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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아저씨의 기사도 정신

Margaret K 2008. 1. 28. 05:34


 택시 아저씨의 기사도 정신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날엔 가까운 거리도 더러 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찬바람에 놀라 얼른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막상 택시에 올라타고도 ‘에이, 그냥 걸어갈 걸.’이라며 후회하는 게 지갑 얇은 직장인의 마음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기사님께서 밝은 목소리로 “일찍 출근하시네요.”라고 인사해 주셔서 일말의 갈등없이 좌석 깊숙이 몸을 맡겼다.

택시가 작은 골목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실은 할머니 한 분이 힘겹게 걸어가고 계셨다. 좁은 골목이라 택시가 할머니 뒤를 따르게 되는 상황이었고 할머니는 뒤에 택시가 있는지 모른 채 천천히 길 한가운데를 걷고 계셨다. 그런데 기사님께서는 경적을 울리는 대신 전조등을 살짝 켰다 끄셨다. 할머니는 그제야 천천히 옆으로 길을 비켜 주셨다. 속 깊은 배려에 놀란 내가 쳐다보자 기사님께서 쑥스러우신 듯 말씀하셨다.

“결적이 울리면 할머니께서 행여 놀라실까봐요.”

회사 앞에 도착해 요금이 2,200원이 나왔기에 오천 원짜리를 드리면서 “2,500원만 주세요.”라고 말했더니 웃으시며 3,000원을 건네셨다.

비단 200원의 가치일까? 내가 길을 건너고 난 뒤에야 출발하시는 기사님을 보며 마치 최고의 에스코트를 받은 공주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경적 대신 빛을 비춰 자동차가 있음을 알려 주던 기사님의 배려, 내가 만난 최고의 기사도였다.


(길은영, ‘행복한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