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토마스 첼라노에 의한 1생애 1부

Margaret K 2018. 1. 19. 03:25

 1 생 애

(VITA PRIMA)  

 

 머리말 ………………………………………………………………………  49

 

1

 

1 : 프란치스꼬가 회개하기 전에 해 온 세속생활 …………………………… 52

2하느님께서 육신의 병과 밤의 환시로 프란치스꼬의 마

       음에 닿으심 …………………………………………………………………… 55

3정신적으로 변했지만 육신적으로 변하지 않은 프란치

        스꼬가 발견한 보화, 그리고 비유적으로 자신의 정배

        에대해 말함 …………………………………………………………………… 58

4 : 모든 것을 팔고, 받은 돈을 경멸함 ……………………………………… 60

5아버지가 프란치스꼬를 핍박하고 묶어 감금시킴 ……………………… 62

6어머니가 그를 풀어줌, 그리고 그가 주교 앞에서 옷을

        벗음 ……………………………………………………… 65

7강도들에게 잡혀 눈구덩이에 던져짐, 그리고 나환자

       들을 돌봄 ………………………………………………… 67

8성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그곳에 거주한 자매

       들의 생활 …………………………………………………… 70

9 : 수도복을 입고 뽀르지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복음을 듣고 나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형제

       들이 입을 수도복을 마련함 ………………………………… 73

10프란치스꼬의 복음에 관한 설교와 평화를 전함, 그리

        고 초기 여섯 형제의 회두 ………………………… 75

11성 프란치스꼬의 예언의 영()과 예견(豫見…… 79

12 :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내보냄,

        그리고 얼마 후에 그들이 돌아와 모임 ……………… 81

13열 한 제자들을 데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회칙을 쓰

        , 그것을 인노첸찌오 교황께서 인준하심, 그리고 나

        무를 본 환시 …………………………………………… 85

14 : 로마에서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옴, 그리고 도중에

        지체함 …………………………………………………… 88

15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명성과 많은 사람들의 회두;

        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게 된 경위와 복되신 프란

        치스꼬가 입회한 형제들을 길러낸 방법 …………… 90

16 : 리보 또르또에 머무름과 가난을 고수함 …………… 96

17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에게 기도를 가르침,

        리고 형제들의 순종과 정결 ………………………… 99

18불 전차에 관하여,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

        리에 없는 형제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일  102

19 : 형제들을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참

        된 겸손 ………………………………………………… 106

20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

        ,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 110

21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 113

22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

        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

        (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 118

23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

        풍병자를 고침 …………………………………………121

24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 122

25 :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

        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123

26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 125

27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

        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

        께서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126

28 :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정신과 애정어린 동정

        , 그리고 양과 어린양에게 한 일 ………………… 131

29창조주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프란치스꼬,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대한 인물 묘사 ……………… 135

30주님의 성탄에 만든 구유 …………………………… 139

 

 2

 

1 : 2부의 내용과, 프란치스꼬의 운명시(殞命時)와 완덕

       을 향한 그의 정진 ………………………………………… 144

2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위대한 바램, 그리고 성서를 펼

       쳐 스스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알아냄 ………… 147

3 : 십자가에 못박힌 세라핌을 닮은 모습의 환시 ……… 151

4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열성과 그의 눈병 ……………… 154

5리에띠에서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의 영

       접을 받은 일, 그리고 그분이 장차 전세계의 주교가

       될 것이 라고 예언함 ……………………………………… 156

6성 프란치스꼬의 수발을 든 형제들의 자세와 성인의

       살아가는 마음가짐 ………………………………………… 160

7 : 시에나에서 아씨시로 돌아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

       리아 성당, 그리고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 ………… 163

8 : 복되게 죽으면서 남긴 행동과 말 ……………………… 167

9십자가의 오상(五傷)을 목격한 형제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세라핌 천사의 날개 ………………………… 170

10성 다미아노 성당에 사는 자매들의 슬픔, 그리고 성

        프란치스꼬가 찬미와 영광중에 묻힘 ………………… 175

 

 3

 

1 : 우리의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시성(諡聖)과 기적  180

2 : 성 프란치스꼬의 기적 …………………………………… 190

1. 불구자의 치유 ………………………………………………… 190

2. 시력을 되찾은 맹인들 ……………………………………… 194

3. 마귀들린 사람들 ……………………………………………… 195

4. 죽음에서 되살아난 환자, 부종환자, 수종환자, 관절염

  환자, 중풍환자 그리고 각종 질환자 ……………………… 196

5. 깨끗해진 나환자 ……………………………………………… 201

맺는 말 ……………………………………………………………… 205

 

 2 생 애

(VITA SECUNDA)

 

머리말 ……………………………………………………………… 209

 

 1

 

프란치스꼬의 회두

 

1 : 처음에는 요한이라 불리다가 후에 프란치스꼬로 불

       리움,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관한 어머니의 예언과

       프란치스꼬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일과 감옥에 갇

       혀 있을 때의 그의 인내력 …………………………… 214

2어느 가난한 기사(騎士)에게 옷을 입혀 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체험한 성소에 관한 환시 ………………216

3한 패의 청년들이 얻어먹기 위하여 그를 두목으로 추

       대한 일과 그의 변화 …………………………………… 218

4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가

       난한 사람들과 식사함, 그리고 자기 옷을 주어 버림  220

5 : 프란치스꼬가 기도하는 동안에 악마가 한 여인을 보

       , 그러자 하느님께서 주신 응답, 그리고 나환자들에

       대한 그이 태도 …………………………………………221

6 : 십자가에 달려 그에게 말을 한 고상(苦像)과 거기에

       바친 그의 존경 ……………………………………………222

7 : 아버지와 육신의 형제가 그를 괴롭힘 ……………… 224

8극복한 부끄러움과, 가난한 동정녀들에 대한 예언  226

9 : 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함 ………………226

10 :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산을 포기함 …………………227

11 : 교황님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 ………………………229

 

        뽀르찌웅꿀라의 성모 마리아

 

12뽀르찌웅꿀라에 대한 성인의 사랑과 그곳에서의 형

        제들의 생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성당에 대한 복

        되신 동정녀의 사랑 …………………………………… 231

13 : 어떤 환시 ………………………………………………… 233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의 생활

 

14 : 엄격한 생활 ……………………………………………… 233

15 : 성 프란치스꼬의 판단력 ……………………………… 234

16 : 앞일을 내다본 일과 자기 수도회를 로마교회에 맡

        긴 일, 그리고 어떤 환시 ……………………………… 235

17오스띠아의 주교를 자기 수도회의 아버지로 요청함  237

 

 2

 

머리말 ………………………………………………………………240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지니고 있던  예언의 정신

 

1……………………………………………………………… 241

2성인으로 여겼던 사람이 실은 가짜임을 알아냄  241

3 : 또 다른 형제가 별난 짓을 한 비슷한 경우 ………… 243

4 : 다미에따에서 십자군의 패전을 예언함 ……………… 243

5 : 한 형제의 마음의 비밀을 간파함 …………………… 245

6한 형제 위에 마귀가 있음을 봄, 그리고 공동체를 멀

       리하는 형제들 ………………………………………… 246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일 ……………………………… 248

7 : 그렉치오 주민들을 늑대와 우박에서 구해 줌 ……… 249

8뻬루지아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중에 내분을 예언하고

       일치를 권함 ……………………………………………250

9 : 한 부인에게 남편이 회개하리라고 예언함 ………… 252

10 : 한 형제가 다른 형제에게 죄를 짓게 하자 영()

        로 알아차림, 그리고 그 형제가 형제회를 떠나리라

        고 예언함 ……………………………………………… 253

11 : 수도원에 들어오려고 찾아온 한 젊은 사람이 하느

        님의 영에 인도되지 않았음을 간파함 ……………254

12프란치스꼬에게 치유를 받은 어느 성직자, 그리고

        반복되는 죄로 인해 그는 더 큰 화를 입으리라고 프

        란치스꼬가 예언함 ……………………………………255

13 : 유혹을 받은 형제 …………………………………… 256

14 : 일전에 성인이 청한 옷을 준 사람 ………………… 257

15형제들이 먹을 것도 없는데 프란치스꼬가 의사를 식사에

        초대함, 그러자 주께서 갑자기 푸짐하게 차려주심, 그리

        고 자기 자녀들을 돌보시는 하느님의 섭리 ………… 258

        릭체리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 259

16 : 성령을 통하여 두 형제의 소원을 알게 되어 강복을

        주려고 방에서 나옴 ……………………………………… 260

17기도를 바위에서 물이 솟게 함, 그리고 그 물을 목

        말라하는 농부에게 줌 ………………………………… 261

18 : 프란치스꼬가 기른 새,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탐욕

        을 부리다가 죽음 ……………………………………… 262

19 : 베르나르도 형제에 관한 프란치스꼬의 예언이 모두

        이루어짐 ………………………………………………… 263

20유혹중에 있던 형제가 성인의 친필을 간직하고 싶어함  264

21 : 자기의 투니카를 갖고 싶어하는 형제에게 줌 …… 265

22 : 프란치스꼬의 명을 받아, 잡초에 묻힌 미나리가 야

        밤에도 발견됨 …………………………………………265

23 : 자기가 죽은 다음에 기근이 내릴 것을 예언함 …… 266

24: 성인의 광채와 우리의 무지 ………………………… 268

 

        가난

 

25 : 가난을 찬미함 ………………………………………… 269

 

        가난한 집

 

26…………………………………………………………… 270

27 : 헐어 버리려던 뽀르찌웅꿀라의 집 …………………271

28 : 볼로냐에 있는 집에서 아픈 형제들까지도 몰아냄  272

29 : 자기 이름이 붙여진 방에 들어가기를 거절함 …… 273

 

        가난한 살림도구

 

30…………………………………………………………… 274

31그렉치오에서 부활절에 준비한 식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리스도의 표양에 따라 자신이 순례자임을

        보여줌 …………………………………………………… 274

32 : 책들에 대한 욕심을 반대함 ………………………… 275

 

        가난한 잠자리

 

33오스띠아 주교와 있었던 일, 그리고 주교의 찬사276

34어느 날 깃털 베개를 베자 일어난 일 …………… 277

 

        돈에 관한 이야기들

 

35 : 돈에 손을 댄 형제를 따끔하게 타이름 …………… 278

36 : 언젠가 돈을 주워 벌받은 형제 ……………………279

37필요하다는 구실로 돈을 예비하려 한 형제를 책망

        함 ………………………………………………………… 280

38 : 뱀으로 변한 돈 …………………………………………281

 

        가난한 옷

 

39 : 부드럽고 화려한 옷을 입은 형제들을 말과 표양으

        로 나무람 ……………………………………………… 282

40가난을 등진 형제들은 가난을 깨닫고 돌아와야 한

        다고 말함 ……………………………………………… 284

41 : 동냥하는 일 자체에 찬사를 보냄 …………………… 285

42 : 동냥하는 성인의 모범 ……………………………… 286

43오스띠아의 주교가 있는 교구청에서 보여 준 모범

        과 주교님게 드린 대답 ……………………………… 287

44 : 말과 모범으로 동냥하러 나갈 것을 권함 ………… 288

 

45 : 구걸하기를 거절하는 형제들에게 내린 책망 ……… 289

46 : 동냥한 것을 메고 오는 형제를 맞이하여 어깨에 입

        을 맞춤 …………………………………………………289

47 : 세속에 사는 기사(騎士)들에게 동냥을 권함 ……… 290

48 :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탉이 물고기로 변한 일 ……… 291

 

        세속을 포기하는 사람

 

49자기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친

        척들에게 준 사람을 꾸짖으신 예(……………… 292

 

       가난과 관련된 환시

 

50…………………………………………………………… 294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동정심

 

51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 그리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부러워함 ……………………… 296

52 : 가난한 사람을 나쁘게 말한 형제를 힐책함 ……… 297

53 : 첼라노에서 어느 노파에게 망또를 줌 ………………298

54 : 또 다른 망또를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줌 ………… 299

55 : 또 다른 가난한 사람에게 한 비슷한 일 …………… 300

56주인을 증오하지 않도록 어느 사람에게 망또를 줌  300

57 : 투니카 자락을 가난한 사람에게 줌 ………………… 301

58 : 형제회 최초의 신약성서를 두 형제의 가난한 어머

        니에게 줌 ……………………………………………… 301

59 : 눈병으로 고생하는 가난한 부인에게 망또를 줌  302

60세 여인이 길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고 사라짐  304

 

        기도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열심

 

61 : 기도하는 때와 장소, 그리고 기도에 대한 열심  305

62 : 열심히 성무일도를 바침 …………………………… 307

63 : 기도중에 일어난 분심잡념을 물리침 ………………308

64 : 무아경(無我境………………………………………… 309

65 : 기도 후에 취한 태도 ………………………………… 309

66기도중의 그를 방문한 주교가 말()을 잃어버림311

 

67 : 어느 수도원장이 그의 기도의 힘을 느낌 ………… 311

 

        성서에 대한 성인의 이해와 그의 말의 위력

 

68 : 그의 지식과 기억력의 정도 ………………………… 313

69: 도미니꼬회 형제에게 해석해 준 예언자의 말씀 … 313

70어느 추기경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분명한 해답을

         …………………………………………………………315

71 : 성서를 읽어 드리겠다고 하는 형제에게 답함 …… 315

72빠치피꼬 형제가 성인의 입에서 본 번쩍이는 칼316

73설교의 효과와 이에 대한 어느 의사의 증언 …… 317

74실베스떼르 형제를 중재로하여 말씀의 힘으로 아레

        쪼에서 악마를 몰아냄 ………………………………… 318

75실베스떼르 형제의 회두, 그리고 그가 본 환시 …… 319

76 : 마귀의 공격에서 풀려난 형제 ……………………… 321

77 : 어린양을 잡아먹은 못된 암퇘지 ……………………321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일

 

78여자와 친근해지기를 피함, 그리고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태도 ……………………………………………322

79 : 여자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비유 …………………… 324

80 : 필요 이상의 친절에 대한 성인의 표양 …………… 325

 

        그가 당한 유혹들

 

81 : 성인의 유혹과 유혹을 극복한 경위 …………………326

82악마가 프란치스꼬를 부르며 성욕으로 유혹함,

        리고 성인이 그것을 극복한 경위 ……………………327

83어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그리고 유혹을 통해

        서 얻는 선(………………………………………… 328

 

        악마들이 프란치스꼬를 친 방법

 

84 : 악마들이 그를 공격한 방법, 그리고 대저택의 뜰을

        피해야 함 ……………………………………………… 329

85 : 앞 항목에서 언급한 일의 실례(實例) ……………… 331

86어느 한적한 곳에서 악마의 공격을 견디어 냄, 그리

        리고 어떤 형제의 환시 ……………………………… 332

87 : 유혹에서 풀려난 형제 ………………………………… 334

 

        마음의 참 기쁨

 

88 : 마음의 기쁨과 그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노래, 그리

        고 실의가 가져오는 해로움 ………………………… 335

89 : 천사들이 뜯는 기타 소리 ……………………………… 336

90 : 마음이 즐거우면 불란서 말로 노래함 ……………… 337

91슬픈 기색을 보이는 형제를 책망함, 그리고 행동을

        권면함 …………………………………………………… 338

92 : 육신이 군말을 못 하도록 다루는 요령 …………… 338

 

        헛된 기쁨

 

93 : 헛된 영광과 위선 ……………………………………… 339

94 : 위선에 대한 자기 고백 ……………………………… 341

95 : 허영에 대한 자기 고백 ……………………………… 341

96 : 자기를 칭송하는 자들에게 대답한 말 ……………… 341

97 : 자화자찬하는 형제들에게 대한 그의 말 …………… 342

 

        오상(五傷)을 숨김

 

98 : 오상을 묻는 형제에게 대답한 그의 말과 그것을 숨

        기려던 그의 노력 ……………………………………… 343

99어느 형제가 거룩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써서 오상

        상을 훔쳐봄 …………………………………………… 344

100 : 어느 형제가 그의 옆구리 상처를 봄 ……………… 345

101 : 덕행을 숨김 …………………………………………… 346

 

         겸손

 

102 : 자세와 의견과 행위에서의 성 프란치스꼬의 겸손,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일 ……………… 347

103 : 떼르니의 주교와 어느 농부에게 보인 겸손 ……… 348

104 : 총회에서 직무를 사임함, 그리고 어떤 기도 ……… 350

105 : 자기를 돌볼 동료들을 포기함 ……………………… 351

106높은 지위에 애착을 가진 형제들에게 한 말과,

         은 형제에 대한 묘사 ………………………………… 351

107형제들이 성직자에게 복종하게 한 이유와 방법  352

108 : 이몰라의 주교에게 존경심을 보임 ………………… 353

109성 프란치스꼬와 성 도미니꼬 간의 겸손과 사랑  354

110 : 서로 칭찬함 …………………………………………… 357

 

         순명

 

111 : 참다운 순명을 위하여 늘 원장을 둠 ……………… 357

112 : 참되게 순명하는 자, 그리고 순명의 세 종류 …… 358

113순명의 이름 아래 가볍게 명을 내릴 수 없음 …… 360

114 : 열의에 이끌려 왔으나 허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

         었기에, 그의 모자를 불 속에 던짐 ………………… 360

 

       좋은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

 

115어느 착한 형제의 표양, 그리고 옛 형제들의 관습361

116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그들에 대한 성인의

         저주,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중대하게 생각함 …… 362

117하느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형제회의 형세에 관한

         계시, 그리고 형제회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364

 

         게으름과 게으른 사람

 

118사람이 하느님의 종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관하

         여 그에게 내린 환시 ………………………………365

119뽀르찌웅꿀라에 있을 때, 한담에 대하여 보속을 줌366

120 : 손수 일을 하며 게으름을 경멸함 ………………… 366

121 : 게을러빠지고 탐욕스럽기만 한 형제들에 대해 성

         프란치스꼬에게 드리는 하소연 …………………… 367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들

