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

토마스 첼라노에 의한 1생애 2부

Margaret K 2018. 1. 19. 03:28

2

 

 

이제 시작되는 제2부에서는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마지막 2 년간의 생활과

그의 행복한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1

2부의 내용과, 프란치스꼬의 운명시(殞命時)

완덕을 향한 그의 정진

 

88. 이 책의 제1부에서는 구세주의 은총의 도움으로 알맞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행적을 회두한 지 18년째 되는 해까지29)서술하였다. 이제 그의 마지막 2년간의30) 생활과과 행적에 관하여 우리가 적절히 알아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기 제2부에 간단하게 쓰려고 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을 기록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그의 생활과 행적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논()하고 싶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더 첨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사도들의 생활과 발자취를 따라 그리스도께 온전히 봉헌된 지 20 년이 지난 후, 시작한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고서 육()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그가 태어난 아씨시, 곧 작은 형제회를 세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천상 거처로 매우 행복하게 날아가게 된 날짜는 천주 강생 1226, 교황 포고31) 14년째 되던 해 10 432) 일요일이었다. 그의 신성하고 거룩한 시신은 이 도시에 안치되어 찬미찬송과 함께 영예롭게 묻혔다. 그의 유해는 많은 기적을 내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빛나고 있다. 아멘.

 

89. 그가 젊음의 열기에 차 있을 때는 하느님의 길과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적인 단순한 생활과 악의 지배하에 적지 않은 동안 머물렀었다. 그러나 지존하신 분께서 오른손으로 바꾸시자33) 그는 죄에서 해방되었고34) 지존하신 분의 은총과 덕능으로 해서,35) 그는 당대의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지혜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당시 복음의 가르침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그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나 실천되지 않은 형편이었다. 이때에 하느님께서 이 사람을 보내시어 사도들의 모범대로 전 세계의 인류에게 진리를 증언하게36) 하셨던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지혜가 참으로 어리석다는 것을37) 가르치기에 이르렀고그가 전하는 소위 어리석음의 설교를38) 통하여 그리스도의 이끄심으로 이 세상의 지혜를 하느님의 진실한 지혜로 기울어지게 하였다. 마지막 시기의39) 이 새로운 복음 전파자는 낙원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처럼40) 전세계에 복음의 물을 뿌렸고, 하느님의 아들의 길과 진리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설파하였다. 그 결과로 그분이 계심으로써 그분을 통하여, 미처 몰랐던 행복과 거룩한 새로움이 온 세상에 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옛 종교의 싹은 오랫동안 냉담했던 사람들이나 매우 늙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쇄신을 갑작스레 가져다 주었다. 그리스도의 종이자 거룩한 사람인 그가 하늘에 비치는 빛처럼 새로운 정신이 태어났고 구원의 기름이 그들에게 부어졌다. 그를 통하여 옛 기적들이 새로워졌고, 옛날식 그대로 그러나 새로운 질서로 사막 같은 이 세상에 열매를 많이 맺는 포도나무가 심어졌다. 이 나무는 방방곡곡에 거룩한 종교의 가지를 뻗음으로써 감미로운 꽃이 피어오르고 거룩한 덕의 방향(芳香)이 퍼졌다.

 

90. 그도 우리와 같이 연약한 인간이었지만,41) 일반적인 가르침만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치 않았으며, 그는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 넘쳐흘렀기 때문에 온통 완덕에 이르는 길에 나서게 되었다. 그는 완전성화(完全聖化)의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삼았으며, 모든 완덕의 종점을 보게 되었다. 그러므로 어떤 계급이나 성(),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에게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원의 길의 전형을 얻어내게 되며, 거룩한 일의 뛰어난 모범을 갖게 된다. 만약 누가 이 어려운 일을 하고자 하며, 보다 크나큰 은총을 찾아 힘쓰고자 한다면,42) 성인의 생활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모든 완덕을 배우도록 함이 좋을 것이다. 설혹 또 누가 어려운 길을 걷기가 두렵고,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해서 낮고 평범한 길을 택하는 경우에도 이 평원에서 또한 그들은 그에게서 알맞는 인도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누가 징표와 훌륭한 기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의 거룩함에 간원을 드리면 구하는 바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의 참으로 영광스러운 생애는 선대(先代)의 많은 성인들의 완덕에 더욱 찬란한 빛을 비춘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도 이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 준다. 왜냐하면 실제로 공경하올 사부님께서 마치 하느님의 아들처럼 십자가에 달리기나 한 듯이 수난과 십자가의 표시인 오상(五傷)을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참으로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는 신비이다.43) 이것은 사랑의 특권의 장엄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은밀한 충고가 숨어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며44) 성인 자신이 부분적으로도45) 아무에게 밝히지 않았을 거라고 우리가 믿고 있는 외경스러운 신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무 성인을 칭송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이의 찬미요, 근원이요 또한 지존하시며 빛의 보상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그를 칭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거룩하시며 진실하시고 영화로우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다시 그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2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위대한 바램, 그리고 성서를 펼쳐

스스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알아냄

 

91. 어느 날, 공경하올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매일 몰려와서 지성으로 그를 뵙고 말씀을 들으려는 무리들을 뒤로 하고조용하고 호젓한 비밀스런 장소를46) 찾아서 하느님과의 시간을 보낼려 하였고, 사람들과 사귀는 데서 낀 속진(俗塵)을 깨끗이 털려 하였다. 은총을 얻기 위하여 자기에게 차례가 온 시간을 쪼개어 그중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부 시간은 가까운 이웃에게 선행을 하고, 나머지는 들어앉아 복된 관상(觀想)에 바치곤 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딴 사람에 비해서 그의 거룩한 생활을 잘 아는 몇몇 동료만을 함께 있도록 하였다. 그런즉 그들은 사람들의 침입과 방해에서 그를 지켜줄 수가 있었으며, 모든 일에 있어서 그의 고요한 시간을 존중하고 보존케 할 수가 있었다.

그는 거기서 얼마간 그렇게 머물러, 계속되는 기도와 관상으로 하느님과의 친교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이어서 신변에 관한일, 마음속에 있는 일, 또는 주변에서 생기는 일 중에서 영원하신 임금님께서 더 잘 받아들여 주실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이를 몹시 갈망하였다. 그는 어떠한 자세와 어떠한 방법과 어떠한 바람으로 하느님의 생각과 하느님의 뜻이 기뻐하심에 따라서 하느님께 완벽하게 매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세심하게 찾았으며 아주 경건하게 바랐다. 그는 가장 높은 철학과,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사람 안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튀긴 궁극의 바람은 단순한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그리고 완전한 사람이나 불완전한 사람에게서 진리의 길을 터득하는 것이요, 지선(至善)에 이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92. 비록 그는 완전한 사람 중에 완전한 사람이었지만, 자기가 완전하다는 것을 부인했고 스스로를 전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여겼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마음이 바른 사람에 대해서,47) 그리고 깨끗한 단순성과 진정 순수한 마음으로48) 당신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감미로우시고 미쁘시고 선하신가를 보고 맛들였기 때문이다.

