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클라라

성녀 글라라의 글, 성녀 글라라가 쓰신 회칙

Margaret K 2017. 11. 28. 21:52

성녀 글라라의 축복

시대적 배경과 내용

토마스 첼라노가 쓴 글라라의 생활기 45장을 보면, 글라라가 성 다미아노 수녀원에서 함께 살던 자매들과 미래의 자매들에게 임종시에 축복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첼라노는 그 축복 내용까지 짧게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임종시에 그녀의 옆에 있었던 자매들이 이 축복 말씀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축복은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 자매에게 보낸 축복 및 에르멘뚜르디스 자매에게 보낸 축복과 흡사하다. 가장 오래 된 사본은 1350년의 것이다.
글라라는 이 축복을 통해서 자신을 사부 프란치스꼬의 작은 나무라고 부르면서 프란치스꼬가 레오 형제에게 한 것처럼 신명이 6장 24절을 인용하여 하느님께서 자매들에게 하늘과 땅에서 축복을 내리시기를 빌고 있다.


1)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 주께서 자매들을 강복하시고 보호하소서.
3)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자매들에게 드러내 보이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4) 주께서 당신의 얼굴을 자매들에게 돌리시어 평화를 주소서.
5) 부당하지만, 그리스도의 여종이며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의 작은 나무이고 여러분과 다른 모든 가난한 자매들의 자매요 어머니인 나 글라라는 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청합니다 : 하늘의 아버지께서 친히 아드님의 자비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모친 마리아와 복되신 미카엘 대천사와 하느님의 거룩하신 모든 천사들과 그분의 모든 성인성녀들의 전구를 들으시어 이 지극히 거룩한 강복을 하늘과 땅에서 여러분에게 내려 주시며 확인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7) 땅에서는 당신 지상교회의 종들과 여종들 모임 가운데서 여러분들을 은총과 덕행으로 자라나게 하시며, 8) 하늘에서는 당신 천상교회의 성인성녀들 모임 가운데서 여러분을 높이시고 영광스럽게 하시기를 빕니다.
9) 나는 살아 있는 동안이나 죽은 뒤에도,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아니 그 이상으로, 10) 자비의 아버지께서 당신 영신의 아들딸들을 강복하셨고, 또 하늘과 땅에서 그들을 강복하실 그 모든 강복으로 나도 자매 여러분을 강복합니다. 아멘.
11) 여러분은 하느님을 항상 사랑하고 여러분의 영혼들과 모든 자매들을 항상 사랑하며 주님께 약속한 것을 지키도록 항상 애쓰십시오.
12) 주께서 항상 여러분과 함께 계시기를 빌며, 또한 여러분도 언제나 어디서나 그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아멘.



성녀 글라라의 편지들

시대적 배경과 내용

글라라의 편지들은 복음의 실행에 전적으로 마음을 바친 영혼과 예수 그리스도 및 마리아를 뒤따르는 영혼을 그리면서 자기 자매들을 이 길로 이끌려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글라라의 편지들은 자신이 체험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이다 :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과 그 실천 방법, 관상생활과 그 방법이 그것이다.
이 편지들은 글라라의 영성을 파악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회칙과 유언은 글라라가 봉헌된 생활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는 반면에, 편지들은 하느님과 단순하고도 심오한 일치를 이룬 그녀의 내적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글라라가 말하고 있는 관상의 길과 영성은 그 당시에는 아주 독특한 것이었다. 글라라는 당대의 시대 풍조와 정신에 아주 탁월하게 개방적이었고, 프란치스꼬가 그녀에게 불어넣어 준 복음 정신을 잘 이해하였다.
복녀 아녜스에게 보낸 편지들의 신빙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또한 와딩(Wadding)의 연대기에서만 전해지고 있는 브르쥬의 에르멘뚜르디스 자매에게 보낸 편지도 그 신빙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는 1203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1232년에 작은 형제들을 프라하에서 알게 되었고, 작은 형제들을 위하여 성당과 수도원을 지어 주었으며 병원도 지었다. 그리고 즉시 작은 형제들의 생활에 매력을 느껴, 1234년 6월 11일(성령강림 대축일)에 아녜스는 병원 근처에다 수녀원을 지은 다음에 다른 곳에서 글라라회 자매들을 데리고 와 함께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부터 그녀는 글라라와 서신 왕래를 하기 시작하였고, 글라라와 마치 경쟁이나 하듯이 엄격한 생활양식을 실천하였다. 아녜스는 이 수녀원에 54년간 살았고, 1282년 3월 2일 세상을 떠났다. 아녜스는 일생 동안 한 번도 글라라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녀는 교황 비오 9세로부터 1874년에 복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에르멘뚜르디스는 쾰른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1240년에 고향을 떠나 은둔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녀는 지금의 벨지움에 있는 브르쥬로 가서 12년간 은둔생활을 하였고 그러다가 아씨시의 글라라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고서는 성녀를 만나기 위하여 아씨시를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글라라를 만났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녀는 은둔소로 다시 돌아와 자기의 은둔소를 글라라회 수녀원으로 바꾸었고, 그 후에 그 지방에다 많은 글라라회 수녀원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Ⅰ : 글라라는 이 편지를 아녜스가 수녀원에 입회하기 전인 1234년에 썼다. 공주인 아녜스가 그렇게 어려운 생활을 받아들였다는 소문이 전 세계에 퍼져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 되었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1234년 8월 30일에 아녜스에게 쓴 편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글라라는 이 편지에서 아녜스에게 공경과 존경심을 표하는 동시에, 이승의 영화와 하늘나라의 복(福)을 대조하면서 그녀에?용기와 격려를 보내고 있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Ⅱ : 이 편지는 아녜스의 수도생활 초기인, 엘리아 형제가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로 있던 시기에 씌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편지를 1235 - 1236년 사이에 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래 된 사본에서는 이 편지에 “훌륭한 생활양식에 대한 굳센 항구심”이라는 부제(副題)속에 항구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 비결은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사랑 안에서 끊임없이 바라보는 생활이라는 것이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Ⅲ : 이 편지는 1238년 초에 쓴 것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아녜스에게 씨토회 수도자들처럼 완전한 금육을 요구했다. 이에 아녜스가 단식재와 금육재에 관하여 글라라에게 문의를 하였고, 글라라가 아녜스에게 답서를 보낸 것이 바로 이 편지다. 더 나아가서 글라라는 아녜스에게 기도와 가난에 엄격한 생활을 지혜롭게 하도록 격려를 보내고 있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Ⅳ : 몬떼첼리 수도원에 거주하던 글라라의 친동생인 아녜스가 글라라의 임종을 지켜보기 위하여 성 다미아노 수녀원으로 돌아온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 편지는 1253년 글라라가 임종하기 얼마 전에 쓴 것이다. 이 편지는 우리가 글라라의 전생애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찬란한 사랑을 반사하고 있다. 글라라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거울의 비유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브르쥬의 에르멘뚜르디스 자매에게 보내신 편지 : 루까 와딩에 의하면, 글라라가 에르멘뚜르디스에게 두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루까 와딩은 그 원본들을 전해 주지 않고 이 두 통의 편지를 하나로 요약해서 이렇게 전해 주고 있다. 문장의 성격은 글라라의 그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 정신만큼은 글라라의 것이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Ⅰ

1) 지극히 위대하고 탁월한 보헤미아의 임금의 ( 오또까르(Ottokar) Ⅰ세를 가리킴.
따님인 공경하올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녀 아녜스 자매에게, 2) 예수 그리스도의 부당한 여종이자 성 다미아노 봉쇄 수도원 자매들의 무익한 종이며 어디서나 그대의 하녀와 시녀인 글라라가 그대에게 각별한 공경을 표하면서 나 자신을 완전히 바치며 그대가 영원한 행복과 영광을 누리게 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3) 나는 그대의 거룩한 삶과 생활에 관한 대단히 놀라운 명성을 들었는바, 그 소식은 나에게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까지 훌륭히 알려져, 나는 주님 안에서 몹시 기뻐하며 가슴 설렙니다. 4) 이 소식은 나 혼자만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고 또 섬기려고 하는 모든 이들도 진정 기뻐할 만 합니다. 5) 비록 그대는 누구보다도 영화와 영예 그리고 세 속의 위엄과 뛰어난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고, 그대와 황제의 탁월한 신분으로 봐서 그 유명한 황제와도 합법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었지만, (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영국의 헨리(Henry) Ⅱ세가 아니면 독일의 프레데릭(Frederic) Ⅱ세  일 것으로 보고 있다.
6) 그대는 오히려 이 모든 일을 일축하고 마음과 애정을 다해 지극히 거룩한 가난과 육신의 궁핍을 택했으며, 7) 그대의 동정성을 흠도 티도 없이 영원히 지켜 주실 더 고귀한 신분의 정배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택하셨습니다. 8) 자매는 그분을 사랑할 때 정결하고, 그분을 만질 때 더 깨끗해지고, 그분을 맞이할 때 그대는 동정녀입니다. 9) 그분의 힘은 누구보다도 억세고, 그분의 기품은 보다 고결하며, 그분의 용모는 누구보다도 우아합니다. 10) 이미 그대를 껴안아 사로잡으신 그분은 그대의 가슴을 보석으로 꾸미셨으며, 그대의 귀에 그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진주 귀걸이를 걸어 주셨고, 11) 봄철같이 화려하고 반짝이는 보옥으로 그대의 허리를 온통 두르셨으며, 거룩함의 문장(紋章)이 새겨진 금관을 그대의 머리에 씌우셨습니다.
12) 그러니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 아니, 나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이고 어머니이고 자매이므로 온갖 경의를 받아 마땅한 주인이시여, 그대는 불가침의 동정성과 지극히 거룩한 가난의 깃발로 극히 화려하게 꾸미시고 
13) 십자가에 달리신 가난한 분께 대한 불타는 열망으로 시작하신 그대의 거룩한 봉사 안에서 굳세어지십시오.
14) 그분은 첫 조상이 범한 죄의 결과로 사슬로 묶여 있었던 우리를 암흑의 괴수의 권세로부터 구해 내시고 하느님 버지와 우리를 화해시키려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십자가의 수난을 감수하셨습니다.
15) 가난을 사랑하고 포옹하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부(富)를 부여하는, 오 복된 가난이여! 16) 가난을 소유하고 또 소유하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는 하느님께서 하늘나라를 약속하시고 의심할 여지없이 영원한 영광과 복된 생명을 주시리니, 오 거룩한 가난이여! 17) 말씀만 하시자 존재하게 되었고 또 그렇게 존재한 하늘과 땅을 다스리셨으며 지금도 다스리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황송하옵게도 무엇보다 특별히 포옹하신, 오 성스러운 가난이여! 18)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 곧 그리스도께서는 “머리 둘 곳조차 없다”(마태 8,20)고 하십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떨어뜨리시며 숨을 거두셨습니다”(요한 19,30).
19) 그토록 위대하시고 높으신 주님께서 동정녀의 태중에 임하실 때, 세상에서는 하찮게 보이려 하셨고 궁핍하고 가난해지려 하신 것은, 20) 극도로 가난하고 곤궁하며 천상양식에 한없이 굶주림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소유함으로써 그분 안에서 풍요롭게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21) 그대는 기뻐 즐거워하고 넘치는 기쁨과 영적인 즐거움으로 충만하십시오. 22) 그대는 영예보다 이승의 멸시를, 지상의 부(富)보다 가난을 택하였고 또한 23) 이승에다 보다는 “좀먹거나 녹슬어 못 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하는 하늘에다 보물을 쌓기로 하였으니”(마태 6,20), 그대의 상급은 하늘에서 엄청나며, 24) 그대는 지존하신 성부의 아드님과 영화로우신 동정녀의 자매요 배필이요 어머니라고 불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25) 오직 가난한 이에게만 주님이 하늘나라를 약속하시고 주신다는 것을 그대가 알고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반면에 현세의 것들을 사랑하는 자는 사랑의 열매를 잃게 됩니다. 26) “아무도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습니다. 한 편을 미워하고 다른 편을 사랑하거나, 한 편을 존중하고 다른 편을 업신여기게 됩니다”(마태 6,24). 27) 옷을 입은 사람은 붙잡힐 데가 있어서 더 빨리 땅에 내동댕이쳐지기 때문에 알몸인 사람과는 싸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아무도 이승에서 영화를 누리고 살다가 저승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지를 못합니다. 28) 그리고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습니다”(마태 19,24). 29) 그러므로 그대가 싸움에 절대로 지지 않고 험한 길과 좁은 문으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참조: 마태 19,29) 그대는 옷 즉 현세의 재물들을 내던졌습니다. 30) 영원한 것들을 얻기 위해 현세의 것들을 포기하고 지상의 재물 대신에 천상 사물들을 대가로 받으며, 하나를 버리고 백배를 받고(참조 : 마태 19,29) 복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칭송받을 만한 교환(交換)인가!
31) 그러므로 탁월하고 거룩한 그대에게 그리스도를 거룩히 섬기는 데 굳세어지고 선에서 선으로, 덕에서 덕으로 오르시기를 할 수 있는 한 그리스도의 마음 안에서 겸손되이 간청하고 부탁하려고 한 것입니다. 32) 이는 그대가 마음을 다하여 섬기는 분께서 그대가 열망하는 상급을 그대에게 자비로이 내려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33) 그리고 무익하지만 그대의 시녀인 나와 이 수도원에서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그대를 사랑하는 다른 자매들을 위해서도 그대의 지극히 거룩한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하는 바입니다. 34) 그렇게 하여 그대와 함께 우리 모두가 영원한 행복을 누리게 되도록 그대의 기도의 도움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입기를 간구합니다.
35) 주님 안에서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Ⅱ

