀회도 있었다. 일대 군중이 모여들었으므로 남녀할 것 없이 그 수효를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각처에서 모여들었고, 노소할 것 없이 모든 이가 큰 열의를 가지고 사람들의 무리에 합세했다. 낮은 자와 높은 자가 구별없이23) 그곳에 있었고, 주인의 손에서 풀려난 종들도 그곳에 있었다.

 

125. 그리스도 교회의 신랑인 교황님께서는 축복의 문장(紋章)이 새겨져 있는24) 화려한 관()을 머리에 쓰시고 훌륭한 여러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분은 교황복을 차려입고 서 계셨다. 거룩한 의관(衣冠)들은 보석공의 솜씨로써 황금틀에 박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었다.25) 주님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으신 분께서 오필의 금으로 단장한26)옷을 입으시니, 위엄과 영광으로 빛났다. 봄빛으로 번쩍이는 듯한 보석 박힌 옷을 입고 계시니 뭇사람의 시선이 그분께로 모아졌다. 추기경들과 주교들은 빛나는 목걸이들을 걸었고, 천상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눈처럼 흰 옷을 입고 영광스러운 기쁨을 보이며 교황님 주위에 둘러서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흥겨운 소리, 즐거운 소리, 새로운 소리, 기쁨에 가득찬 소리, 찬미의 소리, 그리고 영원한 축복의 소리를 고대하고 있었다.27) 제일 먼저 그레고리오 교황님께서 군중을 향하여 설교하셨다.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말씀을 했다. 물론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에 관해서도 품위있는 찬사로 칭송하였고, 그의 순수한 생활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회상하시면서 어느덧 온몸을 눈물로 적셨다. 그의 설교의 말씀은 다음과 같은 서두를 취했다 : “그는 구름 사이에서 빛나는 샛별과 같았고 쟁반처럼 둥근 달과 같았습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성전을 비추는 태양과 같았습니다.28) 이 충실하고 누구나 마땅히 반길 설교가 끝나자, 이어서 교황 성하의 차부제인 옥타비아노께서는29) 모든 사람 앞에서 큰 목청으로 성인의 기적들을 낭독하였다. 이어서 날카로운 예지를 발휘하며 신심과 표양으로 알려져 있는 부제 추기경30) 라이네리오께서31) 그의 기적들에 관하여 거룩한 말로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교회의 목자께서는 희열에 싸이셨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영혼에 유익한 흐느낌이 고조되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교회의 다른 고위 성직자들도 울음바다를 이루었고, 그들의 제의는 마구 쏟아지는 눈물로 젖어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울었고, 그들의 간절한 소식을32) 기다리다 못해 기진해 버렸다.

 

126. 복되신 교황님께서는 때가 되자 두 팔을 하늘로 올리신 채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영화로우신 동정녀 마리아와 복되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에게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영광된 로마 교회에 영예를 바치기 위해서, 주께서는 하늘의 영광을 주셨고, 땅에서는 우리가 공경하는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우리 형제들과33) 다른 고위 성직자들의 조언에 따라서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과, 그분이 선종한 날을 축일로 지내게 된 것을 본인은 선포합니다.34) 이 칙령이 끝나자 공경하올 추기경들께서 교황님을 따라 “사은 찬미가”(謝恩讚美歌)를 힘차게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군중들 사이에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굉장한 소리가 일어났다.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대지가 울렸고, 하늘도 환호로 메워졌고, 땅은 그들의 눈물로 적셔졌다. 그들은 새로운 노래들을 불렀고,35)하느님의 종들은 영혼의 가락으로 기쁨을 표시했다. 은은한 풍금소리가 흘러나왔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영가를 불렀다. 매우 향긋한 내음이 숨결에 섞였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더욱 즐거운 가락이 울려 퍼졌다. 그 날은 화장했고, 여느 때보다 더 눈부신 햇살이 찬란했다. 푸른 올리브 나뭇가지들이 흔들렸고, 갖가지 나무들이 흔들렸다. 모든 이들은 축제 때 입는 밝고 빛나는 옷들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리고 평화의 축복이 그곳에 온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채웠다. 복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성좌(星座)에서 내려오시어, 천천히36) 지성소로 들어가 서원제와 자원제를 지냈다.37) 하느님께 봉헌된 거룩한 몸이 들어 있는 무덤에 행복한 입술로 입을 맞추었다. 그분은 하느님께 몇 차례 기도를 올리신 다음 거룩한 신비의 예식을 거행하셨다.38) 교황의 형제들은39) 어디에서나 큰 일을 하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흠숭과 찬양을 드리며 교황을 화환 모양으로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40) 군인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더욱 커졌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영광 안에서 성 프란치스꼬에게 바쳐 마땅한 감사를 드렸다.