매우 드물게 몇몇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높은 곳으로부터 그에게 주어졌다고 느끼자, 그 부어 주시는 감미로움과 고요는 그로 하여금 스스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힘에 겨웠지만 그는 이미 부분적으로 도달한 그 상태에 완전히 넘어가기를 큰 기쁨에 싸여 바랐다. 하느님의 성령으로 채워짐으로써 그는 모든 마음의 괴로움을 견딜 준비가 되었고, 모든 육신적 고통을 참을 각오가 되었으니, 만일 그의 소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 자비스럽게 그에게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리하여 어느 날, 거처하던 은둔소 안에 세워진 거룩한 제대 앞으로 나가서 거룩한 복음이 담겨 있는 성서를 경건하게 제대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엎드려서 하느님께 몸과 마음을 다하여 기도를 바쳤다. 그는 착하신 하느님이시고 인자하신 아버지이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께49) 황공하옵게도 하느님의 뜻을 자신에게 밝혀 주시기를 겸손하게 청하였다. 또한 단순한 마음과 경건한 마음으로 일찍이 시작한 바를 완수하게 해 주십사고 기도드렸다. 또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마땅한가를 책을 펴자마자 보여 주십사고 겸손하게 기도드렸다. 성인들과 가장 완덕에 이른 사람들의 영()에 의해서 인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도 깊은 신심과 성화에 대한 열망 때문에 이와 비슷한 일을 했다고 적혀 있다.50)

 

93. 그는 기도를 마치고 겸허해진 정신과 뉘우치는 마음,51) 그리고 주님의 거룩한 십자성호로 자신을 완전히 무장하고 일어나, 제대에서 성서를 들어 경외심을 가지고 펼치자마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52) 예고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기 위하여, 그가 두 번, 세 번 연거푸 책을 펼쳤으나, 그때마다 같은 글귀이든가 아니면 비슷한 구절이 적혀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가 하느님의 성렬에 가득 차서 알아들은 바는 그가 많은 수난과 시련과의 싸움을 거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는53) 것이었다.

그러나 주님의 굳센 용사는 닥쳐올 싸움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떨지도 않았으며, 이 세상의 싸움터에서 주님께서 싸우신 대로 싸워 나가려 했다. 인간의 힘의 한계를 휠씬 넘어설 정도로 애써 극기해 온 그였던 만큼 적에게 굴복하게 될 리가 없었다. 기실 그는 대단히 열심이었고, 지난 수세기에 걸쳐 그 목적이 그와 같은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그의 열망에 비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로서는 완덕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보다 완덕을 실천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열성과 노력을 말에 쏟는 것이 아니라 오직 거룩한 행동에 쏟았기 때문이다. 말이란 선행을 표현할 뿐 완성하지는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행복했으며, 자신과 하느님을 위하여 마음으로부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이와 같은 작은 계시에 기뻐할 줄 안 그는 큰 계시를54) 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이렇게 그는 작은 일에 충실하였기55) 때문에 큰 일을 맡게 되었다.56)

 

3

십자기에 못박힌 세라핌을 닮은 모습의 환시

 

94. 프란치스꼬가 자기의 영혼을 하늘에 되돌리기 2년 전,1) 그러니까 그가 알베르나2)은둔소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환시 안에서, 여섯 날개를 가진 세라핌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 하나를 자기 위에서 보았다. 그 사람은 두 손을 뻗고 있었으며, 두 발은 모아진 채 십자가에 고착되어 있었다. 날개 둘은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고, 두 날개는 날으려는 듯이 펼쳐져 있었으며, 나머지 두 날개는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3) 지존하신 분의 복된 종은 이것을 보자 그만 감탄하였지만, 이 환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너그럽고 인자한 세라핌의 모습에 그는 무척이나 즐거웠고 기뻤다. 그 천사의 아름다움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천사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다는 사실과, 그 찌르는 듯한 아픔이 차츰 프란치스꼬를 두려움으로 몰아갔다. 그러자 그는 일어섰다. 그는 이를테면 슬프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으며, 즐거움과 괴로움이 그 안에서 서로 교차하였다. 도대체 이 환시는 무엇을 뜻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의 영혼은 그 뜻을 알아내려고 노심초사하여 괴로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그 뜻을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게 되었고, 그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환시가 성인의 가슴을 곤혹스럽게 만드는가 했더니, 그 못자국들이 성인의 손과 발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가 방금 전에 그의 위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에게서 본 그대로의 자국이었다.

 

95. 그의 손과 발 한가운데가 못으로 뚫린 것 같았고, 못대가리가 손바닥과 발등에 나타났으며, 뾰족한 못끝은 반대편에 있었다. 손의 자국들은 손바닥 쪽에서는 둥글었고, 손등 쪽에서는 길어져 있었다. 손등 위로 밀려 솟은 작은 살점들은 못의 끝모양을 하고 있었다. 발에도 마찬가지로 못자국이 찍혀 있었고, 그렇게 비슷하게 딴 살보다 솟아 있었다. 또한 오른쪽 옆구리는 마치 창에 찔린 듯하였고, 그 상처로 피가 자주 쏟아져 나와 그의 투니카와 팬츠를 여러 번 물들였다.

애석하여라!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의, 십자가에 못박힌 이 종이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옆구리에 있는 상처를 볼 만한 자격이 있었던 사람은 정말 한둘에 불과하였으니! 그가 살아 있을 때, 그 상처를 보기에 합당했던 엘리아는4) 행복하였다. 손으로 직접 만져 본 루피노5) 역시 행복하였다. 이 루피노 형제가 한번 거룩한 사람을 문질러 주려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댔을 때에 루피노의 손이 우연히 프란치스꼬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보배로운 상처를 건드리게 되었다. 손이 닿자마자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몹시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의 손을 밀어냈다. 그리고 하느님께 루피노 형제를 용서해 주십사고 소리쳤다.

