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샘물

떠나다/이재민신부

Margaret K 2007. 7. 9. 06:50
 


떠나다

살다보면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가진 것에서 떠나고 싶고,
있는 곳에서 떠나고 싶고,

하던 일에서 떠나고 싶고,

그렇게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쉽게 떠나지 못할 뿐 아니라
떠났어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가진 것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려 놓고 놔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것은 버리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수께서 체포되시기 전날 유다는

예수님을 배반하여 떠나고
예수께서는 그런 유다를 떠나도록 내 버려두신다.


큰소리치던 베드로도 그렇게 스승을 떠나고

예수께서는 그를 떠나도록 놔주신다.


루카 복음서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아들도

아버지를 떠나고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낸다.


떠나보낼 줄 아는 자만이 떠날 수 있다.

그에겐 떠남과 떠나보냄이 하나로 만나고 있다.


유다와 베드로 그리고 작은아들은

떠났어도 자유롭지 못하다.

떠나보내는 마음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떠났지만 자유롭지 못한 제자들을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시선과

떠나는 작은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모든 것을 떠나 있기에 한결같다.


작은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네가 나를 떠날 줄 알았다.

하지만 난 너를 떠나지 못한다.”

오직 떠나보낼 뿐이다.


그러기에 아들이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질책 대신 큰 잔치를 베푼다.
돌아온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내 양을 잘 돌보라”고 말씀하신다.


자유로운 자만이 베풀 수 있는 잔치!

아버지에게로 다시 돌아온 작은아들,

주님의 십자가로 돌아온 베드로는

떠나보내는 아버지(스승)의 마음을 느끼면서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그들은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그들은 아버지처럼 스승처럼

모든 것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떠나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민 <말은 시들지 않는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