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나비효과
아침 묵상을 마치고 바로 있을 평일 미사 반주를 위해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그러나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콘센트가 헐거워져 전원코드가 제대로 꽂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일단 테이프로 고정 시키려는 생각에 서랍을 열었지만,
빈 케이스뿐이었습니다.
순간 속에서 화가 났습니다.
부랴부랴 다른 연결코드를 찾아서 연결한 뒤에야
겨우 미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한 불편한 마음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부터 불쑥 화가 난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키다 보니
며칠 전 테이프를 다 쓴 것을 보았으면서도
‘누가 다 쓰고 채워놓지도 않은 거야?’하며
그냥 지나쳤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테이프 리필을 갈아 끼우는 일은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미사 직전 헐거워진 키보드 전원코드를 손보는 일은
어렵고 긴박함을 요하는 일이어서 순간 속으로 화를 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때 그 작은 선행을 지나치지 않고 실천했더라면,
미사 내내 ‘화’와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날 미국 뉴욕에 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라는 나비효과는
과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실천한, 또는 실천하지 않은 작은 선행들이 언제 어떻게 사랑으로 작용할지,
또는 사랑을 거스를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이 죽음으로 보여주신 사랑에 버금가는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죽었다가 깨어나도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테이프 리필을 갈아 끼우거나 바닥에 떨어진 휴짓조각을 줍거나
상대에게 미소를 짓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실천하는 작은 날갯짓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의 폭풍을 일으키실 수 있는 분입니다.
예수 성심 성월의 6월을 보내며 사랑의 나비효과를 한 번 믿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