 

122 : 설교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 368

123헛된 찬사를 구하는 형제들, 그리고 예언자의 말씀

         을 해석함 ……………………………………………… 369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관상함

 

124 : 생물과 무생물을 향한 성인의 사랑 ……………… 370

125피조물들이 그의 사랑을 돌려줌, 그리고 고통을 주

         지 않은 불 …………………………………………… 372

126 : 손에 앉은 새 ………………………………………… 374

127 :  ………………………………………………………… 374

128 :  ………………………………………………………… 375

129 :  ………………………………………………………… 375

130 : 매미 ……………………………………………………… 376

 

         사랑

 

131그의 사랑, 그리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완덕의

         표양을 보임 …………………………………………… 377

132 : 제자들을 돌봄 ………………………………………… 379

133 : 앓는 형제에 대한 동정심 …………………………… 379

134마음이 병든 형제들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병든 형

         제들을 돌보지 않는 형제들 ………………………… 380

135 : 스페인 형제들 ………………………………………… 382

136은둔소에서 나쁘게 사는 형제들, 그리고 그가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를 원함 ………………… 383

137그가 자기의 투니카를 준 두 명의 불란서 형제  384

 

         비난, 봉사자들, 단순성

 

138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 대한 처벌 ……………… 385

139봉사자들은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 387

140 : 관구 봉사자들 ………………………………………… 390

141 : 봉사자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응한 답변 ………… 390

142 : 참다운 단순성이란 어떤 것인가 …………………… 392

143 : 단순한 형제 요한 …………………………………… 393

144아들들간의 일치를 도모함, 그리고 이에 비유를 들

         어 말함 ………………………………………………… 394

145 : 성인이 바란 형제들의 삭발 방법 ………………… 396

146학식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기를 바람 …………………………… 397

147그는 형제들이 어떻게 배우기를 원하였는가, 그리

         고 설교하는 어느 동료에게 나타남 ……………… 398

 

         성인의 특별 신심

 

148 : 하느님의 사랑에 관한 말만 들어도 감동을 받음399

149천사들에 대한 신심과 성 미카엘의 사랑으로 한일400

150성모님에 대한 신심, 그리고 형제회를 특별히 성

         모님께 맡김 ………………………………………… 401

151주님의 성탄에 대한 신심과 성탄 축일에는 어떻

         게 만물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 401

152 : 성체에 대한 신심 …………………………………… 403

153 : 성인들의 유해와 유품에 대한 신심 ……………… 404

154 : 십자가에 대한 신심과 숨겨진 신비 ……………… 405

 

         가난한 자매들, 회칙

 

155형제들이 가난한 자매들을 어떻게 대하기를 바랐는가406

156마음대로 수녀원에 간 형제들을 심하게 꾸짖음  408

157말보다 행동으로 한 설교 …………………………… 408

158 :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회칙을 권고한 내용과, 회칙

         을 소지한 형제 ……………………………………… 409

159회칙에 관한 사부님의 권고를 뒷받침하는 환시  410

 

         성 프란치스꼬의 질병

 

160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으느 형제와 대화를 나눔411

161그의 질병을 보고 주께서 하신 약속 ……………… 413

 

         가난하신 사부님의 죽음

 

162죽음에 임박하여 형제들에게 내린 권고와 축복  415

163 : 죽음과 죽기 전에 한 일 …………………………… 418

         저승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을 본 형제  419

164 : 임종하고 있던 아우구스띠누스 형제의 환시 …… 420

165 : 거룩하신 사부님이 임종하신 다음에 어느 형제에

         게 나타나심 …………………………………………… 420

166아씨시의 주교가 본 거룩하신 사부님의 죽음의 환시  421

         시성과 유해 이전 …………………………………… 422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이 그에게 바친 기도 ……… 423

 

 3 생 애

(VITA TERTIA)

 

1 : 프란치스꼬 수도회의 놀라운 탄생 …………………… 429

2 : 오상의 기적, 그리고 세라핌이 현시됨 ……………… 431

3감각이 없는 피조물 특히 불에 대한 성인의 힘 …… 440

4감각이 있는 피조물에 대한 성인의 힘 …………… 440

5 : 하느님의 선하심이 프란치스꼬의 명을 따름 ……… 441

6 : 세떼솔리의 야고바 부인 ………………………………441

7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죽은 이들이 살아남  444

8성 프란치스꼬의 전구로 죽음의 위험에서 구함을 받

       은 사람들 ………………………………………………… 446

9수종에 걸린 사람들과 중풍에 걸린 사람들이 완치됨447

10 : 난파에서 사람들이 구조됨 …………………………… 447

11 :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풀려남 …………………… 448

12 : 출산의 위험에서 벗어난 부인들, 그리고 성 프란치

        스꼬의 축일을 지내는 많은 사람들 ………………… 450

13 : 탈장의 치유 …………………………………………… 451

14맹인과 귀머거리 그리고 벙어리의 치유 ………… 452

15 : 나병환자들과 하혈환자들의 치유 …………………… 453

16 : 실성한 사람과 마귀들린 사람의 치유 ……………… 454

17 : 불구환자와 골절환자의 치유 ………………………… 454

18 : 여러 기적들 …………………………………………… 458

19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들에 관한 기록이 끝남  460

 

 

아씨시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주의 이름으로. 아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애에 관한

 머리말이 시작된다.

 

 

 

1.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생활을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고 언제나 진실을 안내자와 봉사자로 삼아 순서정연하게 기술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러나 프란치스꼬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을 온전히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처지이므로, 비록 내가 말이 짧은 사람이긴 하지만, 위대하신 그레고리오 교황1) 성하의 분부를 받자와, 적어도 내가 성인의 입에서 들은 것이나 혹은 충실하고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들은 것들을 나의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려 하였다. 그러나 바라는 바는 사물에 대해서 알쏭달쏭하게 말하는 것을 늘 피하셨고, 또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셨던 분의 제자다운 제자가 되는 일이다!

 

2. 나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에 관해 수집할 수 있었던 것들을 3()로 나누었고, 각 부()를 여러 장()으로 정돈함으로써, 이 일들이 일어났던 여러 경우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그 일들의 사실성에 대해 의문이 야기될 여지를 없애도록 하였다. 1부는 역사적 순서를 따랐으며, 주로 그분의 행적과 생활, 거룩한 품행 및 구원에 유익한 가르침에 할애하였다. 그리고 역시 제1부에는2) 그분이 아직 육신으로 계실 때, 우리 주 하느님께서 그분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신 많은 기적들 가운데서 몇몇을 적어 넣었다.

2부는3) 그분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 복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일을 서술한다. 3부는4) 지극히 영화로운 성인께서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더불어 굽어보시면서 이 지상에 행하신 기적들 가운데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생략한 것들이 더 많다. 또한 복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 그분을 성인의 반열에5) 오르게 하셨을 때, 그분에게 바친 진심어린 공경과 영예와 찬사와 칭송도 기록하고 있다.

당신 성인들 안에서 언제나 영광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할 지어다.

 

머리말이 끝난다.

 

 

 1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찬미와 영광을. 아멘.

 

지극히 복되신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애가 시작된다.

 

  1

프란치스꼬가 회개하기 전에 해온 세속생활

 

1. 스뽈레또 계곡6) 기슭에 위치한 아씨시 고을에는 일찍부터 세상의 허영심에 따라 오만무례(傲慢無禮)하게 자란 프란치스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7) 부모의 천박한 생활과 행실을 오랫동안 모방하여 그의 허영심과 교만함은 한층 심했다.8)

이 매우 나쁜 습관은 이름만 그리스도인으로 간주되는 이들 

 

2. 이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분께서(그분은 참으로 성인이시다) 어린 시절을 지내신 비참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거의 25세에 이를 무렵까지12) 자신의 시간을 비참하게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그는 허영에서 동시대인(同時代人)들을 앞질렀고 악을 조장하고 모방하는13) 자였으며, 바보같은 짓이면 더욱 열을 올리는 형편이었다.14) 그는 모든 이의 감탄의 대상이었고, 허식과 농담과 이상야릇한 행동과 부질없는 한담(閑談)과 노래, 그리고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옷차림14)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는 매우 부유했지만 탐욕적이었다기 보다는 탕아적이었으며, 돈의 축적자가 아니라 재산 낭비가였고, 조심스런 기업가라기 보다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청지기였다. 반면에 매우 인간적이었고, 매우 쉽게 대할 수 있었으며, 상냥했지만 불행히도 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바보가 되게 하는 경우조차도 있었다. 이런 성품 때문에 악을 지지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많은 자들이 그를 추종했다. 이렇게 하여 거만하고 도도한 많은 악의 무리들에 휩쓸려 바빌론의 거리를 싸다니니,15) 마침내 주님께서 하늘에서 굽어보시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당신 진노를 프란치스꼬에게서 멀리 거두시며, 당신에의 찬미를 위하여 프란치스꼬가 완전히 멸하지 않도록 그에게 굴레를 씌우셨다.16) 이렇게 해서 주님의 손이 그에게 내리시어 지존하신 분의 오른손이 하나의 변화를 엮어냈으니, 그를 통하여 죄인들에게 은총으로 회복되리라는 약속을 하사(下賜)하시기 위함이었고, 그가 하느님께 대한 모든 회개의 모범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17)

 

하느님께서 육신의 병과 밤의 환시로

프란치스꼬의 마음에 닿으심

 

3. 이분이 아직도 죄중에 있는 젊은이의 열정에 활활 불탔고, 철없는 나이가 젊은이의 욕구를 채우도록 무절제하게 충돌했을 때,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지 몰라서 해묵은 뱀의 독으로 자극되었을 때, 갑자기 하느님의 복수, 아니 차라리 하느님의 기름 부으심이 그에게 베풀어져, 정신적 고뇌와 육체적 고통이 그에게 닥쳐오게 하심으로써, 우선 그의 잘못된 감성들을 일깨워 주고자 하셨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보라, 내가 그대의 길을 가시덩굴로 울타리를 치겠고, 벽을 세워 그것을 막아 버리겠노라.18) 이렇게 하여 그는 책벌로써밖에는 고칠 수 없는 인간의 고집이 받아야 할 오랜 질병으로 인해 기진맥진하게 되어, 이제 마음 속에서 과거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병이 다소 차도를 보이자, 지팡이의 부축을 받아 집안을 거닐었고, 이로 해서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루는 밖에 나가 주위의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들판의 아름다움, 포도원의 쾌적함, 그리고 그밖의 보기에 좋은 것들도 그를 즐겁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갑작스런 자신의 변화에 그는 놀랐고, 이런 것들을 사랑하는 자들을 가장 어리석다고까지 여겼다.

4. 그러므로 그날부터 그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고, 자신이 전에 동경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진심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으니, 그는 아직 허영의 끈에서 풀려나지 못했으며, 비뚤어진 노예의 멍에를 목에서 떨어버리지를 못했기 때문이다.19)습관된 것에서 떠나기란 매우 힘겨운 일이며, 일단 마음 속에 들어앉은 것들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마음은 비록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해도, 처음 것으로 쉽게 돌아가고 말며, 계속적인 반복에 의하여 악()은 흔히 제2의 천성이 되어 버리고 만다.20)

그래서 프란치스꼬는 아직도 하느님의 손을 벗어나 도망치려 했고, 잠시동안 아버지의 바로잡아 주심을 망각한 채 촉망되는 장래가 자신에게 던지는 미소 속에서 이 세상 일에 대해 생각했으며, 하느님의 뜻을 무시한 채 세속의 영광과 멋진 성취를 아직도 헛되이 스스로에게 기대했다. 당당하게 군비를 갖추고 있던 아씨시의 어떤 귀족이21) 허영의 바람에 들떠 재산과 명성을 늘리기 위해 아뿔리아로22) 가겠노라고 다짐했다이 말을 들은 프란치스꼬는 마음이 들떠서 성급하고 대담하게 그와 함께 가기로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지체에 있어서는 그 사람보다 떨어졌지만, 아량에 있어서는 그보다 나았고, 재산 문제에 대해서는 덜 영리했으나, 남에게 주는 데에 있어서는 한층 후했다.

 

5.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은 성취하려는 생각에 완전히 몰두한 나머지 욕망에 불타 장도(壯途)에 오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날 밤, 정의의 매로 그를 채찍질하셨던 분께서 은총의 감미로움중에 환시로 그를 찾아 오셨다. 그분은 프란치스꼬가 영광을 바라는 마음이 열렬했기 때문에 영광의 정상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꾀어 신명을 북돋아 주셨다. 프란치스꼬가 보니 자기의 온 집안이 전투용 장비, 곧 말안장방패창 따위로 가득 차 있는 듯하였다. 그는 기뻐 날뛰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심 궁굼하게 여겼다. 그는 자기 집에서 그런 것들을 본 적이 없었으며, 다만 팔려고 내놓은 옷감더미만 눈에 익숙해져 있는 터였다. 그가 이같은 사건이 갑작스레 생긴 데 대해서 적잖이 놀라고 있을 때, 이 모든 무기들이 자기와 자기의 부하들에게 딸린 것들이라는 응답이 왔다. 잠이 깨서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났고, 그 환시는 대단한 영화의 징조라고 생각해서 아뿔리아 여행은 미래의 자기 영화라 예감하였다. 그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를 몰랐으며23) 하늘로부터 자신이 받은 과업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러나 환시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진실하지 못했었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환시는 전쟁에 관계되는 것들과 다소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런 사물로 해서 여느 때처럼 기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도를 완수하고 계획된 여행을 효과있게 끝마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칠 어떤 역경에도 대처할 만한 노력을 각오해야만 했었다.

이렇게 시초부터 무기에 대해 언급이 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며, 2의 다윗처럼 만군의 주() 하느님의 이름으로24) 이스라엘을 원수들의 오랜 치욕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무장하고 이제 싸움터에 나가려는 군인에게 무기를 내려 주셨다는 것은 아주 적절한 일이었다.25)

 

 

 3

정신적으로 변했지만, 육신적으로는 변하지 않은

프란치스꼬가 발견한 보화,

그리고 비유적으로 자신의 정배에 대해 말함


 

6. 육신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프란치스꼬는 아뿔리아로 가기를 마다하고 하느님의 뜻에 자신의 뜻을 굽히고자 애썼다.26) 따라서 잠시 세상사의 혼잡에서 물러나 자기 자신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간직하고자 힘썼다.27) 그는 신중한 사업가처럼 미망(迷妄)에 빠진 자기의 눈에서 자기가 발견한 보화를 감추었고,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팔아서 아무도 모르게 그것을 사고자 하였다.28)

자기와 동갑나기였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 친구가29) 아씨시 읍에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친분이 매우 두터운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프란치스꼬는 의견을 나누기에 매우 적합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를 자주 데리고 가서값지고 엄청난 보화 하나를 자기가 발견했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 친구는 기뻐했으며, 자기가 들은 일에 대해서 대단히 마음을 조이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어디건 기꺼이 그를 따라가곤 했다.

아씨시 읍 근교에 동굴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주 그곳에 가서 보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자신의 거룩한 결심으로 해서 이미 거룩해진 이 하느님의 사람은 동료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동굴에 들어가곤 하였다. 그러고는 새롭고도 특별한 영()에 충만되어 성부께 숨어서 기도하곤 했다. 누구도 자신이 동굴 안에서 한 일을 알게 되기를 원치 않았고,30) 좋은 일이 있을 적마다 그것을 숨기는 것을 더 낫게 여겼다. 그러고는 자신의 거룩한 뜻에 관해 하느님하고만 상의했다. 그는 영원하시고 참되신 하느님께서 자기의 갈길을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뜻을 실행하도록 가르쳐 주십사고 열심히 기도했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안고 있어, 자신이 마음 속에 품은 바를 행동으로 끝낼 때까지 쉴 수가 없었다. 갖가지 잡념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고, 그 끈덕진 괴롭힘이 그를 몹시도 혼란스럽게 했다. 그의 내부는 거룩한 불로 활활 타고 있었으며 그의 마음이 지닌 이 열심을 외적으로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무거운 죄를 지어 엄위하신 분의 눈을31) 진노케 하였음을 뉘우쳤으며, 이제 과거의 악도 현재의 악도 그에게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악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여전히 얻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다시 나왔을 때 그는 기도에 애를 써 탈진한 나머지 들어간 사람과 나온 사람이 전혀 딴사람 같아 보였다.

 

7. 그러나 어느 날 그가 하느님의 자비를 애틋하게 청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가 해야 할 일을 보여 주셨다.32) 이에 그는 너무도 기뻐 즐거운 나머지 주체할 길이 없었고, 원하는 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귓전에다 몇 마디를 중얼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엄청난 사랑을 들이마셔 침묵하지 못하고 말해 버렸지만, 그래도 더욱 조심스럽게 또 알아듣지 못하게 말했다. 앞서 말한 대로, 자기의 각별한 친구에게는 감추어진 보화 얘기를 했으나, 다른 이에게는 비유적으로 말하려 했다. 아뿔리아로 가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고향에서 고귀하고도 위대한 일을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아내를 맞이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여, “프란치스꼬야, 장가가고 싶으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답하였다 : “나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아온 정배보다 더 고결하고 아리따운 정배를 맞이하겠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움에서 다른 이를 능가하고 지혜에서도 모든 이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티없는 정배는 바로 그가 받아들인 참된 신앙이었으며, 숨은 보화란 그가 그렇게도 애써 찾아낸 하늘 나라였다. 신앙과 진리 안에서 복음의 봉사자가 될 그에게 복음적인 모든 소명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일이었다.

