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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쌍둥이

Margaret K 2007. 8. 2. 06:19


네 쌍둥이

18년 전 자신의 병원에서 태어난 네 쌍둥이의 부모에게 “아이들이 잘 자라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대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마음 씀씀이는 정말 따뜻했다.


출산 뒤 소식이 끊겼던 쌍둥이의 부모를 ‘추적’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자기들만의 약속’을 지킨 이 회장의 선행은 단순히 ‘있는 자의 여유’로 볼 수 없는 감동이 살아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 네 자매는 기초생활 수급자인 부모의 부담을 줄이려 고교 1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동네 슈퍼마켓과 패스트푸드점에서 방과 뒤 일했다. 번 돈을 용돈으로 쓴 것뿐 아니라 모았다. 현재 각자 통장에 200여만 원씩 저축해놓았단다. 이런 상황이 가능한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제왕절개 수술 뒤부터 병원비는 면제받았다. 분유회사와 기저귀회사에서는 분유와 기저귀를 협찬했다.


동네 태권도장 관장은 한 명의 교습비만 받고 네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주었다.
학습지 선생과 컴퓨터 학원장도 한 명분만 받았다. 동네 미장원 사장은 지금까지 무료로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그래서 넷 모두 머리 모양이 똑같다. 무료 미용뿐 아니라 이들에게 80만 원의 장학금도 주었다. 정말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 보여준 따뜻함이다.


동네 반장 일을 하며 교회에 열심인 어머니 이봉심(54) 씨의 지극정성과 광부에서 목수로, 지금은 막노동하는 아버지 황영천(54) 씨의 자식사랑, 그리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들을 도와준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이 네 자매의 오늘을 만들었으리라.


네 자매는 3년 전인 고교 1학년 때부터 한 달에 한 명당
1만 원씩 적금을 붓고 있다. 이유는? “지금까지 도움을 받아만 왔어요. 언젠가는 우리도 남에게, 아니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잖아요.” 아! 콧등이 시큰해진다.


이길우 | <한겨레신문> 2007년 1월 26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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