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귀한 것 나는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꿈 많은 20대 직장인이다. 동료들은 출장 서비스를 많이 다니고, 나는 주로 매장에서 근무해 혼자 점심을 먹을 때가 많다. 지난 겨울날, 혼자 사무실에서 점심을 시켜 먹고 그릇을 신문지로 덮어 매장 앞에 내다 놨는데 차림새가 허름한 할아버지께서 내가 남긴 음식물을 드시고 있었다. 얼른 뛰쳐나가 먹다 남긴 음식이니까 드시지 말고 맛있는 점심 사 드시라고 지갑에 있는 지폐 몇 장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구, 미안해요. 집에 쌀이 떨어져서... 고마워요.” 할아버지를 보내고 남은 음식물을 치우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내일 또 오시면 어쩌지? 매일 돈을 드릴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당연한 갈등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 끼니를 굶은 사람들이 널렸는데 혼자 돈 많이 벌어 떵떵거리고 살면 나중에 남는 게 돈 말고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직장 생활이었는데 할아버지를 만나고 난 뒤 누군가에게 따뜻한 나눔을 줄 수 있음을 배웠다. 그날 이후로 할아버지가 두어 번 정도 더 오셔서 똑같이 도움을 드렸다. 하지만 세 번까지는 오시지 않았다. 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돈’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지만 먼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주위를 둘러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정경수, ‘행복한 동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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