1) 왕 중의 왕의 따님이요 통치자들의 주님의 시녀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지극히 합당한 정배이고, 따라서 고귀한 여왕이신 아녜스 자매에게, 2) 가난한 자매들의 무익하고 부당한 시녀인 글라라가 인사를 하며, 지극히 높은 가난 속에서 늘 생활하시기를 빕니다.
3) 온갖 훌륭한 은혜와 모든 완전한 선물이 흘러나온다고(참조 : 야고 1,17) 우리가 믿는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그 님께 나는 가사를 드립니다. 완전한 분이신 아버지께서 당신의 눈으로 그대 안에서 불완전한 것을 아무것도 발견하실 수 없게 하시고, 4) 그대도 그분을 충실하게 닮음으로써 완전한 자가 되게 하시도록 그대를 빛나는 성덕으로 꾸며 주셨고, 그렇게도 훌륭한 완덕의 표시로 높이신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5) 그대가 지상 왕국의 화려함을 멸시하고 왕의 결혼 제의를 거들떠보지도 않음으로 해서, 6) 뭇 별들 가운데에 영광 중에 앉아 계신 임금님께서 천상의 신방(新房)에서 그대를 취하실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바로 완전한 것입니다. 7) 그대는 지극히 거룩한 가난에 열광적이고 위대한 겸손과 불타는 사랑의 정신으로 그분의 발자취를 충실히 밟아 그분과 영적인 혼인으로 그분과 결합할 자격을 얻었으니, 이것이야말로 바로 완전한 것입니다.
8) 그런데 그대가 여러 덕으로 꾸며져 있음을 알고 있기에, 비록 그대에게 어떤 위안이 될 만한 것이라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겠지만, 9) 나의 말을 줄이도록 하여 불필요한 긴말로 짐스럽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10) 그러나 실상 필요한 것을 하나뿐이므로, 그대가 거룩하고 마음에 드시는 제물로 그대 자신을 바친 그 님의 사랑으로 나는 그대에게 간청하고 권고합니다 : 11) 제2의 라헬( 중세기 신학자들은 구약의 「레아」와 「라헬」(창세 29,16)을 복음의 「마르타」와 「마리  아」(루가 10,38-42)와 같이 활동 생활과 관상생활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보았다. 「라헬」은  관상생활의 상징이었다.
(참조 : 창세 29,16)처럼 그대의 생활양식을 기억하여 그대의 생활 원칙을 항상 바라보면서 그대가 지금 잡고 있는 것을 꼭 잡으시고, 그대가 지금 하시는 일을 앞으로도 하시고 그 일에서 물러서지 말며, 12) 오히려 그대의 발을 먼지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고 가볍게 하여 돌에 부딪치지 않는 발걸음으로 13) 안전하고 기쁘고 흔쾌하게 확실한 행복의 길로 달리십시오. 14) 그리고 주님의 영이 그대를 부르신 그 완덕 안에 그대의 서원을 지존하신 님께 채워 드리지 못하게 하려고 그대의 길에다 장애물을 놓거나 그대의 생활양식을 거두게 하는 자를 아무도 믿지 말고 그런 자들에게 동의하지 마십시오.
15) 그런데 이 점에 있어서 주님의 계명길을 보다 더 완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총봉사자이시며 우리의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엘리아 형제의 ( 아씨시의 엘리아는 1232년부터 1239년까지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였다.
조언을 따르도록 하십시오. 16) 그분의 조언을 다른 이들의 조언보다 소중히 여기시고, 그것을 어떤 선물보다도 더 값진 것으로 여기십시오. 17) 만약에 누가 그대의 완덕에 방해가 되거나, 그대의 거룩한 성소에 반대되는 듯한 말을 하거나, 다른 제안을 암시하면, 그를 공경은 해야 하겠지만 그의 조언은 따르지 말고, 18) 오히려, 가난한 동정녀여,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포옹하십시오. 19) 그대를 위하여 천대받으신 그분을 바라보며 그대도 이승에서 그분을 위해 천대받는 자가 되어 그분을 따르십시오. 20) 고귀하신 여왕이여, “인간의 아들네보다 짝없이 아름다우시지만”(시편 44,3) 그대의 구원을 위하여 사람 중에 가장 비천한 사람이 되셨고, 멸시를 받았으며, 얻어맞고, 온몸에 수없이 매를 맞아 십자가의 참혹한 고뇌 중에 돌아가신 그대의 정배를 닮으려는 열망으로 바라보고, 깊이 생각하고, 관상하십시오.
21) 그대가 그분과 함께 고통에 참여하면 함께 다스릴 것이고, 함께 울면 함께 기뻐할 것이고, 애통의 십자가에서 그분과 함께 죽으면 그대는 성인들의 광채 속에서 천상 거처를 소유하게 될 것이며, 22)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그대의 이름을 사람들이 영원히 칭송할 것입니다. 23) 그러므로 그대는 지상적이고 지나가는 사물 대신에 세세에 영원히 하늘나라의 영광을, 썩어 없어질 것들 대신에 영원한 선을 차지할 것이며, 무궁토록 살게 될 것입니다.
24) 지극히 사랑하는 자미여, 주인이여, 그대의 정배이신 주님 안에서 안녕히 계십시오. 25) 주님이 그대 안에서 당신 은총으로 이루시는 선을 즐거워하는 나와 나의 자매들을 그대의 열심한 기도를 통해서 주님 안에서 기억해 주십시오. 26) 그대의 자매들에게도 안부를 거듭 전해 주십시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Ⅲ

1) 그리스도 안에 내 지극히 공경하올 자매이고 모든 인류가 사랑할 만한 자매이고 보헤미아의 명성 높은 임금의 ( 복녀 아녜스의 부친이었던 오또까르 1세의 아들 웬체슬라오 1세를 가리킴.
자매이며, 그러나 이보다 이미 천상의 지존하신 임금님의 자매요 정배가 되신 아녜스 자매에게, 2) 그리스도의 지극히 비천하고 부당한 여종이며 가난한 자매들의 종인 글라라가 구원을 이루신 그 님 안에서 구원의 기쁨을 기원하며 모든 소원이 성취되기를 빕니다.
3) 그대의 건강과 행복한 나날들과, 그대가 천상 상급을 얻기 위하여 시작한 여정의 놀라운 진보를 전해 듣고 대단한 기쁨과 즐거움에 싸이게 되었습니다. 4) 또한 가난하고 겸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려고 하는 나에게서나 다른 자매들에게서 부족한 점을 놀랍게도 그대가 보충하고 있음을 알고 또 그렇게 여기고 있는 나는 주님 안에서 대단한 기쁨과 즐거움에 싸이게 되었습니다.
5) 지금 나는 하늘 아래에서 내가 바랐던 아무도 훔쳐 갈 수 없는 그 기쁨을 이미 소유하고 있기에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습니다. 6) 그대가 하느님 그분의 입에서 흘러나온 놀라운 지혜의 특별한 선물의 도움을 받아 교활한 원수의 간교함을 쳐 이겼음을 나는 알고 있음여, 또한 원수의 간교함을 쳐 이겼음을 나는 알고 있으며, 또한 인간성을 파괴하는 교만과 인간의 마음을 허망하게 하는 허무를 그대가 무섭고도 놀랍게 쳐 이겼음을 알고 있습니다. 7) 또한 나는 그대가 겸손과 믿음의 힘과 가난의 팔로 이 세상과 인간의 마음의 밭에 숨어 있는 비할 데 없는 보물을 안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 보물로 말리암아 무(無)에서 만물을 창조하신 그 님을 얻을 수 있습니다. 8) 그리고 그 적절한 의미에서 바오로 사도의 말을 빌린다면, 나는 그대를 하느님 자신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일꾼(참조 : 1고린 3,9)으로 (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인용하는 글라라 성녀는 교회 사명에 있어서 관상생활의 역할을 보여 주고 있는데, 관상생활은 교회를 위한 것이고 사도적이라는 점이다.
여기고 있으며, 또한 그분의 영광스러운 몸의 넘어지기 쉬운 약한 지체들을 받치는 받침대로 여기고 있습니다.
9) 그러니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한 이런 기쁨을 지니고 있으니 내가 기뻐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10) 지극히 사랑스러운 그대로 마찬가지로 주님 안에서 늘 즐거워하며, 슬픔이나 우울이 그대를 덮치지 못하게 하십시오. 11) 오, 그리스도 안에서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여, 천사들의 기쁨이여, 우리 자매들의 왕관인 그대여, 12) 그대의 마음을 영원의 거울 앞에 놓으십시오. 그대의 영혼을 영광의 광채 속에 두십시오. 13) 그대의 마음을 신적 실체의 형상 가운데에 두고, 그대의 전존재(全存在)를 관상을 통하여 하느님의 모습 안에서 변화시키십시오(참조 : 2고린 3,18). 14) 그러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태초부터 하느님 몸소 마련해 놓으신(참조 : 1고린 2,9) 숨겨진 감미로움을 맛보면서 그대로 그분의 벗들이 느끼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15) 그리고 그대는 이 거짓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세상을 사랑하는 눈먼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모든 것을 완전히 밀쳐 버리고, 당신의 사랑 때문에 당신 자신을 완전히 내어 주신 주님을 온전히 사랑하십시오. 16) 그분의 아름다움은 해와 달이 찬탄하고 있으며, 그분의 선물들은 그 풍요함과 가치와 위대함에서 한이 없습니다. 17) 나는 지존하신 분의 아드님을 두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정녀께서 이분을 잉태하시고 낳으신 후에도 동정으로 남으셨습니다. 18) 하늘도 담을 수 없었지만, 19) 동정녀께서 잉태하시고 거룩한 태중의 작고 은밀한 곳에 모셨고, 동정의 품에서 기르신 그 위대한 아드님의 지극히 감미로우신 어머니께 매달리십시오.
20) 일시적이고 기만적인 영광의 광채를 통하여 하늘보다 더 위대한 것(영혼)을 무(無)로 만들려고 하는 인간 원수의 그 속임수를 누가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21) 피조물 중에서 가장 높은 품위를 지닌 믿는 이는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하늘보다 더 훌륭하다는 것이 분명하지 않습니까? 22) 넓은 하늘도 모든 피조물도 그들의 창조주를 담을 수 없으나, 오직 믿는 이의 영혼만이 그분의 집이 되고 그분의 거처가 되며, 이것은 믿지 않는 이들은 지니지 못하는 오직 사랑으로써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23) 실로 진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나는 또한 그를 사랑하고, 우리가 그를 찾아가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1. 23). 24) 그래서 동정녀들 중에 영화로우신 동정녀께서 육신적으로 그분을 품으셨듯이, 25) 그대로 성모님의 발자취 특히 그분의 겸손과 가난의 발자취를 따른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그대의 정결하고 순결한 몸 안에서 영적으로 그분을 항상 품을 수 있습니다. 26) 이리하여 그대와 모든 사물들을 담으시는 그분을 그대가 담을 것이며, 그대는 이 세상의 지나가는 사물들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고 더 오래 그분을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27) 이 세상의 많은 왕들과 여왕들이, 비록 그들의 교만이 하늘까지 이르고 그들의 머리는 구름까지 닿았지만, 28) 그들은 스스로 미혹되어 결국 쓰레기 더미처럼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29) 지극히 영화로우신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께서 특별히 여러 가지 음식을 들면서 경축하라고 우리에게 권하신 축일들이 어느 축일들인지 설명해 달라고 자매께서 나에게 부탁하신 질문에 대해 30) 아마 자매도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설명해 들려 합니다. 31) 그분은 몸이 약하고 앓는 자매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어떤 종류의 음식이든지 관심을 써서 구해 줄 것을 권하고 명하셨으며, 32) 그들 외에 건강하고 몸이 튼튼한 우리 자매들은 주일과 성탄 대축일에 하루 두끼를 먹어야 하고, 33) 이 날들을 제외하고는 평일과 축일에도 매일 단식재를 지키면서 사순절에 먹는 음식만을 먹어야 할 것을 권하시고 명하셨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됩니다. 34) 그러나 목요일에는 단식재를 지키기를 원하지 않는 자매들은 지킬 의무 없이, 정해진 시간에 각자가 원하는 대로하라고 하셨습니다. 35) 그런데 건강한 우리 자매들은 주일과 성탄 대축일 외에는 매일 단식재를 지켜 왔습니다. 36) 그렇지만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글이 말하는 대로 그 날이 금요일이 아니라면, 부활절과 성탄절 그리고 성 마리아와 사도 성인들의 대축일에도 단식재를 지킬 의무가 우리에게 없습니다. 37) 그러나 위에 말한 대로 건강하고 몸이 튼튼한 우리 자매들은 사순절에 먹는 음식만을 항상 먹어 왔습니다.
38) 그러나 우리의 육신은 놋쇠로 되어 있지도 않고, 우리의 힘은 바위의 힘같지도 않으며, 39) 오히려 연약하고 육신의 모든 허약함의 지배를 받습니다. 40) 그러므로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여, 주님 안에서 부탁하고 간청합니다 : 그대가 지켜 온 단식은 무분별하고도 불가능한 것으로 내가 알고 있는데 이 엄격함을 지혜롭고 신중하게 삼가시고, 41) 오히려 그대의 생활을 통해서 주님께 찬미들 드리고, 그대의 영적인 예배를 드리며, 그대의 희생 제물을 지혜의 소금으로 늘 간을 맞추십시오.
42) 나도 주님 안에서 늘 평안하리니, 그대도 늘 평안하십시오. 그리고 나와 나의 자매들을 그대의 거룩한 기도 중에 기억해 주십시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Ⅳ

