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치스코의 전기 중 가장 먼저 씌여진 첼라노 전기
제1생애, 제2생애, 제3생애를 모두 한 권으로 묶어 올립니다. 이 책의 번역은 작은 형제회의 이재성(보나벤뚜라) 수사가 했으며, 분도 출판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출처: http://www.ofskorea.org/
아씨시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1. 저자, 토마스 첼라노(Thomas Celano)
아씨시 성 프란치스꼬의 최초의 전기 작가인 토마스 형제는 중부 이태리의 조그마한 도시 첼라노(Celano)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를 언제나 토마스 첼라노라고 부른다. 그의 출생년도는 확실치가 않다. 바티칸에서 발간되고 있는 월간지「교회」(Eccelesia, 1960년)에서 한 작가는 토마스 첼라노의 출생년도를 1185년으로 잡고 있다. 이것이 비록 확실한 것은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비교적 근사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의 생애를 여러 면으로 고려해 볼 때 12세기 말경에 출생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토마스 형제가 프란치스꼬회에 입회한 시기는 대개 1213년에서 1216년 사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아마도 1215년이 아닐까 보고 있다. 이러한 결론에 이를 수 있는 근거는 그가 제1생애 56번과 57번에서 자기의 입회 시기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그는 프란치스꼬의 모로코 선교여행의 실패를 이야기하고, 이어서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계획에 따라 새로운 입회자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프란치스꼬의 선교계획과 순교에 대한 열망을 꺾으셨다는 해석을 넌지시 비치고 있다 : “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 더는 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를 발병(發病)케 하시어, 그가 떠났던 여행에서 다시 불러 오셨기 때문이다.” 이어서 토마스 첼라노는 프란치스꼬가 금방 뽀르찌웅꿀라에 도착하였고,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그에게 합세했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부분 학자들은 토마스 형제가 이들 중의 하나였다고 보고 있다. 프란치스꼬가 스페인에서 뽀르찌웅꿀라로 돌아온 시기는 1214년 초(初)일 것임에 틀림없다.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토마스는 교육을 많이 받은 귀족들과 함께 수도원에 들어온 것이다. 어떤 이는 그가 입회하기 전에 이미 신품을 받았으리라 보고 있다.
그가 프란치스꼬회 회원이 된 몇 년간의 이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그의 생애에 대하여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그에 관한 소개 자료는 지아노의 요르단 형제 연대기뿐이다. 요르단 형제는 거기에서 1221년에 독일에 형제회를 설립할 때에 그 설립 요원으로 선발된 형제들 중에 후에 “성 프란치스꼬의 제1 전기와 제2 전기를 쓴 토마스 첼라노”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설립 요원들은 1221년 아씨시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선발되고 나서 약 3개월 후인 1221년 9월에 독일로 떠났다. 그들은 10월 16일에 독일의 아우그스부르그에 도착하였고, 인솔자는 스페이어의 체사르 형제로서 총회에서 독일 관구의 초대 봉사자로 임명된 사람이었다. 이듬해 1222년에 체사르 형제는 관구 총회를 보름즈에서 개최했고, 이 총회에서 토마스 첼라노 형제가 마인쯔와 보름즈와 쾰른, 그리고 스페이어의 보호자 형제로 임명되었다. 1223년에 체사르 형제는 자기가 아씨시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올 동안 독일 관구 봉사자 대리로 토마스 형제를 임명하였다. 이 총회는 체사르 형제를 봉사자 임무에서 해임하고, 그 후임으로 삐사의 알베르또 형제를 임명하였다.
토마스 형제는 1223년 9월 8일까지 독일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 이유를 요르단 형제는 그가 9월 8일에 스페이어에서 열린 관구 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때에 그가 보호자 직책에서 물러난 듯하다. 요르단 형제의 기록에 따르면, 이때에 독일 관구는 네 명의 보호자를 두게 되었다고 한다. 토마스는 이때 임명을 받지 못하였다. 아마도 토마스 형제는 이때에 곧바로 독일을 떠나 이태리로 귀국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더 이상 그의 이름은 독일 관구와 관계되는 일에서 오르내리지 않고 있다. 그의 이름이 이태리에 다시 나타나는 것은 조금 지난 후이다.
토마스 형제는 성인의 마지막 2년간의 생활과는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그가 성인의 마지막 몇 년간 특히 1224년에서 1226년간의 생활을 소상하게 적고 있는 것은 자기 경험도 약간은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도 말하고 있듯이 다른 형제들에게서 성인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얻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228년 7월 16일에 있었던 성 프란치스꼬의 시성식 장면을 묘사한 것을 보면 너무도 세밀하여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시성식이 있기 전에 이미 그는 교황 그레고리오 9세로부터 성인의 생애를 집필하라는 위임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1230년에 토마스 형제는 아씨시에 살았다. 지아노의 요르단 형제가 라인(Rhine) 관구 봉사자 오또(Otto)를 대신하여 총봉사자 빠렌띠(Parenti)와 함께 토마스 형제를 방문한 것이 이때이다. 이때에 토마스 형제가 성인의 유물 몇 점을 독일로 가지고 가도록 요르단 형제에게 주었다. 프란치스꼬의 유해를 아씨시의 성 지오르지오 성당에서 새로 건립된 성 프란치스꼬 대성당으로 이장할 때에 그 예식에 토마스 형제가 참석했던 것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후 14년 동안 토마스 형제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프란치스꼬회 초기 역사자료에 나타나 있지 않다. 그는 1224년 제노아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제씨의 끄레쉔찌우스 총봉사자(1244-1247)로부터 성 프란치스꼬의 제2 생애를 저술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리하여 총봉사자는 성 프란치스꼬와 관계되는 모든 자료나 기적들을 모아서 자기에게 보내 달라는 협조를 모든 형제들에게 요청했다. 이에 대한 형제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토마스 형제는 성 프란치스꼬의 제2 생애를 저술하는 데에 바로 이 자료들을 사용하였다.
몇 년이 흐른 뒤, 1250년 가까이 이르러 토마스 형제는 당시에 새 총장이 된 빠르마의 요한 형제(1247-1257)로부터 성 프란치스꼬에 대한 저술을 또 하나 요청받았다. 이때에 저술된 책이「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 모음집」(Tractatus de Miraculis B. Francisci)이다. 저술 시기는 1250년에서 1253년 사이가 된다. 아마 이때에도 토마스 형제는 제2 생애를 저술할 때와 마찬가지로 아씨시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성녀 글라라 전기를 쓴 시기인 1255년과 1256년에도 그는 틀림없이 아씨시에 있었다. 성녀 글라라의 생애는 교황 알렉산델 4세(1254-1261)의 주문에 의한 저술이었다.
토마스 형제는 성녀 글라라의 생애를 저술하기 위해 아씨시에서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그의 말년을 마르키아 관구의 따글리아꼬쪼에서 보낸 것 같다. 아마도 여기서 그는 바로(Varro)의 성 요한 수도원 글라라회 자매들을 지도했던 듯하다. 그는 1260년에 죽었고, 그 후라도 해도 1260년 근처이다. 그리고 그 수녀원에 묻혔다. 그러나 글라라회 자매들은 이 수녀원을 1476년에 폐쇄하였고, 1506년에 교황 율리아노 2세의 명에 의하여 이 수녀원은 꼰벤뚜알 형제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1561년에 토마스 형제의 시신은 꼰벤뚜알 형제들의 성당 중앙제대 뒤에 안치되었고, 18세기 초에 꼰벤뚜알 형제들의 수도복이 입혀졌으며, 이어서 따글리아꼬쪼 성당의 중앙제대 밑에 안치되었다. 묘지에는 다음과 같은 비명(碑銘)이 새겨져 있다.
B. THOMAS DE CELANO S.F.D.
SCRIPTOR CRONICAR ET SEQUENTIAE
MORTUOR
(성 프란치스꼬의 제자이며, 전기작가요
장례미사의 연송(連頌)을 쓴
첼라노의 복된 토마스)
2. 토마스 첼라노의 작품들
(1) 성 프란치스꼬의 제1 생애 (Vita prima s. Francisci)
1228년 4월 29일 교황 그레고리오 9세께서는 성 프란치스꼬를 공경하기 위한 성당 건립을 허락하는 교서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3개월 후인 1228년 7월 16일에 있을 성인의 시성식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이 발표와 함께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토마스 첼라노에게 이 새로운 성인의 전기를 집필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짐작된다. 첼라노 자신도 “위대하신 그레고리오 교황 성하의 명을 받자와” 성 프란치스꼬의 제1 생애를 쓴다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토마스 형제는 형제회 창설자의 제1 생애를 집필하는 일에 즉각 착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 작품의 한 필사본에 적혀 있는 주석에 신빙성을 부여한다면, 명령을 받고 나서 7개월 후인 1229년 2월 25일에 이 저서가 교황께 바쳐졌고, 이어서 공인되었다고 필사본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14세기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파리 필사본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 “영광스러운 교황 즉위 제2년 2월 25일 복되신 그레고리오 9세 교황 성하께서는 뻬루지아에서 이 전기를 접수하고 확인하셨으며, 출판할 것을 허락하셨다.” 이 파리 필사본이 옳건 그르건간에 이 전기는 1230년 5월 25일 이전에 완성된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아씨시의 성 지오르지오 성당에 안치되어 있던 성 프란치스꼬의 유해를 새로 건립된 대성당으로 이장하는 중요한 사건이 바로 1230년에 있었는데도 이것을 수록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렇다.
교황 그레고리오 9세께서 어떤 이유로 해서 특별히 토마스 첼라노 형제를 지목하여 그에게 이 임무를 맡겼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이 임무에 적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는 소위 식자(識者)였고, 아마도 그는 성 프란치스꼬가 스페인에서 돌아온 직후에 형제회에 입회한 “교육을 많이 받은 귀족들” 중의 하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작품을 통하여 미루어 짐작하건대, 토마스 형제는 노련한 문필가였으며 또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 정력적인 예술가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쓴 다른 문학작품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계기로 교황의 시선을 끌게 되었는지 어쩐지는 알 수가 없다.
토마스 형제는 제1 생애를 쓰게 된 동기를 교황 그레고리오 9세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그 머리말에서 간단하게 언급하고 있다. 제1 생애는 3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역사적 순서에 따라” 프란치스꼬의 청년기와 회두, 수도회 창설, 그의 거룩한 생활과 가르침이다. 1223년 그렉치오에서 있었던 크리스마스 예절을 거행하는 프란치스꼬의 이야기로 이를 마감한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는 역사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제2부에서는 프란치스꼬의 마지막 2년간의 생활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이 오상과 죽음과 성인의 장례식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제3부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앞부분은 1228년 7월 16일에 있었던 시성식에 관한 것이고, 뒷부분은 시성식 때에 접수되어 낭독되었던 기적들을 다루고 있다. 끝맺음으로 자기를 기억해 달라고 간단하게 독자들에게 청한다.
토마스 형제는 자기의 개인적인 체험과 믿을 만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하여 이 책을 저술한다. 위에서 짧게 소개한 그의 일생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그가 실상 성 프란치스꼬와 함께 보낸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증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목격자들 중에서 틀림없이 저술 당시에도 살아있던 프란치스꼬의 초기 형제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레오, 루피노, 안젤로가 그들이다. 엘리아 형제에게도 문의할 수 있었고, 교황 그레고리오 9세와 귀도 주교, 그리고 글라라에게도 문의할 수 있었다. 물론 성 프란치스꼬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도 있다.
토마스 형제는 프란치스꼬가 쓴 글들을 접할 수 있었고, 제1 회칙이나 제2 회칙, 유언과 태양의 노래, 그리고 성인의 권고와 다른 글들을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암시하는 것을 보면 필경 이 글들을 소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그는 프란치스꼬 성인의 죽음을 알리는 엘리아 형제의 편지도 인용하고 있고, 시성식 교서도 인용한다. 그가 시성식 연감(年鑑)을 자료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 알 수 없다. 이 연감은 그후에 분실되었다. 그가 성녀 글라라의 생애를 저술하는 데에 글라라의 시성식 연감을 사용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그가 가능했다면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저술하는 데에도 이를 틀림없이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술삐치오 세베로가 쓴 성 마르띠노 전기와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쓴 성 베네딕또 전기도 틀림없이 참작하였을 것이다.
첼라노의 이 작품이 성인에 관한 최초의 전기물이다. 이 제1 생애는 의심할 여지없이 프란치스꼬에 관한 가장 중요한 기록이며, 성인이 타계한 직후에 저술된 것이고, 교황의 요청에 의한 성인의 공식 전기다.
(2) 성 프란치스꼬의 제2생애(Vita secunde s. Francisci)
1244년 제노아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총봉사자였던 제씨의 끄레쉔찌우스 형제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오상과 기적에 관하여 확실하게 알고 있는 바가 있으며, 무엇이든간에 그것을 집필 중에 있는 그에게 보내라”고 모든 형제들에게 명하였다. 모든 형제들이 이 명에 호응하였다. 특별히 레오, 루피노, 안젤로는 자기들이 겪은 일들과 그밖의 초기 동료들의 경험을 한데 모은 이 자료를 설명서를 곁들여 총봉사자에게 보냈다.
이 편지가 “그리스도 안에서 공경하올 사제이며, 형제이고,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총봉사자이신”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보아 그 수신인은 총봉사자이며, 발신인은 “한때 지극히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료였던, 그러나 쓸모없는 레오 형제, 루피노 형제, 안젤로 형제”로 되어 있다. 이 동료들은 제노아 총회에서 내려진 요청에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그 과정을 피력한다 : “비록 저희는 보잘 것 없는 자들이지만 그분과 오랫동안 함께했던 터라, 저희가 그분의 많은 행적 가운데 확신하고 있고, 또 우리가 직접 본 것을, 그리고 다른 거룩한 형제들 특별히 가난한 자매들의 시찰자였던 필립보 형제와 리에띠의 일루미나또 형제와 마리그나노의 마쎄오 형제와 공경하올 에지디오 형제의 동료였던 그러면서도 에지디오 형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던 요한 형제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첫 동료로서 기억해야 할 만한 베르나르도 형제에게서 들은 것들 중에서 얼마간을 당신의 거룩한 뜻에 맞추어 보내 드리는 것은 좋은 일인 줄로 압니다.”
이어서 세 동료들이 말하는 것은 “주님께서 그분을 통하여 이룩하신 기적들과 생활들에 관하여 이미 전기 형식으로 저술된 것들”은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빛 밝은 목장에서 모은 꽃송이들”을 모아 보낸다고 하고 있다. 그들은 이런 잔꽃송이들이 다른 전기 형식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이야기가 이어진다 : “진실에 가득찬 뛰어난 형식 아래 이미 씌여진 전기 안에 들어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생략했으니, 순서에 맞추는 연결된 이야기들은 전하지 않겠습니다.” 어쩐지 이 세 동료들은 단행본으로 새로운 전기 한권이 더 나오리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다 : “만약 이것이 먼저 전기를 쓴 공경하올 분에게 전해진다면, 결코 그분은 이것을 그저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이것을 알맞게 다듬어 뒤에 들어오는 형제들에게 하나의 기념이 되도록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발신 날짜는, 그렉치오, 1246년 8월 11일로 되어 있다.
이 일에 관해서 형제들에 대한 총봉사자의 요청이 있은 후 얼마 안 있어, 총봉사자 끄레쉔찌우스는 토마스 첼라노에게 성 프란치스꼬의 제2 생애를 저술하라고 떠맡긴다. 아마도 그는 1244년 총회의 회기중에 이 일을 맡았든지 아니면 길게 잡아야 약 2년 후가 된다. 연대 기록자인 살림베네 형제가 1282년에서 1288년 사이에 적어 놓은 것을 보면 이런 것이 있다 : “그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첫 번째 전기를 쓴 토마스 첼라노 형제에게 발견 안되었던 사료들만을 주로하여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 관한 또 다른 책을 쓰라고 명하였다.” 토마스 형제가 제2 생애 서문에서 이에 응한다 : “지난번 총회에서 거룩한 모임에 참석했던 형제들과 지극히 공경하올 총봉사자께서 하늘이 형제들과 총봉사자께 내리신 신묘한 지혜로 이 작은 자들인 우리에게 분부를 내리시어 우리의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가르침을 글로 쓰도록 하셨다. 우리는 프란치스꼬와 오랜 접촉을 가졌었고, 상호 친교가 있었기에 다른 형제들보다 그의 언행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명을 그저 지나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이 거룩한 명령을 겸손한 마음으로 따르려 한다.”
성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은 전술한 대로 이 자료들을 1246년 8월 11일에 총봉사자에게 발송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그것이 토마스 형제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토마스 형제가 오직 이 자료에만 의존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제1 생애를 완성하고 나서 다른 자료들을 그가 더 모으게 되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왜냐하면 틀림없이 그는 많은 것이 더 첨가되어야 함을 깨달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봉사자의 명(命)도 성 프란치스꼬와 가까웠던 동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고, 전 형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토마스 형제는 세 동료들에게서 받은 자료말고도 글이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것까지 자료를 충분히 받았을 것이다.
어떻든 토마스 형제는 이 일에 착수했다.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바, 토마스 형제는 자기 이름으로 집필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여러 자료들을 제공해 준 모든 형제들의 대필자로 자기 자신을 보고 있다. 그는 머리말과 맺는말에서 1인칭 복수를 사용하고 있고, 성 프란치스꼬와 절친했던 초기 형제들의 이름으로 말을 한다. 더구나 그는 그 동료들과 한 입이 되어 성인에게 바친 동료들의 기도(제2 생애 221번)에서 계속 1인칭 복수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토마스 첼라노 홀로 저술한 것이다. 그는 머리말에서 “저자의 눈에 띄지 않아” 먼저 작품에서 누락된 것들을 그 내용으로 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을 이 책의 저자로 밝히고 있다. 그는 작품 전체에 걸쳐 몇 부분을 제외하고 1인칭을 사용한다. 마지막 성인에게 바친 동료들의 기도에서 그는 여러 동료들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기는 하지만 저자인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 “지극히 자애로우신 사부님, 지금이나 전에나 당신께 대한 칭송을 정성껏 써 내려온 당신의 이 아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온 정성을 다하여 당신께 간절히 청합니다. 그는 우리와 더불어 이 변변치 못한 책을 당신께 바쳐 헌정합니다.” 비록 그 자신도 자료를 제공해 준 형제들의 대필자임을 자처하지만, 저자는 토마스 한 사람이다.
제2 생애는 제1부 소제목에서와같이 자주 “간절한 마음의 비망록”이라고 불린다. 즉, 자녀들이 사부님의 말씀이나 행적들을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 씌여진 것으로써 제1 생애와는 달리 완전한 전기 형식이 아니다. 제1 생애는 신자들을 위해서 씌여진 반면에 제2 생애는 형제들을 위한 책이다. 따라서 제1 생애는 성인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그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고, 인간적이며 순수하다. 그러나 제2 생애는 벌써 제1 생애를 집필하고 거의 20년이 경과한 후에 집필한 것이다. 그동안 프란치스꼬의 정신에 대한 해석과 회칙 적응 등 갈등이 많았다. 영적인 면을 강조하는 부류가 있는 반면에 또 법적인 면을 강조하는 부류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첼라노는 총장으로부터 제2 생애를 집필하라는 명을 받았기 때문에 첼라노는 제도화되어 가는 수도회 행정부의 방향에 맞춰 규율, 순종, 질서 등을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여기에 뜻을 같이하면서 이러한 현실에 맞도록 성 프란치스꼬의 말씀을 약간 변경시킨다. 또한 옛 수도원의 가치를 받아들인다. 그런 면에서 제1 생애의 자율성과 비교된다.
머리말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그것이 씌여진 경위와 총봉사자께 헌정한다는 내용을 머리말에 싣고 있다. 이 헌정은 끄레쉔찌우스에게 드리는 기원으로 되어 있다 : “당신의 박식하신 판단으로 옳다고 인정된 것들이 당신의 이름 끄레쉔찌우스와 함께 어디서나 자라고, 그리스도 안에서 가지를 치게 하십시오. 아멘.” 제2 생애는 2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비교적 짧고, 제1 생애의 제1부에서 다루었던 것과 같은 시기의 이야기들을 내용으로 한다. 프란치스꼬의 본명과 그의 회두, 수도회 창설, 그리고 우골리노 추기경을 형제회의 보호자로 임명한 일 등이다. 그러나 그는 제1 생애에서 이미 내용으로 다른 것을 보충하여 이것을 쓰고 있는 것이 뚜렷하다. 그는 제1 생애에서 다룬 것을 반복하지 않으며, 다만 세부적으로 첨가한다. 제2부에서는 구조적이고도 논리적인 배열 안에서 그 주제가 다양하다. 토마스도 자기의 의도를 피력한다 : “우리는 프란치스꼬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천상적 규율을 실행으로 옮긴 모든 것 안에서, 그리고 그가 인간에게 모범을 보이며 거룩한 애정으로 이룩한 하느님을 향한 끊임없는 완덕의 추구에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의지라고 생각하였는지를 신중하게 그려 밝히려 한다.” 그리고 기적들도 그때그때 소개하며 끼워넣었다. 제2부의 후반부에서는 다시 역사적 순서로 돌아가며, 성 프란치스꼬의 질병과 오상, 죽음 그리고 시성과 묘지 이장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내용에서는 이장에 관한 부분이 빠져있다. 성 지오르지오 성당에서 새로 지은 대성당으로 이장하는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성식의 생략된 부분을 알려면 제1 생애에서 알아볼 수 있고, 이장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는 전례용 전기를 참조하면 될 것이다.
이미 말한 바와같이 토마스 형제는 제2 생애를 써서 제씨의 끄레쉔찌우스 총장에게 헌정했다. 그러나 끄레쉔찌우스는 1247년 7월 13일에 리옹에서 열린 다음 총회에 개인적인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사임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 전임 봉사자는 토마스의 제2 생애를 총회에 발송했다. 이때에 새로 선출된 총봉사자인 빠르마의 요한 형제는 이 책을 그 총회에서가 아니면 적어도 짧은 시일 내에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제2 생애가 씌여진 시기는 세 동료들이 총봉사자에게 자료를 보낸 시기인 1246년 8월 11일로부터 1247년 7월 13일, 리옹에서 개최된 총회 사이인 것이 확실하다.
세 동료들이 총봉사자에게 보낸 자료들과 관련되어 있는 제2 생애, 세 동료 전기, 완덕의 거울, 뻬루지아 전기간의 상호관계가 지난 90년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위에서 이미 말한 세 동료들의 편지는 세 동료 전기의 서문에 사용되었다. 세 동료 전기는 세 동료들의 편지를 서문으로 취하기만 할 뿐이지 그 내용은 세 동료들의 전기가 아니다. 왜냐하면 18장으로 되어 있는 세 동료 전기는 당시의 전기형식에 따라 씌여진 것이지, 세 동료들이 그들의 편지에서 말하는 것처럼 “빛 밝은 목장에서 수집한 잔 꽃송이들”의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1894년까지 세 동료 전기의 저자는 레오와 루피노, 그리고 안젤로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러나 이에 의심이 일기 시작한 것은 스타니슬라우스 멜키올이 16세기 사본에서 번역한 이태리판을 1856년에 출판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이 16세기 사본은 옛 사본을 필사한 것인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라틴어 사본보다 자료들을 훨씬 더 많이 담고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는 이 첨가된 자료들을 필사자가 토마스 첼라노와 성 보나벤뚜라, 삐사의 바르톨로메오와 완덕의 거울에서 뽑아 첨가한 것이라고 밝힌다.
폴 사바띠에르가 1894년에 자신의 저서「성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출판할 당시에 그는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세 동료 전기」는 단편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제씨의 끄레쉔찌우스 총장이 레오 형제나 그 동료들의 뜻과 달라서 그가 삭제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당시에 여러 형제들이 폴 사바띠에르의 주장에 동조하였다. 사바띠에르의 주장에 동조한 프란치스꼬회 회원 마르첼리노와 테오필로는 멜키올의 이태리 사본을 취하여, 이것을 라틴어로 번역한 다음, 다른 라틴어 사본에서(첼라노, 보나벤뚜라, 삐사의 바르톨로메오, 완덕의 거울) 내용을 발췌하여 첨가시켜「세 동료의 전기」를 새로 출판하였다.
1900년에 프란치스꾸스 반 오르뜨로이가「아날렉따 볼란디아나」(Analecta Bollandiana) 잡지에서 원래의「세 동료 전기」는 성 보나벤뚜라의「성 프란치스꼬 대전기」나 베르나르도 베싸의「성 프란치스꼬의 찬미」와 같이 후대에 저술된 책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세 동료 전기」는 결론적으로 어쩔 수 없이 후대 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13세기 후반과 14세기 전반기의 작품이 되므로 세 동료들이 직접 쓴 작품이 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대하여 토론이 계속되었으나 오늘날에는「세 동료 전기」가 비록 얼마만큼의 자료들을 1246년의 세 동료들이 기고한 자료에서 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4세기 초의 작품임이 통설로 되었고, 세 동료들의 편지는 틀림없이 그들이 1246년에 총봉사자에게 보낸 자료 설명서인 편지가「 세 동료 전기」의 서론이 되었다. 그러나 원 자료들은 분실되었고 아마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사바띠에르는 1445년으로 기입되어 있는「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동료들의 생활의 거울」이라는 제목의 필사본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것은 일정한 형식 없이 자료들을 그저 수집해 놓은 것에 불과하였고, 1504년 베니스에서 첫 출판된 것이었다. 사바띠에르는 이 자료 뭉치에서 그 형식이 세 동료 전기와 비슷하기만 하면, 그것을 누락된 부분일 것으로 생각하고 모두 발췌하였다. 그가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그분과 함께했던 저희”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접하면서부터다. 이 문구는 세 동료들이 총봉사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사용했던 “그분과 오랜 기간 함께 살았던 보잘 것 없는 저희”라는 문구와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또한 이즈음에 파리의 마자렝 도서실에서 또 다른 필사본을 만났는데, 그 내용이「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동료들의 생활의 거울」의 자료와 같았고, 다만 그 제목이「작은 형제들의 완덕의 거울」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바띠에르가 여기에서 저지른 하나의 실수는 이 파리 필사본을 성 프란치스꼬의 전기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생각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필사본의 연대를 1228년 혹은 1227년으로 잡았다. 이리하여 그는 자기가 모은 자료들을「레오 형제가 쓴 가장 오랜 전기인 완덕의 거울」이 라는 제목이라는 책으로 출판하였다. 그러나 그가 잡은 연대는 여타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실수인 것이 뚜렷해 보였고, 얼마 안있어 1318년으로 되어 있는 또 다른「완덕의 거울」필사본이 발견됨으로써 그들의 추측이 들어맞았다.
얼마 후에 프란치스꼬회 회원인 레오나르도 렘멘스 형제가 로마의 꼰벤뚜알 성 이시도르 수도원의 문서에서 14세기「완덕의 거울」필사본을 또 발견하였다. 이 작품은 사바띠에르가 편집한 완덕의 거울과 비교하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사바띠에르의 것은 124장으로 되어 있는 반면에 이것은 단지 45항목에 불과하다. 이 필사본은 다음과 같은 서두를 취한다 : “완덕의 거울은 주님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의향에 맞는 참다운 작은 형제회의 회칙과 서원, 생활과 성소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료였던 레오 형제의 글에서 발견된 것들과 전기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은 다른 동료들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비교적 짧은 이 작품을 어떤 이는 1246년에 세 동료가 총봉사자에게 보낸 최초의 자료들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 사본이 직접 말하고 있듯이 1246년도의 세 동료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일 뿐이다. 렘멘스 형제는 그 서문에 주석을 달아 결론하기를 이 책은 성 보나벤뚜라의 대전기가 어느 정도 형제회 안에서 정식 전기가 된 후에 편집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서문에서도 지시하는 바와같이 그 작품은 정식 전기를 보충하는 성격을 띠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시기적으로 볼 때 사바띠에르가 출판한 완덕의 거울을 앞서는 것이며, 세 동료들의 최초의 자료에 이어서 이 작품은 자주 최초의 편집판, 혹은 초기 편집판으로 불리운다. 그러므로 자연히 사바띠에르의 편집판은 후기 편집판이 되며, 최초의 완덕의 거울의 증보판이 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세 동료 즉 레오, 루피노, 안젤로의 이름으로 제씨의 끄레쉔찌우스 총봉사자에게 보내진 편지는 그들이 1244년 제노아 총회와 1246년 8월 11일(편지를 발송한 날짜) 사이에 수집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보낸 것이다. 바로 이 자료를 토마스 첼라노 형제가 제2 생애와 기적 모음집을 저술하는 데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세 동료 전기는 13세기 말이나 14세기 초의 저서로써 세 동료의 자료와 관계가 없으며, 다만 머리말만 그 자료의 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그리고 뻬루지아 전기는 제2 생애와 같은 시대의 저서로 세 동료의 자료를 일부 인용하였으나, 제2 생애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또한 완덕의 거울은 1318년경의 저서로서 일부는 제2 생애에서, 또 일부는 뻬루지아 전기에서 취한 것이다. 아직도 이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위와같이 결론하고 있다.
(3)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 모음집
(Tractatus de Miraculis B. Francisci)
프란치스꼬의 제3생애
토마스 첼라노 형제의 성 프란치스꼬의 제2 생애의 몇 편의 기적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여기저기 그때그때 끼워넣은 것이다. 그리고 그 기적들은 성 프란치스꼬가 살아있을 때에 이룩한 것들이다. 시성식 때에 채택되어 낭독한 기적들을 다루기 위하여 제1 생애에서는 특별한 장을 마련하고 있고, 제2 생애에서도 몇 편이 들어가 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미흡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1247년에서 1257년 사이의 총장인 빠르마의 요한이 첼라노 형제에게 이 미비점을 보충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총장들의 역대기 24장에 그 지시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 “이 총봉사자께서는 토마스 첼라노 형제에게 거듭 서한을 띄워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다룬 옛 전기들을 완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왜냐하면 끄레쉐찌우스 총봉사자의 명에 의해서 저술된 제2 생애는 그분의 생활과 말씀만을 다루고 있지 기적들은 빠졌다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세에는 기적에 대한 관심이 컸다. 따라서 사부님의 기적이 알려지면, 그것은 수도회의 명예와 관련이 있었고, 사부님의 명성과도 관련이 있었다. 기적은 곧 프란치스꼬가 거룩한 생활을 했다는 증거였다.
이렇게 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 모음집”은 토마스 첼라노에 의하여 빠르마의 요한이 총봉사자일 때인 1250년에서 1253년 사이에 집필되었다. 작품이 완성되자 토마스 형제는 다음과 같은 서두의 편지를 동봉하여 총봉사자에게 그것을 보냈다. “수도자다운 당신의 걱정이…”라고 시작되는 이 편지는 우리에게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다. 이 모음집은 1254년 메쯔에서 있었던 다음 총회에서 받아들여졌고, 인정되었다.
이 모음집은 제1 생애나 제2 생애와 같이 2부로 나누어진 것이 아니고, 19장 198항목으로 되어 있으며, 마지막에 맺음말이 있다. 제1장은 형제회의 초기에 일어났던 기적들을 다루고 있고, 제2장은 성 프란치스꼬의 오상과 이 오상에 관련된 기적들을 다루고 있다. 나머지 장들은 제6장을 제외하고 성 프란치스꼬가 이룬 각종의 기적들을 취급하며, 약간은 그의 생전에 있었던 기적들이지만 대부분이 사후에 일어난 기적들이다. 제6장은 성인이 임종하기 직전에 세떼솔리의 야고바 부인의 방문을 다루고 있다.
모음집에 들어 있는 기적들이 대부분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중의 3분의 1은 이미 제1․2 생애에서 취급한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취급하는 대부분의 기적들이 그의 사후에 일어난 기적들이기 때문에 이 책은 성 프란치스꼬의 전기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다. 198항목 중에서 41개 항목이 생전에 이루신 기적들이고, 나머지 대부분이 제1 생애와 제2 생애에 이미 수록된 것이며, 20여 개만이 새로운 것들이다. 이 항목들은 성 프란치스꼬의 전기에서 특별히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이 20여 개의 기적들을 제3 생애로하여 이 책의 마지막에 첨가하였다.
(4) 여타 작품들
①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 전기(Legenda Sanctae Clarae Assisiensis)
알렉산델 4세가 새로 교황으로 선출되고 나서 첫 번째 한 일이 글라라를 1255년 8월 15일에 시성한 것이다. 관례에 따라 그는 성녀의 전기를 집필케 하였고, 그 집필된 저서가 오랫동안 성 보나벤뚜라의 작품으로 간주되어 왔으나, 그 문체가 첼라노의 초기 작품들의 특성을 그대로 닮고 있어 이제는 누구도 그 저자가 첼라노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머리말은 교황 알렉산델 4세께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 “성하께서 이 부족한 저에게 성녀 글라라의 행적을 조사하여 그것을 기초로 전기를 쓰라고 분부하셨습니다.” 또한 그는 그녀의 시성을 위하여 수집한 자료와 칙서를 이 전기의 기초자료로 사용하였음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확실치 않은 기록에 의지하는 것은 현명치 못한 것으로 생각하며,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에게 의지한 것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동정녀들의 공동체에 의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누구도 직접 본 사람들을 빼놓고, 그리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받아 들이지 않고 전기를 써서는 안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아씨시의 성녀 글라라의 전기는 1255년에 착수하여 대략 1년내에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② 성무일도용 전기 (Legende ad Usum Chori)
베네딕또 형제로부터 성 프란치스꼬의 제1 생애를 요약하여 성무일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줄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첼라노가 이에 서신으로 답하는 모습을 제1항에서 볼 수 있다. “베네딕또 형제여, 그대는 저에게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전기를 발췌하여 그것을 9개의 독서로 일목요연하게 배열해서, 우리의 성무일도에 넣어 모든 형제가 소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베네딕또 형제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리스에서 1221년부터 1237년까지 관구봉사자로 지낸 아레쪼의 베네딕또 형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첼라노를 만나게 된 것은 1230년 아씨시에서 개최된 총회, 즉 성 프란치스꼬의 이장(移葬)이 있을 때가 아니었나 싶고, 그 자리에서 제1 생애를 요약해 달라는 요청을 한 듯하다.
이 짧은 전기의 작가는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나의 전기에서”라는 구절만이 등장하여, 이를 첼라노 자신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더구나 이 전기가 제1 생애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은 어휘나 구절이나 문장이 제1 생애의 그것을 글자 그대로 발췌한 것이고, 제1 생애를 집약하여 짧게 요약하였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문장의 흐름도 제1 생애와 제2 생애의 저자와 그 다루는 솜씨가 동일하다.
이 성무일도용 전기에서 새로운 조목들이 조금 발견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프란치스꼬가 운명한 때를 정확하게 기입하고 있다 : “die sabbati in sero(토요일 밤에)”. 또 하나는 성 지오르지오 성당에서 새로 지은 대성당으로 프란치스꼬의 시신을 이장했다는 부분이 들어 있다. 제1 생애의 집필을 완성할 때까지는 이 일이 없었기 때문에 제1 생애에서 누락된 것이다. 반면에 제1 생애를 집필할 당시에 저자가 몰랐던 몇 가지 새로운 기적들이 첨가된다. 이 기적들은 후에「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 모음집 」을 쓸 때 더 길게 나열된다.
1230년이나 아니면 1231년에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③ 진노의 날(Dies irae)
장례미사에 나오는 잘 알려진 고도의 시적인 연송(蓮頌), “진노의 날”의 저자가 토마스 첼라노로 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가사다.
3. 제1생애와 제2생애, 제3생애의 문학적 특성
토마스 첼라노 형제가 쓴 성 프란치스꼬의 전기는 현대적 의미의 전기가 아니다. 또한 그는 성인을 낱낱이 연구하여 기록할 생각도 없다. 제1 생애의 머리말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프란치스꼬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을 온전히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제1 생애 64번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토마스 첼라노 형제가 의도했던 것은 그 시대가 알아들었던 중세적 의미의 전기, 즉 성인의 행적에 관한 것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성인이라는 어휘였다. 그는 자주 프란치스꼬의 인간적인 측면을 희생시켰고, 그 결과로 프란치스꼬의 생활 안에서의 초월적인 요소를 강조하게 되었다. 중세의 전기작가인 그는 어떤 면에서 성인의 거룩함에 손상이 갈지도 모르는 인간적인 측면을 피하려고 주의를 하였다. 동시에 그는 평범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까지도 초월적으로 강하게 부각시켰다. 그렇다고 중세의 작가들이 모두 서툴고, 믿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보고 이해한 것을 그대로 쓴 것이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당시의 전기 형식을 따랐던 것이고, 따라서 초월적인 면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며, 인간적인 면을 자주 생략하는 것이다. 반대로 현대 전기 작가들은 인간적인 면만을 내세우고 초월적인 면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하는 것을 볼 때 오히려 중세의 전기작가들이 더 믿을 만할는지도 모른다.
성 프란치스꼬의 세 전기를 볼 때, 그 저자인 토마스 첼라노는 문학적으로 매우 기술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문학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의 문체는 정력적이고 힘차며 고상하고 또한 시적이다. 그는 상징적인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은유와 직유, 그리고 언어구사가 능란하다. 그는 대조법과 차이법을 이용하여 좋은 효과를 본다. 그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성서구절들을 인용하며 이곳저곳에 고전문학가나 그리스도교 초기 문학가들의 문구를 집어넣는다. 라틴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치밀하게 운을 맞추는 그의 각고의 노력이 매문장에서 여실히 드러나는 것을 볼 때, 토마스 첼라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문학가라 아니 할 수 없다.
4. 역사적 가치
지난 90년 동안 이 작품의 역사적 가치성에 관하여 토론이 수없이 많았다. 의견들이 분분했으나 가장 극렬한 혹평은 폴 사바띠에르와 그에 동조하는 자들의 평가였다. 사바띠에르는 제일 먼저 토마스 첼라노가 제1 생애에서 총회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있고, 또한 로마 교황청의 특권을 바라는 형제들을 프란치스꼬가 반대했다는 사실도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사바띠에르가 결론하는 것은 토마스가 당시에 엘리아 형제 밑에 있었고, 따라서 엘리아로부터 호감을 사려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빼버렸다는 것이다. 당시에 엘리아가 총봉사직을 맡고 있었고, 또 그는 총회를 소집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당시에 공사중이던 성 프란치스꼬 대성당을 위하여 교황에게 특전을 요청하던 중이었던 것이다. 또한 어떤 이는 이것들이 내용에서 빠진 이유를 교황과의 관계로 본다. 즉, 첼라노는 당시에 교황 그레고리오 밑에서 지배를 받고 있었고, 따라서 교황이 전기의 내용으로 넣을 것과 뺄 것을 그에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평가는 확실한 것이 못되며, 그 증거를 제1 생애에서나 그 당시의 어떤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첼라노의 의도는 성인이신 프란치스꼬의 모습을 형제회를 초월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나타내 보이려는 것이었지, 결코 형제회의 역사를 서술하려는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누락된 부분들도 성인의 모습과 관계있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토마스에 대한 또 하나의 비난거리는 그의 말에 앞뒤가 맞지 않아서, 역사가나 전기작가로서 그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비난거리는 그가 제1 생애에서 다루는 엘리아에 대한 관점과 제2 생애에서 다루는 엘리아에 대한 관점이 판이하게 다른 데서 연유한다. 사실 그 상황은 이렇다. 실제로 엘리아가 언급되는 것은 제1 생애에서 6개 항목이다. 언급될 때마다 매번 엘리아에 대한 좋은 느낌이란 배경 안에서 토마스는 기록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본다면 프란치스꼬가 죽기 6개월 전 시에나에 머물고 있을 때 많은 치료가 필요했었다. “엘리아 형제는 급히 서둘러 먼 곳에서 달려왔다.” 그가 도착하자 거룩하신 사부님이 많이 좋아져 그와 함께 시에나를 떠나 꼬르또나 근방의 셀라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다시 병세가 악화되어 프란치스꼬가 엘리아 형제에게 아씨시로 데려다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 다음 토마스는 이렇게 적는다 : “이 착한 아들은 자비로우신 사부님의 청을 받아들였다.” 이 일을 서술하는 데에 있어서 토마스는 시종일관 엘리아에 대하여 호감을 가지고 있다. 제1 생애에서 언급되는 엘리아는 어디나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 없이 제2 생애에서는 이와 너무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단 한 번도 그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이 없다. 프란치스꼬의 총대리로서 두 번 등장하지만 한 번은 누구인지 희미하게 드러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단순히 “또 다른 형제 하나가” 라고 언급할 뿐이다. 이어서 토마스 엘리아가 프란치스꼬의 오상을 보려는 호기심을 채우려고 얼마나 기회를 노렸는지 모른다고 서술하면서, 그가 프란치스꼬가 살아 있을 때에 성인의 옆구리 상처를 본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마지막에 첨가한다. 그러나 토마스는 제1 생애에서 한 가지 사건을 놓고 첨가하는 마지막 논평이 너무도 차이가 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그 상처를 보기에 합당했던 엘리아는 행복하였다.” 제2 생애 전반에 걸쳐 흐르는 엘리아에 대한 느낌이나 어조가 차갑고, 그를 얕보는 듯하다.
그가 엘리아를 보는 태도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달라졌는지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가 제1 생애를 집필할 당시에 엘리아는 형제들과 좋은 사이였고, 교회와도 좋은 사이였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대신하여 총대리직을 능력있게 효율적으로 수행하였다. 사실로 말해서 그는 프란치스꼬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존재였고, 그도 프란치스꼬를 존경하였다. 프란치스꼬는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엘리아에게 많이 의지하였고, 반대로 엘리아도 프란치스꼬글 깊이 존경하였으며,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제1 생애에서 이것은 너무도 뚜렷하다.
그러나 프란치스꼬가 죽은 다음 엘리아는 성인을 기념하는 대성당을 건축하는 책임을 교황으로부터 맡게 되었고, 이 일은 교황 그레고리오 9세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 건축자금을 각 관구에서 형제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고집함으로써 엘리아는 다른 형제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일만 해도 형제들은 엘리아를 이해해 줄 수 있었고, 또 이해하였다. 건축자금을 마련하는 일을 형제들은 동정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형제들에게 심각한 반응을 일으킨 것은 총장으로서의 엘리아의 사생활이었다. 그는 사치스러웠고, 개인용으로 저택을 두 채나 가지고 있었으며, 말을 탔고, 자기 입맛에 맞추려고 개인 요리사를 두었으며, 형제들과는 거의 식사를 같이 하지 않는 등 말썽이 많았다. 더구나 그는 누가 보아도 확실할 정도로 총회를 개최하기를 꺼려하였다. 결국 알렉산더 헤일스, 요한 로쉘르, 하이모 화베르샴 등을 중심으로 형제들이 그를 반대하고 일어나, 1239년 그를 총장자리에서 해임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뒤이어 엘리아는 교황청으로부터 이미 파문당한 프레데릭 2세에 동조함으로써 그 역시 교황청으로부터 파문당하였다. 1244년 제노아에서 있었던 총회에 출두하여 해명을 하면 파문을 철회하겠다는 교황청의 성의를 묵살하고 그는 출두 명령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재차 파문당하였다.
엘리아의 이러한 생활을 볼 때, 그에 대한 토마스 첼라노의 태도 변화도 전혀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토마스가 제1 생애를 집필할 당시에 엘리아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고, 성 프란치스꼬의 좋은 친구이자 신임을 얻는 제자였으며, 6년 동안 프란치스꼬의 총대리였고, 프란치스꼬에 대한 그의 친절과 관심은 그의 행정수완만큼이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20년이란 시간이 흘러 토마스 첼라노가 제2 생애를 집필하게 되었을 때, 엘리아는 벌써 형제들의 지지를 잃었고, 폭력적인 통치자였으며, 형제회를 저버렸고, 이어서 파문까지 당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마스가 엘리아에 대하여 변치 않고, 호감을 가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엘리아에 대한 토마스의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제2 생애에서 보여준 그의 태도이다. 사실 제2 생애에서 엘리아와 프란치스꼬와의 관계 묘사는 약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안되었던 것은 모든 형제들이 알고 있듯이 이미 엘리아는 나락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제1 생애에서 엘리아를 묘사한 것과 같이 제2 생애에서도 묘사했다면 이는 전 형제들에게 큰 물의를 일으켰을 것이다. 특별히 차이점이 보이는 것은 임종시에 프란치스꼬가 엘리아에게 내린 축복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에서 토마스 첼라노를 비난한다든가 그의 정직성을 의심한다든가, 아니면 역사가로서의 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야 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그는 상황의 변화에 충실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꼬리를 무는 불미스러운 일들과 파문으로 엘리아는 이미 자신과 프란치스꼬와의 관계에 먹칠을 하였으므로, 프란치스꼬를 주제로 하고 있는 제2 생애에서 엘리아를 재등장시켜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엘리아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그의 글에 들어갔다 해서 그것이 역사가로서의 그의 이름을 실추시킬 정도는 아니다. 비평가들의 말에 따른 선입견 없이 이 전기를 읽는 독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사실적이고도 정확한 기록 안에서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와 초기 형제들의 생활에 관한 토마스의 설명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토마스 첼라노는 프란치스꼬의 전기작가로서, 그리고 형제회의 역사가로서 없어서는 안 될 필요불가결한 존재이다.
5. 제1생애와 제2생애,제3생애가 처했던 운명
시간이 흘러 성 보나벤뚜라가 총봉사자가 되었을 때에도 토마스 첼라노의 저서들은 그대로 있었다. 이외에도 몇 편의 짧은 전기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예를 들면 첼라노의 성무일도용 전기와 제1 생애를 기초로 하는 율리아노 스페이어의 짤막한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도미니꼬회 회원인 바르톨로메오의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그리고 헨리 아브란취의 산문시로 되어 있는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등이다.
이러한 단편들은 그 나름대로 제 몫을 하고 있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에 관한 정확한 것이 못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사실 토마스 첼라노의 세 권의 책과 여타의 작품들 역시 그 어떤 것도 그 자체로서 완벽한 것은 못된다. 그것들을 함께 모아 놓아도 단일한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전기들은 결과적으로 후대에 창설자의 생애와 행적에 혼란을 가져오는 온상이 되었고, 성 프란치스꼬를 있는 그대로 알아내는 데에 어려움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형제회의 장상들은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적당한 시기에 조처를 취했다.
1260년에 나르본에서 총회가 개최되었고, 당시의 봉사자였던 성 보나벤뚜라는 형제들로부터 현존하는 전기물들을 대신할 만한 성인의 객관성있는 생애를 집필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성 보나벤뚜라는 이러한 청탁에 대해 성 프란치스꼬 대전기 서론에서, 총회에서 계속해서 요구해 오지 않았더라면 자기로서는 성인의 생애를 쓸 생각이 없었고, 또한 자기는 그만한 자격과 능력도 없는 지라 집필을 거절했었노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나벤뚜라는 총회의 청탁을 수락하여 1262년(혹 1263년)에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애를 탈고한다. 과락키 편집자들은 1263년 삐사 총회에서 이 전기가 받아들여졌고, 이어서 34권을 복사하여 각 관구장들에게 배부하였다고 한다.
3년 후 1266년 빠리 총회에서 다시 새 전기에 관한 토론이 있었고, “과거에 있었던 성 프란치스꼬의 모든 전기물들은 없애도록 한다”라고 결정하였다. 이러한 결정사항은 외부에 퍼져 있는 전기물에도 해당된다고 결정하였다. 그후 보나벤뚜라 총봉사자가 쓴 이 전기는 그것이 성 프란치스꼬의 측근자들의 입을 통하여 들은 것을 직접 옮겼다는 이유로 성 프란치스꼬 전기의 표준판이 되었다.