이 일은 그레고리오 교황 즉위41) 2 7 1642) 아씨시에서 있었다.

 

 

2

성 프란치스꼬의 기적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일련의 기적들이 여기서부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127. 전술한 바와같이 그레고리오 교황 성하 어전에서 읽었고,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발표한 몇몇 기적들을, 현대인(現代人)의 신앙을 고무하여 성숙하게 하고, 미래인(未來人)의 믿음을 강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겸손되이 구하면서 그리스도의 이끄심으로 간단하고 진실하게 써 내려 가겠다.

 

1. 불구자의 치유

 

지상의 향유가 아니라 하늘의 향료를 그 위에 뿌린 값진 보배처럼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신성하고 거룩한 시신이 묻히던 바로 그 날, 사람들이 한 소녀를 무덤에 데려왔다. 그의 목은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지 거의 1년이 지났고, 머리가 어깨로 쳐져 내려와 옆으로만 볼 수 있었고, 위로는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를 잠시 성인의 귀한 주검이 묻혀 있는 무덤에 대자, 이 지극히 거룩한 사람의 공로로 즉시 고개를 쳐들었다. 머리는 원위치로 돌아갔고, 그 소녀는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에 어안이 벙벙하여 울며 달아났다. 전에 머리가 닿아 오랫동안 앓았던 그녀의 어깨는 지금도 약간 우묵하게 들어가 있다.43)

 

128. 나르니 지방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의 다리는 뒤틀려서 두 개의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 조금도 걸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거지였고 제 부모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이렇게 지체가 자유롭지 못하여 여러 해를 두고 고생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소년은 이러한 어려움에서 풀려나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지팡이 없이도 주님과 그의 거룩한 사람에게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걸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44)

 

129. 폴링뇨 시민인 니콜라스는 왼쪽 다리를 절었고, 매우 고통스러워하였다. 그는 이를 회복하려고 의사에게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생각했던 이상으로 빚을 졌고, 이제는 빚을 감당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의사들의 치료가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자 그의 고통은 더욱 심해져서 이웃 사람들이 밤잠을 못 이룰 만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을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맡기고는 성인의 무덤으로 찾아갔다. 밤새도록 무덤 앞에서 기도를 하자,다리가 펴졌다. 그는 지팡이 없이 큰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45)

 

130. 다리가 구부러져 무릎이 가슴에 와 붙고, 뒤꿈치가 궁둥이에 붙은 한 소년이 성 프란치스꼬의 무덤에 왔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하여 가시 돋힌 철 고행대(鐵苦行帶)를 살갗에 닿도록 매었고, 그의 어머니는 심하게 보속고행을 하였다. 그러자 소년이 갑자기 완전히 치유되어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감사를 드리며 힘차게 시가지를 누빌 수 있게 되었다.46)

131. 파노 읍에47) 한 불구자가 있었다. 그의 다리는 종기가 심하였고 궁둥이와 붙어 있었다. 악취를 내뿜는 통에 병원에서조차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성인께 자비를 구한 까닭에 잠시 후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병에서 해방되어 기뻐하였다.48)

 

