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의 여정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도서홍보도 나가지 않고 업무에도 다소 여유가 있는 여름시기에 시간을 내어
늘 휴가를 해왔던 터라, 이번에도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우리 수녀가 휴가 올 수 있는 날짜에 맞춰 다들 시간을 내겠노라고 말입니다.
사실 이 말은 서두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에 덧붙여 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지난 학기에 본당에서 은빛여정으로 성경공부를 하셨답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성경공부라는 말과 더불어, 덧쓰기 성경, 게다가 색칠도 있다고 해서
좀 수준이 낮은 그런 성경공부로 생각하셨답니다.
그런데 책을 받아들고 공부를 시작하다보니 당신의 판단을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 성경교재라고 완전히 노인네 취급(?)을 한 것이 아닌,
수준이 있는 성경공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무시한 교재도 아니라면서.
글을 알든 모르든 다들 함께 어울리면서 성경본문도 따라 쓰고 색칠도 하고,
성경 말씀의 맥락을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행복하셨답니다.
때로는 배우고 뒤돌아서면 가물가물해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지만,
말씀을 왜 풍요롭다고 하는 지, 왜 살아있다고 하는 지를 다시금 느꼈답니다.
게다가 말씀 자체는 변하지 않고 글자처럼 있는데도,
받아들이는 사람들마다 너무나 딱 맞게 맞춰주신다며 기뻐하셨습니다.
칠십 평생 가까이 세월과 함께 더불어 살아오느라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몸도 약해졌지만,
그동안 살아온 당신의 삶의 여정은 행복한 여정이고 감사의 여정이었노라고,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 수녀 딸에게 고백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일이어서 그렇지,
분명 행복을 언급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수많은 일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신 그 은총에 힘입어,
어머니는 기도와 희생으로, 저희들을 키우셨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 속에서 말씀은 은총이 되어 흐르고,
은총은 또 말씀 안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글을 알든 모르든, 진정 갈망하고 찾으려는 이에게,
샘물로, 바람으로, 자연으로, 이웃으로 등등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때그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말씀….
말씀이 어떤 방법으로 찾아오시든,
이 땅위의 모든 어르신들이 앞으로 살날 모두,
행복한 삶의 여정이 되기를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