1) 내 영혼의 반(半)이요 내 마음의 특별한 사랑이 보고(寶庫)이며 위대한 여왕이고 영원한 임금님의 어린양의 정배이며 나의 극진히 사랑하는 어머니이고 모든 딸들 중에 특별한 달이신 아녜스 자매에게, 2) 그리스도의 부당한 종이며 아씨시 성 다미아노 수도원에서 머물고 있는 그분의 시녀들 중에 무익한 시녀인 글라라가 인사를 드리며, 3) 그대가 하느님과 어린양의 옥좌 앞에서 다른 지극히 거룩한 동정녀들과 함께 새로운 노래를 부르고,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다니시기를(참조 : 묵시 14,4) 기원합니다.
4) 오, 어머니여, 딸이여, 모든 세대의 임금의 정배여, 그대와 나의 마음이 똑같이 원하고 똑같이 바라는 것처럼, 그만큼 자주 편지를 못해 드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5) 그대에 대한 사랑의 불이 그대의 어머니의 마음속에서 전보다 부드럽게 타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6) 소식을 전해 줄 사람이 없었고 또 길도 너무 험한 것이 바로 장애물이었습니다. 7)그러나 이제 자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리스도의 정배요, 지극히 거룩한 또 다른 동정녀인 성녀 아녜스처럼 그대로 이승의 모든 헛됨을 완전히 버리고 세상의 죄를 없애신 흠없는 어린양과 놀랍게도 정혼을 하셨기 때문에, 8) 나는 그대와 더불어 영의 즐거움으로 기뻐 용약하고 있습니다.
9) 진심으로 그리스도께 결합하여 이 거룩한 정혼을 하게 된 사람은 진정 복됩니다. 10) 천상의 복된 모든 군대들이 끊임없이 그 님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있습니다. 11) 님의 사람은 우리의 사랑에 불을 붙입니다. 님에 대한 관상은 우리의 휴식이고, 12) 님의 어지심은 우리의 만족입니다. 님의 감미로움은 우리를 가득 채우고 님에 대한 생각은 부드럽게 빛나고, 13) 님의 향기는 죽은 이들을 살리며, 님을 영화롭게 직접 뵙는 것이 천상 예루살렘의 모든 시민들에게 행복이 될 것입니다. 14) 그리스도는 영원한 영광의 광채요 영원한 빛의 반사이며 티없는 거울이시니, 15)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요 오, 왕후이신 자매여, 이 거울을 매일 들여다보시고, 16) 지존하신 임금님의 딸과 지극히 정결한 정배가 단장해야 하는 모든 덕행의 꽃과 의복으로 속속들이 단장하고 17) 여러 가지 보석으로 둘러싸여 그대 안팎으로 꾸미도록 그대 얼굴을 그 거울게 자주 비춰 보십시오.
18)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그 거울 전체에는 복된 가난과 거룩한 겸손과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반사되어 있습니다. 19) 먼저, 거울의 맨 밑에서부터 보시고, 말구유 위에 강보에 싸여 누워 계시는 그 가난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0) 오, 놀라운 겸손이여! 오, 기막힌 가난이여! 21) 천사들의 임금이시고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분이 구유에 누워 계시다니! 22) 다음으로, 거울의 중간을 보시고 그분께서 인류의 구속(救贖)을 위하여 겪으신 무수한 수고와 고통 그리고 그분께서 지니신 겸손과 함께 복된 가난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3) 이제 끝으로, 거울의 맨 위를 보시고 십자가 나무 위에서 고통 당하시고 거기에서 가장 수치스런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하신 그분의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을 깊이 바라보십시오. 24) 그리스도 자신이신 이 거울께서 십자가 나무 위에 매달려 계실 때 지나가는 행인들을 보고 이런 것들을 생각하라고 권하셨습니다 : 25) “길가는 나그네들이여, 나를 보시오. 내가 겪는 고생 같은 고생이 어디 또 있겠소”(참조 : 애가 1,12). 26) 따라서 이렇게 외치시고 울고 계신 그분께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응답합시다 : “이것을 마음에 새기며, 내 마음 괴로워하겠나이다” (애가 3,20). 27) 오, 천상 임금의 왕후시여, 그대가 이렇게 하신다면 그대 안에 이 사랑의 불이 날로 더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28) 더 나아가 그분의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과 부요와 끝없는 영예를 바라보시고, 29) 마음의 넘치는 갈망과 사랑으로 그것을 그리워하고 그분께 이렇게 외치십시오 : 30) “천상의 신랑이시여, 날 이끌어 님을 뒤따르게 해 주소서. 싱그럽기 그지없는 당신 방향(芳香)으로 줄달음쳐 가리이다”(참조 : 아가 1,3). 31) “당신께서 나를 포도주 방으로 데려 가실 때까지, 32) 그리고 당신께서 왼팔을 나의 머리에 베개 하시고, 오른팔로 이 몸 황홀하게 안아 주실 때까지, 그리고 당신의 입술로 나의 입에 입을 맞출 때까지 힘을 잃지 않고 달려가리이다”(참조 : 아가 2,4-6; 1,1).
33) 자매여, 이런 관상에 빠져 있을 때 이 가련한 어머니를 기억해 주십시오. 34) 그리고 내가 그대를 다른 누구보다도 소중히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내 마음의 판에 굳게 새겨 놓았음을 아십시오. 
35) 또 무엇을 더 말하겠습니까? 영혼의 혀가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제 육신의 혀는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 안에서 침묵토록 하겠습니다. 36) 오, 복된 딸이여, 그대에 대하여 내가 지니고 있는 사랑을 육신의 혀는 말로 더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 글에 반쯤은 표현이 되었습니다. 37) 나의 이 말들을 너그러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시고, 사랑의 열기 안에 내가 그대와 그대의 달들에 대해 매일 느끼는 그 모정(母情)만은 이 글에서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대와 그대의 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나와 나의 딸들을 아무쪼록 기억해 주십시오. 38) 이 나의 딸들 특히 나의 친동생인 지혜로운 동정녀 아녜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주님 안에서 그대와 그대의 딸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39) 지극히 사랑하는 딸이여, 위대하신 하느님의 영광의 옥좌에서 만날 때까지 그대의 달들과 함께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40) 그리고 이 편지를 전해 주는 우리의 지극히 사랑하는 형제들, 즉 하느님과 인간들의 사랑을 받는 아마또 형제와 보나구라 형제를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글로써 그대의 사랑에 맡깁니다. 아멘.



브르쥬의 에르멘뚜르디스 자매에게 보내신 편지

1) 나의 지극히 사랑하는 에르멘뚜르디스 자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비천한 시녀인 아씨시의 글라라가 문안드리며 평화를 기원합니다.
2)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여, 하느님의 은총의 도우심으로 그대가 세속의 혼잡을 피해 달아날 수 있는 축복을 받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이에 대해 나는 기뻐하고 있으며, 그대의 과감한 결심에 매우 경탄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대가 그대의 딸들과 함께 덕행의 길을 용감하고 열심히 따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다시금 기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4)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여, 그대가 스스로를 봉헌한 천상의 정배께 죽기까지 충성하십시오. 그러면 그분은 그대에게 영원한 생명의 월계관을 상급으로 씌워 주시리라는 것을 알고 계십시오. 5) 여기 지상에서의 수고는 잠시뿐이지만 그 상급은 영원합니다! 그림자처럼 지나가는 세 속의 화려함에 매료되지 마십시오. 6) 이 기만적인 세 속의 허상(虛像)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악마가 매서운 휘파람으로 그대를 위협하겠지만, 그대는 악마가 도망칠 때까지 귀를 막고, 그대의 온 힘을 다해 그 악마의 공격에 대적하십시오. 7) 모든 시련을 기꺼이 감수하시고, 번창한다고 우쭐하지 마십시오. 성공이나 실패나 반드시 믿음을 요구합니다. 믿음은 우리가 성공할 때 겸손해지게 하고, 실패할 때 인내하게 합니다.
8) 그대가 하느님께 약속드린 것을 충실히 지킨다면 그분은 그대에게 상급을 주실 것입니다. 9) 사랑하는 자매여, 우리를 부르고 기다리는 천상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우리를 앞서 가시는 그리스도를 십자가를 지고 따르십시오. 10) 우리가 여기서 당하는 환난이 그 어떤 것이든 그것이 지나간 다음에 우리는 그분을 통해 그분의 영광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11) 마음과 힘을 다하여 영원히 사랑 받아 마땅한 하느님을 사랑하시고, 우리 죄인들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의 아들 예수를 사랑하십시오. 그분께 대한 생각이 그대의 마음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게 하십시오. 12) 주님의 십자가의 신비와 그분의 모친께서 십자가 밑에 서 계실 때에 겪으신 그 비통을 끊임없이 묵상하도록 하십시오. 13) 늘 기도하고 깨어 있으십시오. 14) 그대가 그렇게 훌륭히 시작한 생활을 용기를 잃지 않고 항구하도록 하시고, 가난과 겸손 안에서 그대가 섬기기 시작한 하느님을 끝까지 섬기십시오. 15) 나의 딸이여,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모든 말씀에서 충실하시고 모든 업적에서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그대와 그대의 딸들에게 축복을 쏟아 주실 것입니다. 16) 그분은 우리의 구속자이시고 우리의 영원한 상급이시니, 그분은 그대의 협조자가 되시고 최고의 위로자가 되실 것입니다.
17)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하느님께 함께 기도를 드립시다. 각자가 사랑의 짐을 이렇게 짐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법을 가볍게 성취하게 될 것입니다. 아멘.



성녀 글라라의 유언

시대적 배경과 내용

성녀 글라라의 글 중에서 유언은 그 친저성(親著性)을 보증할 만한 고사본(古寫本)이 없는 까닭에 그 신빙성이 가장 많이 논란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사본이라는 것도 14세기의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볼 때 역사적인 사실들과 반대되는 요소도 없고, 위조 가능성도 찾아볼 수 없으며, 전해 내려오는 전통으로 봐서 그 진위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들은 그 내용이 풍부한 자서전적인 회고문이며, 글라라의 열렬한 정신과 마음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다. 실제로 회칙의 제6장과 함께 유언은 다른 어느 글보다도 가난한 자매들의 초기 생활과 프란치스꼬 및 그 형제들과의 유대 관계를 나타내고 있고, 교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겸손을 따르는 이 “작은 양떼”의 생활양식을 나타내고 있다.
글라라의 유언은 내용과 형식에서 프란치스꼬의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 자신의 회개와 성소 그리고 창립에 관한 짧은 설명을 하고 있으며, 그들 생활양식의 두 본질적인 특징인 절대적인 가난과 자매들과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글라라는 유언에서 자매들에게 재산을 소유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자매들이 시작한 거룩한 단순성과 가난과 겸손, 그리고 사랑의 길?항구할 것을 어머니다운 애정으로 권하고 있다

주님의 이름으로. 아멘.
1) 자비를 베풀어주시는 우리 아버지께로부터 우리가 받았고 또한 매일같이 받고 있는 여러 가지 은혜 중에 가장 큰 것은 우리들의 성소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광스러우신 그분께 더욱더 깊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이 부르심이 보다 완전하고 큰 것인 만큼 그에 따라 우리는 그분께 더욱더 고마운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사도는 말합니다 : “그대가 받은 부르심을 생각하십시오”91고린 1,26).
2)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우리들에게 “길”(요한 14,6)이 도셨는데,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본받은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에게 말과 모범으로 이 “길”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며 가르쳐 주셨습니다.
3) 그러므로 사랑하는 자매들이여, 우리는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엄청난 은혜들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은혜 중에서도, 우리가 회개한 후뿐 아니라 우리가 아직 세 속의 헛됨 속에 있었을 때에도, 당신 종인 사랑하는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우리 안에서 황송하옵게도 이루어 주신 은혜들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4) 사실, 아직 형제들이나 동료들이 없었던 성인께서 회개하시자마자 즉시 성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하고 계실 때, 하느님은 그곳을 찾아오시어 당신의 위안으로 그분을 가득 채워 주셨으므로 그분은 완전히 세속을 떠나도록 이끌리셨고, 그때 그분은 큰 기쁨과 성령의 비추심으로 주님이 그 후에 성취해 주신 우리에 대한 예언을 하셨습니다. 그때 그분은 위에 말한 성당의 벽 위로 올라가 그 근처에 머물고 있었던 어떤 다난한 사람에게 큰 소리로 불란서 말로 여러 번 말했습니다. : “와서 성 다미아노 수도원을 짓는 데 나를 도와주십시오. 사실 이곳에서 부인들이 살게 될 것인데, 하늘의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들의 영예스럽고 거룩한 생활로써 당신의 거룩한 온 교회 안에서 영광 받으시게 될 것입니다.”
5)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풍요한 자비와 사랑 때문에 당신의 성인을 통하여 우리 성소와 선택에 대해 황송하옵게도 이런 것을 말씀하신 우리에 대한 당신의 풍성한 어지심을 바로 여기서 알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님은 우리에 대해뿐만 아니라 주님이 우리를 불러 주신 이 거룩한 부르심을 따르게 될 다른 모든 자매들에 대해서도 이런 것을 예언하셨던 것입니다.
6) 그러므로 우리는 받은 은혜를 하느님의 도우심으로써 증대시켜 그분께 돌려 드릴 수 있도록 크나큰 정성과 열렬한 몸과 마음의 노력으로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명을 지키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주님 친히 우리를 다른 이들에게 모형과 본보기와 거울로 삼으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세속에 사는 이들에게 거울과 본보기가 되도록 우리 생활양식에로 불러 주신 우리 자매들에게도 우리를 모형과 본보기와 거울로 삼으셨습니다. 그러므로(세속에 사는)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와 거울이 될 만한 것을 우리 자매들이 우리 안에서 스스로 바라볼 수 있는 이와 같이 크나큰 생활에로 주님이 우리를 불러 주셨으니, 우리는 주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선을 행할 수 있도록 더욱더 굳세게 용기를 얻을 큰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위에 말한 생활양식에 따라 산다면 다른 이들에게 고귀한 표양을 남겨 주게 될 것이며, 매우 짧은 수고로 영원한 행복의 상을 얻게 될 것입니다.( 글라라는 자신들의 관상생활을 단순히 개인을 위한 것만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임  을 인식하여 여기서 자매들의 사도직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7)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모범과 교훈으로 내가 회개하도록 지극히 높으신 하늘의 아버지께서 당신의 자비와 은총을 통해 황송하옵게도 나의 마음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그런 다음 프란치스꼬께서 회개하시고 조금 지난 후, 사부님의 경탄할 만한 생활과 교훈을 통해 주님이 우리들에게 은총의 빛을 비추심에 따라, 내가 회개하고 조금 지난 후, 나는 주님이 나에게 주신 몇몇 자매들과 함께 자원하여 사부님께 순종을 약속했습니다. 
8)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께서 우리가 육신적으로 연약하고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궁핍도 고생도 시련도 수치도 세속의 멸시도 그 어느 것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분과 그분의 형제들이 자주 체험한 것처럼 성인들과 그분 형제들의 모범을 따라 그 모든 것들을 더없는 기쁨으로 우리가 여긴다는 것을 보셨을 때, 주님 안에서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에 대한 자비심으로 마음이 움직여 직접 혹은 당신의 수도회를 통해 애정 어린 보살핌과 특별한 관심을 항상 가지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9) 우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다른 데서 잇다가 주님과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듯에 따라 성 다미아노 성당에 머무르려고 그리로 갔는데, 그곳에서 주님은 짧은 시일에 당신의 자비와 은총으로 우리 수효를 늘려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주님이 당신의 성인을 통하여 예언하신 그것이 이루어졌습니다.
10) 그 후 그분은 우리에게 생활양식, 특히 거룩한 가난 안에 늘 항구할 것을 써 주셨습니다. 그분은 살아 계실 때 지극히 거룩한 가난을 사랑하고 실행할 것을 수만은 말씀과 모범으로 우리에게 권고하는 것으로 만족치 못하시고 당신이 돌아가신 후 가난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도록 우리에게 많은 글까지도 ( 성 프란치스꼬가 자매들에게 많은 교훈과 글을 남겨 주신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들 중에 우  리에게까지 내려온 것은 다음의 세 개뿐이다 : “생활양식”과 “유언”과 “노래 형식의 권고”.