프란치스꼬는 수도원 밖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상처를 숨기기에 온갖 노력을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측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그것을 매우 세심하게 숨겼기 때문에, 항상 곁에서 헌신적으로 따르는 대부분의 형제들조차도 오랫동안 이 상처에 대해서 알지 못했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종이자 친구인 그는 자신이 마치 가장 값진 보석으로 꾸며지듯 많고 큰 진주로써 치장이 되어 있고, 신묘한 방법으로 딴 모든 사람의 영광과 영예 위에 안배되어 있음을 보았지만, 그는 마음이 우쭐해지지 않았으며, 또한 헛된 영광을 찾아서 남을 기쁘게 해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호감이6) 그에게 주어진 은총을 조금이라도 앗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으로 그 사실을 숨겼다.7)

 

96. 자신의 큰 비밀을 거의 혹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프란치스꼬의 습관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드러내는 일이 각별한 친구지간에 그렇듯이 그 사람에게 특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꼴이 되며, 그럼으로써 자기에게 차례가 온 은총이 손실을 입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예언자의 말을 마음에 품고 다녔고, 자주 입에 올렸다: “행여 주님께 죄를 지을세라, 마음 깊이 그 말씀을 간직하나이다.8)

어는 외부인이 찾아와도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으면, 그는 같이 있는 형제들과 아들들에게 위의 구절을 정확히 읊게 해서, 형제들이 자기에게 찾아온 사람들을 즉시 정중하게 돌려보내도록 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은 큰 악()이라는 것과, 또한 남들이 얼굴을 보고도 알아 차릴 수 없고, 외적인 것을 보고도 내적인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의 완벽하고도 많은 비밀을 간직할 수 없는 사람은 영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비웃는 사람, 자기들을 믿어 달라고 하면서 이쪽을 노골적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악함이 번번이 순순함에 먹칠을 하려 들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거짓이 익숙하기 때문에 소수가 말하는 진실이 믿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4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열성과 그의 눈병

 

97. 프란치스꼬는 온갖 질병으로 시달렸는데, 어느 때보다도 이때가 더 심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여려 해를 육신을 단련하여 순종하게 하려고 하다가1) 그만 육신이 쇠약해져서 자주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18년 동안2) 그의 육신은 휴식이라고는 거의 혹은 전혀 없었다. 그는 사방으로 넓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간절하고 헌신적이며 열성적인 정신으로 어디에서나 하느님의 말씀의 씨를 뿌렀다. 그는 온 세상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채웠고, 그러기 위해서 그는 보통 하루에 네댓 동네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누구에게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3) 그는 청중들을 말보다도 표양으로 감화시켰고, 전신(前身)이 혀로 변하여 말을 하였다.

그의 육신과 정신의 조화는 훌륭한 것이었고, 마음에 대한 육체의 순종이 대단하여 마음이 거룩한 길로 나갈 때, 육신은 정신에 저항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앞지르려고까지 하였다.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 바로 그대로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하나니, 이 몸이 당신을 한사코 그리워하기 때문이니이다”4) 계속 순종함으로써 육신도 기꺼이 따라오게 되었다매일매일 극기함으로써 그는 위대한 덕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습관은 흔히 천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5)

 

98. 자연법칙이나 인간 육신의 조건상 몸은 필연적으로 나날이 쇠퇴해 가게 마련이다. 그 영혼이 나날이 새로워지는 가운데에서도6) 보물이 담겨 있는 가장 값진 그릇인 사부님의 몸도 무너지기 시작했고, 힘도 빠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렇다: 모두 마쳤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쳤을 때 일은 진행되는 것이다.7) 몸이 약해질수록 마음은 더욱 간절한 법이다.8) 이리하여 엉혼들의 구원을 간절히 바란 그는 이웃의 영신적 성장을 갈망한 나머지, 걸을 수 없을 때는 나귀를 타고 두루 돌아다녔다.

형제들은 자주 간청을 하며, 병들고 극도로 쇠약해진 몸을 의사의 도움을 빌어 돌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천상 일만을 생각하는 숭고한 정신을 지녔음으로 해서, 오직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은9) 마음뿐이었으므로 이 제안을 완강히 거절하였다. 사실 그는 비록 주 예수의 낙인으로 육신의 고통을 받고 있기는10) 하였지만, 아직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몸으로 채우지는11) 못하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그는 눈에 아주 심한 질병을 얻게 되었다. 눈병은 나날이 심해 갔고, 치로하지 않아서 매일 악화되자, 마침내 엘리아 형제가 강제적으로 그에게 약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여,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 하느님의 아들의 이름으로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지극히 높으신 부께서 땅에 약을 만드셨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12) 그제서야 거룩하신 사부님은 자애롭고도 묵묵히 약을 받아들여 겸손하게 권고자의 말을 따랐다. 엘리아 형제는 프란치스꼬가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는 아버지로 삼아서13) 뽑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어머니로 삼아서14) 뽑은 형제였다.

 

 

5

리에띠에서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의 영접을 받은 일,

그리고 그분이 장차 전세계의 주고가 될 것이라고 예언함

 

99. 이리하여 많은 의사들이 프란치스꼬를 도우려고 약을 가져왔으나, 치료를 받아도 별 차도가 보이지를 않아, 그는 아주 용한 의사가 리에띠 읍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 그는 리에띠에 도착하여, 당시에 그곳에15) 살고 있던 교황청 주민들로부터 무척 친절하고 정중한 대우를 받았다. 그는 특히 오스띠아 주교인 우골리노 추기경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는데, 그분은 정직하고 거룩한 생활에 있어서 특출한 인물이었다.

호노리오 교황 성하의16) 뜻을 따라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우골리노 주교를 그의 형제들의 수도회의 아버지요 주인으로 뽑았다. 우골리노 추기경은17) 복된 가난을 매우 기뻐하였고, 거룩한 단순서을 매우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우골리노 추기경은 형제들의 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거룩함을 갈망한 나머지 단순한 사람들과 함께 단순하였고, 겸손한 사람들과 함께 겸손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가난하였다. 그분은 형제들 중에 섞여 있는 한 형제였고, 작은 형제들 중의 작은 형제였다. 그분은 가능한 한 생활과 태도에서 형제들 중의 한 사람으로 처신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분은 어디에나 이 거룩한 수도회를 심으려고 부심하였다. 그의 생활에서 오는 높은 평판이 멀리 퍼지는 것에 힘입어 형제회가 아주 멀리까지 확장되었다.

주께서 그분께 유식한 언변을 주셨고, 그것으로 그분은 진리의 적()을 교란시키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들을18) 논박하였으며, 길 잃은 자들을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하였고, 불화중에 있는 사람들을 화목하게 하였으며, 화목한 자들을 사랑의 끈으로 굳게 결속시켰다. 그분은 하느님 교회의 환하게 타오르는 등불이었고,19)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골라 놓은 화살이었다.20)

, 얼마나 여러 차례 그는 비싼 옷을 벗어 던지고 검소한 옷을 입었으며, 형제들 중의 하나처럼 맨발로 돌아다니며 화평을 청한 것이 얼마나 빈번했던고!21) 그분은 필요할 때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이웃 사이에22) 열심히 평화를 심는 일을 하였다. 그리하여 얼마 후에 하느님께서 그를 택하시어 거룩한 온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고, 모든 족속 가운데에서 그의 머리를 들어 높이셨다.

