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가 끝나고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좌가 열렸습니다. 지난주에는 저녁 강좌에 참석했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질문들을 들었다면, 이번주에는 낮에 열리는 강좌에 참석을 했기 때문에 주부님들의 질문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시기가 아이들의 방학 기간이여서 그런지, 오늘은 집안에서 아이들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방학 때 늦잠 자는 아이, 공부 안하는 아이... 등 모든 주부들의 공통된 화두인 아이들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들 말이죠. 하루종일 아이들과 잔소리하고 다투다 보면 온몸에 진이 빠진다고 하소연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늦잠자고 공부 안하는 아이와의 갈등 문제로 고민하는 한 어머니의 질문과 법륜스님 대답을 포스팅에 담았습니다.
즉문즉설 강좌는 누군가 질문을 하면 스님이 적절한 답을 하는 대기설법의 불교전통에 따른 강연입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이룬 후 45년 평생 동안 인도 전역을 맨발로 걸어다니며, 이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해결해 주시며 살으셨죠.
이 때 스님은 "질문자가 처한 상황" 에 적합한 해결책을 대답해 주신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주십시오. 즉, 질문자에게는 이 대답이 최선의 길이 될 수 있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대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질문에 대답하는 법륜스님. ⓒ 질문하는 어머님
대학 4학년인 아들이 있습니다. 부모 말을 잘 듣고 착한데 성적이 떨어지고 살이 계속 찝니다. 아들이 늦게 일어나고 공부를 안 할 때 화가 많이 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법륜스님의 대답
지금부터 일체 아들의 행위에 대해서 간섭을 하시면 안 됩니다. 학교를 가든지, 늦게 일어나든지, 방을 어지르든지, 뭘 하든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 이런 아들을 지켜볼 수 있는 내 공부를 먼저 하세요. 아들을 못 봐내면 아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마음 공부가 안 되고 있는 내가 문제입니다. 부모가 간섭하지 말고 아들이 자기 인생을 살도록 자립심을 키워 줘야 합니다.
어릴 때는 자식을 보살피고 성장해서는 자립하도록 해 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입니다. 이것이 진짜 자식에 대한 사랑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식에 대해 집착만 하지 사랑하지는 않아요. 정말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가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높은 지위를 얻거나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초등학교만 나와 일반 직장에 가서 노동을 하더라도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배우자를 구하고 집을 장만하고 어디 가서든 스스로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연애한다고 너무 야단치지 마세요. 연애를 할 줄 알아야 장가가고 시집가잖아요. 그런데 부모가 연애하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해서 못하게 하면 나이가 사십이 되어도 시집이나 장가갈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면 부모가 얼마나 걱정이 되겠습니까? 아이들이 사춘기가 넘으면, 크게 나쁜 일이 아니면 그냥 놔두는 게 좋아요.
꼭 지켜야 할 것은 첫째, 누굴 죽이거나 때리는 것은 안 됩니다. 두 번째,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는 것은 안 됩니다. 세 번째,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도 안 됩니다. 이 세 가지는 부모가 아주 엄격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하고 욕설하는 것, 술 먹고 취해서 몸을 못 가누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런 게 아니고는 그냥 놔두셔도 돼요.
그래도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말고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가세요. 아주 오지로 여행을 가서 고생을 시키세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혼자 해결하도록 하고 도와주지 마세요. 말 안 듣는 자식 교육을 제일 잘 시키는 방법은 함께 고생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깊은 산 속에 가서 진짜 길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거기서 다리까지 삐면 아이가 죽을 고생을 하며 부모를 업고 병원에 데리고 갑니다. 그러면 자식이 금방 자립심이 생깁니다. 자기가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부모가 보살피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
자식은 어릴 때만 보살펴야지 사춘기가 넘으면 보살피면 안 돼요. 부모로서 아주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열여덟 살 넘으면 부모 자식의 정을 무조건 딱 끊어야 합니다. 마음이 아무리 아파도 끊어줘야 해요. 안 그러면 자식은 자식대로 망치고 여러분들도 자식 때문에 죽을 때까지 평생 짐을 져야 해요.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가 희생을 해서 키우고 사춘기가 넘으면 보살핌을 끊어야 합니다. 이게 사랑이에요.
지금 아들이 살이 쪄서 누워만 있고 늦게 일어난다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무기력하다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책임의식이 없습니다. 엄마가 너무 잔소리를 하니까 만사가 귀찮은 거예요. 엄마한테 저항할 용기마저 없어요. 차라리 저항하고 반항하는 게 더 나아요. 지금 아들은 부모에게 저항력마저 다 없어져 버려 그냥 자는 거예요. 그러니 엄마가 일일이 간섭하면 안 됩니다. 자식이 뭘 하든지 가만히 내버려 두고 간섭하지 마세요. 부모가 끊어주면 조금씩 회복이 될 것입니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대답을 들은 어머님은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셨습니다. 그 뒤에도 아이 키우는 문제와 관련된 비슷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 역시 비슷한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자식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럼 자식이 나쁘게 되는 걸 그냥 방관하고 있으라는 말이냐?” 이렇게 반문합니다. 하지만 스님 말씀의 요지는 자녀의 인생에 방관하라는 말씀이 아니랍니다. 자녀가 한 인간으로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살핌을 끊어주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온실 속의 화초처럼 부모에게 늘 의존해서 자라도록 하는게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이번 설연휴 기간에도 저희 집안에서 친척들의 공통된 대화주제는 “자녀교육”이 단연 일순위였습니다. 아마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합니다. 공부 안하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문제로 마음고생을 하고 계신 어머님들이 있으시다면, 제가 오늘 포스팅한 스님의 대답이 큰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덧붙여 관심있어 하실 분들을 위해 몇 가지 더 조사해 봤습니다. 필요하신 분만 읽어보세요.
* 법륜스님은 1998년 설립한 정토회에서 대중들의 수행을 지도하고 있으며, 2000년에는 만해상 포교상을, 2002년에는 리몬 막사이사이상(평화와 국제이해부문)을 받았습니다.
* 2009년 3월 9일, 법륜스님이 강의하는 <불교대학>이 전국에서 개강한다고 하네요.
-희망플랜(hopeplan)에서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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