132. 굽비오 출신의 한 소녀는 손이 불구여서 거의 1년 동안 모든 손가락을 쓸 수 없었다. 그녀의 유모는 그녀가 건강의 은총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를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무덤으로 데리고 가서 무덤에 밀초를 바쳤다.49)  8일이 지난 어느 날, 그녀의 손가락이 모두 되살아나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하여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었다.50)

 

133. 몬떼네로51) 출신의 한 소년이 성 프란치스꼬의 시신이 편히 쉬고 있는 성당52) 문 앞에서 여러 날을 누워 있었다. 소년은 허리 밑으로는 마비가 되었고 맥이 없어서 걸을 수도 없었으며 앉아 있을 수도 없던 터였다. 어느 날, 그는겨우 성당 안으로 들어가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무덤에 손을 댔는데, 완전히 나아서 나왔다. 그 어린 소년은 말하기를 그가 영예로운 성인의 무덤 앞에 누워 있을 때, 형제들의 수도복을 입은 어떤 젊은 사람이 그를 불러 배 하나를 주면서 일어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소년은 그의 손에서 배를 받아 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보십시오. 저는 불구인지라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자기에게 건네진 배를 먹어치우고, 젊은이가 들고 있는 배 하나를 더 집으려고 손을 뻗으려 하였다는 것이다. 젊은이가 재차 일어나라고 하였으나 연약하게 무게를 느끼고는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손이 배에 달락말락하자 그 젊은이는 배를 주고 나서 그의 손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그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건강해지고 완전해진 것을 알고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누구에게나 보이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53)

 

134. 꼭꼬라노54) 읍 출신의 한 부인이 가마에 실려 영광된 사부님의 무덤에 왔다. 그녀는 혀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수족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한 사람의 무덤에 잠시 머물고는 완쾌되어 일어났다.

굽비오의 한 시민도 자기의 불구 아들을 가마에 태워 거룩한 사부님의 무덤에 데리고 왔다가, 완전히 회복되어 건강해진 아들을 얻게 되었다. 그 아들은 두 다리가 궁둥이에 붙어 몹시 흉칙했었다.55)

 

135. 나르니 읍의 바르톨로메오는 매우 빈궁한 사람이었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어느 호도나무 그늘 밑에서 누워 잠을 잔 적이 있었는데, 깨어 보니 불구가 되어 걸을 수가 없었다. 나날이 더욱 심해져 발과 다리는 여위어 휘어졌고, 가늘어져서 칼로 베어도 몰랐고, 불이 타들어가도 아픈 줄을 몰랐다. 그러자 가난한 자를 진실로 사랑하는 이요, 모든 궁한 사람의 아버지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프란치스꼬가 밤에 환시로 그사람에게 나타나 어떤 온천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성인은 몹시 가엾은 생각이 들어 그를 병에서 구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일어난 환시를 주교님께 말씀드렸다. 주교님께서는 그에게 지시받은 대로 온천으로 빨리 가보도록 하라고 일렀고 성호를 그어 강복하여 보냈다. 그리하여 그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온 힘을 다하여 그곳으로 몸을 끌기 시작하였다. 고통으로 인해 비애감(悲哀感)에 싸인 채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그에게 한 음성이 들려왔다 : “평화의 주님과 함께 걸어라. 나는 네가 너 자신을 내맡긴56)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럭저럭 그는 온천에 거의 다다랐지만, 밤이라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그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음성이 재차 들려왔다. 그 음성이 끝까지 그를 온천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그는 그곳에 도착하여 탕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떤 사람의 손이 자기의 발 위에 있고, 또 한 손은 자기의 다리에 얹어져 있음을 느꼈고 그 손이 자기의 다리를 서서히 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그는 치유되어 전능하신 창조주께 그리고 위로와 힘을 주신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에게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탕에서 뛰어올랐다. 그 사람은 6년이란 세월을 기어다닌 거지였고 나이도 많은 사람이었다.57)

 

 

2. 시력을 되찾은 맹인들

 

136. 시빌리아라는 한 부인은 눈이 멀어 몇 해를 두고 고생하다가, 하느님의 사람의 무덤에 비감에 싸인 채 이끌려 왔다. 그녀는 시력이 회복되고 나서 기쁨과 즐거움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58)