 

 

 4

모든 것을 팔고, 받은 돈을 경멸함

 

 

8. 지존하신 분의 복된 종이 이와같이 성령에 의해 다듬어지고 튼튼하게 되어, 제때가 이르자 이제 자기 영혼의 복된 충동을 따랐으며, 이로 인해 천상사물에 다다르고 세속사물을 발로 짓밟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죽음의 병이 도처에 엄청나게 팽대했었고, 또 많은 이들의 육신을 휘어잡아 의사가 잠시라도 지체하면 생명을 앗아가고 생명을 주는 영()을 차단해 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어나 십자성호로 스스로를 굳건하게 하고 말을 채비시켜 타고는, 좋은 옷감을 내다팔려고 폴리뇨라고33) 하는 도시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곳에서 그는 여느 때처럼 가지고 간 것들을 다 팔아버렸고, 능란한 장사꾼처럼 타고 갔던 말까지 내놓아서 그 돈을 받았다. 이제 짐을 다 떨어버리자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며 신앙인의 자세로 이 궁리 저 궁리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얼마 안가서 놀랍게도 하느님의 일에 마음을 온전히 기울이게 되어, 단 한 시간이라도 돈을 지니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됨을 깨닫고, 그 이익금을 마치 모래나 다름없이 여겨 서둘러 처리해 버리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아씨시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옛적에는 성 다미아노를 기념하여 세워졌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금시라도 허물어져 버릴 것 같은 성당을34) 길 옆에서 발견하였다.

 

9. 그리스도의 새 군사가 성당에 올라가니, 너무도 초라한 성당의 모습에 딱한 생각이 들어,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한 가난한 사제를 보자 큰 믿음으로 그의 성스러운 손에 입을 맞추고35) 가지고 있던 돈을 주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 사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갑작스런 회개를 의아스럽게 여기며 들은 얘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속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내놓은 돈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친척과 친지들 가운데서 분방하게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끈질기게 고집하며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고, 주님을 위해 자기와 함께 머물 허락을 해 줄 것을 사제에게 간곡히 또 거의 빌다시피 청했다. 마침내 그 사제는 젊은 사람이 그곳에 머무는 것을 묵인했지만, 이 젊은이의 부모가 두려워 돈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돈을 진실로 경멸하는 프란치스꼬는 그것을 창턱에다 집어 던졌다. 돈을 티끌만도 못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는 금보다 더 나은 지혜를 소유하고 싶어했고, 은보다 더 보배로운 분별력을 얻고 싶어했다.36)

 

 

 5

아버지가 프란치스꼬를 핍박하고 묶어 감금시킴

 

10. 지존하신 하느님의 종이 앞서 말한 곳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그의 아버지는37) 흡사 집요한 정탐꾼처럼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아들한테 일어난 일을 수소문하였다. 그러고는 자기 아들이 그곳에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뜻밖의 상황에 마음이 극도로 상하여 내심 분해 하면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모으고는 하느님의 종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 갔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새 선수가 된 그는 자기를 쫓는 사람들의 협박소리가 들려, 그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를 피하고 싶어 바로 그러한 위기에 대비하여 준비해 둔 비밀토굴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 토굴은 어느 집 안에 있었고, 아마도 한 사람만이38)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그 안에서 한 달간 꼬박 숨어 있어야 했으므로, 꼭 필요한 일 때문이 아니면 감히 거기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음식이 들어오면 토굴 안에서 먹었으며모든 도움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박해하고 있는 이들의 손아귀로부터 주님께서 자기를 건져 주시며,39) 당신의 인자한 사랑 안에서 자신의 경건한 소망을 채워 주십사고 언제나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다. 그리고 단식하고 눈물을 흘리며 구세주의 자비를 애절히 청했으며, 자신의 노력을 믿지 않고 모든 생각을 주님께 내맡겼다. 그리고 비록 토굴의 어둠 속에 있었지만 그때까지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어떤 신묘한 기쁨으로 충만되었다. 드디어 그는 불붙은 채 토굴에서 나와 박해자들의 저주에다 자신을 활짝 드러냈다.

 

11. 그러므로 그는 능동적이고도 열렬하고 활기있게 즉각 일어나, 주님을 위해 싸우고자 믿음의 방패를 두르고 신념의 무기로 무장한 채 아씨시 읍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녔다. 그리고 거룩한 불이 붙어 지금까지의 자신의 게으름과 비겁함을 심히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자 과거의 그와 비교해서 사정없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미쳐서 정신착란을 일으켰다고 외치면서 그에게 진흙을 던지거나 돌팔매질을 했다. 그가 이전의 생활습관으로부터 변화되어 있고, 육신의 고행으로 인해 매우 쇠약해진 것을 보고,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쇠진함과 정신이상으로 돌려 버렸다.

그러나 인내로운 이는 오만한 자보다 낫기 때문에 하느님의 종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귀를 막아 버렸고, 이런 욕설 중 그 어느 것에 의해서도 마음이 부서지거나 동요하는 일 없이 그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나쁜 사람이 덕을 힘써 추구하는 사람을 박해해도 이는 무익한 일이다. 으르면 으를수록 그는 한층 더 힘차게 승리할 것이기에 말이다누군가가 말했듯이, 모욕은 고결한 정신을 굳건하게 만든다.40)

 

12. 이제 프란치스꼬에 관한 이런 종류의 소문과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씨시 읍의 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에 오랫동안 그치지를 않고 퍼져 사방에서 쑥덕대자 마침내 그의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프란치스꼬의 부친은 자기 아들의 이름을 듣고 또 시민들 사이에 일어난 소요가 자기 아들을 향한 것임을 알고, 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멸시키기 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자제(自制) 따위는 아랑곳없이 양에게 달려드는 늑대처럼 달려가, 난폭하고 죽일 듯한 표정으로 아들을 노려보다가 창피막심한 꼴로 덥석 붙잡아 자기 집으로 질질 끌고 왔다. 그러고는 무자비하게 여러 날 동안 캄캄한 곳에다 감금하여 그의 마음을 꺾으려고 처음에는 말로, 다음에는 매질로 다스리다가 그 다음에는 쇠고랑을 채워 버렸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이것으로 해서 거룩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층 자극을 받게 되었고, 한층 강해졌을 뿐 말로 모욕을 당했다 해서 혹은 감금생활로 지쳐 버렸다 해서 인내를 포기할 턱이 없었다.

환난 가운데서 즐거워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41) 채찍과 감금에 의해서마저도 자기 정신의 올바른 지향과 위치에서 이탈할 수 없으며 혹은 그리스도의 양떼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없다. 또한 큰물이 닥칠지라도42)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하느님의 아들이 피난처가 되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분은 우리의 고통이 거칠고, 험난하다고 할까봐 당신이 겪으신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늘 보여 주셨다.

 

 

 6

어머니가 그를 풀어 줌, 그리고 그가

주교 앞에서 옷을 벗음

 

13. 흔히 그러하였듯이 프란치스꼬의 아버지가 집안의 급한 일로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고, 하느님의 사람이 창고에 그대로 묶여 있었을 때, 남편의 행동에 찬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자기 아들과 단 둘이 남게 되자 그에게 훈계하는 부드러운 말을 건네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버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사슬을 풀어 주어 가도록 허락하셨다. 그러자 그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전에 있었던 곳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이제는 유혹에 시험을 당한 후라서 보다 큰 자유를 누리고, 자기가 겪은 숱한 투쟁으로 해서 한층 더 쾌활한 모습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에서 더 확고한 정신을 얻을 수 있었고 더 많은 도량으로 자유롭게 어디나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 아버지가 돌아왔는데, 프란치스꼬가 눈에 안 뜨이자 자기 아내에게 고함을 침으로써 죄에 죄를 쌓아올렸다. 자기 아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지방에서 쫓아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하며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믿음직한 의지가 된다는43) 진리가 있기에 이 은총의 자녀는 육신의 아버지가44) 자기에게 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기쁘게 그를 만나러 나갔고, 자기는 감금과 매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고 자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더 나아가 자기는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악을 기꺼이 감수하겠노라고 말했다.

 

14.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프란치스꼬가 택한 길에서 그를 되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아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빼앗으려고 있는 힘을 다했다. 이 하느님의 사람은 본래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거나 그곳의 성당을 위해 쓰고자 했었다. 그러나 돈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돈을 지니는 어떤 좋은 점으로 해서라도 돈에 미혹될 수는 없었다. 돈에 대한 애착심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그는 돈을 잃는다 해서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승의 재물을 몹시도 경멸하고 천국의 재물을 그렇게도 탐냈던 그가 돈을 창틀 먼지 속에 던져 처박아두었고, 그 돈을 찾아낸 아버지는 사나운 광기가 다소 식어 갔으며 탐욕의 갈증도 돈을 찾아낸 흥분에 어느 정도 풀어졌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 아들을 아씨시 읍의 주교45) 앞에 끌어내어 아들의 모든 소유권을 자기 손아귀에 포기토록 하고 아들이 지닌 것은 무엇이건 돌려받으려고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이 일을 거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요구해 오는 일을 서둘러서 했다.

 

15. 프란치스꼬는 주교 앞에 끌려나오자 무엇이고 잠시도 지체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참으로 그는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하지도 않고 즉시 자기 옷을 벗어들고 아버지에게 되돌려 주었다. 더욱이 자기 팬츠마저 그대로 두지 않고 모든 이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어 버렸다. 그러자 주교는 그의 의도를 감지하고 그의 정열과 확고함에 크게 감탄하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팔로 그를 끌어당겨 입고 있던 외투로 그를 덮어 주었다. 주교는 이 징표가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명백히 깨달았고 자기가 현장에서 목격한 하느님의 사람이 취한 행동은 하나의 신비를 담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므로 주교는 이어서 그의 협조자가 되어 그를 보살피고 격려하면서 자애심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보라! 이제 그는 벌거벗은 채 벌거벗은 원수와 맞붙어 겨루며,46) 이승의 것을 모두 떨어 버리고 오직 주님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자기의 목숨을 가볍게 보고 그에 대한 온갖 근심걱정을 떨어버려 자신의 고달픈 길에서 가나한 몸으로 평화를 찾으려 하는데, 오직 육신의 벽만이 그 사이에서 하느님을 직접 바라보는 일에서 그를 떼어 놓으려 하는 것이었다.

 

  7

강도들에게 잡혀 눈구덩이에 던져짐,

그리고 나환자들을 돌봄

 

16. 한때 좋은 옷을 입었던 그는 이제 허리만 매는 허수룩한 옷을 걸치고 돌아다녔다. 그가 불란서 말로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1) 어떤 숲속을 지나갈 때였다. 느닷없이 강도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네 놈이 누구냐고 그들이 사납게 물었을 때, 하느님의 사람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나는 위대하신 하느님의 사신(使臣)이오.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그들은 그를 두들겨패고는 눈이 쌓인 구덩이에다 집어던지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하느님의 이 촌스러운 사신아, 거기 누워 있거라!” 하나 그는 몸을 굴려 눈을 떨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자 구덩이에서 껑충 뛰어나와서 기쁨에 겨워 큰 소리로 만물의 창조자에 대한 찬미가로 숲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 수도원에 당도하게 되어2), 그곳에서 며칠간 부엌데기로 지냈는데 너덜너덜한 적삼을 걸치고 멀건 국물로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인정머리없게도 낡은 옷가지 하나 얻을 수 없자 부득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서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후 굽비오 읍으로3) 가 그곳에서 한 때 친구지간이었던 사람으로부터4) 작은 고쟁이 하나를 얻어 입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이 하느님의 사람에 대한 명성이 점점 올라가고, 그의 이름이 사람들간에 퍼지자 앞서 말한 수도원의 원장이 하느님의 사람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해서 깨닫고는 그에게 찾아와 구세주께 대한 공경심으로 자신과 자신의 수하 수도자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곡히 빌었다.

 

17. 그후 완전한 겸손을 사랑한 거룩한 그는 나환자들에게 가서5) 하느님을 위해 성의를 다하여 시중들면서 함께 살았다. 온갖 썩은 곳을 씻어 주며 상처와 고름도 깨끗이 닦아 주었으니, 자신의 유언에서 말한 대로였다 : “내가 죄중에 있었기에 나병환자들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역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친히 나를 그들에게 데리고 가셨고, 나는 그들 가운데서 자비를 베풀었습니다.6)

자신이 허영에 차 있던 시절에는 나환자를 바라보는 것마저 지겨워 두 마일 가량이나 떨어져서 그들의 집을 쳐다보는 데도 손으로 코를 막아 버렸다고 늘 말해 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권능으로 거룩하고 유익한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그가 세속의 옷을 입고 있던 어느 날 나환자를 만나게 되자, 마음을 더욱 굳게 먹고 다가가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기 자신을 더욱 더 천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구세주의 자비로 자기 자신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세속에 머물러 아직도 세속을 따라갈 때에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기는 했었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자비의 손을 뻗쳤으며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동정심이 솟았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는 매우 예절바른 사람이었지만, 애긍을 청하는 가난한 사람을 자기의 습관과는 어긋나게 꾸짖어 돌려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마음이 아파 즉시 용서를 청했다. 그렇게 위대하신 임금님의 이름으로 구걸하는 것을 물리친 것은 자신에게 큰 비난거리요, 수치라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청을 받으면 가능한 한 하느님을 위해서 아무도 거절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으로 다짐했다. 그는 이 일을 지극히 성실하게 행하고 완수하여 마침내 모든 면에서 송두리째 자기 자신을 내주었다. 이렇게하여 그는 복음을 권고하는 교사가 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이 그 실천가가 되었다 : “당신에게 청하는 이에게 주고 빌리려고 하는 이를 거절하지 마시오.7)

 

 

8

성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그곳에 거주한 자매들의 생활

 

18.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기 육신의 아버지의 수중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은 후 최초로 시작한 일은 하느님께 집을 지어 드리는 일이었다. 그는 새 성당을 세우려 하지 않고 묵은 것을 손봐 옛 상태로 수선했다. 기초르 허물지 않고 그 위에다 지었다. 비록 그가 모르고 했겠지만, 특권은 늘 그리스도께 유보(留保)했다. 아무도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으니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가 이미 놓여졌기 때문이다.8) 이미 말한 대로 옛날에 세워졌던 성 다미아노 성당이 있던 바로 그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는 지극히 복되신 분이 주시는 은총의 도움으로 짧은 기간에 열심히 수리했다.

이곳이 복되고 거룩한 곳이니, 이곳에서 프란치스꼬 성인이 회두한 지 6년 후에 바로 복되신 그분에 의해서 거룩한 수도생활과 가난한 자매 및 거룩한 동정녀들의 탁월한 수도회가 비롯되었던 것이다여기서는 아씨시 읍 출신이고, () 조직체의 가장 보배롭고도 가장 튼튼한 반석인 글라라가9) 그 토대가 되었다형제회가 시작된 후, 앞서 말한 글라라가 이 거룩한 이의 권고를 통해 하느님께 회두한 이래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선익을 가져다 주며 수많은 무리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녀는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은총으로 인해 가일층 고귀해졌다. 그녀는 육신으로 동정이었고, 정신으로 지극히 정결했으며, 신적 사랑에 대한 욕망에서 열렬했다. 천부적으로 지혜를 지녔고, 겸손에서 탁월했다. 이름은 영롱이었고,10) 생활은 더욱 영롱했으며 품행은 더더욱 영롱하였다.

 

19. 그녀 위로 지극히 보배로운 진주들로 엮어진 한 고결한 단체가 솟아나왔으니, 그들의 찬미는 인간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연유하는 것이었다.11) 우리의 좁은 상상력으로는 그들을 칭송할 그 무엇도 생각해 낼 수 없고, 우리의 짧은 어휘로는 그것을 표현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 가운데에는 첫째로, 상호적이고 영속적인 애덕이 우거져 있었다. 그 애덕은 그들의 뜻을 하나로 묶어 40, 혹은 50명이 함께 살아도 어디서나 다양성 안에서 한마음 한뜻이 되게 했다.12)

둘째로, 각자 모두에게서 겸손의 보석이 빛났다. 이 겸손은 하늘에서부터 오는 선물과 재물을 모아 잘 정리해서 보존하였다가 많은 덕을 이루게 했다.

셋째로, 동정과 정결의 백합은 감탄할 향기를 온 집안에 뿌려, 세상사를 생각해서 떨어버리게 하고, 오직 천상 것들만 명상하고 싶어지게 했다.13) 또 그들의 영원한 정배께 대한 사랑이 마음으로부터 일게하여, 바로 이 거룩한 사랑의 완전성이 이전의 생활에서 그들이 지녔던 온갖 습관을 그들에게서 몰아냈다.

넷째로, 그들은 모두 지극히 높은 가난의 직함을 달고 다녀, 반드시 필요한 음식과 의복도 거의 혹은 결코 충족시키려 들지 않았다.

 

20. 다섯째로, 그들은 극기와 침묵의 특수한 은총을 얻음으로써 육()의 동작에 제동을 걸고 혀를 억제하는 데에 조금도 고통을 받지 않았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말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말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거의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여섯째로, 이 모든 것들과 함께 그들은 감탄할 정도로 인내의 덕이 꾸며져 있어, 어떤 환난과 역경과 어떤 고통의 상처도 그들의 생기를 꺾거나 변질시키지 못했다.

마지막 일곱째로, 관상의 극치에 오르니, 이는 그들에게 당연한 귀결이 되어 그 극치 안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혹은 피해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 그리고 행복하게도 그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마음을 비우는 법을 알고 있어 밤이나 낮이나 그분께 대한 찬미와 기도에 끊임이 없었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은총으로써 그처럼 거룩한 시작을 한층 더 거룩한 결말로 이끌어 주시기를이것으로 하느님께 바쳐진 동정녀들과 그리스도의 지극히 경건한 여종들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레고리오 성하께서 오스띠아의 주교로 봉직하실 때 본인이 받은14) 그녀들의 놀라운 생활과 영광스런 창립에 관한 부탁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충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것은 특별히 따로 취급되어야 하고15) 또 집필하는 데에는 여가를 필요로 한다.