남겨 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드님이 이 세상에 살아 게시는 동안 그 거룩한 가난에서 절대로 벗어나기를 원치 않으신 것과 같이 그분의 발자취를 따른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께서도 살아 계실 때 당신과 당신 형제들을 위해 택하신 거룩한 가난에서 모범으로나 교훈으로나 조금도 벗어나지 않으셨습니다.
11) 그래서 부당하지만, 그리스도와 성 다미아노 수도원의 가난한 자매들의 여종이며 거룩하신 사부님의 작은 나무인 나 글라라는 한편으로 우리가 서약한 지극히 높은 생활양식과 그 위대한 사부님의 명을 생각하고, 또한 다른 편으로는 우리 기둥이시오 하느님 다음으로 유일한 위안과 기초가 되셨던 거룩하신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에 우리 자신도 두려워하며 우리와 다른 자매들의 연약함을 다른 나의 자매들과 함께 곰곰이 생각할 때, 현재와 앞으로 들어올 자매들이 내가 죽은 후 가난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도록 자원하여 우리 귀부인이신 지극히 거룩한 가난에 충실하기로 약속하고 또 약속했습니다.
12) 그리고 주님과 우리 거룩한 사부 프란치스꼬께 약속한 거룩한 가난을 나 자신도 지키고 다른 자매들에게도 지키게 하도록 내가 항상 애쓰고 노력한 것처럼, 원장직에 있어 나의 후임자가 되는 자매들도 가난을 지키고 또한 다른 이들에게 지키게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가 혹시나 어떤 때라도 가난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이 생활을 시작할 때 교황이셨던 인노첸시오 성하와 다른 후계자들로부터 우리가 우리 사부님께도 약속한 우리의 지극히 거룩한 가난의 생활양식을 확인하는 교황님들의 특전을 얻는 데( “가난의 특전”을 말하는데, 성녀 글라라는 세 차례에 걸려 즉 인노첸시오 3세 교황, 그레고리  오 9세 교황, 인노첸시오 4세 교황으로부터 받았다. 이 특전은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 것만 이 아니고 고정 수입이 나올 수 있는 어떤 부동산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특전이다. 가난 에 있어서 교황청이 자매들에게 부과한 회칙들은 글라라의 가난에 대한 이상(理想)과 반대 되었기 때문이다.
열성을 다한 것은 (우리의 뜻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3) 따라서 나는 무릎을 꿇고 몸과 마음을 수그려 거룩한 어머니이신 로마교회와 교황 성하와, 작은 형제회 및 우리를 위해 임명되는 추기경 님께 현재와 앞으로 들어올 나의 모든 자매들을 내맡깁니다.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가난과 겸손을 따르고 그분의 영광스러운 동정녀이신 엄니의 가난과 겸손을 따르던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말씀과 모범을 당신의 거룩한 교회 안에서( 글라라는 여기서 한 문장(文章)으로 자신이 받은 카리스마의 핵심 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및 성모님의 가난과 겸손을 따름과 자신의 생활양식이 지니는 교회적 성격을 표현하고 있  다.
주 아버지께서 이 작은 양떼를 낳으셨으니, 가난하게 구유에 누워 계셨고 이 세상에서 가난하게 사셨으며 십자가에 알몸으로 매달리신 그 주님의 사랑 때문에 추기경 님께 부탁드립니다 : 하느님과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께 우리가 약속한 거룩한 가난을 이 작은 양떼로 하여금 지키게 하시고, 자매들을 항상 아껴 주시며, 이 가난 안에 항상 머물게 하도록 해 주십시오.
14) 그리고 그리스도를 섬기는 일과 하느님과 우리 사부님께 약속한 다른 모든 일에 있어서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를 주님이 우리 창설자와 심는 자와 돕는 자로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분이 생존해 계실 때 말씀과 행동으로 당신의 작은 나무인 우리를 항상 아껴 주시려고 애쓰셨듯이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후임자와 전(全)형제회에게도 현재와 앞으로 들어올 나의 모든 자매들을 내맡기며 부탁드립니다 : 형제들은 우리가 하느님을 섬기는 데 항상 더욱더 힘차게 정진하며 또한 특별히 지극히 거룩한 가난을 더욱더 충실하게 지키도록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글라라는 교회와 작은 형제회를 자신들의 소명을 보존해 주는 두 기초(基礎)로 보고 있다. 

15) 그러나 만약 자매들이 어느 때 이곳을 떠나서 다른 데로 가게 된다 하더라도 내가 죽은 후에 자매들이 어디에 있든 지간에( 실제로 자매들은 회교도들의 위험 때문에 1257년 아씨시의 외곽에 위치했던 성 다미아노 수  도원을 떠나, 성녀 글라라의 유해가 모셔진 성녀께 봉헌된 성녀 글라라 대성당 옆에 있는  수녀원으로 옮겨갔다. 
하느님과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께 우리가 약속한 위에 말한 가난의 양식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16) 그래서 야채를 가꾸기 위해 요구되는 꼭 필요한 밭 외에 수도원 주위의 다른 땅을 얻거나 받지 않도록 장상직을 맡고 있는 자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자매들도 항상 신중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데 밭 울타리밖에 수도원의 정숙(靜肅)함과 격리를 위해 땅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어느 때 생각되면 꼭 필요한 토지 외에는 받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은 갈지도 씨를 심지도 말아야 하며 항상 가꾸지 않은 채 그대로 황무지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17) 나는 현재와 앞으로 들어올 나의 모든 자매들에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훈계하며 충고합니다 :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께서 우리가 그리스도께로 회개하기 시작할 때부터 가르쳐 주신 것과 같이 자매들은 거룩한 단순성과 겸손과 가난의 길을 따르며 또한 값지고 거룩한 생활을 하도록 항상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살아감으로써 자매들은 우리 공로로써가 아니라 온전히 자비의 아버지 자체이시고 선물을 베풀어주시는 그분의 자미와 은총으로써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언제나 좋은 명성의 향기를 풍기게 될 것입니다.
18)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여러분이 내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랑을 행동을 통해 외적으로 드러내십시오. 이렇게 자매들은 이 표양으로 자극을 받아 하느님 사랑과 서로간의 사랑 안에서 언제나 자라게 될 것입니다.
19) 자매들을 돌보는 직을 맡은 자매에게도 부탁합니다 : 다는 자매들보다 직(職)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덕행과 거룩한 생활로써 앞장서도록 노력하십시오. 이렇게 자매들은 그의 표양으로 자극을 받아 의무로서만 아니라, 오히려 사랑 때문에 그에게 순종하게 될 것입니다. 원장은 또한 착한 어머니가 자기 딸들을 대하듯이 자매들에게 슬기롭게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주님이 주시는 애긍을 가져다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자매들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원장은 또한 자매들이 자기를 위해서나 다른 자매들을 위해서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안심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안심하고 원장에게 드러내 보일 수 있고 신뢰심을 가지고 어느 대라도 그에게 달려갈 수 있을 정도로 어질고 가까이 하기 쉬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20) 그리고 아랫사람이 된 자매들은 주님 때문에 자기 의지를 포기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래서 자원하여 스스로 주님께 약속한 대로 자기 어머니에게 순종하기를 나는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가 그들의 사랑과 겸손과 서로간에 가지는 일치를 볼 때, 직책에서 따라오는 짐을 좀더 가볍게 짊어지게 되며 또한 그들의 거룩한 생활 때문에 역겹고 고생스러운 바로 그것이 그에게 있어 단맛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 성 프란치스꼬가 나환자를 만났을 대 체험했던 역겨움과 단맛을 글라라는 성 프란치스꼬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서 자기 장상직에 적용하고 있다.

21) 그리고 생명에 이르게 하고 들어가게 하는 문은 좁고 또 그 길과 지름길이 험해서 그리고 찾아 들고 걸어가는 사람은 적습니다(참조 : 마태 7,13-14). 그리고 잠시 동안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좀 있다 해도 거기에 항구하는 사람들은 아주 적습니다. 그러나 그 길로 걸어가고 끝날 까지 항구할 수 있는 은혜를 받은 사람들은 복됩니다.
22) 그러므로 주님의 길은 들어선 우리는 그 위대한 주님과 그분의 동정녀 어머니와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와 천상 교회와 지상 교회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우리 탓이나 게으름이나 무지로 그 길에서 어느 때라도 절대로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그래서 “당신 영을 어기는 자는 저주를 받나이다”(시편 118,21)라고 적혀 있습니다.
23) 이렇기 때문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앞에 나의 무릎을 꿇고 기도 드립니다 : 아버지, 당신 친히 생활을 훌륭하게 시작하도록 해 주셨사오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이신 영화로운 종정 성 마리아와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와 모든 성인들의 공로를 보시어 우리를 자라게 해 주시고 또한 끝날 까지 항구하게 해 주소서. 아멘.
24) 지극히 사랑하고 아끼는 나의 자매들, 이것을 보다 더 잘 지키도록 현재와 미래에 들어올 자매 여러분들에게 주님과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강복과 여러분의 어머니요 여종인 나의 강복의 표시로 이 글을 남겨 둡니다.


성녀 글라라가 쓰신 회칙

시대적 배경과 내용

글라라를 수도생활 이끈 프란치스꼬가 그녀의 수도생활 초기에 “생활양식”을 주었다. 이 생활양식이 구체적인 규정은 아니었다. 이 짧은 생활양식은 실제로 글라라가 쓴 회칙 제6장에 수록되어 있다. 글라라 생활기 12장에 의하면 그녀가 회개한 지 3년후에 원장직을 사임하여 평범한 자매로 살기를 원했으나 프란치스꼬의 명으로 다시 그 책임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녀는 그 직책을 명예보다 봉사직으로 생각했다. 
교회는 제4차 라떼라노 공의회(1215년)에서 새로 생긴 모든 수도 단체들은 기존 수도회의 회칙을 따를 것을 명했다. 그 결과로써 오스띠아의 주교였던 우고리노가 아씨시의 가난한 자매들과 그들의 모범을 따라 생활하려는 자매들을 위해 회칙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성 다미아노 수도원 수녀들을 위하여 베네딕또회 회칙과 회헌을 그들에게 주려고 하였다(1217년). 이 회칙과 회헌을 근거로 하여 우고리노는 가난한 자매들에게 알맞은 회칙을 썼다. 그리고 1247년에 교황 인노첸시오 4세가 우고리노의 회칙을 변경시키는 두 번째 회칙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회칙은 글라라가 자기의 수도생활의 핵심으로 여겼던 엄격한 가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글라라가 두 번이나 직접 회칙을 만들게 되었고, 이것을 인준 받으려 하였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마침내 글라라는 이미 인준 받은 형제회의 회칙을 관상생활에 적용하여, 1252년 9월 16일에 가난한 자매들의 보호자였던 라이날도 추기경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준을 받게 되었다. 곧 1년 후인 1253년 8월 9일(글라라가 임종하기 2일 전), “Soletannuere" 대칙서로 교황 인노첸시오 4세로부터 인준을 받았다. 임종하던 글라라가 인준된 회칙을 받아서 기쁨에 넘친 나머지 여러 번 거기에 입맞추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수녀회의 모원에 보존되어 내려오고 있다. 원본에는 장(章)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나, 후대에 이 회칙을 12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작은 형제회의 회칙과 보다 비슷하게 만들기 위하여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글라라가 쓴 회칙은 작은 형제회의 회칙과 거의 동일하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복음을 실행하는” 복음적인 생활이다. 글라라의 회칙은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있다. 