어떤 동기가 이러한 결정 뒤에 숨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는 토마스 첼라노의 작품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후 오랜 기간을 그의 작품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차츰 필사본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제1 생애는 모두 합해서 20개의 필사본들이 발견되었고, 완벽한 것은 그 중에 다섯 개였으며, 네 개는 거의 완전한 상태였다. 이들 필사본 중에 여덟 개가 씨토 수도원에서 발견되었고, 세 개가 분도 수도원에서 발견되었으며, 한 개만이 프란치스꼬회 수도원에서 발견되었다. 씨토회에서 필사본들이 발견된 것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안되는 것은, 1259년에 성 보나벤뚜라의 요구로 씨토회 회원들이 그들의 총회에서 성 프란치스꼬의 축일을 전 씨토회에 받아들였고, 성 보나벤뚜라가 그들에게 제1 생애의 복사판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들의 여러 수도원을 위해서 여러 권을 복사하였고, 또 이렇게 보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프란치스꼬회 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빠리 총회의 결정사항에 하등 관련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도회 회원들도 제1 생애를 그들의 전례에 사용하였다. 그러나 제2 생애와 기적 모음집은 제1 생애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였다. 고작 제2 생애의 완벽한 복사판은 두 개 있을 정도였고, 기적 모음집은 한 개뿐이다.
18세기 중엽에 들어서면서 토마스 첼라노의 작품들이 여러 종류 나왔다. 1768년에 예수회의 꼰스딴띤 쑤이스겐에 의하여 성인들의 행적이라는 제목으로 제1 생애가 처음 출판되었고, 1806년에 제1 생애와 제2 생애를 한데 묶어 꼰벤뚜알의 쓰떼판 리날디 형제가 출판하였으며, 1904년에 에드워드 엘렌꼰이 더 좋은 판을 내었으나, 가장 좋은 판은 1926년 성 보나벤뚜라 연구소의 프란치스꼬회 회원인 과락키 편집자들이 펴낸 것이다(AD CLARAS AQUAS, FLORENTIAE-QUARACCHI A PP. COLLEGII S. BONAVENTURAE). 이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머리에 ……………………………………………………………………… 19
제 1 생 애
(VITA PRIMA)
머리말 ……………………………………………………………………… 49
제 1 부
제1장 : 프란치스꼬가 회개하기 전에 해 온 세속생활 …………………………… 52
제2장 : 하느님께서 육신의 병과 밤의 환시로 프란치스꼬의 마
음에 닿으심 …………………………………………………………………… 55
제3장 : 정신적으로 변했지만 육신적으로 변하지 않은 프란치
스꼬가 발견한 보화, 그리고 비유적으로 자신의 정배
에대해 말함 …………………………………………………………………… 58
제4장 : 모든 것을 팔고, 받은 돈을 경멸함 ……………………………………… 60
제5장 : 아버지가 프란치스꼬를 핍박하고 묶어 감금시킴 ……………………… 62
제6장 : 어머니가 그를 풀어줌, 그리고 그가 주교 앞에서 옷을
벗음 ……………………………………………………… 65
제7장 : 강도들에게 잡혀 눈구덩이에 던져짐, 그리고 나환자
들을 돌봄 ………………………………………………… 67
제8장 : 성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그곳에 거주한 자매
들의 생활 …………………………………………………… 70
제9장 : 수도복을 입고 뽀르지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복음을 듣고 나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형제
들이 입을 수도복을 마련함 ………………………………… 73
제10장 : 프란치스꼬의 복음에 관한 설교와 평화를 전함, 그리
고 초기 여섯 형제의 회두 ………………………… 75
제11장 : 성 프란치스꼬의 예언의 영(靈)과 예견(豫見) …… 79
제12장 :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내보냄,
그리고 얼마 후에 그들이 돌아와 모임 ……………… 81
제13장 : 열 한 제자들을 데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회칙을 쓰
심, 그것을 인노첸찌오 교황께서 인준하심, 그리고 나
무를 본 환시 …………………………………………… 85
제14장 : 로마에서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옴, 그리고 도중에
지체함 …………………………………………………… 88
제15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명성과 많은 사람들의 회두; 수
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게 된 경위와 복되신 프란
치스꼬가 입회한 형제들을 길러낸 방법 …………… 90
제16장 : 리보 또르또에 머무름과 가난을 고수함 …………… 96
제17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에게 기도를 가르침, 그
리고 형제들의 순종과 정결 ………………………… 99
제18장 : 불 전차에 관하여,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
리에 없는 형제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일 … 102
제19장 : 형제들을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참
된 겸손 ………………………………………………… 106
제20장 : 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
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 110
제21장 :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 113
제22장 :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
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
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 118
제23장 :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
풍병자를 고침 …………………………………………121
제24장 :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 122
제25장 :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
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123
제26장 :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 125
제27장 : 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
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
께서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126
제28장 :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정신과 애정어린 동정
심, 그리고 양과 어린양에게 한 일 ………………… 131
제29장 : 창조주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프란치스꼬,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대한 인물 묘사 ……………… 135
제30장 : 주님의 성탄에 만든 구유 …………………………… 139
제 2 부
제1장 : 2부의 내용과, 프란치스꼬의 운명시(殞命時)와 완덕
을 향한 그의 정진 ………………………………………… 144
제2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위대한 바램, 그리고 성서를 펼
쳐 스스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알아냄 ………… 147
제3장 : 십자가에 못박힌 세라핌을 닮은 모습의 환시 ……… 151
제4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열성과 그의 눈병 ……………… 154
제5장 : 리에띠에서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의 영
접을 받은 일, 그리고 그분이 장차 전세계의 주교가
될 것이 라고 예언함 ……………………………………… 156
제6장 : 성 프란치스꼬의 수발을 든 형제들의 자세와 성인의
살아가는 마음가짐 ………………………………………… 160
제7장 : 시에나에서 아씨시로 돌아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
리아 성당, 그리고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 ………… 163
제8장 : 복되게 죽으면서 남긴 행동과 말 ……………………… 167
제9장 : 십자가의 오상(五傷)을 목격한 형제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세라핌 천사의 날개 ………………………… 170
제10장 : 성 다미아노 성당에 사는 자매들의 슬픔, 그리고 성
프란치스꼬가 찬미와 영광중에 묻힘 ………………… 175
제 3 부
제1장 : 우리의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시성(諡聖)과 기적 … 180
제2장 : 성 프란치스꼬의 기적 …………………………………… 190
1. 불구자의 치유 ………………………………………………… 190
2. 시력을 되찾은 맹인들 ……………………………………… 194
3. 마귀들린 사람들 ……………………………………………… 195
4. 죽음에서 되살아난 환자, 부종환자, 수종환자, 관절염
환자, 중풍환자 그리고 각종 질환자 ……………………… 196
5. 깨끗해진 나환자 ……………………………………………… 201
맺는 말 ……………………………………………………………… 205
제 2 생 애
(VITA SECUNDA)
머리말 ……………………………………………………………… 209
제 1 부
프란치스꼬의 회두
제1장 : 처음에는 요한이라 불리다가 후에 프란치스꼬로 불
리움,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관한 어머니의 예언과
프란치스꼬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일과 감옥에 갇
혀 있을 때의 그의 인내력 …………………………… 214
제2장 : 어느 가난한 기사(騎士)에게 옷을 입혀 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체험한 성소에 관한 환시 ………………216
제3장 : 한 패의 청년들이 얻어먹기 위하여 그를 두목으로 추
대한 일과 그의 변화 …………………………………… 218
제4장 :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가
난한 사람들과 식사함, 그리고 자기 옷을 주어 버림 … 220
제5장 : 프란치스꼬가 기도하는 동안에 악마가 한 여인을 보
임, 그러자 하느님께서 주신 응답, 그리고 나환자들에
대한 그이 태도 …………………………………………221
제6장 : 십자가에 달려 그에게 말을 한 고상(苦像)과 거기에
바친 그의 존경 ……………………………………………222
제7장 : 아버지와 육신의 형제가 그를 괴롭힘 ……………… 224
제8장 : 극복한 부끄러움과, 가난한 동정녀들에 대한 예언 … 226
제9장 : 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함 ………………226
제10장 :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산을 포기함 …………………227
제11장 : 교황님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 ………………………229
뽀르찌웅꿀라의 성모 마리아
제12장 : 뽀르찌웅꿀라에 대한 성인의 사랑과 그곳에서의 형
제들의 생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성당에 대한 복
되신 동정녀의 사랑 …………………………………… 231
제13장 : 어떤 환시 ………………………………………………… 233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의 생활
제14장 : 엄격한 생활 ……………………………………………… 233
제15장 : 성 프란치스꼬의 판단력 ……………………………… 234
제16장 : 앞일을 내다본 일과 자기 수도회를 로마교회에 맡
긴 일, 그리고 어떤 환시 ……………………………… 235
제17장 : 오스띠아의 주교를 자기 수도회의 아버지로 요청함 … 237
제 2 부
머리말 ………………………………………………………………240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지니고 있던 예언의 정신
제1장 : ……………………………………………………………… 241
제2장 : 성인으로 여겼던 사람이 실은 가짜임을 알아냄 … 241
제3장 : 또 다른 형제가 별난 짓을 한 비슷한 경우 ………… 243
제4장 : 다미에따에서 십자군의 패전을 예언함 ……………… 243
제5장 : 한 형제의 마음의 비밀을 간파함 …………………… 245
제6장 : 한 형제 위에 마귀가 있음을 봄, 그리고 공동체를 멀
리하는 형제들 ………………………………………… 246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일 ……………………………… 248
제7장 : 그렉치오 주민들을 늑대와 우박에서 구해 줌 ……… 249
제8장 : 뻬루지아 사람들에게 설교하는 중에 내분을 예언하고
일치를 권함 ……………………………………………250
제9장 : 한 부인에게 남편이 회개하리라고 예언함 ………… 252
제10장 : 한 형제가 다른 형제에게 죄를 짓게 하자 영(靈)으
로 알아차림, 그리고 그 형제가 형제회를 떠나리라
고 예언함 ……………………………………………… 253
제11장 : 수도원에 들어오려고 찾아온 한 젊은 사람이 하느
님의 영에 인도되지 않았음을 간파함 ……………254
제12장 : 프란치스꼬에게 치유를 받은 어느 성직자, 그리고
반복되는 죄로 인해 그는 더 큰 화를 입으리라고 프
란치스꼬가 예언함 ……………………………………255
제13장 : 유혹을 받은 형제 …………………………………… 256
제14장 : 일전에 성인이 청한 옷을 준 사람 ………………… 257
제15장 : 형제들이 먹을 것도 없는데 프란치스꼬가 의사를 식사에
초대함, 그러자 주께서 갑자기 푸짐하게 차려주심, 그리
고 자기 자녀들을 돌보시는 하느님의 섭리 ………… 258
릭체리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 259
제16장 : 성령을 통하여 두 형제의 소원을 알게 되어 강복을
주려고 방에서 나옴 ……………………………………… 260
제17장 : 기도를 바위에서 물이 솟게 함, 그리고 그 물을 목
말라하는 농부에게 줌 ………………………………… 261
제18장 : 프란치스꼬가 기른 새,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탐욕
을 부리다가 죽음 ……………………………………… 262
제19장 : 베르나르도 형제에 관한 프란치스꼬의 예언이 모두
이루어짐 ………………………………………………… 263
제20장 : 유혹중에 있던 형제가 성인의 친필을 간직하고 싶어함 ․ 264
제21장 : 자기의 투니카를 갖고 싶어하는 형제에게 줌 …… 265
제22장 : 프란치스꼬의 명을 받아, 잡초에 묻힌 미나리가 야
밤에도 발견됨 …………………………………………265
제23장 : 자기가 죽은 다음에 기근이 내릴 것을 예언함 …… 266
제24장 : 성인의 광채와 우리의 무지 ………………………… 268
가난
제25장 : 가난을 찬미함 ………………………………………… 269
가난한 집
제26장 : …………………………………………………………… 270
제27장 : 헐어 버리려던 뽀르찌웅꿀라의 집 …………………271
제28장 : 볼로냐에 있는 집에서 아픈 형제들까지도 몰아냄 ․ 272
제29장 : 자기 이름이 붙여진 방에 들어가기를 거절함 …… 273
가난한 살림도구
제30장 : …………………………………………………………… 274
제31장 : 그렉치오에서 부활절에 준비한 식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리스도의 표양에 따라 자신이 순례자임을
보여줌 …………………………………………………… 274
제32장 : 책들에 대한 욕심을 반대함 ………………………… 275
가난한 잠자리
제33장 : 오스띠아 주교와 있었던 일, 그리고 주교의 찬사․276
제34장 : 어느 날 깃털 베개를 베자 일어난 일 …………… 277
돈에 관한 이야기들
제35장 : 돈에 손을 댄 형제를 따끔하게 타이름 …………… 278
제36장 : 언젠가 돈을 주워 벌받은 형제 ……………………279
제37장 : 필요하다는 구실로 돈을 예비하려 한 형제를 책망
함 ………………………………………………………… 280
제38장 : 뱀으로 변한 돈 …………………………………………281
가난한 옷
제39장 : 부드럽고 화려한 옷을 입은 형제들을 말과 표양으
로 나무람 ……………………………………………… 282
제40장 : 가난을 등진 형제들은 가난을 깨닫고 돌아와야 한
다고 말함 ……………………………………………… 284
제41장 : 동냥하는 일 자체에 찬사를 보냄 …………………… 285
제42장 : 동냥하는 성인의 모범 ……………………………… 286
제43장 : 오스띠아의 주교가 있는 교구청에서 보여 준 모범
과 주교님게 드린 대답 ……………………………… 287
제44장 : 말과 모범으로 동냥하러 나갈 것을 권함 ………… 288
제45장 : 구걸하기를 거절하는 형제들에게 내린 책망 ……… 289
제46장 : 동냥한 것을 메고 오는 형제를 맞이하여 어깨에 입
을 맞춤 …………………………………………………289
제47장 : 세속에 사는 기사(騎士)들에게 동냥을 권함 ……… 290
제48장 :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탉이 물고기로 변한 일 ……… 291
세속을 포기하는 사람
제49장 : 자기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친
척들에게 준 사람을 꾸짖으신 예(例) ……………… 292
가난과 관련된 환시
제50장 : …………………………………………………………… 294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동정심
제51장 :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 그리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부러워함 ……………………… 296
제52장 : 가난한 사람을 나쁘게 말한 형제를 힐책함 ……… 297
제53장 : 첼라노에서 어느 노파에게 망또를 줌 ………………298
제54장 : 또 다른 망또를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줌 ………… 299
제55장 : 또 다른 가난한 사람에게 한 비슷한 일 …………… 300
제56장 : 주인을 증오하지 않도록 어느 사람에게 망또를 줌 ‥ 300
제57장 : 투니카 자락을 가난한 사람에게 줌 ………………… 301
제58장 : 형제회 최초의 신약성서를 두 형제의 가난한 어머
니에게 줌 ……………………………………………… 301
제59장 : 눈병으로 고생하는 가난한 부인에게 망또를 줌 ‥ 302
제60장 : 세 여인이 길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고 사라짐 … 304
기도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열심
제61장 : 기도하는 때와 장소, 그리고 기도에 대한 열심 … 305
제62장 : 열심히 성무일도를 바침 …………………………… 307
제63장 : 기도중에 일어난 분심잡념을 물리침 ………………308
제64장 : 무아경(無我境) ………………………………………… 309
제65장 : 기도 후에 취한 태도 ………………………………… 309
제66장 : 기도중의 그를 방문한 주교가 말(言)을 잃어버림․311
제67장 : 어느 수도원장이 그의 기도의 힘을 느낌 ………… 311
성서에 대한 성인의 이해와 그의 말의 위력
제68장 : 그의 지식과 기억력의 정도 ………………………… 313
제69장 : 도미니꼬회 형제에게 해석해 준 예언자의 말씀 … 313
제70장 : 어느 추기경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분명한 해답을
줌 …………………………………………………………315
제71장 : 성서를 읽어 드리겠다고 하는 형제에게 답함 …… 315
제72장 : 빠치피꼬 형제가 성인의 입에서 본 번쩍이는 칼․316
제73장 : 설교의 효과와 이에 대한 어느 의사의 증언 …… 317
제74장 : 실베스떼르 형제를 중재로하여 말씀의 힘으로 아레
쪼에서 악마를 몰아냄 ………………………………… 318
제75장 : 실베스떼르 형제의 회두, 그리고 그가 본 환시 …… 319
제76장 : 마귀의 공격에서 풀려난 형제 ……………………… 321
제77장 : 어린양을 잡아먹은 못된 암퇘지 ……………………321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일
제78장 : 여자와 친근해지기를 피함, 그리고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태도 ……………………………………………322
제79장 : 여자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비유 …………………… 324
제80장 : 필요 이상의 친절에 대한 성인의 표양 …………… 325
그가 당한 유혹들
제81장 : 성인의 유혹과 유혹을 극복한 경위 …………………326
제82장 : 악마가 프란치스꼬를 부르며 성욕으로 유혹함, 그
리고 성인이 그것을 극복한 경위 ……………………327
제83장 : 어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그리고 유혹을 통해
서 얻는 선(善) ………………………………………… 328
악마들이 프란치스꼬를 친 방법
제84장 : 악마들이 그를 공격한 방법, 그리고 대저택의 뜰을
피해야 함 ……………………………………………… 329
제85장 : 앞 항목에서 언급한 일의 실례(實例) ……………… 331
제86장 : 어느 한적한 곳에서 악마의 공격을 견디어 냄, 그리
리고 어떤 형제의 환시 ……………………………… 332
제87장 : 유혹에서 풀려난 형제 ………………………………… 334
마음의 참 기쁨
제88장 : 마음의 기쁨과 그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노래, 그리
고 실의가 가져오는 해로움 ………………………… 335
제89장 : 천사들이 뜯는 기타 소리 ……………………………… 336
제90장 : 마음이 즐거우면 불란서 말로 노래함 ……………… 337
제91장 : 슬픈 기색을 보이는 형제를 책망함, 그리고 행동을
권면함 …………………………………………………… 338
제92장 : 육신이 군말을 못 하도록 다루는 요령 …………… 338
헛된 기쁨
제93장 : 헛된 영광과 위선 ……………………………………… 339
제94장 : 위선에 대한 자기 고백 ……………………………… 341
제95장 : 허영에 대한 자기 고백 ……………………………… 341
제96장 : 자기를 칭송하는 자들에게 대답한 말 ……………… 341
제97장 : 자화자찬하는 형제들에게 대한 그의 말 …………… 342
오상(五傷)을 숨김
제98장 : 오상을 묻는 형제에게 대답한 그의 말과 그것을 숨
기려던 그의 노력 ……………………………………… 343
제99장 : 어느 형제가 거룩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써서 오상
상을 훔쳐봄 …………………………………………… 344
제100장 : 어느 형제가 그의 옆구리 상처를 봄 ……………… 345
제101장 : 덕행을 숨김 …………………………………………… 346
겸손
제102장 : 자세와 의견과 행위에서의 성 프란치스꼬의 겸손,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일 ……………… 347
제103장 : 떼르니의 주교와 어느 농부에게 보인 겸손 ……… 348
제104장 : 총회에서 직무를 사임함, 그리고 어떤 기도 ……… 350
제105장 : 자기를 돌볼 동료들을 포기함 ……………………… 351
제106장 : 높은 지위에 애착을 가진 형제들에게 한 말과, 작
은 형제에 대한 묘사 ………………………………… 351
제107장 : 형제들이 성직자에게 복종하게 한 이유와 방법 ‥ 352
제108장 : 이몰라의 주교에게 존경심을 보임 ………………… 353
제109장 : 성 프란치스꼬와 성 도미니꼬 간의 겸손과 사랑 ‥ 354
제110장 : 서로 칭찬함 …………………………………………… 357
순명
제111장 : 참다운 순명을 위하여 늘 원장을 둠 ……………… 357
제112장 : 참되게 순명하는 자, 그리고 순명의 세 종류 …… 358
제113장 : 순명의 이름 아래 가볍게 명을 내릴 수 없음 …… 360
제114장 : 열의에 이끌려 왔으나 허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
었기에, 그의 모자를 불 속에 던짐 ………………… 360
좋은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
제115장 : 어느 착한 형제의 표양, 그리고 옛 형제들의 관습․361
제116장 :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그들에 대한 성인의
저주,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중대하게 생각함 …… 362
제117장 : 하느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형제회의 형세에 관한
계시, 그리고 형제회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364
게으름과 게으른 사람
제118장 : 사람이 하느님의 종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관하
여 그에게 내린 환시 ………………………………365
제119장 : 뽀르찌웅꿀라에 있을 때, 한담에 대하여 보속을 줌․366
제120장 : 손수 일을 하며 게으름을 경멸함 ………………… 366
제121장 : 게을러빠지고 탐욕스럽기만 한 형제들에 대해 성
프란치스꼬에게 드리는 하소연 …………………… 367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들
제122장 : 설교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 368
제123장 : 헛된 찬사를 구하는 형제들, 그리고 예언자의 말씀
을 해석함 ……………………………………………… 369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관상함
제124장 : 생물과 무생물을 향한 성인의 사랑 ……………… 370
제125장 : 피조물들이 그의 사랑을 돌려줌, 그리고 고통을 주
지 않은 불 …………………………………………… 372
제126장 : 손에 앉은 새 ………………………………………… 374
제127장 : 매 ………………………………………………………… 374
제128장 : 벌 ………………………………………………………… 375
제129장 : 꿩 ………………………………………………………… 375
제130장 : 매미 ……………………………………………………… 376
사랑
제131장 : 그의 사랑, 그리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완덕의
표양을 보임 …………………………………………… 377
제132장 : 제자들을 돌봄 ………………………………………… 379
제133장 : 앓는 형제에 대한 동정심 …………………………… 379
제134장 : 마음이 병든 형제들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병든 형
제들을 돌보지 않는 형제들 ………………………… 380
제135장 : 스페인 형제들 ………………………………………… 382
제136장 : 은둔소에서 나쁘게 사는 형제들, 그리고 그가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를 원함 ………………… 383
제137장 : 그가 자기의 투니카를 준 두 명의 불란서 형제 … 384
비난, 봉사자들, 단순성
제138장 : 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 대한 처벌 ……………… 385
제139장 : 봉사자들은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 387
제140장 : 관구 봉사자들 ………………………………………… 390
제141장 : 봉사자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응한 답변 ………… 390
제142장 : 참다운 단순성이란 어떤 것인가 …………………… 392
제143장 : 단순한 형제 요한 …………………………………… 393
제144장 : 아들들간의 일치를 도모함, 그리고 이에 비유를 들
어 말함 ………………………………………………… 394
제145장 : 성인이 바란 형제들의 삭발 방법 ………………… 396
제146장 : 학식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기를 바람 …………………………… 397
제147장 : 그는 형제들이 어떻게 배우기를 원하였는가, 그리
고 설교하는 어느 동료에게 나타남 ……………… 398
성인의 특별 신심
제148장 : 하느님의 사랑에 관한 말만 들어도 감동을 받음․399
제149장 : 천사들에 대한 신심과 성 미카엘의 사랑으로 한일․400
제150장 : 성모님에 대한 신심, 그리고 형제회를 특별히 성
모님께 맡김 ………………………………………… 401
제151장 : 주님의 성탄에 대한 신심과 성탄 축일에는 어떻
게 만물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願) ………… 401
제152장 : 성체에 대한 신심 …………………………………… 403
제153장 : 성인들의 유해와 유품에 대한 신심 ……………… 404
제154장 : 십자가에 대한 신심과 숨겨진 신비 ……………… 405
가난한 자매들, 회칙
제155장 : 형제들이 가난한 자매들을 어떻게 대하기를 바랐는가․406
제156장 : 마음대로 수녀원에 간 형제들을 심하게 꾸짖음 … 408
제157장 : 말보다 행동으로 한 설교 …………………………… 408
제158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회칙을 권고한 내용과, 회칙
을 소지한 형제 ……………………………………… 409
제159장 : 회칙에 관한 사부님의 권고를 뒷받침하는 환시 … 410
성 프란치스꼬의 질병
제160장 : 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으느 형제와 대화를 나눔․411
제161장 : 그의 질병을 보고 주께서 하신 약속 ……………… 413
가난하신 사부님의 죽음
제162장 : 죽음에 임박하여 형제들에게 내린 권고와 축복 … 415
제163장 : 죽음과 죽기 전에 한 일 …………………………… 418
저승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을 본 형제 … 419
제164장 : 임종하고 있던 아우구스띠누스 형제의 환시 …… 420
제165장 : 거룩하신 사부님이 임종하신 다음에 어느 형제에
게 나타나심 …………………………………………… 420
제166장 : 아씨시의 주교가 본 거룩하신 사부님의 죽음의 환시 … 421
시성과 유해 이전 …………………………………… 422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이 그에게 바친 기도 ……… 423
제 3 생 애
(VITA TERTIA)
제1장 : 프란치스꼬 수도회의 놀라운 탄생 …………………… 429
제2장 : 오상의 기적, 그리고 세라핌이 현시됨 ……………… 431
제3장 : 감각이 없는 피조물 특히 불에 대한 성인의 힘 …… 440
제4장 : 감각이 있는 피조물에 대한 성인의 힘 …………… 440
제5장 : 하느님의 선하심이 프란치스꼬의 명을 따름 ……… 441
제6장 : 세떼솔리의 야고바 부인 ………………………………441
제7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죽은 이들이 살아남 … 444
제8장 : 성 프란치스꼬의 전구로 죽음의 위험에서 구함을 받
은 사람들 ………………………………………………… 446
제9장 : 수종에 걸린 사람들과 중풍에 걸린 사람들이 완치됨․447
제10장 : 난파에서 사람들이 구조됨 …………………………… 447
제11장 :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풀려남 …………………… 448
제12장 : 출산의 위험에서 벗어난 부인들, 그리고 성 프란치
스꼬의 축일을 지내는 많은 사람들 ………………… 450
제13장 : 탈장의 치유 …………………………………………… 451
제14장 : 맹인과 귀머거리 그리고 벙어리의 치유 ………… 452
제15장 : 나병환자들과 하혈환자들의 치유 …………………… 453
제16장 : 실성한 사람과 마귀들린 사람의 치유 ……………… 454
제17장 : 불구환자와 골절환자의 치유 ………………………… 454
제18장 : 여러 기적들 …………………………………………… 458
제19장 :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들에 관한 기록이 끝남 ‥ 460
아씨시 성 프란치스꼬의 생애
머 리 말
주의 이름으로. 아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애에 관한
머리말이 시작된다.
1. 지극히 복되신 우리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생활을 경건한 마음으로, 그리고 언제나 진실을 안내자와 봉사자로 삼아 순서정연하게 기술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러나 프란치스꼬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모든 것을 온전히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처지이므로, 비록 내가 말이 짧은 사람이긴 하지만, 위대하신 그레고리오 교황1) 성하의 분부를 받자와, 적어도 내가 성인의 입에서 들은 것이나 혹은 충실하고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들은 것들을 나의 최선을 다해서 정리하려 하였다. 그러나 바라는 바는 사물에 대해서 알쏭달쏭하게 말하는 것을 늘 피하셨고, 또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셨던 분의 제자다운 제자가 되는 일이다!
2. 나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에 관해 수집할 수 있었던 것들을 3부(部)로 나누었고, 각 부(部)를 여러 장(章)으로 정돈함으로써, 이 일들이 일어났던 여러 경우의 순서가 뒤바뀌거나 그 일들의 사실성에 대해 의문이 야기될 여지를 없애도록 하였다. 제1부는 역사적 순서를 따랐으며, 주로 그분의 행적과 생활, 거룩한 품행 및 구원에 유익한 가르침에 할애하였다. 그리고 역시 제1부에는2) 그분이 아직 육신으로 계실 때, 우리 주 하느님께서 그분을 통해 이룩하고자 하신 많은 기적들 가운데서 몇몇을 적어 넣었다.
제 2부는3) 그분 생애의 마지막 2년 동안 복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일을 서술한다. 제3부는4) 지극히 영화로운 성인께서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와 더불어 굽어보시면서 이 지상에 행하신 기적들 가운데서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생략한 것들이 더 많다. 또한 복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모든 추기경들과 함께 그분을 성인의 반열에5) 오르게 하셨을 때, 그분에게 바친 진심어린 공경과 영예와 찬사와 칭송도 기록하고 있다.
당신 성인들 안에서 언제나 영광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할 지어다.
머리말이 끝난다.
제 1 부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찬미와 영광을. 아멘.
지극히 복되신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애가 시작된다.
제 1 장
프란치스꼬가 회개하기 전에 해온 세속생활
1. 스뽈레또 계곡6) 기슭에 위치한 아씨시 고을에는 일찍부터 세상의 허영심에 따라 오만무례(傲慢無禮)하게 자란 프란치스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7) 부모의 천박한 생활과 행실을 오랫동안 모방하여 그의 허영심과 교만함은 한층 심했다.8)
이 매우 나쁜 습관은 이름만 그리스도인으로 간주되는 이들
2. 이러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성인으로 추앙하는 분께서(그분은 참으로 성인이시다) 어린 시절을 지내신 비참한 환경이었다. 그리고 거의 25세에 이를 무렵까지12) 자신의 시간을 비참하게 허송세월을 하고 있었다. 참으로 그는 허영에서 동시대인(同時代人)들을 앞질렀고 악을 조장하고 모방하는13) 자였으며, 바보같은 짓이면 더욱 열을 올리는 형편이었다.14) 그는 모든 이의 감탄의 대상이었고, 허식과 농담과 이상야릇한 행동과 부질없는 한담(閑談)과 노래, 그리고 부드럽고 하늘거리는 옷차림14) 등에서 타(他)의 추종을 불허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그는 매우 부유했지만 탐욕적이었다기 보다는 탕아적이었으며, 돈의 축적자가 아니라 재산 낭비가였고, 조심스런 기업가라기 보다는 믿음직스럽지 못한 청지기였다. 반면에 매우 인간적이었고, 매우 쉽게 대할 수 있었으며, 상냥했지만 불행히도 이 때문에 자기 자신이 바보가 되게 하는 경우조차도 있었다. 이런 성품 때문에 악을 지지하고 범죄를 조장하는 많은 자들이 그를 추종했다. 이렇게 하여 거만하고 도도한 많은 악의 무리들에 휩쓸려 바빌론의 거리를 싸다니니,15) 마침내 주님께서 하늘에서 굽어보시고, 당신의 이름을 위하여 당신 진노를 프란치스꼬에게서 멀리 거두시며, 당신에의 찬미를 위하여 프란치스꼬가 완전히 멸하지 않도록 그에게 굴레를 씌우셨다.16) 이렇게 해서 주님의 손이 그에게 내리시어 지존하신 분의 오른손이 하나의 변화를 엮어냈으니, 그를 통하여 죄인들에게 은총으로 회복되리라는 약속을 하사(下賜)하시기 위함이었고, 그가 하느님께 대한 모든 회개의 모범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17)
제 2 장
하느님께서 육신의 병과 밤의 환시로
프란치스꼬의 마음에 닿으심
3. 이분이 아직도 죄중에 있는 젊은이의 열정에 활활 불탔고, 철없는 나이가 젊은이의 욕구를 채우도록 무절제하게 충돌했을 때,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지 몰라서 해묵은 뱀의 독으로 자극되었을 때, 갑자기 하느님의 복수, 아니 차라리 하느님의 기름 부으심이 그에게 베풀어져, 정신적 고뇌와 육체적 고통이 그에게 닥쳐오게 하심으로써, 우선 그의 잘못된 감성들을 일깨워 주고자 하셨다. 예언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보라, 내가 그대의 길을 가시덩굴로 울타리를 치겠고, 벽을 세워 그것을 막아 버리겠노라.”18) 이렇게 하여 그는 책벌로써밖에는 고칠 수 없는 인간의 고집이 받아야 할 오랜 질병으로 인해 기진맥진하게 되어, 이제 마음 속에서 과거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병이 다소 차도를 보이자, 지팡이의 부축을 받아 집안을 거닐었고, 이로 해서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루는 밖에 나가 주위의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들판의 아름다움, 포도원의 쾌적함, 그리고 그밖의 보기에 좋은 것들도 그를 즐겁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갑작스런 자신의 변화에 그는 놀랐고, 이런 것들을 사랑하는 자들을 가장 어리석다고까지 여겼다.
4. 그러므로 그날부터 그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 시작했고, 자신이 전에 동경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경멸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충분히 진심으로 그렇게 하지는 못했으니, 그는 아직 허영의 끈에서 풀려나지 못했으며, 비뚤어진 노예의 멍에를 목에서 떨어버리지를 못했기 때문이다.19)습관된 것에서 떠나기란 매우 힘겨운 일이며, 일단 마음 속에 들어앉은 것들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마음은 비록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해도, 처음 것으로 쉽게 돌아가고 말며, 계속적인 반복에 의하여 악(惡)은 흔히 제2의 천성이 되어 버리고 만다.20)
그래서 프란치스꼬는 아직도 하느님의 손을 벗어나 도망치려 했고, 잠시동안 아버지의 바로잡아 주심을 망각한 채 촉망되는 장래가 자신에게 던지는 미소 속에서 이 세상 일에 대해 생각했으며, 하느님의 뜻을 무시한 채 세속의 영광과 멋진 성취를 아직도 헛되이 스스로에게 기대했다. 당당하게 군비를 갖추고 있던 아씨시의 어떤 귀족이21) 허영의 바람에 들떠 재산과 명성을 늘리기 위해 아뿔리아로22) 가겠노라고 다짐했다. 이 말을 들은 프란치스꼬는 마음이 들떠서 성급하고 대담하게 그와 함께 가기로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지체에 있어서는 그 사람보다 떨어졌지만, 아량에 있어서는 그보다 나았고, 재산 문제에 대해서는 덜 영리했으나, 남에게 주는 데에 있어서는 한층 후했다.
5. 그래서 이 모든 일들은 성취하려는 생각에 완전히 몰두한 나머지 욕망에 불타 장도(壯途)에 오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날 밤, 정의의 매로 그를 채찍질하셨던 분께서 은총의 감미로움중에 환시로 그를 찾아 오셨다. 그분은 프란치스꼬가 영광을 바라는 마음이 열렬했기 때문에 영광의 정상을 보여줌으로써 그를 꾀어 신명을 북돋아 주셨다. 프란치스꼬가 보니 자기의 온 집안이 전투용 장비, 곧 말안장․방패․창 따위로 가득 차 있는 듯하였다. 그는 기뻐 날뛰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심 궁굼하게 여겼다. 그는 자기 집에서 그런 것들을 본 적이 없었으며, 다만 팔려고 내놓은 옷감더미만 눈에 익숙해져 있는 터였다. 그가 이같은 사건이 갑작스레 생긴 데 대해서 적잖이 놀라고 있을 때, 이 모든 무기들이 자기와 자기의 부하들에게 딸린 것들이라는 응답이 왔다. 잠이 깨서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났고, 그 환시는 대단한 영화의 징조라고 생각해서 아뿔리아 여행은 미래의 자기 영화라 예감하였다. 그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를 몰랐으며23) 하늘로부터 자신이 받은 과업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환시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진실하지 못했었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 환시는 전쟁에 관계되는 것들과 다소의 유사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그런 사물로 해서 여느 때처럼 기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도를 완수하고 계획된 여행을 효과있게 끝마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칠 어떤 역경에도 대처할 만한 노력을 각오해야만 했었다.
이렇게 시초부터 무기에 대해 언급이 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며, 제2의 다윗처럼 만군의 주(主) 하느님의 이름으로24) 이스라엘을 원수들의 오랜 치욕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강력하게 무장하고 이제 싸움터에 나가려는 군인에게 무기를 내려 주셨다는 것은 아주 적절한 일이었다.25)
제 3 장
정신적으로 변했지만, 육신적으로는 변하지 않은
프란치스꼬가 발견한 보화,
그리고 비유적으로 자신의 정배에 대해 말함
6. 육신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변화를 일으킨 프란치스꼬는 아뿔리아로 가기를 마다하고 하느님의 뜻에 자신의 뜻을 굽히고자 애썼다.26) 따라서 잠시 세상사의 혼잡에서 물러나 자기 자신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간직하고자 힘썼다.27) 그는 신중한 사업가처럼 미망(迷妄)에 빠진 자기의 눈에서 자기가 발견한 보화를 감추었고,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팔아서 아무도 모르게 그것을 사고자 하였다.28)
자기와 동갑나기였기 때문에 다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 친구가29) 아씨시 읍에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사랑했고 친분이 매우 두터운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을 정도였다. 프란치스꼬는 의견을 나누기에 매우 적합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를 자주 데리고 가서, 값지고 엄청난 보화 하나를 자기가 발견했다고 말하곤 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그 친구는 기뻐했으며, 자기가 들은 일에 대해서 대단히 마음을 조이며, 요청이 있을 때마다 어디건 기꺼이 그를 따라가곤 했다.
아씨시 읍 근교에 동굴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주 그곳에 가서 보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자신의 거룩한 결심으로 해서 이미 거룩해진 이 하느님의 사람은 동료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동굴에 들어가곤 하였다. 그러고는 새롭고도 특별한 영(靈)에 충만되어 성부께 숨어서 기도하곤 했다. 누구도 자신이 동굴 안에서 한 일을 알게 되기를 원치 않았고,30) 좋은 일이 있을 적마다 그것을 숨기는 것을 더 낫게 여겼다. 그러고는 자신의 거룩한 뜻에 관해 하느님하고만 상의했다. 그는 영원하시고 참되신 하느님께서 자기의 갈길을 가르쳐 주시고, 당신의 뜻을 실행하도록 가르쳐 주십사고 열심히 기도했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안고 있어, 자신이 마음 속에 품은 바를 행동으로 끝낼 때까지 쉴 수가 없었다. 갖가지 잡념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고, 그 끈덕진 괴롭힘이 그를 몹시도 혼란스럽게 했다. 그의 내부는 거룩한 불로 활활 타고 있었으며 그의 마음이 지닌 이 열심을 외적으로 숨길 수가 없었다. 그는 무거운 죄를 지어 엄위하신 분의 눈을31) 진노케 하였음을 뉘우쳤으며, 이제 과거의 악도 현재의 악도 그에게 아무런 기쁨을 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악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충분한 확신을 여전히 얻지 못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다시 나왔을 때 그는 기도에 애를 써 탈진한 나머지 들어간 사람과 나온 사람이 전혀 딴사람 같아 보였다.
7. 그러나 어느 날 그가 하느님의 자비를 애틋하게 청했을 때, 하느님께서는 그가 해야 할 일을 보여 주셨다.32) 이에 그는 너무도 기뻐 즐거운 나머지 주체할 길이 없었고, 원하는 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귓전에다 몇 마디를 중얼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에 엄청난 사랑을 들이마셔 침묵하지 못하고 말해 버렸지만, 그래도 더욱 조심스럽게 또 알아듣지 못하게 말했다. 앞서 말한 대로, 자기의 각별한 친구에게는 감추어진 보화 얘기를 했으나, 다른 이에게는 비유적으로 말하려 했다. 아뿔리아로 가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고향에서 고귀하고도 위대한 일을 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가 아내를 맞이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여, “프란치스꼬야, 장가가고 싶으냐?”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대답하였다 : “나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아온 정배보다 더 고결하고 아리따운 정배를 맞이하겠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움에서 다른 이를 능가하고 지혜에서도 모든 이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티없는 정배는 바로 그가 받아들인 참된 신앙이었으며, 숨은 보화란 그가 그렇게도 애써 찾아낸 하늘 나라였다. 신앙과 진리 안에서 복음의 봉사자가 될 그에게 복음적인 모든 소명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필연적인 일이었다.
제 4 장
모든 것을 팔고, 받은 돈을 경멸함
8. 지존하신 분의 복된 종이 이와같이 성령에 의해 다듬어지고 튼튼하게 되어, 제때가 이르자 이제 자기 영혼의 복된 충동을 따랐으며, 이로 인해 천상사물에 다다르고 세속사물을 발로 짓밟게 되었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죽음의 병이 도처에 엄청나게 팽대했었고, 또 많은 이들의 육신을 휘어잡아 의사가 잠시라도 지체하면 생명을 앗아가고 생명을 주는 영(靈)을 차단해 버릴 기세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어나 십자성호로 스스로를 굳건하게 하고 말을 채비시켜 타고는, 좋은 옷감을 내다팔려고 폴리뇨라고33) 하는 도시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곳에서 그는 여느 때처럼 가지고 간 것들을 다 팔아버렸고, 능란한 장사꾼처럼 타고 갔던 말까지 내놓아서 그 돈을 받았다. 이제 짐을 다 떨어버리자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며 신앙인의 자세로 이 궁리 저 궁리하면서 발길을 돌렸다. 그러자 얼마 안가서 놀랍게도 하느님의 일에 마음을 온전히 기울이게 되어, 단 한 시간이라도 돈을 지니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됨을 깨닫고, 그 이익금을 마치 모래나 다름없이 여겨 서둘러 처리해 버리기로 했다. 이렇게 하여 아씨시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 옛적에는 성 다미아노를 기념하여 세워졌지만 이제는 너무 오래되어 금시라도 허물어져 버릴 것 같은 성당을34) 길 옆에서 발견하였다.
9. 그리스도의 새 군사가 성당에 올라가니, 너무도 초라한 성당의 모습에 딱한 생각이 들어, 떨리고 두려운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한 가난한 사제를 보자 큰 믿음으로 그의 성스러운 손에 입을 맞추고35) 가지고 있던 돈을 주며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 사제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갑작스런 회개를 의아스럽게 여기며 들은 얘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속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내놓은 돈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친척과 친지들 가운데서 분방하게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끈질기게 고집하며 자기가 말한 것에 대한 신뢰를 얻으려고, 주님을 위해 자기와 함께 머물 허락을 해 줄 것을 사제에게 간곡히 또 거의 빌다시피 청했다. 마침내 그 사제는 젊은 사람이 그곳에 머무는 것을 묵인했지만, 이 젊은이의 부모가 두려워 돈은 받지 않았다. 그러자 돈을 진실로 경멸하는 프란치스꼬는 그것을 창턱에다 집어 던졌다. 돈을 티끌만도 못하게 여겼던 것이다. 그는 금보다 더 나은 지혜를 소유하고 싶어했고, 은보다 더 보배로운 분별력을 얻고 싶어했다.36)
제 5 장
아버지가 프란치스꼬를 핍박하고 묶어 감금시킴
10. 지존하신 하느님의 종이 앞서 말한 곳에서 머물고 있는 동안, 그의 아버지는37) 흡사 집요한 정탐꾼처럼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아들한테 일어난 일을 수소문하였다. 그러고는 자기 아들이 그곳에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뜻밖의 상황에 마음이 극도로 상하여 내심 분해 하면서 친구들과 이웃들을 불러모으고는 하느님의 종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황급히 달려 갔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새 선수가 된 그는 자기를 쫓는 사람들의 협박소리가 들려, 그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분노를 피하고 싶어 바로 그러한 위기에 대비하여 준비해 둔 비밀토굴로 내려가 몸을 숨겼다. 토굴은 어느 집 안에 있었고, 아마도 한 사람만이38)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안에서 한 달간 꼬박 숨어 있어야 했으므로, 꼭 필요한 일 때문이 아니면 감히 거기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음식이 들어오면 토굴 안에서 먹었으며, 모든 도움이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그는 자신의 영혼을 박해하고 있는 이들의 손아귀로부터 주님께서 자기를 건져 주시며,39) 당신의 인자한 사랑 안에서 자신의 경건한 소망을 채워 주십사고 언제나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다. 그리고 단식하고 눈물을 흘리며 구세주의 자비를 애절히 청했으며, 자신의 노력을 믿지 않고 모든 생각을 주님께 내맡겼다. 그리고 비록 토굴의 어둠 속에 있었지만 그때까지 한번도 체험하지 못한 어떤 신묘한 기쁨으로 충만되었다. 드디어 그는 불붙은 채 토굴에서 나와 박해자들의 저주에다 자신을 활짝 드러냈다.
11. 그러므로 그는 능동적이고도 열렬하고 활기있게 즉각 일어나, 주님을 위해 싸우고자 믿음의 방패를 두르고 신념의 무기로 무장한 채 아씨시 읍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녔다. 그리고 거룩한 불이 붙어 지금까지의 자신의 게으름과 비겁함을 심히 질책하기 시작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자 과거의 그와 비교해서 사정없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미쳐서 정신착란을 일으켰다고 외치면서 그에게 진흙을 던지거나 돌팔매질을 했다. 그가 이전의 생활습관으로부터 변화되어 있고, 육신의 고행으로 인해 매우 쇠약해진 것을 보고, 그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쇠진함과 정신이상으로 돌려 버렸다.
그러나 인내로운 이는 오만한 자보다 낫기 때문에 하느님의 종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귀를 막아 버렸고, 이런 욕설 중 그 어느 것에 의해서도 마음이 부서지거나 동요하는 일 없이 그 모든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나쁜 사람이 덕을 힘써 추구하는 사람을 박해해도 이는 무익한 일이다. 으르면 으를수록 그는 한층 더 힘차게 승리할 것이기에 말이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모욕은 고결한 정신을 굳건하게 만든다.40)
12. 이제 프란치스꼬에 관한 이런 종류의 소문과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씨시 읍의 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에 오랫동안 그치지를 않고 퍼져 사방에서 쑥덕대자 마침내 그의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프란치스꼬의 부친은 자기 아들의 이름을 듣고 또 시민들 사이에 일어난 소요가 자기 아들을 향한 것임을 알고, 그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멸시키기 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자제(自制) 따위는 아랑곳없이 양에게 달려드는 늑대처럼 달려가, 난폭하고 죽일 듯한 표정으로 아들을 노려보다가 창피막심한 꼴로 덥석 붙잡아 자기 집으로 질질 끌고 왔다. 그러고는 무자비하게 여러 날 동안 캄캄한 곳에다 감금하여 그의 마음을 꺾으려고 처음에는 말로, 다음에는 매질로 다스리다가 그 다음에는 쇠고랑을 채워 버렸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이것으로 해서 거룩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층 자극을 받게 되었고, 한층 강해졌을 뿐 말로 모욕을 당했다 해서 혹은 감금생활로 지쳐 버렸다 해서 인내를 포기할 턱이 없었다.
환난 가운데서 즐거워하라는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41) 채찍과 감금에 의해서마저도 자기 정신의 올바른 지향과 위치에서 이탈할 수 없으며 혹은 그리스도의 양떼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없다. 또한 큰물이 닥칠지라도42)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하느님의 아들이 피난처가 되는 사람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분은 우리의 고통이 거칠고, 험난하다고 할까봐 당신이 겪으신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을 늘 보여 주셨다.
제 6 장
어머니가 그를 풀어 줌, 그리고 그가
주교 앞에서 옷을 벗음
13. 흔히 그러하였듯이 프란치스꼬의 아버지가 집안의 급한 일로 잠시 집을 비우게 되었고, 하느님의 사람이 창고에 그대로 묶여 있었을 때, 남편의 행동에 찬동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자기 아들과 단 둘이 남게 되자 그에게 훈계하는 부드러운 말을 건네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버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으로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사슬을 풀어 주어 가도록 허락하셨다. 그러자 그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전에 있었던 곳으로 급히 되돌아갔다. 이제는 유혹에 시험을 당한 후라서 보다 큰 자유를 누리고, 자기가 겪은 숱한 투쟁으로 해서 한층 더 쾌활한 모습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에서 더 확고한 정신을 얻을 수 있었고 더 많은 도량으로 자유롭게 어디나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러는 중에 아버지가 돌아왔는데, 프란치스꼬가 눈에 안 뜨이자 자기 아내에게 고함을 침으로써 죄에 죄를 쌓아올렸다. 자기 아들을 되돌아오게 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지방에서 쫓아내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소리치기도 하며 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주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믿음직한 의지가 된다는43) 진리가 있기에 이 은총의 자녀는 육신의 아버지가44) 자기에게 오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기쁘게 그를 만나러 나갔고, 자기는 감금과 매질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고 자유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더 나아가 자기는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악을 기꺼이 감수하겠노라고 말했다.
