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생각

마음의 껌딱지

Margaret K 2007. 5. 9. 02:35


마음의 껌딱지

 

무릎이 말도 못하게 쑤시고 아팠다.

고개도 아프고 등짝도 무너져내리는 듯했다.


끌을 놀리는 손가락은 벌겋게 성이 올랐고

발이 저리고 심지어는 쥐가 나기도 했다.

그렇게 한참 앉았다 일어서려 하면

도저히 제대로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런 짓을 공무원들 일하듯

9시부터 5시까지 하루 종일 했고,

그렇게 넉 달을 지냈다.


껌딱지는 날마다 커다란 페인트 통에 절반이 넘게 찼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렇게도 껌을 많이 뱉는 것일까.


나만 빼고 모든 사람들이

껌을 뱉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면서도

행인들에 대한 주의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

아는 사람을 용케도 30여 명이나 피할 수 있었다.


당시 정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 나는 왜 이다지도 의젓하지 못한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울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자신을 향해 외쳤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

그것을 바로 네가 한 거야. 알겠지?”


이제부터는 모자와 마스크도 벗어던지고

떳떳이 일하리라.

내 마음에 들러붙은

수치심의 딱지부터 떼어내리라.


다음 날 이렇게 맘먹고

바닥의 껌딱지를 떼어내고 있는 사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말로 신기하리만치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달라져 있었다.


마음에 두껍게 박힌 껌딱지를 떼는 순간,

세상이 만들어준

마음의 장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장수명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시인, 장수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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