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자아가 죽고 새 자아가 태어나는 변화의 고독을 어떻게 좀 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까? … 고독 속에서 나는 모든 디딤돌을 치운다. 친구와
대화도 없고 전화도 걸지 않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고
독서로 마음을 산만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 혼자이다. 벌거벗고 무력하고 연약하고 죄 많고 깨지고 빈손인
채로. 무의 상태, 내가 고독 속에서 직면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 무의
상태이다. 무(無)란, 내 속의 전 존재가 금방이라도 친구나 업무나 오락
으로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자신의 무를 잊어버리고 스스로 뭔가 대단한 존재라 믿고 싶은 것이다.
고독 속에 머물기로 결단하는 순간 번잡스런 생각과 산만한 이미지와
어지러운 공상과 이상한 연상이 내 마음 속을 헤집고 돌아다닌다.
분노와 탐욕이 흉측한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어두운 무의 심연에서 벗어나 온갖 허식으로 거짓 자아를 되찾으려 한다.
-헨리 나웬,「꼭 필요한 것 한 가지 기도의 삶」에서
♣모든 유혹의 객들이 문을 두드리다 지쳐 내게서 손을 뗄 때까지 고독을
포기하지 않고 골방에 남아 있는 것, 그것이 관건이다.……자신의 두려운
무와 직면할 때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 조건 없이 온전히 자신을 내어
드릴 수박에 없다.
이것이 광야가 가르치는 지혜이다. 혼자서는 ‘죄악의 신비’를 무사히
대면할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만이 악의 세력을 이기실 수 있다. 그분
안에서, 그분을 통해서만 우리는 고독의 시련을 견뎌낼 수 있다. -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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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