14.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프란치스꼬가 택한 길에서 그를 되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아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빼앗으려고 있는 힘을 다했다. 이 하느님의 사람은 본래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거나 그곳의 성당을 위해 쓰고자 했었다. 그러나 돈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돈을 지니는 어떤 좋은 점으로 해서라도 돈에 미혹될 수는 없었다. 돈에 대한 애착심에 사로잡히지 않았던 그는 돈을 잃는다 해서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승의 재물을 몹시도 경멸하고 천국의 재물을 그렇게도 탐냈던 그가 돈을 창틀 먼지 속에 던져 처박아두었고, 그 돈을 찾아낸 아버지는 사나운 광기가 다소 식어 갔으며 탐욕의 갈증도 돈을 찾아낸 흥분에 어느 정도 풀어졌다. 그러고 나서 그는 자기 아들을 아씨시 읍의 주교45) 앞에 끌어내어 아들의 모든 소유권을 자기 손아귀에 포기토록 하고 아들이 지닌 것은 무엇이건 돌려받으려고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이 일을 거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크게 기뻐하며 요구해 오는 일을 서둘러서 했다.
15. 프란치스꼬는 주교 앞에 끌려나오자 무엇이고 잠시도 지체하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참으로 그는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또 하지도 않고 즉시 자기 옷을 벗어들고 아버지에게 되돌려 주었다. 더욱이 자기 팬츠마저 그대로 두지 않고 모든 이 앞에서 완전히 벌거벗어 버렸다. 그러자 주교는 그의 의도를 감지하고 그의 정열과 확고함에 크게 감탄하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팔로 그를 끌어당겨 입고 있던 외투로 그를 덮어 주었다. 주교는 이 징표가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명백히 깨달았고 자기가 현장에서 목격한 하느님의 사람이 취한 행동은 하나의 신비를 담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러므로 주교는 이어서 그의 협조자가 되어 그를 보살피고 격려하면서 자애심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보라! 이제 그는 벌거벗은 채 벌거벗은 원수와 맞붙어 겨루며,46) 이승의 것을 모두 떨어 버리고 오직 주님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그는 자기의 목숨을 가볍게 보고 그에 대한 온갖 근심걱정을 떨어버려 자신의 고달픈 길에서 가나한 몸으로 평화를 찾으려 하는데, 오직 육신의 벽만이 그 사이에서 하느님을 직접 바라보는 일에서 그를 떼어 놓으려 하는 것이었다.
제 7 장
강도들에게 잡혀 눈구덩이에 던져짐,
그리고 나환자들을 돌봄
16. 한때 좋은 옷을 입었던 그는 이제 허리만 매는 허수룩한 옷을 걸치고 돌아다녔다. 그가 불란서 말로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면서1) 어떤 숲속을 지나갈 때였다. 느닷없이 강도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네 놈이 누구냐고 그들이 사납게 물었을 때, 하느님의 사람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 “나는 위대하신 하느님의 사신(使臣)이오.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그들은 그를 두들겨패고는 눈이 쌓인 구덩이에다 집어던지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하느님의 이 촌스러운 사신아, 거기 누워 있거라!” 하나 그는 몸을 굴려 눈을 떨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자 구덩이에서 껑충 뛰어나와서 기쁨에 겨워 큰 소리로 만물의 창조자에 대한 찬미가로 숲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윽고 어느 수도원에 당도하게 되어2), 그곳에서 며칠간 부엌데기로 지냈는데 너덜너덜한 적삼을 걸치고 멀건 국물로 배를 채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인정머리없게도 낡은 옷가지 하나 얻을 수 없자 부득이 떠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서 떠난 것은 아니었다. 그후 굽비오 읍으로3) 가 그곳에서 한 때 친구지간이었던 사람으로부터4) 작은 고쟁이 하나를 얻어 입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이 하느님의 사람에 대한 명성이 점점 올라가고, 그의 이름이 사람들간에 퍼지자 앞서 말한 수도원의 원장이 하느님의 사람에게 있었던 일을 회상해서 깨닫고는 그에게 찾아와 구세주께 대한 공경심으로 자신과 자신의 수하 수도자들을 용서해 달라고 간곡히 빌었다.
17. 그후 완전한 겸손을 사랑한 거룩한 그는 나환자들에게 가서5) 하느님을 위해 성의를 다하여 시중들면서 함께 살았다. 온갖 썩은 곳을 씻어 주며 상처와 고름도 깨끗이 닦아 주었으니, 자신의 유언에서 말한 대로였다 : “내가 죄중에 있었기에 나병환자들을 보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역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님 친히 나를 그들에게 데리고 가셨고, 나는 그들 가운데서 자비를 베풀었습니다.”6)
자신이 허영에 차 있던 시절에는 나환자를 바라보는 것마저 지겨워 두 마일 가량이나 떨어져서 그들의 집을 쳐다보는 데도 손으로 코를 막아 버렸다고 늘 말해 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권능으로 거룩하고 유익한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아직도 그가 세속의 옷을 입고 있던 어느 날 나환자를 만나게 되자, 마음을 더욱 굳게 먹고 다가가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때부터 그는 자기 자신을 더욱 더 천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마침내는 구세주의 자비로 자기 자신에게 완전한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세속에 머물러 아직도 세속을 따라갈 때에도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주기는 했었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자비의 손을 뻗쳤으며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동정심이 솟았었다.
어느 날이었다. 그는 매우 예절바른 사람이었지만, 애긍을 청하는 가난한 사람을 자기의 습관과는 어긋나게 꾸짖어 돌려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마음이 아파 즉시 용서를 청했다. 그렇게 위대하신 임금님의 이름으로 구걸하는 것을 물리친 것은 자신에게 큰 비난거리요, 수치라고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청을 받으면 가능한 한 하느님을 위해서 아무도 거절하지 않겠노라고 마음으로 다짐했다. 그는 이 일을 지극히 성실하게 행하고 완수하여 마침내 모든 면에서 송두리째 자기 자신을 내주었다. 이렇게하여 그는 복음을 권고하는 교사가 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이 그 실천가가 되었다 : “당신에게 청하는 이에게 주고 빌리려고 하는 이를 거절하지 마시오.”7)
제 8 장
성 다미아노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그곳에 거주한 자매들의 생활
18.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기 육신의 아버지의 수중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은 후 최초로 시작한 일은 하느님께 집을 지어 드리는 일이었다. 그는 새 성당을 세우려 하지 않고 묵은 것을 손봐 옛 상태로 수선했다. 기초르 허물지 않고 그 위에다 지었다. 비록 그가 모르고 했겠지만, 특권은 늘 그리스도께 유보(留保)했다. 아무도 다른 기초를 놓을 수 없으니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가 이미 놓여졌기 때문이다.8) 이미 말한 대로 옛날에 세워졌던 성 다미아노 성당이 있던 바로 그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는 지극히 복되신 분이 주시는 은총의 도움으로 짧은 기간에 열심히 수리했다. 이곳이 복되고 거룩한 곳이니, 이곳에서 프란치스꼬 성인이 회두한 지 6년 후에 바로 복되신 그분에 의해서 거룩한 수도생활과 가난한 자매 및 거룩한 동정녀들의 탁월한 수도회가 비롯되었던 것이다. 여기서는 아씨시 읍 출신이고, 전(全) 조직체의 가장 보배롭고도 가장 튼튼한 반석인 글라라가9) 그 토대가 되었다. 형제회가 시작된 후, 앞서 말한 글라라가 이 거룩한 이의 권고를 통해 하느님께 회두한 이래 그녀는 많은 이들에게 선익을 가져다 주며 수많은 무리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녀는 귀족 가문 출신이었지만, 은총으로 인해 가일층 고귀해졌다. 그녀는 육신으로 동정이었고, 정신으로 지극히 정결했으며, 신적 사랑에 대한 욕망에서 열렬했다. 천부적으로 지혜를 지녔고, 겸손에서 탁월했다. 이름은 영롱이었고,10) 생활은 더욱 영롱했으며 품행은 더더욱 영롱하였다. 19. 그녀 위로 지극히 보배로운 진주들로 엮어진 한 고결한 단체가 솟아나왔으니, 그들의 찬미는 인간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에게서 연유하는 것이었다.11) 우리의 좁은 상상력으로는 그들을 칭송할 그 무엇도 생각해 낼 수 없고, 우리의 짧은 어휘로는 그것을 표현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그들 가운데에는 첫째로, 상호적이고 영속적인 애덕이 우거져 있었다. 그 애덕은 그들의 뜻을 하나로 묶어 40명, 혹은 50명이 함께 살아도 어디서나 다양성 안에서 한마음 한뜻이 되게 했다.12) 둘째로, 각자 모두에게서 겸손의 보석이 빛났다. 이 겸손은 하늘에서부터 오는 선물과 재물을 모아 잘 정리해서 보존하였다가 많은 덕을 이루게 했다. 셋째로, 동정과 정결의 백합은 감탄할 향기를 온 집안에 뿌려, 세상사를 생각해서 떨어버리게 하고, 오직 천상 것들만 명상하고 싶어지게 했다.13) 또 그들의 영원한 정배께 대한 사랑이 마음으로부터 일게하여, 바로 이 거룩한 사랑의 완전성이 이전의 생활에서 그들이 지녔던 온갖 습관을 그들에게서 몰아냈다. 넷째로, 그들은 모두 지극히 높은 가난의 직함을 달고 다녀, 반드시 필요한 음식과 의복도 거의 혹은 결코 충족시키려 들지 않았다. 20. 다섯째로, 그들은 극기와 침묵의 특수한 은총을 얻음으로써 육(肉)의 동작에 제동을 걸고 혀를 억제하는 데에 조금도 고통을 받지 않았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말하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아, 말을 꼭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도 거의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마땅한 말을 찾지 못했다. 여섯째로, 이 모든 것들과 함께 그들은 감탄할 정도로 인내의 덕이 꾸며져 있어, 어떤 환난과 역경과 어떤 고통의 상처도 그들의 생기를 꺾거나 변질시키지 못했다. 마지막 일곱째로, 관상의 극치에 오르니, 이는 그들에게 당연한 귀결이 되어 그 극치 안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혹은 피해야 할 모든 것을 배웠다. 그리고 행복하게도 그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마음을 비우는 법을 알고 있어 밤이나 낮이나 그분께 대한 찬미와 기도에 끊임이 없었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은총으로써 그처럼 거룩한 시작을 한층 더 거룩한 결말로 이끌어 주시기를! 이것으로 하느님께 바쳐진 동정녀들과 그리스도의 지극히 경건한 여종들에 대한 충분한 이야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레고리오 성하께서 오스띠아의 주교로 봉직하실 때 본인이 받은14) 그녀들의 놀라운 생활과 영광스런 창립에 관한 부탁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어야 충분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것은 특별히 따로 취급되어야 하고15) 또 집필하는 데에는 여가를 필요로 한다. 제 9 장 수도복을 입고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을 수리함, 그리고 복음을 듣고 나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형제들이 입을 수도복을 마련함 21.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제 수도복의 형태를 갖춘 옷을 입고 앞서 말한 성당을 보수한 후, 아씨시 읍 가까이 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 거기서 폐허가 되어 거의 무너질 듯한 성당을16) 다시 짓기 시작하였다. 완성시킬 때까지 자신의 훌륭한 목적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뽀르찌웅꿀라라17) 불리는 다른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옛날에 세워졌으나 이제는 버려져 아무도 돌보는 이 없는 천주의 복되신 동정 모친의 성당이 있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렇게 폐허가 된 채로 서 있는 성당을 보자 그만 애석한 마음이 동(動)했다. 온갖 선(善)의 어미니이신 분께 대한 공경심으로 불탔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그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가 이 성당을 수리하기 시작한 때는 회두한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이때에 그는 허리에 끈을 두른 일종의 은수자의 옷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발에는 신발을 신고 있었다. 22. 그러나 어느 날18) 바로 그곳 성당에서 주님이 당신의 제자들을 복음 전파하도록 어떻게 파견하셨는지에 관한 복음이 봉독 되었을 때, 거기에서 일을 거들던 하느님의 거룩한 이는 복음말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다. 미사가 끝나자 사제에게 가서 그 복음에 대한 설명을 겸손하게 청하였다. 사제가 모든 것을 순서대로 이야기하기를,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금도 은도 돈도 소유해서는 안 되고, 길을 떠날 때 식량자루도 돈지갑도 빵도 지팡이도 가져가서는 안 되며, 신발도 두 벌의 옷도 가져가서는 안 되고,19) 하느님의 나라와 회개를20) 선포해야 한다고 하자, 이 말씀을 듣고 거룩한 프란치스꼬는 즉시 하느님의 영(靈) 안에서 기뻐 외쳤다 :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 온 정성을 기울여 하고 싶어하던 바다.”21) 그러더니 거룩한 사부님은 환희에 넘쳐 자신이 방금 들은 영혼에 유익한 말을 완수하기 위해 서둘러 댔다. 그리고 자기가 들은 바를 심혈을 기울여 이룩하는 데에 있어서 시간이 경과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는 즉시 발에서 신발을 벗어버리고 손에서는 지팡이를 치워 버리며 한 벌의 옷에 만족하고 허리띠는 가느다란 새끼줄로 바꾸어 버렸다. 이제 십자가와 흡사하게 생긴 옷을 손수 마련하였으니, 그로써 악마의 모든 환영(幻影)을 물리치기 위함이었다. 그는 매우 거칠은 옷을 마련하여 그로써 육신을 모든 악과 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으려 했다.22) 매우 초라한 넝마옷을 마련한 것은 세상에서 아무도 그 옷을 탐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가 복음에서 듣게 되었던 다른 일들도 최대한의 열심과 존경으로 실행하려 애썼다. 그는 결코 복음을 듣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자신이 들은 바를 경탄할 만큼 잘 기억해 두었다가 그것을 문자 그대로 부지런히 이행하고자 신경을 집중하였다. 제 10 장 프란치스꼬의 복음에 관한 설교와 평화를 전함, 그리고 초기 여섯 형제의 회두 23. 이때부터 그는 모든 이에게 큰 열정과 기쁨으로 회개를 설교하기 시작하였으며 소박한 말과 위대한 말로 모든 이들을 교화시켰다. 그의 말은 흡사 심장 깊은 곳을 파고드는 타오르는 불과 같았으며, 듣는 모든 이의 마음을 감탄으로 채웠다.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된 듯하였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보았으며, 땅을 보는 것을 하찮게 여겼다. 그가 아직 어렸을 때에 글 읽는 것을 배운 곳에서 처음 설교를 시작했다는 것과 그곳에서 또한 존경 속에 잠시나마23) 묻혔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므로 복된 시작은 보다 복된 완성으로 말미암아 훌륭해지는 것이다. 그는 배운 곳에서 또한 가르쳤고, 시작한 곳에서 더욱 복되게 마쳤다. 그는 설교할 때마다 하느님의 말씀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 전에 항상 먼저 평화를 기원하였다. : “주께서 여러분께 평화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24) 그는 만나는 모든 남녀 행인들에게도 언제나 열심히 평화를 전하였다. 이러한 까닭으로 해서 평화를 싫어하고 또한 구원도 싫어했던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협력으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평화를 간직하게 되어 평화의 자녀가 되었고 영원한 구원을 갈구하는 이가 되었다. 24. 그들 중 경건하고 단순한 정신을 지닌 아씨시 출신의 어떤 사람이25) 최초로 하느님의 사람을 헌신적으로 딸게 되었다. 그 사람 다음에 베르나르도 형제가26) 평화의 사신의27) 사명을 다할 것을 수락한 다음 하늘나라를 획득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열심히 쫓아갔다. 그는 복되신 사부님을 손님으로 자주 모셨으므로 사부님의 생활과 행동을 눈여겨보고 목격함으로써 사부님의 거룩함의 향기로 말미암아 새롭게 되어 경외심을 품게 되었고, 구원의 정신을 낳기에 이르렀다.28) 그는 프란치스꼬가 잠을 거의 자지 않고 밤새도록 기도하며 하느님과 복되신 동정 성모를 찬미하는 것을 목격하고 놀라서 말하였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사람이구나!” 이리하여 그는 가지고 있던 재산 모두를 서둘러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주었지만 부모에게는 주지 않았다. 이렇게 완덕의 길에 나아가는 자격을 얻어가며 그는 거룩한 복음의 권고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29) 그가 이렇게 하고 났을 때에 생활과 습성에서 성 프란치스꼬와 유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형제들의 수가 증가한 후에 이 자상한 사부께 순명해서 딴 지역으로 파견될 때까지는30)언제나 성 프란치스꼬와 함께 있었다. 그의 하느님께로의 회두는 소유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데에 있어서 회두하는 다른 형제들의 모범이 되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장한 사람이 와서 회두한 것을 몹시 기뻐하였으니, 그는 필요한 동료와 충실한 친구를 보내 주심으로써 주께서 염려해 주신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31) 25. 즉시 아씨시 출신의 또 한 사람이32) 그를 따랐다. 그의 행동은 마땅히 큰 칭송을 들을 만하였으니, 그는 성스럽게 시작하였고 머지않아 더욱 성스럽게 완성한 까닭이다. 얼마 안 있어 에지디오 형제가33) 그를 따랐다. 그는 단순하였고 곧은 사람이었으며 하느님을 두려워할34) 줄 알았다. 그는 아주 오래 살았는데,35) 거룩하고 의롭고 경건한 생활과 그리고 거룩한 관상의 모범을 남겨 놓았다. 그후 이들에게 한 사람이 더하여진 다음에 필립보 형제는 이들의 수가 일곱이 되게 하였다.36) 주께서 그의 입술에 정화하는 뜨거운 돌을37) 대심으로 해서 그는 하느님에 관한 감미롭고 진꿀과 같은 말씀을 입밖으로 분출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한 바 없었지만38) 성경을 이해하고 풀이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유대인들의 지도자들이 무식하고 배운 바 없다고 여겼던 그분들의39) 모방자가 되었다. 제 11 장 성 프란치스꼬의 예언의 영(靈)과 예견(豫見) 26.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날로 성령의 위로와 은총으로 충만하였다. 그는 조심과 염려를 다하여 새 아들들을 새로운 가르침으로 바로잡아 나아갔다. 그는 그들에게 거룩한 가난과 축복된 단순의 길을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가도록 가르쳤던 것이다. 하루는 그에게 내려 주시는 하느님의 은혜와 자비하심에 놀라면서 주께 간구하기를, 자기 자신 및 형제들이 살아 갈 길을 보여 주시기를 소원하였다. 그는 자주 그랬듯이 기도할 곳을 찾아내었다. 그리고 온 세상의 주님 앞에40)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41) 오랫동안 머물렀다.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42) 하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비참하게 보낸 지난 여러 해를 생각하고 마음 아파하였다. 그랬더니 차츰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떤 즐거움과 대단히 큰 감미로움이 마음 깊은 곳에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초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마음 안에 죄의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억누르던 어두움이 밀려남에 따라서 그의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은총에로 다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보이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몸이 위로 들어올려져서 어떤 빛에 완전히 흡수되는 듯했다. 그리고 마음이 넓어지면서 장래의 일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마침내 이 즐거움이 빛과 더불어 사라지자 그는 빛에 마음이 새로워져서 전혀 딴 사람으로 변해 버린 듯하였다. 27. 그리고 돌아와서 형제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 “사랑하는 여러분, 굳세어지십시오. 그리고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43) 형제들의 숫자가 적다고 해서 침통해하지 마십시오. 저나 여러분들의 우둔함에 낙담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이 세상 방방곡곡에 크게 퍼져나갈 만큼 우리를 증가시키시어 큰 무리가 되도록 하시리라는 것을 주께서 실제로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하여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생각 같아서는 침묵하고 싶습니다만 사랑 때문에 여러분에게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큰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 우리에게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거룩한 생활양식과 복된 수도규칙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니 보십시오, 거룩한 순명의 명령에 따라 그들이 오가며 내는 소리가 아직도 내 귀에 쟁쟁합니다. 이를테면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이 지방에 밀려오는 많은 사람으로 해서 거리가 꽉 채워져 있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불란서 사람들이 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사람들이 뛰어오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 말들을 쓰는 매우 큰 다른 무리들도 서둘러 오고 있습니다.” 형제들이 이 말을 듣고 구원의 기쁨에 넘쳤다. 그 까닭은 주 하느님께서 거룩한 사람에게 은총을 주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이웃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고, 그리하여 구원받을 사람들이 나날이 늘기를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8. 거룩한 사람이 또 형제들에게 말했다: “형제들이여, 우리 주 하느님께 그분의 모든 은혜에 충실하고 열심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또 지금과 장래에 있어서 형제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 나가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의 진면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44)우리는 지금 이러한 생활의 초기이기 때문에 아주 맛있고 먹기 좋은 과일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 후에는 맛도 없고 달지도 않은 것들이 나올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마침내 먹을 수 없이 써서 모두 입에도 댈 수 없는 것들이 가득 주어질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어떤 외적인 향기와 아름다움을 드러내 보일 것입니다. 사실 여러분에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주께서는 우리를 큰 민족이 되게 늘려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마지막엔 마치 바다나 호소에 그물을 쳐서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들어45) 모두를 자기 배에 실으려 해도 너무 많아 끌어 옮길 수 없어 맛있고 큰 것들만 추려 자기 그릇에 담고, 나머지는 놓아 보낼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46)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예언한 일들을 진리의 정신에서 생각해 보는 사람들에게는 그 예언들이 진실성으로 빛나고 있으며 분명히 실현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성 프란치스꼬에게는 이렇게 예언의 영(靈)이 깃들여져 있었던 것이다. 제 12 장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을 둘씩 짝지어 세상에 내보냄, 그리고 얼마 후에 그들이 돌아와 모임 29. 같은 시기에 한 착한 형제가 입회하자 형제들의 숫자는 8명으로 증가하였다.47) 그때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모든 형제들을 자기에게 불러 모아 그들에게 하늘 나라와 세상의 질시에 대해여 그리고 스스로의 의지를 포기하는 것과 육신을 굴복시키는 일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는 둘씩 네 무리로 나누고 난 다음 그들에게 말하였다.: “자,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 둘씩 짝지어 세상 곳곳으로 떠나십시오, 그리고 사람들에게 평화를 전하고 회개로 죄를 용서받도록48)하십시오. 그리고 환난 중에 인내하십시오.49) 주님께서 당신의 목적과 약속을 이룩해 주시리라고 확신하십시오. 질문하는 자들에게 겸손하게 대답하시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50) 그리고 여러분들을 해치고 중상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십시오. 왜냐하면 이러한 일들이 여러분에게 영원한 나라를 준비해 주기 때문입니다.”51) 형제들은 순명의 말씀을 받아들이며 매우 즐겁게 성 프란치스꼬 앞에 나아가 스스로 땅에 무릎을 꿇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몸소 그들을 껴안고 부드럽고 애정에 찬 목소리로 각자에게 말하였다: “여러분의 생각을 주께 맡기십시오. 그러면 몸소 당신이 해 주십니다.”52) 그는 형제들을 파견할 때마다53) 언제나 순명으로 이 말을 하였다. 30. 즈음하여 베르나르도 형제와 에지디오 형제는 꼼뽀스뗄라의 성 야고보 읍54)쪽으로 여행을 하였고, 성 프란치스꼬는 한 동료와 다른 곳을 택하였다.55) 나머지 네 형제도 둘씩 다른 곳을 택하여 갔다. 얼마 후 성 프란치스꼬는 그들 모두가 보고 싶어서 형제들을 인자로이 모아 주십사고 흩어진 이스라엘을 모으시는56) 주님께 곧 기도 드렸다. 사람이 부른 것도 아닌데 그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져 그들은 조금 후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하나씩 모여들고 있었다. 한데 모여서 인자한 목자를 보자 큰 기쁨에 싸였다. 이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게 된 것에 스스로 놀래고 있었다. 조금 후 형제들은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자기들에게 하신 좋은 일들을 보고하였다. 만약 얼마큼이라도 게을렀다던가 감사할 줄 모르는 생활을 했었다면, 그들은 거룩하신 사부님께 겸손되이 시정(是正)과 보속을 청하여 기꺼이 받아들였다.57) 성 프란치스꼬에게 오면 언제나 이처럼 행하는 거이 관례였으며 조그만 생각이나 마음에 스치는 충동까지도 도무지 숨기지를 않았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명령대로 모든 일을 다하고 나서는 스스로를 보잘 것 없는 종이라고 여겼다.58) 이리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그러한 첫 번째 수련이 순수한 정신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유익하고 거룩하고 옳은 일을 할 줄은 알았지만, 스스로 자만심에 부풀어 기뻐할 줄은 도무지 몰랐다.59) 그러나 복되신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을 큰 사람으로 감싸며 그들에게 자기의 뜻을 알려 주기 시작했으며, 또한 주께서 당신에게 계시하신 바를 보여 주기 시작했다.60) 31. 곧 착하고 적합한 다른 네 형제가61) 그들에 가담하여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따랐다. 그러자 파다한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일어 하느님의 사람의 이름이 더 멀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열심하든, 부자이든, 가난하든, 고귀하든, 천하든, 멸할 만한 사람이든, 사랑스럽든, 현명하든, 숫하든, 사제이든, 평신도이든, 문맹자이든, 누구를 막론하고 언제나 믿음을 지닌 사람이 성령의 인도로 찾아와서 거룩한 수도원의 수도복을 받아 입을 때마다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은 대단한 희열과 굉장한 기쁨을 갖곤 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 세상 사람들은 무척 감탄하였고 형제들의 겸손의 모범은 그들의 생활방식을 고치게 하였고 죄를 뉘우치도록 하였다. 어떠한 천한 출생이나 어떠한 가난한 조건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완전한 사람으로 키우는 일에 방해를 못하였으니,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버림받은 자들이나 소박한 마음을 지닌 자들과 더불어 즐거워하시기 때문이다. 제 13 장 열 한 제자들을 데리고 있을 때 처음으로 회칙을 쓰심, 그것을 인노첸찌오 교황께서 인준하심, 그리고 나무를 본 환시 32.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주 하느님께서 매일 형제들의 수를 늘려 주시는 것을62) 보고 자신과 형제들을 위하여,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단순하게 몇 마디 말로63)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 주로 인용하여 오로지 그가 갈망했던 완덕을 위해서 생활양식과 회칙을 썼다. 그리고 다른 사항들은 거룩한 생활에 필요한 것들만 조금 삽입하였다. 그후 교황 인노첸찌오 3세에게64) 써놓은 이 글을 인준 받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이미 말한 형제들과 함께 로마에 갔다. 그 당시 아씨시의 공경하올 주교는 귀도 라는 부이었는데,65) 로마에 있었으며, 그는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에게 모든 점에 있어서 경의를 표했고 특별한 애정으로 그들을 위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는 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이 온 것을 보고 왠지 꺼림칙해하였다. 주님께서 이미 당신의 그 종들을 통하여 큰 일을 하신 그 고향에서 이젠 그들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교구에 그런 장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크게 기뻐하였으며 그들의 생활과 행실을 크게 신뢰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이유를 듣고 그들의 목적을 이해하고는 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매우 기뻐하였고 그들에게 조언과 도움을 줄 것을 약속했다. 이리하여 성 프란치스꼬는 사비나 지방의 성 바오로의 요한 주교님을66) 알현하게 되었다. 그분에게서는 로마 교황청의 모든 추기경과 고위 성직자들 중에서도 지상적인 것을 경멸하고 천상적인 것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친절하고도 자애롭게 맞이하였고 그의 뜻과 목적을 높이 평가하였다. 33. 주교는 참으로 신중하고 분별력 있는 성품이었으므로 프란치스꼬에게 많은 것을 묻기 시작하였고 수도원 생활이나 은둔생활에 들어갈 것을 권하였다.67) 그러나 성 프란치스꼬는 주교님의 권고를 되도록 겸손하게 사양하였다. 그러나 권고를 하찮게 여겨서가 아니라 경건하게 또 다른 생활을 향하는 마음에서 그는 보다 높은 바람으로 고무되었기 때문이었다. 주교님은 그의 열의에 감탄했다. 그리고 그 큰 뜻에서 물러날까 염려한 나머지 그에게 보다 쉬운 길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국 프란치스꼬의 한결같은 마음에 압도되어 그의 청을 따랐으며, 그로부터는 교황님 앞에서도 프란치스꼬의 다른 목적까지 달성할 수 있도록 힘써 주었다. 당시 하느님 교회의 영도자는 인노첸찌오 3세로서, 훌륭한 분으로 교의(敎義)에 해박하였고 강론으로도 이름이 나 있었으며 그리스도교 신앙의 길이 필요로 하는 일들에 있어서 불타는 정의감이 있는 분이었다. 이 하느님의 사람들의 소원을 알게 되자 교황님은 먼저 문제를 검토한 다음 그들의 청원에 동의하였으며 일이 되도록 결재하였다.68) 그리고 여러 가지 일에 관하여 권고도 하고 그들을 깨우쳐 주기도 하였으며, 성 프란치스꼬와 그의 형제들에게 강복도 주신 다음 말씀하셨다: “형제들이여, 하느님과 함께 떠나십시오. 주께서 계시하신 대로 모든 사람에게 회개를 설교하시오. 그리고 전능하신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형제들의 수도 늘려 주시고 은총도 풍성히 내리실 때에 나에게 기쁨에 넘쳐 돌아오십시오. 그러면 나는 여러분에게 더 많은 것을 보태 드릴 것이며, 더욱 믿는 마음으로 더 큰 일들을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69) 사실 주님께서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어디를 가든지 그와 함께 계셨고, 계시로 그의 신명을 돋우셨으며 은총으로 그를 격려해 주셨다. 어느 날 밤 깊은 잠이 들었을 때 그는 자기가 어떤 길을 걷고 있는 듯하였다. 그런데 길가에는 대단히 큰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는 아름다웠고 튼튼했으며 무성했고 매우 높았다. 그는 나무 가까이에 갔다. 그리고 그 밑에 서서 아룸다움과 크기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인 자신이 그 높이만큼 커져서 나무의 꼭대기를 만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손으로 그것을 휘어잡고 구부려 간단히 땅에 닿게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제일 높고 고귀한 나무라70) 할 수 있는 인노첸찌오 성하께서 프란치스꼬의 청원과 뜻에 황공하옵게도 몸을 굽히셨으니 말이다. 제 14 장 로마에서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옴, 그리고 도중에 지체함 34. 성 프란치스꼬는 형제들과 함께 아버지이며 주인이신 교황님의 그러한 배려와 은총에 크게 기뻐하며, 난든 자를 높이시고 신음하는 자를 낫게 하여 위로를 주시는71)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즉시 성 베드로의 유해를 모신 거룩한 곳을 방문하여 기돌르 마친 다음 로마를 떠났다. 그리고 스뽈레또 계곡을 향하여 동료들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가는 도중에 그들은 지극히 어지신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얼마만한 선물을 내려주셨으며, 또한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그리스도교인의 아버지이신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 황공하옵게도 받아들여 주신 일이며, 그분이 주신 권고와 훈계를 이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그들이 받은 회칙을 성실하게 지키며 변함없이 그것을 간직해 나가는 방법과, 지존하신 하느님의 면전에서 모든 청정함에 그리고 수도생활에 몸을 담고 살아 나가는 방법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끝으로 거룩한 덕행이 커짐에 따라서 그들의 생활과 행실이 이웃 사람들의 표양이 될 수 있는 방법에 관해서도 나누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겸손의 수련에 대한 이러한 사항들을 충분히 토론하는 동안에 이미 하루가 퍽 저물어 때가 늦었다. 외딴 곳을 지날 즈음해서 그들은 여행에 너무 털진하여 지틴 나머지 허기졌지만 먹을 것이라곤 하나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곳은 민가(民家)에서 너무 떨어진 곳이었다. 곧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돌보아 주셨으니, 어떤 사람이 손에 빵을 들고 그들을 맞이하여 그 빵을 주고는 가버렸다. 그러나 형제들은 그 사람을 알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상히 여기면서도 하느님의 섭리의 자비를 더욱 믿도록 하자고 경건하게 서로 다짐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 기운이 솟아나자 그들은 오르떼 읍72) 근처의 어떤 곳으로 가서 그곳에 거의 15일을 머물렀다. 그들 중 어떤 형제들이 읍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음식들을 얻었으며 문전걸식(門前乞食)하여 얻은 약간의 음식들을 다른 형제들에게 가지고 와서 감사한 다음 기쁜 마음으로 서로 나누어 먹었다. 그러나 먹을 것들이 남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가 없기 때문에 전(前)에 시체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였던 무덤에 음식을 두었다가 다음에 꺼내 먹었다. 그곳은 후미지고 인적이 끊어진 곳이었기에 거의 아무도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73) 35. 허망한 즐거움이나 육적인 즐거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도무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갖지도 않았을 때에 그들에게는 큰 기쁨이 있었다.74) 그리하여 거기에서 그들은 거룩한 가난과 교제를75)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지상적인 것이 없는 것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에 거기서와 마찬가지로 이제 어디에서나 항상 가난에 의지하기로 마음먹었다. 지상의 모든 근심걱정을 치워 놓았기 때문에 오직 천상적 위로만이 그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어떤 고난에 시달리고 어떤 유혹에 충동을 받아도 풍성한 가난의 품에서 물러나지 않기로 정하고 결심하였다. 마음의 순수한 힘을 파괴하는 데에 적지않은 구실을 할 수가 있었던 그곳에 사는 재미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을 경우에는 겉으로라도 소유욕이 나타나76) 그들의 마음을 산란하게 할까 염려되어, 그들은 결국 그곳을 떠나 복되신 사부님을 따라 스뽈레또 계곡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진실한 정의(正義)를 추구하는 자들로서 사람들과 섞여 살아야 하든 아니면 한적한 곳으로 가야 하든지간에 서로 상의했다. 자기 자신의 재능을 믿지 않았으며 일이 있을 때마다 거룩한 기도에 호소하였던 성 프란치스꼬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사는 거싱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해서 죽으신 그분을 위해서 살려고 했으니, 악마가 채 가려고 하는 영혼들을 하느님 편에 서서 구하기 위해서 자기가 파견되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 15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명성과 많은 사람들의 회두;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게 된 경위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입회한 형제들을 길러낸 방법
36. 이리하여 프란치스꼬는 그리스도의 가장 용감한 기사로서 도시와 마을을123) 두루 돌아다니면서 인간적 지혜에서 나오는 그럴 듯한 말로써가 아니라124) 성령께서 주시는 지식과 힘으로써 하느님 나라르 선포하였고 평화를 설교하였으며 죄를 없애기 위하여 구원과 회개를 가르쳤다.
그는 그에게 허락된 사도적 권위로 말미암아 모든 일에 매우 용감하게 행동하였고125) 결코 간교한 말투라든가 유혹적으로 아첨하는 말 따위는 사용치 않았다. 그는 남이 잘못할 때 아첨할 줄을 몰랐으며 다만 그 나쁜 점들을 질타하였다. 또한 그는 죄인의 생활을 방치하지 않았을뿐더러 예리하게 꾸짖어 그들을 엄하게 대했다. 왜냐하면 자기의 말로써 남에게 행하도록 설득하고자 한 바를 먼저 스스로 실행하여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난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옳은 것을 매우 신념있게 말함으로써 가장 유식한 사람들이나 권세와 영광을 누리는 사람들도 그의 설교에 놀랐고, 성인 앞에서는 경외심(敬畏心)으로 감명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에게 딴 세상 사람으로만 비쳤던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만나 뵙고 말씀을 듣기 위하여 사내들도 달려갔고 아낙들도 달려갔으며, 성직자들도 서둘렀고 수도자도 지체하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주님께서 당신 종을 통하여 이 세상에서 새롭게 일하시는 놀라운 일들을 보기 위하여 서둘렀다. 성 프란치스꼬라는 존재 때문이었는지 혹은 그의 명성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하늘에서 땅으로 새로운 빛이 비쳐와 당시 아무도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도처에 퍼져 있었던 어두움을 물아내는 듯하였다. 그들은 하느님을 잊고 하는미의 계명을 등한히 하는 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이 심각한 잠은 모든 사람을 압박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들은 해목은 길고 깊이 뿌리 박힌 죄를 조금이나마 깨치기란 매우 어려웠었다.
37. 프란치스꼬는 어두운 밤에 나타난 밝은 별처럼126) 또는 어둠 위에 펼쳐지는 아침처럼127) 빛났다. 그래서 단시일 내에 그 지역의 면모가 잇니되엇고 일단 그전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치워지자 어디를 가나 즐거운 양상이 나타났다. 전에 그 지역에 있었던 황폐함은 사라지고 손길이 닿지 않았던 들에서는 농작물이 쑥쑥 자랐다. 또한 돌보지 않던 포도나무에도 하느님 향기의 싹이 돋기 시작했고 감미로운 꽃들이 피어나 영예와 풍요의 열매를 함께 맺게 되었다. 어디에서나 감사의 표시와 찬미의 소리가 울려 퍼져 많은 사람들이 세상사에서 오는 걱정을 떨쳐 버렸고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가르침을 보고 자기 자신을 반성했으며 창조주를 사랑하고 흠숭하기를 갈망하였다.128)
귀족이건 천민이건, 성직자이건 평신도이건 많은 사람들이 거룩한 영광에 힘입어 프란치스꼬의 가르침과 이끌음으로 영원한 영신전쟁을 치르려고 그에게 오기 시작했다. 하느님의 사람은 마치 천상 은총의 풍성한 강처럼 이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의 물줄기를 대주었다. 그는 미덕의 꽃으로써 그들의 마음의 밭을 아름답게 꾸몄으니 그가 훌륭한 솜씨를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펼쳐진 그의 생활양식과 회칙과 가르침에 의해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남녀 할 것 없이 쇄신되고 있었으며, 성 프란치스꼬의 구조를 받은 세 겹의 군대는129)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누구에게나 생활의 규범을 보여 주었고, 진실로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구원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38. 그러나 우선 우리가 먼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사랑과 허원으로써 그가 택했고 또한 지켜 나갔던 수도회에 관해서다. 우리가 해야 할 마링 무엇인가? 작은 형제회는 그 자신이 처음으로 세웠고, 따라서 그가 수도회에 이 이름을 붙였다. 사실 회칙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작은 자가 되십시오.” 그는 이 말을 듣자 불현 듯 “나는 이 수도회가 작은 형제회로 불리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하였다.130)
사실 그들은 모든 이에게 속해 있는 낮은 자들이었고 항상 낮은 자리를 좋아하고,131) 조금이라도 모욕을 당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하기를 원하였다. 이렇게 참된 겸손을 튼튼한 기초로 하였기에 잘 정리된 모든 덕행의 영적 건물이 그들 안에 솟게 되었다.
항심(恒心)의 토대 위에 사랑의 고귀한 조직체가 형성되었고,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 살아 있는 돌들이 세워져서 성령의 거처가 되었다. 오, 얼마나 큰 사랑의 정열로 이 그리스도의 새 제자들이 타올랐던가! 얼마나 큰 사랑이 이 경건한 단체 안에서 피어올랐던가! 어디에 가든지 혹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면 사랑이 솟구쳐 올랐고, 다른 어떤 사랑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실한 애정의 씨앗인 사랑을 서로 뿌렸다. 이 사랑느 어떠한 사랑이었는가? 우아한 포옹, 부드러운 애정, 거룩한 친구(親口), 즐거운 대화, 품위있는 웃음, 즐거운 모습, 단순한 눈매, 순종의 정신, 온화한 말씨, 부드러운 대답, 목적의 단일성, 기꺼운 순종, 지칠줄 모르는 노력 등등을 우리는 그들에게서 볼 수가 있었다.
39. 참으로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을 가볍게 보고 절대로 이기적인 사랑으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으며, 온 사랑을 공동체에 쏟았고 형제들의 필요에 서로 응하기 위하여 각자가 헌신하려고 힘썼다. 그들은 큰 바람으로 서로 모여들었으며 기쁨 가운데 머물렀다. 동료들과 헤어짐을 서로 슬퍼했으니 그것은 쓰라린 이별, 참혹한 적조(積阻)였던 것이다.
그러나 순종을 매우 잘 하는 이 기사들은 거룩한 순종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순종의 명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들은 명령을 수행할 채비를 차렸다. 그들은 명령 앞에서 좌지우지하는 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은 모든 방해물을 치우고 명령받은 바를 서둘러 수행했다.
지극히 거룩한 가난의 추종자들은132) 가진 것도 애착할 것도 없었기에 결과적으로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투니카133) 한 벌로 만족하였고 때때로 그것을 안팎으로 기워서 입었다.134) 옷차림은 사치스럽기는커녕 초라하고 값싼 것이었으며 그럼으로 해서 그들은 세상에 대해서 철저히 죽었음을 보였다. 띠하나를 둘렀으며 초라한 바지를 입었고 더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며, 이러한 생활에 머물도록 경건한 걸식을 하였다.
그러므로 어디에서나 그들은 안전하였고 두려움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었다. 마음 쓸 일이 사라지고 없었으므로 내일을 걱정없이 맞이하였다.135) 또한 여행중에 자주 큰 불편함을 겪는처지였으면서도 어디에서건 밤의 거처를 걱정할 줄을 몰랐다. 가끔 혹한중에 마땅한 거처가 없을 때면 가마솥의 보호를 받았으며,136)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작고 큰 굴에 숨어 겸허하게 밤을 보냈다. 막일을 할 줄 아는 형제들은137) 낮에는 나환자들의 속소나 적당한 곳에 머물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되이 헌신적으로 봉사하였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는 직(職)을138) 거절하였으며 언제나 거룩하고 옳고 성실하고 유익한 일만을 행하였고, 상종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겸허와 인내의 본보기를 따르도록 인도했다.
40. 그들의 거룩함이 알려지고 칭찬받게 되어 세간에 좋은 소문이 퍼져 지위가 올라갈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인내의 덕이 몸에 배었기 때문에 그런 곳보다는 오히려 육신의 박해를 겪을 수밖에 없는 곳을 찾았다. 여러 차례 모욕을 당하고 조롱받고 벌거 벗겨지고 얻어 맞고 묶이고 투옥되었어도, 그들은 어떤 후견인을 내세워 보호받은 적이 없었으며, 오히려 용기있게 모든 것을 감수 인내하여 그들의 입에 담는 것은 오직 차님와 감사의 소리뿐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기도를 거의 또는 절대로 그치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행실을 끊임없이 검토하여 되돌아봄으로써 잘한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으며, 그들이 등한히 했거나 부주의하게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한숨 지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들은 신심의 정신 안에서 평상시와 같은 경건한 마음과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 자신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기도할 때는 잠에 빠질까 두려워 여러 방법들을 사용하였다. 어떤 형제는 살그머니 스며드는 잠에 의해 기도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늘어뜨린 밧줄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어떤 이는 쇠로 된 도구를 몸에 둘렀으며,139) 또 어떤 이는 나무로 만든 회개의 띠를 몸에 둘렀다. 더러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만약 과식이나 과음에 의해서, 또는 여행하느라 지쳐서 절도를 잃게 될 경우에는 꼭 필요한 것조차 다소 억누르며 지냈고, 여러 날을 단식하여 쓰라린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했다. 마침내 그들은 육(肉)에서 이는 충동을 억누르려고 추운 날씨에도 벌거벗고 지내는 고행을 서슴지 않았으며, 피가 흐를 지경에 이르도록 뾰족한 가시로 온몸을 찌르곤 했다.140)
41. 그들은 모든 지상적인 것들을 강하게 멸시하여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만 겨우 취하였고 육적인 위안과는 오랫동안 습관적으로 떨어져 있었기에 누구하고나 평화롭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도록141) 힘썼고, 신중하고 평화롭게 처신함으로써 모든 불미스러운 일들을 애써 피했다. 그들은 필요한 때에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생활이나 대화 중에 점잖지 못한 면이나 품위없는 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상스럽고 부질없는 말은 도무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행동은 질서가 있었다. 거동은 점잖았으며, 모든 감각은 절제를 받아 그들의 목적에 합당한 것이 아니면 듣거나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다. 즉, 눈은 땅에 고정시켰고 마음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어떤 시기심도 악의도 그리고 원한이나 악담도, 아니면 의심이나 유감도 그들에게는 머물 여지가 없었다. 다만 큰 화목과 끊임없는 침묵과 감사와 찬미의 소리만이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새로 입회한 자녀들을 말이나 혀로써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행동과 진실로써142) 키우신 사랑 깊으신 사부님의 가르침들이었다.
제 16 장
리보 또르또에 머무름과 가난을 고수함
42.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형제들과 함께 아씨시에서 가까운 리보 또르또에143) 머물곤 했다. 그곳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헛간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크고 화려한 집들을 몹시 업신여기는 이들이 그 피신처에서 살았다. 그런데 폭풍우 정도는 피할 수가 있었다. 어떤 성인이 말씀하셨듯이144) 헛간에서 천국에 오르기가 궁전에서 천국에 오르기보다 더 빠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모든 아들들과 형제들은 그곳에서 이 복되신 사부님과 함께 살았고, 고역에 시달렸으며 갖춘 것이라곤 없었다. 빵을 먹는 위안조차도 온통 빼앗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그들은 아씨시의 여기저기에서 구걸해 온 순무로 만족했다. 그곳은 또 너무 좁아서 마음대로 앉거나 쉴 수도 없었다. 그래도 아무 군말이 없었고 불평도 없었으며 오히려 맑은 정신과 기쁨에 가득 찬 마음으로 꾸준히 인내해 나갔다.145) 한편, 성 프란치스꼬는 매일 매일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끊임없이 부지런히 살폈고, 그리하여 그들 마음속에 어떤 방자한 생각도 허용치 않음으로써 그들 마음에서 모든 나태를 몰아냈다.
그는 수련에 엄격하여 자기 자신을 자나깨나 지켜 보았다. 더러 그랬듯이 만약 육적인 유혹이 그에게 닥쳐오면 겨울에도 얼음이 차 있는 구덩이에 몸을 던져, 욕망의 흔적이 말끔히 사라질 때까지 거기에 머물러 있곤 하였다. 형제들은 이런 위대한 극기의 표본(標本)을 열렬히 따랐다.
43. 성 프란치스꼬는 형제들에게 악(惡)을 극복하고 육(肉)의 충동을 눌러야 할 뿐만 아니라, 참으로 외적인 오관(五官)까지도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쳤으니, 이는 그 오관을 통해서 마음으로 죽음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당시에 오또 황제가146) 땅 위의 제국의 왕관을 받으려고 요란스럽고 위풍당당하게 그 지방을 지나가고 있을 때, 황제가 막 통과하고 있는 길가에 위치한 그 헛간에서147)형제들과 함께 거처하고 있었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께서는 그것을 보려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그는 누구도 나가서 구경하도록 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만이 뛰쳐나가서 황제에게 그의 영광은 잠시 지속될 뿐이라고 외쳐 댔다.148)
영광스러운 성인은 당신 마음 속의 넓은 곳에 들어앉아 소요(逍遙)했으며, 당신 안에 하느님을 위한 합당한 거처를 마련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밖의 함성소리가 귓전에 미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강한 사도적 귄위가149) 있었기 때문에 왕들이나 영주(領主)들에게 아첨하기를 철저히 거절하였다.