1. 글라라는 자매들에게 어떤 정신을 불어넣어 주기를 원했기에, 법률가로서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영신의 어머니로서 말하는 것이다.
2. 회칙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를 첫마디와 마지막 한 마디에 명확하게 나와 있다 : 1)자매들의 생활은 복음적 생활이다. 2) 교회와의 일치 그리고 형제회와의 일치는 자매들의 생활의 제2 기초이다. 비록 그들의 생활은 봉쇄생활이라 할지라도 교회적이고 사도직인 생활이다. 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겸손에 그 근본을 두고 있는 자매들의 생활은 사랑 안에서의 일치와 지극히 높은 가난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 4) 회칙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려야 하는 자유를 부르짖고 있으며, 단식이나 봉쇄, 침묵 등에 대해서 엄격한 규정을 내릴 때에도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3. 회칙의 다음 요소들은 형제애를 증진시키기 위한 수단들이다 : 1) 교회와의 깊은 일치 속에 하느님께 드리는 흠숭, 2) 순종, 3) 가족적인 정신, 4) 사랑, 이 네 가지 기본 요소들이 자매들의 공동체가 인격적이고 복음적인 유대 위에 설립되었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다. 
4. 관상생활과 관상생활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봉쇄와 침묵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 글라라 회칙의 고유한 점이다.
5. 공동체 생활과 관계되는 고유한 점으로서 수도원 회의가 있다.
6. 글라라 회칙에서 자매들과 형제들과의 관계를 누누이 피력하고 있다.


교황 인노첸시오와 4세의 칙서

1) 《하느님의 종들의 종 인노첸시오 주교는 그리스도 안에 사랑하는 딸들인 글라라 원장과 아씨시 성 다미아노 수도원의 모든 자매들에게 인사하며 사도적 축복을 내립니다.
교황청은 성청에 요청하는 사람들의 경건한 결의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정직한 간청에 응답하여 은혜를 하사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여러분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남겨 주시고 또한 여러분이 자원하여 받아들인 생활양식, 곧 서로 함께 정신의 일치 속에 그리고 지극히 높은 가난의 서약에 따라 살아야 하는 생활양식을 사도적 권한으로써 확인해 줄 것을 우리에게 겸손되이 요청한 바 있습니다. 공경하올 우리 형제 오스띠아와 벨레드리의 주교는 자신이 이 목적 하에 쓴 교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한 바와 같이 이 생활양식을 쾌히 인준하였습니다. 2) 그러므로 우리는 여러분들의 경건한 간청을 기꺼이 승낙하여, 위에 말한 주교가 인준한 것을 승인하고 동의하며 그것을 사도적 권한으로써 확인하여 이 칙서로써 인준하는 바입니다. 그분의 편지가 글자 그대로 이 칙서 안에 기록되어 있는 바 다음과 같습니다 :
3) 하느님의 자비심으로 오스띠아와 벨레드리의 주교가 된 라이나르도는, 그리스도 안에 나의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와 딸이며 아씨시 성 다미아노 수도원의 원장인 글라라 자매와 현재 및 미래의 그의 자매들에게 인사하며 아버지의 축복을 내립니다.
4) 그리스도 안에 친애하는 딸들, 여러분은 세속의 영화와 향락을 멸시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주님을 섬길 수 있기 위해 그리스도 자신 및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르면서 봉쇄 안에 머물고 또한 지극히 높은 가난 안에서 주님을 섬기기로 선택하였으니, 우리는 여러분의 거룩한 결심을 주님 안에서 격려하고 여러분의 결의와 거룩한 뜻에 기꺼이 응답하여 아버지다운 정으로 은혜를 베풀고 싶습니다. 5) 그러므로 우리는 여러분의 경건한 간청을 기꺼이 승낙하여, 여러분이 지키도록 여러분의 사부 복되신 프란치스꼬 성인이 말과 글로 남겨 주신 생활양식과 거룩한 일치와 지극히 높은 가난의 형태를 - 이 칙서 안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 교황 성하와 우리 권한으로써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 후에 귀 수도원에 들어올 이들에게 영구적으로 확인하며, 이 교서로써 인준하는 바입니다. 이 회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제1장  주님의 이름으로 가난한 자매들의 생활양식이 시작됩니다

1)  복되신 프란치스코가 창설한 가난한 자매들의 수도회 생활양식은 순종 안에, 소유 없이, 정결 안에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복음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2)그리스도의 부당한 여종이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코의 작은 나무인 글라라는 인노첸시오 교황 성하와 교회법에 따라 선출되는 그의 후계자들과 로마교회에서 순종과 존경을 약속합니다.

3)그리고 글라라가 회개할 무렵 자기 자매들과 함께 복되신 프란치스코에게 순종을 약속한 것과 같이 그분의 후계자들에게 똑같은 순종을 어김없이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4)그리고 다른 자매들은 복되신 프란치스코의 후계자들과 글라라 자매와 교회법에 따라 선출되는 그의 후임 원장들에게 항상 순종할 의무가 있습니다.


[숨은설명:시작]
( 이것은 프란치스꼬 성인을 창설자로 내세우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것만이 아니고 작은 형제회 의 회칙이 이미 인준되었기 때문에 교황으로부터 회칙 인준을 받기 위한 목적도 지니고 있 다. 
가난한 자매들의( 프란치스꼬 제2회라고도 불리는 글라라회의 원명칭(原名稱)을 「가난한 자매들의 회」라고 글  라라 성녀가 지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자기 수도회를 「작은 형제회」라고 한 것처럼 글라라  도 이 명칭으로 자기 수도회의 특징 즉 “사랑 안에서의 일치와 지극히 높은 가난”을 표현하고  자 한다. 「글라라회」나 「프란치스꼬 제2회」라는 명칭을 글라라 성녀가 세상을 떠난 후  붙여진 명칭이다.
수도회 생활양식( 성 프란치스꼬나 성녀 글라라에게 있어서 생활양식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이 말이 우리에게 주  는 좁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생활 안에서 영위되는 복음적 이상을 뜻한다. 이와 같  이 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복음적 이상을 표현하는 의미에서 「회칙」이나 「생활」이  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은 순종 안에, 소유 없이, 정결 안에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복음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2) 그리스도의 부당한 여종이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작은 나무인 글라라는 인노첸시오 교황 성하와 교회법에 다라 선출되는 그의 후계자들과 로마교회에게 순종과 존경을 약속합니다. 
3) 그리고 글라라가 회개할 무렵 자기 자매들과 함께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순종을 약속한 것과 같이 그분의 후계자들에게 똑같은 순종을 어김없이 지킬 것을 약속합니다.
4) 그리고 다른 자매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후계자들과 글라라 자매와 교회법에 따라 선출되는 그의 후임 원장들에게 항상 순종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2장  이 생활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들과, 또한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 누가 하느님의 영감(靈感)을 받아 이 생활을 받아들이려고 우리를 찾아오면, 원장은 모든 자매들의 동의를 요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매들 대부분이 동의하면 우리 보호자 추기경의 허락을 받아 그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 원장은 그 지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직접 혹은 간접으로 가톨릭 신앙과 교회의 성사에 관하여 세밀하게 시험할 것입니다.
3) 그리고 그가 이 모든 것을 믿고 있으며, 이것을 충실히 고백하고 끝날 까지 실행할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으며, 또한 남편이 없거나 아니면 있을 경우에는 남편이 교구 주교의 허락으로 이미 수도원에 들어가 정결서원을 했고, 또한 이 생활을 하는데 지원자가 연령이 너무 많거나 지장이 되는 어떤 육신적 또는 정신적 병이 없으면, 그에게 우리 생활의 내용을 정성껏 설명할 것입니다.
4) 그리고 그 지원자가 적합한 사람이면, “가서 모든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도록”(마태 19,21)힘쓰라는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 그에게 들려 줄 것입니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으면 좋은 뜻으로도 넉넉합니다.
5) 그리고 주님이 그에게 영감을 주시는 대로 자기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원장과 그의 자매들은 그의 재산에 대해 관심 쓰지 않도록 유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견이 요청되면 사려 깊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몇 사람들에게 그를 보낼 것입니다. 이들의 조언으로 지원자는 자기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입니다.
6) 그 후 머리를 동그랗게 깎고 세속옷을 벗게 한 다음 수도복 세 벌과 만또를 그에게 줄 것입니다.
7) 그 후로부터 유익하고 합당한 그리고 분명하며 수락할 만한 이유가 없으면, 아무도 수도원 밖으로 나가서는 안됩니다.
8) 그리고 시련기 일 년을 마친 후, 이 생활과 우리 가난의 양식(樣式)을 영구히 지키기로 서약함으로써 그는 순종생활로 받아들여집니다.
9) 아무도 시련기간 동안 머리수건을 써서는 안됩니다. 
10) 자매들은 일과 봉사를 편리하고 청결하게 하기 위해서 앞치마를 가질 수 있습니다.
11) 그리고 원장은 각자의 필요와 장소, 기후와 추운 지방에 따라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자매들에게 옷을 분별 있게 마련해 줄 것입니다.
12) 법적 연령이 되기 전 수도원에 들어온 나이 어린이들도 머리를 동그랗게 깎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속옷을 벗은 후 원장이 판단하는 대로 수도자에 맞는 옷을 입을 것입니다.
13) 법적 연령이 되면 다른 자매들과 같은 형태의 수도복을 입고 서약을 할 것입니다.
14) 그리고 원장은 이 나이 어린이들과 다른 수련자들에게 우리가 서약한 생활양식에 맞는 거룩한 삶과 정직한 생활을 충실히 가르치기 위해 수도원의 사려 깊은 모든 자매들 중에 한 자매를 수련장( 인노첸시오 4세의 회칙이 요구하는 직책인데, 이것을 성녀 글라라가 당시 자신의 회칙 안에 받아들였다.
으로 정성스러이 정해 줄 것입니다.
15) 수도원 밖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을( 외부 활동 수녀를 말한다.
시험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위에 말한 방법을 따를 것입니다.
16) 이들은 신발을 신을 수 있습니다.
17) 우리가 서약한 생활양식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은 여자는 아무도 우리와 함께 수도원에서 거주해서는 안됩니다.
18) 그리고 아주 보잘것없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 계신 지극히 거룩하고 지극히 사랑 하올 아기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사랑으로 나의 자매들에게 훈계하고 간청하며 권고합니다 : 항상 남루한 옷을 입으십시오.


제3장  성무일도와 단식재, 고백성사와 영성체

1) 글을 아는 자매들은 작은 형제들의 관례에 다라 성무일도를 바칠 것입니다. 따라서 성무일도서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성무일도를 노래로 하지 말고 읽을 것입니다.
2) 그리고 합당한 이유가 있어 읽으면서 시간경을 바치지 못하는 자매들은 다른 자매들처럼 “주의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3) 글을 모르는 자매들은 밤기도로 “주의기도” 24번, 아침기도 5번, 일시경, 삼시경, 육시경, 구시경 등 시간경으로 각 7번, 저녁기도로 12번, 끝기도로 7번을 바칠 것입니다.( 성무일도에 있어서 성녀 글라라는 우고리노 회칙의 규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작은 형제회의 관례를 받아들이고 있다.

4) 글을 아는 자매들이 죽은 이들을 위한 성무일도를 바쳐야 할 때, 글을 모르는 자매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하여 저녁기도 시간에 “주의기도‘7번과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한 번, 밤기도 시간에 12번을 바칠 것입니다.
5) 우리 수도원의 자매가 세상을 떠날 때 자매들은 “주의기도”50번을 바칠 것입니다.
6) 자매들은 늘 언제나 단식재를 지킬 것입니다.
7) 그러나 성탄 대축일에는 그 날이 어느 요일이 되든지 간에 두 끼를 먹을 수 있습니다.
8) 원장이 판단하는 대로 젊은 자매들과 허약한 자매들 그리고 수도원 밖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에게 단식재에 대해 자비로이 관면을 줄 것입니다.
9)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 자매들은 육신의 단식재를( 성녀 글라라는 그 당시 봉쇄 수도자들이 지켰던 엄격한 단식재 및 우고리노 회칙이 자신에게 요구했던 단식재에 대한 엄한 규정을 완화시키고, 대신 단식재의 정신과 분별력과 복음적 자 유를 강조하고 있다.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10) 원장의 허락을 받아 자매들은 1년에 적어도 12번은 고백성사를 볼 것입니다.
11) 그리고 그때 고백성사와 구령에 관한 말 외에는 다른 말을 끼워 넣지 않도록 유의할 것입니다.
12) 영성체는 7번 : 즉 성탄 대축일, 성목요일, 부활 대축일, 성령강림 대축일, 성모승천 대축일, 성 프란치스꼬 대축일과 모든 성인의 날에 할 것입니다.
13) 건강한 자매들에게나 앓는 자매들에게 성체를 분배하기 위해 지도사제가 봉쇄구역 안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제4장  원장 선출과 원장 직책, 수도원 회의 그리고 다른 책임자들과 수도원 위원들

