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따라

공소 일기

Margaret K 2007. 5. 13. 03:09
 

 

 

 

공소 일기

젬마 누나! 8편 들려주세요!”

가방을 맨 꼬마딱지들이 몰려든다.
“다윗이라고 들어봤니?”


도대체 성경 인물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공소 아이들은 방과 후에 집엘 가도 반기는 사람이 없다.

어른들은 모두 밭으로 나가 해가 떨어져야 집에 들어오신다.


대부분 조부모 손에서 자라거나
편부모 슬하의 결손가정 아이들인데

그나마도 공소에선 귀한 아이들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은 우리 집을 찾았다.


“오늘은 뭘 배웠니?”

“넌 커서 뭐가 될 거야?”

“너희 반에서 누구랑 젤 친해?”
“담임선생님 좋아?” 묻기만 하면

봇물이 터지듯 쏟아지는 이야기들.
아무도 아이들의 이야기 따위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니, 그 어눌한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이제 젬마 누나가 이야기할 차례예요.”
그렇게 시작한 성경 인물 이야기에

아이들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낼은 8편 다윗과 골리앗을 들려줄게.”

어두워지기 전에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려면 재미있을 때 이야기가 끊어지게 마련.
“그 이야기 책 좀 빌려주세요.”

?끝까지 들려달라고 떼를 쓰던 데레사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얼굴이 환해진다.


“성경이라는 책인데 너희 집에도 찾아보면 한 권씩 있을 거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면 사무엘이라고 써진 곳…

자, 여기를 읽으면 돼.”
성경을 펴서 굳이 보여준 의도를 아이들은 알아 버렸을까?

성경에 머릴 파묻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내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번진다.
박정은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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