44. 그는 언제나 거룩한 단순성에 유의하였다. 그는 그곳의 협소한 장소 때문에 마음의 위대성이 저해를 받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는 형제들의 이름을 거처의 들보에 써 놓았다. 그래서 만약에 각자가 기도하고 싶거나 쉬고 싶으면 자기 자리를 알 수 있었으며, 따라서 장소가 협소하다고 해서 그것이 마음의 침묵을 흔들어 놓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계셨던 그 누추한 집에 어떤 사람이 당나귀를 데리고 왔다. 그는 쫓겨나지 않으려고 억지로 당나귀를 안으로 끌고 들어와서 말하였다 : “자, 안으로 들어가자. 우리가 살기에 적합한 곳이다.” 성 프란치스꼬는 이 말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꾹 참았다. 그 사람은 형제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땅을 늘리고 집을 연달아 차지하려는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성 프란치스꼬는 즉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그 농부가 한 말 때문에 그 헛간 같은 집을 포기하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뽀르찌웅꿀라라고 하는 딴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 바와같이150) 성 프란치스꼬가 오래전에 수리한 적이 있었던 성 마리아 성당이 있는 곳이었다. 그는 하느님 안에서 더욱 충만하게 모든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도무지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제 17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에게 기도를 가르침,
그리고 형제들의 순종과 정결
45. 그때에 형제들은 단순한 마음으로 생활을 했을 뿐 아직 교회의 성무일도를151) 몰랐기 때문에152) 성 프란치스꼬에게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그는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여러분들은 기도할 때 주의기도를 외시오.153)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하시오 :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하며 찬미하오니, 당신의 거룩한 십자가로 세상을 구원하셨기 때문입니다.”154)
그리하여 사랑 깊은 스승의 제자들인 형제들은 대단한 노력으로 이것을 지키려고 하였다. 그들은 복되신 사부님께 형제적 충고나 부성적 명령으로 그들에게 하도록 시킨 일은 물론이요, 어쩌다가 알게 되는 경우에는 사부님이 마음먹고 있는, 또는 명상하고 있는 일까지도 가장 충실하게 실행하도록 힘썼다. 왜냐하면 복되신 사부님은 그들에게 참다운 순종은 말로 명령된 일뿐만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까지 따르는 것을 말하며, 시킨 것만이 아니라 바라는 것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 “아래 형제는 장상 형제의 명령을 들을 때만 아니라 그의 뜻을 알아차릴 때에도 즉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순종에 내맡겨야 하고 어떤 외적인 표시로 알아차린 것까지도 실행해야 합니다.”155)
그러므로 교회가 어디에 있든간에 그리고 형제들이 그곳에 갈 일이 없고, 다만 먼 곳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그 방향을 향해서 땅에 엎드려 육신과 영혼으로 깊은 절을 하고, 그 거룩하신 사부님이 가르친 대로 “그리스도여, 우리는 전 세계에 있는 당신의 모든 교회에서 당신을 흠숭합니다”하며 형제들은 전능하신 하느님을 흠숭하곤 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일은 그들은 언제나 땅에서나 벽에서나 나무에서나 길가의 담장에서나 예수님의 고상 또는 십자가의 표시를 보게 되면 언제나 역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46. 거룩한 단순성이 형제들의 마음을 채웠고, 때묻지 않은 삶이 그들을 이끌었으며 정결한 마음이 그들을 사로잡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표리부동한 마음이란 도무지 알지 못하였다. 그들에게는 신앙이 하나인 것처럼 마음과 의지와 사랑도 하나였고, 또한 영혼의 합일과 행동의 일치와 다듬어진 덕행과 마음의 일치와 경건한 행위만이 늘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재속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극악한 죄로 악명이 높았으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경멸을 받았다. 바로 그 사제에게 형제들은 가끔 죄를 고백하였는데 형제들도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큰 죄를 알게 되었지만 조금도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고, 그로 말미암아서 여느 때처럼 그에게 그들의 죄를 고백하기를 궐하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에게 의당 바쳐야 할 존경심을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156) 하루는 바로 그 사제인지 아니면 다른 사제인지 어떤 사제가 한 형제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형제여, 위선자가 되지 마시오.” 그 형제는 사제의 말을 듣고 즉시 자신을 위선자라고 여겼다. 이 일로 인하여 그는 심한 비탄에 빠져서 밤낮으로 울었다. 그러자 형제들이 그에게 어찌하여 그렇게 슬픔에 싸여 그다지도 애통해 하느냐고 물었다. “한 사제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고, 그것이 나의 마음을 몹시 슬프게 하므로 딴 생각을 도무지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였다. 형제들은 그를 위로하여 그런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그러나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무슨 말입니까? 형제들이여, 이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사제입니다. 사제가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사제는 거짓을 말할 수 없으니, 우리는 그 말이 옳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후 그는 오랫동안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며 지냈다. 그러나 그는 복되신 사부님의 말씀으로 마침내 마음을 진정시켰으니, 사부님께서는 그에게 그 사제의 말을 설명하며, 그 사제의 의도를 현명하게 해명해 주었던 것이다.157)
형제들 중 어느 누구도 프란치스꼬의 훈훈한 말씀을 듣고도 마음의 구름이 개지 않으며, 평온한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만큼 괴로워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 18 장
불 전차에 관하여, 그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자리에 없는 형제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던 일
47. 하느님 앞에선 단순하게 생활하였고, 사람들 앞에선 신의로 생활하였으므로 형제들은 당시에 거룩한 환시로158) 인하여 마음이 기쁨으로 가득 찰 만하였다. 형제들은 지상적인 염려나 괴로운 근심걱정에 마음쓰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성령의 불에 타올라 정해진 성무일도 시간만 아니라 어느 때고 항상 탄원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주의기도를 노래하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들과 떨어져 있게 되었다. 그런데 거의 자정에 가까워 어떤 형제들은 쉬고 있었고, 어떤 형제들은 조용히 열심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었는데, 창문으로 아주 휘황찬란한 불전차가 들어와서 두세 번 이리저리 집안을 돌았다. 공 모양의 큰 빛이 전차 위에 머물러 마치 태양처럼 밤을 밝히고 있었다. 깨어 있던 형제들은 어리둥절하였고 잠자던 형제들은 깜짝 놀랐다. 형제들의 몸이 환해졌지만 마음도 이에 못지않게 환해졌다. 형제들은 한데 모여 도대체 이것이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결국은 그 빛의 힘과 은총으로 각자의 양심이 서로에게 드러났다.
마침내 그들이 이해하고 깨달았던 것은, 그것은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이 그렇게 찬란히 빛났다는 것이며, 또한 통찰력을 지닌 그분의 정결과 아들들에게 쏟는 크고 깊은 그분의 보살핌 때문에 그는 하느님께로부터 그만한 축복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셨다는 것이었다.
48. 뿐만 아니라 그들은 그들이 가슴에 지니고 있었던 비밀이 사부님께 알려졌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난 증거로써 자주 확인했고 경험하였다. 오, 그분은 자리에 없는 형제들의 행적에 관하여 아무도 그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성령의 감도로 알고 계셨으며, 또한 그들의 마음의 비밀을 열어 보고 그들의 양심을 개탄하셨던 적이 얼마나 빈번하였던가! 잠자고 있을 때에도 해야 할 일을 하라고 명하시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말라고 금하셨던 적이 얼마나 여러 차례였었던가! 오, 그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행위가 당장은 좋아 보였을지라도 앞으로 있을 그들의 나쁜 행위를 예언하셨던가! 반면에 많은 형제들이 악습을 끊으리라는 것을 미리 아시고, 그들에 대한 앞으로 있을 구원의 은총을 미리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더욱이 어느 형제가 정결함과 단순함에서 뛰어났었던 경우에는, 그 사람은 어느 누구도 경험할 수 없는 마음의 큰 위로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곧 프란치스꼬를 뵙는 일이었다.
나는 여러 믿을 만한 증인들에게서 알게 된 여러 예 중에서 하나의 보기를 들겠다. 한 번은 성 프란치스꼬로부터 쁘로벤자에 있는 형제들의 봉사자159) 임명을 받은 피렌제의 요한 형제가160) 그 관구에서 총회를161) 열고 있을 때에, 언제나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께서는 그의 말문을 열게 해 주셨고, 그는 모든 형제들로 하여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끔 하였다. 형제들 중에는 모날두스라 부르는 한 사제가 있었는데, 그는 매우 유명하였고, 실제로 생활은 더욱 훌륭한 분이었다. 그의 덕행은 겸손에 바탕을 두고 있었고, 빈번한 기도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며, 인내의 방패로 보호되어 있었다.
또한 그 총회에는 안또니오 형제도162) 참석했었는데, 하느님께서는 그가 성서를 깨닫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리고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예수님에 관해 조청이나 벌집에서 딴 꿀보다도163)더 감미로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해서 그의 마음을 열어 주셨다.164) 그가 형제들에게 열성적으로 온 힘을 다하여 “유대인들의 왕, 나자렛 예수”165)에 대하여 설교하고 있을 때, 위에서 말한 모날두스 형제가 많은 딴 형제들이 모여 있는 집의 문 쪽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거기에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공중에 떠올려져 십자모양으로 양손을 뻗고서 형제들을 강복하는 모습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았다. 또한 그는 당시 모든 형제들이 성령의 위로로166) 충만되어 있는 모습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느낀 구원의 기쁨 덕택으로 지극히 영광된 사부님의 환시와 현존에 관해서 들었던 이야기까지도 그들은 전적으로 믿을 수가 있는 성싶었다.
49. 성 프란치스꼬가 다른 형제들의 마음의 비밀을 감지(感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나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많은 일들 중에서 도무지 의심할 여지가 없는 한 가지 경우만을 말하고자 한다. 리체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한 형제는167) 고귀한 가문의 출신이었지만 품행은 더욱 고귀하였으며, 하느님을 사랑하였고, 자신을 업신여겼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생활하였고, 또한 거룩한 사부 프란치스꼬의 총애를 완전히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에 이끌려 생활하였다. 그러나 그는 어떤 숨은 이유로 해서 성 프란치스꼬가 그를 경멸하고 또 그것으로 해서 사부님의 총애를 받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 형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던만큼, 누구든지 성 프란치스꼬가 극진한 사랑을 보이는 사람이면, 그 사람은 또한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지만, 반면에 성 프란치스꼬가 좋은 기분으로 친절히 대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 심판의 노여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형제는 이러한 생각들을 마음 속에서 되새겼고, 자주 혼잣말로 말하였으나, 그의 마음의 비밀을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다.
50. 어느 날 복되신 사부님께서 작은 방에서 기도하고 있는데, 이미 이야기한 바 있는 리체리오 형제가 항상 있어 왔던 분심잡념(分心雜念)에 마음이 산란하여 거기로 찾아왔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그가 오고 있음을 알고 계셨으며, 그의 마음 안에 일고 있는 일까지도 아셨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그를 불러 오게하여 말하였다 : “아들아, 어떤 유혹도 너를 불안하게 할 수 없을 것이며, 어떤 생각도 너를 노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가장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한 많은 형제들 중에서도 너야말로 내가 친히 사랑하는 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리라. 네가 나와 아무 흉허물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어질 때에는 언제나 자신감을 가지고 나에게 오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듣고 그 형제는 마음으로 크게 경탄하였으며, 그후 사부님을 더욱 공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거룩한 사부님의 총애가 커졌던만큼, 그만큼 그도 마음을 활짝 열어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신뢰하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
거룩하신 사부님! 이 지상에서 당신과 같은 분을 만나려다가 아주 포기하고 당신 없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요! 비오니, 당신의 중재로 당신이 보기에 나쁜 죄에 물들어 진구렁 속에 빠져 있는 자들을 도우소서. 당신이 모든 의로운 이의 정신으로 채워져 있을 때에 미래까지 내다 보셨고, 현재를 알아차리셨지만, 당신께서는 모든 오만을 피하기 위해서 거룩함과 단순함의 모습을 언제나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위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다시 역사적인 순서를 살펴보자.
제 19 장
형제들을 보살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경멸과
참된 겸손
51. 이미 말한 바와같이 지극히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영적으로 형제들에게서 멀어졌던 일이 없었지만, 이제 육적으로도 형제들에게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의 행위를 세심하고도 부지런하게 눈여겨 살핀 그는 친절에서 나오는 궁금증으로 늘 형제들에게 관심이 있었으며, 좋지 않은 일이 행하여지는 것을 보게 되면 빠뜨리지 않고 벌하였다. 그는 우선 형제들의 내적인 잘못을 깊이 파악하고 나서 외적인 죄를 판단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죄에 기울어질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뿌리째 뽑았다.
모든 열성과 염려를 다하여 그는 거룩한 부인이신 가난을 고수(固守)하였다. 필요없는 물건을 가지게 될세라, 그것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면 그는 어떠한 종류의 그릇도 집안에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다.168) 그는 필요를 충족시키면 동시에 쾌락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169)
그는 불로 요리한 음식을 자신을 위하여 허용하는 일은 전혀 없거나 매우 드물었으며, 요리된 음식을 허용하는 경우라도 그 음식에 재를 뿌리거나 양념맛을 없애기 위하여 찬물을 부었다. 그는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러 이 세상을 다니는 동안 자기를 크나큰 애정으로 존경하는 대제후(大諸侯)들로부터 식사를 초대받을 때마다 거룩한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그는 잠시 고기의 맛만 보고,170) 남이 눈치를 채지 않도록 손을 입에 들어올려 먹는 척하였지만, 이내 그 나머지를 품 안에 떨어뜨리곤 하였다. 이런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갈증을 풀기 위하여 물조차도 충분히 마시려 하지 않았던 그였으니, 하물며 그가 포도주를 마시는 일에 관해서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52. 그리고 그는 어느 집에 숙식하게 되든지 그가 눕는 곳에 요나 의류를 깔지 못하게 하였으며, 짧은 투니카만 걸친 채 사지에 맨살이 알바닥에 닿도록 했다. 연약한 육신의 회복을 잠으로 꾀할 때에는 흔히 앉은 채로 잤으며, 혹 눕게 될 때는 나무조각이나 돌을 베개 삼았다.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어떤 특별한 음식에 대하여 식욕이 동했을 때, 그는 거의 식욕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한 번은 몸이 쇠약해졌을 때, 그는 닭고기를 조금 먹자 그럭저럭 기력이 회복되어 아씨시 동네로 들어왔다. 그가 성문 가까이 이르렀을 때, 그는 자기와 함께 있던 형제에게 밧줄로 그의 목을 매고 마치 강도를 다루듯 온 동네를 끌고 다니며 큰 소리로 다음과 같이 소리질러 알리라고 명령하였다 : “여러분이 모르는 동안에 닭고기를 먹고 디룩디룩 살이 찐 이 걸터듬이 좀 보십시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기이한 광경을 보려고 달려갔다. 그들은 크게 한숨을 쉬며 울며 말하였다 : “온갖 생활을 육정으로 보내며 더럽게 만취하여 가슴과 몸뚱이를 살찌게 하는 가련한 우리에게 앙화 있을 지어다!” 이리하여 마음이 찔린 그들은 그 장한 본보기로 말미암아 보다 나은 생활에로 나가도록 감동되었다.
53. 그는 이와 비슷한 일을 자주 행했으므로, 온전히 자기 자신을 경멸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영원한 영광을 찾도록 남들에게 권유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깨진 그릇처럼171) 대했고, 육신을 위한 어떤 두려움이나 염려의 부담이 없었으므로, 그는 일시적인 것을 간절히 바라는 육적인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모욕을 받을 때는 흔쾌히 자신을 거기에 내놓았다. 진정으로 자신을 천하게 여겼으므로,172) 그는 그의 말이나 모범으로 남들도 스스로를 경멸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르쳤단 말인가? 오히려 그는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고 칭찬을 받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의 기상한 판단이었다. 프란치스꼬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천히 여겼으며 가장 엄하게 경멸하였다. 그리하여 자주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때마다 깊은 아품을 겪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호의를 거절하였으며, 그는 누군가에 의해서 비난을 듣게끔 마음을 썼다. 그는 형제를 그에게 불러 말하곤 했다 : “순명으로 이르는 말이니, 거칠게 나를 욕하고 남들의 거짓말을 물리쳐 진실을 말하시오.” 그리하여 그 형제가 마지못해 그를 촌놈이요, 고용된 종이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위인이라고 반복하여 말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미소를 머금고 그때마다 박수로 환영하며 대답하곤 했다 : “형제는 참으로 진실한 말을 하였으니, 주께서 형제를 축복하시기를! 베드로 베르나르도네의 아들은173) 그런 말을 들어 마땅합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비천한 출생의 상황들을 회상하곤 하였다.
54. 그는 매사에 자기 자신이 경멸을 받을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보이고 남들에게 참된 고백의 모범을 보여 줄 목적으로 프란치스꼬는 어떤 일에 실수하였을 경우, 설교를 할 때에 자기의 실수를 모든 사람 앞에서 고백하는 것을 부끄러이 여기지 않았다. 만일 어떤 사람에 대하여 어쩌다 나쁘게 생각하였거나 우연한 기회에 화내는 말을 하였으면 자기가 나쁜 생각을 품었거나 화를 낸 그 사람에게 아주 겸허하게 죄를 고백하고 그의 용서를 빌곤 하였다.174) 흠잡을 데 없는 그의 결백함에 대한 증인인 그의 양심은 온갖 염려를 다하여 스스로를 보호하였으며, 그의 양심은 마음에 입은 상처를 말끔히 가시게 해 줄 때까지는 프란치스꼬를 쉬게 하지 않았다. 분명히 성 프란치스꼬는 모든 선행에 있어서 진전이 있기를 바랐지만, 그 때문에 존경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으며, 허영심이 생길까 두려워서 모든 방법을 다하여 탄복으로부터 도망쳤다.
훌륭하신 사부님, 이제 우리는 모든 선행과 겸손의 모범이신 당신을 잃었으니 불쌍한 따름입니다. 우리가 그분을 모시고 있었을 때에, 우리는 그분을 알려고 안했으니 그분을 잃어버린 것은 그 대가입니다.
제 20 장
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55. 참으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항시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다. 이리하여 회두생활을 한 지 6년째 되던 해에,175) 거룩한 순교에 대한 갈망이 극(極)에 달하자, 사라센인이나 그밖의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회개를 설교하기 위하여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배를 타려 하였다. 그곳에 가기 위하여 배에 올라 항해를 하는 도중, 그만 역풍을 만나 알고 보니 다른 선원들과 함께 슬라보니아 지방에176) 와 있었다. 이리하여 자기의 큰 뜻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아챈 프란치스꼬는 얼마 후에 안꼬나로 가려고 하는 몇몇 선원들에게 자기도 그곳에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그 해에는 어떤 배도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량의 부족으로 프란치스꼬를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그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고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몰래 배에 올라탔다. 어찌되었든 신의 섭리로 어떤 낯선 사람이 식량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선원 하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이것을 다 가지고 가서 배 안에 숨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 꼭 나누어주시오.” 폭풍이 일게 되어 사람들은 여러 날을 애써 배를 저었으므로 식량은 모두 동이나, 가난한 프란치스꼬의 식량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식량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비록 항해가 며칠 더 계속되었지만 그들이 안꼬나 항177)에 도착할 때까지 넉넉하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그럼으로써 선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 덕분에 바다의 위험에서 빠져나왔음 알고 언제나 종을 통하여 경이로움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56.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거닐며 말씀으로 땅을 일구어 축복이 담겨 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생명의 씨를 뿌렸다. 즉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간에 착하고 적합한 사람 몇몇이 세속을 떠나 악마를 용감하게 끊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뜻에 따라 생활과 목적에서 프란치스꼬를 헌신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비록 복음의 가지가178) 가장 귀한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들였다 해서 순교를 이룩하겠다는 숭고한 뜻과 그 불타는 열망이 조금도 그의 마음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마 안있어 회교도 군주와179) 그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려고 모로코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180) 그는 그렇게 큰 희망에 열중한 나머지 때때로 마치 마음이 술에 취한 듯 여행에 동행하던 사람조차도 뒤에 남겨 두고 목적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181)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프란치스꼬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182) 더는 가지 못하도록 병이 나게 하시어 그를 여행에서 다시 불러오셨기 때문이다. 57.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온 후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합세했다.183) 프란치스꼬도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매하고 사려가 깊어 그들을 존경심과 품위를 가지고 대하였으며, 그들 각자에게 관대하게 의무를 지정해 주었다.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뛰어난 성품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인격을 신중히 고려하였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열렬하고도 거룩한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는 편치 않았다. 그래서 회두한 지 13년 되는 해에184) 그가 시리아로 출발하였는데, 마침 기독교와 이교도들 사이에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곤 하던 때였다. 그래도 그는 동료 하나를 데리고185) 사라센의 회교도 군주186) 앞에 두려움없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그를 회교도 군주 앞에 서게 하였고 무슨 힘으로 말을 하였으며 무슨 언변과 자신감으로 그리스도교 법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답변을 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회교도 군주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병졸들에게 불들려 창피를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그는 겁내지 않았다. 고문하겠다고 위협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죽인다고 해도 낯이 창백해지지 않았다. 비록 적대심과 증오심에 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피한 대우를 받았지만, 회교도 군주에게는 매우 영애로운 대우를 받았다. 회교도 군주는 프란치스꼬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예우(禮遇)를 했고 많은 선물을 주어 프란치스꼬의 마음을 세상의 부(富) 쪽에 기울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추상같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똥이나 다름없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프란치스꼬를 딴 모든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되어 프란치스꼬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였다.187)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주께서는 순교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염원을 들어 주지 않으셨으나, 그를 위해서 엄청난 은총의 특권을188) 마련해 놓고 계셨던 것이다. 제 21 장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제 22 장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제 23 장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제 24 장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제 25 장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 제 26 장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70. 치따 디 까스뗄로에도214) 마귀들린 여인이 있었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 도시에 있을 때, 그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그 여인이 끌려 왔다. 여인은 밖에 서서 더러운 악령이 늘 그러하듯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고, 얼굴은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와 여인을 위해서 프란치스꼬 성인께 간원을 하였다. 악령이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고문하여 이제는 그들까지도 마귀의 괴성(怪聲)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거룩한 사부님은 함께 있던 형제를 여인에게 보내어 그것이 악마의 짓인지 아니면 여인이 거짓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여인이 그 형제를 보자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사부님은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기도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성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딩굴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여인을 부르며 말하였다 : “순종의 힘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령아, 여인에게서 나오너라!” 이에 악령은 여인에게 아무 행패도 부리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며 즉각 여인에게서 떠나갔다.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이 거룩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만 거룩함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생활의 탁월성이나 지극히 순수한 생활양식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이제 기적들을 생략하고 영원한 구원을 위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제 27 장 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께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71.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자기 욕심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로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215) 열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주된 관심은 하찮은 먼지에 오염되어 그의 마음의 청명함이 단 한 시간도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외적인 소음에 초연하도록 하였고, 육신의 오관을 철저히 통제하였으며, 마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스스로를 하느님으로만 채웠다. 그는 바위틈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절벽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216) 그는 기뻐 즐거워하며 천상 거처만을 넘나들었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구세주의 오상(五傷)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한적한 곳들을217)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향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때에 굼뜨지 않게 이웃의 일에 관계하였고, 이웃의 구원과 관련되는 일들을 기꺼이 보살펴 주었다. 그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잠시 하는 기도라든가 헛되거나 외람된 기도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겸허하게 고요히 드리는 기도였다. 저녁에 시작한 기도라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끝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그는 늘 기도에 몰두하였다. 그는 홀로 야밤에 기도를 하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당이나 폐허에 있는 성당에 가곤 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의 보호하심으로 두려움과 동요를 기도 안에서 극복하였다. 72. 악마란 놈이 마음 안에서 유혹으로 일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외적으로 물건들을 들부수어 프란치스꼬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는 그는 악마와 백병전(白兵戰)을 치렀다. 하느님의 가장 용감한 병사는 주께서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능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 않고 마음 속으로 뇌었다 : “이 흉악한 놈아, 우리가 많은 사람 앞에 있을 때에 네놈이 꼼짝 못했던 것처럼, 내가 혼자 있어도 네놈은 너의 그 간악한 무기를 나에게 요란스럽게 휘두를 수 없을 게다.” 실로 그는 대단히 항구하였기 때문에 주님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자주 전파하면서도 마치 친한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하듯 확신있게 말하였다. 그는 많은 군중을 한 사람처럼 대했으며, 또한 많은 군중에게 하듯이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설교중에 신념을 보여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하였다. 그는 설교하기 전에 한참동안 묵상하고서도 때때로 그 묵상한 것을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잊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지만 전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노라고 고백하곤 하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능변이 되어 청중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아넣곤 하였다. 때때로 그는 말할 것이 없을 때면 강복만 주어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 강복만으로도 거기에서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73. 수도회에 관계되는 일 때문에 그가 한 번은 로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호노리오218) 교황 성하와 추기경님들 앞에서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219)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각별한 애정으로 존경한 오스띠아의 영화로운 우고220) 주교는 이 점을 알고 성인의 열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도 순박하기만 한지라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경건하게 바라는 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주교는 교황 성하와 추기경 앞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프란치스꼬는 허락과 강복을 받고 위대하신 추기경님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대단히 열변을 토했고 자기도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가 입에서 말을 토해낼 때에 춤추듯 발을 움직였으나 힘찬 움직임은 아니었고 하느님의 사랑의 불에 용약하였으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다만 비탄의 눈물을 쏟게 하였다. 거룩한 은총과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위대한 성실성에 감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찔렸다. 그동안 공경하올 오스띠아 주교는 계속해서 불안감에 마음이 조여들어 온 힘을 다하여 주님께 축복받은 사람의 소박함이 멸시당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렸다. 왜냐하면 성인의 영광이나 수치까지도 프란치스꼬 수도가족의 아버지로221) 있는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74. 프란치스꼬 성인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이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이 주교에게 매달렸고 그의 자비로운 품속에 잠들어 안전하게 쉬었다. 실로 오스띠아의 주교는 그 자리를 맡아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나 목자의 이름은 성인에게 넘겼다. 복되신 사부님은 필요한 것을 청하였고, 능숙한 주교는 이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 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자리가 잡혀갈 때에, 뿌리를 내린 새 수도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자들이오, 얼마나 많았던가! 지극히 인자하신 주님의 손길이 이 지상에 심으신 간선된 새 포도밭을222) 짓밟으려는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주교님의 칼에 쓰러졌고,223) 자취도 없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224) 왜냐하면 그분은 강한 능변의 소유자였고 교회의 성벽이었으며 진리의 기둥이었고, 겸손을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이러한 공경하올 주교님께 자신을 맡긴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며 기억할 만한 날이다.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의 특사로 자주 파견되었지만, 이번에는 뚜스까나에서225)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수가 많지도 않은데 불란서로 진출하고자 피렌제로 간 적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같이 당시에 주교님께서 그곳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다. 아직 두 분이 각별한 친분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다만 서로간의 축복받은 생활에 대한 명성만이 그들을 서로 사랑으로 결합시켰었다. 75.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또 다른 습관은 그가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주교나 사제를 방문하는 것이었으니, 훌륭하신 주교님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찾아가서 정성껏 존경의 예를 표했다. 주교님께서는 늘 그같이 거룩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특히 복된 가난과 단순성의 숭고한 징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에게 늘 그러했듯이, 그를 만났을 때에도 존경심을 가지고 겸손히 그를 맞아들였다. 주교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궁핍을 성심껏 들어 주었고, 특별한 배려로 그들의 어려움에 손을 썼기 때문에 프란치스꼬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애써 묻도 그의 여행 목적을 대단히 인자하게 이해하였다. 주교님께서 그가 지상적인 것을 쓰레기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안 순간,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 보내신 불에226) 그가 타고 있음을 안 순간, 주교님의 영혼은 성인의 영혼과 함께 묶였고, 주교님은 진심으로 그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며 자기도 모든 것에서 성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기꺼이 하였다. 그리하여 주교님은 프란치스꼬에게 시작한 여행을 포기하고 주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하였다.227) 그러자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열심한 마음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며 힘있는 충고를 하는 공경하올 주교님을 뵙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몹시 즐거워하였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진심에서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을 주교님께 넘겨 드리면서 맡겼다.228)
제 20 장
프란치스꼬가 순교하려고 스페인과 시리아를 여행함,
그리고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를 통하여
음식을 많게 함으로써 선원들을 위험에서 구하심
55. 참으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항시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하였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다. 이리하여 회두생활을 한 지 6년째 되던 해에,175) 거룩한 순교에 대한 갈망이 극(極)에 달하자, 사라센인이나 그밖의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과 회개를 설교하기 위하여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배를 타려 하였다. 그곳에 가기 위하여 배에 올라 항해를 하는 도중, 그만 역풍을 만나 알고 보니 다른 선원들과 함께 슬라보니아 지방에176) 와 있었다. 이리하여 자기의 큰 뜻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아챈 프란치스꼬는 얼마 후에 안꼬나로 가려고 하는 몇몇 선원들에게 자기도 그곳에 데려다 줄 것을 청하였다. 그 해에는 어떤 배도 시리아 지방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들은 식량의 부족으로 프란치스꼬를 완강하게 거절하였지만, 그는 하느님의 선하심을 확고히 믿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와 함께 몰래 배에 올라탔다. 어찌되었든 신의 섭리로 어떤 낯선 사람이 식량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선원 하나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 “이것을 다 가지고 가서 배 안에 숨어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할 때 꼭 나누어주시오.” 폭풍이 일게 되어 사람들은 여러 날을 애써 배를 저었으므로 식량은 모두 동이나, 가난한 프란치스꼬의 식량만이 남게 되었다.
이러한 식량들은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으로, 비록 항해가 며칠 더 계속되었지만 그들이 안꼬나 항177)에 도착할 때까지 넉넉하게 견딜 수 있을 만큼 늘어나 있었다. 그럼으로써 선원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 덕분에 바다의 위험에서 빠져나왔음 알고 언제나 종을 통하여 경이로움과 사랑을 보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56.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바다를 떠나 육지를 거닐며 말씀으로 땅을 일구어 축복이 담겨 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생명의 씨를 뿌렸다. 즉시 성직자이든 평신도이든간에 착하고 적합한 사람 몇몇이 세속을 떠나 악마를 용감하게 끊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은총과 뜻에 따라 생활과 목적에서 프란치스꼬를 헌신적으로 따랐다.
그러나 비록 복음의 가지가178) 가장 귀한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들였다 해서 순교를 이룩하겠다는 숭고한 뜻과 그 불타는 열망이 조금도 그의 마음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얼마 안있어 회교도 군주와179) 그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설교하려고 모로코를 향하여 여행을 떠났다.180) 그는 그렇게 큰 희망에 열중한 나머지 때때로 마치 마음이 술에 취한 듯 여행에 동행하던 사람조차도 뒤에 남겨 두고 목적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내달았다. 그러나 당신의 인자하심으로 나와 다른 모든 사람들을 염두에 두기로 하신 선하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181)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프란치스꼬가 멀리 스페인까지 여행했을 때 그에게 정면으로 맞서,182) 더는 가지 못하도록 병이 나게 하시어 그를 여행에서 다시 불러오셨기 때문이다.
57.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으로 돌아온 후 얼마 안 있어 교육도 받았고,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합세했다.183) 프란치스꼬도 정신적으로 대단히 고매하고 사려가 깊어 그들을 존경심과 품위를 가지고 대하였으며, 그들 각자에게 관대하게 의무를 지정해 주었다. 사실 그는 천성적으로 뛰어난 성품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인격을 신중히 고려하였다.
그러나 자기 마음의 열렬하고도 거룩한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그는 편치 않았다. 그래서 회두한 지 13년 되는 해에184) 그가 시리아로 출발하였는데, 마침 기독교와 이교도들 사이에 매일같이 격렬한 싸움이 일곤 하던 때였다. 그래도 그는 동료 하나를 데리고185) 사라센의 회교도 군주186) 앞에 두려움없이 나타났다.
도대체 어떤 신념이 그를 회교도 군주 앞에 서게 하였고 무슨 힘으로 말을 하였으며 무슨 언변과 자신감으로 그리스도교 법을 무시하는 그들에게 답변을 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회교도 군주에게 가까이 가기도 전에 그의 병졸들에게 불들려 창피를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그는 겁내지 않았다. 고문하겠다고 위협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죽인다고 해도 낯이 창백해지지 않았다. 비록 적대심과 증오심에 차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창피한 대우를 받았지만, 회교도 군주에게는 매우 영애로운 대우를 받았다. 회교도 군주는 프란치스꼬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예우(禮遇)를 했고 많은 선물을 주어 프란치스꼬의 마음을 세상의 부(富) 쪽에 기울도록 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추상같은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똥이나 다름없이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았을 때, 그는 프란치스꼬를 딴 모든 사람과 다른 사람으로 우러러보게 되었다. 그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되어 프란치스꼬의 말을 기꺼이 경청하였다.187)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주께서는 순교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염원을 들어 주지 않으셨으나, 그를 위해서 엄청난 은총의 특권을188) 마련해 놓고 계셨던 것이다.
제 21 장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와 피조물들의 순종
58. 이미 언급한 바와같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입회하고 있는 한편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스뽈레또 계곡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가 베박냐189) 근처에 이르렀을 때 그곳으로 비둘기, 까마귀 그리고 흔히 갈가마귀라고 부르는 새190) 등 온갖 날짐승들이 떼를 지어 날아들었다. 이성이 없는 하등동물들을 가엾어하는 부드러운 온정이 마구 솟아 크나큰 열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인 하느님의 지극히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는 새들을 보자 길에다 동료들을 놓아 둔 채 급히 새들에게 달려갔다. 그가 새들에게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새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흔히 그가 하던 식으로191)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새들이 보통 그렇듯이 날아 도망하지 않음에 적잖이 감탄한 그는 큰 기쁨에 싸여 새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 보라고 겸손히 청했다. 그가 새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 “나의 새 자매들이여! 여러분은 여러분의 창조주를 마냥 찬미하고 늘 사랑해야 합니다. 그분은 여러분에게 옷을 입히시려고 깃을 주셨고, 날아다닐 수 있게 하시려고 날개를 주셨으며,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면 무엇이나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창조물 중에서도 여러분을 귀하게 만드셨고, 맑은 대기 속에다 집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 스스로는 도무지 걱정 않고도 살 수 있도록 그분은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보살피십니다.”192) 프란치스꼬도 말했고, 또 그와 함께 있었던 형제들도 증명했듯이, 새들은 그의 말을 듣고 그들의 본성대로 기이한 몸짓을 하면서 흥겨워하였다. 목을 늘이고, 날개를 빼며, 입을 벌려 그를 응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의 수도복 옷자락으로 새들의 머리와 몸을 스치며 그들의 한가운데를 오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새들에게 십자성호를 그어 강복한 다음, 다른 곳으로 날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이어서 복되신 사부님은 기쁨에 넘쳐 자기의 동료들과 함께 갈길을 떠났고, 모든 피조물들이 무릎을 꿇어 경배를 드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오렸다.
이리하여 천성이라기 보다는 은총에 의하여 어느덧 단순해진 그는 새들이 그렇게 공손한 태도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을 보고서, 전에 새들에게 설교하지 않은 자기의 무관심에 스스로를 나무라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날부터 그는 모든 새들과 동물, 그리고 파충류에게까지, 비록 감각없는 피조물에게까지도 그들의 창조주를 찬미하고 사랑할 것을 열의를 다하여 권하였다. 이것은 그가 구세주의 이름을 부르며 권하면 그들이 이에 순종하는 것을 개인적인 체험으로 매일매일 느꼈기 때문이었다.
59. 어느 날,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하려고 알비아노라고 불리는 고을에193) 당도하여, 모든 사람이 바라볼 수 있게 높은 자리에 올라가194) 조용히 할 것을 청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들어가 경건하게 서 있을 때, 한 떼의 제비들이 시끄럽게 재잘거리며 그곳에다 둥우리를 틀었다. 제비들이 재잘대는 바람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하는 말이 사람들에게 들리지가 않자 그가 새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제비 자매들이여! 자매들은 이미 충분히 말을 하였으니, 이제는 내가 할 시간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으시오. 주님의 설교가 끝날 때까지 침묵 가운데 조용하시오.” 이리하여 그 새들은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의아스러워할 만큼 즉시 침묵에 들어갔고, 설교가 끝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거기에 있던 사람들은 이 기적을 보고 큰 감탄에 싸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성인이구나! 지존하신 분의 친구로구나!” 이어서 그들은 하느님을 찬미 찬양하며, 열렬한 믿음을 가지고 그의 옷자락을 만져 보기만이라도 하려고 급하게 서둘렀다.
어떻게 이성이 없는 이러한 동물들마저 자신들을 향한 프란치스꼬의 애정을 깨닫고 감미로운 사랑을 느끼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60. 그가 그렉치오195) 마을에 머물러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기 산토끼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잡혀 있는 것을 어느 형제가 산채로 그에게 가져왔다. 지극히 복되신 분이 그것을 보자 가엾은 생각이 들어 말하였다 : “아기 산토끼 형제여! 나에게로 오시오. 어찌 하다가 이렇게 속아 잡혔습니까?” 그 아기 산토끼는 저를 데려온 형제가 놓아 주자마자 성인에게로 도망하여, 누가 붙잡고 있지도 않았는데도 마치 가장 안전한 장소인 양 그의 품에서 고요히 쉬었다. 아기 산토끼가 성인의 품에서 얼마간 쉬고 난 다음, 거룩한 사부님은 아기 산토끼를 다정스레 쓰다듬으며 자유를 찾아 숲속으로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그 토끼는 땅에 놓여졌지만 번번히 성인의 품으로 뛰어올랐고, 끝내 성인은 형제들을 시켜 그 토끼를 근처의 숲에 데리고 가도록 하였다.
그가 뻬루지아 호수의196) 섬에 있을 때에도 길들이기 어려운 어떤 집토끼에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61. 그는 물고기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이 감미로운 사랑으로 마음이 움직였는데, 잡힌 물고기를 물에다 놓아 줄 기회가 있으면 물고기에게 다시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보내곤 하였다.197)
한 번은 리에띠 호수의198) 나루터 가까이에서 그가 배에 타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 한 사람이 흔히 팅까라고 불리우는 큰 물고기199) 한 마리를 잡아서 정성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그는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받고 나서 그 물고기를 형제라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그는 그것을 배 밖의 물에 놓아 주며 신심깊게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잠시 그가 기도를 계속하는 동안에 물고기는 배 근처에서 노닐며, 놓아 준 곳에서 멀리 가지 않았다. 기도가 끝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물고기에게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주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리하여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순종의 길을 거닐면서 신성한 순종의 멍에를 철저히 지게 되었고, 그럼으로 해서 그는 피조물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큰 위엄을 주님 앞에서 얻었다.
그가 성 우르바누스 은둔소에200) 있을 때 심한 중병에 걸렸었는데, 그를 위해서라면 물까지도 술로 변했다. 그것을 맛본 것만으로도 그는 아주 쉽게 나았으므로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기적으로 믿었다. 사실 그것은 기적이었다.
이렇게 피조물들이 그에게 순종하고, 자기 뜻대로 원소들을 다른 성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진정 성인이다.
제 22 장
아스꼴리에서의 프란치스꼬의 설교,
그리고 그의 손이 닿은 물건을 어느 환자가 만짐으로써
그의 부재중(不在中)에도 환자가 치유됨
62. 당시에 공경하올 사부 프란치스꼬는 위에서 말한 대로 새들에게 설교를 하였고,201)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가는 곳마다 축복의 씨를 뿌렸으며, 마지막으로 아스꼴리202) 고을에 당도하였다. 흔히 그러하였듯이 그곳에서도 그가 하느님의 말씀을 뜨겁게 설교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손하신 분의 오른손의 힘으로 은총과 열성에 넘치게 되었고, 그를 보고 들으려는 열망에 서로가 짓밟힐 지경이었다. 그리하여 당시에 성직자와 평신도 합해서 서른 명이 그에게서 거룩한 수도회의 수도복을 받았다.
남녀 신도들의 신심은 대단히 두터워졌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져 볼 수 있었던 사람은 자신이 복된 자임을 떠들어 대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든 성직자들이 기뻐하였고,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퍼졌으며, 남정네들은 행복한 기분에 젖어 들었고, 아낙네들은 모여서 환호하였으며, 어린이들은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들은 자주 나뭇가지를 꺾어 들고 노래하며 그를 맞이하곤 하였다.
사악한 이단자들은203) 난처해하였으며 교회의 믿음은 드높아졌다. 믿음이 깊은 이들은 기뻐 용약했으나, 이단자들은 슬금슬금 숨어 버렸다. 프란치스꼬에게는 거룩함의 표지가 너무도 뚜렷하여, 그의 말에 감히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자가 없었고 군중들은 다만 그를 우러러볼 뿐이었다. 모든 것 중에서 거룩한 로마 교회의 신앙이 무엇보다도 보존되어 받들어지고 본받아져야 한다고204) 그가 생각한 것은 구원을 받아야 할 모든 사람들의 구원이 오직 교회 안에만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제들을 존경하였고, 모든 교계제도에205) 크나큰 애정을 지녔었다.
63. 사람들은 프란치스꼬에게 빵을 강복받아 가지고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것을 먹으면 갖가지 질병들이 치유되었다.
그들은 깊은 신앙심에서 빈번히 사부님의 투니카를 찢어 가졌고, 그리하여 어느 때에는 거의 나체가 되어 있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일은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어떤 물건을 손으로 만지면 그것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건강을 되찾을 것이었다.
아레쪼 근방의 한 작은 마을에206) 임신한 부인이 있었는데 해산할 날이 임박하자 그녀는 여러 날에 걸쳐 진통을 겪었다. 그녀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혹독한 진통으로 생사(生死)의 기로(岐路)에 놓이게 되었다. 그녀의 이웃들과 친천들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어떤 은둔소로 가는 도중에 그 마을길을 지나칠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서 그들이 성인을 고대했으나 그는 그만 다른 길로 지나가 버렸다. 그때에 프란치스꼬는 쇠약했었고, 병중이라서 말을 타고 다른 길로 갔던 것이다. 그가 은둔소에 도착한 다음에, 베드로 형제를 시켜 고맙게도 그 말을 돌려 주러 가는 길에 바로 그 진통 중에 있는 여인이 사는 동네를 지나가게 되었다. 주민들이 그를 본 순간, 그를 복되신 프란치스꼬로 착각하고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그러나 그가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는 크게 슬퍼하였다. 마침내 그들은 혹시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한동안 찾다가 그들은 드디어 프란치스꼬가 말을 타고 있을 때 직접 잡았던 말고삐를 발견하였다. 이어서 그들은 프란치스꼬가 탔던 말의 입에서 고삐를 빼다가 프란치스꼬의 손이 닿았던 부분을 그 여인 위에다 놓았다. 그러자 곧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여인은 기쁘고 안전하게 순산하였다.
64. 삐에베207) 마을에 괄흐레두치우스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경건한 사람이어서 온 가족과 함께 하느님을 공경하고 두려워할 줄 알았다.208)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때 둘렀던 수도복의 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동네의 수많은 남녀 주민들이 각종 질병과 열병으로 시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환자들의 집으로 가서 수도복 띠를 물에다 담그고 그 중에서 몇 가닥을 물에 주물러 그 물을 환자들에게 마시게 하였다. 그랬더니 모든 주민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료되었다.
이 일은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부재중(不在中)에 일어난 것이었고, 이외에 우리가 아무리 장황하게 이야기를 해도 다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다만 성인의 존재를 통하여 황공하옵게도 우리 주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들 중에서 그 일부만 간략하게 이 책에 끼워 넣도록 하겠다.
제 23 장
또스까넬라에서 절름발이를 고치고,
나르니에서 중풍병자를 고침
65. 어느 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먼 데까지 여러 지방을 돌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다가 또스까넬라라고 하는 한 도시에209) 당도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그가 하던 대로 생명의 씨를 뿌렸고, 한 병사가 그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었는데 다리를 절었고 몸이 허약했다. 이유기(離乳期)도 지난 어린 아이였지만 아직도 요람에서 지내는 터였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출중한 청정함을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을 보자 겸손하게 그의 발 앞에 몸을 내던지어 아들의 건강을 애원하였다. 그러자 프란치스꼬는 그만한 은총을 비는 일에 값할 만큼 쓸모가 있다고 스스로를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의 끈질긴 간청에 못이겨 기도를 한 다음에 아이에게 손을 얹어 강복하고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즉시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기뻐하는 가운데 그 아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부축을 받지 않고 일어났고 집 주위를 이리저리 걷기 시작했다.
66.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한 번은 나르니에210) 가서 며칠을 묵었다. 거기에는 침대에 누워 지내는 베드로라고 하는 중풍병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다섯 달 동안이나 수족의 기능을 잃어 전혀 일어나거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의 손과 발과 머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하였고, 그는 다만 혀와 볼을 움직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나르니에 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교님께 전갈을 보내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종을 자기에게 보내 주십사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와서 자기를 한 번 쳐다봐 주기만 해도 지금까지 시달린 병에서 해방될 것으로 그는 확신하였던 것이다. 일이 뜻대로 되어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왔고 누워 있는 그에게 프란치스꼬가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십자성호를 그음으로 해서 일시에 모든 병을 물리쳐 그의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다.
제 24 장
눈먼 여인의 시력을 회복시킴, 그리고 굽비오에서
불구 여인의 쪼그라든 손을 펴 줌
67. 위에서 말한 도시에211)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다쳐 맹인이 된 여인이었다. 그녀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로부터 십자성호를 눈에 받고, 간절히 바라던 시력을 회복하였다.
굽비오에도 한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양손이 쪼그라들어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이 그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즉시 그에게 달려갔다. 그러고는 가련함과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쪼그라든 손을 보여 주고, 그것을 만져 달라고 청하였다. 딱한 생각이 든 프란치스꼬는 그의 손을 대어 낫게 하였다. 즉시 여인은 기쁨에 넘쳐 집으로 돌아갔고, 그 손으로 치즈를 만들어서 거룩한 분에게 드렸다. 성인은 자애롭게 그것을 조금 들고,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들라고 여인에게 말하였다.
제 25 장
간질병인지 아니면 혹 마귀 때문인지,
이에 시달리는 한 형제를 구함,
그리고 쌍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인을 구함
68. 형제들 중의 하나가 보기에도 딱한 깊은 중병에 자주 시달렸다. 나로서는 그 병명이 무엇인지를 모르지만, 그것은 사악한 마귀에 들렸다는212) 의견들이었다. 그는 자주 땅바닥에 나동그라져서 보기에도 처참하게 눈을 부릅뜨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뒤틀었다. 어느 때는 사지(四肢)를 오그렸고, 또 어느 때는 쭉 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움츠려 비비꼬고 다시 빳빳하여 졌다. 어느 때는 쭉 펴 빳빳해진 채로 사람 높이만큼이나 풀썩 내려앉았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격심한 그의 고통을 가련히 여겨 그에게 다가가 기도를 한 후 성호를 긋고 강복하였다. 이에 갑자기 그는 나았고 그후로는 그 병이 주는 고문을 조금도 받지 않았다.