 

 

9

수도복을 입고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복음을 듣고 나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형제들이 입을 수도복을 마련함

 

21.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제 수도복의 형태를 갖춘 옷을 입고 앞서 말한 성당을 보수한 후, 아씨시 읍 가까이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 거기서 폐허가 되어 거의 무너질 듯한 성당을16) 다시 짓기 시작하였다. 완성시킬 때까지 자신의 훌륭한 목적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뽀르찌웅꿀라라17) 불리는 다른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옛날에 세워졌으나 이제는 버려져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천주의 복되신 동정 모친의 성당이 있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렇게 폐허가 된 채로 서 있는 성당을 보자 그만 애석한 마음이 동()했다. 온갖 선()의 어미니이신 분께 대한 공경심으로 불탔기 때문이다이리하여 그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가 이 성당을 수리하기 시작한 때는 회두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이때에 그는 허리에 끈을 두른 일종의 은수자의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발에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22. 그러나 어느 날18) 바로 그곳 성당에서 주님이 당신의 제자들을 복음 전파하도록 어떻게 파견하셨는지에 관한 복음이 봉독 되었을 때, 거기에서 일을 거들던 하느님의 거룩한 이는 복음말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미사가 끝나자 사제에게 가서 그 복음에 대한 설명을 겸손하게 청하였다.

사제가 모든 것을 순서대로 이야기하기를,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금도 은도 돈도 소유해서는 안 되고, 길을 떠날 때 식량자루도 돈지갑도 빵도 지팡이도 가져가서는 안 되며, 신발도 두 벌의 옷도 가져가서는 안 되고,19) 하느님의 나라와 회개를20) 선포해야 한다고 하자, 이 말씀을 듣고 거룩한 프란치스꼬는 즉시 하느님의 영() 안에서 기뻐 외쳤다 :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다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온 정성을 기울여 하고 싶어하던 바다.21) 그러더니 거룩한 사부님은 환희에 넘쳐 자신이 방금 들은 영혼에 유익한 말을 완수하기 위해 서둘러 댔다. 그리고 자기가 들은 바를 심혈을 기울여 이룩하는 데에 있어서 시간이 경과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는 즉시 발에서 신발을 벗어버리고 손에서는 지팡이를 치워 버리며 한 벌의 옷에 만족하고 허리띠는 가느다란 새끼줄로 바꾸어 버렸다. 이제 십자가와 흡사하게 생긴 옷을 손수 마련하였으니, 그로써 악마의 모든 환영(幻影)을 물리치기 위함이었다. 그는 매우 거칠은 옷을 마련하여 그로써 육신을 모든 악과 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으려 했다.22) 매우 초라한 넝마옷을 마련한 것은 세상에서 아무도 그 옷을 탐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가 복음에서 듣게 되었던 다른 일들도 최대한의 열심과 존경으로 실행하려 애썼다. 그는 결코 복음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이 들은 바를 경탄할 만큼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것을 문자 그대로 부지런히 이행하고자 신경을 집중하였다.

 

 

10

프란치스꼬의 복음에 관한 설교와 평화를 전함,

그리고 초기 여섯 형제의 회두

 

23. 이때부터 그는 모든 이에게 큰 열정과 기쁨으로 회개를 설교하기 시작하였으며 소박한 말과 위대한 말로 모든 이들을 교화시켰다. 그의 말은 흡사 심장 깊은 곳을 파고드는 타오르는 불과 같았으며, 듣는 모든 이의 마음을 감탄으로 채웠다.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된 듯하였다그는 하늘을 우러러보았으며, 땅을 보는 것을 하찮게 여겼다. 그가 아직 어렸을 때에 글 읽는 것을 배운 곳에서 처음 설교를 시작했다는 것과 그곳에서 또한 존경 속에 잠시나마23) 묻혔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므로 복된 시작은 보다 복된 완성으로 말미암아 훌륭해지는 것이다. 그는 배운 곳에서 또한 가르쳤고, 시작한 곳에서 더욱 복되게 마쳤다.

그는 설교할 때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 전에 항상 먼저 평화를 기원하였다. : “주께서 여러분께 평화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24) 그는 만나는 모든 남녀 행인들에게도 언제나 열심히 평화를 전하였다. 이러한 까닭으로 해서 평화를 싫어하고 또한 구원도 싫어했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협력으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평화를 간직하게 되어 평화의 자녀가 되었고 영원한 구원을 갈구하는 이가 되었다.

 

24. 그들 중 경건하고 단순한 정신을 지닌 아씨시 출신의 어떤 사람이25) 최초로 하느님의 사람을 헌신적으로 딸게 되었다. 그 사람 다음에 베르나르도 형제가26) 평화의 사신의27) 사명을 다할 것을 수락한 다음 하늘나라를 획득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열심히 쫓아갔다. 그는 복되신 사부님을 손님으로 자주 모셨으므로 사부님의 생활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목격함으로써 사부님의 거룩함의 향기로 말미암아 새롭게 되어 경외심을 품게 되었고, 구원의 정신을 낳기에 이르렀다.28) 그는 프란치스꼬가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밤새도록 기도하며 하느님과 복되신 동정 성모를 찬미하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서 말하였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사람이구나!” 이리하여 그는 가지고 있던 재산 모두를 서둘러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주었지만 부모에게는 주지 않았다. 이렇게 완덕의 길에 나아가는 자격을 얻어가며 그는 거룩한 복음의 권고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29) 그가 이렇게 하고 났을 때에 생활과 습성에서 성 프란치스꼬와 유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형제들의 수가 증가한 후에 이 자상한 사부께 순명해서 딴 지역으로 파견될 때까지는30)언제나 성 프란치스꼬와 함께 있었다. 그의 하느님께로의 회두는 소유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데에 있어서 회두하는 다른 형제들의 모범이 되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장한 사람이 와서 회두한 것을 몹시 기뻐하였으니, 그는 필요한 동료와 충실한 친구를 보내 주심으로써 주께서 염려해 주신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31)

25. 즉시 아씨시 출신의 또 한 사람이32) 그를 따랐다. 그의 행동은 마땅히 큰 칭송을 들을 만하였으니, 그는 성스럽게 시작하였고 머지않아 더욱 성스럽게 완성한 까닭이다. 얼마 안 있어 에지디오 형제가33) 그를 따랐다. 그는 단순하였고 곧은 사람이었으며 하느님을 두려워할34) 줄 알았다. 그는 아주 오래 살았는데,35) 거룩하고 의롭고 경건한 생활과 그리고 거룩한 관상의 모범을 남겨 놓았다. 그후 이들에게 한 사람이 더하여진 다음에 필립보 형제는 이들의 수가 일곱이 되게 하였다.36) 주께서 그의 입술에 정화하는 뜨거운 돌을37) 대심으로 해서 그는 하느님에 관한 감미롭고 진꿀과 같은 말씀을 입밖으로 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한 바 없었지만38) 성경을 이해하고 풀이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유대인들의 지도자들이 무식하고 배운 바 없다고 여겼던 그분들의39) 모방자가 되었다.

 

 

 

11

성 프란치스꼬의 예언의 영()과 예견(豫見)

 

26.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날로 성령의 위로와 은총으로 충만하였다. 그는 조심과 염려를 다하여 새 아들들을 새로운 가르침으로 바로잡아 나아갔다. 그는 그들에게 거룩한 가난과 축복된 단순의 길을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가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하루는 그에게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와 자비하심에 놀라면서 주께 간구하기를, 자기 자신 및 형제들이 살아 갈 길을 보여 주시기를 소원하였다. 그는 자주 그랬듯이 기도할 곳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주님 앞에40)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41) 오랫동안 머물렀다.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42) 하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비참하게 보낸 지난 여러 해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였다. 그랬더니 차츰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즐거움과 대단히 큰 감미로움이 마음 깊은 곳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초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마음 안에 죄의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억누르던 어두움이 밀려남에 따라서 그의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은총에로 다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몸이 위로 들어올려져서 어떤 빛에 완전히 흡수되는 듯했다. 그리고 마음이 넓어지면서 장래의 일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마침내 이 즐거움이 빛과 더불어 사라지자 그는 빛에 마음이 새로워져서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버린 듯하였다.

 

27. 그리고 돌아와서 형제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사랑하는 여러분, 굳세어지십시오. 그리고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43) 형제들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침통해하지 마십시오. 저나 여러분들의 우둔함에 낙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이 세상 방방곡곡에 크게 퍼져나갈 만큼 우리를 증가시키시어 큰 무리가 되도록 하시리라는 것을 주께서 실제로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하여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생각 같아서는 침묵하고 싶습니다만 사랑 때문에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큰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거룩한 생활양식과 복된 수도규칙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니 보십시오, 거룩한 순명의 명령에 따라 그들이 오가며 내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합니다. 이를테면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이 지방에 밀려오는 많은 사람으로 해서 거리가 꽉 채워져 있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불란서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사람들이 뛰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 말들을 쓰는 매우 큰 다른 무리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형제들이 이 말을 듣고 구원의 기쁨에 넘쳤다. 그 까닭은 주 하느님께서 거룩한 사람에게 은총을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리하여 구원받을 사람들이 나날이 늘기를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8. 거룩한 사람이 또 형제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우리 주 하느님께 그분의 모든 은혜에 충실하고 열심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또 지금과 장래에 있어서 형제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의 진면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44)우리는 지금 이러한 생활의 초기이기 때문에 아주 맛있고 먹기 좋은 과일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는 맛도 없고 달지도 않은 것들이 나올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마침내 먹을 수 없이 써서 모두 입에도 댈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주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어떤 외적인 향기와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께서는 우리를 큰 민족이 되게 늘려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마지막엔 마치 바다나 호소에 그물을 쳐서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45) 모두를 자기 배에 실으려 해도 너무 많아 끌어 옮길 수 없어 맛있고 큰 것들만 추려 자기 그릇에 담고, 나머지는 놓아 보낼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46)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예언한 일들을 진리의 정신에서 생각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예언들이 진실성으로 빛나고 있으며 분명히 실현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성 프란치스꼬에게는 이렇게 예언의 영()이 깃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12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내보냄,

그리고 얼마 후에 그들이 돌아와 모임

 

29. 같은 시기에 한 착한 형제가 입회하자 형제들의 숫자는 8명으로 증가하였다.47) 그때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모든 형제들을 자기에게 불러 모아 그들에게 하늘 나라와 세상의 질시에 대해여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육신을 굴복시키는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둘씩 네 무리로 나누고 난 다음 그들에게 말하였다.: “자,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 둘씩 짝지어 세상 곳곳으로 떠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전하고 회개로 죄를 용서받도록48)하십시오. 그리고 환난 중에 인내하십시오.49) 주님께서 당신의 목적과 약속을 이룩해 주시리라고 확신하십시오. 질문하는 자들에게 겸손하게 대답하시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50) 그리고 여러분들을 해치고 중상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십시오. 왜냐하면 이러한 일들이 여러분에게 영원한 나라를 준비해 주기 때문입니다.51) 형제들은 순명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매우 즐겁게 성 프란치스꼬 앞에 나아가 스스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몸소 그들을 껴안고 부드럽고 애정에 찬 목소리로 각자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의 생각을 주께 맡기십시오. 그러면 몸소 당신이 해 주십니다.52) 그는 형제들을 파견할 때마다53) 언제나 순명으로 이 말을 하였다.

 

30. 즈음하여 베르나르도 형제와 에지디오 형제는 꼼뽀스뗄라의 성 야고보 읍54)쪽으로 여행을 하였고, 성 프란치스꼬는 한 동료와 다른 곳을 택하였다.55) 나머지 네 형제도 둘씩 다른 곳을 택하여 갔다. 얼마 후 성 프란치스꼬는 그들 모두가 보고 싶어서 형제들을 인자로이 모아 주십사고 흩어진 이스라엘을 모으시는56) 주님께 곧 기도 드렸다. 사람이 부른 것도 아닌데 그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져 그들은 조금 후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하나씩 모여들고 있었다. 한데 모여서 인자한 목자를 보자 큰 기쁨에 싸였다. 이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게 된 것에 스스로 놀래고 있었다. 조금 후 형제들은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자기들에게 하신 좋은 일들을 보고하였다. 만약 얼마큼이라도 게을렀다던가 감사할 줄 모르는 생활을 했었다면, 그들은 거룩하신 사부님께 겸손되이 시정(是正)과 보속을 청하여 기꺼이 받아들였다.57)

성 프란치스꼬에게 오면 언제나 이처럼 행하는 거이 관례였으며 조그만 생각이나 마음에 스치는 충동까지도 도무지 숨기지를 않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하고 나서는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종이라고 여겼다.58) 이리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그러한 첫 번째 수련이 순수한 정신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유익하고 거룩하고 옳은 일을 할 줄은 알았지만, 스스로 자만심에 부풀어 기뻐할 줄은 도무지 몰랐다.59) 그러나  복되신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을 큰 사람으로 감싸며 그들에게 자기의 뜻을 알려 주기 시작했으며, 또한 주께서 당신에게 계시하신 바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60)

 

31. 곧 착하고 적합한 다른 네 형제가61) 그들에 가담하여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따랐다. 그러자 파다한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일어 하느님의 사람의 이름이 더 멀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열심하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고귀하든, 천하든, 멸할 만한 사람이든, 사랑스럽든, 현명하든, 숫하든, 사제이든, 평신도이든, 문맹자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나 믿음을 지닌 사람이 성령의 인도로 찾아와서 거룩한 수도원의 수도복을 받아 입을 때마다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은 대단한 희열과 굉장한 기쁨을 갖곤 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무척 감탄하였고 형제들의 겸손의 모범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고치게 하였고 죄를 뉘우치도록 하였다. 어떠한 천한 출생이나 어떠한 가난한 조건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완전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방해를 못하였으니,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버림받은 자들이나 소박한 마음을 지닌 자들과 더불어 즐거워하시기 때문이다.

 

13

열 한 제자들을 데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회칙을 쓰심,

그것을 인노첸찌오 교황께서 인준하심,

그리고 나무를 본 환시

 

32.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주 하느님께서 매일 형제들의 수를 늘려 주시는 것을62) 보고 자신과 형제들을 위하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단순하게 몇 마디 말로63)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 주로 인용하여 오로지 그가 갈망했던 완덕을 위해서 생활양식과 회칙을 썼다. 그리고 다른 사항들은 거룩한 생활에 필요한 것들만 조금 삽입하였다. 그후 교황 인노첸찌오 3세에게64) 써놓은 이 글을 인준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미 말한 형제들과 함께 로마에 갔다. 그 당시 아씨시의 공경하올 주교는 귀도 라는 부이었는데,65) 로마에 있었으며, 그는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에게 모든 점에 있어서 경의를 표했고 특별한 애정으로 그들을 위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는 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이 온 것을 보고 왠지 꺼림칙해하였다. 주님께서 이미 당신의 그 종들을 통하여 큰 일을 하신 그 고향에서 이젠 그들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교구에 그런 장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크게 기뻐하였으며 그들의 생활과 행실을 크게 신뢰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유를 듣고 그들의 목적을 이해하고는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뻐하였고 그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다. 이리하여 성 프란치스꼬는 사비나 지방의 성 바오로의 요한 주교님을66) 알현하게 되었다. 그분에게서는 로마 교황청의 모든 추기경과 고위 성직자들 중에서도 지상적인 것을 경멸하고 천상적인 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친절하고도 자애롭게 맞이하였고 그의 뜻과 목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33. 주교는 참으로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성품이었으므로 프란치스꼬에게 많은 것을 묻기 시작하였고 수도원 생활이나 은둔생활에 들어갈 것을 권하였다.67) 그러나 성 프란치스꼬는 주교님의 권고를 되도록 겸손하게 사양하였다. 그러나 권고를 하찮게 여겨서가 아니라 경건하게 또 다른 생활을 향하는 마음에서 그는 보다 높은 바람으로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주교님은 그의 열의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큰 뜻에서 물러날까 염려한 나머지 그에게 보다 쉬운 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국 프란치스꼬의 한결같은 마음에 압도되어 그의 청을 따랐으며, 그로부터는 교황님 앞에서도 프란치스꼬의 다른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힘써 주었다. 당시 하느님 교회의 영도자는 인노첸찌오 3세로서, 훌륭한 분으로 교의(敎義)에 해박하였고 강론으로도 이름이 나 있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길이 필요로 하는 일들에 있어서 불타는 정의감이 있는 분이었다. 이 하느님의 사람들의 소원을 알게 되자 교황님은 먼저 문제를 검토한 다음 그들의 청원에 동의하였으며 일이 되도록 결재하였다.68) 그리고 여러 가지 일에 관하여 권고도 하고 그들을 깨우쳐 주기도 하였으며, 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에게 강복도 주신 다음 말씀하셨다: “형제들이여, 하느님과 함께 떠나십시오. 주께서 계시하신 대로 모든 사람에게 회개를 설교하시오. 그리고 전능하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형제들의 수도 늘려 주시고 은총도 풍성히 내리실 때에 나에게 기쁨에 넘쳐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더 많은 것을 보태 드릴 것이며, 더욱 믿는 마음으로 더 큰 일들을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69)

사실 주님께서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어디를 가든지 그와 함께 계셨고, 계시로 그의 신명을 돋우셨으며 은총으로 그를 격려해 주셨다. 어느 날 밤 깊은 잠이 들었을 때 그는 자기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 듯하였다. 그런데 길가에는 대단히 큰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는 아름다웠고 튼튼했으며 무성했고 매우 높았다. 그는 나무 가까이에 갔다. 그리고 그 밑에 서서 아룸다움과 크기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인 자신이 그 높이만큼 커져서 나무의 꼭대기를 만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손으로 그것을 휘어잡고 구부려 간단히 땅에 닿게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높고 고귀한 나무라70) 할 수 있는 인노첸찌오 성하께서 프란치스꼬의 청원과 뜻에 황공하옵게도 몸을 굽히셨으니 말이다.

