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따라

신앙과 행복추구

Margaret K 2007. 10. 12. 22:02


 

 신앙과 행복추구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음식을 드시다 (마르코복음 2,13~17)

신앙상담을 하다보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성당에 나와야 하는데 마음이 따르지 않아서

나오지 못하였다고 하십니다.
또 어떤 분들은 죄지은 것이 많아서

나오질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별개의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 원인은 한가지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초점이

우리를 즐겁게 하는데 있지 않고
반대로 우리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데에

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이 열심히 기도생활을 하였건만

마음은 늘 편안치가 않았답니다.
작은 죄라도 범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많은 시간을 봉사를 하고 희생하려 하였는데,
왜 마음이 그리도 힘이 들던지 이해가 가지 않더랍니다.

주위에서는 기도가 부족해서 그렇다고들 하여,

기도도 더 하고 때론 철야기도도 하였는데
마음은 더 황폐해져갔고

이상하게도 미운 사람역시 더 많아져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힘든 것은

자신이 절대로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 미움을 받아서

지옥 불에서 지글지글 타며
영원히 벌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힘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냉담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무지 인생살이가 즐거운 것이 없고

성당에 가는 것이 꼭 도살장에 가는 기분이 들어서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나중에 지옥을 가더라도
즐겁게 살다가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나중에 지치고 지쳐서
상담가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으면서
그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이 하느님과의 만남을 즐기는 삶이 아니라
죄를 짓지 않기 위한 삶이라고 생각하고는
작은 죄라도 짓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다가

종교적 강박증과 결벽증에 걸렸고
그러다가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실 리가 없다는

종교적 우울증에 걸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그때 그런 신앙생활,

즉 하느님이 사람이 지은 털끝만큼의 죄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란 믿음을 가지고

자기를 학대하고 몰아붙이는 생활을 더 하였다면
아마도 종교적 정신분열증에 걸려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길거리를 헤매며 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던 분이 있었습니다.

신앙생활은 나의 행복을 추구하는 생활입니다.
주님은 산상수훈의 자리에서

분명히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가를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돌아보는 시간 역시
하느님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가 우리영혼을 불행의 길로 부르는 것이기에

그 잘못된 부름에서 깨어나
하느님이 주시는 행복의 삶으로 돌아서기 위해서

이런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앙생활이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란 것을 인정하면
성당에 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그러나 신앙생활이

죄를 안 짓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
혹은 하느님 앞에서 주눅 들어 있는 삶,
더 심하게는 하느님으로부터

심문을 당하는 삶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누구라도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싫고
마음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도반 홍성남 신부님 묵상집 '쉬다 가소'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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