69. 어느 날,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나르니 교구를 지나 쌍 제미니213) 마을에 당도하였다. 그곳에서도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 그 지방에서 매우 명성이 있는 사람이 프란치스꼬와 세 형제를 자기 집으로 모셨다. 그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공경하는 이였다. 그의 부인이 마귀한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온 주민들에게 다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성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그녀가 해방되리라 확신하고 그녀를 위하여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청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프란치스꼬는 거룩함을 보여 세인(世人)들에게서 숭배를 받기보다는 멸시받기를 더 좋아하여, 이 일을 완전히 거절하였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고 끈덕진 간청에 못이겨 이를 겨우 수락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그는 함께 있던 세 형제를 자기에게 불러서 집모퉁이에 각각 배치시킨 다음에 이렇게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하느님께서 당신의 영예와 영광을 위하여 악마의 멍에를 이 여인에게서 풀으시도록 이 여인을 위하여 주님께 기도합시다. 이 악령이 집 모퉁이에 각각 분산하여 서 있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불쌍하게 시달리며 끔찍하게 고함지르는 여인에게 다가가 성령의 힘으로 말하였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복종할 것을 명하노니 악령아, 그 여인에게서 나가거라! 그리고 감히 더 이상 그 여인에게 헤살부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 이 말이 끝나자마자 악마는 격노하여 소리를 지르며 급히 밖으로 나가 그 여인을 떠났다. 갑작스런 여인의 치유와 너무 빠른 악마의 복종 때문에 거룩한 사부님은 속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서 그에게는 어떤 영광도 당치 않아 수줍은 듯이 황황히 자리를 떴다.
훗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우연히도 그곳을 지나게 되었다. 엘리아 형제도 그와 함께 있었다. 바로 그 여인이 성인의 도착을 알고 즉시 자리를 걷고 일어나 거리를 달렸다. 그녀는 자기에게 몇 마디라도 사부님이 말을 던져 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향하여 소리치며 뒤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가 전에 하느님의 권능으로 악마를 쫓아준 일이 있는 여인임을 알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여인은 하느님께 그리고 죽음의 손에서 구해 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께 감사를 드리며 성인의 발자국에 입을 맞추었다. 엘리아 형제가 간곡하게 성인을 설득하였다. 그리고 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 여인의 병과 치유에 관해서 엘리아 형제로부터 확실한 이야기를 듣고서야 그 여인에게 말을 하였다.
제 26 장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악마를 쫓음
70. 치따 디 까스뗄로에도214) 마귀들린 여인이 있었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 도시에 있을 때, 그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그 여인이 끌려 왔다. 여인은 밖에 서서 더러운 악령이 늘 그러하듯이 이를 갈기 시작하였고, 얼굴은 징그럽게 일그러져 있었으며 악을 쓰기 시작하였다. 남녀를 막론하고 많은 주민들이 몰려와 여인을 위해서 프란치스꼬 성인께 간원을 하였다. 악령이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히고 고문하여 이제는 그들까지도 마귀의 괴성(怪聲)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거룩한 사부님은 함께 있던 형제를 여인에게 보내어 그것이 악마의 짓인지 아니면 여인이 거짓으로 그러는 것인지를 알아보게 하였다. 여인이 그 형제를 보자 프란치스꼬가 아님을 알고 조롱하기 시작하였다. 거룩한 사부님은 안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기도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여인은 성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떨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에 딩굴었다. 성 프란치스꼬가 여인을 부르며 말하였다 : “순종의 힘으로 명하노니, 더러운 악령아, 여인에게서 나오너라!” 이에 악령은 여인에게 아무 행패도 부리지 못하고 분통만 터뜨리며 즉각 여인에게서 떠나갔다.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것을 이루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일이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이 거룩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다만 거룩함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의 생활의 탁월성이나 지극히 순수한 생활양식을 이야기하는 편이 훨씬 낫다. 부지기수(不知其數)라서 이제 기적들을 생략하고 영원한 구원을 위한 그의 행적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제 27 장
프란치스꼬의 맑은 마음과 항구함,
호노리오 교황 앞에서의 설교,
그리고 오스띠아의 우골리노 추기경께 자신과 형제들을 맡김
71.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자기 욕심을 채우라는 가르침을 받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만을 찾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기는 했지만 그는 이 세상을 떠나서 오로지 그리스도와 함께 있기를215) 열망하였다. 그러므로 그의 주된 관심은 하찮은 먼지에 오염되어 그의 마음의 청명함이 단 한 시간도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상의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있는 것이었다. 그는 외적인 소음에 초연하도록 하였고, 육신의 오관을 철저히 통제하였으며, 마음의 움직임을 제어하여 스스로를 하느님으로만 채웠다. 그는 바위틈에다 보금자리를 마련하였고, 절벽의 동굴을 거처로 삼았다.216) 그는 기뻐 즐거워하며 천상 거처만을 넘나들었고, 자신을 온전히 비우고 구세주의 오상(五傷) 속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주 한적한 곳들을217) 찾게 되었고 그곳에서 하느님께 온전히 마음을 향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절한 때에 굼뜨지 않게 이웃의 일에 관계하였고, 이웃의 구원과 관련되는 일들을 기꺼이 보살펴 주었다.
그의 가장 포근한 안식처는 기도였다. 그 기도는 잠시 하는 기도라든가 헛되거나 외람된 기도가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겸허하게 고요히 드리는 기도였다. 저녁에 시작한 기도라면 아침이 되기 전에는 끝내는 법이 거의 없었다. 걸을 때나 앉아 있을 때나, 먹을 때나 마실 때나, 그는 늘 기도에 몰두하였다. 그는 홀로 야밤에 기도를 하려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당이나 폐허에 있는 성당에 가곤 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은총의 보호하심으로 두려움과 동요를 기도 안에서 극복하였다.
72. 악마란 놈이 마음 안에서 유혹으로 일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외적으로 물건들을 들부수어 프란치스꼬로 하여금 의기소침하게 만들 때는 그는 악마와 백병전(白兵戰)을 치렀다. 하느님의 가장 용감한 병사는 주께서는 어디서나 모든 것에 능하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겁을 먹지 않고 마음 속으로 뇌었다 : “이 흉악한 놈아, 우리가 많은 사람 앞에 있을 때에 네놈이 꼼짝 못했던 것처럼, 내가 혼자 있어도 네놈은 너의 그 간악한 무기를 나에게 요란스럽게 휘두를 수 없을 게다.”
실로 그는 대단히 항구하였기 때문에 주님과 관계되는 일이 아니면 그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그렇게 자주 전파하면서도 마치 친한 동료에게 스스럼없이 하듯 확신있게 말하였다. 그는 많은 군중을 한 사람처럼 대했으며, 또한 많은 군중에게 하듯이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여 설교하였다. 그는 맑은 마음을 지녔기에 설교중에 신념을 보여줄 수 있었고, 미리 준비하지 않고도 전에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를 모두에게 하였다. 그는 설교하기 전에 한참동안 묵상하고서도 때때로 그 묵상한 것을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잊어버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였지만 전혀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노라고 고백하곤 하였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능변이 되어 청중들의 마음을 감동으로 몰아넣곤 하였다. 때때로 그는 말할 것이 없을 때면 강복만 주어 보냈지만 사람들은 이 강복만으로도 거기에서 훌륭한 설교를 들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다.
73. 수도회에 관계되는 일 때문에 그가 한 번은 로마에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호노리오218) 교황 성하와 추기경님들 앞에서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었다.219)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각별한 애정으로 존경한 오스띠아의 영화로운 우고220) 주교는 이 점을 알고 성인의 열성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너무도 순박하기만 한지라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경건하게 바라는 자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주교는 교황 성하와 추기경 앞으로 그를 안내하였다. 프란치스꼬는 허락과 강복을 받고 위대하신 추기경님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대단히 열변을 토했고 자기도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가 입에서 말을 토해낼 때에 춤추듯 발을 움직였으나 힘찬 움직임은 아니었고 하느님의 사랑의 불에 용약하였으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다만 비탄의 눈물을 쏟게 하였다. 거룩한 은총과 인간이 지니는 이러한 위대한 성실성에 감탄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찔렸다. 그동안 공경하올 오스띠아 주교는 계속해서 불안감에 마음이 조여들어 온 힘을 다하여 주님께 축복받은 사람의 소박함이 멸시당하지 않도록 기도를 드렸다. 왜냐하면 성인의 영광이나 수치까지도 프란치스꼬 수도가족의 아버지로221) 있는 자기에게 그대로 돌아오곤 하였기 때문이었다.
74. 프란치스꼬 성인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하듯이 또한 아들이 어머니에게 하듯이 주교에게 매달렸고 그의 자비로운 품속에 잠들어 안전하게 쉬었다. 실로 오스띠아의 주교는 그 자리를 맡아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하였으나 목자의 이름은 성인에게 넘겼다. 복되신 사부님은 필요한 것을 청하였고, 능숙한 주교는 이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도와 주었다. 특히 처음으로 자리가 잡혀갈 때에, 뿌리를 내린 새 수도회를 파괴하려고 했던 자들이오, 얼마나 많았던가! 지극히 인자하신 주님의 손길이 이 지상에 심으신 간선된 새 포도밭을222) 짓밟으려는 자들이 오,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그들은 모두 공경하올 아버지이신 주교님의 칼에 쓰러졌고,223) 자취도 없이 다 흩어지고 말았다.224) 왜냐하면 그분은 강한 능변의 소유자였고 교회의 성벽이었으며 진리의 기둥이었고, 겸손을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이러한 공경하올 주교님께 자신을 맡긴 그날은 축복받은 날이며 기억할 만한 날이다. 주교님께서는 교황청의 특사로 자주 파견되었지만, 이번에는 뚜스까나에서225) 직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수가 많지도 않은데 불란서로 진출하고자 피렌제로 간 적이 있었다. 전술한 바와같이 당시에 주교님께서 그곳에 머물러 계셨던 것이다. 아직 두 분이 각별한 친분을 나누는 사이는 아니었고, 다만 서로간의 축복받은 생활에 대한 명성만이 그들을 서로 사랑으로 결합시켰었다.
75.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또 다른 습관은 그가 어떤 도시나 마을에 들어갈 때마다 그곳의 주교나 사제를 방문하는 것이었으니, 훌륭하신 주교님이 계시다는 소리를 들으면 그는 찾아가서 정성껏 존경의 예를 표했다. 주교님께서는 늘 그같이 거룩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에게, 특히 복된 가난과 단순성의 숭고한 징표를 지니고 다니는 이들에게 늘 그러했듯이, 그를 만났을 때에도 존경심을 가지고 겸손히 그를 맞아들였다. 주교님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궁핍을 성심껏 들어 주었고, 특별한 배려로 그들의 어려움에 손을 썼기 때문에 프란치스꼬에게도 찾아온 이유를 애써 묻도 그의 여행 목적을 대단히 인자하게 이해하였다. 주교님께서 그가 지상적인 것을 쓰레기보다도 가볍게 여기는 것을 안 순간,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 보내신 불에226) 그가 타고 있음을 안 순간, 주교님의 영혼은 성인의 영혼과 함께 묶였고, 주교님은 진심으로 그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며 자기도 모든 것에서 성인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기꺼이 하였다. 그리하여 주교님은 프란치스꼬에게 시작한 여행을 포기하고 주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맡기신 사람들을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보살펴야 하지 않겠느냐는 권고를 하였다.227) 그러자 성 프란치스꼬는 그렇게 열심한 마음과 따뜻한 애정을 보여주며 힘있는 충고를 하는 공경하올 주교님을 뵙고는 말할 수 없는 기쁨에 몹시 즐거워하였고, 오히려 무릎을 꿇고 진심에서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을 주교님께 넘겨 드리면서 맡겼다.228)
제 28 장
가난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정신과 애정어린 동정심,
그리고 양과 어린양에게 한 일
76.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가난한 프란치스꼬는 스스로 모든 가난한 사람들과 같아지려 하였고, 당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몹시 슬퍼하였다. 그것은 헛된 영광을 탐해서가 아니라 다만 동정심에서였다. 그는 실로 볼품없고 거친 투니카 한 벌로 만족하였지만,1) 그 한 벌도 가난한 사람과 나누어 가지기를 몹시도 자주 염원하였다.2)
그러나 이 진정 풍요로운 가난한 사람은 크나큰 애정에 이끌려 어떻게 해서라도 가난한 자들을 도우려 하였고, 몹시 추운 때에는 이 세상의 부자들에게 외투나 모피를 청하곤 하였다.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은 당신이 청할 때보다 더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이 내줄 때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 “이것을 다시 돌려받으리라 기대하지 않으실 것으로 알고 받겠습니다.” 그러고는 자기가 입은 것을 첫 번째로 만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입혔다.3)
그리고 가난한 사람이 수치를 당한다든가, 피조물이 누구에게서 저주를 듣는 것을 보면 그는 몹시 괴로워하였다. 한 번은 일이 벌어졌다. 어떤 형제가 동냥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욕설을 했던 것이다 : “여보시오, 부자이면서 가난한 척하지 마시오!”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이신 프란치스꼬가 이 말을 듣고는 뼈를 깍는 고통을 느꼈다. 이에 그는 그 말을 한 형제를 호되게 꾸짖고 그 가난한 사람 앞에서 옷을 벗고 발에 입을 맞추어 용서를 청하라고 명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 “가난한 사람에게 저주를 하는 자는 그리스도께 상처를 입히는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신 높은 상징을 그들이 달고 다닙니다.”
그러므로 그는 가난한 사람이 나뭇짐이나 다른 짐꾸러미를 지고 가는 것을 보면 자기 어깨도 약골(弱骨)이면서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어깨를 자주 내밀었다.
77. 프란치스꼬는 사랑의 정신과 동정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필요한 사람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말 못하는 짐승들, 파충류(爬蟲類)나 조류(鳥類), 그밖의 감각이 있는 피조물과 감각이 없는 피조물에게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어린 양을 특별히 가깝게 사랑하였다. 성서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이 자주 양에 비유되기4) 때문이었고 또 그렇게 정확히 들어맞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그러하였지만 특별히 하느님의 아들과의 유사성이 비유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아주 다정하게 안았고 더없이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가 마르키아 안꼬나에5) 여행할 때,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설교한 후에 바오로 형제와 오시모로6) 향했다. 바오로 형제는 그곳 관구에서7) 모든 형제들의 봉사자로 임명된 형제였다. 여행 중에 그들은 들에서 암염소와 수염소를 이끄는 한 목동을 만났다. 이 염소들의 큰 무리 가운데에 실로 온순하고 고요하게 풀을 뜯으며 가는 어린 양 한 마리가 끼어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어린 양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깊은 신음을 하며 마음아파하였다. 그리고 같이 있던 형제에게 말하였다. “염소들 사이에 저리도 온순하게 걸어가는 양이 보이지 않습니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바리사이인들과 대제관들 사이에서 저같은 길을 온순하고 겸허하게 걸으셨음을 형제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아들이여,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청하노니 나와 더불어 이 어린 양을 가련히 여겨 그 값을 치르고 염소의 무리에서 이 양을 빼냅시다.”
78. 바오로 형제는 프란치스꼬의 괴로움에 처음엔 놀랐으나 잠시 후엔 자기도 괴로움을 함께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것이라고는 입고 있는 낡아빠진 투니카뿐이라서 양값을 치룰 수 없어 걱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행중인 어떤 상인이 그곳에 나타나서 필요한 값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양을 안고 오시모로 갔다. 오시모 주교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들은 주교님으로부터 크나큰 존경과 영접을 받았다.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데리고 들어온 양과, 양을 데리고 온 그의 마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종이 복음에서의 양에 대한 긴 비유를 열거하자, 이에 그만 마음이 동한 주교님은 하느님의 사람이 지닌 순수함 때문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다음날, 그는 그 도시를 떠날 때에 양을 어떻게 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동료요 형제인 바오로의 권유로 산 세베리노에 있는 그리스도의 시녀들이 사는 수녀원에8) 키우라고 주었다. 그리스도의 시녀들은 이것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큰 선물로 생각하고 기뻐받았다. 그들은 오랫동안 성의껏 양을 돌보았고, 후에는 그 양털로 투니카를 짜서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에게 보냈다. 당시에는 총회 때라서 그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 있었을 때였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이것을 대단히 공손하게 그리고 마음에 희열을 느끼며 받았고,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으며 당신의 행복을 나누려고 주위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초대하였다.
79. 또 한 번은 그의 동료로서 기꺼이 동반하는 바로 그 형제와 함께 프란치스꼬가 다시 마르키아를 지나다가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장에 가져다 팔려고 어깨에 어린 양 두리 마리를 묶어 대롱대롱 매달고 가는 것이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어린 양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는 가슴이 메어지는 듯하여 어머니가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하듯이 가까이 가 쓰다듬어 주며 자기의 애정을 나타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말하였다 : “나의 형제인 어린 양들을 왜 이렇게 괴롭히십니까?” 그 남자가 대답하였다 : “돈이 요긴해서 내다 팔려구요.” 이에 성인이 말하였다 : “그렇게 되면 어린 양들은 어찌 됩니까?” 남자가 성인에게 말하였다 : “돈 주고 사 간 사람이 잡아먹겠죠 뭐.” “이럴 수가!” 하고 성인이 답하였다 : “이런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제가 입고있는 망또를 가져 가시고 그 대신 양들을 저에게 풀어주시오.” 그 남자는 흐뭇하여 어린 양들을 주고 망또를 받았다. 그 망또는 꽤 비싼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망또는 성인이 추위를 막으려고 바로 그날 어느 신자에게서 빌린 것이었다. 이리하여 성인은 어린 양들을 받았고, 양들을 어떻게 할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동행했던 형제의 권유로 그 남자에게 도로 주면서, 앞으로는 양들을 절대로 팔지 말고 돌볼 것이며 해치지 말고 보호하여 키우고 또 공들여 보살피라고 당부하였다.
제 29 장
창조주 때문에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프란치스꼬,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대한 인물 묘사9)
80.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육신으로 있을 동안에 실천하고 가르친 일을 일일이 예를 들어 말한다든가 한곳에 모은다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다. 과연 누가 하느님의 소유인 모든 피조물에게 품었던 그의 위대한 사랑을 표현해 보일 수가 있겠는가? 삼라만상에서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지혜와 힘과 선을 명상할 때에 그가 즐긴 그 감미로운 느낌을 누가 말로 할 수 있으리오? 진정 창조주의 지혜와 힘과 선을 관조하면서 해를 쳐다볼 때, 달을 바라볼 때, 그리고 별과 창공을 응시할 때,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경이로운 기쁨에 자주자주 도취되곤 하였다. 오, 단순한 경건이여, 경건한 단순이여!
그는 구더기 한 마리를 보고도 큰 사랑에 불탔다. 그는 거기에서 구세주께 대하여 씌여 있는 말씀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 “나는 사람도 아닌 구더기입니다.”10) 그러므로 그는 구더기를 길에서 집어들고, 행인들의 발에 밟힐까봐 안전한 곳에다 옮겨 주었다.
그는 겨울에는 벌들이 약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꿀이나 질이 좋은 포도주를 공급해 줄 정도였으니, 다른 하등동물에 대한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무엇을 더 말하겠는가? 그는 벌들의 완벽한 일 처리와 탁월한 기술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여러 사람 앞에서 칭찬하였고, 벌이나 다른 피조물들을 찬탄하며 하루를 온통 보내곤 하였다. 옛날에 유다인 세 청년이 불가마에서도11) 모든 피조물들을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도록 권유하였듯이, 이 사람도 하느님의 기운이 마음에 가득 차서 피조된 삼라만상에서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지배자이신 분께 끊임없는 영광과 찬미와 축복을 바쳤다.12)
81. 성인께서 아름다운 꽃의 자태를 보고 향긋한 방향(芳香)을 맡을 양이면, 이 꽃의 아름다움이 얼마만한 기쁨을 그의 마음에다 부어넣었는지를13) 독자 여러분께서 생각할 수 있을는지? 그는 사고(思考)의 눈을 이새의 그루터기에서14) 피어나와 봄날에 빛을 주며, 그 향기로 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주검들을 부활시킨 바 있는 그 꽃의 아름다움으로 돌리곤 했다. 그는 꽃무리를 보게 되면 꽃에게 이성이 있는 양 설교를 하였고 주님을 찬미하도록 권하였다. 같은 식으로 그는 잡곡밭, 포도밭, 돌, 숲 그리고 들에 있는 예쁜 열매들, 흐르는 샘물, 동산의 푸른 풀이나 나무, 땅 그리고 불, 공기, 바람에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기꺼이 하느님께 봉사하도록 가장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권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든 피조물들을 형제 자매라고 불렀고 아무도 알 수 없는 탁월한 방법과 예민한 감성으로 사물의 숨겨진 비밀을 간파하였다. 이미 그는 하느님의 자녀들의 영광된 자유에15) 뛰어든 사람이었다.
오, 착하신 예수님! 지금도 그는 천국에서 천사들과 더불어 당신을 우러러보며 찬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지상에 있을 때에도 피조물에게 당신은 사랑받을 만한 분이시라고 설교를 했었습니다.
82. 거룩하신 주님!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인간의 모든 지성(知性)을 초월한 사랑으로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쁨과 순수하기만 한 열락(悅樂)에 도취되어 있어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습니다.16)
그래서 그는 하느님의 말씀이나 인간의 말이17) 쓰인 글을 발견하면 길에서나 집에서나 땅바닥에서나 대단히 공손한 태도로 그것을 집어서, 거룩한 장소나 합당한 곳에 가져다 놓곤 하였다. 주님의 이름이나 성서 말씀과 관련된 글들이 그러한 곳에 적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18)
어느 날, 한 형제가 그에게 질문하기를, 주님의 이름은 비치지도 않은 글이나 이단자들의 글까지도 그렇게 지성으로 줍느냐고 하였다.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주 하느님의 지극히 영광스러우신 이름을 쓰는 데 사용되는 글자들이 그 중에 같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선(善)이 들어 있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그것은 이방인들의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의 것도 아니며, 오로지 모든 선이 깃들어 있는 오로지 하느님의 것입니다.”
역시 이에 못지않게 감탄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 그가 문안편지나 권고편지를 쓰게 할 때, 그는 비록 거기에 어쩌다 불필요하고 마땅치 않은 글자나 구절이 있어도 그 글자나 구절을 지우지 못하도록 했었다는 점이다.
83. 오, 그가 얼마나 아름답고 빛이 나며 영화로운지는 그의 순수한 삶과 단순한 말, 맑은 마음과 하느님께 대한 사랑에서 나타났으며, 형제적 사랑과 열성적인 순명, 그리고 일치를 위한 양보심과 그의 천사같은 용모에서 나타난다. 그의 행동은 매력적이었고 천성이 조용했으며 대화에서는 상냥했고, 충고는 아주 적절하며,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는 가장 충실하였고, 권고에 신중하며, 일을 효율적으로 하고, 모든 행동거지가 우아했다. 그는 마음이 고요하였고, 기질이 착했고, 정신은 진지했으며, 관상으로 고양되었었고, 기도는 앞을 다투어 했으며, 모든 일에 열성적이었다. 그는 결심을 굳건히 하였고, 견고한 덕을 지녔으며, 은총에 꾸준히 머물렀고, 모든 것에 변함이 없었다. 그는 용감함에 있어서는 빨랐고, 분노에 더디었으며, 항상 재치가 있었고, 기억력도 매우 좋았고, 따질 때는 세밀했으며, 선택에 신중하였고, 모든 일에 단순하였다. 그는 자기에게는 가차없었으며, 남을 잘 이해했고, 모든 면에 사려가 깊었다.
그는 설득력이 뛰어난 사람이었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으며, 친절한 용모였고, 비겁한 행동을 알지 못했으며, 오만이란 아예 없었다. 키는 자그마한 중키였고, 머리는 알맞게 크고 둥글었고, 얼굴은 갸름하고 앞으로 약간 튀어나온 듯하였으며, 이마는 반반하며 좁았고, 눈은 중간 크기에 검고 견실하였으며, 검은 머리칼에 눈썹은 반듯했으며, 코는 균형이 잘 잡혀져 있었으며 훌쭉하고 곧았으며, 반듯하게 서 있는 귀는 작았고, 그의 관자놀이는 매끄러웠다. 그의 말씨는 온화하면서도 열의가 있었고 예리했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다. 똑 고른 이는 촘촘하고 희었다. 그의 입술은 작고 얇았다. 그는 숱이 많지 않은 검은 턱수염에, 목이 가늘었고, 어깨는 똑바랐고, 짧은 팔에 손은 가냘팠으며, 손가락들은 길었고, 손톱도 길었다. 다리는 가늘었고, 발도 작았으며, 피부는 결이 고왔고, 몸은 말랐었다. 그는 거친 옷을 입었고, 잠은 잠깐 잤으며,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푼푼하게 남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하였기에 모든 사람을 언제나 온유하게 대했고,19) 모든 사람의 행동에 자기를 맞추었다. 거룩한 사람들 중에서 그는 죄인들 중의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였다.
죄인들을 사랑한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죄인들을 도우소서. 당신도 보다시피 죄의 늪에서 뒹구는 자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삼가 청하오니 당신의 지극히 영광스러운 중재로 그들을 자비로이 일으켜 주소서.
제 30 장
주님의 성탄에 만든 구유
84. 프란치스꼬의 가장 높은 지향과 주된 바람과 최고의 결심은 복음을 모든 것을 통하여 실행하는 것이었고, 조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열의를 다하여 애타게 갈망하는 온전한 정신과 뜨겁게 타오르는 온전한 마음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치심과 발자취를 따르는 것”20)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묵상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말씀을 되새겼고, 예리한 사고력으로 그리스도의 행적을 되새겼다. 육화(肉化)의 겸손과 수난의 사랑이 특히 그를 사로잡았으므로 그는 다른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영광스러운 죽음이 있기 3년 전,21) 작은 마을 그렉치오22)에서 우리 주에수 그리스도의 성탄날에 그가 한 일은 기억할 만한 거이고, 경건하게 기억을 되살려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요한이라고23)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평판도 좋았지만 또한 평판 이상으로 착한 생활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를 특별히 사랑했던 까닭은 그가 그 고장에서 덕망있고 영예로운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또 그가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내세우지 않고 영혼의 고귀함을 추구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그를 불러 일을 자주 시켰다. 이번에도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주님의 성탄 약 15일 전에 그를 불러 말했다.: “ 그렉치오에서 우리 주님의 축제를 지내고 싶으면, 빨리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준비하시오. 우선 베들레헴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아기가 겪은 그 불편함을 보고 싶고, 또한 아기가 어떻게 구유에 누워 있었는지, 그리고 소와 당나귀를 옆에 두고 어떤 모양으로 짚북더기 위에 누워 있었는지를 나의 눈으로 그대로 보고 싶습니다.” 착하고 믿음있는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급히 달려가 성인이 말씀하신 자리에 성인께서 분부하신 대로 모두 준비하였다.
85. 즐거운 날이 다가오고, 크나큰 환희의 시간이 왔다. 그 근방에 거주하는 여러 형제들도 초대를 받았다. 동네의 남정네들과 아낙네들도 형편에 따라 밀초와 햇불을 준비하였다. 그들은 일년 내내 빛나는 별로써 낮과 밤을 밝혀 줄 바로 그날 밤을 밝혔다. 마침내 하느님의 성인이 당도하셨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보고 기뻐하였다. 구유도 준비되었고, 짚북더기도 옮겨졌으며, 소와 당나귀도 끌려 왔다. 그곳에서는 단순함이 추앙을 받았고, 가난이 높여졌으며, 겸허가 찬양되었다. 그렉치오는 새 베들레헴으로 꾸며졌다. 그 밤은 대낮같이 환히 밝혀졌고, 사람들과 짐승들을 매우 즐겁게 하였다. 사람들이 몰려 들었고, 그들은 새로운 신비로 말미암아 새로운 기쁨에 젖었다. 사람들의 우렁찬 목청에 온통 숲이 울렸고, 바위들까지도 그들의기쁨에 화답하였다. 형제들도 노래를 불렀고, 지금까지 못다 바친 찬미를 주님께 바쳤으며, 밤새도록 그들의 기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느님의 성인이 탄성을 올리며 사랑에 도취되었고, 말할 수 없는 기쁨에 가득 차서 구유 앞에 섰다. 이렇게 하여 구유 앞에서 장엄미사가 거행되었고, 사제는 새로운 영혼의 평화를 체험하였다.
86. 하느님의 성인은 부제(副祭)였으므로24) 부제복을 차려입고 거룩한 복음을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면서도 부드러웠고, 맑고 낭랑하였으며,25)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최고의 보상을 받게 했다. 그는 둘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설교를 하였다. 그는 가난한 임금님의 탄생과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 관하여 재미나게 말을 하였다. 그는 그리스도 예수를 부르고 싶을 때면 사랑에 불타서 그분을 “베들레헴의 아기”라고 부르곤 하였고, “베들레헴”이라는 말을 할 때의 그의 목소리는 마치 어린 양의 울음소리 같았다. 그의 입은 말로써보다는 차리리 감미로운 사랑으로 채워져 있는 형편이었다. 그뿐 아니라 “베들레헴 아기”나 “예수”라는 말을 할 때, 그의 혀는 이 말의 감미로움에 입맛을 다시고 입술을 핥으며 맛과 향기를 맛보는 듯하였다. 전능하신 분의 은총이 그곳에 충만하였고, 그 자리에 있던 어떤 한 덕이 있는 사람은26) 놀라운 환시를 보았다. 그는 어린 아기가 말구유에 생명 없이 누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거룩한 하느님의 사람이 다가가서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듯 그 아기를 소생시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이 환시에는 의미가 없지 않아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아기 예수가 잊혀져 왔었지만, 은총의 힘으로 아기 예수가 하느님의 종인 프란치스꼬 성인을 매개로 하여 다시 생명을 얻어서 이 동네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되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성대한 축제가 끝났고, 각자 거룩한 기쁨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87. 구유에 놓였던 건초는 보존되었고, 주님께서는 거룩하신 당신의 자비를 더하사, 그 건초로 무거운 짐을 지는 짐승들이나 다른 동물들을 구하셨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갖가지 병에 걸린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은 다음에 병이 나았다. 난산(難産)으로 오랬동안 진통을 겪던 여인의 몸 위에 이 건초를 놓으면 순산(順産)하였다. 그리고 그 고장에 살고 있던 많은 남녀가 갖가지 재난에서 구제되어 그들이 바라던 안정을 얻었다.
후에 구유가 놓여 있던 자리에 주님의 성전이 들어섬으로써 그곳이 거룩하게 되었다. 프란치스꼬 사부님을 기념해서 궁ㅍㅎ 위에 제단이 마련되었으며, 또한 성당이 세워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옛날에 주위의 많은 동물들이 이 건초를 먹었듯이 앞으로도 사람들이 영혼과 육신의 건간을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흠도 티도 없으신 어린 양의27) 살을 이곳에서 먹을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놓은 곳에 거하시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사랑에 거하시며, 당신을 우리에게 내주셨고, 성부와 성신과 함께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도다. 하느님께 세세대대에 영원한 영광이 있어지이다. 아멘. 알렐루야, 알렐루야.28)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행적에 관한
제 1부는 여기서 끝난다.
제 2 부
이제 시작되는 제2부에서는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마지막 2 년간의 생활과
그의 행복한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제 1 장
2부의 내용과, 프란치스꼬의 운명시(殞命時)와
완덕을 향한 그의 정진
88. 이 책의 제1부에서는 구세주의 은총의 도움으로 알맞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고,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생활과 행적을 회두한 지 18년째 되는 해까지29)서술하였다. 이제 그의 마지막 2년간의30) 생활과과 행적에 관하여 우리가 적절히 알아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여기 제2부에 간단하게 쓰려고 한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만을 기록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그의 생활과 행적에 관하여 더 많은 것을 논(論)하고 싶은 사람은 새로운 것을 더 첨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사도들의 생활과 발자취를 따라 그리스도께 온전히 봉헌된 지 20 년이 지난 후, 시작한 일을 완전히 마무리하고서 육(肉)의 감옥에서 해방되어 그가 태어난 아씨시, 곧 작은 형제회를 세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천상 거처로 매우 행복하게 날아가게 된 날짜는 천주 강생 1226, 교황 포고31) 14년째 되던 해 10월 4일32) 일요일이었다. 그의 신성하고 거룩한 시신은 이 도시에 안치되어 찬미․찬송과 함께 영예롭게 묻혔다. 그의 유해는 많은 기적을 내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빛나고 있다. 아멘.
89. 그가 젊음의 열기에 차 있을 때는 하느님의 길과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적인 단순한 생활과 악의 지배하에 적지 않은 동안 머물렀었다. 그러나 지존하신 분께서 오른손으로 바꾸시자33) 그는 죄에서 해방되었고34) 지존하신 분의 은총과 덕능으로 해서,35) 그는 당대의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지혜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당시 복음의 가르침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그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어느 곳에서나 실천되지 않은 형편이었다. 이때에 하느님께서 이 사람을 보내시어 사도들의 모범대로 전 세계의 인류에게 진리를 증언하게36) 하셨던 것이다.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지혜가 참으로 어리석다는 것을37) 가르치기에 이르렀고, 그가 전하는 소위 어리석음의 설교를38) 통하여 그리스도의 이끄심으로 이 세상의 지혜를 하느님의 진실한 지혜로 기울어지게 하였다. 마지막 시기의39) 이 새로운 복음 전파자는 낙원에서 흘러나오는 강물처럼40) 전세계에 복음의 물을 뿌렸고, 하느님의 아들의 길과 진리의 가르침을 행동으로 설파하였다. 그 결과로 그분이 계심으로써 그분을 통하여, 미처 몰랐던 행복과 거룩한 새로움이 온 세상에 일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옛 종교의 싹은 오랫동안 냉담했던 사람들이나 매우 늙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쇄신을 갑작스레 가져다 주었다. 그리스도의 종이자 거룩한 사람인 그가 하늘에 비치는 빛처럼 새로운 정신이 태어났고 구원의 기름이 그들에게 부어졌다. 그를 통하여 옛 기적들이 새로워졌고, 옛날식 그대로 그러나 새로운 질서로 사막 같은 이 세상에 열매를 많이 맺는 포도나무가 심어졌다. 이 나무는 방방곡곡에 거룩한 종교의 가지를 뻗음으로써 감미로운 꽃이 피어오르고 거룩한 덕의 방향(芳香)이 퍼졌다.
90. 그도 우리와 같이 연약한 인간이었지만,41) 일반적인 가르침만을 지키는 것으로 만족치 않았으며, 그는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 넘쳐흘렀기 때문에 온통 완덕에 이르는 길에 나서게 되었다. 그는 완전성화(完全聖化)의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삼았으며, 모든 완덕의 종점을 보게 되었다. 그러므로 어떤 계급이나 성(性),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그에게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구원의 길의 전형을 얻어내게 되며, 거룩한 일의 뛰어난 모범을 갖게 된다. 만약 누가 이 어려운 일을 하고자 하며, 보다 크나큰 은총을 찾아 힘쓰고자 한다면,42) 성인의 생활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모든 완덕을 배우도록 함이 좋을 것이다. 설혹 또 누가 어려운 길을 걷기가 두렵고,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을 두려워해서 낮고 평범한 길을 택하는 경우에도 이 평원에서 또한 그들은 그에게서 알맞는 인도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누가 징표와 훌륭한 기적을 구하는 경우에는 그의 거룩함에 간원을 드리면 구하는 바를 얻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의 참으로 영광스러운 생애는 선대(先代)의 많은 성인들의 완덕에 더욱 찬란한 빛을 비춘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 이 사실을 증명하고 있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도 이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 준다. 왜냐하면 실제로 공경하올 사부님께서 마치 하느님의 아들처럼 십자가에 달리기나 한 듯이 수난과 십자가의 표시인 오상(五傷)을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참으로 심오한 진리가 담겨 있는 신비이다.43) 이것은 사랑의 특권의 장엄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은밀한 충고가 숨어 있다. 여기에는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며44) 성인 자신이 부분적으로도45) 아무에게 밝히지 않았을 거라고 우리가 믿고 있는 외경스러운 신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너무 성인을 칭송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이의 찬미요, 근원이요 또한 지존하시며 빛의 보상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그를 칭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거룩하시며 진실하시고 영화로우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다시 그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제 2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위대한 바램, 그리고 성서를 펼쳐
스스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알아냄
91. 어느 날, 공경하올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매일 몰려와서 지성으로 그를 뵙고 말씀을 들으려는 무리들을 뒤로 하고, 조용하고 호젓한 비밀스런 장소를46) 찾아서 하느님과의 시간을 보낼려 하였고, 사람들과 사귀는 데서 낀 속진(俗塵)을 깨끗이 털려 하였다. 은총을 얻기 위하여 자기에게 차례가 온 시간을 쪼개어 그중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일부 시간은 가까운 이웃에게 선행을 하고, 나머지는 들어앉아 복된 관상(觀想)에 바치곤 하는 것이 그의 습관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딴 사람에 비해서 그의 거룩한 생활을 잘 아는 몇몇 동료만을 함께 있도록 하였다. 그런즉 그들은 사람들의 침입과 방해에서 그를 지켜줄 수가 있었으며, 모든 일에 있어서 그의 고요한 시간을 존중하고 보존케 할 수가 있었다.
그는 거기서 얼마간 그렇게 머물러, 계속되는 기도와 관상으로 하느님과의 친교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이어서 신변에 관한일, 마음속에 있는 일, 또는 주변에서 생기는 일 중에서 영원하신 임금님께서 더 잘 받아들여 주실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이를 몹시 갈망하였다. 그는 어떠한 자세와 어떠한 방법과 어떠한 바람으로 하느님의 생각과 하느님의 뜻이 기뻐하심에 따라서 하느님께 완벽하게 매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세심하게 찾았으며 아주 경건하게 바랐다. 그는 가장 높은 철학과,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사람 안에서 끊임없이 불꽃을 튀긴 궁극의 바람은 단순한 사람이나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그리고 완전한 사람이나 불완전한 사람에게서 진리의 길을 터득하는 것이요, 지선(至善)에 이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92. 비록 그는 완전한 사람 중에 완전한 사람이었지만, 자기가 완전하다는 것을 부인했고 스스로를 전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여겼다. 그는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마음이 바른 사람에 대해서,47) 그리고 깨끗한 단순성과 진정 순수한 마음으로48) 당신을 찾는 사람들에 대해서 얼마나 감미로우시고 미쁘시고 선하신가를 보고 맛들였기 때문이다.
매우 드물게 몇몇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높은 곳으로부터 그에게 주어졌다고 느끼자, 그 부어 주시는 감미로움과 고요는 그로 하여금 스스로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힘에 겨웠지만 그는 이미 부분적으로 도달한 그 상태에 완전히 넘어가기를 큰 기쁨에 싸여 바랐다. 하느님의 성령으로 채워짐으로써 그는 모든 마음의 괴로움을 견딜 준비가 되었고, 모든 육신적 고통을 참을 각오가 되었으니, 만일 그의 소원이 받아들여질 경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 자비스럽게 그에게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리하여 어느 날, 거처하던 은둔소 안에 세워진 거룩한 제대 앞으로 나가서 거룩한 복음이 담겨 있는 성서를 경건하게 제대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엎드려서 하느님께 몸과 마음을 다하여 기도를 바쳤다. 그는 착하신 하느님이시고 인자하신 아버지이시며 모든 위로의 하느님께49) 황공하옵게도 하느님의 뜻을 자신에게 밝혀 주시기를 겸손하게 청하였다. 또한 단순한 마음과 경건한 마음으로 일찍이 시작한 바를 완수하게 해 주십사고 기도드렸다. 또한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마땅한가를 책을 펴자마자 보여 주십사고 겸손하게 기도드렸다. 성인들과 가장 완덕에 이른 사람들의 영(靈)에 의해서 인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분들도 깊은 신심과 성화에 대한 열망 때문에 이와 비슷한 일을 했다고 적혀 있다.50)
93. 그는 기도를 마치고 겸허해진 정신과 뉘우치는 마음,51) 그리고 주님의 거룩한 십자성호로 자신을 완전히 무장하고 일어나, 제대에서 성서를 들어 경외심을 가지고 펼치자마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52) 예고하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우연히 생긴 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기 위하여, 그가 두 번, 세 번 연거푸 책을 펼쳤으나, 그때마다 같은 글귀이든가 아니면 비슷한 구절이 적혀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가 하느님의 성렬에 가득 차서 알아들은 바는 그가 많은 수난과 시련과의 싸움을 거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는53) 것이었다.
그러나 주님의 굳센 용사는 닥쳐올 싸움으로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떨지도 않았으며, 이 세상의 싸움터에서 주님께서 싸우신 대로 싸워 나가려 했다. 인간의 힘의 한계를 휠씬 넘어설 정도로 애써 극기해 온 그였던 만큼 적에게 굴복하게 될 리가 없었다. 기실 그는 대단히 열심이었고, 지난 수세기에 걸쳐 그 목적이 그와 같은 사람이 여럿 있었지만, 그의 열망에 비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기로서는 완덕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보다 완덕을 실천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열성과 노력을 말에 쏟는 것이 아니라 오직 거룩한 행동에 쏟았기 때문이다. 말이란 선행을 표현할 뿐 완성하지는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행복했으며, 자신과 하느님을 위하여 마음으로부터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이와 같은 작은 계시에 기뻐할 줄 안 그는 큰 계시를54) 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이렇게 그는 작은 일에 충실하였기55) 때문에 큰 일을 맡게 되었다.56)
제 3 장
십자기에 못박힌 세라핌을 닮은 모습의 환시
94. 프란치스꼬가 자기의 영혼을 하늘에 되돌리기 2년 전,1) 그러니까 그가 알베르나2)은둔소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는 하느님의 환시 안에서, 여섯 날개를 가진 세라핌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 하나를 자기 위에서 보았다. 그 사람은 두 손을 뻗고 있었으며, 두 발은 모아진 채 십자가에 고착되어 있었다. 날개 둘은 머리 위로 펼쳐져 있었고, 두 날개는 날으려는 듯이 펼쳐져 있었으며, 나머지 두 날개는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3) 지존하신 분의 복된 종은 이것을 보자 그만 감탄하였지만, 이 환시가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주시하고 있는 너그럽고 인자한 세라핌의 모습에 그는 무척이나 즐거웠고 기뻤다. 그 천사의 아름다움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천사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다는 사실과, 그 찌르는 듯한 아픔이 차츰 프란치스꼬를 두려움으로 몰아갔다. 그러자 그는 일어섰다. 그는 이를테면 슬프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으며, 즐거움과 괴로움이 그 안에서 서로 교차하였다. 도대체 이 환시는 무엇을 뜻하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의 영혼은 그 뜻을 알아내려고 노심초사하여 괴로워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그 뜻을 정확히 알아낼 수가 없게 되었고, 그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환시가 성인의 가슴을 곤혹스럽게 만드는가 했더니, 그 못자국들이 성인의 손과 발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가 방금 전에 그의 위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에게서 본 그대로의 자국이었다.
95. 그의 손과 발 한가운데가 못으로 뚫린 것 같았고, 못대가리가 손바닥과 발등에 나타났으며, 뾰족한 못끝은 반대편에 있었다. 손의 자국들은 손바닥 쪽에서는 둥글었고, 손등 쪽에서는 길어져 있었다. 손등 위로 밀려 솟은 작은 살점들은 못의 끝모양을 하고 있었다. 발에도 마찬가지로 못자국이 찍혀 있었고, 그렇게 비슷하게 딴 살보다 솟아 있었다. 또한 오른쪽 옆구리는 마치 창에 찔린 듯하였고, 그 상처로 피가 자주 쏟아져 나와 그의 투니카와 팬츠를 여러 번 물들였다.
애석하여라!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의, 십자가에 못박힌 이 종이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옆구리에 있는 상처를 볼 만한 자격이 있었던 사람은 정말 한둘에 불과하였으니! 그가 살아 있을 때, 그 상처를 보기에 합당했던 엘리아는4) 행복하였다. 손으로 직접 만져 본 루피노5) 역시 행복하였다. 이 루피노 형제가 한번 거룩한 사람을 문질러 주려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댔을 때에 루피노의 손이 우연히 프란치스꼬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보배로운 상처를 건드리게 되었다. 손이 닿자마자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은 몹시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의 손을 밀어냈다. 그리고 하느님께 루피노 형제를 용서해 주십사고 소리쳤다.
프란치스꼬는 수도원 밖의 사람들이 보지 못하도록 상처를 숨기기에 온갖 노력을 다하였을 뿐만 아니라 측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그것을 매우 세심하게 숨겼기 때문에, 항상 곁에서 헌신적으로 따르는 대부분의 형제들조차도 오랫동안 이 상처에 대해서 알지 못했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의 종이자 친구인 그는 자신이 마치 가장 값진 보석으로 꾸며지듯 많고 큰 진주로써 치장이 되어 있고, 신묘한 방법으로 딴 모든 사람의 영광과 영예 위에 안배되어 있음을 보았지만, 그는 마음이 우쭐해지지 않았으며, 또한 헛된 영광을 찾아서 남을 기쁘게 해 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의 호감이6) 그에게 주어진 은총을 조금이라도 앗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으로 그 사실을 숨겼다.7)
96. 자신의 큰 비밀을 거의 혹은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프란치스꼬의 습관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군가에게 그런 것을 드러내는 일이 각별한 친구지간에 그렇듯이 그 사람에게 특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꼴이 되며, 그럼으로써 자기에게 차례가 온 은총이 손실을 입을까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은 예언자의 말을 마음에 품고 다녔고, 자주 입에 올렸다: “행여 주님께 죄를 지을세라, 마음 깊이 그 말씀을 간직하나이다.”8)
어는 외부인이 찾아와도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으면, 그는 같이 있는 형제들과 아들들에게 위의 구절을 정확히 읊게 해서, 형제들이 자기에게 찾아온 사람들을 즉시 정중하게 돌려보내도록 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은 큰 악(惡)이라는 것과, 또한 남들이 얼굴을 보고도 알아 차릴 수 없고, 외적인 것을 보고도 내적인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의 완벽하고도 많은 비밀을 간직할 수 없는 사람은 영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돌아서서는 비웃는 사람, 자기들을 믿어 달라고 하면서 이쪽을 노골적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사악함이 번번이 순순함에 먹칠을 하려 들며,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거짓이 익숙하기 때문에 소수가 말하는 진실이 믿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 4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열성과 그의 눈병
97. 프란치스꼬는 온갖 질병으로 시달렸는데, 어느 때보다도 이때가 더 심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여려 해를 육신을 단련하여 순종하게 하려고 하다가1) 그만 육신이 쇠약해져서 자주 고통을 겪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18년 동안2) 그의 육신은 휴식이라고는 거의 혹은 전혀 없었다. 그는 사방으로 넓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간절하고 헌신적이며 열성적인 정신으로 어디에서나 하느님의 말씀의 씨를 뿌렀다. 그는 온 세상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채웠고, 그러기 위해서 그는 보통 하루에 네댓 동네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 누구에게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다.3) 그는 청중들을 말보다도 표양으로 감화시켰고, 전신(前身)이 혀로 변하여 말을 하였다.
그의 육신과 정신의 조화는 훌륭한 것이었고, 마음에 대한 육체의 순종이 대단하여 마음이 거룩한 길로 나갈 때, 육신은 정신에 저항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신을 앞지르려고까지 하였다.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 바로 그대로이다: “내 영혼이 당신을 목말라하나니, 이 몸이 당신을 한사코 그리워하기 때문이니이다”4) 계속 순종함으로써 육신도 기꺼이 따라오게 되었다. 매일매일 극기함으로써 그는 위대한 덕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습관은 흔히 천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5)
98. 자연법칙이나 인간 육신의 조건상 몸은 필연적으로 나날이 쇠퇴해 가게 마련이다. 그 영혼이 나날이 새로워지는 가운데에서도6) 보물이 담겨 있는 가장 값진 그릇인 사부님의 몸도 무너지기 시작했고, 힘도 빠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렇다: 모두 마쳤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마쳤을 때 일은 진행되는 것이다.7) 몸이 약해질수록 마음은 더욱 간절한 법이다.8) 이리하여 엉혼들의 구원을 간절히 바란 그는 이웃의 영신적 성장을 갈망한 나머지, 걸을 수 없을 때는 나귀를 타고 두루 돌아다녔다.