 

100.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시와 예수 그리스도의 뜻으로 이루어졌으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도 오래 전에 이 일을 말로 예언하고 행동으로 암시한 적이 있었다. 형제들의 수도회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번창하기 시작하고, 거룩한 공로가 하느님 동산의 체드루스 나무처럼23)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르고 뽑힌 포도나무처럼 그 거룩한 가지를 세상 끝까지 뻗을 무렵, 성 프란치스꼬는 당시 로마 교회의 으뜸이신 호노리오 교황 성하를 알현하여,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을 당신과 모든 형제들의 아버지와 주인으로 임명해 주실 것을24) 겸손하게 청하였다. 교황 성하께서는 성인의 청을 듣고 인자하게 승인하시어 형제회에 대한 당신의 권한을 우골리노 추기경에게 위임하셨다. 우골리노 추기경은 이 제안을 공손하고 황송하게 받아들여 마치 주님의 가정을 돌보는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처럼25)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자기에게 맡겨진 형제들에게 제때에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공급하였다. 그러므로 거룩하신 프란치스꼬 사부님은 그분께 모든 것에서 복종하였고, 놀랄 만한 애정으로 삼가 존경을 드렸다.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영()으로 가득 차 있었고 또한 인도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장래에 무슨 일이 눈앞에서 일어날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족의 일로 인하여, 혹은 이보다도 그리스도의 사랑에 끌려 그의 마음이 추기경을 향하게 되어 서한을 보낼 때마다 그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것처럼 공식명칭(公式名稱)인 오스띠아 추기경이나 벨레뜨리 추기경이라26) 칭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하였다 : “지극히 공경하올 아버님께, 혹은 온 세상의 추기경이신 우골리노 전하께.

그는 자주 특별한 축복으로 추기경께 인사를 드렸다. 비록 그는 순종을 바쳐 그 아들이 되었지만 때때로 성신의 이끄심으로 아버지다운 말로 추기경을 위로하였고, 선조들의 복과 영원한 언덕에서27) 쏟아져 흐르는 복까지 내리며 추기경을  격려하였다.

 

101. 물론 추기경께서도 이 거룩한 사람에 대한 사랑에 불탔고이 복된 사람이 말하는 것이나 행하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추기경의 말음에 들었으며,28) 그를 보기만 해도 그때마다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아무런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해도 성 프란치스꼬를 대면한다든가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마음의 구름이 말끔히 개고 고요가 돌아오며, 우울은 달아나고 기쁨의 입김이 하늘에서 그에게로 내려왔다.

그는 종이 자기 주인에게 하듯이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섬겼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볼 때마다 그리스도의 사도들에게 하듯이 공경의 예를 다하였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의 축성된 입으로 그의 손에 자주 친구(親口)하였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거룩하고 죄없는 사람으로 보았고, 하느님 교회에 꼭 필요하고 한량없이 유익한 인물로 여겼기 때문에, 그의 눈이 전처럼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일심(一心)으로 조바심하며 팔방으로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는 성인 때문에 형제들의 공동체 전체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꼈고, 그 아버지 때문에 그 아들들을 가엾이 여겼다.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이 공로 아닌 죄가 되지 않도록 그는 거룩한 사부님께 몸을 돌보도록, 그리고 병의 치유에 필요한 것을 물리치지 말도록 간청하였다. 이렇게하여 성 프란치스꼬는 공경하올 주교님이시며 친애하는 아버지께서 명하신 말씀을 겸허하게 듣고, 그후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였으며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병세는 이미 꽤 깊었기 때문에 이제는 가장 권위있는 진찰이나 독한 처방만이 요구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머리에는 여러 군데 뜸을 떴고, 정맥에서 피를 뽑아내기도 했으며, 고약을 바르고 눈에는 안약을 발랐다. 그렇게 해도 아무 차도가 없었고, 병세는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였다.

 

6

성 프란치스꼬의 수발을 든 형제들의 자세와

성인의 살아가는 마음가짐

 

102. 성 프란치스꼬는 이러한 일들을 거의 2년 동안 온갖 인내심과 겸허로써 견디어 냈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는 하느님을 향한 생활을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빈번한 탈혼 중에 복된 천국의 큰 집 일터 주위를 거닐다가 그곳으로 들어가서, 자비하시고 고요하신 만물의 주님 앞에서 높은 곳의 온갖 은총을 듬뿍 받기 위해서, 그는 마땅히 가까이 지낼 만한 자격이 있는 몇몇 형제들에게 자신을 돌보는 일을 맡겼다. 이 형제들은 덕()이 있었고, 하느님께 전념하는 이들이었으며, 모든 성인들의 마음에 드는 이들이었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집이 네 기둥에 의지하듯,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그들에게 의지하였다. 그들은 영적인 사람답게 겸양과 아주 친한 친구였기에, 나도 그들의 겸양을 생각해서 그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겸양은 모든 연령의 장식품이며, 순결의 증거이고, 수양의 채찍이며, 덕인(德人)의 표시이고, 양심의 뛰어난 영광이며, 명성의 수호자이고, 모든 정직함의 휘장이다. 이 덕()이 이 형제들을 장식했으며, 그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스럽고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하였다. 이 형제들에게 이 은총은 공통적인 것이었으나, 또한 독특한 덕()을 각자 따로 가지고 있었다. 한 형제는 뛰어난 분별력으로29) 유명하였고, 또 한 형제는 비범한 인내력으로30) 세 번째 형제는 훌륭한 단순성으로,31) 그리고 마지막 형제는 건장한 체격과  관대한 아량으로32) 이름이 나 있었다. 이들은 온갖 조심을 다하고, 열성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복되신 스승이 마음의 평화를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그의 연약한 몸을 보살펴 드렸다. 이들은 어떤 어려움과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성인께 온전히 봉사하는 데에만 전념하였다.

 

103. 비록 영화로우신 사부님은 이미 하느님 앞에서 은총으로 가득차 있었고, 거룩한 일로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서 빛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더욱 완벽한 일을 시작하려고 늘 생각하였으며, 마치 하느님 진영(陣營)의 가장 노련한 군사처럼 적군에게 도전장을 내고 새로운 싸움을 일으켰다. 이미 자기는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육신이 죽어갈망정 이 새로 시작되는 싸움에서 원수를 딛고 승리하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다. 참된 덕이 상을 받는다면 영원일 것이기에,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그는 처음 시작할 때의 겸손으로 되돌아가려는 크나큰 열의에 불타 있었다. 그는 무한한 사랑으로 해서 희망을 품고 기뻐하였으므로, 비록 그의 육신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어도 자기 육신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어도 자기 육신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종으로 되돌이키려고 하였다. 그는 모든 근심이라는 장애물을 자기에게서 완전히 제거하였고, 모든 걱정의 아우성 소리를 온전히 침묵시켰다. 그는 비록 몸이 쇠약해져 초기의 엄격한 생활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진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주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합시다.” 그는 아직 목적을 붙들었다고33)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삶의 거룩한 새로움을 얻으려는 뜻을 꾸준히 견지하면서 늘 다시 시작하기를 바랐다.

