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2
-이재민신부-
순교는 교회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영웅적 행동 이전에 근원적으로 남을 위하는 삶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순교자들은 자기 개인의 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웃과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자들이다. 그들은 자기 개인의 행복 이전에 그들이 사는 땅에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깨우치는 사명을 안고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 신앙인들이다.
신앙은 현실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순교는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면 고생을 준 사람이 있고, 마음 아픈 사람이 있으면 마음 아프게 한 사람이 있음을 복수나 미움이 아니라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며 서로 연대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순교는 연대의 삶을 존중하며 순교의 길은 연대의 삶을 살 때 열리게 된다. 순교는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마음을 떠나 남을 위해 대신 고통을 받을 수 있고 남을 위해 대신 십자가를 지는 삶이 있음을 피로써 선언하는 행위이다. 순교는 남을 살리기 위하여 자기의 목숨을 ‘대신’ 내놓는 행위이다. ‘대신’의 삶은 사랑의 절정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우리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대신’ 지셨다는 말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할 때가 많다. 예수님께서 온 인류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고 죽었으니까 이제 자기는 더 이상 십자가를 지지 않고 편안하게 십자가를 찬미하는 노래만 부르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온 인류를 ‘대신’해서 죽은 예수님과 연대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예수님처럼 온 인류를 위해서 십자가를 져야 할 것이다.
삶이 점점 물신과 상업주의의 잣대로 재어지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남을 위하여 자기를 희생물로 내놓는 순교의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순교는 이기적인 현대를 치유하는 극단적인 처방이다. 순교의 정신이 없이는 자기와 자기의 편리만을 생각하며 남의 어려움을 내몰라 하는, 현대의 자기중심적인 병은 치유될 수 없다. 순교가 그리워지는 세상이다.
교회는 자기가 순교자의 피로 축성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수님의 피, 베드로의 피, 우리의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 남을 위하여 흘린 피. 교회는 이 피로 씻은 하얀 두루마리를 입고 세상의 아픔을 대신 아파해야 한다. 세상을 정복하는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위하여 순교의 피를 흘리는 교회를 갈망한다.
출처: http://www.ri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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