 

 

 

14

로마에서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옴,

그리고 도중에 지체함

 

34. 성 프란치스꼬는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이며 주인이신 교황님의 그러한 배려와 은총에 크게 기뻐하며, 난든 자를 높이시고 신음하는 자를 낫게 하여 위로를 주시는71)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즉시 성 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거룩한 곳을 방문하여 기돌르 마친 다음 로마를 떠났다. 그리고 스뽈레또 계곡을 향하여 동료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지극히 어지신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얼마만한 선물을 내려주셨으며, 또한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그리스도교인의 아버지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 황공하옵게도 받아들여 주신 일이며, 그분이 주신 권고와 훈계를 이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그들이 받은 회칙을 성실하게 지키며 변함없이 그것을 간직해 나가는 방법과, 지존하신 하느님의 면전에서 모든 청정함에 그리고 수도생활에 몸을 담고 살아 나가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끝으로 거룩한 덕행이 커짐에 따라서 그들의 생활과 행실이 이웃 사람들의 표양이 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나누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겸손의 수련에 대한 이러한 사항들을 충분히 토론하는 동안에 이미 하루가 퍽 저물어 때가 늦었다. 외딴 곳을 지날 즈음해서 그들은 여행에 너무 털진하여 지틴 나머지 허기졌지만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곳은 민가(民家)에서 너무 떨어진 곳이었다. 곧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돌보아 주셨으니, 어떤 사람이 손에 빵을 들고 그들을 맞이하여 그 빵을 주고는 가버렸다. 그러나 형제들은 그 사람을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상히 여기면서도 하느님의 섭리의 자비를 더욱 믿도록 하자고 경건하게 서로 다짐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 기운이 솟아나자 그들은 오르떼 읍72) 근처의 어떤 곳으로 가서 그곳에 거의 15일을 머물렀다. 그들 중 어떤 형제들이 읍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음식들을 얻었으며 문전걸식(門前乞食)하여 얻은 약간의 음식들을 다른 형제들에게 가지고 와서 감사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먹을 것들이 남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전()에 시체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였던 무덤에 음식을 두었다가 다음에 꺼내 먹었다. 그곳은 후미지고 인적이 끊어진 곳이었기에 거의 아무도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73)

 

35. 허망한 즐거움이나 육적인 즐거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도무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갖지도 않았을 때에 그들에게는 큰 기쁨이 있었다.74) 그리하여 거기에서 그들은 거룩한 가난과 교제를75)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상적인 것이 없는 것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에 거기서와 마찬가지로 이제 어디에서나 항상 가난에 의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치워 놓았기 때문에 오직 천상적 위로만이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떤 고난에 시달리고 어떤 유혹에 충동을 받아도 풍성한 가난의 품에서 물러나지 않기로 정하고 결심하였다. 마음의 순수한 힘을 파괴하는 데에 적지않은 구실을 할 수가 있었던 그곳에 사는 재미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경우에는 겉으로라도 소유욕이 나타나76) 그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할까 염려되어, 그들은 결국 그곳을 떠나 복되신 사부님을 따라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진실한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자들로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하든 아니면 한적한 곳으로 가야 하든지간에 서로 상의했다.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않았으며 일이 있을 때마다 거룩한 기도에 호소하였던 성 프란치스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거싱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서 죽으신 그분을 위해서 살려고 했으니, 악마가 채 가려고 하는 영혼들을 하느님 편에 서서 구하기 위해서 자기가 파견되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5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명성과 많은 사람들의 회두;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게 된 경위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입회한 형제들을 길러낸 방법

 

36. 이리하여 프란치스꼬는 그리스도의 가장 용감한 기사로서 도시와 마을을123) 두루 돌아다니면서 인간적 지혜에서 나오는 그럴 듯한 말로써가 아니라124)  성령께서 주시는 지식과 힘으로써 하느님 나라르 선포하였고 평화를 설교하였으며 죄를 없애기 위하여 구원과 회개를 가르쳤다.

그는 그에게 허락된 사도적 권위로 말미암아 모든 일에 매우 용감하게 행동하였고125) 결코 간교한 말투라든가 유혹적으로 아첨하는 말 따위는 사용치 않았다. 그는 남이 잘못할 때 아첨할 줄을 몰랐으며 다만 그 나쁜 점들을 질타하였다. 또한 그는 죄인의 생활을 방치하지 않았을뿐더러 예리하게 꾸짖어 그들을 엄하게 대했다. 왜냐하면 자기의 말로써 남에게 행하도록 설득하고자 한 바를 먼저 스스로 실행하여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난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것을 매우 신념있게 말함으로써 가장 유식한 사람들이나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사람들도 그의 설교에 놀랐고, 성인 앞에서는 경외심(敬畏心)으로 감명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딴 세상 사람으로만 비쳤던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만나 뵙고 말씀을 듣기 위하여 사내들도 달려갔고 아낙들도 달려갔으며, 성직자들도 서둘렀고 수도자도 지체하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님께서 당신 종을 통하여 이 세상에서 새롭게 일하시는 놀라운 일들을 보기 위하여 서둘렀다. 성 프란치스꼬라는 존재 때문이었는지 혹은 그의 명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하늘에서 땅으로 새로운 빛이 비쳐와 당시 아무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도처에 퍼져 있었던 어두움을 물아내는 듯하였다. 그들은 하느님을 잊고 하는미의 계명을 등한히 하는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이 심각한 잠은 모든 사람을 압박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들은 해목은 길고 깊이 뿌리 박힌 죄를 조금이나마 깨치기란 매우 어려웠었다.

 

37. 프란치스꼬는 어두운 밤에 나타난 밝은 별처럼126) 또는 어둠 위에 펼쳐지는 아침처럼127) 빛났다. 그래서 단시일 내에 그 지역의 면모가 잇니되엇고 일단 그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치워지자 어디를 가나 즐거운 양상이 나타났다. 전에 그 지역에 있었던 황폐함은 사라지고 손길이 닿지 않았던 들에서는 농작물이 쑥쑥 자랐다. 또한 돌보지 않던 포도나무에도 하느님 향기의 싹이 돋기 시작했고 감미로운 꽃들이 피어나 영예와 풍요의 열매를 함께 맺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감사의 표시와 찬미의 소리가 울려 퍼져 많은 사람들이 세상사에서 오는 걱정을 떨쳐 버렸고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가르침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했으며 창조주를 사랑하고 흠숭하기를 갈망하였다.128)

귀족이건 천민이건,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많은 사람들이 거룩한 영광에 힘입어 프란치스꼬의 가르침과 이끌음으로 영원한 영신전쟁을 치르려고 그에게 오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사람은 마치 천상 은총의 풍성한 강처럼 이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의 물줄기를 대주었다. 그는 미덕의 꽃으로써 그들의 마음의 밭을 아름답게 꾸몄으니 그가 훌륭한 솜씨를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펼쳐진 그의 생활양식과 회칙과 가르침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남녀 할 것 없이 쇄신되고 있었으며, 성 프란치스꼬의 구조를 받은 세 겹의 군대는129)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생활의 규범을 보여 주었고, 진실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38. 그러나 우선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사랑과 허원으로써 그가 택했고 또한 지켜 나갔던 수도회에 관해서다. 우리가 해야 할 마링 무엇인가? 작은 형제회는 그 자신이 처음으로 세웠고, 따라서 그가 수도회에 이 이름을 붙였다. 사실 회칙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작은 자가 되십시오.” 그는 이 말을 듣자 불현 듯 “나는 이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였다.130)

사실 그들은 모든 이에게 속해 있는 낮은 자들이었고 항상 낮은 자리를 좋아하고,131) 조금이라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기를 원하였다. 이렇게 참된 겸손을 튼튼한 기초로 하였기에 잘 정리된 모든 덕행의 영적 건물이 그들 안에 솟게 되었다.

항심(恒心)의 토대 위에 사랑의 고귀한 조직체가 형성되었고,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살아 있는 돌들이 세워져서 성령의 거처가 되었다. , 얼마나 큰 사랑의 정열로 이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타올랐던가! 얼마나 큰 사랑이 이 경건한 단체 안에서 피어올랐던가어디에 가든지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면 사랑이 솟구쳐 올랐고, 다른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실한 애정의 씨앗인 사랑을 서로 뿌렸다. 이 사랑느 어떠한 사랑이었는가? 우아한 포옹, 부드러운 애정, 거룩한 친구(親口), 즐거운 대화, 품위있는 웃음, 즐거운 모습, 단순한 눈매, 순종의 정신, 온화한 말씨, 부드러운 대답, 목적의 단일성, 기꺼운 순종, 지칠줄 모르는 노력 등등을 우리는 그들에게서 볼 수가 있었다.

 

39. 참으로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을 가볍게 보고 절대로 이기적인 사랑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온 사랑을 공동체에 쏟았고 형제들의 필요에 서로 응하기 위하여 각자가 헌신하려고 힘썼다. 그들은 큰 바람으로 서로 모여들었으며 기쁨 가운데 머물렀다. 동료들과 헤어짐을 서로 슬퍼했으니 그것은 쓰라린 이별, 참혹한 적조(積阻)였던 것이다.

그러나 순종을 매우 잘 하는 이 기사들은 거룩한 순종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종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명령을 수행할 채비를 차렸다. 그들은 명령 앞에서 좌지우지하는 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모든 방해물을 치우고 명령받은 바를 서둘러 수행했다.

지극히 거룩한 가난의 추종자들은132) 가진 것도 애착할 것도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투니카133) 한 벌로 만족하였고 때때로 그것을 안팎으로 기워서 입었다.134) 옷차림은 사치스럽기는커녕 초라하고 값싼 것이었으며 그럼으로 해서 그들은 세상에 대해서 철저히 죽었음을 보였다. 띠하나를 둘렀으며 초라한 바지를 입었고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며, 이러한 생활에 머물도록 경건한 걸식을 하였다.

그러므로 어디에서나 그들은 안전하였고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었다. 마음 쓸 일이 사라지고 없었으므로 내일을 걱정없이 맞이하였다.135) 또한 여행중에 자주 큰 불편함을 겪는처지였으면서도 어디에서건 밤의 거처를 걱정할 줄을 몰랐다. 가끔 혹한중에 마땅한 거처가 없을 때면 가마솥의 보호를 받았으며,136)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작고 큰 굴에 숨어 겸허하게 밤을 보냈다. 막일을 할 줄 아는 형제들은137) 낮에는 나환자들의 속소나 적당한 곳에 머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되이 헌신적으로 봉사하였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직()138)  거절하였으며 언제나 거룩하고 옳고 성실하고 유익한 일만을 행하였고, 상종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겸허와 인내의 본보기를 따르도록 인도했다.

 

40. 그들의 거룩함이 알려지고 칭찬받게 되어 세간에 좋은 소문이 퍼져 지위가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인내의 덕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그런 곳보다는 오히려 육신의 박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곳을 찾았다. 여러 차례 모욕을 당하고 조롱받고 벌거 벗겨지고 얻어 맞고 묶이고 투옥되었어도, 그들은 어떤 후견인을 내세워 보호받은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용기있게  모든 것을  감수 인내하여 그들의 입에 담는 것은 오직 차님와 감사의 소리뿐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기도를 거의 또는 절대로 그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행실을 끊임없이 검토하여 되돌아봄으로써 잘한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으며, 그들이  등한히  했거나 부주의하게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한숨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그들은 신심의 정신 안에서 평상시와 같은 경건한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자신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기도할 때는 잠에 빠질까 두려워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였다. 어떤 형제는 살그머니 스며드는 잠에 의해  기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늘어뜨린 밧줄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어떤 이는  쇠로 된 도구를 몸에 둘렀으며,139)  또 어떤 이는 나무로 만든 회개의 띠를 몸에 둘렀다더러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만약  과식이나 과음에 의해서, 또는 여행하느라 지쳐서 절도를 잃게 될 경우에는 꼭 필요한 것조차 다소 억누르며 지냈고여러 날을  단식하여 쓰라린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했다. 마침내 그들은 육()에서 이는 충동을 억누르려고 추운 날씨에도 벌거벗고 지내는 고행을 서슴지 않았으며, 피가 흐를 지경에 이르도록 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찌르곤 했다.140)

 

41.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들을 강하게 멸시하여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겨우 취하였고 육적인 위안과는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떨어져 있었기에 누구하고나 평화롭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도록141) 힘썼고, 신중하고 평화롭게 처신함으로써 모든 불미스러운 일들을 애써 피했다. 그들은 필요한 때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생활이나 대화 중에 점잖지 못한 면이나 품위없는 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상스럽고 부질없는 말은 도무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행동은 질서가 있었다. 거동은 점잖았으며, 모든 감각은 절제를 받아 그들의 목적에 합당한 것이 아니면  듣거나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눈은 땅에 고정시켰고 마음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어떤 시기심도 악의도 그리고 원한이나 악담도, 아니면 의심이나 유감도 그들에게는 머물 여지가 없었다. 다만 큰 화목과 끊임없는 침묵과 감사와 찬미의 소리만이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새로 입회한 자녀들을 말이나 혀로써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행동과 진실로써142) 키우신 사랑 깊으신 사부님의 가르침들이었다.

 

 

 16

리보 또르또에 머무름과 가난을 고수함

 

  42.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형제들과 함께 아씨시에서 가까운 리보 또르또에143) 머물곤 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헛간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크고 화려한 집들을 몹시 업신여기는 이들이 그 피신처에서 살았다. 그런데 폭풍우 정도는 피할 수가 있었다. 어떤 성인이 말씀하셨듯이144) 헛간에서 천국에 오르기가 궁전에서 천국에 오르기보다 더 빠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모든 아들들과 형제들은 그곳에서 이 복되신 사부님과 함께 살았고, 고역에 시달렸으며 갖춘 것이라곤 없었다. 빵을 먹는 위안조차도 온통 빼앗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아씨시의 여기저기에서 구걸해 온 순무로 만족했다. 그곳은 또 너무 좁아서 마음대로 앉거나 쉴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 군말이 없었고 불평도 없었으며 오히려 맑은 정신과 기쁨에 가득 찬 마음으로 꾸준히 인내해 나갔다.145) 한편, 성 프란치스꼬는 매일 매일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끊임없이 부지런히 살폈고, 그리하여 그들 마음속에 어떤 방자한 생각도 허용치 않음으로써 그들 마음에서 모든 나태를 몰아냈다.

그는 수련에 엄격하여 자기 자신을 자나깨나 지켜 보았다. 더러 그랬듯이 만약 육적인 유혹이 그에게 닥쳐오면 겨울에도 얼음이 차 있는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욕망의 흔적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 있곤 하였다. 형제들은 이런 위대한 극기의 표본(標本)을 열렬히 따랐다.

 

43. 성 프란치스꼬는 형제들에게 악()을 극복하고 육()의 충동을 눌러야 할 뿐만 아니라, 참으로 외적인 오관(五官)까지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쳤으니, 이는 그 오관을 통해서 마음으로 죽음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당시에 오또 황제가146) 땅 위의 제국의 왕관을 받으려고 요란스럽고 위풍당당하게 그 지방을 지나가고 있을 때, 황제가 막 통과하고 있는 길가에 위치한 그 헛간에서147)형제들과 함께 거처하고 있었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께서는 그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누구도 나가서 구경하도록 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만이 뛰쳐나가서 황제에게 그의 영광은 잠시 지속될 뿐이라고 외쳐 댔다.148)

영광스러운 성인은 당신 마음 속의 넓은 곳에 들어앉아 소요(逍遙)했으며, 당신 안에 하느님을 위한 합당한 거처를 마련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밖의 함성소리가 귓전에 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강한 사도적 귄위가149) 있었기 때문에 왕들이나 영주(領主)들에게 아첨하기를 철저히 거절하였다.