형제들은 자주 간청을 하며, 병들고 극도로 쇠약해진 몸을 의사의 도움을 빌어 돌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천상 일만을 생각하는 숭고한 정신을 지녔음으로 해서, 오직 이 세상을 떠나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싶은9) 마음뿐이었으므로 이 제안을 완강히 거절하였다. 사실 그는 비록 주 예수의 낙인으로 육신의 고통을 받고 있기는10) 하였지만, 아직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몸으로 채우지는11) 못하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그는 눈에 아주 심한 질병을 얻게 되었다. 눈병은 나날이 심해 갔고, 치로하지 않아서 매일 악화되자, 마침내 엘리아 형제가 강제적으로 그에게 약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여, 하느님께서 만드셨으니 하느님의 아들의 이름으로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다: 지극히 높으신 부께서 땅에 약을 만드셨으니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12) 그제서야 거룩하신 사부님은 자애롭고도 묵묵히 약을 받아들여 겸손하게 권고자의 말을 따랐다. 엘리아 형제는 프란치스꼬가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는 아버지로 삼아서13) 뽑았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어머니로 삼아서14) 뽑은 형제였다.
제 5 장
리에띠에서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의 영접을 받은 일,
그리고 그분이 장차 전세계의 주고가 될 것이라고 예언함
99. 이리하여 많은 의사들이 프란치스꼬를 도우려고 약을 가져왔으나, 치료를 받아도 별 차도가 보이지를 않아, 그는 아주 용한 의사가 리에띠 읍에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갔다. 그는 리에띠에 도착하여, 당시에 그곳에15) 살고 있던 교황청 주민들로부터 무척 친절하고 정중한 대우를 받았다. 그는 특히 오스띠아 주교인 우골리노 추기경의 극진한 영접을 받았는데, 그분은 정직하고 거룩한 생활에 있어서 특출한 인물이었다.
호노리오 교황 성하의16) 뜻을 따라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우골리노 주교를 그의 형제들의 수도회의 아버지요 주인으로 뽑았다. 우골리노 추기경은17) 복된 가난을 매우 기뻐하였고, 거룩한 단순서을 매우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우골리노 추기경은 형제들의 생활에 잘 적응하였고, 거룩함을 갈망한 나머지 단순한 사람들과 함께 단순하였고, 겸손한 사람들과 함께 겸손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가난하였다. 그분은 형제들 중에 섞여 있는 한 형제였고, 작은 형제들 중의 작은 형제였다. 그분은 가능한 한 생활과 태도에서 형제들 중의 한 사람으로 처신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분은 어디에나 이 거룩한 수도회를 심으려고 부심하였다. 그의 생활에서 오는 높은 평판이 멀리 퍼지는 것에 힘입어 형제회가 아주 멀리까지 확장되었다.
주께서 그분께 유식한 언변을 주셨고, 그것으로 그분은 진리의 적(敵)을 교란시키고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들을18) 논박하였으며, 길 잃은 자들을 올바른 길로 돌아오도록 하였고, 불화중에 있는 사람들을 화목하게 하였으며, 화목한 자들을 사랑의 끈으로 굳게 결속시켰다. 그분은 하느님 교회의 환하게 타오르는 등불이었고,19)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골라 놓은 화살이었다.20)
오, 얼마나 여러 차례 그는 비싼 옷을 벗어 던지고 검소한 옷을 입었으며, 형제들 중의 하나처럼 맨발로 돌아다니며 화평을 청한 것이 얼마나 빈번했던고!21) 그분은 필요할 때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이웃 사이에22) 열심히 평화를 심는 일을 하였다. 그리하여 얼마 후에 하느님께서 그를 택하시어 거룩한 온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고, 모든 족속 가운데에서 그의 머리를 들어 높이셨다.
100. 이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시와 예수 그리스도의 뜻으로 이루어졌으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도 오래 전에 이 일을 말로 예언하고 행동으로 암시한 적이 있었다. 형제들의 수도회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번창하기 시작하고, 거룩한 공로가 하느님 동산의 체드루스 나무처럼23) 하늘에 닿을 듯이 솟아오르고 뽑힌 포도나무처럼 그 거룩한 가지를 세상 끝까지 뻗을 무렵, 성 프란치스꼬는 당시 로마 교회의 으뜸이신 호노리오 교황 성하를 알현하여, 오스띠아의 주교 우골리노 추기경을 당신과 모든 형제들의 아버지와 주인으로 임명해 주실 것을24) 겸손하게 청하였다. 교황 성하께서는 성인의 청을 듣고 인자하게 승인하시어 형제회에 대한 당신의 권한을 우골리노 추기경에게 위임하셨다. 우골리노 추기경은 이 제안을 공손하고 황송하게 받아들여 마치 주님의 가정을 돌보는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종처럼25)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자기에게 맡겨진 형제들에게 제때에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공급하였다. 그러므로 거룩하신 프란치스꼬 사부님은 그분께 모든 것에서 복종하였고, 놀랄 만한 애정으로 삼가 존경을 드렸다.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영(靈)으로 가득 차 있었고 또한 인도되었다. 그러므로 그는 장래에 무슨 일이 눈앞에서 일어날지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족의 일로 인하여, 혹은 이보다도 그리스도의 사랑에 끌려 그의 마음이 추기경을 향하게 되어 서한을 보낼 때마다 그는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것처럼 공식명칭(公式名稱)인 오스띠아 추기경이나 벨레뜨리 추기경이라26) 칭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식으로 하였다 : “지극히 공경하올 아버님께, 혹은 온 세상의 추기경이신 우골리노 전하께.”
그는 자주 특별한 축복으로 추기경께 인사를 드렸다. 비록 그는 순종을 바쳐 그 아들이 되었지만 때때로 성신의 이끄심으로 아버지다운 말로 추기경을 위로하였고, 선조들의 복과 영원한 언덕에서27) 쏟아져 흐르는 복까지 내리며 추기경을 격려하였다.
101. 물론 추기경께서도 이 거룩한 사람에 대한 사랑에 불탔고, 이 복된 사람이 말하는 것이나 행하는 것이면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추기경의 말음에 들었으며,28) 그를 보기만 해도 그때마다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가 아무런 마음이 산란하고 불안해도 성 프란치스꼬를 대면한다든가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마음의 구름이 말끔히 개고 고요가 돌아오며, 우울은 달아나고 기쁨의 입김이 하늘에서 그에게로 내려왔다.
그는 종이 자기 주인에게 하듯이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섬겼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볼 때마다 그리스도의 사도들에게 하듯이 공경의 예를 다하였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기의 축성된 입으로 그의 손에 자주 친구(親口)하였다.
그는 프란치스꼬를 거룩하고 죄없는 사람으로 보았고, 하느님 교회에 꼭 필요하고 한량없이 유익한 인물로 여겼기 때문에, 그의 눈이 전처럼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기 위하여 일심(一心)으로 조바심하며 팔방으로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는 성인 때문에 형제들의 공동체 전체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꼈고, 그 아버지 때문에 그 아들들을 가엾이 여겼다.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이 공로 아닌 죄가 되지 않도록 그는 거룩한 사부님께 몸을 돌보도록, 그리고 병의 치유에 필요한 것을 물리치지 말도록 간청하였다. 이렇게하여 성 프란치스꼬는 공경하올 주교님이시며 친애하는 아버지께서 명하신 말씀을 겸허하게 듣고, 그후에는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하였으며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다. 그러나 병세는 이미 꽤 깊었기 때문에 이제는 가장 권위있는 진찰이나 독한 처방만이 요구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머리에는 여러 군데 뜸을 떴고, 정맥에서 피를 뽑아내기도 했으며, 고약을 바르고 눈에는 안약을 발랐다. 그렇게 해도 아무 차도가 없었고, 병세는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였다.
제 6 장
성 프란치스꼬의 수발을 든 형제들의 자세와
성인의 살아가는 마음가짐
102. 성 프란치스꼬는 이러한 일들을 거의 2년 동안 온갖 인내심과 겸허로써 견디어 냈고, 어떤 처지에서든지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는 하느님을 향한 생활을 더욱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빈번한 탈혼 중에 복된 천국의 큰 집 일터 주위를 거닐다가 그곳으로 들어가서, 자비하시고 고요하신 만물의 주님 앞에서 높은 곳의 온갖 은총을 듬뿍 받기 위해서, 그는 마땅히 가까이 지낼 만한 자격이 있는 몇몇 형제들에게 자신을 돌보는 일을 맡겼다. 이 형제들은 덕(德)이 있었고, 하느님께 전념하는 이들이었으며, 모든 성인들의 마음에 드는 이들이었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집이 네 기둥에 의지하듯,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그들에게 의지하였다. 그들은 영적인 사람답게 겸양과 아주 친한 친구였기에, 나도 그들의 겸양을 생각해서 그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겸양은 모든 연령의 장식품이며, 순결의 증거이고, 수양의 채찍이며, 덕인(德人)의 표시이고, 양심의 뛰어난 영광이며, 명성의 수호자이고, 모든 정직함의 휘장이다. 이 덕(德)이 이 형제들을 장식했으며, 그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스럽고 친절한 사람이 되도록 하였다. 이 형제들에게 이 은총은 공통적인 것이었으나, 또한 독특한 덕(德)을 각자 따로 가지고 있었다. 한 형제는 뛰어난 분별력으로29) 유명하였고, 또 한 형제는 비범한 인내력으로30) 세 번째 형제는 훌륭한 단순성으로,31) 그리고 마지막 형제는 건장한 체격과 관대한 아량으로32) 이름이 나 있었다. 이들은 온갖 조심을 다하고, 열성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복되신 스승이 마음의 평화를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그의 연약한 몸을 보살펴 드렸다. 이들은 어떤 어려움과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성인께 온전히 봉사하는 데에만 전념하였다.
103. 비록 영화로우신 사부님은 이미 하느님 앞에서 은총으로 가득차 있었고, 거룩한 일로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서 빛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더욱 완벽한 일을 시작하려고 늘 생각하였으며, 마치 하느님 진영(陣營)의 가장 노련한 군사처럼 적군에게 도전장을 내고 새로운 싸움을 일으켰다. 이미 자기는 팔 다리에 힘이 빠지고 육신이 죽어갈망정 이 새로 시작되는 싸움에서 원수를 딛고 승리하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다. 참된 덕이 상을 받는다면 영원일 것이기에, 그것은 시간을 초월한다. 그러므로 그는 처음 시작할 때의 겸손으로 되돌아가려는 크나큰 열의에 불타 있었다. 그는 무한한 사랑으로 해서 희망을 품고 기뻐하였으므로, 비록 그의 육신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어도 자기 육신은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어도 자기 육신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순종으로 되돌이키려고 하였다. 그는 모든 근심이라는 장애물을 자기에게서 완전히 제거하였고, 모든 걱정의 아우성 소리를 온전히 침묵시켰다. 그는 비록 몸이 쇠약해져 초기의 엄격한 생활을 조절해야 할 필요성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다음과 같이 말했다 :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진전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주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합시다.” 그는 아직 목적을 붙들었다고33)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삶의 거룩한 새로움을 얻으려는 뜻을 꾸준히 견지하면서 늘 다시 시작하기를 바랐다.
그는 전처럼 다시 나환자들에게 봉사하기를 원하였고, 멸시받기를 원하였다. 그는 사람들과의 교제를 피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서 살려고 하였으니, 그는 거기에서 모든 심려를 벗고 남들에 대한 걱정도 제쳐놓고 하느님과 자신 사이에 다만 육신의 벽만이 서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04. 그는 많은 형제들이 장상직을 탑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경솔함을 나무라면서 자신의 표양으로 그들을 그런 폐단에서 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다른 형제들을 보살피는 일은 하느님 앞에 좋은 일이며,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들이실 만한 일이라고 말하곤 했으며, 또한 자신을 위해서는 구하는 바가 도무지 없이 항상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에 지향을 두는 형제가 영혼을 보살피는 일을 맡아 마땅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한 형제들은 자기의 구령을 첫 자리에 놓는 사람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칭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야 하며, 다만 자신의 정진에만 마음을 쓰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사람들 앞에서 칭찬을 받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영광을 받으려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러한 형제들은 장상직에 오르려고 애쓰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그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그러한 직위를 박탈당해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34) 악(惡)이 유난히 자라서 엄청나게 커진 이즈음에 다스린다는 일은 위험하다고 그는 말하였고, 오히려 다스림을 받는 일이 낫다고 말하였다. 그는 어떤 형제들이 처음에 하던 일들을 떠나, 새로운 일들에 눈이 팔려 초기의 순박성을 잃고 났을 때 슬픔에 싸였다. 그는 전에 높은 영적인 경지를 열망하다가 창피스럽고 못된 지경에 떨어져, 참 기쁨을 떠나 공허한 자유의 들에서 덧없고 허망한 일들 사이를 떠돌고 방황하는 형제들을 볼 때 몹시 슬퍼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하느님의 자비로 이러한 아들들을 해방시켜 주시도록 기도를 했고, 전에 받았던 은총에 그들이 머물러 있기를 성심성의껏 청했다.
제 7 장
시에나에서 아씨시로 돌아옴,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
그리고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
105. 서거하시기 6개월 전,35) 눈 치료를 받기 위하여 시에나에36) 있는 동안, 프란치스꼬는 전신(全身)에 병이 깊어졌다. 그는 만성적인 위장병으로 몹시 고통을 받았으며, 간(肝)도 간염되었고, 각혈을 너무 많이하여 죽음이 임박한 듯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엘리아 형제는 급히 서둘러 먼 곳에서 달려왔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는 거룩한 사부님이 많이 좋아져 엘리아 형제와 함께 시에나를 떠나 꼬르또나 근방의 셀라37)로 갔다. 그는 셀라에 도착한 후 얼마간을 그곳에 머물렀다. 거기에 있을 때 그는 배가 부어올랐고, 발과 다리도 부어올랐으며, 위장병은 악화되어 거의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엘리아 형제에게 아씨시로 데려다 달라고 하였다. 이 착한 아들은 자비로우신 사부님의 청을 들어 떠날 채비를 하고 그가 그리던 아씨시로 그를 모시고 갔다. 복되신 사부님이 당도하자 모든 시민들이 환성을 올렸고, 이구동성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거룩한 사람이 죽음에 임박하기를 바랬으며, 이것이 그들이 크게 기뻐한 이유였다.38)
106. 하느님의 뜻에 따라 그의 거룩한 영혼은 육신에서 해방되어 하늘나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 천상 지식이 처음으로 그에게 주어져 구원의 기름이 부어진39) 그곳 아씨시에서 그는 죽었다. 비록 그는 하늘나라가 이 땅 어디에나 세워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하느님의 은총은 어느 곳에서나 하느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는 것을 믿고 있었으나, 뽀르찌웅꿀라의 성당 자리는 더욱 풍성한 은총이 충만하여 천사들이40) 자주 방문하는 곳임을 일찍이 체험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가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나의 아들들이여, 절대로 이 자리를 떠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이쪽 문에서 밀려나면 저쪽 문으로 다시 들어오시오. 이 터는 참으로 거룩하며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형제들의 수(數)가 얼마 안 될 때,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여기에서 늘려 주셨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당신 지혜의 빛으로 가난한 형제들의 마음을 밝혀 주셨습니다. 이곳에서 당신 사랑의 불로 우리의 의지를 불태우셨습니다. 여기에서 정성되이 기도하는 자는 바라던 것을 얻을 것이며, 이 장소를 더럽히는 자는 더욱 엄한 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들들이여, 하느님께서 사시는 이곳은 모든 영예를 받을 만한 곳임을 명심하고, 온전한 마음과 환희와 찬미의 소리로 하느님께 영광을 이곳에서 드리도록 합시다.”
107. 한편 그의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기력이 떨어지고 힘이 빠져,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이 되었다. 그런데 한 형제가 질문하기를 성인께서 당하고 계신 이 고질적인 오랜 병환과 박해자의 손으로 당하는 끔찍한 순교의 고통 중 어느 쪽이 견디기가 더 쉽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성인이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주님이신 나의 하느님께서 내 안에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기꺼이 생기도록 하시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나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더욱 감미롭고 더욱 반길 만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항상 모든 일에 있어서 하느님의 뜻에 일치하고 복종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고통을 3일 동안 견디는 것이 나에게는 어느 순교보다도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보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병이 일으키는 고통의 강도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오, 여러 순교를 한몸에 지니신 분이여! 가장 혹독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을 미소로써 기뻐하며 기꺼이 참으시다니! 사실상 그의 몸 어느 구석 하나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 있는 곳이라곤 없었다.41) 체온이 차츰 떨어져 가며, 그는 나날이 죽음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의사들도 의아해하였고 형제들도 놀랐으며, 죽은 거나 다름없는 육신 속에 영혼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살은 다 빠져서 피골이 상접했다.
108. 하느님의 계시로 2년 전에 이미 알게 된 일이었지만42) 이제 마지막 날이 임박했음을 짐작하자 그는 보고 싶은 형제들을 불러 천상에서 내려오는 듯한 말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축복을 주었다. 그 광경은 마치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이 옛적에 그의 아들들에게 축복을 주던43) 경우와 같았고, 모세가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산에 오르려는 마당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준44) 경우와도 같았다. 엘리아 형제가 그분의 왼편에 있었고, 다른 형제들은 죽 둘러 있는 가운데에서 프란치스꼬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십자 모양으로 교차시키고, 오른손은 엘리아의 머리에 얹었다. 육신의 눈은 실명해서 이미 쓸모가 없었으므로 그가 말하였다 : “내가 손을 얹고 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엘리아 형제의 머리에 얹고 계십니다”하고 형제들이 말했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바입니다”라고 말하고, “나의 아들인 그대여, 모든 것 위에 모든 것을 통해서 축복합니다. 그리고 지존하신 분께서 나의 형제를 통해서, 형제 안에서, 그들 모두를 축복합니다. 만물의 왕이신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에서 형제를 축복하시기를! 형제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축복을 다 드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축복을, 그리고 내가 할 수 없는 축복은 모든 일을 다 하실 수 있는 그분께서 그대에게 내려 주시기를! 주께서 형제의 일과 수고를 기억하시고, 의인들에게 내리시는 상급 가운데서 형제의 몫을 내려 주시기를! 형제가 바라는 모든 축복을 얻기 바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그대로 이루어지기를!”45)
“나의 모든 아들들이여!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에 잘들 지내시오. 언제나 하느님 안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매우 큰 시련이 여러분에게 닥쳐올 것이며, 큰 환난이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작한 일을 항구히 하는 자는 행복합니다. 앞으로 있을 죄의 유혹으로 몇몇 형제는 그렇게 되지를 못할 것입니다. 나는 주님께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마음으로 성심껏 섬긴 나의 하느님께로 가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당시에 그는 아씨시 주교관에 머물고 있었다.46) 그러므로 그는 형제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자신을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 자리로 옮겨줄 것을 청하였다. 이미 말한 대로 그는 처음에 진리의 길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 그곳에서 당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제 8 장
복되게 죽으면서 남긴 행동과 말
109.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에게 당신의 뜻을 알려주신 대로, 그가 회두한 지도 어언간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47) 복되신 사부님과 엘리아 형제가 폴링뇨에 함께 있던 어느 날 밤, 둘 다 곤하게 잠이 들었다. 흰 옷을 입은 훌륭하고 나이 지긋한 공경할 만해 보이는 한 사제가 엘리아 형제 앞에 나타나 말하였다 : “형제여, 일어나서 프란치스꼬 형제에게 그가 세속을 버리고 그리스도께 회두한 지 18년이 된다고 말하시오. 그리고 이러한 생활을 할 여생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시오. 그후 주께서 그를 부리실 것이고, 그러면 그는 누구나 가야 하는 마지막 길을 가야 할 것이오.” 이렇게하여 오래 전에 알려 주셨던 주님의 이 말씀이 바로 정해진 시각에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가 몹시도 그리던 곳에서 며칠을 쉬고 나서, 그는 죽음의 시간이 임박하였음을 느꼈다. 그때 그는 형제이며 정신적인 아들로 생각하는 두 형제를48) 불러 부탁하기를, 죽음이 다가오고 있으니, 아니 차라리 생명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으니 기쁨에 넘친 큰 소리로 주님께 찬미의 노래를49)부르라고 하였다. 갑자기 그는 온 힘을 다하여 다윗의 시편을 큰소리로 읊었다 : “목소리 높이어 주께 부르짖나이다. 소리소리 지르며 주께 비옵나이다.”50)
둘러 있던 형제들 중에 성인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한 형제가51) 이 광경을 보고 프란치스꼬의 임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모든 형제들을 염려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 “자애로우신 사부님! 당신의 아들들은 이제 아버지를 잃고 눈에서는 참된 빛을 빼앗겼습니다! 하오니 당신이 지금 남기고 떠나시는 이 고아들을 기억하십시오.52) 이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당신의 거룩한 축복으로 여기 있는 형제들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없는 형제들에게까지 기쁨을 주십시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아들이여!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십니다. 여기에 있는 형제들에게나 여기 없는 형제들에게까지 그들의 벗어남과 잘못을 내 힘 닿는 데까지 용서하고 사(赦)합니다. 그들에게 이 모든 것을 전하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 모두에게 축복해 주기를 바랍니다.“
110. 이윽고 그가 성서를 가져오라 명하였고, 요한 복음의 다음 구절부터 읽으라고 하였다 : “과월절 6일 전에 예수께서는 이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실 때가 된 것을 아셨다.”53) 총봉사자는54) 읽어 달라는 청을 받기 전에 벌써 이 복음을 읽으려고 했었다. 이 복음 구절을 포함하고 있는 성서가 두꺼운 합본(合本) 성서였는데도 펴자마자 이 구절이 나왔던 것이다.55) 이어서 곧 티끌과 재가 될 것이니 그는 자기의 가시 돋힌 철고행대(鐵苦行帶)를 두르게 하고 또한 재를 뿌리라고 명하였다.
곧이어 많은 형제들이 그들의 아버지이며 지도자인 프란치스꼬의 주위에 몰려들어, 복된 죽음과 행복한 임종을 지켜보며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 지극히 거룩한 혼이 육신에서 해방되어 영원한 빛 속에 받아들여졌고, 육신은 주님 안에서 잠들었다.
형제와 제자들 중에 꽤 알려진 한 사람이56) 지극히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이 넓은 물을 건너 곧장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의 이름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러한 큰 특권을 자랑삼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 밝히지는 않겠다. 그의 영혼은 그대로 하나의 별이었지만, 크기는 달과 같았고 밝기는 태양에 가까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의 영혼은 흰 구름 조각을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고 한다.
111. 그러므로 나는 성인에 관하여 이렇게 소리높여 말한다 : 오, 영광되도다. 이 성인이여, 한 제자가 그 영혼이 달처럼 아름답게 해처럼 밝게57) 하늘에 오르는 것을 보았으니! 그분이 흰 구름 타고 위로 올라갈 때에 그분은 지극히 영광스럽게 빛이 났으니! 오, 참으로 당신은 그리스도의 교회 안에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세상의 빛이십니다! 이제 당신은 당신의 빛살을 거두셨고 빛의 나라로 물러가셨으니 이젠 딱한 우리들과는 더불어 계시지를 않고 천사들이나 성인들과 더불어 계시게 되었군요! 오, 단연 빼어난 영광된 자애시여! 비록 이제 당신은 육신을 훨훨 벗어버리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들에 대한 보살핌까지 치우지는 마십시오. 당신이 계실 때에 당신이 살아 계신 그것만으로도 그들을 언제나 자애롭게 많은 짐과 빈번한 걱정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지만, 이제는 당신이 그들에게 큰 고난을 남기셨음을 아십시오. 오, 참으로 인자하시고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은 당신의 죄짓는 아들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그들을 항상 용서하시곤 하셨지요! 그러하와 사부님, 지존하신 분께서 축복을 내리신 당신께 우리도 축복을 드립니다.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은 영원히 찬미받으소서! 아멘58)
제 9 장
십자가의 오상(五傷)을 목격한 형제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세라핌 천사의 날개
112.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느님을 찬미하며 말하였다 : “당치도 않은 우리에게 이와같은 값진 보물을59) 맡기신 우리의 하느님이신 주여, 찬미와 축복을 받으소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삼위일체시여, 당신께 찬미와 영광 있으소서!”
온 아씨시 사람들이 떼지어 밀어닥쳤다. 엄위하신 주께서 거룩한 종을 통하여 드러내신 큰 일을 보려고 각처에서 사람들이 황급히 달려왔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기쁨을 못이겨 환희의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소원이 성취되었으므로 모두가 전능하신 구세주께 찬미를 드렸다. 그렇지만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은 위대하신 스승을 잃고 슬픔에 싸여, 눈물과 한숨으로 효성스런 연모의 정을 보였다.
그러나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었던 한 가지의 기쁨이 아들들의 슬픔을 달래 주었다. 이 새로운 기적은 그들의 마음을 경탄케 했다.60) 그들의 애통함은 노래로 변하였고, 눈물은 축제로 변하였다. 그들의 눈앞에서 전개된 일을 성서에서도 듣거나 읽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따라서 그렇게 뚜렷한 증거가 증명해 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실로 프란치스꼬의 몸에 이 세상의 죄를 없애는 흠없는 어린 양의 십자가의 수난의 참모습이 나타난 것이었으나, 그는 막 십자가에서 끌어내려진 듯하였으며, 손과 발은 마치 못으로 뚫린 듯 싶었고, 옆구리는 창으로 찔린 것 같았다.
전에는 검은 빛이었던 살이61) 흰색으로 빛나는 것을 형제들이 보았고, 그 아름다움에서 축복받은 부활의 상이 약속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끝으로 사람들이 보니 그의 얼굴은 죽은 이가 아닌 산 사람처럼 마치 천사의 얼굴 같았고, 그의 지체도 어린이의 팔 다리 처럼 부드럽고 유연하였다. 그의 근육은 시체가 항용 그렇듯이 굳어 있지도 않았다. 피부도 굳지를 않았고 사지가 빳빳하지 않아서 사람들 마음대로 이렇게도 저렇게도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113. 시신은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놀랄만큼 아름답게 빛이 났고, 살은 더욱 희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손과 발의 한가운데에 사실상 못으로 뚫린 구멍이 아니라 까만 쇠의 빛깔을 띠고 있는 살로써 꾸며진 못으로 해서 생긴 구멍을 볼 수 있었고, 또한 오른쪽 옆구리가 피로 붉게 되어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이 순교의 표시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섬찟한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얗게 포장된 도로 위에서 작고 까만 돌을 보게 될 때처럼 오히려 그의 몸에서 아름다움과 은총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형제들과 아들들이 급히 달려와 곡(哭)을 하며, 이미 떠나가신 사랑하는 사부님의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친구하였다. 옆구리의 상처는, 거기에서 피와 물이62) 흘러나와 그것으로 성부와 이 세상을 화해시킨 그분께 대한 기억을 상기시켰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의 몸에 지니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聖痕)에 입을 맞출 수 있었던 사람이나, 아니면 그것을 보기만이라도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대단히 큰 선물이 자기들에게 주어졌다고 생각하였다.
이 성흔을 보고서 기뻐하지 않고 울기만 한 사람이 뉘 있었으랴? 설혹 울었다 해도 슬퍼서 운 것이 아니라 기뻐서 운 것이 아니었겠는가? 마치 무쇠처럼 감동할 줄도 한숨지을 줄도 모르는 가슴을 지닌 사람이 뉘였었겠는가? 마치 돌덩이처럼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아프지도 않을, 하느님의 사랑에 불타지도 않을, 힘을 내어 착한 뜻을 갖고자 하지도 않을 그러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뉘 있었겠는가? 이 성인께서 지상에서 특별한 형태로 존경을 받았듯이 천국에서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영광으로 높여지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인식하지 못할 만큼 그렇게 아둔하고 무감각한 사람이 어디 있을 것인가?
114. 그 무늬들이 지니는 빼어난 위엄으로 해서, 만왕의 아들에게만 어울렸던, 그와 같은 무늬로써 군인을 장식하여 주셨으니 이 얼마나 특별한 선물이며 각별한 사랑의 표시이런가! 오상(五傷)에서 콸콸 흘러나와 세상의 죄를 없애는 흠없는 어린 양의 피의 신비를 믿는 이의 눈에 보이도록 해주셨으니, 오, 영원히 기억해야 할 기적이여! 끊임없는 찬미와 공경을 받을 만한 성사여! 무겁지만 가볍고 찔러도 부드러워 죽은 살이 살아나고 약한 정신이 굳세게 되는, 그리해서 죽은 이에게 생명을 주는 그 살아있는 십자가의 장엄한 광휘여! 당신이 매우 영광스럽게 치장해드린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끔찍이 사랑하시었도다. 새로운 기적을 행하시는,63) 유일무이(唯一無二)하시며 지혜로우신64)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 있으소서! 처음엔 하늘에서 내려온 세라핌을 통하여 자애롭게 오상을 나타내 보이시고, 잠시 후에는 땅에 있는 프란치스꼬에게서 그것을 놀라웁게 이룩하시어, 이 새로운 기적에 의심이 일지 않게 하신 하느님의 놀랍고도 사랑 가득한 안배여! 이는 정녕 진실하신 자비의 아버지께서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한 프란치스꼬에게 주신 상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시고자 하신 것이니, 곧 하느님께서는 하늘의 영신계에서 제일 윗자리에 그리고 당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그를 앉히셨던 것이다.65)
만약에 우리도 세라핌처럼66) 머리 위에 두 날개를 펼친다면, 즉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모범을 따라 모든 좋은 일에 있어서 순수한 지향을 가지고 올바르게 하고, 또한 이 일들을 하느님께 향하게하여 매사에 있어서 줄기차게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고 노력만 한다면, 우리도 틀림없이 이러한 상을 받을 수 있다. 이 두 날개는 머리를 덮기 위해서 합쳐져야 한다. 왜냐하면 빛의 하느님께서는 순수한 지향 없이는 올바른 일이라 해도 절대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지향은 있으나 일이 올바르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빛의 아버지께서 직접 이렇게 말씀하셨다 :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며, 네 눈이 그렇지 못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67) 진리에 관한 지식이 없어서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한다든가, 순수한 지향을 가지지 못하여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눈여겨본다면 그 눈은 성한 눈이 아니다. 첫째 경우인 보이는 것을 못 보는 경우는 성치 못한 눈이 아니라 차라리 소경이고, 둘째 경우인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눈여겨보는 경우는 나쁜 눈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날개의 깃털들은 자비심 안에서 우리를 구하시는 성부의 사랑이며, 동시에 무섭게 우리를 심판하시는 주님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두 날개의 깃털은 충동질하는 악을 누르고 깨끗한 사랑을 적절히 길들임으로써 선택받은 자의 영혼을 지상적인 것으로부터 끌어올린다. 나는 데에 사용되는 두 날개로써 우리는 이웃에게 이중적인 사랑을 펴야 하겠으니, 말하자면 하느님의 말씀으로 영혼을 새롭게 함으로써, 또한 세상의 도움으로 육신을 지탱해 나아감으로써 그렇게 해야 한다. 이 두 날개는 거의 같이 만날 때가 없다. 그 까닭은 거의 누구나가 이 두 가지를 다 이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날개의 깃털은 갖가지 일로 나타나는데, 이웃이 이것들을 보고 충고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잘한 일이 없는 우리의 몸은 이 두 날개로써 가리워져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일은 죄가 들어올 때마다 통회와 고백으로 다시 순결의 옷을 입음으로써 잘 이룩될 수가 있다. 이 날개의 깃털은 죄를 미워하고 의에 굶주린 데서 나오는 여러 가지의 사랑이다.
115. 이러한 일들을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가장 완벽하게 성취하였다. 그는 세라핌 천사의 모습과 형상을 지녔었고, 십자가를 견딤으로써 천상적 영(靈)의 지위에 오르는 영예를 받았다. 주님의 뜻을 자기 안에서, 그리고 자기와 관련된 것에서 이룩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는 수고나 고통을 마다하지 않고 언제나 십자가를 졌다.
또한 그와 함께 살아 본 형제들은 그가 매일 얼마나 끊임없이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입에 올렸고, 성인의 말씀이 얼마나 감미롭고 부드러웠으며, 형제들과의 이야기가 얼마나 친절과 사랑이 담겨져 있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가득 찬 것이 입으로 나왔고68) 그의 온 존재를 채우고 있는 빛을 받은 사랑의 샘이 밖으로 넘쳐 흘렀다. 어디에서나 그는 늘 예수께 사로잡혀 있었다. 마음에 예수를 품고 있었고, 입에도 입수, 귀에도 예수, 눈에도 예수, 손에도 예수, 나머지 다른 지체에도 늘 예수를 모시고 다녔다.
그는 앉아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예수님에 관해서 듣고 말하고 생각하느라고 음식을 잊는 일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다른 성인의69) 경우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그는 보면서도 보지를 못했고, 들으면서도 듣지를 못했다.” 시로 그는 길을 걸으면서도 수없이 예수님을 묵상하고, 예수님을 노래할 때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모든 자연을 예수님을 찬미하는 데에 초대하였다.70) 그는 항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 예수를71) 놀랄 만한 사랑으로 지니고 간직하였기에, 남달리 가장 영광스럽게 예수님의 표지를 받은 것이다. 형언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영광중에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 예수님을 그는 황홀경에서 관상하였다. 그리스도는 지존하신 분과 똑같으신 지존하신 아드님으로서 성령과 함께 하느님으로서 세세대대에 영원히 사시며 군림하시고 승리하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제 10 장
성 다미아노 성당에 사는 자매들의 슬픔, 그리고
성 프란치스꼬가 찬미와 영광중에 묻힘
116. 프란치스꼬의 형제들과 아들들은 아씨시의 이웃 마을의 군중들과 함께 들어왔고, 그들은 이러한 장엄한 전례에 참석하는 것을 기뻐하였으며, 거룩하신 사부님이 운명하신 그날 밤을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부르며 새웠다. 노래도 찬미도 굉장하였고 마음을 사로잡는 환희의 힘과 밝은 등불들로 해서 마치 찬사들이 지내는 철야제 같았다. 아침이 되자 아씨시의 많은 군중들이 모든 성직자들과 함께 모였다. 시편과 찬미가와 나팔 소리가 울리는 가운데에, 성시(聖屍)를 조심스럽게 운명하신 곳에서72) 시내로 운구(運柩)하였다. 그들은 올리브나무 가지와 다른 여러 나뭇가지들을 꺽어 들고 성스러운 장례식을 엄숙하게 지냈고, 많은 불을 켜들고 큰소리로 찬미의 의무를 다하였다.
아들들이 아버지를 운구하였고, 모든 이의 목자이신 그리스도를 만나려고 떠나가신 그들의 목자 프란치스꼬를 따르는 행렬이 뒤를 이었다. 맨 처음에 그가 거룩한 처녀들과 가난한 자매들의 수도회를73) 세운 곳에 도착하여, 성 다미아노 성당에 그를 내려 놓았다. 이곳은 그가 주님을 위해서 모은 딸들이 거처하는 곳이었다. 그리스도의 시녀들이 지정된 시간에 창문을 열고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던 작은 문이74) 열렸다. 천상적 덕(德)의 보화가 숨어 있는 관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을 늘 업어 나르던 분이 몇몇 형제들에 의하여 업혀온 것이다. 그리고 보라, 정녀 글라라를! 그녀는 그녀의 공로의 거룩함으로 말미암아 참으로 빛이 났었다.75) 그리고 그녀는 이 거룩한 수도회의 첫 번째 묘목으로써 수도회의 어머니였다. 그녀는 그들에게 더 이상 말씀이 없으시고, 저 세상으로 황급히 떠나시어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시고 사부님을 맞으러 자매들과 함께 나왔다.
117. 자매들은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며 애끓는 마음과 눈물로 시신을 바라보며 목메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76) “사부님, 사부님, 우리는 어찌하라는 말씀입니까? 어찌 이다지도 비참하게 우리를 저버리셨나이까? 이다지도 외로운 우리를 누구에게 맡기셨단 말입니까? 이렇게 고통중에 버리실 바에야 차라리 당신이 가신 그곳에서 기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왜 먼저 보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이 감옥에 갇힌 우리를 당신께서는 지금까지 찾아 주셨던 것처럼 다시는 찾아 주시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우리의 모든 위로는 당신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이 세상에 묻혀 있는 우리에게는 이제 그러한 위로는 없습니다. 물질의 궁핍보다도 공로의 큰 궁핍에 처해 있는 우리를 누가 위로해 줄 것입니까? 오, 가난한 자의 아버지여, 가난을 사랑한 분이시여, 오, 당신께서는 수많은 유혹을 체험하셨고, 유혹을 이길 줄 아셨으니, 누가 있어 당신만큼 우리를 유혹중에 굳세게 해줄 것입니까? 어려운 고비마다 항상 우리를 구해 주신 분도77) 당신이셨으니, 누가 있어 시련 중에 우리를 위로하겠습니까? 오, 쓰라린 이별이여! 오, 무정한 작별이여! 미흡하나마 우리의 노력이 무성하게 자라도록 해주신 분이 바로 사부님이셨는데, 이다지도 훌륭하신 사부님을 황망히 데려가 많은 아들과 딸들을 내리치다니, 너무나도 끔직스러운 죽음이여!”
그러나 그들의 처녀다운 정숙함은 그들의 한없는 울음을 삼키게 하였다. 그분의 서거에 임해서 천사들의 무리가 이미 모여 있었고, 하느님의 가족과 성도들이78) 기뻐하고 있는 마당에, 너무 마음아파하는 것도 어긋나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에, 굉장한 광채가 나며 가장 값진 보석과 반짝이는 진주로 꾸며진 그의 손에79) 입을 맞추었다. 그가 실려 나가자, 그들의 문은 닫혔다. 그 문은 그렇게 큰 슬픔을 맞이하기 위하여 또 다시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 가난한 여인들이 애처롭고 가련하게 울부짖는 광경이 얼마나 슬펐던고! 슬퍼하는 아들들의 비탄은 또 얼마나 컸던고! 이 평화의 사절단이 기가 막혀 애곡하고 있을 때,80)울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특별한 슬픔은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나눈 것이었다.
118. 마침내 모두가 시내에 나와 있었다. 그들은 기쁨과 즐거움에 싸여 거룩한 시신을 성스러운 곳에81) 안치했다. 이때부터 이곳이 더욱 성스러운 곳이 되었다. 그는 지존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하여 새로운 기적들을 늘림으로써 세상을 비추고 있다. 그가 거룩한 설교의 가르침으로 지금까지 이 세상을 놀라운 방법으로 비추었듯이. 천주께 감사. 아멘.
지극히 거룩하시고 복되신 사부님! 저는 당신이 마땅히 받으셔야 할 칭송으로서 당신께 시중을 드려 왔습니다. 비록 이 칭송이 흡족하지는 못하오나 어느 정도 당신의 행적을 글로 옮겼습니다. 하오니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현세에서 훌륭히 당신을 따르게 하시고, 공로를 쌓아 내세에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자비로이 허락하소서. 오, 사랑 깊으신 사부님! 단 하나의 유일한 위로였던 당신을 떠나 보내고 난 다음에는 어떠한 위로도 남아 있지 않은 당신의 불쌍한 아들들을 기억하소서. 그들의 가장 첫째 가는 몫인 당신께서는 지금 천사들이 합창하는 가운데에서 영광의 옥좌에 사도들과 한 자리에 계시지만, 아들들은 아직도 어두운 감옥에 갇힌 채 진창에 누워 당신을 향해 슬프게 울부짖고 있습니다 : “사부님, 지극히 높으신 성부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예수 그리스도의 성흔을 보여 주시어, 예수님으로 하여금 당신의 옆구리와 발과 손에 있는 십자가의 표시를 보시도록 하십시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인자로이 예수님 자신의 상처를 성부께 보이실 것이고, 그러면 성부께서는 그 상처들 때문에 가엾은 우리들에게 실로 늘 은총을 베푸실 것입니다. 아멘.”82)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여기서 제2부가 끝난다.
제 3 부
여기서부터 제3부이다.
제 1 장
우리의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시성(諡聖)과 기적
119. 회두한 지 20년째 되는 해에 지극히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는 행복한 시작에다 행복한 말미를 장식하여 한없이 복되게 자기의 영혼을 하늘에 맡겼다. 그는 천국에서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고,1) 불붙는 돌들 사이에2) 자리를 잡고, 하느님의 옥좌 곁에 앉아서도 지상에 남겨 놓고 온 형제들의 일을 잘 돌보려고 한다. 성부와 동등한 위치로서, 지극히 높은 곳에 계신 전능하신 분의 오른편에 앉으셨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찬란한 빛이시요, 하느님의 본질을 그대로 간직하신 분이시며, 인간의 죄를 깨끗하게 씻어 주신3) 그리스도의 성흔의 낙인으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나타낸 프란치스꼬일진대, 프란치스꼬가 청해서 거절당하는 일이 무엇이 있으리오? 그의 손과 발과 옆구리가 보여 주듯이 그리스도와 고난을 같이 나누고4)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일치한 프란치스꼬의 청을 들어 주지 않는 일이 무엇이 있으리오!
그는 새로운 기쁨에 즐거워해 온 온누리에 실상 기쁨을 나누어 주고 있으며, 모든 사람에게 훨씬 수월하게 참다운 구원을 얻을 기회를 주고 있다. 그는 자기가 행한 기적의 밝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고, 샛별처럼 빛을 내며 온누리를 비추고 있다. 한때 세상은 그를 잃고 슬퍼하였고, 그가 떠남으로써 세상은 이를테면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랐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새로운 빛이 출현하여 대낮에 찬란한 광채로 비춤으로써, 사람들은 세상에서 어두움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풍성한 성덕으로 해서 이 세상이 항시 어디서고 새로운 기쁨에 차서 이미 모든 불평을 하지 않게 되었으니,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그의 전구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모여들어 증언함으로써 이러한 일들이 증명되고 있다. 실상 그는 하늘의 일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에 보편적인 선(善)을 더 흡족히 더 알차게 소유하기 위하여 육신으로 있는 동안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일부를 사양하고 전체를 받았으며, 시간을 영원과 맞바꾸었다. 그는 지금 어디서든지 누구한테나 도움을 주고 있고,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의 청에 따라 그 사람들과 함께 있다.
120. 그는 죄인들과 함께 있을 때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며 설교하였다. 지금은 천국에서 천사들과 더불어 다스리고 있고, 지극히 높으신 임금님의 사신(使臣)으로서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날아다니며, 모든 이에게 선물들을 푼푼하게 나누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 모두가 그를 위하고 공경하며 칭송하고 찬양한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그가 벌어들인 공동선(共同善)의 한몫을 누리고 있다. 하느님께서 그를 통하여 도처에서 이룩하신 그 많고 다양한 기적을 누가 일일이 말할 수 있을까?
그가 병중에 사용했던 베개에 불란서 왕과 황후(皇后),5) 그리고 모든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달려와 입을 맞추어 떠받드니,6) 프란치스꼬가 불란서 한 군데에서만도 얼마나 큰 기적들을 많이 일어나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불란서로 말하면 파리에서7) 이 세상 어디에서보다도 많은 인재들이 나온 곳인데, 그러한 불란서의 현인식사(賢人識者)들도 한낱 배운 것이 엇는 사람이며 참되게 단순한 친구일 따름이고, 그저 성실하기만 한 프란치스꼬를 진심으로 겸손하게 공경하고 찬미하며 위하고 있다.
실로 프란치스꼬는 누구보다도 대범하고 숭고한 마음을 지녔기에 프란치스꼬라는 이름이 그에게 어울린다.8) 그의 큰 도량을 경험한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그가 얼마나 자유스럽고 거침이 없었으며 신념에 차서 두려움을 몰랐었던가 하는 것을 알게 되며, 또한 큰 덕행과 열의로써 모든 세속의 일을 발로 짓밟듯이 하였는가를 알게 된다.
그가 입던 수도복 덕분으로 병이 떨어져 나가고, 질병이 나으며, 많은 남녀들이 단지 그의 이름만 불러도 그들의 고민에서 풀리게 되니, 이 세상 딴 곳에서도 있을 그 많은 일들에 대해서 어떻게 일일이 말할 수가 있겠는가?
121. 그의 무덤에서도 새로운 기적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고, 친구를 부탁하는 사람들의 수효가 늘어나고 있으며, 사람들은 바로 그 장소에서 영육에 필요한 큰 은혜를 청하고 있다. 눈먼 이가 시력을 회복하고, 귀머거리가 들을 수 있게 되며, 절름발이가 걸을 수 있게 되고, 벙어리가 말을 하며, 통풍(通風) 걸린 자가 뛰고, 나환자가 치유되며, 수종(水腫)을 앓는 사람에게 수종이 사라지고, 각양각색의 질병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건강을 얻게 된다. 이렇게하여 살아 있을 때의 그의 육신이 죽은 영혼들을 소생시켰듯이, 이번에는 그의 죽은 육신이 살아 있는 육신들을 고치고 있다.
모든 주교님들 중에 가장 높으신 분이시요, 그리스도인들의 인도자이며, 세상의 주인이요, 교회의 목자이고, 주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이이며, 그리스도의 대리자이신 로마 교황님께서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아시게 되었다. 교황님께서는 몹시 기쁘셨고, 즐거운 나머지 춤을 추셨으니, 옛적부터 있어온 기적과 새로운 신비에 의해서 하느님의 교회가 당신의 당대에 쇄신되는 것을 보셨기 때문이며, 당신의 거룩한 자궁에 잉태하셨고, 당신의 가슴에 품으셨으며, 당신의 말씀으로 돌보셨고, 구원의 음식으로 기르셨던, 바로 그 아들이 쇄신시켰기 때문이었다. 교회의 다른 보호자들도 이 이야기를 들었고, 양떼의 목자들과 믿음의 수호자들과 신랑의 친구들과9) 교황님의 편에 있는 이들과 세상의 주춧돌,10)즉 공경하올 모든 추기경들도 들었다. 그들도 교회를 경하(敬賀)하였고, 그들은 지고(至高)하고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지혜와, 지고하고 이해를 뛰어넘는 은총과, 지고하고 측량할 수 없는 선(善)으로 힘있는 이들까지 당신께로 이끄시기 위해서11) 이 세상의 어리석고 천한 사람을 택하신12) 구세주를 찬미하였다. 온 누리가 이 모든 기적들을 듣고 갈채를 보냈고, 가톨릭 신앙을 지키는 모든 나라에 기쁨이 남아돌 지경이었으며, 거룩한 위로가 넘쳐흘렀다.