1) 원장 선출에 있어서 자매들은 법적 규범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2) 선출하는 데 있어 하느님의 말씀으로 완전한 일치와 공동 이익을 얻는 데 자매들을 이끌어 줄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나 관구 봉사자를 모시도록 사전에 힘 쓸 것입니다.
3) 그리고 서원자가 아니면 누구도 선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만일 서원자가 아닌 자매가 선출되었거나 다른 방법으로 임명되었다면,( 외부의 압력으로 임명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당시에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
우리가 서약한 가난의 양식을 지키기로 그가 서약하기 전에는 그에게 순종하지 말 것입니다.
4) 원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다른 자매를 원장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5) 그리고 만일 위에 말한 원장이 자매들에 대한 봉사와 공동 이익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자매들 모두가 생각할 경우에는, 자매들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위에 말한 규범에 따라 다른 자매를 원장과 어머니로 선출할 의무가 있습니다.
6) 선출된 자매는 자기가 어떤 짐을 짊어졌는지를 또한 자신에게 위임된 양떼에 대해 누구에게 헴바쳐야 할 것인가를 깊이 생각할 것입니다.
7) 그리고 원장은 직(職)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덕행과 거룩한 생활로써 다른 자매들보다 앞장서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자매들은 그의 표양에서 자극을 받아 두려움보다 사랑 때문에 그에게 순종하게 될 것입니다.
8) 원장은 어느 한 자매를 더 사랑함으로써 결국 모든 자매들에게 추문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 애정을 가지지 말 것입니다.
9) 또한 원장은 괴로워하는 자매들을 위로하고 시련을 겪는 자매들에게도 마지막 피난처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이는, 자매들이 만일 원장에게서 치유의 약을 찾지 못할 때 그들이 절망의 병에 휩싸이지 않기 위한 것입니다.
10) 원장은 모든 일에 있어서 특히 성당, 침실, 식당, 병실과 의복에 있어서 다른 자매들과 독같이 할 것입니다. 부원장도 이와 같이 할 의무가 있습니다.
11) 원장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자기 자매들을 수도원 회의에 소집할 의무가 있습니다.
12) 이때 원장도 자매들과 같이 공동적이고 공적인 과실과 궐함을 겸손되이 고백해야 합니다. 
13) 그리고 이때 수도원의 편익과 선익에 관해 다루어야 할 사항들에 대해 모든 자매들과 함께 의논할 것입니다. 사실 주님은 보다 좋은 것이 무엇인지 보다 작은 이에게 자주 계시하십니다.
14) 원장은 자매들의 공동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또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중한 부채를 지지 말 것이며, 져야 할 경우에는 대리인을 통해 할 것입니다.
15) 그리고 원장도 자매들과 같이 수도원에다 어떤 위탁물도 받아들이지 않도록 조심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자주 혼란이나 추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16) 서로간의 사랑과 평화의 일치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도원의 모든 직책 담당자들을 모든 자매들의 공동 동의로 선출할 것입니다.
17) 그리고 가장 사려 깊은 자매들 중에서 8명의 수도원 위원을 같은 방법으로 선출할 것입니다. 원장은 우리 생활의 양식이 요구하는 일에 대해 이들의 조언에 항상 유의할 의무가 있습니다.
18) 자매들은 유익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직책 담당자들이나 위원들을 해임시킬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해임시켜야 하며, 그들의 직책을 맡을 다른 이들을 선출할 것입니다.


제5장  침묵, 면회실 그리고 쇠창살문

1) 끝기도 시간부터 삼시경까지, 수도원 밖에서 봉사하는 자매들 외에 다른 자매들은 침묵을 지킬 것입니다.
2) 또한 성당과 침실에서는 항상 침묵을 지키고 식당에서는 식사할 때에만 지킬 것입니다.
3) 그러나 병실에서 자매들은 앓는 자매들을 위로하고 봉사하기 위해 조심하면서도 말을 항상 할 수 있습니다.
4) 그렇지만 필요한 말을 짧게 낮은 목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속삭일 수 있습니다.( 우고리노 회칙은 계속적 침묵을 요구하지만 성녀 글라라는 침묵을 기도의 분위기 및 사랑과  연관시키면서 지혜롭게 침묵의 규정을 완화시키고 있다.

5) 자매들은 원장이나 부원장의 허락 없이 면회실이나 쇠창살문에서( “쇠창살문”이란 봉쇄 수녀원의 성당 안에서 일반 신자들의 장소와 수녀들의 장소를 구분하 여 격리시키는 쇠창살로 된 문을 말한다.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6) 허락 받은 자매도 자매 두 명이 참석하여 듣고 있지 않으면 면회실에서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7) 원장에게 조언하기 위하여 모든 자매들이 선출한 8명의 수도원 위원 중에서 원장이나 부원장이 임명한 적어도 자매 3명이 함께 하지 않으면 절대로 쇠창살문에 갈 수 없습니다.
8) 원장과 부원장도 이와 같은 면회의 규정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9) 쇠창살문에서 아주 드물게 이야기해야 하며, 문에서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10) 쇠창살문 안쪽으로 휘장을 달 것이며, 누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때나, 어떤 자매가 누구와 이야기할 때가 아니면 이 휘장을 걷지 말 것입니다.
11) 쇠창살문 안쪽에 서로 다른 자물쇠 두 개와 문 걸이와 빗장들로 튼튼하게 장비된 나무로 만든 덧문을 설치해야 하며 특히 밤에는 두 개의 열쇠로 덧문을 잠가야 합니다. 열쇠 하나는 원장이 갖고, 또 하나는 제의방 책임자가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덧문은 전례에 참석할 때나 위에 말한 이유에서가 아니면 항상 잠겨져 있어야 합니다.
12) 어떤 자매든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에는 누구에게도 쇠창살문에서 이야기를 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13) 면회실 안쪽에 걷어서는 안되는 휘장이 항상 설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14) 사제에게 성사를 보기 위해서나, 원장이나 부원장의 판단에 의한 부득이한 다른 경우가 아니면, 성 마르띠노의 사순절과( 대림시기를 말한다. 
부활 전까지의 사순절 동안 아무도 쇠창살문에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제6장 자매들은 아무 재산도 소유하지 말 것입니다. 이에 대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약속의 말씀

( 성녀 글라라는 봉쇄에 대한 내용을 중단하고 여기서 가난에 대한 자신의 이상(理想)을 피력 하고 있다. 이 장(章)은 제7장 및 제8장과 더불어 이 새로운 수도생활이 지니는 형태의 본 질과 핵심을 표현해 주고 있다. 이 장(章)에서 성녀 글라라는 성 프란치스꼬가 자매들을 위 해 써 준 글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이상을 표현하고 있다.
1) 하늘의 지존하신 아버지께서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꼬의 모범과 가르침에 따라 회개생활을 하도록 당신의 은총을 통하여 황송하옵게도 나의 마음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사부님이 회개하시고 조금 지난 후 나는 나의 자매들과 함께 그분에게 지원하여 순종을 약속했습니다.
2) 복되신 사부님은 우리가 가난도 수고도 고생도 모욕도 세속의 멸시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이런 것들을 더없는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것을 눈여겨보시고 자비심으로 마음이 움직여 다음과 같이 우리를 위해 생활양식을 써 주셨습니다 : “여러분은 하느님의 영감으로 거룩한 복음의 완덕을 따라 사는 것을 선택하셨기에, 지극히 높으신 왕,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달과 여종들이 되시고 성령의 정배들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형제들에 대해 갖고 있는 정도로 여러분에 대해서도 직접 혹은 나의 형제들을 통하여 항상 애정 어린 보살핌과 특별한 관심을 가질 것을 원하고 약속합니다.” 살아 계실 때 그분은 이 약속을 충실히 지키셨고 형제들도 이것을 항상 지키기를 원하셨습니다.
3) 그리고 우리는 물론 우리 뒤에 들어올 자매들도 우리가 받아들인 지극히 거룩한 가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떠나시기 조금 전에 당신의 마지막 뜻을 또다시 밝히시며 말씀하셨습니다 : “나 작은 형제 프란치스꼬는 지극히 높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생활과 가난을 따르고 끝날 까지 그 생활 안에 항구하기를 원합니다. 나의 자매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간청하며 권고합니다 : 지극히 거룩한 이 생활과 가난 안에서 항상 살아가십시오. 그리고 누구의 가르침이나 권고 때문이라도 이 생활을 절대로 떠나지 않도록 온갖 조심을 다하십시오. ”
4) 그리고 우리가 주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약속한 거룩한 가난을 내가 나의 자매들과 함께 지키려고 항상 열심히 애쓴 것같이, 나의 후임자가 되는 원장들과 모든 자매들도 끝날 까지 어김없이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
5) 즉, 직접 혹은 간접으로 재산이나 토지 혹은 토지라고 말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받아들이거나 소유하지 말 것입니다. 단, 수도원의 정숙(靜淑)과 격리를 위해 요구되는 정도의 토지는 제외됩니다. 자매들이 필요로 하는 밭 외에는 이 당을 경작하지 말 것입니다.


제7장  일하는 자세

1) 주님으로부터 일하는 은총을 받은 자매들은 삼시경 후에 일할 것이며, 올바르고 공익이 되는 일을 충실히 또 헌신적으로( 이렇게 번역할 수도 있다 : “깊은 신앙심과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으로서.”
할 것입니다.
2) 이렇게 함으로써, 영혼의 원수인 한가함을 피하는 동시에, 거룩한 기도와 신심의 정신을 끄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현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이 정신에 이바지해야 합니다.
3) 원장이나 부원장은 회의 때 모든 자매들 앞에서 각자가 해야 할 손노동을 할당할 의무가 있습니다.
4) 자매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이 애긍을 보내 줄 때에도 그 은인들을 공동으로 기억하도록 이와 같이(회의 때) 해야 합니다.
5) 그리고 원장이나 부원장은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이 모든 애긍물들을 공익을 위해 분배할 것입니다.


제8장 자매들은 아무것도 자기 소유로 하지 말 것입니다;
얻어야 할 동냥과 앓는 자매들


1) 자매들은 집이나 장소나 어떤 물건, 그 어느 것도, 자기 소유로 하지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순례자나 나그네같이(참조:1베드로 2,11) 가난과 겸손 안에서 주님을 섬기며 신뢰심을 가지고 동냥하러 보낼 것입니다.
2) 그리고 주님이 우리를 위하여 이 세상에서 스스로 가난한 사람이 되셨으니(참조: 2고린 8,9) 부끄러워할 것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극히 사랑하는 나의 자매 여러분을 하늘나라의 상속자와 왕이 되게 하고 물질에 가난한 사람이 되게 하면서도, 덕행에 뛰어나게 하는(참조: 야고2,5) 지극히 높은 가난의 탁월성입니다. 이것이 “생활하는 사람이 땅으로”(참조: 시편 141,6) 인도하는 여러분의 몫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극히 사랑하는 자매들, 이 가난에 완전히 매달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이름 때문에 하늘 아래서는 결코 다른 어느 것도 가지기를 원치 마십시오.( 글라라가 요구하는 가난은 프란치스꼬와 같이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가난이다.  공동체가 가난의 증거를 통해 하늘나라를 향하여 걸어간다는 종말론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  다.

3) 어떤 자매도 원장의 허락 없이 편지를 보내거나 외부로부터 어떤 것을 받거나 수도원의 것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4) 누구도 원장이 주었거나 허락하지 않은 것은 어느 것도 가져서는 안됩니다. 
5) 친척이나 다른 사람이 어떤 자매에게 무엇을 보내면 원장은 그것을 그 자매에게 줄 것입니다. 그 자매에게 그것이 필요하면 그가 사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자매에게 사랑으로 나눌 것입니다.
6) 그러나 돈을 보내 주면, 원장은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그 자매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주도록 할 것입니다.
7) 앓는 자매에게 있어, 원장은 직접 또한 다른 자매들을 통하여 그의 병을 치료하는 데 대해 문의할 뿐만 아니라 음식과 다른 필요한 것을 알아 볼 준엄한 의무를 갖고 있으며 수도원의 형편에 따라 사랑과 어진 마음으로 그에게 마련해 줄 것입니다.
8) 사실 모든 자매들은 자기가 병이 나면 자기 자신을 돌보아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앓고 있는 자기 자매를 돌보아 주고 봉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난과 사랑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앓는 자매들에게 봉사하는 그 사랑 안에서 가  난의 풍요함이 드러난다. 

9) 자매들은 신뢰심을 가지고 필요한 것을 서로간에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자기 육신의 딸을 사랑하고 기른다면(참조 : 1테살 2,7) 각자는 자기 영신의 자매를 한층 더 정성 되이 사랑하고 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10) 앓는 자매들은 짚을 넣은 요에 누워 있을 수 있고 깃털을 넣은 베개를 머리맡에 벨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자매들은 털양말과 이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1) 수도원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위에 말한 앓는 자매들을 문병하고 이야기할 때, 앓는 자매 각자는 감화되는 몇 마디 말로 그들에게 간단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12) 그러나 다른 자매들은 말할 허락을 받았어도, 원장이나 부원장이 임명한 수도원 위원 두 명이 자리를 함께 하여 듣고 있지 않으면, 수도원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말 것입니다.
13) 원장과 부원장도 이와 같은 말의 규정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제9장  죄지은 자매들에게 주어야 할 보속,
수도원 밖에서 봉사하는 자매들( 글라라는 성 프란치스꼬의 회칙처럼 먼저 육신적으로 앓는 자매들에게 대해 말한 다음 영신  적, 정신적으로 앓는 자매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1) 자매들 중에 누가 원수의 충동으로 우리가 서약한 생활양식을 어기면서 대죄를 지었을 때, 원장이나 다른 자매들이 그에게 두 번이나 세 번 충고를 해 주어도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반항하는 그 날수만큼 식당에서 바닥에 앉아 모든 자매들 앞에서 빵과 물만 먹는 보속을 받을 것입니다. 원장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면 더 엄한 보속을 줄 수 있습니다.
2) 그가 반항하는 동안 다른 자매들은 주님이 그의 마음을 회개에로 비추시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3) 그리고 분노와 흥분은 본인과 다른 사람들에 있어 애덕의 장애물이 되므로 원장과 그의 자매들은 누구의 죄 때문에 화내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입니다.
4)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만, 자매와 자매간에 말이나 몸짓으로 분노와 악표양이 되는 일이 혹시라도 생긴다면, 분노의 원인을 불러일으킨 자매는 즉시, 주님 앞에서 자신의 기도 예물을 드리기 전에(참조 : 마태 5,23), 그 자매의 발 앞에서 겸손되이 엎드려 용서해 달라고 청할 뿐만 아니라 주님이 자신을 용서해 주시도록 자기를 위해 주님께 간구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것입니다.
5) 그리고 다른 자매는 “너희가 진심으로 서로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시지 않을 것이다”(참조 : 마태 6,15;18,35)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자기가 받은 모든 해(害)에 대해 자기 자매를 너그러이 용서할 것입니다.
6) 수도원 밖에서 봉사하는 자매들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7) 그리고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표양을 항상 보여 줄 수 있도록 정숙하게 행동하며 말을 적게 할 것입니다.
8) 그리고 남자들과 의심스러운 교제나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단단히 조심할 것입니다.
9) 또 남자나 여자의 대모가 되지 말 것입니다. 이로 인해 비평이나 동요(動搖)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10) 그리고 세 속의 화젯거리를 수도원에 감히 끌어들이지 마십시오.
11) 또한 수도원 내에서 일어나는 말이나 일에 대해 그것이 추문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면 외부로 끌어내지 말아야 할 준엄한 의무가 있습니다.
12) 만일 어떤 자매가 이 두 가지 점에 있어서 악의 없이 잘못을 저지를 때, 원장의 판단대로 너그럽게 보속을 그에게 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자매에게 이것이 악습이 되었다면 원장은 수도원 위원들의 조언을 들어 그 잘못의 비중에 따른 보속을 그에게 줄 것입니다. 