그는 전처럼 다시 나환자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였고, 멸시받기를 원하였다. 그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피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서 살려고 하였으니, 그는 거기에서 모든 심려를 벗고 남들에 대한 걱정도 제쳐놓고 하느님과 자신 사이에 다만 육신의 벽만이 서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04. 그는 많은 형제들이 장상직을 탑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경솔함을 나무라면서 자신의 표양으로 그들을 그런 폐단에서 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다른 형제들을 보살피는 일은 하느님 앞에 좋은 일이며,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들이실 만한 일이라고 말하곤 했으며, 또한 자신을 위해서는 구하는 바가 도무지 없이 항상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에 지향을 두는 형제가 영혼을 보살피는 일을 맡아 마땅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한 형제들은 자기의 구령을 첫 자리에 놓는 사람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칭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하며, 다만 자신의 정진에만 마음을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받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영광을 받으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러한 형제들은 장상직에 오르려고 애쓰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그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그러한 직위를 박탈당해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34) ()이 유난히 자라서 엄청나게 커진 이즈음에 다스린다는 일은 위험하다고 그는 말하였고, 오히려 다스림을 받는 일이 낫다고 말하였다. 그는 어떤 형제들이 처음에 하던 일들을 떠나, 새로운 일들에 눈이 팔려 초기의 순박성을 잃고 났을 때 슬픔에 싸였다. 그는 전에 높은 영적인 경지를 열망하다가 창피스럽고 못된 지경에 떨어져, 참 기쁨을 떠나 공허한 자유의 들에서 덧없고 허망한 일들 사이를 떠돌고 방황하는 형제들을 볼 때 몹시 슬퍼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하느님의 자비로 이러한 아들들을 해방시켜 주시도록 기도를 했고, 전에 받았던 은총에 그들이 머물러 있기를 성심성의껏 청했다.

 

 

7

시에나에서 아씨시로 돌아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

그리고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

 

105. 서거하시기 6개월 전,35) 눈 치료를 받기 위하여 시에나에36) 있는 동안, 프란치스꼬는 전신(全身)에 병이 깊어졌다. 그는 만성적인 위장병으로 몹시 고통을 받았으며, ()도 간염되었고, 각혈을 너무 많이하여 죽음이 임박한 듯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엘리아 형제는 급히 서둘러 먼 곳에서 달려왔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는 거룩한 사부님이 많이 좋아져 엘리아 형제와 함께 시에나를 떠나 꼬르또나 근방의 셀라37)로 갔다. 그는 셀라에 도착한 후 얼마간을 그곳에 머물렀다. 거기에 있을 때 그는 배가 부어올랐고, 발과 다리도 부어올랐으며, 위장병은 악화되어 거의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엘리아 형제에게 아씨시로 데려다 달라고 하였다. 이 착한 아들은 자비로우신 사부님의 청을 들어 떠날 채비를 하고 그가 그리던 아씨시로 그를 모시고 갔다. 복되신 사부님이 당도하자 모든 시민들이 환성을 올렸고, 이구동성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기를 바랬으며, 이것이 그들이 크게 기뻐한 이유였다.38)

 

106.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의 거룩한 영혼은 육신에서 해방되어 하늘나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 천상 지식이 처음으로 그에게 주어져 구원의 기름이 부어진39) 그곳 아씨시에서 그는 죽었다. 비록 그는 하늘나라가 이 땅 어디에나 세워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하느님의 은총은 어느 곳에서나 하느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믿고 있었으나, 뽀르찌웅꿀라의 성당 자리는 더욱 풍성한 은총이 충만하여 천사들이40) 자주 방문하는 곳임을 일찍이 체험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가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아들들이여, 절대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이쪽 문에서 밀려나면 저쪽 문으로 다시 들어오시오. 이 터는 참으로 거룩하며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의 수()가 얼마 안 될 때,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여기에서 늘려 주셨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당신 지혜의 빛으로 가난한 형제들의 마음을 밝혀 주셨습니다. 이곳에서 당신 사랑의 불로 우리의 의지를 불태우셨습니다. 여기에서 정성되이 기도하는 자는 바라던 것을 얻을 것이며, 이 장소를 더럽히는 자는 더욱 엄한 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들들이여, 하느님께서 사시는 이곳은 모든 영예를 받을 만한 곳임을 명심하고, 온전한 마음과 환희와 찬미의 소리로 하느님께 영광을 이곳에서 드리도록 합시다.

 

107. 한편 그의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기력이 떨어지고 힘이 빠져,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이 되었다. 그런데 한 형제가 질문하기를 성인께서 당하고 계신 이 고질적인 오랜 병환과 박해자의 손으로 당하는 끔찍한 순교의 고통 중 어느 쪽이 견디기가 더 쉽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성인이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주님이신 나의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기꺼이 생기도록 하시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더욱 감미롭고 더욱 반길 만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고 복종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고통을 3일 동안 견디는 것이 나에게는 어느 순교보다도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병이 일으키는 고통의 강도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 여러 순교를 한몸에 지니신 분이여! 가장 혹독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을 미소로써 기뻐하며 기꺼이 참으시다니! 사실상 그의 몸 어느 구석 하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라곤 없었다.41) 체온이 차츰 떨어져 가며, 그는 나날이 죽음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의사들도 의아해하였고 형제들도 놀랐으며, 죽은 거나 다름없는 육신 속에 영혼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살은 다 빠져서 피골이 상접했다.

 

108. 하느님의 계시로 2년 전에 이미 알게 된 일이었지만42) 이제 마지막 날이 임박했음을 짐작하자 그는 보고 싶은 형제들을 불러 천상에서 내려오는 듯한 말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을 주었다. 그 광경은 마치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이 옛적에 그의 아들들에게 축복을 주던43) 경우와 같았고, 모세가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산에 오르려는 마당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준44) 경우와도 같았다. 엘리아 형제가 그분의 왼편에 있었고, 다른 형제들은 죽 둘러 있는 가운데에서 프란치스꼬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십자 모양으로 교차시키고, 오른손은 엘리아의 머리에 얹었다. 육신의 눈은 실명해서 이미 쓸모가 없었으므로 그가 말하였다 : “내가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엘리아 형제의 머리에 얹고 계십니다”하고 형제들이 말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말하고, “나의 아들인 그대여,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을 통해서 축복합니다. 그리고 지존하신 분께서 나의 형제를 통해서, 형제 안에서, 그들 모두를 축복합니다. 만물의 왕이신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에서 형제를 축복하시기를! 형제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축복을 다 드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축복을,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축복은 모든 일을 다 하실 수 있는 그분께서 그대에게 내려 주시기를! 주께서 형제의 일과 수고를 기억하시고, 의인들에게 내리시는 상급 가운데서 형제의 몫을 내려 주시기를! 형제가 바라는 모든 축복을 얻기 바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그대로 이루어지기를!45)