스뻴로59) 출신의 한 남자 맹인이 오랫동안 잃었던 시력을 거룩한 몸의 무덤에서 회복하였다.60)

까메리노61) 출신의한 여인이 오른쪽 눈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녀의 부모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손을 댄 적이 있는 옷조각을 그 눈에다 대고 서원을 하였다. 눈이 시력을 회복하자 주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보모들이 감사를 드렸다.62) 이와 비슷한 일이 굽비오의 한 여인에게서도 일어났는데, 그녀는 서원을 한 후 전에 가졌던 빛을 다시 찾게 되어 기뻐하였다.63)

아씨시의 한 시민도 5년 동안 실명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아직 생존해 있을 때, 이 사람은 성인과 아주 친절한 사이였고 복되신 분께 기도할 때면 항시 그 우정을 회상했다. 그가 성인의 무덤에 손을 대자 치료되었다.64)

나르니의 알베르띠노라는 한 사람은 거의 일년 동안 실명상태에 있었고 눈꺼풀이 광대뼈까지 처져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맹세를 하자 즉시 시력을 회복하였고, 프란치스꼬의 영광된 무덤을 방문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가 후에 그곳을 찾았다.65)

 

3. 마귀들린 사람들

137. 폴링뇨 읍에 베드로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죄를 보속하고 가진 것 모두를 바치려고 복된 미카엘 대천사 성당에66) 가는 도중 어떤 샘가에 이르렀다. 여행에 지친 나머지 갈증이 생겨 샘물을 마셨는데, 그 느낌이 악마를 들이키는 느낌이었다. 이리하여그는 3년 동안 마귀에 들렸고, 극히 사악한 짓들을하여 보기에도 섬뜩했고 말하기도 끔찍스러웠다. 그가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무덤으로 갔을 때, 악마들이 분개하여 그를 잔인하게 괴롭혔지만 사부님의 무덤에 손을 대자 놀랍게도 그는 누가 보아도 확실하고 뚜렷한 기적으로 악마에게도 해방되었다.67)

 

138. 나르니 읍에 한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대단히 난폭하게 굴었고 실성한 여자였으며 경악할 일들을 저지르고 다녔고, 듣기에 흉칙한 말들을 내뱉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환시로 그녀에게 나타나 말했다 : “성호를 그으시오.” 그녀가 대답하였다 : “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성인이 손수 그녀에게 성호를 그어 주어, 모든 미친 짓과 악마의 속임수적인 모든 환영(幻影)들을 내쫓아 버렸다.68)

비슷한 식으로 악마의 농간에 갖가지 괴롭힘을 당한 많은 남녀가, 그리고 마귀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많은 남녀가 거룩하시고 영화로우신 사부님의 크나큰 공로로 마귀의 권세에서 빠져나왔다.

이러한 사람들은 흔히 기적이 아닌 다른 속임수의 희생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방금 말한 이런 일보다 더 중요한 기적들을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4. 죽음에서 되살아난 환자부종환자, 수종환자, 관절염환자, 중풍환자, 그리고 각종 질환자

139. 또디69) 읍 출신의 마태오라고 하는 한 소년이 침상에 누운 채 마치 죽은 사람처럼 8일간 있었다. 입은 꼭 다물고 있었고 눈빛은 흐렸다. 얼굴과 손발이 질그릇 색깔로 변했다. 모두가 가망 없다고 그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의 봉헌으로 눈에 띄게 그는 회복되어 갔다. 그는 입으로 핏덩이를 토하며 내장까지 계워내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가 다급히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성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자, 소년은 눈을 뜨고 빛을 보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젖을 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피부에 검은 색이 사라지더니 본래의 색깔로 돌아왔다. 소년은 건강해졌고 힘이 붙었다. 소년이 건강해지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그에게 물었다 : “아가야, 누가 너를 구했느냐?” 소년이 혀짤배기 소리로 대답하였다 : “치꾸, 치꾸.70) 소년은 또 질문을 받았다 : “너는 누구의 종이냐?” 소년이 대답하였다 : “치꾸, 치꾸.” 그는 어려서 똑똑하게 발음을 할 줄 몰라,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이렇게 짧게 불렀다.71)