제10장  자매들에게 주는 권고와 훈계

1) 원장은 자기 자매들을 권고하고 방문하여 겸손과 사랑으로 훈계할 것이며 그들의 영혼과 우리가 서약한 생활양식에 반대되는 것을 명하지 말 것입니다.
2) 그리고 아랫사람이 된 자매들은 하느님 때문에 자기 의지를 포기했다는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매들은 영혼과 우리가 서약한 생활에 반대되지 않는 한, 주님께 지키기로 약속한 모든 일에 있어 자기 원장들에게 순종할 준엄한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3) 그리고 주인이 하인을 대하는 것처럼 자매들이 원장에게 말하고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원장은 자매들에게 깊은 애정을 보여 줄 것입니다. 사실 그래야 합니다. 원장은 모든 자매들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4) 그래서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훈계하며 충고합니다 : 자매들은 어떤 교만과 헛된 영광, 질투와 탐욕, 이 세상 근심과 걱정, 중상과 비평, 불화와 분열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5) 오히려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하는”(골로 3,14) 서로간의 사랑의 일치를 항상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6) 글 모르는 자매들은 글을 배우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7) 오히려 무엇보다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로 이것을 얻도록 힘쓰십시오 : 즉, 주님의 영과 그 영의 거룩한 활동을 마음에 간직하고, 주님께 깨끗한 마음으로 항상 기도하고 시련과 병고에 겸허하고 인내하며, 또한 우리를 박해하고 책망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힘쓰십시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끝까지 참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하고 주님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제11장  봉쇄( 봉쇄 규정에서만 우고리노와 인노첸시오 4세의 규정보다 글라라의 규정이 더 엄격하다.

1) 문지기 자매는 성숙한 품격과 분별력을 지니고 적당한 연령에 이른 사림이어야 합니다. 그는 낮에는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이 없는 트인 작은 문간방에 머무를 것입니다..
2) 그리고 필요할 때에 모든 일에 있어 문지기 자매의 역할을 대신할 다른 적당한 자매가 임명되어야 합니다.
3) 그리고 수도원 문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물쇠와 문 걸이와 빗장으로 튼튼하게 장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4) 특히 밤에는 문을 두 개의 열쇠로 잠가야 하고, 열쇠 하나는 문지기 자매가 갖고, 다른 하나는 원장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5) 그리고 낮에는 문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열쇠 하나로 잠가야 합니다.
6) 되도록 가장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는 문을 절대로 연 채로 두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여 힘 쓸것입니다.
7) 교황 성하나 우리 보호자 추기경이 허락한 사람 외에는 들어오려고 하는 어떤 사람에게도 문을 절대로 열어 주지 말아야 합니다.
8) 분명하고 온당하며 피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니고는 자매들은 해뜨기 전에 수도원에 들어오거나 해진 다음에 수도원 안에 남아 있는 것을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말 것입니다.
9) 원장의 강복식을 위해서나 어떤 자매를 수녀로서 축성하기 위해서나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서 어떤 주교가 봉쇄구역 안에서 미사를 집전하도록 허락을 받았다면, 그는 되도록 덕이 많은 소수의 동료들과 수행원들을 동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10) 어떤 작업을 하기 위해 수도원 안으로 일꾼들이 들어와야 할 경우에 원장은 다른 사람들에게가 아니고 그 작업을 맡은이들에게만 문을 열어 줄 적당한 자매를 신중히 정할 것입니다.
11) 이런 경우에 자매들은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입니다.


제12장  시찰자, 지도사제와 그의 동료들, 보호자 추기경

1) 우리 시찰자는 우리 보호자 추기경의 뜻과 명에 따라 언제나 작은 형제회의 회원이어야 합니다. ( 작은 자매들의 첫 번째 시찰자는 시토회(會)의 암브로시오 신부(1218~1219)였고, 두 번째는  작은 형제회 소속의 필립보 롱고 신부(1219~120)였으며, 세 번째는 교구 소속의 브르네또  신부(1224)였는데, 성녀 글라라의 이 규정은 프란치스칸 이상(理想)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  찰자를 체험 한데서 나온 것이다.

2) 그는 또한 성실한 인격과 품행을 지닌 자로 널리 아려진 그러한 사림이어야 합니다.
3) 그의 임무는 우리가 서약한 생활양식을 거슬러 범한 과실은 머리에서부터 지체들에게까지 견책하는 것입니다.
4) 그는 다른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트인 장소에 있으면서 보다 합당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시찰 임무와 관계되는 일들에 관해서 여러 자매들과 혹은 각 자매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5) 이 외에 위에 말한 작은 형제회가 지도사제와 그의 동료로서 평판이 좋고 사려 깊은 다른 성직자 한 사람을 배려해 왔고, 또한 가난한 처지에 있는 우리를 돕도록 거룩한 생활과 덕행을 사랑하는 평형제 두 사람을 자비롭게도 항상 배려해 왔듯이, 우리는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어지심을 생각하시어 앞으로도 이러한 은혜를 베풀도록 귀 수도회에 간청하는 바입니다.( 글라라의 이 요청은 작은 형제회와의 일치 안에 형제회로부터 영신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받 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수녀원의 증가 및 자매들의 과중한 요구 로 인해 작은 형제회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다라서 이것이 작은 형제회의 총회 때마다 문제 거리로 등장했다.

6) 지도사제는 동료와 함께가 아니면 수도원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7) 이들은 들어와서 항상 서로 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항상 그들을 볼 수 있도록 트인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8) 이들은 면회실에 갈 수 없는 앓는 자매들에게 고백성사를 주고 성체를 영해 주며 또한 병자성사를 주고 임종기도를 하기 위해 봉쇄구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9) 또한 죽은 이들의 장례식과 성대한 장례미사를 거행하기 위해서, 그리고 묘를 파거나 열고 또는 정리하기 위해, 원장의 지혜로운 판단에 따라 필요한 인원의 적당한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10) 이 외에도 자매들은 교황 성하께서 작은 형제들을 위해 거룩한 로마교회의 추기경들 중에서 임명하신 추기경을 우리들의 지도자요 보호자요 감사관으로 항상 모실 준엄한 의무가 있습니다.
11) 그래서 자매들은 거룩한 교회의 발아래 항상 매여 순종함으로 가톨릭 “믿음의 기초 위에 굳건히 서서”(골로 1,2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신 어머니의 가난과 겸손과 위가 굳게 서약한 거룩한 복음을 영원히 실행할 것입니다. 아멘.

《뻬루지아에서 교황 인노첸시오 성하 즉위 제10년(1252년) 9월 16일, 라이날도 추기경.

그러므로 아무도 우리가 확인하는 이 기록을 깨뜨리거나 이에 무모한 반대를 하지 말 것입니다. 누가 무엄하게도 이런 행동을 하려고 하면 전능하신 하느님과 복되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진노하심을 당하게 될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아씨시에서 교황 즉위 제11년(1253년) 8월 9일》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의 글

머릿말

글라라는 회칙과 유언과 축복 그리고 5통의 편지만을 남겨 놓았다. 이처럼 얼마 안 되는 글라라의 글들은 가난과 겸손 안에서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그녀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글라라의 글들은 프란치스칸 유산(遺産)에 있어서 크나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회칙만 보더라도 글라라가 그녀의 수도생활에서 프란치스꼬의 이상을 얼마만큼 받아들였는가를 알 수 있다. 글라라가 쓴 회칙에서 우고리노와 교황 인노첸시오 4세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지만, 글라라의 회칙은 분명히 프란치스꼬의 가르침과 모범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사실 교회에 대한 순종과 절대적인 가난의 생활과 형제들로부터 받아야 하는 영신지도에 있어서 글라라는 세 번씩이나 프란치스꼬를 그 동기(動機)로 내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글라라는 작은 형제들의 회칙을 자주 인용하고 있다. 글라라는 우고리노와 인노첸시오 4세의 회칙으로부터 문지기 자매, 면회실 그리고 지도사제 등의 규정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2차적인 요소들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글라라가 쓴 회칙은 프란치스꼬의 회칙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글라라 회칙과 프란치스꼬 회칙과의 중요한 차이점은 봉쇄 규정에 있다. 「가난뱅이」 프란치스꼬는 제2회칙 3장 이하(以下)에, 자기의 생활을 세상에 살면서 복음을 선포하는 순례자와 나그네 생활로 특징지었다. 이에 반(反)하여 글라라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하는 서로간의 사랑의 일치를 항상 유지”하기 위하여 봉쇄생활을 택하였다. 가난한 자매들의 생활은 각 자매의 영적인 생활과 공동체 안에서의 사랑의 생활로 표현된다. 이 생활의 특수한 점은 자매들의 단순한 노동과 애긍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극도의 가난에 있다. 이와 같이 글라라의 회칙은 프란치스꼬의 회칙보다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깊은 영적 생활이 없으면 이 생활을 할 수 없다. 
프라하의 아녜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그녀의 깊은 영성을 알 수 있다. 이 편지들은 19년에 걸쳐서 씌어졌기 때문에 글라라의 수도생활에 관한 성숙의 과정을 볼 수가 있다. 첫째 편지에서는 세속생활과 영성생활의 차이를 대조시키고 있으나, 둘째 편지에서는 가난가 관상을 취급하기에 이른다. 셋째 편지에서는 엄격함과 어려움에 대항하여 투쟁하는 아녜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하여 가난과 관상의 생활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그리고 넷째 편지에서는 죽음에 임박한 글라라가 자기가 체험한 기쁨과 평화를 넘치도록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 넷째 편지는 아름다운 영성 문학 작품 중의 하나이다.
유언은 글라라의 심오한 이상을 반영해 주며 그녀의 정신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글라라가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은혜의 선물 특히 성소에 대해서 벅찬 감사를 표하는 첫 부분에서 이 글의 주제를 설정하고 있다. 다라서 유언을 읽을 때는 감사의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이 글에 담겨진 권고들과 격려의 말은 하느님의 선하심과 돌보심 그리고 사랑을 체험하고 나서 자기의 자매들도 같은 체험을 하기를 열망하는 한 여인에게서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다. 글라라도 유언에서 프란치스꼬의 유언과 같이 넘치는 감사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또한 글라라의 유언을 여성다운 감수성과 직관과 상냥함을 드러내고 있는, 여성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글라라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비록 교황청으로부터 회칙을 인준받기 전에 이 유언을 작성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그녀가 지닌 힘과 지금까지 자신이 영위해 온 생활에 대한 신념과 깊은 신앙심을 발견할 수 있다.


글라라의 영성

글라라 사후(死後) 7년이 채 못 되어 프란치스꼬의 위대한 제자였던 세라핌적 학자인 성 보나벤뚜라는 프란치스칸의 독특한 이상을 정립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와 글라라회의 가난한 자매들의 보호자가 된지 2년 후 보나벤뚜라는 평화를 찾고자 라베르나 산에 갔고, 거기에서 아씨시의 가난한 자매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면서 편지를 썼는바, 거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 “작고 가난한 사람이었던 성 프란치스꼬를 도구로 삼아 성령께서 글라라를 가르치셨으니, 여러분도 여러분의 거룩한 어머니(글라라)의 발자취를 성실히 따라가기를 바랍니다”(성 보나벤뚜라 전집 Ⅷ, 둘째 편지)). 이 문장은 그리스도교 영성의 역사에 있어서 프란치스꼬와 글라라의 관계와 위치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프란치스꼬도 글라라도 이끌어 주신 분이 성령이시기에, 아씨시의 이 두 위대한 성인들이 지닌 전적인 일치성을 성령의 신적인 힘을 이해함으로써만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다. 성령의 이끄심을 받은 그들은, 아버지와 아드님의 내적 생명에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고 또한 인간 상호간 및 피조물에 대한 심오한 사랑에로 우리를 강하게 이끄시는 성령의 역사 하심을 분명히 증거해주는 상징들이 되었다.
그렇지만 글라라가 한 여성으로서 도한 사부 프란치스꼬의 충실한 제자로서 프란치스칸 이상을 자신의 고유한 관점에서 표현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글라라는 프란치스꼬의 카리스마를 받아들여 여성들에게 적용시켰으며, 또한 그 카리스마의 풍요롭고 영구한 가치들을 증대시켰다. 프란치스칸 전통에 끼친 그녀의 위대한 공헌은 자기가 이 「가난뱅이」로부터 받았고 또 세속에서 소위 지혜롭다는 자들이 도전했던 그 가난의 카리스마를 지칠 줄 모르고 방어한 데에 있다. 사부님을 잃고 그의 강력한 현존을 그리워하던 때, 글라라는 형제들에게 프란치스칸 정신을 전수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글라라가 프란치스칸 영성에 끼친 독특한 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세속과의 실질적인 별리(別離)인 봉쇄, 2)극단적인 가난의 추구, 3)서로간의 사랑의 일치를 유지하려는 노력. 이 요소들은 프란치스꼬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글라라의 글에서 더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세속과의 실질적인 별리(別離)인 봉쇄