 

44. 그는 언제나 거룩한 단순성에 유의하였다. 그는 그곳의 협소한 장소 때문에 마음의 위대성이 저해를 받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는 형제들의 이름을 거처의 들보에 써 놓았다. 그래서 만약에 각자가 기도하고 싶거나 쉬고 싶으면 자기 자리를 알 수 있었으며, 따라서 장소가 협소하다고 해서 그것이 마음의 침묵을 흔들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계셨던 그 누추한 집에 어떤 사람이 당나귀를 데리고 왔다. 그는 쫓겨나지 않으려고 억지로 당나귀를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말하였다 : “자,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성 프란치스꼬는 이 말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꾹 참았다. 그 사람은 형제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땅을 늘리고 집을 연달아 차지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성 프란치스꼬는 즉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 농부가 한 말 때문에 그 헛간 같은 집을 포기하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뽀르찌웅꿀라라고 하는 딴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 바와같이150) 성 프란치스꼬가 오래전에 수리한 적이 있었던 성 마리아 성당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하느님 안에서 더욱 충만하게 모든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도무지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17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에게 기도를 가르침,

그리고 형제들의 순종과 정결

 

45. 그때에 형제들은 단순한 마음으로 생활을 했을 뿐 아직 교회의 성무일도를151) 몰랐기 때문에152) 성 프란치스꼬에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는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여러분들은 기도할 때 주의기도를 외시오.153)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하시오 :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하며 찬미하오니,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로 세상을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154)

그리하여 사랑 깊은 스승의 제자들인 형제들은 대단한 노력으로 이것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들은 복되신 사부님께 형제적 충고나 부성적 명령으로 그들에게 하도록 시킨 일은 물론이요, 어쩌다가 알게 되는 경우에는 사부님이 마음먹고 있는, 또는 명상하고 있는 일까지도 가장 충실하게 실행하도록 힘썼다. 왜냐하면 복되신 사부님은 그들에게 참다운 순종은 말로 명령된 일뿐만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까지 따르는 것을 말하며, 시킨 것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 “아래 형제는 장상 형제의 명령을 들을 때만 아니라 그의 뜻을 알아차릴 때에도 즉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순종에 내맡겨야 하고 어떤 외적인 표시로 알아차린 것까지도 실행해야 합니다.155)

그러므로 교회가 어디에 있든간에 그리고 형제들이 그곳에 갈 일이 없고, 다만 먼 곳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 방향을 향해서 땅에 엎드려 육신과 영혼으로 깊은 절을 하고, 그 거룩하신 사부님이 가르친 대로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 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합니다”하며 형제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흠숭하곤 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그들은 언제나 땅에서나 벽에서나 나무에서나 길가의 담장에서나 예수님의 고상 또는 십자가의 표시를 보게 되면 언제나 역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46. 거룩한 단순성이 형제들의 마음을 채웠고, 때묻지 않은 삶이 그들을 이끌었으며 정결한 마음이 그들을 사로잡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표리부동한 마음이란 도무지 알지 못하였다. 그들에게는 신앙이 하나인 것처럼 마음과 의지와 사랑도 하나였고, 또한 영혼의 합일과 행동의 일치와 다듬어진 덕행과 마음의 일치와 경건한 행위만이 늘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재속 사제가 있었는데그는 극악한 죄로 악명이 높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경멸을 받았다바로 그 사제에게 형제들은 가끔 죄를 고백하였는데 형제들도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큰 죄를 알게 되었지만 조금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고,  그로 말미암아서  여느 때처럼 그에게  그들의 죄를 고백하기를 궐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의당 바쳐야 할 존경심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156)  하루는 바로 그 사제인지 아니면  다른 사제인지 어떤 사제가 한 형제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형제여, 위선자가 되지 마시오.” 그 형제는 사제의 말을 듣고 즉시 자신을 위선자라고 여겼다.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심한 비탄에 빠져서 밤낮으로 울었다. 그러자 형제들이 그에게 어찌하여 그렇게 슬픔에 싸여 그다지도 애통해 하느냐고 물었다. “한 사제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고, 그것이 나의 마음을 몹시 슬프게 하므로 딴 생각을 도무지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였다형제들은  그를 위로하여 그런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무슨 말입니까형제들이여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사제입니다. 사제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사제는 거짓을 말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 말이 옳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후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는 복되신 사부님의 말씀으로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켰으니사부님께서는 그에게 그 사제의 말을 설명하며, 그 사제의 의도를 현명하게 해명해 주었던 것이다.157)

형제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란치스꼬의 훈훈한 말씀을 듣고도 마음의 구름이 개지 않으며, 평온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만큼 괴로워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8

불 전차에 관하여,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리에 없는 형제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일

 

47. 하느님 앞에선 단순하게 생활하였고, 사람들 앞에선 신의로 생활하였으므로 형제들은 당시에 거룩한 환시로158) 인하여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찰 만하였다. 형제들은 지상적인 염려나 괴로운 근심걱정에 마음쓰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성령의 불에 타올라 정해진 성무일도 시간만 아니라 어느 때고 항상 탄원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의기도를 노래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들과 떨어져 있게 되었다그런데 거의 자정에 가까워 어떤 형제들은 쉬고 있었고, 어떤 형제들은 조용히 열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아주 휘황찬란한  불전차가 들어와서 두세 번 이리저리 집안을 돌았다공 모양의 큰 빛이 전차 위에 머물러 마치 태양처럼 밤을 밝히고 있었다. 깨어 있던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였고  잠자던 형제들은 깜짝 놀랐다. 형제들의 몸이 환해졌지만 마음도 이에 못지않게 환해졌다. 형제들은 한데 모여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결국은 그 빛의 힘과 은총으로 각자의 양심이 서로에게 드러났다.

마침내 그들이 이해하고  깨달았던 것은,  그것은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이 그렇게 찬란히 빛났다는 것이며, 또한 통찰력을 지닌 그분의 정결과 아들들에게 쏟는 크고 깊은 그분의 보살핌 때문에 그는 하느님께로부터 그만한 축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셨다는 것이었다.

48.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들이 가슴에 지니고 있었던 비밀이 사부님께 알려졌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난 증거로써 자주 확인했고 경험하였다. , 그분은 자리에 없는 형제들의 행적에 관하여 아무도 그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성령의 감도로 알고 계셨으며, 또한 그들의 마음의 비밀을 열어 보고 그들의 양심을 개탄하셨던 적이 얼마나 빈번하였던가! 잠자고 있을 때에도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명하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말라고 금하셨던 적이 얼마나 여러 차례였었던가! , 그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행위가 당장은 좋아 보였을지라도 앞으로 있을 그들의 나쁜 행위를 예언하셨던가! 반면에 많은 형제들이 악습을 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아시고, 그들에 대한 앞으로 있을 구원의 은총을 미리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더욱이 어느 형제가 정결함과 단순함에서 뛰어났었던 경우에는, 그 사람은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마음의 큰 위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곧 프란치스꼬를 뵙는 일이었다.

나는 여러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알게 된 여러 예 중에서 하나의 보기를 들겠다. 한 번은 성 프란치스꼬로부터 쁘로벤자에 있는 형제들의 봉사자159) 임명을 받은 피렌제의 요한 형제가160) 그 관구에서 총회를161) 열고 있을 때에, 언제나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께서는 그의 말문을 열게 해 주셨고, 그는 모든 형제들로 하여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끔 하였다. 형제들 중에는 모날두스라 부르는 한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매우 유명하였고, 실제로 생활은 더욱 훌륭한 분이었다. 그의 덕행은 겸손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빈번한 기도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인내의 방패로 보호되어 있었다.

또한 그 총회에는 안또니오 형제도162) 참석했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가 성서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예수님에 관해 조청이나 벌집에서 딴 꿀보다도163)더 감미로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164) 그가 형제들에게 열성적으로 온 힘을 다하여 “유대인들의 왕, 나자렛 예수”165)에 대하여 설교하고 있을 때, 위에서 말한 모날두스 형제가 많은 딴 형제들이 모여 있는 집의 문 쪽을 보았다그런데 그는 거기에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공중에 떠올려져 십자모양으로 양손을 뻗고서 형제들을 강복하는 모습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당시 모든 형제들이 성령의 위로로166) 충만되어 있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구원의 기쁨 덕택으로 지극히 영광된 사부님의 환시와 현존에 관해서 들었던 이야기까지도 그들은 전적으로 믿을 수가 있는 성싶었다.

49. 성 프란치스꼬가 다른 형제들의 마음의 비밀을 감지(感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많은 일들 중에서 도무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한 가지 경우만을 말하고자 한다. 리체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한 형제는167) 고귀한 가문의 출신이었지만 품행은 더욱 고귀하였으며, 하느님을 사랑하였고, 자신을 업신여겼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생활하였고, 또한 거룩한 사부 프란치스꼬의 총애를 완전히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끌려 생활하였다. 그러나 그는 어떤 숨은 이유로 해서 성 프란치스꼬가 그를 경멸하고 또 그것으로 해서 사부님의 총애를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 형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던만큼, 누구든지 성 프란치스꼬가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사람이면, 그 사람은 또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지만, 반면에 성 프란치스꼬가 좋은 기분으로 친절히 대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심판의 노여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형제는 이러한 생각들을 마음 속에서 되새겼고, 자주 혼잣말로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다.

 

50. 어느 날 복되신 사부님께서 작은 방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이미 이야기한 바 있는 리체리오 형제가 항상 있어 왔던 분심잡념(分心雜念)에 마음이 산란하여 거기로 찾아왔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그가 오고 있음을 알고 계셨으며, 그의 마음 안에 일고 있는 일까지도 아셨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그를 불러 오게하여 말하였다 : “아들아, 어떤 유혹도 너를 불안하게 할 수 없을 것이며, 어떤 생각도 너를 노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가장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한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너야말로 내가 친히 사랑하는 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리라. 네가 나와 아무 흉허물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질 때에는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나에게 오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듣고 그 형제는 마음으로 크게 경탄하였으며, 그후 사부님을 더욱 공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룩한 사부님의 총애가 커졌던만큼, 그만큼 그도 마음을 활짝 열어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신뢰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거룩하신 사부님! 이 지상에서 당신과 같은 분을 만나려다가 아주 포기하고 당신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요! 비오니, 당신의 중재로 당신이 보기에 나쁜 죄에 물들어 진구렁 속에 빠져 있는 자들을 도우소서. 당신이 모든 의로운 이의 정신으로 채워져 있을 때에 미래까지 내다 보셨고, 현재를 알아차리셨지만, 당신께서는 모든 오만을 피하기 위해서 거룩함과 단순함의 모습을 언제나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위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다시 역사적인 순서를 살펴보자.

 

 

 19

형제들을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참된 겸손

 

51.  이미  말한  바와같이 지극히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영적으로 형제들에게서 멀어졌던 일이 없었지만, 이제 육적으로도 형제들에게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의 행위를 세심하고도 부지런하게 눈여겨 살핀 그는 친절에서 나오는 궁금증으로 늘 형제들에게 관심이 있었으며, 좋지 않은 일이 행하여지는 것을 보게 되면 빠뜨리지 않고 벌하였다. 그는 우선 형제들의 내적인 잘못을 깊이 파악하고 나서 외적인 죄를 판단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죄에 기울어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뿌리째 뽑았다.

모든 열성과 염려를 다하여 그는 거룩한 부인이신 가난을 고수(固守)하였다. 필요없는 물건을 가지게 될세라,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는 어떠한 종류의 그릇도 집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다.168) 그는 필요를 충족시키면 동시에 쾌락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169)

그는 불로 요리한 음식을 자신을 위하여 허용하는 일은 전혀 없거나 매우 드물었으며, 요리된 음식을 허용하는 경우라도 그 음식에 재를 뿌리거나 양념맛을 없애기 위하여 찬물을 부었다. 그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러 이 세상을 다니는 동안 자기를 크나큰 애정으로 존경하는 대제후(大諸侯)들로부터 식사를 초대받을 때마다 거룩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그는 잠시 고기의 맛만 보고,170) 남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손을 입에 들어올려 먹는 척하였지만, 이내 그 나머지를 품 안에 떨어뜨리곤 하였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갈증을 풀기 위하여 물조차도 충분히 마시려 하지 않았던 그였으니, 하물며 그가 포도주를 마시는 일에 관해서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52. 그리고 그는 어느 집에 숙식하게 되든지 그가 눕는 곳에 요나 의류를 깔지 못하게 하였으며, 짧은 투니카만 걸친 채 사지에 맨살이 알바닥에 닿도록 했다. 연약한 육신의 회복을 잠으로 꾀할 때에는 흔히 앉은 채로 잤으며, 혹 눕게 될 때는 나무조각이나 돌을 베개 삼았다.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어떤 특별한 음식에 대하여 식욕이 동했을 때, 그는 거의 식욕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은 몸이 쇠약해졌을 때, 그는 닭고기를 조금 먹자 그럭저럭 기력이 회복되어 아씨시 동네로 들어왔다. 그가 성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 그는 자기와 함께 있던 형제에게 밧줄로 그의 목을 매고 마치 강도를 다루듯 온 동네를 끌고 다니며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질러 알리라고 명령하였다 : “여러분이 모르는 동안에 닭고기를 먹고 디룩디룩 살이 찐 이 걸터듬이 좀 보십시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기이한 광경을 보려고 달려갔다. 그들은 크게 한숨을 쉬며 울며 말하였다 : “온갖 생활을 육정으로 보내며 더럽게 만취하여 가슴과 몸뚱이를 살찌게 하는 가련한 우리에게 앙화 있을 지어다!” 이리하여 마음이 찔린 그들은 그 장한 본보기로 말미암아 보다 나은 생활에로 나가도록 감동되었다.

 

53. 그는 이와 비슷한 일을 자주 행했으므로, 온전히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영원한 영광을 찾도록 남들에게 권유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깨진 그릇처럼171) 대했고, 육신을 위한 어떤 두려움이나 염려의 부담이 없었으므로, 그는 일시적인 것을 간절히 바라는 육적인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모욕을 받을 때는 흔쾌히 자신을 거기에 내놓았다. 진정으로 자신을 천하게 여겼으므로,172) 그는 그의 말이나 모범으로 남들도 스스로를 경멸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쳤단 말인가? 오히려 그는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고 칭찬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의 기상한 판단이었다. 프란치스꼬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천히 여겼으며 가장 엄하게 경멸하였다. 그리하여 자주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마다 깊은 아품을 겪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의를 거절하였으며, 그는 누군가에 의해서 비난을 듣게끔 마음을 썼다그는 형제를 그에게 불러 말하곤 했다 : “순명으로 이르는 말이니, 거칠게 나를 욕하고 남들의 거짓말을 물리쳐 진실을 말하시오.” 그리하여 그 형제가 마지못해 그를 촌놈이요, 고용된 종이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박수로 환영하며 대답하곤 했다 : “형제는 참으로 진실한 말을 하였으니, 주께서 형제를 축복하시기를! 베드로 베르나르도네의 아들은173) 그런 말을 들어 마땅합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비천한 출생의 상황들을 회상하곤 하였다.

 

54. 그는 매사에 자기 자신이 경멸을 받을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이고 남들에게 참된 고백의 모범을 보여 줄 목적으로 프란치스꼬는 어떤 일에 실수하였을 경우, 설교를 할 때에 자기의 실수를 모든 사람 앞에서 고백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다. 만일 어떤 사람에 대하여 어쩌다 나쁘게 생각하였거나 우연한 기회에 화내는 말을 하였으면 자기가 나쁜 생각을 품었거나 화를 낸 그 사람에게 아주 겸허하게 죄를 고백하고 그의 용서를 빌곤 하였다.174) 흠잡을 데 없는 그의 결백함에 대한 증인인 그의 양심은 온갖 염려를 다하여 스스로를 보호하였으며, 그의 양심은 마음에 입은 상처를 말끔히 가시게 해 줄 때까지는 프란치스꼬를 쉬게 하지 않았다. 분명히 성 프란치스꼬는 모든 선행에 있어서 진전이 있기를 바랐지만, 그 때문에 존경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으며, 허영심이 생길까 두려워서 모든 방법을 다하여 탄복으로부터 도망쳤다.

훌륭하신 사부님, 이제 우리는 모든 선행과 겸손의 모범이신 당신을 잃었으니 불쌍한 따름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모시고 있었을 때에, 우리는 그분을 알려고 안했으니 그분을 잃어버린 것은 그 대가입니다.

 

  20

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55. 참으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항시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다. 이리하여 회두생활을 한 지 6년째 되던 해에,175) 거룩한 순교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자, 사라센인이나 그밖의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회개를 설교하기 위하여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배를 타려 하였다. 그곳에 가기 위하여 배에 올라 항해를 하는 도중, 그만 역풍을 만나 알고 보니 다른 선원들과 함께 슬라보니아 지방에176) 와 있었다. 이리하여 자기의 큰 뜻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아챈 프란치스꼬는 얼마 후에 안꼬나로 가려고 하는 몇몇 선원들에게 자기도 그곳에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그 해에는 어떤 배도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량의 부족으로 프란치스꼬를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그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고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몰래 배에 올라탔다. 어찌되었든 신의 섭리로 어떤 낯선 사람이 식량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선원 하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이것을 다 가지고 가서 배 안에 숨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 꼭 나누어주시오.” 폭풍이 일게 되어 사람들은 여러 날을 애써 배를 저었으므로 식량은 모두 동이나, 가난한 프란치스꼬의 식량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식량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비록 항해가 며칠 더 계속되었지만 그들이 안꼬나 항177)에 도착할 때까지 넉넉하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그럼으로써 선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 덕분에 바다의 위험에서 빠져나왔음 알고 언제나 종을 통하여 경이로움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56.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거닐며 말씀으로 땅을 일구어 축복이 담겨 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생명의 씨를 뿌렸다. 즉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간에 착하고 적합한 사람 몇몇이 세속을 떠나 악마를 용감하게 끊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뜻에 따라 생활과 목적에서 프란치스꼬를 헌신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비록 복음의 가지가178) 가장 귀한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들였다 해서 순교를 이룩하겠다는 숭고한 뜻과 그 불타는 열망이 조금도 그의 마음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마 안있어 회교도 군주와179) 그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려고 모로코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180) 그는 그렇게 큰 희망에 열중한 나머지 때때로 마치 마음이 술에 취한 듯 여행에 동행하던 사람조차도 뒤에 남겨 두고 목적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내달았다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181)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프란치스꼬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182) 더는 가지 못하도록 병이 나게 하시어 그를 여행에서 다시 불러오셨기 때문이다.

 

57.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온 후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합세했다.183) 프란치스꼬도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매하고 사려가 깊어 그들을 존경심과 품위를 가지고 대하였으며, 그들 각자에게 관대하게 의무를 지정해 주었다.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뛰어난 성품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인격을 신중히 고려하였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열렬하고도 거룩한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는 편치 않았다. 그래서 회두한 지 13년 되는 해에184) 그가 시리아로 출발하였는데, 마침 기독교와 이교도들 사이에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곤 하던 때였다. 그래도 그는 동료 하나를 데리고185) 사라센의 회교도 군주186) 앞에 두려움없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그를 회교도 군주 앞에 서게 하였고 무슨 힘으로 말을 하였으며 무슨 언변과 자신감으로 그리스도교 법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답변을 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회교도 군주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병졸들에게 불들려 창피를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그는 겁내지 않았다. 고문하겠다고 위협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죽인다고 해도 낯이 창백해지지 않았다. 비록 적대심과 증오심에 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피한 대우를 받았지만, 회교도 군주에게는 매우 영애로운 대우를 받았다. 회교도 군주는 프란치스꼬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예우(禮遇)를 했고 많은 선물을 주어 프란치스꼬의 마음을 세상의 부() 쪽에 기울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추상같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똥이나 다름없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프란치스꼬를 딴 모든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되어 프란치스꼬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였다.187)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주께서는 순교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염원을 들어 주지 않으셨으나, 그를 위해서 엄청난 은총의 특권을188) 마련해 놓고 계셨던 것이다.