“나의 모든 아들들이여!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에 잘들 지내시오. 언제나 하느님 안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매우 큰 시련이 여러분에게 닥쳐올 것이며, 큰 환난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작한 일을 항구히 하는 자는 행복합니다. 앞으로 있을 죄의 유혹으로 몇몇 형제는 그렇게 되지를 못할 것입니다. 나는 주님께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음으로 성심껏 섬긴 나의 하느님께로 가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당시에 그는 아씨시 주교관에 머물고 있었다.46) 그러므로 그는 형제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을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 자리로 옮겨줄 것을 청하였다. 이미 말한 대로 그는 처음에 진리의 길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 그곳에서 당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8

복되게 죽으면서 남긴 행동과 말

 

109.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당신의 뜻을 알려주신 대로, 그가 회두한 지도 어언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47) 복되신 사부님과 엘리아 형제가 폴링뇨에 함께 있던 어느 날 밤, 둘 다 곤하게 잠이 들었다. 흰 옷을 입은 훌륭하고 나이 지긋한 공경할 만해 보이는 한 사제가 엘리아 형제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 “형제여, 일어나서 프란치스꼬 형제에게 그가 세속을 버리고 그리스도께 회두한 지 18년이 된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이러한 생활을 할 여생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시오. 그후 주께서 그를 부리실 것이고, 그러면 그는 누구나 가야 하는 마지막 길을 가야 할 것이오.” 이렇게하여 오래 전에 알려 주셨던 주님의 이 말씀이 바로 정해진 시각에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가 몹시도 그리던 곳에서 며칠을 쉬고 나서, 그는 죽음의 시간이 임박하였음을 느꼈다. 그때 그는 형제이며 정신적인 아들로 생각하는 두 형제를48) 불러 부탁하기를, 죽음이 다가오고 있으니, 아니 차라리 생명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 기쁨에 넘친 큰 소리로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49)부르라고 하였다. 갑자기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다윗의 시편을 큰소리로 읊었다 : “목소리 높이어 주께 부르짖나이다. 소리소리 지르며 주께 비옵나이다.50)

둘러 있던 형제들 중에 성인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한 형제가51) 이 광경을 보고 프란치스꼬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모든 형제들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 “자애로우신 사부님! 당신의 아들들은 이제 아버지를 잃고 눈에서는 참된 빛을 빼앗겼습니다! 하오니 당신이 지금 남기고 떠나시는 이 고아들을 기억하십시오.52) 이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당신의 거룩한 축복으로 여기 있는 형제들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없는 형제들에게까지 기쁨을 주십시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아들이여!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십니다. 여기에 있는 형제들에게나 여기 없는 형제들에게까지 그들의 벗어남과 잘못을 내 힘 닿는 데까지 용서하고 사()합니다. 그들에게 이 모든 것을 전하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 모두에게 축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110. 이윽고 그가 성서를 가져오라 명하였고, 요한 복음의 다음 구절부터 읽으라고 하였다 : “과월절 6일 전에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셨다.53) 총봉사자는54) 읽어 달라는 청을 받기 전에 벌써 이 복음을 읽으려고 했었다. 이 복음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 성서가 두꺼운 합본(合本) 성서였는데도 펴자마자 이 구절이 나왔던 것이다.55) 이어서 곧 티끌과 재가 될 것이니 그는 자기의 가시 돋힌 철고행대(鐵苦行帶)를 두르게 하고 또한 재를 뿌리라고 명하였다.

곧이어 많은 형제들이 그들의 아버지이며 지도자인 프란치스꼬의 주위에 몰려들어, 복된 죽음과 행복한 임종을 지켜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 지극히 거룩한 혼이 육신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빛 속에 받아들여졌고, 육신은 주님 안에서 잠들었다.

형제와 제자들 중에 꽤 알려진 한 사람이56) 지극히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이 넓은 물을 건너 곧장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의 이름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러한 큰 특권을 자랑삼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밝히지는 않겠다. 그의 영혼은 그대로 하나의 별이었지만, 크기는 달과 같았고 밝기는 태양에 가까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영혼은 흰 구름 조각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111. 그러므로 나는 성인에 관하여 이렇게 소리높여 말한다 : , 영광되도다. 이 성인이여, 한 제자가 그 영혼이 달처럼 아름답게 해처럼 밝게57) 하늘에 오르는 것을 보았으니! 그분이 흰 구름 타고 위로 올라갈 때에 그분은 지극히 영광스럽게 빛이 났으니! , 참으로 당신은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세상의 빛이십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빛살을 거두셨고 빛의 나라로 물러가셨으니 이젠 딱한 우리들과는 더불어 계시지를 않고 천사들이나 성인들과 더불어 계시게 되었군요! , 단연 빼어난 영광된 자애시여! 비록 이제 당신은 육신을 훨훨 벗어버리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들에 대한 보살핌까지 치우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계실 때에 당신이 살아 계신 그것만으로도 그들을 언제나 자애롭게 많은 짐과 빈번한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지만, 이제는 당신이 그들에게 큰 고난을 남기셨음을 아십시오. , 참으로 인자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당신은 당신의 죄짓는 아들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그들을 항상 용서하시곤 하셨지요! 그러하와 사부님, 지존하신 분께서 축복을 내리신 당신께 우리도 축복을 드립니다.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아멘58)

 

 

9

십자가의 오상(五傷)을 목격한 형제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세라핌 천사의 날개

 

112.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느님을 찬미하며 말하였다 : “당치도 않은 우리에게 이와같은 값진 보물을59) 맡기신 우리의 하느님이신 주여, 찬미와 축복을 받으소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삼위일체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 있으소서!

온 아씨시 사람들이 떼지어 밀어닥쳤다. 엄위하신 주께서 거룩한 종을 통하여 드러내신 큰 일을 보려고 각처에서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기쁨을 못이겨 환희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소원이 성취되었으므로 모두가 전능하신 구세주께 찬미를 드렸다. 그렇지만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은 위대하신 스승을 잃고 슬픔에 싸여, 눈물과 한숨으로 효성스런 연모의 정을 보였다.

그러나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한 가지의 기쁨이 아들들의 슬픔을 달래 주었다. 이 새로운 기적은 그들의 마음을 경탄케 했다.60) 그들의 애통함은 노래로 변하였고, 눈물은 축제로 변하였다. 그들의 눈앞에서 전개된 일을 성서에서도 듣거나 읽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따라서 그렇게 뚜렷한 증거가 증명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실로 프란치스꼬의 몸에 이 세상의 죄를 없애는 흠없는 어린 양의 십자가의 수난의 참모습이 나타난 것이었으나, 그는 막 십자가에서 끌어내려진 듯하였으며, 손과 발은 마치 못으로 뚫린 듯 싶었고, 옆구리는 창으로 찔린 것 같았다.