 

140. 한 젊은이가 매우 높은 곳에 있다가 밑으로 떨어져서 말을 못하게 되었고 수족을 못쓰게 되었다. 3일 동안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 살아 있는 기색이 보이지를 않자, 사람들이 그를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였다. 그래도 그의 어머니는 의사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 다만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아들의 건강을 빌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어떤 약속을 하고나자, 생기있는 완전한 아들을 돌려받았다. 그녀는 전능하신 구세주를 찬미하게 되었다.72)

만치누스라고 하는 한 소년이 아파서 거의 죽게 되었다. 모두가 그의 치료를 완전히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에 간원하여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아레쪼 출신의 갈떼리오라는 한 소년은 열이 떨어지지를 않아서 몹시 고생을 하였는데, 쌍종기로 괴로워하였고 모든 의사들은 그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의 부모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그를 맡김으로써 그는 바랐던 건강을 되찾았다.73)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사람이 프란치스꼬에게 바치려고 밀초를 만들고 있었는데, 다 만들기도 전에 그 사람은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141. 돌아눕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한 부인이 침대에서만 몇 년을 갇혀 지냈다. 그녀는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한 가지 서원을 한 다음, 병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그녀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임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74)

나르니 읍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8년 동안 한쪽 손이 말라들어가서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환시로 그녀에게 나타나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다른쪽 손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75)

같은 읍에 심한 병으로 10년 동안을 앓아 온 한 젊은이가 있었다. 전신이 부어올라 어떤 약도 그에게는 효험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봉헌을 한 후에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즉시 건강이 회복되었다.76)

파노 읍에 수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수족이 끔찍스럽게 부어올랐다.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중재로 병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다.77)

또디의 한 주민이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전혀 앉아 있을 수도 쉴 수도 없었다. 그는 쑤시는 아픔에 오한이 나는 것이 죽을 것만 같았다. 의사를 부르기도 하고 여러번 온천도 하고 약도 복용하였지만 이러한 치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리하여 그는 어느 날 성 프란치스꼬가 건강을 다시 주리라는 기대 속에 사제 앞에서 서원을 하였다. 그는 성인에게 기도를 마친 후, 곧 원래의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78)

 

142. 굽비오 읍에 중풍 걸려 누운 한 부인이 있었는데,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병이 나아 건강해졌다.79)

본따도수스라고 하는 사람은 손과 발에 심한 통증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거나 걸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어느 날 한 부인이 그에게 찾아와 병이 빨리 낫고 싶으면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아주 진심으로 자신을 맡기라고 권하며 그를 타일렀다. 그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중에 대답하였다 : “나는 그 사람을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부인은 끈기있게 계속해서 권유했다. 마침내 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바쳤다 : “나는 성 프란치스꼬에게 나 자신을 맡깁니다. 만일 사흘 안에 이 병을 낫게 하면 그를 성인으로 믿겠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성인의 공로로 곧 구제되었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며 걷고 먹고 쉬었다.80)

 

143. 쇠화살로 머리를 심하게 찔린 사람이 하나 있었다. 화살이 눈 깊숙이 들어가 머리에 박혀 의사의 기술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성인이신 프란치스꼬의 중재로 치료되리라는 기대 속에 겸손한 신앙심으로 성인에게 자신을 맡겼다. 그는 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꿈에 성 프란치스꼬가 나타나 그에게 뒤통수로 화살을 빼라고 일러주었다. 다음날 꿈에서 들은 대로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그렇게 했더니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리 어렵지 않게 그는 구제되었다.81)

 