 

 

21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22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23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24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25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

 

 

 

26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70. 치따 디 까스뗄로에도214) 마귀들린 여인이 있었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 도시에 있을 때, 그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그 여인이 끌려 왔다. 여인은 밖에 서서 더러운 악령이 늘 그러하듯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고, 얼굴은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와 여인을 위해서 프란치스꼬 성인께 간원을 하였다. 악령이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고문하여 이제는 그들까지도 마귀의 괴성(怪聲)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거룩한 사부님은 함께 있던 형제를 여인에게 보내어 그것이 악마의 짓인지 아니면 여인이 거짓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여인이 그 형제를 보자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사부님은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기도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성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딩굴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여인을 부르며 말하였다 : “순종의 힘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령아, 여인에게서 나오너라!” 이에 악령은 여인에게 아무 행패도 부리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며 즉각 여인에게서 떠나갔다.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이 거룩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만 거룩함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생활의 탁월성이나 지극히 순수한 생활양식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이제 기적들을 생략하고 영원한 구원을 위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27

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께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71.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자기 욕심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로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215) 열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주된 관심은 하찮은 먼지에 오염되어 그의 마음의 청명함이 단 한 시간도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외적인 소음에 초연하도록 하였고, 육신의 오관을 철저히 통제하였으며, 마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스스로를 하느님으로만 채웠다. 그는 바위틈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절벽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216) 그는 기뻐 즐거워하며 천상 거처만을 넘나들었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구세주의 오상(五傷)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한적한 곳들을217)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향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때에 굼뜨지 않게 이웃의 일에 관계하였고, 이웃의 구원과 관련되는 일들을 기꺼이 보살펴 주었다.

그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잠시 하는 기도라든가 헛되거나 외람된 기도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겸허하게 고요히 드리는 기도였다. 저녁에 시작한 기도라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끝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그는 늘 기도에 몰두하였다. 그는 홀로 야밤에 기도를 하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당이나 폐허에 있는 성당에 가곤 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의 보호하심으로 두려움과 동요를 기도 안에서 극복하였다.

 

72. 악마란 놈이 마음 안에서 유혹으로 일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외적으로 물건들을 들부수어 프란치스꼬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는 그는 악마와 백병전(白兵戰)을 치렀다. 하느님의 가장 용감한 병사는 주께서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능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 않고 마음 속으로 뇌었다 : “이 흉악한 놈아, 우리가 많은 사람 앞에 있을 때에 네놈이 꼼짝 못했던 것처럼, 내가 혼자 있어도 네놈은 너의 그 간악한 무기를 나에게 요란스럽게 휘두를 수 없을 게다.

실로 그는 대단히 항구하였기 때문에 주님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자주 전파하면서도 마치 친한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하듯 확신있게 말하였다. 그는 많은 군중을 한 사람처럼 대했으며, 또한 많은 군중에게 하듯이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설교중에 신념을 보여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하였다. 그는 설교하기 전에 한참동안 묵상하고서도 때때로 그 묵상한 것을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잊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지만 전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노라고 고백하곤 하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능변이 되어 청중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아넣곤 하였다. 때때로 그는 말할 것이 없을 때면 강복만 주어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 강복만으로도 거기에서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73. 수도회에 관계되는 일 때문에 그가 한 번은 로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호노리오218) 교황 성하와 추기경님들 앞에서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219)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각별한 애정으로 존경한 오스띠아의 영화로운 우고220) 주교는 이 점을 알고 성인의 열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도 순박하기만 한지라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경건하게 바라는 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주교는 교황 성하와 추기경 앞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프란치스꼬는 허락과 강복을 받고 위대하신 추기경님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대단히 열변을 토했고 자기도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가 입에서 말을 토해낼 때에 춤추듯 발을 움직였으나 힘찬 움직임은 아니었고 하느님의 사랑의 불에 용약하였으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다만 비탄의 눈물을 쏟게 하였다. 거룩한 은총과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위대한 성실성에 감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찔렸다. 그동안 공경하올 오스띠아 주교는 계속해서 불안감에 마음이 조여들어 온 힘을 다하여 주님께 축복받은 사람의 소박함이 멸시당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렸다. 왜냐하면 성인의 영광이나 수치까지도 프란치스꼬 수도가족의 아버지로221) 있는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74. 프란치스꼬 성인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이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이 주교에게 매달렸고 그의 자비로운 품속에 잠들어 안전하게 쉬었다. 실로 오스띠아의 주교는 그 자리를 맡아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나 목자의 이름은 성인에게 넘겼다. 복되신 사부님은 필요한 것을 청하였고, 능숙한 주교는 이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 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자리가 잡혀갈 때에, 뿌리를 내린 새 수도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자들이오, 얼마나 많았던가! 지극히 인자하신 주님의 손길이 이 지상에 심으신 간선된 새 포도밭을222) 짓밟으려는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주교님의 칼에 쓰러졌고,223) 자취도 없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224) 왜냐하면 그분은 강한 능변의 소유자였고 교회의 성벽이었으며 진리의 기둥이었고, 겸손을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이러한 공경하올 주교님께 자신을 맡긴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며 기억할 만한 날이다.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의 특사로 자주 파견되었지만, 이번에는 뚜스까나에서225)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수가 많지도 않은데 불란서로 진출하고자 피렌제로 간 적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같이 당시에 주교님께서 그곳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다. 아직 두 분이 각별한 친분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다만 서로간의 축복받은 생활에 대한 명성만이 그들을 서로 사랑으로 결합시켰었다.

75.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또 다른 습관은 그가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주교나 사제를 방문하는 것이었으니, 훌륭하신 주교님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찾아가서 정성껏 존경의 예를 표했다. 주교님께서는 늘 그같이 거룩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특히 복된 가난과 단순성의 숭고한 징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에게 늘 그러했듯이, 그를 만났을 때에도 존경심을 가지고 겸손히 그를 맞아들였다. 주교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궁핍을 성심껏 들어 주었고, 특별한 배려로 그들의 어려움에 손을 썼기 때문에 프란치스꼬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애써 묻도 그의 여행 목적을 대단히 인자하게 이해하였다. 주교님께서 그가 지상적인 것을 쓰레기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안 순간,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 보내신 불에226) 그가 타고 있음을 안 순간, 주교님의 영혼은 성인의 영혼과 함께 묶였고, 주교님은 진심으로 그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며 자기도 모든 것에서 성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기꺼이 하였다. 그리하여 주교님은 프란치스꼬에게 시작한 여행을 포기하고 주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하였다.227) 그러자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열심한 마음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며 힘있는 충고를 하는 공경하올 주교님을 뵙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몹시 즐거워하였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진심에서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을 주교님께 넘겨 드리면서 맡겼다.228)

 

 

20

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55. 참으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항시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다. 이리하여 회두생활을 한 지 6년째 되던 해에,175) 거룩한 순교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하자, 사라센인이나 그밖의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회개를 설교하기 위하여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배를 타려 하였다. 그곳에 가기 위하여 배에 올라 항해를 하는 도중, 그만 역풍을 만나 알고 보니 다른 선원들과 함께 슬라보니아 지방에176) 와 있었다. 이리하여 자기의 큰 뜻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아챈 프란치스꼬는 얼마 후에 안꼬나로 가려고 하는 몇몇 선원들에게 자기도 그곳에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그 해에는 어떤 배도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량의 부족으로 프란치스꼬를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그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고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몰래 배에 올라탔다. 어찌되었든 신의 섭리로 어떤 낯선 사람이 식량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선원 하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이것을 다 가지고 가서 배 안에 숨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 꼭 나누어주시오.” 폭풍이 일게 되어 사람들은 여러 날을 애써 배를 저었으므로 식량은 모두 동이나, 가난한 프란치스꼬의 식량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식량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비록 항해가 며칠 더 계속되었지만 그들이 안꼬나 항177)에 도착할 때까지 넉넉하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그럼으로써 선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 덕분에 바다의 위험에서 빠져나왔음 알고 언제나 종을 통하여 경이로움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56.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거닐며 말씀으로 땅을 일구어 축복이 담겨 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생명의 씨를 뿌렸다. 즉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간에 착하고 적합한 사람 몇몇이 세속을 떠나 악마를 용감하게 끊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뜻에 따라 생활과 목적에서 프란치스꼬를 헌신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비록 복음의 가지가178) 가장 귀한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들였다 해서 순교를 이룩하겠다는 숭고한 뜻과 그 불타는 열망이 조금도 그의 마음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마 안있어 회교도 군주와179) 그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려고 모로코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180) 그는 그렇게 큰 희망에 열중한 나머지 때때로 마치 마음이 술에 취한 듯 여행에 동행하던 사람조차도 뒤에 남겨 두고 목적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내달았다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181)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프란치스꼬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182) 더는 가지 못하도록 병이 나게 하시어 그를 여행에서 다시 불러오셨기 때문이다.

 

57.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온 후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합세했다.183) 프란치스꼬도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매하고 사려가 깊어 그들을 존경심과 품위를 가지고 대하였으며, 그들 각자에게 관대하게 의무를 지정해 주었다.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뛰어난 성품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인격을 신중히 고려하였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열렬하고도 거룩한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는 편치 않았다. 그래서 회두한 지 13년 되는 해에184) 그가 시리아로 출발하였는데, 마침 기독교와 이교도들 사이에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곤 하던 때였다. 그래도 그는 동료 하나를 데리고185) 사라센의 회교도 군주186) 앞에 두려움없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그를 회교도 군주 앞에 서게 하였고 무슨 힘으로 말을 하였으며 무슨 언변과 자신감으로 그리스도교 법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답변을 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회교도 군주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병졸들에게 불들려 창피를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그는 겁내지 않았다. 고문하겠다고 위협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죽인다고 해도 낯이 창백해지지 않았다. 비록 적대심과 증오심에 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피한 대우를 받았지만, 회교도 군주에게는 매우 영애로운 대우를 받았다. 회교도 군주는 프란치스꼬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예우(禮遇)를 했고 많은 선물을 주어 프란치스꼬의 마음을 세상의 부() 쪽에 기울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추상같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똥이나 다름없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프란치스꼬를 딴 모든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되어 프란치스꼬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였다.187)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주께서는 순교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염원을 들어 주지 않으셨으나, 그를 위해서 엄청난 은총의 특권을188) 마련해 놓고 계셨던 것이다.

 

 

21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22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23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24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25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

 

 

 

26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70. 치따 디 까스뗄로에도214) 마귀들린 여인이 있었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 도시에 있을 때, 그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그 여인이 끌려 왔다. 여인은 밖에 서서 더러운 악령이 늘 그러하듯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고, 얼굴은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와 여인을 위해서 프란치스꼬 성인께 간원을 하였다. 악령이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고문하여 이제는 그들까지도 마귀의 괴성(怪聲)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거룩한 사부님은 함께 있던 형제를 여인에게 보내어 그것이 악마의 짓인지 아니면 여인이 거짓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여인이 그 형제를 보자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사부님은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기도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성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딩굴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여인을 부르며 말하였다 : “순종의 힘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령아, 여인에게서 나오너라!” 이에 악령은 여인에게 아무 행패도 부리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며 즉각 여인에게서 떠나갔다.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이 거룩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만 거룩함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생활의 탁월성이나 지극히 순수한 생활양식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이제 기적들을 생략하고 영원한 구원을 위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27

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께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71.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자기 욕심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로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215) 열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주된 관심은 하찮은 먼지에 오염되어 그의 마음의 청명함이 단 한 시간도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외적인 소음에 초연하도록 하였고, 육신의 오관을 철저히 통제하였으며, 마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스스로를 하느님으로만 채웠다. 그는 바위틈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절벽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216) 그는 기뻐 즐거워하며 천상 거처만을 넘나들었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구세주의 오상(五傷)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한적한 곳들을217)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향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때에 굼뜨지 않게 이웃의 일에 관계하였고, 이웃의 구원과 관련되는 일들을 기꺼이 보살펴 주었다.

그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잠시 하는 기도라든가 헛되거나 외람된 기도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겸허하게 고요히 드리는 기도였다. 저녁에 시작한 기도라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끝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그는 늘 기도에 몰두하였다. 그는 홀로 야밤에 기도를 하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당이나 폐허에 있는 성당에 가곤 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의 보호하심으로 두려움과 동요를 기도 안에서 극복하였다.

 

72. 악마란 놈이 마음 안에서 유혹으로 일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외적으로 물건들을 들부수어 프란치스꼬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는 그는 악마와 백병전(白兵戰)을 치렀다. 하느님의 가장 용감한 병사는 주께서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능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 않고 마음 속으로 뇌었다 : “이 흉악한 놈아, 우리가 많은 사람 앞에 있을 때에 네놈이 꼼짝 못했던 것처럼, 내가 혼자 있어도 네놈은 너의 그 간악한 무기를 나에게 요란스럽게 휘두를 수 없을 게다.

실로 그는 대단히 항구하였기 때문에 주님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자주 전파하면서도 마치 친한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하듯 확신있게 말하였다. 그는 많은 군중을 한 사람처럼 대했으며, 또한 많은 군중에게 하듯이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설교중에 신념을 보여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하였다. 그는 설교하기 전에 한참동안 묵상하고서도 때때로 그 묵상한 것을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잊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지만 전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노라고 고백하곤 하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능변이 되어 청중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아넣곤 하였다. 때때로 그는 말할 것이 없을 때면 강복만 주어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 강복만으로도 거기에서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73. 수도회에 관계되는 일 때문에 그가 한 번은 로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호노리오218) 교황 성하와 추기경님들 앞에서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219)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각별한 애정으로 존경한 오스띠아의 영화로운 우고220) 주교는 이 점을 알고 성인의 열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도 순박하기만 한지라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경건하게 바라는 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주교는 교황 성하와 추기경 앞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프란치스꼬는 허락과 강복을 받고 위대하신 추기경님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대단히 열변을 토했고 자기도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가 입에서 말을 토해낼 때에 춤추듯 발을 움직였으나 힘찬 움직임은 아니었고 하느님의 사랑의 불에 용약하였으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다만 비탄의 눈물을 쏟게 하였다. 거룩한 은총과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위대한 성실성에 감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찔렸다. 그동안 공경하올 오스띠아 주교는 계속해서 불안감에 마음이 조여들어 온 힘을 다하여 주님께 축복받은 사람의 소박함이 멸시당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렸다. 왜냐하면 성인의 영광이나 수치까지도 프란치스꼬 수도가족의 아버지로221) 있는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74. 프란치스꼬 성인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이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이 주교에게 매달렸고 그의 자비로운 품속에 잠들어 안전하게 쉬었다. 실로 오스띠아의 주교는 그 자리를 맡아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나 목자의 이름은 성인에게 넘겼다. 복되신 사부님은 필요한 것을 청하였고, 능숙한 주교는 이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 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자리가 잡혀갈 때에, 뿌리를 내린 새 수도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자들이오, 얼마나 많았던가! 지극히 인자하신 주님의 손길이 이 지상에 심으신 간선된 새 포도밭을222) 짓밟으려는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주교님의 칼에 쓰러졌고,223) 자취도 없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224) 왜냐하면 그분은 강한 능변의 소유자였고 교회의 성벽이었으며 진리의 기둥이었고, 겸손을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이러한 공경하올 주교님께 자신을 맡긴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며 기억할 만한 날이다.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의 특사로 자주 파견되었지만, 이번에는 뚜스까나에서225)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수가 많지도 않은데 불란서로 진출하고자 피렌제로 간 적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같이 당시에 주교님께서 그곳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다. 아직 두 분이 각별한 친분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다만 서로간의 축복받은 생활에 대한 명성만이 그들을 서로 사랑으로 결합시켰었다.

75.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또 다른 습관은 그가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주교나 사제를 방문하는 것이었으니, 훌륭하신 주교님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찾아가서 정성껏 존경의 예를 표했다. 주교님께서는 늘 그같이 거룩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특히 복된 가난과 단순성의 숭고한 징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에게 늘 그러했듯이, 그를 만났을 때에도 존경심을 가지고 겸손히 그를 맞아들였다. 주교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궁핍을 성심껏 들어 주었고, 특별한 배려로 그들의 어려움에 손을 썼기 때문에 프란치스꼬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애써 묻도 그의 여행 목적을 대단히 인자하게 이해하였다. 주교님께서 그가 지상적인 것을 쓰레기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안 순간,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 보내신 불에226) 그가 타고 있음을 안 순간, 주교님의 영혼은 성인의 영혼과 함께 묶였고, 주교님은 진심으로 그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며 자기도 모든 것에서 성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기꺼이 하였다. 그리하여 주교님은 프란치스꼬에게 시작한 여행을 포기하고 주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하였다.227) 그러자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열심한 마음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며 힘있는 충고를 하는 공경하올 주교님을 뵙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몹시 즐거워하였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진심에서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을 주교님께 넘겨 드리면서 맡겼다.228)

 

28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정신과 애정어린 동정심,

그리고 양과 어린양에게 한 일

 

76.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가난한 프란치스꼬는 스스로 모든 가난한 사람들과 같아지려 하였고, 당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몹시 슬퍼하였다. 그것은 헛된 영광을 탐해서가 아니라 다만 동정심에서였다. 그는 실로 볼품없고 거친 투니카 한 벌로 만족하였지만,1) 그 한 벌도 가난한 사람과 나누어 가지기를 몹시도 자주 염원하였다.2)

그러나 이 진정 풍요로운 가난한 사람은 크나큰 애정에 이끌려 어떻게 해서라도 가난한 자들을 도우려 하였고, 몹시 추운 때에는 이 세상의 부자들에게 외투나 모피를 청하곤 하였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은 당신이 청할 때보다 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이 내줄 때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 “이것을 다시 돌려받으리라 기대하지 않으실 것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입은 것을 첫 번째로 만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입혔다.3)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수치를 당한다든가, 피조물이 누구에게서 저주를 듣는 것을 보면 그는 몹시 괴로워하였다. 한 번은 일이 벌어졌다. 어떤 형제가 동냥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욕설을 했던 것이다 : “여보시오, 부자이면서 가난한 척하지 마시오!”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프란치스꼬가 이 말을 듣고는 뼈를 깍는 고통을 느꼈다. 이에 그는 그 말을 한 형제를 호되게 꾸짖고 그 가난한 사람 앞에서 옷을 벗고 발에 입을 맞추어 용서를 청하라고 명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 “가난한 사람에게 저주를 하는 자는 그리스도께 상처를 입히는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신 높은 상징을 그들이 달고 다닙니다.