성 다미아노의 가난한 자매들이 봉쇄생활을 하도록 한 규정이 실제 언제 생겼는지 분명치가 않다. 13세기 초 수도생활을 택한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세속과 떨어져 살게 되어 있었다. 글라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라라의 글을 세밀히 검토해 볼 때 성 다미아노 수녀원은 시초부터 엄격한 봉쇄의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 즉 글라라는 그곳에 살게 되자마자 봉쇄생활에 들어갔고, 그 생활을 받아들인 다른 자매들도 봉쇄생활을 하였다. 의심할 여지없이 봉쇄에 관한 규정이 1218년 아니면 1219년 우고리노 추기경의 회칙에서 공포되었다. 교황이 그녀의 복음에 대한 자신의 이상(理想)에 어긋나는 다른 규정을 제시했을 때 그 교황에게 도전할 만큼 강했던 글라라가 엄격한 봉쇄를 명하는 회칙을 기꺼이 수락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실상 글라라는 우고리노 회칙에 담겨 있는 같은 규범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수도생활 시초부터 지켜 왔던 그 봉쇄규정을 자기 자신의 1253년의 회칙에다가 도입시켰다. 가난한 자매들의 보호자 추기경이었던 라이날도 추기경이 “봉쇄 안에 머물고 또한 최고의 가난 안에서 주님을 섬기기로 선택한” 글라라의 결심을 인정하면서 글라라의 회칙 서문에 삽입시킨 자신의 편지에서 바로 이 점을 강조하였다. 
수도생활의 역사를 통해서 봉쇄의 시학이 점차로 발전하였다. 글라라는 수도원 세계의 봉쇄신학을 이어받은 사람이었고 또한 13세기 초기의 여성으로서 이전(以前)의 창설자들이 지녔던 봉쇄에 관한 이상과 순수성에로 되돌아가고자 하였다. 글라라는 이전 수도자들이 겪어야 했던 많은 어려움 들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의심치 않고 봉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지만, 가난과 관계되는 동산(動産) 및 부동산(不動産)의 수용이라는 악습을 수도원 전통에서 정화시켰다. 가난한 자매들의 봉쇄는 모든 선이 연유하는 그 하느님께 뿌리를 두지 않는 온갖 망상과 매력과 기대를 포기하는 특징을 지녔다.
역사상 프란치스칸 가난을 방어하려는 피나는 노력에 있어 첫 자리를 차지했던 글라라는 이전(以前)의 규정들이 지니지 못했던 열과 힘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봉쇄를 자신 및 자매들의 수도생활에 있어서의 필수적인 요소로 비중을 두었다는 것의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우고리노가 자신의 회칙에서 그들에게 대해 언급한 바와 같이 “성 다미아노의 가난한 봉쇄 수녀들”의 생활은 새로운 요소인 극단적 가난의 삶을 봉쇄의 신학에 주입시켰다.


극단적인 가난의 추구

이렇게 볼 때, 글라라가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편지를 써 보내어 현세의 왕국이 지니는 영화를 버리고 봉쇄생활을 받아들이도록 격려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글라라가 생각한 바대로 가난한 자매들의 수도원 봉쇄는 영원한 부요와 영광과 영예를 담고 있는 천상낙원의 상징이다.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낸 첫째 편지는,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글라라가 지니고 있는 지칠 줄 모르는 신앙을 명백히 그러내 주고 있다. 글라라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가난을 사랑하고 포옹하는 이들에게는 영원한 부(富)를 부여하는, 오 복된 가난이여!

그녀는 다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그대는 영예보다 이승의 멸시를, 지상의 부(富)보다 가난을 택하였고 또한 이승에 보다는 ‘좀 먹거나 녹슬어 못쓰게 되는 일도 없고 도둑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가지도 못하는 하늘에다 보물을 쌓기로 하였으니’(마태 6,20), 그대의 상급은 하늘나라에서 엄청나게 클 것입니다.”

글라라가 아녜스에게 “오직 가난한 이에게만 주님이 하늘나라를 약속하시고 주신다는 것을 그대가 알고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라고 상기시킬 때, 이러한 확신이 더한층 강력하게 서술되고 있다. 

프란치스꼬의 글과 글라라의 글 사이의 흥미로운 차이점은 가난에 대한 강조 점이다. 프란치스꼬에게 있어서 그리스도께서 성부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하시려는 것이 그리스도로 하여금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을 비우시게끔 했다(참조 : 필립 2,6-11 ;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Ⅱ). 이와 같이 프란치스꼬는 가난의 실천보다 순종의 실천에 대해서 더 많이 썼다. 한편 글라라는 자신의 관심을 늘 “가난하신” 그리스도께 고정시켰기 때문에 가난의 중요성을 더없이 강조했다. 인류가 “영적으로” 빈궁하여 영원한 가치들을 빼앗겼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육신적으로”가난하고 무력하게 하시어 영적인 부요를 가져다주시고 인간으로 하여금 하늘나라를 소유할 수 있게 하셨다. 그러므로 영적 생활은 지극히 완전한 가난을 지킴으로써 가난하신 그리스도께 자기 자신을 일치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다. 글라라는 가난을 삶으로써 자신과 자신의 자매들이 하늘나라로 인도해 주는 그 “좁은 길”로 들어가기를 택했다고 주장한다.
글라라는 회칙 전체에서 그리스도의 가난을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있다. 가난은 입회의 기본 조건이며, 가난은 프란치스꼬가 그들을 위해 써 준 생활양식의 핵심이며, 가난은 하느님과의 일치 및 서로간의 일치를 이루고 유지하는 수단이다. 글라라의 회칙을 표면적으로 훑어보더라도 가난이 성 다미아노 수녀원의 전 생활에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글라라는 프란치스꼬가 지닌 가난의 카리스마를 깊이 이해했고 프란치스꼬와 같은 방법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이들에게 이 카리스마가 지니는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1228년 9월 17일에 글라라에게 베풀어 준 “가난의 특전”에서 그녀의 가난에 대한 헌신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

“명백히 드러난 바와 같이 여러분은 하느님께만 헌신코자 하는 갈망에서 현세의 물질에 대한 욕망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를 위해 가난한 자 되시고 길과 진리와 생명이 되신(요한 14,6) 그분의 발자취에 만사에 있어 매달리기 위하여 여러분은 모든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고, 그 어느 것도 소유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가진 것이 부족하다고 해서 여러분은 그러한 결심을 거두지 않을 것입니다. 천상 신랑의 왼팔이 여러분의 머리 밑에서, 여러분이 질서 있는 사랑으로 영의 법에다 종속시켜 굴복케 한 여러분의 그 육신 안에 있는 약점을 부축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의 새들을 먹여 주시고 들의 백합화를 입히시는 그분께서 음식과 의복에서 여러분을 저버리지 않으실 것이다, 마침내 그분 친히 오셔서 영원히 여러분에게 당신 자신을 바치실 것이며, 더 나아가서 그분의 오른팔이 천국에서 복되게도 여러분을 안아 주실 것입니다.
아무도 여러분으로 하여금 재산을 소유하도록 강요하지 말게 해 달라고 여러분이 요청한 대로, 우리는 지극히 높은 가난에 대한 여러분의 결심을 사도적 은혜로 견고히 하고 이 칙서의 권한으로 확인하는 바입니다.”


서로간의 사랑의 일치를 유지하려는 노력


교황 그레고리오 9세가 이토록 극찬한 이 가난은 글라라에게 하느님께 대한 한없는 넓이와 그분의 현존에 대한 개방성을 가져다준다. 이 가난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소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악습과 죄악을 알게 하는 외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성사적인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절대적 가난의 이러한 추구는 글라라와 그의 자매들이 포옹한 공동생활에는 물론 관상적 이상에도 완전하게 연결된다. 글라라 회칙에 대한 교황 인노첸시오 4세의 칙서에 “거룩한 일치”와 “지극히 높은 가난”의 개념이 연결되어 반복되는 것을 수도생활이 지니는 이들 두 측면의 연관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이 두 개념의 중심에는 주님의 영이 자리하고 계시다. 프란치스꼬가 신자들에게 보내신 편지Ⅰ에서 이것을 분명히 증거 한다 : “주님의 영이 그들 위에 내리시어…, 그들은 아버지의 일을 하기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들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정배들이요 형제들이요 어머니들이 됩니다.” 글라라는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 Ⅰ에서 이 주제를 반향시키면서, 가난을 하느님과의 관계에로 인간을 이끌어 주는 도구로 보고 있다. 이미 그리스도와 정혼하여 그분의 정배 되었으므로 글라라는 아녜스로 하여금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바라보면서 가난을 사랑하는 데에 더욱 매진하도록 격려해 주고 있다. 그래서 글라라는 이 편지에서 가난과 관상을 연관시키고 있다 : “ 그대는 지극히 거룩한 가난에 열광적이고 … 그분과 영적인 혼인으로 결합했습니다.”
아씨시의 「가난뱅이」프란치스꼬를 따르는 다른 어떤 제자보다도 글라라가 가난하고 관상적인 여인으로 나타난다. 그녀가 쓴 편지들은 자신의 생활이 지니는 이 요소들을 명확히 드러내 주고 있으며, 또한 그녀가 이 요소들을 어떻게 강화시켰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글라라는 아녜스에게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주님의 영이 그대를 부르신 그 완덕 안에 그대의 서원을 지존하신 님께 채워 드리지 못하게 하려고 그대의 길에다 장애물을 놓거나 그대의 생활양식을 거두게 하는 자를 아무도 믿지 말고 그런 자들에게 동의하지 마십시오.” “가난한 동정녀여,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포옹하십시오… 그대의 정배를 닮으려는 열망으로 바라보며 깊이 생각하고 관상하십시오.” 이러한 노력의 골과는 그리스도안에 찾게 되는 하느님의 계시에 초점을 두는 놀라운 그리스도론 이며 이는 프란치스꼬의 삼위일체 영성을 진일보시키는 것이다. 한편 프란치스꼬 천상의 아버지와의 영적인 관계를 강조함에 비해, 글라라는 우리를 부유하게 하기 위하여 가난을 택하신 사랑하는 아드님으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정배이신 하느님을 강조한다.
글라라의 글에는 주님의 영께서 이루어 좋으신 그 일치의 유대를 보존하려는 계속적인 노력과 갈망이 들어 있다. 만약 가난이 하느님 곧 성부와 성자와 성신과 글라라와의 관계를 이루는 데 있어서 선결 사항이 된다면, 관상이란 평화가 충만한 가운데 삼위일체를 누리는 것이고, 또한 프란치스꼬가 보여주는 그 생활이 지니고 있는 카리스마를 보다 강렬하게 생활하는 수단이 된다.
글라라 회칙에는 진일보된 차원을 지니는데, 그것은 영께서 그리스도와 그의 자매들을 한데 묶으시는 강렬한 공동생활인 것이다. 글라라는 회칙 10장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완전하게 하는 서로간의 사랑의 일치를 항상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이 말은 아씨시의 「가난뱅이」를 따르는 이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 은총의 선물인 형제애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자매들을 하느님의 내적 생명 안에 존재하는 그 심오한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서로 떠받드는 공동체를 넘어서서 하나의 구원의 도구로 나타난다. 글라라의 영성생활에서의 이 관점이 프라하의 복녀 아녜스에게 보내신 편지Ⅳ에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 있다 : “영혼의 혀가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제 육신의 혀는 그대에 대한 나의 사랑 안에서 침묵토록 하겠습니다. 오 복된 딸이여, 그대에 대하여 내가 지니고 있는 사랑을 육신의 혀는 말로 더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이 글에 반쯤은 표현되었습니다.”
영성생활을 인식함에 있어서의 글라라의 천재성을 그녀의 회칙에 잘 나타나 있다. 즉 글라라는 프란치스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의 공동체로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 계시의 그 놀라운 신비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 성 다미아노 수녀원의 봉쇄생활에서 자매들이 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일치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매일매일 무진 애를 썼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기가 없다. 


결론

현대의 많은 전기작가들이 프란치스꼬의 제자들 중에 가장 헌신적으로 그를 따랐던 아씨시의 글라라와 프란치스꼬와의 관계를 상상하여 낭만적으로 묘사하였다. 이들은 프란치스칸 영성에 있어서 글라라의 중요한 역할을 너무 그늘 속에 두는 경향이 있다. 주님의 영은 프란치스칸 이상을 이 고결한 여인을 통해서 순수하고도 찬란한 방법으로 표현하셨고 성녀의 동시대인들이 그녀의 이상을 깊이 숙고하도록 하였다.
여성들이 봉쇄 안에서만 수도생활을 해야만 했던 13세기에 왜 글라라가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상상할 수가 없다. 아마도 글라라가 몇 세기 후에 태어났다면 활동과 사도직의 생활을 통해 복음을 전파하는 활동적인 여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섭리는 그녀를 역사 안에서 아씨시의 프란치스꼬의 이상을 강하고도 빛나게 표현하는 인물로 내세우셨다. 성 다미아노 수녀원 봉쇄 안에서의 글라라의 긴 생애는, 그 작은 성당의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어 기도할 때 교회를 재건설하라고 부르시는 음성을 들은 프란치스꼬의 영성의 핵심을 고유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성녀 글라라의 자매들이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봉쇄생활을 하면서 글라라의 이 유산을 지켜 왔다. 작은 형제들은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면서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하며 도 그 때문에 고통을 겪어 왔다면, 글라라회 자매들은 프란치스칸 이상의 핵심에 있는 가난과 관상의 견고하고도 겸허한 횃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