122. 한편, 사태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서 세상은 새로운 위난(危難)에 접어들었다. 갑자기 평화의 기쁨에 휘저어 놓았고, 질투의 횃불이 타올랐으며, 교회는 집안 싸움과 내란으로 찢기었다. 반황적이고 포악한 종족인 로마인들은 그것이 그들의 습관이기도 했지만 자기 이웃에게 사납게 달려들었고, 무엄하게도 성소에 손을 댔다.13) 탁월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그들의 득세하는 악행에 제동을 걸려 하셨고, 그들의 만행을 누르려고 하셨으며, 그들의 폭동을 진압하려 애를 쓰셨다. 그리하여 교황께서는 튼튼한 성체처럼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키셨다. 교회에 갖가지 위험이 닥쳤고, 파괴가 잦았으며, 악인들의 올무는14) 다른 지방에까지 하느님을 거역하여 일어났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교황께서는 많은 경험에 비추어서 미래를 헤아리시고 현재의 상황을 고려한 다음에 세상을 난리로부터 구하려고 반역자들에게 로마를 넘겨 주었다.15) 이렇게하여 리에띠 시(市)로 오시게 되었다.16) 교황님께서는 그곳에서 며칠간을 머무르시며 교회의 일들을 보셨고 그런 중에도 시간을 내어, 추기경들을 대동하여 세상에 대해서는 죽어 묻혀 있는 거나 다름없는 그리스도의 가난한 자매들을17) 인자하게도 방문해 주셨다. 이 가난한 자매들의 거룩한 생활과 극단적인 가난과 영광스러운 생활방법이 교황님과 추기경들을 감동시켜 눈물을 자아내게 하였고, 세상을 하찮게 여기도록 마음을 움직였으며, 은둔생활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오, 모든 은총의 유모인 사랑스런 겸손이여! 세상의 수반(首班)이며 사도들의 수반의 후계자이신 분이 가난한 자매들을 방문하여 봉쇄 속에서 살고 있는 비천하고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오신 것이다. 이러한 겸허는 마땅히 찬양받을 만한 일이지만, 지난 오랜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특이한 보기였었다.
123. 그러고나서 교황님께서 아씨시로18) 걸음을 재촉하셨다. 그곳에서는 영광스러운 보배가 교황님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 보배는 만인의 괴로움과 목전의 가난을 사라지게 하는것이었다. 교황님께서 당도하시자, 온 마을이 기뻐하였고, 도시는 환희에 찼으며, 군중들은 크나큰 기쁨에 술렁거렸다. 보다 밝은 빛들로 해서 이미 밝은 날이 한층 더 빛났다. 교황님을 맞이하려고 모두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엄숙하게 지켜보았다. 열심하고 가난한 형제들의 공동체도 교황님을 맞으려 밖으로 나와 모두들 주님의 기름부음 받은 이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드렸다. 그리스도의 대리자께서는 도착하시자 말에서 내려 제일 먼저 성 프란치스꼬의 묘소를 경건하고 열절한 마음으로 참배하셨다. 사무치는 가슴으로 한숨을 깊이 내쉬셨고, 눈물을 흘리시며 공경하올 그 머리를 매우 경건하게 숙이셨다.
그곳에 계시는 동안 거룩한 분의 시성(諡聖)에 관한 엄숙한 토론이 있었고, 이 문제로하여 고매하신 추기경들의 모임이 자주 있었다.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을 통해서 병에서 나은 많은 사람들이 각처에서 몰려들었다. 도처에서 수많은 기적들이 빛을 발했다. 모든 기적들이 인정되었고 증명되었으며, 듣고 난 다음 받아 들여졌다.
한편, 복되신 교황님께서는 당신의 급한 업무가 있는 데다 또 긴박한 사태가 벌어져 뻬루지아로19) 가셨다가, 깊은 배려를 하사 이 중요한 일을 살피시기 위해서 다시 아씨시로 돌아오시게 되었다. 그런 다음 다시 뻬루지아로 가셔서 이 문제에 관한 거룩한 추기경 회의를 교황 사무실에서 소집하셨다. 모두 의견이 일치하였으며, 한입으로 하듯 말하였다. 그들은 기적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최대의 경의를 표했으며, 복되신 사부님의 생활과 행적을 가장 높은 찬사로써 천거했다.
124. 추기경들께서 말씀하셨다 : “가장 거룩하신 분의 가장 거룩한 생활은 구태여 기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눈으로 본 것과 우리의 손으로 만져본 것을20) 우리는 진리의 빛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모두들 희열에 싸였고 기쁨에 겨워 울었다. 참으로 그들의 눈물에는 크나큰 축복이 담겨 있었다. 곧바로 그들은 온 세상을 구원의 기쁨으로 채울 복된 시성식 날짜를 정했다. 누구나 경건하게 지내야 하는 날, 지상에서뿐만 아니라 천국에서까지도 장엄한 환희를 흩날리는 엄숙한 그 날이 왔다. 주교님들이 모두 왔고, 대수도원장들이 도착하였으며, 아주 먼 곳에서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 속속 들어왔다. 왕도 참석하였고,21) 지체 높은 수많은 백작들과 영주들도 왔다. 모두 모이자, 그들은 온 세상의 주인이신 교황님을 호위하며, 교황님과 함께 아씨시 시내로 화려하게 입장하였다. 교황님은 장엄한 행사를 위하여 마련된 장소에22) 도착하였으며, 영예로우신 추기경들과 주교들, 그리고 대수도원장들은 복되신 교황님 둘레에 모였다. 저명한 사제들과 성직자들도 거기에 와 있었다. 복되신 거룩한 수도회도 있었고, 거룩한 베일과 검소한 수도복을 입은 수녀회도 있었다. 일대 군중이 모여들었으므로 남녀할 것 없이 그 수효를 이루 헤아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각처에서 모여들었고, 노소할 것 없이 모든 이가 큰 열의를 가지고 사람들의 무리에 합세했다. 낮은 자와 높은 자가 구별없이23) 그곳에 있었고, 주인의 손에서 풀려난 종들도 그곳에 있었다.
125. 그리스도 교회의 신랑인 교황님께서는 축복의 문장(紋章)이 새겨져 있는24) 화려한 관(冠)을 머리에 쓰시고 훌륭한 여러 자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분은 교황복을 차려입고 서 계셨다. 거룩한 의관(衣冠)들은 보석공의 솜씨로써 황금틀에 박은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었다.25) 주님으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으신 분께서 오필의 금으로 단장한26)옷을 입으시니, 위엄과 영광으로 빛났다. 봄빛으로 번쩍이는 듯한 보석 박힌 옷을 입고 계시니 뭇사람의 시선이 그분께로 모아졌다. 추기경들과 주교들은 빛나는 목걸이들을 걸었고, 천상적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눈처럼 흰 옷을 입고 영광스러운 기쁨을 보이며 교황님 주위에 둘러서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흥겨운 소리, 즐거운 소리, 새로운 소리, 기쁨에 가득찬 소리, 찬미의 소리, 그리고 영원한 축복의 소리를 고대하고 있었다.27) 제일 먼저 그레고리오 교황님께서 군중을 향하여 설교하셨다.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말씀을 했다. 물론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에 관해서도 품위있는 찬사로 칭송하였고, 그의 순수한 생활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회상하시면서 어느덧 온몸을 눈물로 적셨다. 그의 설교의 말씀은 다음과 같은 서두를 취했다 : “그는 구름 사이에서 빛나는 샛별과 같았고 쟁반처럼 둥근 달과 같았습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성전을 비추는 태양과 같았습니다.”28) 이 충실하고 누구나 마땅히 반길 설교가 끝나자, 이어서 교황 성하의 차부제인 옥타비아노께서는29) 모든 사람 앞에서 큰 목청으로 성인의 기적들을 낭독하였다. 이어서 날카로운 예지를 발휘하며 신심과 표양으로 알려져 있는 부제 추기경30) 라이네리오께서31) 그의 기적들에 관하여 거룩한 말로 한없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교회의 목자께서는 희열에 싸이셨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영혼에 유익한 흐느낌이 고조되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교회의 다른 고위 성직자들도 울음바다를 이루었고, 그들의 제의는 마구 쏟아지는 눈물로 젖어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함께 울었고, 그들의 간절한 소식을32) 기다리다 못해 기진해 버렸다.
126. 복되신 교황님께서는 때가 되자 두 팔을 하늘로 올리신 채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신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영화로우신 동정녀 마리아와 복되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에게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 그리고 영광된 로마 교회에 영예를 바치기 위해서, 주께서는 하늘의 영광을 주셨고, 땅에서는 우리가 공경하는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우리 형제들과33) 다른 고위 성직자들의 조언에 따라서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과, 그분이 선종한 날을 축일로 지내게 된 것을 본인은 선포합니다.”34) 이 칙령이 끝나자 공경하올 추기경들께서 교황님을 따라 “사은 찬미가”(謝恩讚美歌)를 힘차게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군중들 사이에서도 하느님을 찬미하는 굉장한 소리가 일어났다.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대지가 울렸고, 하늘도 환호로 메워졌고, 땅은 그들의 눈물로 적셔졌다. 그들은 새로운 노래들을 불렀고,35)하느님의 종들은 영혼의 가락으로 기쁨을 표시했다. 은은한 풍금소리가 흘러나왔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영가를 불렀다. 매우 향긋한 내음이 숨결에 섞였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더욱 즐거운 가락이 울려 퍼졌다. 그 날은 화장했고, 여느 때보다 더 눈부신 햇살이 찬란했다. 푸른 올리브 나뭇가지들이 흔들렸고, 갖가지 나무들이 흔들렸다. 모든 이들은 축제 때 입는 밝고 빛나는 옷들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리고 평화의 축복이 그곳에 온 사람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채웠다. 복되신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성좌(星座)에서 내려오시어, 천천히36) 지성소로 들어가 서원제와 자원제를 지냈다.37) 하느님께 봉헌된 거룩한 몸이 들어 있는 무덤에 행복한 입술로 입을 맞추었다. 그분은 하느님께 몇 차례 기도를 올리신 다음 거룩한 신비의 예식을 거행하셨다.38) 교황의 형제들은39) 어디에서나 큰 일을 하시는 전능하신 하느님께 찬미와 흠숭과 찬양을 드리며 교황을 화환 모양으로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었다.40) 군인들이 하느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더욱 커졌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의 영광 안에서 성 프란치스꼬에게 바쳐 마땅한 감사를 드렸다.
이 일은 그레고리오 교황 즉위41) 제2년 7월 16일42) 아씨시에서 있었다.
제 2 장
성 프란치스꼬의 기적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일련의 기적들이 여기서부터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시작된다.
127. 전술한 바와같이 그레고리오 교황 성하 어전에서 읽었고, 참석했던 사람들에게 발표한 몇몇 기적들을, 현대인(現代人)의 신앙을 고무하여 성숙하게 하고, 미래인(未來人)의 믿음을 강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을 겸손되이 구하면서 그리스도의 이끄심으로 간단하고 진실하게 써 내려 가겠다.
1. 불구자의 치유
지상의 향유가 아니라 하늘의 향료를 그 위에 뿌린 값진 보배처럼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신성하고 거룩한 시신이 묻히던 바로 그 날, 사람들이 한 소녀를 무덤에 데려왔다. 그의 목은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지 거의 1년이 지났고, 머리가 어깨로 쳐져 내려와 옆으로만 볼 수 있었고, 위로는 쳐다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를 잠시 성인의 귀한 주검이 묻혀 있는 무덤에 대자, 이 지극히 거룩한 사람의 공로로 즉시 고개를 쳐들었다. 머리는 원위치로 돌아갔고, 그 소녀는 이러한 갑작스런 변화에 어안이 벙벙하여 울며 달아났다. 전에 머리가 닿아 오랫동안 앓았던 그녀의 어깨는 지금도 약간 우묵하게 들어가 있다.43)
128. 나르니 지방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의 다리는 뒤틀려서 두 개의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 조금도 걸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거지였고 제 부모가 누군지도 몰랐으며, 이렇게 지체가 자유롭지 못하여 여러 해를 두고 고생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소년은 이러한 어려움에서 풀려나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지팡이 없이도 주님과 그의 거룩한 사람에게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걸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44)
129. 폴링뇨 시민인 니콜라스는 왼쪽 다리를 절었고, 매우 고통스러워하였다. 그는 이를 회복하려고 의사에게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생각했던 이상으로 빚을 졌고, 이제는 빚을 감당하기조차 어렵게 되었다. 의사들의 치료가 조금도 도움이 되지 못하자 그의 고통은 더욱 심해져서 이웃 사람들이 밤잠을 못 이룰 만큼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을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맡기고는 성인의 무덤으로 찾아갔다. 밤새도록 무덤 앞에서 기도를 하자,다리가 펴졌다. 그는 지팡이 없이 큰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45)
130. 다리가 구부러져 무릎이 가슴에 와 붙고, 뒤꿈치가 궁둥이에 붙은 한 소년이 성 프란치스꼬의 무덤에 왔다. 그의 아버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하여 가시 돋힌 철 고행대(鐵苦行帶)를 살갗에 닿도록 매었고, 그의 어머니는 심하게 보속고행을 하였다. 그러자 소년이 갑자기 완전히 치유되어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감사를 드리며 힘차게 시가지를 누빌 수 있게 되었다.46)
131. 파노 읍에47) 한 불구자가 있었다. 그의 다리는 종기가 심하였고 궁둥이와 붙어 있었다. 악취를 내뿜는 통에 병원에서조차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고,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성인께 자비를 구한 까닭에 잠시 후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병에서 해방되어 기뻐하였다.48)
132. 굽비오 출신의 한 소녀는 손이 불구여서 거의 1년 동안 모든 손가락을 쓸 수 없었다. 그녀의 유모는 그녀가 건강의 은총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그녀를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무덤으로 데리고 가서 무덤에 밀초를 바쳤다.49) 약 8일이 지난 어느 날, 그녀의 손가락이 모두 되살아나서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하여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수 있었다.50)
133. 몬떼네로51) 출신의 한 소년이 성 프란치스꼬의 시신이 편히 쉬고 있는 성당52) 문 앞에서 여러 날을 누워 있었다. 소년은 허리 밑으로는 마비가 되었고 맥이 없어서 걸을 수도 없었으며 앉아 있을 수도 없던 터였다. 어느 날, 그는겨우 성당 안으로 들어가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무덤에 손을 댔는데, 완전히 나아서 나왔다. 그 어린 소년은 말하기를 그가 영예로운 성인의 무덤 앞에 누워 있을 때, 형제들의 수도복을 입은 어떤 젊은 사람이 그를 불러 배 하나를 주면서 일어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소년은 그의 손에서 배를 받아 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 “보십시오. 저는 불구인지라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자기에게 건네진 배를 먹어치우고, 젊은이가 들고 있는 배 하나를 더 집으려고 손을 뻗으려 하였다는 것이다. 젊은이가 재차 일어나라고 하였으나 연약하게 무게를 느끼고는 그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손이 배에 달락말락하자 그 젊은이는 배를 주고 나서 그의 손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었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그는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건강해지고 완전해진 것을 알고는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누구에게나 보이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53)
134. 꼭꼬라노54) 읍 출신의 한 부인이 가마에 실려 영광된 사부님의 무덤에 왔다. 그녀는 혀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수족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지극히 거룩한 사람의 무덤에 잠시 머물고는 완쾌되어 일어났다.
굽비오의 한 시민도 자기의 불구 아들을 가마에 태워 거룩한 사부님의 무덤에 데리고 왔다가, 완전히 회복되어 건강해진 아들을 얻게 되었다. 그 아들은 두 다리가 궁둥이에 붙어 몹시 흉칙했었다.55)
135. 나르니 읍의 바르톨로메오는 매우 빈궁한 사람이었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한 번은 어느 호도나무 그늘 밑에서 누워 잠을 잔 적이 있었는데, 깨어 보니 불구가 되어 걸을 수가 없었다. 나날이 더욱 심해져 발과 다리는 여위어 휘어졌고, 가늘어져서 칼로 베어도 몰랐고, 불이 타들어가도 아픈 줄을 몰랐다. 그러자 가난한 자를 진실로 사랑하는 이요, 모든 궁한 사람의 아버지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프란치스꼬가 밤에 환시로 그사람에게 나타나 어떤 온천으로 가보라고 하였다. 성인은 몹시 가엾은 생각이 들어 그를 병에서 구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일어난 환시를 주교님께 말씀드렸다. 주교님께서는 그에게 지시받은 대로 온천으로 빨리 가보도록 하라고 일렀고 성호를 그어 강복하여 보냈다. 그리하여 그는 지팡이에 의지하고 온 힘을 다하여 그곳으로 몸을 끌기 시작하였다. 고통으로 인해 비애감(悲哀感)에 싸인 채 길을 따라가고 있는데 그에게 한 음성이 들려왔다 : “평화의 주님과 함께 걸어라. 나는 네가 너 자신을 내맡긴56)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럭저럭 그는 온천에 거의 다다랐지만, 밤이라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그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음성이 재차 들려왔다. 그 음성이 끝까지 그를 온천으로 이끌었다. 마침내 그는 그곳에 도착하여 탕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떤 사람의 손이 자기의 발 위에 있고, 또 한 손은 자기의 다리에 얹어져 있음을 느꼈고 그 손이 자기의 다리를 서서히 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그는 치유되어 전능하신 창조주께 그리고 위로와 힘을 주신 복되신 종 프란치스꼬에게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탕에서 뛰어올랐다. 그 사람은 6년이란 세월을 기어다닌 거지였고 나이도 많은 사람이었다.57)
2. 시력을 되찾은 맹인들
136. 시빌리아라는 한 부인은 눈이 멀어 몇 해를 두고 고생하다가, 하느님의 사람의 무덤에 비감에 싸인 채 이끌려 왔다. 그녀는 시력이 회복되고 나서 기쁨과 즐거움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58)
스뻴로59) 출신의 한 남자 맹인이 오랫동안 잃었던 시력을 거룩한 몸의 무덤에서 회복하였다.60)
까메리노61) 출신의한 여인이 오른쪽 눈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녀의 부모가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손을 댄 적이 있는 옷조각을 그 눈에다 대고 서원을 하였다. 눈이 시력을 회복하자 주 하느님과 성 프란치스꼬에게 보모들이 감사를 드렸다.62) 이와 비슷한 일이 굽비오의 한 여인에게서도 일어났는데, 그녀는 서원을 한 후 전에 가졌던 빛을 다시 찾게 되어 기뻐하였다.63)
아씨시의 한 시민도 5년 동안 실명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아직 생존해 있을 때, 이 사람은 성인과 아주 친절한 사이였고 복되신 분께 기도할 때면 항시 그 우정을 회상했다. 그가 성인의 무덤에 손을 대자 치료되었다.64)
나르니의 알베르띠노라는 한 사람은 거의 일년 동안 실명상태에 있었고 눈꺼풀이 광대뼈까지 처져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맹세를 하자 즉시 시력을 회복하였고, 프란치스꼬의 영광된 무덤을 방문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다가 후에 그곳을 찾았다.65)
3. 마귀들린 사람들
137. 폴링뇨 읍에 베드로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죄를 보속하고 가진 것 모두를 바치려고 복된 미카엘 대천사 성당에66) 가는 도중 어떤 샘가에 이르렀다. 여행에 지친 나머지 갈증이 생겨 샘물을 마셨는데, 그 느낌이 악마를 들이키는 느낌이었다. 이리하여그는 3년 동안 마귀에 들렸고, 극히 사악한 짓들을하여 보기에도 섬뜩했고 말하기도 끔찍스러웠다. 그가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무덤으로 갔을 때, 악마들이 분개하여 그를 잔인하게 괴롭혔지만 사부님의 무덤에 손을 대자 놀랍게도 그는 누가 보아도 확실하고 뚜렷한 기적으로 악마에게도 해방되었다.67)
138. 나르니 읍에 한 부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대단히 난폭하게 굴었고 실성한 여자였으며 경악할 일들을 저지르고 다녔고, 듣기에 흉칙한 말들을 내뱉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환시로 그녀에게 나타나 말했다 : “성호를 그으시오.” 그녀가 대답하였다 : “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성인이 손수 그녀에게 성호를 그어 주어, 모든 미친 짓과 악마의 속임수적인 모든 환영(幻影)들을 내쫓아 버렸다.68)
비슷한 식으로 악마의 농간에 갖가지 괴롭힘을 당한 많은 남녀가, 그리고 마귀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많은 남녀가 거룩하시고 영화로우신 사부님의 크나큰 공로로 마귀의 권세에서 빠져나왔다.
이러한 사람들은 흔히 기적이 아닌 다른 속임수의 희생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방금 말한 이런 일보다 더 중요한 기적들을 이야기하기로 하겠다.
4. 죽음에서 되살아난 환자, 부종환자, 수종환자, 관절염환자, 중풍환자, 그리고 각종 질환자
139. 또디69) 읍 출신의 마태오라고 하는 한 소년이 침상에 누운 채 마치 죽은 사람처럼 8일간 있었다. 입은 꼭 다물고 있었고 눈빛은 흐렸다. 얼굴과 손발이 질그릇 색깔로 변했다. 모두가 가망 없다고 그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의 봉헌으로 눈에 띄게 그는 회복되어 갔다. 그는 입으로 핏덩이를 토하며 내장까지 계워내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가 다급히 무릎을 꿇고 겸손하게 성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불렀다. 어머니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자, 소년은 눈을 뜨고 빛을 보기 시작했고 어머니의 젖을 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피부에 검은 색이 사라지더니 본래의 색깔로 돌아왔다. 소년은 건강해졌고 힘이 붙었다. 소년이 건강해지기 시작하자 어머니가 그에게 물었다 : “아가야, 누가 너를 구했느냐?” 소년이 혀짤배기 소리로 대답하였다 : “치꾸, 치꾸.”70) 소년은 또 질문을 받았다 : “너는 누구의 종이냐?” 소년이 대답하였다 : “치꾸, 치꾸.” 그는 어려서 똑똑하게 발음을 할 줄 몰라,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이렇게 짧게 불렀다.71)
140. 한 젊은이가 매우 높은 곳에 있다가 밑으로 떨어져서 말을 못하게 되었고 수족을 못쓰게 되었다. 3일 동안을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 살아 있는 기색이 보이지를 않자, 사람들이 그를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였다. 그래도 그의 어머니는 의사의 도움을 청하지 않고 다만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아들의 건강을 빌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어떤 약속을 하고나자, 생기있는 완전한 아들을 돌려받았다. 그녀는 전능하신 구세주를 찬미하게 되었다.72)
만치누스라고 하는 한 소년이 아파서 거의 죽게 되었다. 모두가 그의 치료를 완전히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에 간원하여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아레쪼 출신의 갈떼리오라는 한 소년은 열이 떨어지지를 않아서 몹시 고생을 하였는데, 쌍종기로 괴로워하였고 모든 의사들은 그를 포기하였다. 그러나 그의 부모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그를 맡김으로써 그는 바랐던 건강을 되찾았다.73)
죽음을 목전에 둔 한 사람이 프란치스꼬에게 바치려고 밀초를 만들고 있었는데, 다 만들기도 전에 그 사람은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141. 돌아눕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한 부인이 침대에서만 몇 년을 갇혀 지냈다. 그녀는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한 가지 서원을 한 다음, 병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그녀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임무를 할 수 있게 되었다.74)
나르니 읍에 한 여인이 있었는데 8년 동안 한쪽 손이 말라들어가서 그 손으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환시로 그녀에게 나타나 그녀의 손을 잡아끌어 다른쪽 손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75)
같은 읍에 심한 병으로 10년 동안을 앓아 온 한 젊은이가 있었다. 전신이 부어올라 어떤 약도 그에게는 효험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봉헌을 한 후에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즉시 건강이 회복되었다.76)
파노 읍에 수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수족이 끔찍스럽게 부어올랐다.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중재로 병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있었다.77)
또디의 한 주민이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으며 전혀 앉아 있을 수도 쉴 수도 없었다. 그는 쑤시는 아픔에 오한이 나는 것이 죽을 것만 같았다. 의사를 부르기도 하고 여러번 온천도 하고 약도 복용하였지만 이러한 치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리하여 그는 어느 날 성 프란치스꼬가 건강을 다시 주리라는 기대 속에 사제 앞에서 서원을 하였다. 그는 성인에게 기도를 마친 후, 곧 원래의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78)
142. 굽비오 읍에 중풍 걸려 누운 한 부인이 있었는데,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병이 나아 건강해졌다.79)
본따도수스라고 하는 사람은 손과 발에 심한 통증으로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거나 걸을 수가 없었다. 이제는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어느 날 한 부인이 그에게 찾아와 병이 빨리 낫고 싶으면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아주 진심으로 자신을 맡기라고 권하며 그를 타일렀다. 그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중에 대답하였다 : “나는 그 사람을 성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 부인은 끈기있게 계속해서 권유했다. 마침내 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바쳤다 : “나는 성 프란치스꼬에게 나 자신을 맡깁니다. 만일 사흘 안에 이 병을 낫게 하면 그를 성인으로 믿겠습니다.” 그는 하느님의 성인의 공로로 곧 구제되었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며 걷고 먹고 쉬었다.80)
143. 쇠화살로 머리를 심하게 찔린 사람이 하나 있었다. 화살이 눈 깊숙이 들어가 머리에 박혀 의사의 기술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하느님의 성인이신 프란치스꼬의 중재로 치료되리라는 기대 속에 겸손한 신앙심으로 성인에게 자신을 맡겼다. 그는 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꿈에 성 프란치스꼬가 나타나 그에게 뒤통수로 화살을 빼라고 일러주었다. 다음날 꿈에서 들은 대로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그렇게 했더니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리 어렵지 않게 그는 구제되었다.81)
144. 임뻬라똘리라는 한 스뻴로 사람이 심한 탈장으로 2년 동안을 시달렸다. 모든 내장이 밖으로 밀려 고환으로 내려왔다. 내장을 다시 안으로 집어넣기도 힘들었고, 넣고 나면 오랫동안 제자리에 있도록 할 수가 없어 탈장대를 사용하였다. 그는 의사들을 찾아 헤맸고 살려 달라고 거지처럼 애걸하였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가 지불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액수의 치료비를 요구하였다. 그는 하루 용돈도 없고 하루 끼니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의사들의 도움을 완전히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하느님의 도움을 향하여 돌아섰다. 그러고는 길에서나 집에서나 어디에서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에 겸손하게 청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그는 얼마 안 있어 하느님의 은총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였다.82)
145. 안꼬나의 마르키아에서 우리 수도회의 순명 밑에 살고 있는 한 형제가 늑골과 요추에 심한 병으로 고생하였는데, 병이 깊어 의사들은 이미 포기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순명하여 살고 있는 그 지역 관구 봉사자에게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이 묻혀 있는 곳을 방문토록 허락해 주십사 청하였다. 그는 성인의 공로로 치료의 은혜를 받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관구 봉사자는 그때에 내리고 있던 눈과 비로 이 형제가 여행에 지친 나머지 병이 더 악화될까 염려스러워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형제는 거절을 당하자 약간 마음이 아팠다. 어느 날 밤,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가 그의 옆에 나타나서 말하였다 : “아들아, 이 일로 더 이상 상심하지 말라. 네가 입고 있는 모피 외투를 벗어라. 고약을 버리고, 고약 위에 감겨 있는 붕대도 떼어 버려라. 그리고 너의 회칙을 지켜라. 그러면 너는 구출될 것이다. 그는 갑작스런 구출에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83)
5. 깨끗해진 나환자
146. 안꼬나의 마르키아에 있는 산세베리노에 악또라고 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전신이 나병으로 뒤덮여 있어서 누구든지 나병환자임을 한눈에 알아보았고, 의사들도 나병으로 진단하였다. 그는 수족이 부어 축늘어졌고, 혈관이 팽창하고 부풀어 모든 것을 눈을 모로 뜨고 보았다. 그는 걷지를 못하였고, 오직 자기 침대에 계속해서 누워만 있었다. 그는 자기 부모를 슬픔과 비탄에 빠지게 했다. 아들의 고통을 보고 매일 살을 에이는 아픔만 당할 뿐 아버지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를 몰랐다. 그는 자기 아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맡겨야겠다는 마음이 마침내 들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 “아들아, 너는 너를 성 프란치스꼬에게 맡기기를 원하느냐? 기적을 많이 행하여 어디에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이분이 병에서 구하시어 너를 즐겁게 해주실지도 모르지 않겠느냐?” 아들이 대답했다 :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버지!” 즉시 아버지가 종이를 가져왔고, 아들의 키와 가슴둘레를 재며 말하였다 : “아들아, 너의 마음을 드높이고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맹세하여라. 이분이 치료하신 다음부터 너는 평생을 매년 너의 키만한 초를 이분께 가져와야 한다.” 그는 아버지의 명(命)에 한껏 마음을 드높이어 두 손을 합장하고 겸손되이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정심에 간원하기 시작하였다. 칫수를 재어 종이에 기록하고 기도를 마치자 즉각 그의 나병이 치유되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찬양하고 기뻐 걷기 시작하였다.84)
파노 읍에 사는 보누소모라고 하는 한 젊은이를 모든 의사들이 중풍이자 또한 나병으로 진단을 내렸는데, 그의 부모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그를 열심히 바쳤다. 그는 나병에서 깨끗해졌고, 중풍도 치유되어 완전히 건강해졌다.85)
147. 삐에베 고을에 매우 가난한 거지 소년이 있었다. 그는 태생 귀머거리에 태생 벙어리였다. 소년은 혀가 매우 짧았고 마치 잘려져 나간 듯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를 여러번 시험하여 알아보기도 하였다. 어느 날 밤, 그 소년이 마르꼬라고 하는 사람의 집으로 찾아와 벙어리들의 언어인 수화(手話)로 은신처를 요구했다. 하룻밤 함께 묵게 해 달라는 뜻으로 소년은 머리를 옆으로 뉘고 손으로 볼을 받쳤다. 그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소년을 자기 집안에 받아들여 살게 해 주었다. 그는 소년이 쓸모있는 머슴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요람에서부터 벙어리에다 귀머거리였지만 소년은 성실했고 정직했다. 소년은 명령받는 것을 수화로 알아들었다. 어느 날 밤, 소년이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남자가 식사를 하다가 부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이 소년에게 듣고 말할 수 있게 한다면 나는 그것을 큰 기적으로 여기겠소.”
148. 그리고 덧붙였다 :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이 기적을 행하기만 한다면, 프란치스꼬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이 소년을 무척 사랑하겠고, 그의 일생을 보살필 것을 주 하느님께 맹세하오.” 그런데 정말 이럴 수가! 그 맹세가 떨어지자마자 그 소년은 즉시 말문이 터져 말하였다 : “성 프란치스꼬, 만세!” 소년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하였다 : “저는 지금 높은 곳에 계신 성 프란치스꼬를 보고 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언어를 주려고 온 것입니다.” 소년이 또 덧붙였다 : “사람들에게 이제 저는 무엇을 말해야 할까요?” 주인이 대답하였다 : “하느님을 찬미하고 많은 사람들을 돌보아라.” 그러고 나서 주인은 기쁨에 넘쳐 일어난 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렸다. 소년이 말을 못하던 때에 그를 본적이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몹시 놀라서 어리둥절하였고, 하느님과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겸손히 찬미를 드렸다. 소년의 혀가 자라나 말하기 적당하게 되었고, 마치 늘상 말을 해 오기나 한 사람처럼 적합하게 어휘들을 배열하여 말로 표현하였다.86)
149. 빌라라고 하는 한 소년은 말도 못했고 걷지도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서원을 지키기 위하여 밀초를 만들었다. 밀초를 만들어서 공경심을 마음에 지니고 그것을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묻혀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들이 걷기도 하고 말하기도 하였다.87)
뻬루지아 교구의 어떤 사람이 언어장애를 일으켰다. 그는 목구멍이 많이 부어올라 늘 입을 흉물스럽게 벌린 채 아래 위로 우물거리며 괴로워하였다. 그가 지극히 거룩한 몸이 묻혀 있는 곳에와서 무덤에 이르는 계단에 오르려고 하였을 때 많은 피를 토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구제되어 말도 하였고, 정상적으로 입을 열기도 하였고 다물기도 하였다.88)
150. 한 부인이 후두(喉頭)에 통증에 있어 크게 고생하였는데, 혀가 타 입천장에 말라붙었다. 그녀는 말도 못하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 고약을 바르고 약을 복용하였지만 아무리 해도 병이 덜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윽고 그녀는 말까지 할 수 없었기에 마음속으로만 성 프란치스꼬에게 서원을 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목구멍이 열리더니 거기에서 작고 둥근 돌 하나가 나왔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곧 그녀는 완전히 치유되었다.89)
그렉치오 고을에 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는 청력과 기억력을 상실하고 말을 잃어 사물에 대한 이해나 느낌이 없었다. 성 프란치스꼬에게 큰 믿음을 갖고 있는 그의 부모는 겸손한 신앙에서 젊은이를 성인께 바치고 맹세하였다. 그의 부모가 봉헌을 실천했을 때, 그는 지극히 거룩하고 영예로운 사부 프란치스꼬의 도움으로 없어졌던 모든 감각을 아주 풍부하게 받았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 찬미와 영광과 영예가! 그리고 그분의 나라와 왕국이 세세대대에 영원히 있어지이다! 아멘.
맺 는 말
151. 우리의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기적에 관해서 몇 가지를 이야기했고, 많은 것을 생략했다.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축복의 은총을 찾아내는 일을 맡기겠다. 그리하면 말과 표양과 삶과 가르침으로써 온 세상을 가장 영광되이 새롭게 하신 그분께서는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에 지극히 높은 하늘의 선물을 소나기처럼 쏟아부어 주실 것이다.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몸에 찍힌 십자가에 달리신 가난하신 분의 사랑과 상처로
부탁하노니, 이 글들을 읽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보고 듣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 앞에서 하나의 죄인일 뿐인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아멘.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언제나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을90) 슬기롭게 이루시는 오직 한
분뿐이신 지혜로우신 하느님께91) 찬양과 영예와 모든 찬미가 있으소서.
아멘. 아멘. 아멘.
제 2 생 애 (VITA SECUNDA)
머 리 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멘.
작은 형제회의 총봉사자께 헌정한다.
머리말이 시작된다.
1. 지난번 총회에서1) 거룩한 모임에 참석했던 형제들과 지극히 공경하올 총봉사자께서2) 하늘이 형제들과 총봉사자께 내리신 신묘한 지혜로 이 작은 자들인 우리에게 분부를 내리시어 지금 있는 형제들에게 위안이 되게 하고, 후세의 형제들에게는 이를 기억하게 하기 위하여, 우리의 영화로우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행적과 가르침을 글로 쓰도록 하셨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프란치스꼬와 오랜 접촉을 가졌었고 상호 친교가3) 있었기에 다른 형제들보다 그의 언행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거룩한 명을 그저 지나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이를 겸손한 마음으로 따르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약함을 더 신중하게 고려해 볼진대, 실로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당연히 가치있게 다루어져야 할 이들이 우리의 소홀함으로 인해 다른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뭇 감미로운 맛을 지닌 것들이 그것을 취급하는 사람들의 저속함으로 해서 무미건조(無味乾燥)한 것으로 전락해 버릴까 두렵습니다. 또한 우리의 이 노력이 순명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우리가 주제넘게 한 일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할까 두렵습니다. 우리가 크게 공을 들여서 해 놓은 일의 결과를 검토해 보시고, 공경하올 총봉사자님, 당신의 즐거움에 국한될 뿐 공적으로 발표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하실 경우에, 우리는 당신께서 바로잡아 주시는 지시이든 동의에서 내려 주시는 기쁜 소식이든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부님의 말씀들과 행적들의 다양함을 고려해 보건대, 그 누가 그분의 전부를 정확하게 저울에 달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한 마음으로 하나같이 이해하도록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오직 모든 이와 개개인의 유익만을 마음으로 추구하기에 일러두는 말이지만, 독자들은 이 책을 저술하는 사람들의 단순함을 너그럽게 이해하시어 받아들이시고 수용하시어, 이 책에서 말하는 프란치스꼬에 대한 공경심이 그대로 보존되도록 하십시오. 우리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훈련되지 않은 사람처럼 시간이 흐르면 둔화되는 것이기에, 두뇌가 대단히 명석한 사람이 아니면 그분의 오묘한 말씀과 행적들이 눈앞에 있어도 이러한 것들이 지닌 경이로움의 높이에 아무도 도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우리의 미숙함에서 오는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이러한 명을 누차 내리신 총봉사자의 탓임을 알고 계십시오. 명을 누차 내린 사람이 잘못입니다.
2. 이 소책자의 첫 부분에서는 성 프란치스꼬의 회두에 관한 아주 놀랄 만한 사건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 지난번 만들어진 전기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것은 전에 이 사건들이 저자의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프란치스꼬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천상적 규율을 실행으로 옮긴 모든 것 안에서, 그리고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거룩한 애정으로 이룩한 하느님을 향한 끊임없는 완덕의 추구에서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의지라고4) 생각하였는지를 우리는 신중하게 그려 밝히려 합니다.
기적들도 그때그때 소개하여 끼워넣었습니다.
끝으로 우리는 우리 수중에 들어온 사건들을 평이하고 단순하게 그리려 하였고, 되도록 이해가 더딘 분들에게 우리를 맞추려고 하였으며, 또한 학식있는 사람들도 만족시키려 하였습니다.5)
그러므로 지극히 자비로우신 총봉사자님, 우리가 모든 노력을 들여6) 자료들을 수소문하여 모은 이 작은 선물을 거절하지 마시고, 오히려 외람되지만 강복으로 축복하시어, 잘못된 것들을 교정해 주시고, 불필요한 것들을 삭제해 주셔서 당신의 박식하신 판단으로 옳다고 인정된 것들이 당신의 이름, 끄레쉔찌우스와7) 함께 진정 어디서나 자라고, 그리스도 안에서 가지를 치게 하십시오. 아멘.
머리말이 끝난다.
제 1 부
우리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 프란치스꼬의
언행에 대한
“간절한 마음의 비망록”이8) 시작된다.
프란치스꼬의 회두
제 1 장
처음에는 요한이라 불리다가 후에 프란치스꼬로 불리움,
그리고 프란치스꼬에 관한 어머니의 예언과
프란치스꼬가 자신의 미래를 예언한 일과
감옥에 갇혀 있을 때의 그의 인내력
3. 지존하신 분의 충복이자 친구인 프란치스꼬가, 하느님의 섭리로9) 주어진 이 간단하면서도 흔치 않은 이름으로10) 사도직을 통하여 온 세상에 알려졌지만, 처음에는 어머니로부터 요한이라 불리었고, 하느님의 진노를 살 아들에서11) 물과 성신으로 다시 태어나12) 은총의 아들이 되었다.
자기 아들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준 점으로13) 보거나, 그녀의 예언자적인 성품으로14)보거나, 아주 흡사한 특은을 누린 점으로 보아 모든 정직함의 친구인 이 부인은 온갖 덕행에서 거룩한 엘리자벳의 모습을 풍겼다. 한편 그녀의 이웃들이 프란치스꼬의 아량과 정직한 품행에 감탄하자, 그녀는 하느님의 인도를 받은 듯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였다 : “여러분들은 나의 이 아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아이는 공로를 세울 만한 은총을 입어 하느님의 아들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계십시오.”
청년이 된 프란치스꼬가 선(善)을 지향하기를 퍽 좋아했다는 것은 실로 한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항상 누구한테건 나쁜 짓이라고 여겨질 듯한 것이면 무엇이나 끊어버렸고, 청년 시절의 그의 태도는 너무 기품이 있어 그가 태어났다고들 말하는 그 가정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 같지가 않았다. 요한이라는 이름은 그가 받은 직무로 볼 때 어울렸으나,15) 프란치스꼬라는16) 이름은 그가 완전히 하느님께 회두한 후 그의 명성이 어디에나 빠른 속도로 퍼지는 데에 어울렸다.
그는 세례자 요한의 축일을17) 다른 어떤 성인들의 축일보다도 더 크게 여긴 까닭에, 요한이라는 이름의 위엄성(威嚴性)이 그의 가슴에 신비로운 덕의 자국을 남겼다. 일찍이 여자의 몸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었다.18) 일찍이 수도회의 창립자 중에서 프란치스꼬보다 더 완벽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은 확실히 사람들에게 두루 알릴 만한 통찰이다.
4. 세례자 요한은 어머니의 뱃속에 은밀히 싸인 채 예언하였다.19)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뜻을 아직 모르고 있을 때, 이 세상의 감옥에 갇힌 채 미래를 내다보았다. 뻬루지아 시민들과 아씨시 시민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있었을 때, 그는 실제로 포로로 잡혀20) 여럿이 함께 감방의 불결함을 견디어야만 했다. 그의 감방 친구들은 비탄에 빠져 흐느적거렸고, 감옥에 갇혔다는 사실 때문에 비참하게 신음하였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주님 안에서 즐거워하였고 쇠고랑을 비웃었으며 가볍게 보았다. 괴로워하고 있던 동료들은 쇠고랑을 차고 행복해하는 그에게 울화가 치밀어 얼바진 놈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프란치스꼬는 예언자적인 대답을 하였다 : “너희들은 내가 왜 즐거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내 머리 속에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예감이 있다. 온 세상이 나를 성인으로 받들어 추대할 것만 같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그가 말한 것이 모두 이루어졌다.
그때 감방 친구들 중에 거만스러워서 도저히 참아 줄 수 없는 기사(騎士) 하나가 있었다. 그래서 나머지 모두가 그를 피하려고 하였으나, 프란치스꼬는 인내롭게 참았다. 참을 수 없는 것을 프란치스꼬는 잘 참아 견디어 모든 친구들을 자기의 평화로 불러들였다. 모든 은총을 담을 수 있는 덕의 뽑힌 그릇인 그는 벌써 어디에나 그의 선물을 뿌렸다.
제 2 장
어느 가난한 기사(騎士)에게 옷을 입혀 줌, 그리고
이 세상에서 체험한 성소에 관한 환시
5. 얼마 안 있어21) 쇠사슬에서 풀려난 그는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을 더욱 딱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는 이제 하느님의 사랑으로 구걸하는22)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누구이든지 외면하지 않기로23) 마음 먹었다.
어느 날, 그는 초췌하고 거의 헐벗은 기사 하나를 만났다. 그는 그만 연민(憐憫)의 정(精)이 동(動)하여 그리스도의 사랑을 위하여 자기가 입고 있던 값비싼 외투를 그 기사에게 쾌히 주어 버렸다.
지극히 거룩한 마르띠노와는 둘 다 목적과 행위에서는 같았지만 그 방법에서는 프란치스꼬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프란치스꼬는 다른 것보다 먼저 옷을 벗어 주었는데, 마르띠노는 먼저 모든 것을 나누어주고 마지막으로 옷을 벗어 주었다. 둘 다이 지상에 사는 동안 초라하고 보잘 것 없었다.24) 그리하여 둘 다 풍요로운 천국으로 들어갔다.25)그러나 후자(後者)는 기사였지만 가난하였고 자기 옷을 찢어 가난한 사람을 덮어 주었지만, 전자는 기사는 아니었지만 부자였고 자기 옷을 통째로 벗어 가난한 기사를 입혀 주었다. 둘 다 그리스도의 명(命)을 이행하였기에 환시로 그리스도의 방문을 받을 만하였다. 그러나 마르띠노는 그의 행위로 칭찬을 받았고, 프란치스꼬는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일을 실행하도록 황공하옵게도 초대를 받았다.
6.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곧 프란치스꼬에게 화려한 궁전이 환시로 나타났다. 그는 갖가지 군장비와 무척 아름다운 부인26) 하나가 그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부인은 꿈 속에서 프란치스꼬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 모든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렇게하여 그는 기사 작위를 얻으려는 마음으로 아뽈리아로27) 가려고 하였다. 그는 영예로운 기사 계급이 되기 위하여 필요한 장비들을 아낌없이 풍족하게 준비하면서 서둘렀다. 하느님의 지혜의 보물 안에는 훨씬 더 밝은 의도가 숨어 있었는데도, 그의 육적인 정신이 그로 하여금 자기에게 나타난 환시를 이렇게 육적으로 해석하게 하였다.
어느 날 밤, 잠을 자고 있는데 때를 맞춰 누군가가 그에게 환시중에 두 번째로 말을 건네왔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려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이에 질문을 던진 자에게 그는 자기 취지를 알리고 나서 싸우려고 아뽈리아로 출정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하자, 그는 하인과 주인 중에서 누가 더 너에게 좋겠느냐고 신중한 질문을 받았다. 프란치스꼬가 대답하였다 : “주인(dominus)이오.” 상대방이 말하였다 :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는 주인 대신에 종을 구하느냐?” 프란치스꼬가 말하였다 : “주여(Domine), 제가 무엇을 해야 하오리까?” 이리하여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 “네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거라. 네가 본 이 환시는 나를 통해서 영적(靈的)으로 완성될 것이다.” 그는 벌써 순명의 모범이 되어 있었던 터였으므로 미련없이 돌아갔다. 그는 자기의 뜻을 버리고 사울에서 바오로가 된 것이다. 사울은 땅에 쓰러졌고 이어서 무거운 채찍이 그에게서 즐거운 말을 낳게 한다. 프란치스꼬는 그의 육적인 무기들을 영적인 무기로 바꾸고 기사의 영광 대신에 하느님의 기사 작위를 받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의 뜻밖의 즐거움에 놀란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는 위대한 왕자가 되리라고 말을 하였던 것이다.28)
제 3 장
한 패의 청년들이 얻어먹기 위하여 그를 두목으로
추대한 일과 그의 변화
7. 프란치스꼬는 완전한 사람으로 변하기 시작하였고,29) 딴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바빌론의 사내 아이들이30) 그를 따르고 끌어당기며 마음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게 하였다. 아씨시의 한 패의 청년들이 그에게 몰려와, 전에 헛되이 싸다닐 때31) 그가 그들의 우두머리였었음을 생각하고 언제나 멋대로 기분내며 광대짓들을 하는 그들의 주연(酒宴)에 그를 초대하려 하였다. 그들은 그가 자의로 두목이 되려 한 적이 있었고 또 모든 경비를 그가 부담하리라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를 두목으로 앉혔다. 그들의 배를 채우기 위하여 스스로 그에게 복종하였고, 똘만이가 되어도 배를 족히 채우기 위해서는 이를 감수인내하였다. 그는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그 자리를 거절하지 않았다. 거룩한 묵상중에도 그는 이웃의 호의에 대한 책임을 중(重)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그는 호화로운 주연을 준비하는 데에 맛좋은 음식을 두 배나 될 만큼 마련하였다. 그들은 토할 정도로 배를 채웠다. 그러고는 취중에 노래를 하며 시가(詩歌)를 읊으며 뒤엉켜 휩쓸고 다녔다. 프란치스꼬도 그들을 따랐고, 손에는 이 주연의 책임자가 지휘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씩 그들에게서 처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미 이러한 모든 일에 완전히 무관심하였고, 마음으로는 주님께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린다면, 당시에 그는 신적인 달콤함에 싸여 언어를 잃었었고,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줄을 몰랐다고 한다. 어떤 영적인 사랑이 그를 바꾸어서 보이지 않는 그 어디에나 데려다 놓은 것이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의 덕(德)으로 그는 모든 지상적인 것들이 하찮을 분 아니라 전혀 무가치한 것이라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작은 일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을 주시고, 큰물이 들이닥쳐도 자기의 자녀들을 지켜 주시고 키워 주시는 그리스도의 인자하심은 가히 엄청나다. 그리스도께서는 빵과 물고기로 군중들을 먹이셨고32) 자기의 주연에서 죄인들을 쫓아 버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33) 이제 청년들이 그를 왕으로 앉히려고 찾을라치면, 그는 도망쳐서 산으로 올라가 기도하였다.34) 프란치스꼬가 깨달은 것은 하느님의 신비였다. 무지한 사람이었던 그가 완전한 지식에로 인도되고 있었다.
