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소년은 환자를 배려하지 않는 의사들의 권위적인 태도와 병원의 삭막한 분위기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소년은 버지니아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환자들을 진료할 수 없는 저학년 때부터 광대로 분장해 말기 암 환자나 어린이 환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독특한 치료법을 펼쳤다. 그는 소년 시절의 경험으로 환자들에겐 약이나 수술보다 같이 놀아 줄 친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교수들은 그를 퇴학시키려고 했다. '장차 생명을 다룰 의사가 될 의대생으로서 품위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의 퇴학 소식이 병실에 퍼지자 환자들은 교수들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가망이 없다고 방치됐던 환자들이 그를 통해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고, 따뜻한 마음과 진실한 보살핌으로 기적처럼 회복되기도 했던 것이다. 마침내 교수들도 그의 퇴학 처리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환자들로부터 얻은 '패치(치료한다는 뜻)'라는 별명을 이름으로 사용했다. 그 뒤 1971년에는 '게준트 하이트(건강이라는 뜻)'라는 진료소를 세웠다. '웃음 치료, 환자 중심, 왕진 위주, 가정 진료'를 목표로 하는 병원이었다. 그는 까마귀 인형이 달린 모자, 빨갛고 동그란 코, 꽃무늬 와이셔츠에 물방울 무늬가 새겨진 알록달록한 가운 등 영락없는 광대 차림을 하고 환자들과 만났다. 지금 게준트하이트 환자들에게만 유명한 병원이 아니다. 수천 명의 의사들이 그곳에서 봉사할 기회를 얻기 위해 대기 중이다.
꿈을 이룬 소년의 이름은 바로 패치 아담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패치 아담스'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말했다.
'진료실에 앉아 찾아오는 환자를 딱딱한 표정으로 대하는 진료법이 의학 교과서 방식인지는 몰라도 영혼이 있는 환자를 대하는 방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