144. 임뻬라똘리라는 한 스뻴로 사람이 심한 탈장으로 2년 동안을 시달렸다. 모든 내장이 밖으로 밀려 고환으로 내려왔다. 내장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기도 힘들었고, 넣고 나면 오랫동안 제자리에 있도록 할 수가 없어 탈장대를 사용하였다. 그는 의사들을 찾아 헤맸고 살려 달라고 거지처럼 애걸하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가 지불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액수의 치료비를 요구하였다. 그는 하루 용돈도 없고 하루 끼니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의 도움을 완전히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하느님의 도움을 향하여 돌아섰다. 그러고는 길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에서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에 겸손하게 청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그는 얼마 안 있어 하느님의 은총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였다.82)

 

145. 안꼬나의 마르키아에서 우리 수도회의 순명 밑에 살고 있는 한 형제가 늑골과 요추에 심한 병으로 고생하였는데, 병이 깊어 의사들은 이미 포기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순명하여 살고 있는 그 지역 관구 봉사자에게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이 묻혀 있는 곳을 방문토록 허락해 주십사 청하였다. 그는 성인의 공로로 치료의 은혜를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관구 봉사자는 그때에 내리고 있던 눈과 비로 이 형제가 여행에 지친 나머지 병이 더 악화될까 염려스러워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형제는 거절을 당하자 약간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의 옆에 나타나서 말하였다 : “아들아, 이 일로 더 이상 상심하지 말라. 네가 입고 있는 모피 외투를 벗어라. 고약을 버리고, 고약 위에 감겨 있는 붕대도 떼어 버려라. 그리고 너의 회칙을 지켜라. 그러면 너는 구출될 것이다. 그는 갑작스런 구출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83)

5. 깨끗해진 나환자

146. 안꼬나의 마르키아에 있는 산세베리노에 악또라고 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전신이 나병으로 뒤덮여 있어서 누구든지 나병환자임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의사들도 나병으로 진단하였다. 그는 수족이 부어 축늘어졌고, 혈관이 팽창하고 부풀어 모든 것을 눈을 모로 뜨고 보았다. 그는 걷지를 못하였고, 오직 자기 침대에 계속해서 누워만 있었다. 그는 자기 부모를 슬픔과 비탄에 빠지게 했다. 아들의 고통을 보고 매일 살을 에이는 아픔만 당할 뿐 아버지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를 몰랐다. 그는 자기 아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맡겨야겠다는 마음이 마침내 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 “아들아, 너는 너를 성 프란치스꼬에게 맡기기를 원하느냐? 기적을 많이 행하여 어디에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분이 병에서 구하시어 너를 즐겁게 해주실지도 모르지 않겠느냐?” 아들이 대답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즉시 아버지가 종이를 가져왔고, 아들의 키와 가슴둘레를 재며 말하였다 : “아들아, 너의 마음을 드높이고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맹세하여라. 이분이 치료하신 다음부터 너는 평생을 매년 너의 키만한 초를 이분께 가져와야 한다.” 그는 아버지의 명()에 한껏 마음을 드높이어 두 손을 합장하고 겸손되이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정심에 간원하기 시작하였다. 칫수를 재어 종이에 기록하고 기도를 마치자 즉각 그의 나병이 치유되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찬양하고 기뻐 걷기 시작하였다.84)

파노 읍에 사는 보누소모라고 하는 한 젊은이를 모든 의사들이 중풍이자 또한 나병으로 진단을 내렸는데, 그의 부모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그를 열심히 바쳤다. 그는 나병에서 깨끗해졌고중풍도 치유되어 완전히 건강해졌다.85)

147. 삐에베 고을에 매우 가난한 거지 소년이 있었다. 그는 태생 귀머거리에 태생 벙어리였다. 소년은 혀가 매우 짧았고 마치 잘려져 나간 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를 여러번 시험하여 알아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밤, 그 소년이 마르꼬라고 하는 사람의 집으로 찾아와 벙어리들의 언어인 수화(手話)로 은신처를 요구했다. 하룻밤 함께 묵게 해 달라는 뜻으로 소년은 머리를 옆으로 뉘고 손으로 볼을 받쳤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소년을 자기 집안에 받아들여 살게 해 주었다. 그는 소년이 쓸모있는 머슴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요람에서부터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였지만 소년은 성실했고 정직했다. 소년은 명령받는 것을 수화로 알아들었다. 어느 날 밤, 소년이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남자가 식사를 하다가 부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이 소년에게 듣고 말할 수 있게 한다면 나는 그것을 큰 기적으로 여기겠소.