그러므로 그는 가난한 사람이 나뭇짐이나 다른 짐꾸러미를 지고 가는 것을 보면 자기 어깨도 약골(弱骨)이면서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어깨를 자주 내밀었다.

 

77. 프란치스꼬는 사랑의 정신과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들, 파충류(爬蟲類)나 조류(鳥類), 그밖의 감각이 있는 피조물과 감각이 없는 피조물에게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어린 양을 특별히 가깝게 사랑하였다. 성서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이 자주 양에 비유되기4) 때문이었고 또 그렇게 정확히 들어맞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그러하였지만 특별히 하느님의 아들과의 유사성이 비유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주 다정하게 안았고 더없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마르키아 안꼬나에5) 여행할 때,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한 후에 바오로 형제와 오시모로6) 향했다. 바오로 형제는 그곳 관구에서7) 모든 형제들의 봉사자로 임명된 형제였다. 여행 중에 그들은 들에서 암염소와 수염소를 이끄는 한 목동을 만났다. 이 염소들의 큰 무리 가운데에 실로 온순하고 고요하게 풀을 뜯으며 가는 어린 양 한 마리가 끼어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어린 양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깊은 신음을 하며 마음아파하였다. 그리고 같이 있던 형제에게 말하였다. “염소들 사이에 저리도 온순하게 걸어가는 양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바리사이인들과 대제관들 사이에서 저같은 길을 온순하고 겸허하게 걸으셨음을 형제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아들이여,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청하노니 나와 더불어 이 어린 양을 가련히 여겨 그 값을 치르고 염소의 무리에서 이 양을 빼냅시다.

 

78. 바오로 형제는 프란치스꼬의 괴로움에 처음엔 놀랐으나 잠시 후엔 자기도 괴로움을 함께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낡아빠진 투니카뿐이라서 양값을 치룰 수 없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행중인 어떤 상인이 그곳에 나타나서 필요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양을 안고 오시모로 갔다. 오시모 주교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주교님으로부터 크나큰 존경과 영접을 받았다.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데리고 들어온 양과, 양을 데리고 온 그의 마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종이 복음에서의 양에 대한 긴 비유를 열거하자, 이에 그만 마음이 동한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지닌 순수함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음날, 그는 그 도시를 떠날 때에 양을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동료요 형제인 바오로의 권유로 산 세베리노에 있는 그리스도의 시녀들이 사는 수녀원에8) 키우라고 주었다. 그리스도의 시녀들은 이것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큰 선물로 생각하고 기뻐받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성의껏 양을 돌보았고, 후에는 그 양털로 투니카를 짜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에게 보냈다. 당시에는 총회 때라서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 있었을 때였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것을 대단히 공손하게 그리고 마음에 희열을 느끼며 받았고,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으며 당신의 행복을 나누려고 주위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초대하였다.

 

79. 또 한 번은 그의 동료로서 기꺼이 동반하는 바로 그 형제와 함께 프란치스꼬가 다시 마르키아를 지나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장에 가져다 팔려고 어깨에 어린 양 두리 마리를 묶어 대롱대롱 매달고 가는 것이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어린 양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어머니가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하듯이 가까이 가 쓰다듬어 주며 자기의 애정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말하였다 : “나의 형제인 어린 양들을 왜 이렇게 괴롭히십니까?” 그 남자가 대답하였다 : “돈이 요긴해서 내다 팔려구요.” 이에 성인이 말하였다 : “그렇게 되면 어린 양들은 어찌 됩니까?” 남자가 성인에게 말하였다 : “돈 주고 사 간 사람이 잡아먹겠죠 뭐.” “이럴 수가!” 하고 성인이 답하였다 : “이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제가 입고있는 망또를 가져 가시고 그 대신 양들을 저에게 풀어주시오.” 그 남자는 흐뭇하여 어린 양들을 주고 망또를 받았다. 그 망또는 꽤 비싼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망또는 성인이 추위를 막으려고 바로 그날 어느 신자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이리하여 성인은 어린 양들을 받았고, 양들을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동행했던 형제의 권유로 그 남자에게 도로 주면서, 앞으로는 양들을 절대로 팔지 말고 돌볼 것이며 해치지 말고 보호하여 키우고 또 공들여 보살피라고 당부하였다.

 

 

29

창조주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프란치스꼬,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대한 인물 묘사9)

 

80.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육신으로 있을 동안에 실천하고 가르친 일을 일일이 예를 들어 말한다든가 한곳에 모은다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누가 하느님의 소유인 모든 피조물에게 품었던 그의 위대한 사랑을 표현해 보일 수가 있겠는가? 삼라만상에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지혜와 힘과 선을 명상할 때에 그가 즐긴 그 감미로운 느낌을 누가 말로 할 수 있으리오? 진정 창조주의 지혜와 힘과 선을 관조하면서 해를 쳐다볼 때, 달을 바라볼 때, 그리고 별과 창공을 응시할 때,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쁨에 자주자주 도취되곤 하였다. , 단순한 경건이여, 경건한 단순이여!

그는 구더기 한 마리를 보고도 큰 사랑에 불탔다. 그는 거기에서 구세주께 대하여 씌여 있는 말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사람도 아닌 구더기입니다.10) 그러므로 그는 구더기를 길에서 집어들고, 행인들의 발에 밟힐까봐 안전한 곳에다 옮겨 주었다.

그는 겨울에는 벌들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꿀이나 질이 좋은 포도주를 공급해 줄 정도였으니, 다른 하등동물에 대한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그는 벌들의 완벽한 일 처리와 탁월한 기술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여러 사람 앞에서 칭찬하였고, 벌이나 다른 피조물들을 찬탄하며 하루를 온통 보내곤 하였다. 옛날에 유다인 세 청년이 불가마에서도11) 모든 피조물들을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도록 권유하였듯이, 이 사람도 하느님의 기운이 마음에 가득 차서 피조된 삼라만상에서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지배자이신 분께 끊임없는 영광과 찬미와 축복을 바쳤다.12)

 

81. 성인께서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보고 향긋한 방향(芳香)을 맡을 양이면, 이 꽃의 아름다움이 얼마만한 기쁨을 그의 마음에다 부어넣었는지를13) 독자 여러분께서 생각할 수 있을는지? 그는 사고(思考)의 눈을 이새의 그루터기에서14) 피어나와 봄날에 빛을 주며, 그 향기로 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주검들을 부활시킨 바 있는 그 꽃의 아름다움으로 돌리곤 했다. 그는 꽃무리를 보게 되면 꽃에게 이성이 있는 양 설교를 하였고 주님을 찬미하도록 권하였다. 같은 식으로 그는 잡곡밭, 포도밭, , 숲 그리고 들에 있는 예쁜 열매들, 흐르는 샘물, 동산의 푸른 풀이나 나무, 땅 그리고 불, 공기, 바람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기꺼이 하느님께 봉사하도록 가장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권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피조물들을 형제 자매라고 불렀고 아무도 알 수 없는 탁월한 방법과 예민한 감성으로 사물의 숨겨진 비밀을 간파하였다. 이미 그는 하느님의 자녀들의 영광된 자유에15) 뛰어든 사람이었다.

, 착하신 예수님! 지금도 그는 천국에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을 우러러보며 찬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지상에 있을 때에도 피조물에게 당신은 사랑받을 만한 분이시라고 설교를 했었습니다.

 

82. 거룩하신 주님!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인간의 모든 지성(知性)을 초월한 사랑으로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쁨과 순수하기만 한 열락(悅樂)에 도취되어 있어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습니다.16)

그래서 그는 하느님의 말씀이나 인간의 말이17) 쓰인 글을 발견하면 길에서나 집에서나 땅바닥에서나 대단히 공손한 태도로 그것을 집어서, 거룩한 장소나 합당한 곳에 가져다 놓곤 하였다. 주님의 이름이나 성서 말씀과 관련된 글들이 그러한 곳에 적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18)

어느 날, 한 형제가 그에게 질문하기를, 주님의 이름은 비치지도 않은 글이나 이단자들의 글까지도 그렇게 지성으로 줍느냐고 하였다.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주 하느님의 지극히 영광스러우신 이름을 쓰는 데 사용되는 글자들이 그 중에 같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이 들어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이방인들의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의 것도 아니며, 오로지 모든 선이 깃들어 있는 오로지 하느님의 것입니다.

역시 이에 못지않게 감탄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가 문안편지나 권고편지를 쓰게 할 때, 그는 비록 거기에 어쩌다 불필요하고 마땅치 않은 글자나 구절이 있어도 그 글자나 구절을 지우지 못하도록 했었다는 점이다.

 

83. , 그가 얼마나 아름답고 빛이 나며 영화로운지는 그의 순수한 삶과 단순한 말, 맑은 마음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나타났으며, 형제적 사랑과 열성적인 순명, 그리고 일치를 위한 양보심과 그의 천사같은 용모에서 나타난다. 그의 행동은 매력적이었고 천성이 조용했으며 대화에서는 상냥했고, 충고는 아주 적절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는 가장 충실하였고, 권고에 신중하며,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모든 행동거지가 우아했다. 그는 마음이 고요하였고, 기질이 착했고, 정신은 진지했으며, 관상으로 고양되었었고, 기도는 앞을 다투어 했으며, 모든 일에 열성적이었다. 그는 결심을 굳건히 하였고, 견고한 덕을 지녔으며, 은총에 꾸준히 머물렀고, 모든 것에 변함이 없었다. 그는 용감함에 있어서는 빨랐고, 분노에 더디었으며, 항상 재치가 있었고, 기억력도 매우 좋았고, 따질 때는 세밀했으며, 선택에 신중하였고, 모든 일에 단순하였다. 그는 자기에게는 가차없었으며, 남을 잘 이해했고, 모든 면에 사려가 깊었다.

그는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으며, 친절한 용모였고, 비겁한 행동을 알지 못했으며, 오만이란 아예 없었다. 키는 자그마한 중키였고, 머리는 알맞게 크고 둥글었고, 얼굴은 갸름하고 앞으로 약간 튀어나온 듯하였으며, 이마는 반반하며 좁았고, 눈은 중간 크기에 검고 견실하였으며, 검은 머리칼에 눈썹은 반듯했으며, 코는 균형이 잘 잡혀져 있었으며 훌쭉하고 곧았으며, 반듯하게 서 있는 귀는 작았고, 그의 관자놀이는 매끄러웠다. 그의 말씨는 온화하면서도 열의가 있었고 예리했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다. 똑 고른 이는 촘촘하고 희었다. 그의 입술은 작고 얇았다. 그는 숱이 많지 않은 검은 턱수염에, 목이 가늘었고, 어깨는 똑바랐고, 짧은 팔에 손은 가냘팠으며, 손가락들은 길었고, 손톱도 길었다. 다리는 가늘었고, 발도 작았으며, 피부는 결이 고왔고, 몸은 말랐었다. 그는 거친 옷을 입었고, 잠은 잠깐 잤으며,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푼푼하게 남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하였기에 모든 사람을 언제나 온유하게 대했고,19) 모든 사람의 행동에 자기를 맞추었다. 거룩한 사람들 중에서 그는 죄인들 중의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죄인들을 사랑한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죄인들을 도우소서. 당신도 보다시피 죄의 늪에서 뒹구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삼가 청하오니 당신의 지극히 영광스러운 중재로 그들을 자비로이 일으켜 주소서.

 

 

30

주님의 성탄에 만든 구유

 

84. 프란치스꼬의 가장 높은 지향과 주된 바람과 최고의 결심은 복음을 모든 것을 통하여 실행하는 것이었고,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열의를 다하여 애타게 갈망하는 온전한 정신과 뜨겁게 타오르는 온전한 마음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과 발자취를 따르는 것”20)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묵상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겼고, 예리한 사고력으로 그리스도의 행적을 되새겼다. 육화(肉化)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이 특히 그를 사로잡았으므로 그는 다른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영광스러운 죽음이 있기 3년 전,21) 작은 마을 그렉치오22)에서 우리 주에수 그리스도의 성탄날에 그가 한 일은 기억할 만한 거이고, 경건하게 기억을 되살려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요한이라고23)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평판도 좋았지만 또한 평판 이상으로 착한 생활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를 특별히 사랑했던 까닭은 그가 그 고장에서 덕망있고 영예로운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또 그가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영혼의 고귀함을 추구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그를 불러 일을 자주 시켰다. 이번에도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주님의 성탄 약 15일 전에 그를 불러 말했다.: “ 그렉치오에서 우리 주님의 축제를 지내고 싶으면, 빨리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준비하시오. 우선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짚북더기 위에 누워 있었는지를 나의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 착하고 믿음있는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달려가  성인이 말씀하신 자리에 성인께서 분부하신 대로 모두 준비하였다.

 

85. 즐거운 날이 다가오고, 크나큰 환희의 시간이 왔다. 그 근방에 거주하는 여러 형제들도 초대를 받았다. 동네의 남정네들과 아낙네들도 형편에 따라 밀초와 햇불을 준비하였다. 그들은 일년 내내 빛나는 별로써 낮과 밤을 밝혀 줄 바로 그날 밤을 밝혔다. 마침내 하느님의 성인이 당도하셨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보고 기뻐하였다. 구유도 준비되었고, 짚북더기도 옮겨졌으며, 소와 당나귀도 끌려 왔다. 그곳에서는 단순함이 추앙을 받았고, 가난이 높여졌으며, 겸허가 찬양되었다. 그렉치오는 새 베들레헴으로 꾸며졌다. 그 밤은 대낮같이 환히 밝혀졌고, 사람들과 짐승들을 매우 즐겁게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그들은 새로운 신비로 말미암아 새로운 기쁨에 젖었다. 사람들의 우렁찬 목청에 온통 숲이 울렸고, 바위들까지도 그들의기쁨에 화답하였다. 형제들도 노래를 불렀고, 지금까지 못다 바친 찬미를 주님께 바쳤으며, 밤새도록 그들의 기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느님의 성인이 탄성을 올리며 사랑에 도취되었고,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가득 차서 구유 앞에 섰다. 이렇게 하여 구유 앞에서 장엄미사가 거행되었고, 사제는 새로운 영혼의 평화를 체험하였다.

 

86. 하느님의 성인은 부제(副祭)였으므로24) 부제복을 차려입고 거룩한 복음을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으며,25)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최고의 보상을 받게 했다. 그는 둘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였다. 그는 가난한 임금님의 탄생과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관하여 재미나게 말을 하였다. 그는 그리스도 예수를 부르고 싶을 때면 사랑에 불타서 그분을 “베들레헴의 아기”라고 부르곤 하였고, “베들레헴”이라는 말을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치 어린 양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의 입은 말로써보다는 차리리 감미로운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 형편이었다. 그뿐 아니라 “베들레헴 아기”나 “예수”라는 말을 할 때, 그의 혀는 이 말의 감미로움에 입맛을 다시고 입술을 핥으며 맛과 향기를 맛보는 듯하였다. 전능하신 분의 은총이 그곳에 충만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어떤 한 덕이 있는 사람은26) 놀라운 환시를 보았다. 그는 어린 아기가 말구유에 생명 없이 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다가가서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듯 그 아기를 소생시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 환시에는 의미가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아기 예수가 잊혀져 왔었지만, 은총의 힘으로 아기 예수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을 매개로 하여 다시 생명을 얻어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성대한 축제가 끝났고, 각자 거룩한 기쁨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87. 구유에 놓였던 건초는 보존되었고, 주님께서는 거룩하신 당신의 자비를 더하사, 그 건초로 무거운 짐을 지는 짐승들이나 다른 동물들을 구하셨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갖가지 병에 걸린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은 다음에 병이 나았다. 난산(難産)으로 오랬동안 진통을 겪던 여인의 몸 위에 이 건초를 놓으면 순산(順産)하였다. 그리고 그 고장에 살고 있던 많은 남녀가 갖가지 재난에서 구제되어 그들이 바라던 안정을 얻었다.

후에 구유가 놓여 있던 자리에 주님의 성전이 들어섬으로써 그곳이 거룩하게 되었다. 프란치스꼬 사부님을 기념해서 궁ㅍㅎ 위에 제단이 마련되었으며, 또한 성당이 세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옛날에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었듯이 앞으로도 사람들이 영혼과 육신의 건간을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흠도 티도 없으신 어린 양의27) 살을 이곳에서 먹을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놓은 곳에 거하시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랑에 거하시며, 당신을 우리에게 내주셨고, 성부와 성신과 함께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도다. 하느님께 세세대대에 영원한 영광이 있어지이다. 아멘. 알렐루야, 알렐루야.28)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행적에 관한

1부는 여기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