전에는 검은 빛이었던 살이61) 흰색으로 빛나는 것을 형제들이 보았고, 그 아름다움에서 축복받은 부활의 상이 약속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사람들이 보니 그의 얼굴은 죽은 이가 아닌 산 사람처럼 마치 천사의 얼굴 같았고, 그의 지체도 어린이의 팔 다리 처럼 부드럽고 유연하였다. 그의 근육은 시체가 항용 그렇듯이 굳어 있지도 않았다. 피부도 굳지를 않았고 사지가 빳빳하지 않아서 사람들 마음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113. 시신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놀랄만큼 아름답게 빛이 났고, 살은 더욱 희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손과 발의 한가운데에 사실상 못으로 뚫린 구멍이 아니라 까만 쇠의 빛깔을 띠고 있는 살로써 꾸며진 못으로 해서 생긴 구멍을 볼 수 있었고, 또한 오른쪽 옆구리가 피로 붉게 되어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순교의 표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찟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얗게 포장된 도로 위에서 작고 까만 돌을 보게 될 때처럼 오히려 그의 몸에서 아름다움과 은총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형제들과 아들들이 급히 달려와 곡()을 하며, 이미 떠나가신 사랑하는 사부님의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친구하였다. 옆구리의 상처는, 거기에서 피와 물이62) 흘러나와 그것으로 성부와 이 세상을 화해시킨 그분께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의 몸에 지니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聖痕)에 입을 맞출 수 있었던 사람이나, 아니면 그것을 보기만이라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대단히 큰 선물이 자기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였다.

이 성흔을 보고서 기뻐하지 않고 울기만 한 사람이 뉘 있었으랴? 설혹 울었다 해도 슬퍼서 운 것이 아니라 기뻐서 운 것이 아니었겠는가? 마치 무쇠처럼 감동할 줄도 한숨지을 줄도 모르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 뉘였었겠는가? 마치 돌덩이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아프지도 않을, 하느님의 사랑에 불타지도 않을, 힘을 내어 착한 뜻을 갖고자 하지도 않을 그러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뉘 있었겠는가? 이 성인께서 지상에서 특별한 형태로 존경을 받았듯이 천국에서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영광으로 높여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아둔하고 무감각한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114. 그 무늬들이 지니는 빼어난 위엄으로 해서, 만왕의 아들에게만 어울렸던, 그와 같은 무늬로써 군인을 장식하여 주셨으니 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이며 각별한 사랑의 표시이런가! 오상(五傷)에서 콸콸 흘러나와 세상의 죄를 없애는 흠없는 어린 양의 피의 신비를 믿는 이의 눈에 보이도록 해주셨으니, , 영원히 기억해야 할 기적이여! 끊임없는 찬미와 공경을 받을 만한 성사여! 무겁지만 가볍고 찔러도 부드러워 죽은 살이 살아나고 약한 정신이 굳세게 되는, 그리해서 죽은 이에게 생명을 주는 그 살아있는 십자가의 장엄한 광휘여! 당신이 매우 영광스럽게 치장해드린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끔찍이 사랑하시었도다. 새로운 기적을 행하시는,63) 유일무이(唯一無二)하시며 지혜로우신64)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 있으소서처음엔 하늘에서 내려온 세라핌을 통하여 자애롭게 오상을 나타내 보이시고, 잠시 후에는 땅에 있는 프란치스꼬에게서 그것을 놀라웁게 이룩하시어, 이 새로운 기적에 의심이 일지 않게 하신 하느님의 놀랍고도 사랑 가득한 안배여! 이는 정녕 진실하신 자비의 아버지께서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한 프란치스꼬에게 주신 상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시고자 하신 것이니, 곧 하느님께서는 하늘의 영신계에서 제일 윗자리에 그리고 당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그를 앉히셨던 것이다.65)

만약에 우리도 세라핌처럼66) 머리 위에 두 날개를 펼친다면, 즉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모범을 따라 모든 좋은 일에 있어서 순수한 지향을 가지고 올바르게 하고, 또한 이 일들을 하느님께 향하게하여 매사에 있어서 줄기차게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노력만 한다면, 우리도 틀림없이 이러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두 날개는 머리를 덮기 위해서 합쳐져야 한다. 왜냐하면 빛의 하느님께서는 순수한 지향 없이는 올바른 일이라 해도 절대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지향은 있으나 일이 올바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빛의 아버지께서 직접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며, 네 눈이 그렇지 못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67) 진리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한다든가, 순수한 지향을 가지지 못하여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눈여겨본다면 그 눈은 성한 눈이 아니다. 첫째 경우인 보이는 것을 못 보는 경우는 성치 못한 눈이 아니라 차라리 소경이고, 둘째 경우인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눈여겨보는 경우는 나쁜 눈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날개의 깃털들은 자비심 안에서 우리를 구하시는 성부의 사랑이며, 동시에 무섭게 우리를 심판하시는 주님에 대한 두려움이다 두 날개의 깃털은 충동질하는 악을 누르고 깨끗한 사랑을 적절히 길들임으로써 선택받은 자의 영혼을 지상적인 것으로부터 끌어올린다. 나는 데에 사용되는 두 날개로써 우리는 이웃에게 이중적인 사랑을 펴야 하겠으니, 말하자면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혼을 새롭게 함으로써, 또한 세상의 도움으로 육신을 지탱해 나아감으로써 그렇게 해야 한다. 이 두 날개는 거의 같이 만날 때가 없다. 그 까닭은 거의 누구나가 이 두 가지를 다 이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날개의 깃털은 갖가지 일로 나타나는데, 이웃이 이것들을 보고 충고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잘한 일이 없는 우리의 몸은 이 두 날개로써 가리워져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일은 죄가 들어올 때마다 통회와 고백으로 다시 순결의 옷을 입음으로써 잘 이룩될 수가 있다. 이 날개의 깃털은 죄를 미워하고 의에 굶주린 데서 나오는 여러 가지의 사랑이다.

 

115. 이러한 일들을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가장 완벽하게 성취하였다. 그는 세라핌 천사의 모습과 형상을 지녔었고, 십자가를 견딤으로써 천상적 영()의 지위에 오르는 영예를 받았다. 주님의 뜻을 자기 안에서, 그리고 자기와 관련된 것에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는 수고나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십자가를 졌다.

또한 그와 함께 살아 본 형제들은 그가 매일 얼마나 끊임없이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렸고, 성인의 말씀이 얼마나 감미롭고 부드러웠으며, 형제들과의 이야기가 얼마나 친절과 사랑이 담겨져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가득 찬 것이 입으로 나왔고68) 그의 온 존재를 채우고 있는 빛을 받은 사랑의 샘이 밖으로 넘쳐 흘렀다. 어디에서나 그는 늘 예수께 사로잡혀 있었다. 마음에 예수를 품고 있었고, 입에도 입수, 귀에도 예수, 눈에도 예수, 손에도 예수, 나머지 다른 지체에도 늘 예수를 모시고 다녔다.