 

148. 그리고 덧붙였다 :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이 기적을 행하기만 한다면, 프란치스꼬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이 소년을 무척 사랑하겠고, 그의 일생을 보살필 것을 주 하느님께 맹세하오.” 그런데 정말 이럴 수가! 그 맹세가 떨어지자마자 그 소년은 즉시 말문이 터져 말하였다 : “성 프란치스꼬, 만세!” 소년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 “저는 지금 높은 곳에 계신 성 프란치스꼬를 보고 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언어를 주려고 온 것입니다.” 소년이 또 덧붙였다 : “사람들에게 이제 저는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주인이 대답하였다 : “하느님을 찬미하고 많은 사람들을 돌보아라.” 그러고 나서 주인은 기쁨에 넘쳐 일어난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 소년이 말을 못하던 때에 그를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몹시 놀라서 어리둥절하였고,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겸손히 찬미를 드렸다. 소년의 혀가 자라나 말하기 적당하게 되었고, 마치 늘상 말을 해 오기나 한 사람처럼 적합하게 어휘들을 배열하여 말로 표현하였다.86)

 

149. 빌라라고 하는 한 소년은 말도 못했고 걷지도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서원을 지키기 위하여 밀초를 만들었다. 밀초를 만들어서 공경심을 마음에 지니고 그것을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묻혀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걷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였다.87)

뻬루지아 교구의 어떤 사람이 언어장애를 일으켰다. 그는 목구멍이 많이 부어올라 늘 입을 흉물스럽게 벌린 채 아래 위로 우물거리며 괴로워하였다. 그가 지극히 거룩한 몸이 묻혀 있는 곳에와서 무덤에 이르는 계단에 오르려고 하였을 때 많은 피를 토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구제되어 말도 하였고, 정상적으로 입을 열기도 하였고 다물기도 하였다.88)

150. 한 부인이 후두(喉頭)에 통증에 있어 크게 고생하였는데, 혀가 타 입천장에 말라붙었다. 그녀는 말도 못하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고약을 바르고 약을 복용하였지만 아무리 해도 병이 덜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말까지 할 수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만 성 프란치스꼬에게 서원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목구멍이 열리더니 거기에서 작고 둥근 돌 하나가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곧 그녀는 완전히 치유되었다.89)

그렉치오 고을에 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는 청력과 기억력을 상실하고 말을 잃어 사물에 대한 이해나 느낌이 없었다. 성 프란치스꼬에게 큰 믿음을 갖고 있는 그의 부모는 겸손한 신앙에서 젊은이를 성인께 바치고 맹세하였다. 그의 부모가 봉헌을 실천했을 때, 그는 지극히 거룩하고 영예로운 사부 프란치스꼬의 도움으로 없어졌던 모든 감각을 아주 풍부하게 받았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찬미와 영광과 영예가! 그리고 그분의 나라와 왕국이 세세대대에 영원히 있어지이다! 아멘.

 

   

 

    151.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기적에 관해서 몇 가지를 이야기했고, 많은 것을 생략했다.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축복의 은총을 찾아내는 일을 맡기겠다. 그리하면 말과 표양과 삶과 가르침으로써 온 세상을 가장 영광되이 새롭게 하신 그분께서는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에 지극히 높은 하늘의 선물을 소나기처럼 쏟아부어 주실 것이다.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몸에 찍힌 십자가에 달리신 가난하신 분의 사랑과 상처로

부탁하노니, 이 글들을 읽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나의 죄인일 뿐인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아멘.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언제나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을90) 슬기롭게 이루시는 오직 한

분뿐이신 지혜로우신 하느님께91) 찬양과 영예와 모든 찬미가 있으소서.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