그는 앉아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예수님에 관해서 듣고 말하고 생각하느라고 음식을 잊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다른 성인의69) 경우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그는 보면서도 보지를 못했고, 들으면서도 듣지를 못했다.” 시로 그는 길을 걸으면서도 수없이 예수님을 묵상하고, 예수님을 노래할 때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모든 자연을 예수님을 찬미하는 데에 초대하였다.70) 그는 항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예수를71) 놀랄 만한 사랑으로 지니고 간직하였기에, 남달리 가장 영광스럽게 예수님의 표지를 받은 것이다. 형언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영광중에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 예수님을 그는 황홀경에서 관상하였다. 그리스도는 지존하신 분과 똑같으신 지존하신 아드님으로서 성령과 함께 하느님으로서 세세대대에 영원히 사시며 군림하시고 승리하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10

성 다미아노 성당에 사는 자매들의 슬픔, 그리고

성 프란치스꼬가 찬미와 영광중에 묻힘

 

116. 프란치스꼬의 형제들과 아들들은 아씨시의 이웃 마을의 군중들과 함께 들어왔고, 그들은 이러한 장엄한 전례에 참석하는 것을 기뻐하였으며, 거룩하신 사부님이 운명하신 그날 밤을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새웠다. 노래도 찬미도 굉장하였고 마음을 사로잡는 환희의 힘과 밝은 등불들로 해서 마치 찬사들이 지내는 철야제 같았다. 아침이 되자 아씨시의 많은 군중들이 모든 성직자들과 함께 모였다. 시편과 찬미가와 나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에, 성시(聖屍)를 조심스럽게 운명하신 곳에서72) 시내로 운구(運柩)하였다. 그들은 올리브나무 가지와 다른 여러 나뭇가지들을 꺽어 들고 성스러운 장례식을 엄숙하게 지냈고, 많은 불을 켜들고 큰소리로 찬미의 의무를 다하였다.

아들들이 아버지를 운구하였고, 모든 이의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만나려고 떠나가신 그들의 목자 프란치스꼬를 따르는 행렬이 뒤를 이었다. 맨 처음에 그가 거룩한 처녀들과 가난한 자매들의 수도회를73) 세운 곳에 도착하여, 성 다미아노 성당에 그를 내려 놓았다. 이곳은 그가 주님을 위해서 모은 딸들이 거처하는 곳이었다. 그리스도의 시녀들이 지정된 시간에 창문을 열고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던 작은 문이74) 열렸다. 천상적 덕()의 보화가 숨어 있는 관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을 늘 업어 나르던 분이 몇몇 형제들에 의하여 업혀온 것이다. 그리고 보라, 정녀 글라라를! 그녀는 그녀의 공로의 거룩함으로 말미암아 참으로 빛이 났었다.75) 그리고 그녀는 이 거룩한 수도회의 첫 번째 묘목으로써 수도회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더 이상 말씀이 없으시고, 저 세상으로 황급히 떠나시어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시고 사부님을 맞으러 자매들과 함께 나왔다.

 

117. 자매들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며 애끓는 마음과 눈물로 시신을 바라보며 목메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76) “사부님, 사부님, 우리는 어찌하라는 말씀입니까? 어찌 이다지도 비참하게 우리를 저버리셨나이까? 이다지도 외로운 우리를 누구에게 맡기셨단 말입니까? 이렇게 고통중에 버리실 바에야 차라리 당신이 가신 그곳에서 기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왜 먼저 보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감옥에 갇힌 우리를 당신께서는 지금까지 찾아 주셨던 것처럼 다시는 찾아 주시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우리의 모든 위로는 당신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 세상에 묻혀 있는 우리에게는 이제 그러한 위로는 없습니다. 물질의 궁핍보다도 공로의 큰 궁핍에 처해 있는 우리를 누가 위로해 줄 것입니까? , 가난한 자의 아버지여, 가난을 사랑한 분이시여, , 당신께서는 수많은 유혹을 체험하셨고, 유혹을 이길 줄 아셨으니, 누가 있어 당신만큼 우리를 유혹중에 굳세게 해줄 것입니까? 어려운 고비마다 항상 우리를 구해 주신 분도77) 당신이셨으니, 누가 있어 시련 중에 우리를 위로하겠습니까? , 쓰라린 이별이여! , 무정한 작별이여! 미흡하나마 우리의 노력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해주신 분이 바로 사부님이셨는데, 이다지도 훌륭하신 사부님을 황망히 데려가 많은 아들과 딸들을 내리치다니, 너무나도 끔직스러운 죽음이여!

그러나 그들의 처녀다운 정숙함은 그들의 한없는 울음을 삼키게 하였다. 그분의 서거에 임해서 천사들의 무리가 이미 모여 있었고, 하느님의 가족과 성도들이78) 기뻐하고 있는 마당에, 너무 마음아파하는 것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굉장한 광채가 나며 가장 값진 보석과 반짝이는 진주로 꾸며진 그의 손에79) 입을 맞추었다. 그가 실려 나가자, 그들의 문은 닫혔다. 그 문은 그렇게 큰 슬픔을 맞이하기 위하여 또 다시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가난한 여인들이 애처롭고 가련하게 울부짖는 광경이 얼마나 슬펐던고! 슬퍼하는 아들들의 비탄은 또 얼마나 컸던고! 이 평화의 사절단이 기가 막혀 애곡하고 있을 때,80)울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특별한 슬픔은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나눈 것이었다.

118. 마침내 모두가 시내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기쁨과 즐거움에 싸여 거룩한 시신을 성스러운 곳에81) 안치했다. 이때부터 이곳이 더욱 성스러운 곳이 되었다. 그는 지존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하여 새로운 기적들을 늘림으로써 세상을 비추고 있다. 그가 거룩한 설교의 가르침으로 지금까지 이 세상을 놀라운 방법으로 비추었듯이. 천주께 감사. 아멘.

지극히 거룩하시고 복되신 사부님! 저는 당신이 마땅히 받으셔야 할 칭송으로서 당신께 시중을 드려 왔습니다. 비록 이 칭송이 흡족하지는 못하오나 어느 정도 당신의 행적을 글로 옮겼습니다. 하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현세에서 훌륭히 당신을 따르게 하시고, 공로를 쌓아 내세에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비로이 허락하소서. , 사랑 깊으신 사부님! 단 하나의 유일한 위로였던 당신을 떠나 보내고 난 다음에는 어떠한 위로도 남아 있지 않은 당신의 불쌍한 아들들을 기억하소서. 그들의 가장 첫째 가는 몫인 당신께서는 지금 천사들이 합창하는 가운데에서 영광의 옥좌에 사도들과 한 자리에 계시지만, 아들들은 아직도 어두운 감옥에 갇힌 채 진창에 누워 당신을 향해 슬프게 울부짖고 있습니다 : “사부님, 지극히 높으신 성부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을 보여 주시어, 예수님으로 하여금 당신의 옆구리와 발과 손에 있는 십자가의 표시를 보시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인자로이 예수님 자신의 상처를 성부께 보이실 것이고, 그러면 성부께서는 그 상처들 때문에 가엾은 우리들에게 실로 늘 은총을 베푸실 것입니다. 아멘.82)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여기서 제2부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