제 4 장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
성 베드로 성당 앞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식사함,
그리고 자기 옷을 주어 버림
8. 벌써 그는 가난한 이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미 그의 거룩한 시작은 그가 어떠한 종류의 완전한 자가 될지를 암시하고 있었다. 그는 자주 자기 옷을 벗어 가난한 사람을 입혔고, 자기의 온 마음을 다 바쳐 가난한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하였지만 아직 행동에서는 그 뜻을 채우지 못하였다.
로마로 가는 순례 길에 그는 가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기의 좋은 옷을 벗어던지고, 어떤 가난한 사람의 옷을 입고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성 베드로 성당 문간에서 그들 사이에 즐겁게 끼어 앉았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그들 중의 하나로 여기고 그들과 더불어 게걸스럽게 먹었다.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워 움츠러들지만 않았더라면 이와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하였을 것이다. 그는 베드로 사도 제대에서 거기에 온 사람들의 예물들이 아주 빈약한 것을 보고는 놀라 동전 한 움큼을 거기에다 놓았다. 하느님께서 누구보다도 영예를 주시는 사도 베드로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특별한 방법으로 공경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그는 여러번 가난한 사제들에게 제의를 만들어 주었고, 낮은 위치에 있는 성직자들에게까지 모두에게 합당한 공경을 드렸다. 그는 사도적 사명을 받은 자가 되고,35) 전적이고도 완전한 가톨릭 신앙을 가진 자가 되려고 처음부터 하느님의 성직자들과 성직에36) 존경심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제 5 장
프란치스꼬가 기도하는 동안에 악마가 한 여인을 보임,
그러자 하느님께서 주신 응답,
그리고 나환자들에 대한 그의 태도
9. 이리하여 이미 그의 세속 옷 밑에는 수도정신을 입고 있었고, 드러난 자리를 피하여 한적한 곳을 찾았으며, 성령의 방문을 받아37) 자주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아주 풍성하게 그에게 쏟아져 내린 본질적인 감미로움에 아주 넋을 잃었고, 그 감미로움은 그가 살아 있는 동안 결코 그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기도하기에 더 적합한 은밀한 장소에 자주 들락거리자, 한편 악마는 그에게 사악한 상상을 일으켜 그를 거기에서 끄집어내려고 하였다. 악마가 프란치스꼬의 마음에 한 여인을 생각게 하였는데, 그 여인은 아씨시 주민이었던 소름끼치는 꼽추였고 누구에게나 괴상한 인상을 주었었다. 시작한 일에서 손을 떼지 않으면 그 여인처럼 만들겠다고 악마가 프란치스꼬를 위협하였다. 그러나 그는 주님 안에서 힘을 받아38) 구원과 은총의 응답을 듣고 기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하고 하느님께서 마음 안에서 말씀하셨다. “네가 육적으로 헛되이 좋아했던 것을 이제는 영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네가 나를 알기를 원한다면 달콤한 것 대신에 쓴 것을39) 택하여 너 자신을 경멸하여라. 순서가 바뀌어도 너는 내가 한 말에 맛을 들일 것이다.” 그는 하느님의 지시에 즉시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실제로 말씀하신 사실들을 체험하게 되었다.40)
프란치스꼬도 이 세상의 처참한 모든 흉물 중에서 나환자들을 자연히 혐오하였다. 어느 날, 그가 아씨시 교외에서 말을 타다가 한 나환자를 만났다. 그 나환자는 적지 않은 역겨움과 공포감을 주었지만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약속의 말씀을 깨뜨리는 계명의 위반자가 되지 않으려는 듯 말에서 내려 나환자에게 입을 맞추려 하였다. 그러나 나환자가 마치 무엇을 얻으려는 듯 손을 내밀자 입맞춤과 더불어 그의 손에는 돈이 쥐어졌다. 그리고 프란치스꼬는 즉시 자기 말에 올라타 주위를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평지만 있고 사방이 깨끗하여 숨을 만한 곳이 없었는데도 어디서도 나환자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결과로 그는 감탄과 기쁨에 싸이게 되자 며칠 후 비슷한 일을 의도적으로 다시 하였다. 나환자들의 거처를 찾아가 각 나환자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고, 그들의 손과 입에 친구(親口)하였다. 이렇게 그는 쓰디쓴 것을 감미로운 것으로 바꾸었고, 앞으로의 일들을 힘차게 다할 각오를 하였다.
제 6 장
십자가에 달려 그에게 말을 한 고상(苦像)과
거기에 바친 그이 존경
10. 곧 외모도 바뀌겠지만, 프란치스꼬는 이제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 어느 날 거의 다 허물어져 아무도 돌보지 않는 성 다미아노 성당 근처를 걷고 있었다. 그는 성령의 이끄심에 안으로 들어가 기도하려고 십자가 앞에 겸손하고 경건하게 옆드렸다. 그러자 그는 뜻밖의 방문을 받고 충격을 받아 들어올 때와는 다른 자신을 발견하였다. 계속하여 그러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데 세상에서는 들어 보지도 못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그려진 고상이41) 입술을 움직이면서 말을 하였다. 고상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보다시피 다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가서 수리하여라.” 프란치스꼬는 덜덜 떨며 적잖이 놀랐고 이 말에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는 복종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이 명령을 완수하려고 자신을 온전히 바쳤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변화를 표현할 수 없음을 느꼈다. 그러니 우리도 그가 표현할 수 없었던 것에 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좋겠다. 그때부터 십자가에 달리신 분에 대한 애처로움이 그의 거룩한 영혼에 뿌리를 내렸고, 아직 살에는 찍히지 않았지만 경의(敬意)로운 오상(五像)이 그의 마음속 깊이 찍혔음을 경건히 추측할 수 있다.
11. 이는 우리 시대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러한 사실들에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누가 이와 같은 일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아직 그가 외적으로 세속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리스도께서 새로운 미증유의 기적을 통하여 십자가 나무에서 그에게 말씀하셨을 때에, 자기 동네로 돌아오는42) 프란치스꼬가 십자가를 진 모습이었다는 것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 시각 이후로는 그가 사랑한 분께서 그에게 말씀하실 때마다 그의 영혼은 녹아들었다.43) 얼마 후44) 그의 마음의 사랑은 그의 육신의 상처로 인해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는 자기 눈앞에 언제나 어른거리는 듯 그리스도의 수난을 큰 소리로 외치고 슬퍼하며 울음을 그칠 날이 없었다. 그는 그리스도의 상처를 기억하느라 길거리를 한숨으로 채웠고, 어떤 위로도 마다하였다. 절친한 친구 하나를 만나 그에게 자기가 슬퍼하는 이유를 알리자, 이내 그의 친구도 비참한 마음이 들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그 거룩한 형상을 실로 잊지 못했고, 그 명령을 소홀히하여 지나치는 일이 결코 없었다. 그 거룩한 고상이 합당한 빛의 공경을 잠시라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그는 거기 있던 사제에게 즉각 돈을 주어 등잔과 기름을 사게 하였다. 그러고는 부지런히 나머지 일들을 서둘러 하였고, 그 성당을 수리하는 데에 있는 노력을 다했다. 왜냐하면 비록 하느님의 이 명령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로 값을 치르고 얻으신 교회에45) 관한 것이었지만, 그가 갑작스레 완전해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프란치스꼬는 차츰차츰 육(肉)에서 영(靈)으로 넘어갔다.
제 7 장
아버지와 육신의 형제가 그를 괴롭힘
12. 이렇게 프란치스꼬는 경건한 일에 온몸을 바치고 있었지만, 육신의 아버지가 그를 괴롭혔고, 그리스도의 종노릇하는 것을 미친 짓으로 여겼으며, 어디서나 그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종은 어떤 지체가 낮고 참으로 단순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를 자기 아버지로 삼아, 자기 아버지가 자기에게 저주를 퍼부을 때 자기에게 복을 빌어 달라고 하였다. 실제로 그 사람은 예언자들이 한 말로 응수하였고, 그 뜻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 “그들은 저주하게 버려 두시고, 당신은 나에게 복을 주소서.”46)
불법적으로 취득한 것은 성스러운 일을 위하여 사용한다 해도 그것은 부당한 짓이기에, 하느님의 사람은 매우 경건한 사람인 아씨시 주교의 권유로47) 위에서 말한 성당 일에 쓰려고 했던 돈을 자기 아버지에게 돌려 주었다. 그는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듣는 데서 말하였다 : “이제부터 나는 베드로 베르나르도네를 아버지라 부르지 않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습니다.48) 그에게 이 돈만 아니라 나의 옷도 다 돌려 주겠습니다. 그렇게하여 나는 하느님께 알몸으로 가겠습니다.”
오직 그리스도 한 분으로 족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 그후 하느님의 사람은 전과 달리 덕행의 겉치레에서가 아닌 그 실제 안에서 즐거워하면서, 옷 밑에 가시돋힌 철 고행대(鐵苦行帶)를49) 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육신의 형제도 아버지를 따라 악의에 찬 말로 그를 몰아 붙였다. 어느 겨울날 아침 그 사람이 프란치스꼬가 초라한 옷을 걸치고 추위에 떨면서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의 동네 친구에게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에게 가서 그 알량한 땀을 너에게나 팔라고 해라.” 이 말을 듣고 하느님의 사람은 기쁨에 싸여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 “정말 나는 이 땀을 더욱 열심히 나의 주님께 팔겠소.”
그는 이승에서 백 배만 아니라 천 배로 갚음을 받은 것이 정말 사실이고, 저승에서는 자기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을 얻어 주었다.
제 8 장
극복한 부끄러움과, 가난한 동정녀들에 대한 예언
13. 이제 프란치스꼬는 전에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까다로운 습관을 거슬러 자신을 변화시키려 노력하였고, 안일한 생활에 빠진 자기 육신을 누구나 타고난 선(善)으로 이끌려고 애썼다.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당시에 수리를 하고 있었던 성 다미아노 성당의 등잔에 불을 켜려고 기름을 동냥하러 아씨시를 거닐었다. 그가 들어가려고 하는 집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그는 고결한 마음을 하늘로 향한 다음 자신의 비겁함을 질책하고, 자신에게 엄한 심판을 하였다. 그는 즉시 그 집으로 돌아가 정직하게 모든 사람 앞에서 부꾸러웠던 연유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마음이 흥분된 상태에서 불란서 말로 기름을 구걸하여 얻었다. 그는 대단히 열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 성당의 일을 돕도록 하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 앞에서 불란서 말로 장차 그리스도의 거룩한 동정녀들의 수녀원이 그 자리에 설 것임을 맑은 목소리로 예언하였다. 불란서 사람들로부터 특별히 영예를 얻고 그들로부터50) 특별한 경의로 존경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성령의 열의로 차 있을 때마다 그는 언제나 불란서 말로 열변을 토하였다.
제 9 장
집집이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함
14. 그가 모든 이의 하느님을 섬기기 시작한 다음부터 그는 모든 일 중에서 온갖 악의 불결함으로 오염된 유표(有表)한 것을 피하고 평범한 일들을 하기를 늘 좋아하였다.
그는 극단적으로 미묘한 사람이었다가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성당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동안 검소하고 참을성 있는 노동자로 바뀌었을 때, 그 성당을 맡고 있던 사제가 계속되는 피로에 만신창이가 된 프란치스꼬를 보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에게 가난해서 맛있게 만들 수는 없었지만 약간의 특식을 매일 대주기 시작했다. 그 사제의 아량을 칭찬하고 호의에 고마워한 프란치스꼬는 속으로 말했다 : “이러한 음식을 항상 너에게 대주는 사제를 너는 어디서도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난을 내세우는 사람의 생활이 아니다. 이러한 음식에 습관되는 것은 내게 유익한 일이 못된다. 너는 네가 경멸했던 것들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다시 쏠릴 것이다. 지체없이 당장 일어나라. 그리고 집집을 돌며 뒤범벅이 된 음식들을 구걸해라!” 이리하여 그는 음식을 장만하려고 아씨시를 누비며 집집이 돌면서 구걸하였다. 그리고 각종 음식 찌꺼기로 수북한 자기의 동냥그릇을 보자 처음에는 그만 질려버렸다. 그러나 하느님을 생각하고 자기를 극복하고서 그 음식을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부드럽게 만들고51) 쓰디쓴 것을 모두 단 것으로 변화시킨다.
제 10 장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산을 포기함
15. 아씨시 고을의 베르나르도라는52) 사람이, 나중에는 완덕의 아들이 되었지만, 하느님의 사람의 표양을 보고 나서 세상을 완전히 경멸할 계획이었기에, 겸손하게 프란치스꼬의 조언을 구했다. 그리하여 그는 프란치스꼬와 의논하며 말하였다 : “오, 스승님, 만약에 누가 자기 주인의 재산들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가 그 재산들을 더 이상 보관하고 싶지 않으면, 그 재산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보다 완전할까요?” 하느님의 사람은 그것들을 받은 주인에게 모두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베르나르도가 그에게 말했다 : “제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조언을 듣고 나니, 그것들을 그분께 되돌려야겠다는 결심이 벌써 섰습니다.” 성인이 말하였다 : “당신이 말한 것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으면, 아침 일찍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복음서를 들고 그리스도께 조언을 구합시다.”53) 이리하여 그들은 이른 아침에 교회에 들어가 기도를 드린 다음 복음서를 펼치고 맨 처음에 나오는 권고를 따르기로 하였다. 그들이 책을 펼치자, 그리스도께서 그들에게 권고를 복음서에서 보이셨다 :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54) 재차 책을 펴니,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55) 구절이 나타났다. 세 번째 이같이 또 반복하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한다.”56) 베르나르도는 지체없이 이 모든 것들을 이행하여 한 치도 이 권고를 어기지 않았다.
곧 많은 이들이 마음을 좀먹는 세상에 대한 걱정에서 떠나, 프란치스꼬를 길잡이로하여 무한한 선(善)인 자기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형제들이 하늘의 부르심의 상(賞)을 받은 경위를 일일이 열거한다면 길다.
제 11 장
교황님 앞에서 말씀드린 비유
16. 프란치스꼬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회칙을 인준받기 위하여57) 인노첸찌오 교황 앞에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을 때, 대단한 분별력을 지니신 교황님께서는 그가 제출한 생활양식이 그들의 힘에 겨웁다는 것을 깨달으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 “아들이여, 그리스도께 기도합시다. 그분께서 당신을 통하여 우리에게 그분의 뜻을 알려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그분의 뜻을 알게 되면 더욱 확신을 가지고 당신의 경건한 청에 동의하겠습니다.” 성인은 최고의 목자의 뜻을 따르기로 하고 자신있게 그리스도께 달려갔다. 그는 진지하게 기도하였고, 동료들에게도 하느님께 기도하기를 간절히 권하였다. 장황하게 다음 이야기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는 기도에서 응답을 얻어 아들들에게 구원의 소식을 전하였다. 그리스도와의 허물없는 대화는 비유(比喩)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말하였다 : “프란치스꼬야, 교황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가난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한 여인이 어느 사막에서 살고 있었다. 어떤 왕이 그녀의 빼어난 미모로하여 사랑에 빠졌다. 왕은 반색을 하고 그녀와 결혼하여 아주 잘 생긴 아들들을 낳았다. 그들이 성숙하여 귀티있게 자랐을 때 어머니가 말하였다 :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아, 가난하다 해서 부끄러워 말아라. 너희는 모두 저 위대하신 임금의 아들이다. 궁전으로 떳떳하게 가거라. 그리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청하여라.’ 이말을 듣고 아들들은 놀라며 기뻐하였다. 그들의 뿌리가 왕족임이 확실해지자 희망이 솟았고, 본인들이 상속자임을 알고는 자신들의 궁핍을 재산으로 여겼다. 그들은 임금에게 용기있게 모습을 나타냈고 자신들이 닮고 있는 임금님의 용안을 뵙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임금은 그들에게서 자기와 닮은 점을 깨닫고는 이상히 여겨 누구의 아들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사막에 살고 있는 가난한 부인의 아들이라고 말하자, 임금은 그들을 껴안고 말하였다 : ‘너희는 나의 아들이요 상속자다. 두려워 말라. 한갓 나그네들도 나의 식탁에서 기르거늘 내가 나의 전 재산이 당연히 돌아가야 할 너희를 보살피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이리하여 임금은 그 부인에게 자기가 낳은 아들들을 미리 마련된 궁전의 식탁으로 모두 보내라고 어명(御命)을 내렸다.” 성인은 행복하였고, 이 비유에 기뻐하며 거룩한 응답을 그 즉시 교황님께 전하였다.
17. 이 부인은 프란치스꼬였다. 그의 자태가 부드러워서가 아니라 아들을 많이 낳았기 때문이다. 사막은 이 세상이다.58) 당시에 이 세상은 덕행을 가르치는 일에 있어서 경작되지 않은 불모지였던 것이다. 잘 생긴 많은 자손의 아들들은 모두 덕행으로 추앙받는 수많은 형제들이다. 임금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었고, 형제들은 거룩한 가난으로 그 아드님을 닮았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조악(粗惡)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임금님의 식탁에서 양육되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뒤따라 모방하는 일과 동냥으로 살아가는 일에 만족하였고, 세상이 질시해도 그들은 행복해지리라는 것을 확신하였다.
교황 성하께서는 당신께 제시된 비유에 감탄한 나머지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사람 안에서 말씀하셨음을 확연히 깨달았다. 성하께서는 며칠 전에 있었던 환시를 돌이켜 생각하였고, 그것은 모두 이 사람을 통하여 완성될 환시였음을 성령의 인도로 확언하였다. 그는 꿈속에서 라떼라노 대성당이 허물어지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때 어떤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수도자 하나가 자기 등을 그 대성당 밑에 들이밀어 무너지지 않게 떠받쳤다. 그는 말하였다 : “옳구나. 이 사람이 자기의 업적과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의 교회를 떠받칠 사람이다.” 이리하여 교황 성하께서는 프란치스꼬의 청에 아주 쉽게 동의하였다. 성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에 충만하여 그리스도의 종에게 시종일관 특별한 사랑을 보냈다. 요구 사항을 즉시 허락하였고 그것보다 더한 것도59) 허락하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때부터 프란치스꼬는 자기에게 허락된 권위로60) 더욱 뜨겁게 설교하면서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며61) 덕행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뽀르찌웅꿀라의 성모 마리아
제 12 장
뽀르찌웅꿀라에 대한 성인의 사랑과 그곳에서의 형제들의 생활,
그리고 그곳에 세워진 성당에 대한 복되신 동정녀의 사랑
18. 하느님의 종 프란치스꼬는 몸집이 작고, 마음은 겸손하였으며, 수도서원에서 작은 형제였고,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와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작은 몫(portiuncula)을 차지하였으니,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는 그리스도께 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몫으로 떨어진 땅이 옛부터 뽀르찌웅꿀라(Portiuncula)로62) 불리었으니, 이는 하느님의 예언적 섭리라 아니할 수 없다. 예수님 다음으로 모든 성인들의 회관이 될 만한 공로를 탁월한 겸덕으로 세우신 동정 성모의 성당이 이곳에 세워졌다. 이 성당에서 작은 형제회가 태동하였다.63) 견고한 기초인 양 그 위에서 형제들의 수가 늘어갔고 형제회의 고귀한 건물이 솟아올랐다.64) 성인은 이곳을 어디보다도 사랑하였다. 그는 자기 형제들에게 이곳을 특별한 경의(敬意)를 가지고65) 받들도록 명하였다. 그는 그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주고, 자기는 자기와 자기 형제들을 위하여66) 그 사용권만을67) 가짐으로써 이곳이 형제회의 겸손과 극도의 가난의 표본으로 언제나 보존되기를 원하였다.
19. 그곳에서 형제들은 침묵과 규칙을 지키면서 모든 면에 매우 엄격한 생활을 하였다.68) 특별히 간택된 형제들이 아니면 아무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고, 세계 도처에서 모여든 그들이 참으로 하느님께 헌신적이기를 성인께서는 원했으며, 모든 면에서 완전하기를 원했다. 물론 모든 외부 손님에게 수도원 출입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그는 엄하게 인원을 통제하여 외부와의 접촉으로 귀를 만족시키는69) 형제들이 거기에 거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소문을 내는 형제들을 통하여 다른 형제들이 그 소문을 듣고 천상 일을 묵상하는 데에 방해를 받아 쓰잘데 없는 일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쓸데없는 말들을 입밖에 낸다거나 다른 형제들이 그것들을 또 그대로 전하여 되풀이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다. 만약에 누가 어느 때고 이런 짓을 했으면 그 형제는 그런 일이 다시 없도록 조심하라는 훈계로 벌을 받았다. 이곳에 거주하는 형제들은 밤낮으로 쉬지 않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에 빠져 있었고, 놀라운 향기를 풍겼으며 천사와 같은 생활을 영위하였다.
이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옛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예전부터 천사들의 성모 마리아라고 불리었었기 때문이다. 복되신 성모님께서는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온 세상에 세워진 성당 중에서 이 성당을 특별히 사랑하셨음을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계시하셨다고 행복해하시면서 사부님은 늘 말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성인은 이곳을 어느 곳보다도 사랑하였다.
제 13 장 어떤 환시
20. 하느님께 봉헌된 한 형제가 회두하기 전에 이 성당에 관한 환시를 보았는데 이것은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부상을 입어 눈이 먼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그들의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이 성당 안에 둘러 있는 것을 그가 환시로 보았다. 그들은 하늘을 향해 모두 손을 들고 목매인 소리로 하느님께 울부짖으며 자비와 빛을 애걸하고 있었다. 그러자 보라, 하늘에서 거대한 광채가 내려와 그들 모두 위에 퍼져 내리며 각자에게 빛을 주었고 그 빛은 그들이 목말라하던 치유를 가져왔다.
성 프란치스꼬와 형제들의 생활
제 14 장 엄격한 생활
21. 그리스도의 열성적인 이 기사(騎士)는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고, 마치 자기의 분신인 양 모든 불의한 행동이나 말에 자신을 내놓았다. 이 사람이 겪은 일들을 헤아린다면 그의 고통은 바오로 사도의 서간에 나오는 거룩한 사람들의 수난을 열거한 그 모든 고통을 능가하고도 남을 것이다. 이처럼 초기 수련생활에서도 형제들은 스스로 모든 불편을 온전히 감수하였으니, 성령 이외의 것으로 위로를 찾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리하여 그들은 가시돋힌 철고행대를 허리에 띠었고, 쇠줄을 몸에 칭칭 감았으며, 밤샘을 수없이 하였고, 계속되는 단식으로 몸은 야위어 갔다. 그들은 인자한 목자의 진지한 충고를70) 받아들여 그와 같은 엄격한 고행을 늦추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모두 쇠잔(衰殘)하여 죽었을 것이다.
제 15 장
성 프란치스꼬의 판단력
22. 어느 날 밤, 다른 양들은 다 조용한데 양 한 마리가 소리쳤다 : “죽겠습니다. 형제드리여! 아아 배고파 죽겠습니다!” 즉시 탁월한 목자가 일어나 빨리 손을 써 병든 양에게 적절한 치료를 서둘렀다. 그래봐야 시골 음식이었지만 식탁을 준비하도록 하였다. 사실 포도주가 떨어지면 물로 대신하는 경우도 흔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그가 먼저 수저를 들었고, 그러고 난 다음에 그 형제가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려고 다른 형제들도 사랑을 실천하도록 불러모았다. 형제들이 주님 안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음식을 다 들자, 사부님은 자기 아들들에게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게 하기 위하여 분별의 덕(德)에 관하여 긴 비유를 들어 이야기를 꾸몄다. 그는 형제들에게 주님께는 항상 소금을 친 희생제물을71) 드릴 것을 명하였고,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있어서 각자는 자신의 체력을 생각하라고 다짐하여 깨닫게 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더 먹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 육신에게 필요치 않은 것을 지나치게 주는 일은 죄이며, 육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육신에게 분별없이 주지 않는 일도 마찬가지로 죄라고 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였다 : “친애하는 형제들, 내가 함께 먹은 것은 나의 의무 때문에 한 것이지 내가 먹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십시오. 형제애가 그리 하라고 명했습니다. 이 사랑이 여러 형제들에게 하나의 표양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음식이 표양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후자(後者)는 대식(大食)에 이바지하지만, 전자(前者)는 영혼에 이바지하기 때문입니다.
제 16 장
앞일을 내다본 일과 자기 수도회를 로마교회에 맡긴 일,
그리고 어떤 환시
23. 그의 수도회의 나무가 생활의 공로와 덕으로 쉼없이 내달으면서 벌써 회원수와 은총을 늘리고 어느 곳에서나 퍼져나가 놀라운 열매들을 맺으며 이 세상 땅끝까지 그 가지가 뻗어 나가는 동안 거룩하신 사부님은 이제 일치의 유대 속에서 이 새 묘목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관해서 더 자주 홀로 숙고하게 되었다.
그는 자기의 어린 양떼들을 향하여 늑대처럼 사납게 달려드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고, 악행으로 늙은 사람들이72) 젊은 수도회를 해치려고 기회를 노리는73) 것을 보았다. 그는 자기 아들들 중에서까지도 앞으로 거룩한 평화와 일치를 거스르는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을 예견하였다. 뽑힌 사람 중에도 더러 있는 일이지만, 그는 어떤 형제들이 육적인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74) 거역할 것과 말다툼할 생각이나 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것도 의심치 않았다.
24. 하느님의 사람이 더욱 자주 이 생각 저 생각을 곰곰이 하고 있는 중에, 어느 날 밤 잠을 자다가 다음과 같은 환시를 보았다. 그는 집비둘기같이 생긴 한 마리의 작고 검은 암탉을 보았는데 다리와 발은 깃털로 덮여 있었다. 그 암탉은 자기 주위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수많은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있었으니, 병아리들이 어미 닭의 날개 밑에 모두 다 깃들 수가 없었다. 하느님의 사랑은 잠에서 일어나 그가 전에 생각했던 것을 마음에 떠올리고 자기의 환시를 자기가 해몽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그러니까 그 암탉은 바로 나다. 나도 몸집이 작을 뿐 아니라 천성적으로 피부색이 검은 자(者)이지만, 세상에 흔치 않은 비둘기가 하늘을 쉽게 나는 것처럼75) 나도 깨끗한 생활을 통해서 단순함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병아리들은 숫자와 은총이 증가하는76) 나의 형제들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훼방과 숱한 말질에서77) 그들을 보호하기란 프란치스꼬의 힘에 겹다.”
“그러니 거룩한 로마 교회로 가서 그들을 맡겨야겠다. 그러면 교회의 힘있는 지팡이에 악의에 찬 놈들은 거꾸러질 것이며, 그리되면 하느님의 아들들은 영원한 구원을 늘리면서 어디서나 자유를 만끽할 것이다. 그때부터 아들들은 저희 어머니인 교회의 달콤한 은혜들을 알아볼 것이고 어머니의 훌륭하신 발자취를 언제나 특별한 성의를 가지고 따를 것이다. 어머니의 보호 아래에서는 악마도 이 수도회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며, 벨리아르의 아들도78) 벌받지 않고는 주님의 포도밭을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거룩하신 어머니는 스스로 우리의 가난의 영광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며, 우리의 겸손의 명성에 교만의 구름이 끼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엄한 심판으로 반대자들을 쳐버려 우리 안에 있는 사랑과 평화의 유대를 다치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순수한 복음의 실천이 어머니가 보는 앞에서 줄기차게 꽃필 것이고, 그녀는 그들의 삶의 향기가 단 한 시간이라도 사라지는 일을 허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 형제회를 교회에 맡긴 전반적인 의도였다. 다가올 시대에 대비한 이러한 위탁이 하느님의 사람에게 선견지명이 있었다는 지극히 거룩한 증거가 된다.
제 17 장
오스띠아의 주교를 자기 수도회의 아버지로 요청함
25. 로마로 간 하느님의 사람이 호노리오 교황79) 성하와 모든 추기경들로부터 대단한 환대를 받았다. 명실상부하게 그의 생활은 빛났으며, 그의 말 또한 그의 명성이 헛되지 아니함을 알려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존경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다.
그는 교황님과 추기경들 앞에서 성령이 제시하는 바를 무엇이나 거침없이 말하면서, 즉석에서 뜨거운 예언을 설교하였다. 그의 말에 산들이 움직였고,80) 땅이 꺼질 듯한 한숨소리가 그들의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왔으며, 눈물로 마음속을 씻어냈다.
설교가 끝나자 프란치스꼬는 교황 성하와 몇 마디 다정한 대화를 나눈 다음 자기의 청을 다음과 같이 드렸다 : “성하, 아시다시피 성하와 같이 존엄하신 분을 기꺼이 할 수 있는 기회는 가난한 이와 멸시받는 이들에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성하께서는 참으로 이 세상을 당신 손 안에 쥐고 계시며, 중한 업무만 보시느라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실 여유가 없으실 것입니다. 하오나 본인은 성하의 거룩하신 마음에 청하오니 오스띠아의 주교님을81) 우리의 아버지로 주십시오. 형제들이 필요할 때 그분께 달려가 그분의 보호와 통치의 은전을 입을지라도,82) 성하의 걸출하신 권위는 언제나 손상받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거룩한 청에 교황님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곧 하느님의 사람이 요구하는 대로 그의 수도회를 당시의 오스띠아 주교였던 우골리노에게 맡겼다. 이 거룩하신 추기경은 자기에게 맡겨진 무리를 받아들여 복되게 죽을 때까지83) 무리의 부지런한 양아버지가 되고 목자가 되었으며 지도자가84) 되었다.
거룩한 로마 교회가 작은 형제회에 계속해서 보여준 사랑과 관심의 특전은85) 이러한 특별한 복종 때문이다.
제1부가 끝난다.
세속을 포기하는 사람
제 49 장
자기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지 않고
친척들에게 준 사람을 꾸짖으신 예(例)
80. 성인은 형제회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우선 그들의 외적인 소유 재산들을 먼저 바침으로써 세속에 이혼장을 써 주고1) 그렇게 한 다음에 내적으로 자신들을 하느님께 바치라고 가르쳤다. 재산을 모두 주어 버려 동전 한 닢도 남겨 놓지 않은 그런 사람들만 형제회에 받아들였다. 이것은 거룩한 복음의 말씀을2)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또한 간수한 돈주머니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3)
81. 마르키아 안꼬나에서 프란치스꼬가 설교를 마치자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와 형제회에 받아 줄 것을 겸손하게 청한 일이 있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시고 싶으시면 우선 당신의 소유 재산들을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오.” 그가 이 말을 듣고 갔다. 그러나 그의 재물들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지 않고 육적인 사랑에 이끌린 나머지 자기 친척들에게 나누어 주었다.4) 그는 돌아와 성인에게 자신의 드넓은 아량을 이야기하기까지 되었다. 성인이 그를 비웃어 말하였다 : “파리같은 형제여, 당신의 길을 가시오. 당신은 당신의 집도 친척도 아직 떠나지 않았습니다.5) 당신은 당신의 재물들을 당신의 친척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가난한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당신은 거룩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기에 마땅치가 않습니다. 당신은 육(肉)으로 시작하여 타락한 기초를 놓고는 그 위에 영(靈)적인 건물을 세우려 했습니다.” 그 육적인 사람은 자기 친척들에게 돌아갔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기 싫어했던 그의 재산들을 다시 되돌려받았다. 그런 사람이었으니 자기의 덕행의 목적을 대단치 않게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복된 삶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하게 육적인 출발을하여, 서글픈 속임수에 이같이 스스로 빠지고 있다. 자기 친척들을 부자되게 할 목적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다만 자비에 보답하여 자기의 죄를 기워 갚으면서 자신의 선한 일들의 열매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봉헌생활을 하는 것이다. 궁한 것이 있는 형제들은 형제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할 것을 그는 자주 가르쳤다. 이는 우선 무엇보다도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고, 다음에는 추잡스런 이익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가난과 관련된 환시
제 50 장
82. 기억해 둘 만한 성인의 환시를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어느 날 밤 그가 오랫동안 기도를 한 다음에 사르르 잠이 들었다. 그의 거룩한 영혼이 하느님의 거룩하심에 빠져들었고, 그는 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았지만 그중에서 다음과 같이 생긴 어느 부인을 보았다 : 그녀의 머리는 금으로 되어 있는 듯하였고, 그녀의 가슴과 팔은 은으로 되어 있었으며, 그녀의 배는 수정으로 되어 있었고, 이어서 밑으로는 내리 쇠로 되어 있었다. 그녀는 키가 컸고 균형잡힌 섬세한 몸매였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더러운 망또로 들씌워져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복되신 사부님이 그 환시를 거룩한 사람인 빠치피꼬6) 형제에게 말로만 전하고 그 뜻을 설명하지 않았다.
비록 많은 형제들이 그들 나름대로 이 환시를 해석하였지만, 빠치피꼬가 듣고 있는 동안 성령께서 그에게 알려 주신 그의 해석을 취하는 것이 잘못이 없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 형제가 말하였다 : “이 아름다운 부인은 성 프란치스꼬의 아름다운 영혼입니다. 금으로 된 머리는 영원을 향한 그의 관상이며 슬기입니다. 은으로 된 가슴과 팔은 그가 마음으로 묵상하고 행동으로 이행한 주님의 말씀들입니다. 수정은 단단하기 때문에 절제를 뜻하며, 반짝이기 때문에 정결을 뜻합니다. 쇠는 강한 인내입니다. 거기에 더러운 외투는 그의 보배로운 영혼을 감싸고 있는 그가 평소에 천시한 작은 몸뚱이라고 여깁니다.”
아무튼 하느님의 영(靈)을 지니고 있는 많은 형제들은 이 부인을 우리 사부님의7) 정배이신 가난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말한다 : “영광의 상급이 그 부인을 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명성을 칭송하려니 그녀를 은으로 하였습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돈주머니를 소유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그녀를 수정이게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인내를 쇠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있는 부인에게 육적인 사람들의 평판이 더러운 외투를 짜드렸습니다.”
많은 형제들이 다니엘의 상속시대를8) 따라서 이 환시를 이 수도회에 적용한다.
교오를 피하기 위하여 그가 해석하기를 단호히 거절한 점으로 봐서, 이 환시는 사부님께 적용되는 것이 분명하다. 만약에 이 환시가 형제회와 관련있는 것이었다면 그가 그렇게 철저한 침묵으로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동정심
제 51 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 동정심, 그리고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을 부러워함
83. 과연 어떤 혀가 가난한 이들을 향한 이 사람의 갸륵한 동정심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에게는 이미 타고난 자비가 있었고, 위에서 받은 또 하나의 자비가 있어서 자비가 두 배나 되었다. 프란치스꼬의 영혼은 가난한 이들에게 측은한 생각을 품었고, 그가 도움의 손길을 뻗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그의 애정을 보여 주었다. 그가 궁핍한 사람에게서 무엇을 보든지, 또는 그것이 어떠한 빈곤이든지간에 프란치스꼬는 그 궁핍을 즉시 마음으로 그리스도와 연결시켰다. 그래서 그는 모든 가난한 사람들 안에서 가난한 부인의9) 아들을 보았고, 그녀의 손에 알몸으로 안고 있었던 그 아들을 그도 마음 안에 알몸으로 안았다. 그리고 비록 그가 모든 시기심을 옆으로 치워 버렸지만 가난에서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자기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보면 그는 금방 시샘을 하였고, 완전한 가난에 안달을 부리며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였다.
84.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람이 설교하러 가다가 길에서 한 가난한 사람을 만났다. 성인이 그 사람의 헐벗은 모습을 보고 양심에 심한 가책을 느꼈다. 그가 자기 동료를 향하여 말하였다 : “이 사람의 궁핍이 나에게 큰 부끄러움을 몰고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가난을 통렬하게 나무라고 있습니다.” 그의 동료가 응답하였다 : “형제여, 왜 그러십니가?” 그러자 성인이 슬픈 목소리로 응답하였다 : “나의 부(富)와 나의 정배 중에서 나는 가난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나보다 이 사람에게서 가난이 더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위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 세상에 퍼졌다는 사실을 형제는 모르고 있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이 가난한 사람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오! 부러워할 만한 이 부러움이여! 오! 그의 아들들이 앞을 다투어 경쟁해야 할 이 일이여! 이 부러움은 남들의 재물을 보고 슬퍼하는 부러움이 아니다. 햇살에 의해서 어두워지는 부러움도 아니다. 자비를 등지는 부러움도 아니다. 양심으로 고문받는 부러움 또한 아니다. 당신은 복음적 가난이 부러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 가난은 그리스도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통해서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을10) 가지고 있다. 오늘의 성직자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수익을 갈망하는가? 앞으로 당신들이 당신들의 손에서 고통을 끌어들이는 수입을 보게 되는 날, 프란치스꼬가 부요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제 52 장
가난한 사람을 나쁘게 말한 형제를 힐책함
85. 어느 날 프란치스꼬가 설교를 하고 있는 중에 가난하고 불쌍하고 병든 사람 하나가 그곳에 왔다. 성인은 언필칭 그 사람의 쪼들림과 병약함에 두 배 되는 고통으로 안스러워하며 자기 동료에게 가난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 사람의 괴로움이 프란치스꼬의 마음 깊은 곳에 와 닿았을 때 성인의 동료가 말하였다 : “형제여, 이 사람이 가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욕심에서 볼 때 어느 지방 어디를 가도 이 사람보다 더 부자인 사람도 없을 듯합니다.”11) 곧바로 성인이 그를 힐책하였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한 그에게 말하였다 : “당장 당신의 투니카를 벗고 이 가난한 사람의 발 아래 엎드려 당신의 잘못을 고하시오! 용서뿐 아니라 당신을 위해서 기도를 청하시오!” 그가 순명하여 그대로 이행하고 돌아왔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오, 형제여, 형제가 가난한 사람을 볼 때 거기에는 주님과 주님의 가난하신 어머니의 모습이 형제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병든 사람들에게서는 우리를 위해서 주님께서 떠맡으신 병약한 모습을 생각하시오.”
진정 프란치스꼬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나르드 향내가 가득하였다.12) 그는 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13) 그리고 병고를 겪고 있는 슬픈 사람을14) 항시 어루만져 주었다.
제 53 장
첼라노에서 어느 노파에게 망또를 줌
86. 때는 겨울이었다. 첼라노에서15)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의 친구인 띠볼리16) 출신의 어떤 사람이 그에게 빌려 준 천을 망또처럼 접어서 입고 있었다. 그렇게 그가 마르시까 교구의17) 주교관에 있는데, 한 노파가 그에게 다가와 동냥을 청했다. 그러자 그는 다른 사람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목에서 그 천을 풀어 가난한 노파에게 주며 말하였다 : “가서 이것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시오. 당신이야말로 정말 이것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고 또한 기뻐서인지 아니면 두려움에서인지 어쨌든 놀라워하며 그의 손에서 옷을 받았다. 거기서 잠시 더 지체하면 되돌려 달라고 할까봐 노파는 잽싸게 달아났다. 그리고 가위로 옷을 잘랐다. 그러나 잘라 놓은 옷감으로 옷 한 벌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체험한 성인의 자비심에 용기를 내어 성인에게 다시 왔다. 그 천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인이 같은 종류의 옷을 등에 걸치고 있는 그의 동료에게 눈길을 돌렸다. 그가 말하였다 : “형제여, 이 가난한 노파가 한 말을 들었습니까?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으로 추위를 견디기로 하고 그 천은 한 벌을 지을 수 있도록 이 노파에게 주시오.”
프란치스꼬가 자기 옷을 주었듯이 그의 동료도 자기 것을 주었다. 노파에게 옷을 입히려고 둘은 알몸이 되고 말았다.
제 54 장
또 다른 망또를 어떤 가난한 사람에게 줌
87. 어느 때에 프란치스꼬가 시에나에서 오다가 가난한 사람 하나를 만났다. 그리고 자기 동료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우리는 이 망또를 그 주인인 저 가난한 사람에게 돌려 주어야 합니다. 이 망또는 우리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만날 때까지만 우리가 빌린 것입니다.” 사부님께 그것이 아쉽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의 동료는 당신은 돌보지도 않고 자꾸 남만 생각하는 그를 그렇게 못하게 하려고 이에 반대하여 완강하게 거절하였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나는 도둑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도둑이나 진배없습니다.” 그 형제가 항복하였고, 프란치스꼬는 자기 망또를 그 가난한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제 55 장
또 다른 가난한 사람에게 한 비슷한 일
88. 꼬르또나와 가까이 있는 셀라에서18)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형제들이 정성껏 구해 준 새 망또를 입고 있었다. 한 가난한 사람이 죽은 부인과 버려진 가족들 생각에 통곡을 하며 그곳으로 왔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내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 망또를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누구에게 이것을 줄 때는 그 대가로 셈을 잘 쳐서 돈을 받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드리지 않겠습니다.” 형제들이 삽시에 달려가 그 선물을 빼앗아 오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가난한 사람은 거룩한 사부님의 얼굴에서 힘을 얻어 양손으로 망또를 휘어잡고 매달리며 자기의 것이라고 떼를 썼다. 결국 형제들이 망또를 되찾았지만 그 가난한 사람은 망또 값을 톡톡히 받은 후에 총총히 사라졌다.
제 56 장
주인을 증인하지 않도록 어느 사람에게 망또를 줌
89. 뻬루지아 가까이에 있는 꼴레스뜨라다에서19) 있었던 일이다. 성 프란치스꼬가 전에 세속에 있을 때부터 알고 있던 한 가난한 사람을 만났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그동안 별고 없었습니까?” 그러자 그는 자기에게서 모든 재산을 빼앗아간 자기 주인에게 악의에 차서 마구 저주를 퍼부었다. 그가 말하였다 : “주인놈, 참 고맙기도 하지요. 전능하신 주님께서 그놈에게 앙화를 내리기를 빌고 있습니다. 나는 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그의 육신보다도 그렇게 끝없이 증오하는 그의 영혼이 가엾어 그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하느님의 사랑으로 당신의 주인을 용서하시오. 그러면 당신의 영혼을 구하게 되며, 또 그리되면 당신에게서 빼앗아 간 것들을 그가 되돌려 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당신의 재산과 영혼을 모두 다 잃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말하였다 : “먼저 그가 빼앗아간 것들을 돌려 주지 않으면 절대로 그를 용서할 수 없습니다.” 망또를 등에 걸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보시오. 이 망또를 주겠소. 주 하느님의 사랑으로 당신의 주인을 용서하시기 바라오.” 이러한 인자함에 그만 마음이 풀리고 움직여 그는 그 선물을 받고 자기에게 있었던 불의를 용서하였다.
제 57 장
투니카 자락을20) 가난한 사람에게 줌
90. 한 번은 프란치스꼬가 한 가난한 사람에게서 무엇이 있으면 좀 달라는 청을 받았다. 그는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투니카 자락을 떼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
비슷한 상황에 부딪치면 때때로 그는 팬츠까지 벗어 주었다.
가난한 사람을 향한 그의 동정심은 이 정도였고, 가난하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열정 또한 이 정도였다.
제 58 장
형제회 최초의 신약성서를 두 형제의
가난한 어머니에게 줌
91. 두 형제의 어머니가 성인에게 와서 신뢰심있게 동냥을 구했다. 거룩하신 사부님께서 그녀와 함께 고통스러워져서 총대리인 까따니아의 베드로21) 형제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 “우리의 어머니께 동냥 좀 드릴 수 있을까요?” 프란치스꼬는 다른 형제의 어머니를 자기의 어머니 혹은 모든 형제들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베드로 형제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 “그녀에게 줄 만한 것이라고는 집 안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 “성무일도서도 없고, 조과(朝課) 때에 독서(讀書)로 읽는 신약성서 한 권이 있습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그녀가 그것을 팔아서 요긴한 데에 쓰도록 그 신약성서를 우리의 어머니께 드리시오. 우리는 신약성서에서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깨우침을 받았기 때문입니다.22) 나는 우리가 독서를 읽는 것보다 희사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그 책은 그 부인에게 주어졌고, 형제회 최초의 성서가 이러한 거룩한 자비심으로 해서 주어져 없어졌다.
제 59 장
눈병으로 고생으로 가난한 부인에게 망또를 줌
92. 성 프란치스꼬가 눈병23) 치료자 리에띠의 주교관에서 살고 있을 때, 마킬로네24) 출신의 한 가난한 부인이25) 성인과 비슷한 병으로 의사에게 왔다. 성인이 속삭이듯이 자기의 원장에게 말을 건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 “원장 형제여, 우리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가 응답하였다 : “사부님, 그런 것이 여기에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그가 말하였다 : “이 망또는 우리가 저 가난한 부인에게 빌린 것입니다. 그녀에게 이것을 돌려 주도록 합시다. 그녀의 돈주머니에 필수품을 살 아무것도 없습니다.” 원장이 대답하였다 : “형제여, 이 망또는 내것이오. 내가 누구에게서 빌린 것이 아니오. 형제가 필요할 때만 쓰시오. 그리고 필요없게 되면 저에게 돌려 주셔야 해요.” 사실 그 망또는 원장이 성 프란치스꼬에게 필요할 것 같아 조금 전에 사 놓은 것이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 “원장 형제여, 당신은 저를 언제나 정중히 대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렇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원장 형제가 응답하였다 : “사부님, 성령께서 당신께 이르시는 것이면 무엇이나 사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이리하여 매우 열심한 세속 사람 하나를 불러 그에게 성인이 말하였다 : “이 망또와 빵 열두개를 들고 저 가난한 부인에게 가서 이렇게 이르시오 : ‘당신이 이 망또를 빌려 준 그 가난한 남자가 빌려주신 데에 대하여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것이니 돌려드립니다!’” 그 사람이 가서 지시받은 대로 하였다. 자기가 놀림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 부인은 쑥스러워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 “망또라니 무슨 망또 말이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요!” 그 사람은 그녀를 알아듣도록 끈질기게 설득시키고 나서 가져온 것을 모두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실제로 속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쉽게 얻은 것을 뺏기지나 않을까 싶어 그 밤으로 일어나서 눈 치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망또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제 60 장
세 여인이 길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고 사라짐
93. 몇 마디로 짧게 언급할 것이 있다. 놀랍기도 하고 설명하기에도 의심이 가는 이야기이지만 매우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가난한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눈병을 치료해 보려고 리에띠에서 시에나로26) 급히 가고 있을 때, 그는 형제회와 깊은 관련이 있는 어느 의사와 깜삐글리아27) 읍 가까이의 평지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가난한 세 명의 여인들이 프란치스꼬가 지나가고 있던 길가에 나타났다. 그들은 단일 형상(形相, forma)으로 세 개의 질료(質料, materia)가 이상적인 조화를 이루듯 키와 나이와 외모가 서로 아주 흡사하였다. 프란치스꼬가 가까이 가자 그들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이렇게 새로운 인사로 그를 칭송했다 : “가난 부인이여,28) 잘 오셨습니다.” 여자들이 남자 마음에 들게 할 수 있는 인사 중에 그녀들이 택한 인사만큼 좋은 것이 지금까지 없었으니, 프란치스꼬는 금방 기쁨에 넘쳤습니다. 그러나 먼저 프란치스꼬는 오히려 이 여인들이야 말로 진정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동행한 의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 “가진 것이 있으면 필히 저를 주시오. 이 가난한 여인들에게 무얼 꼭 주고 싶습니다.” 재빨리 의사가 돈을 꺼내 가지고 말에서 뛰어내려 각자에게 얼마씩 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길을 따라 저만큼 갔다. 형제들과 의사가 주위를 둘러보자 눈깜짝할 사이에 평지에는 아무 여인도 없었다. 그들은 심히 놀랐고, 또한 새들보다 더 빨리 날아간 그녀들이 그저 여인들이 아니었음을 알고 그제서야 그들은 이것을 주님의 기적에 속하는 일로 알아들었다.
기도에 대한 성 프란치스꼬의 열심
제 61 장
기도하는 때와 장소, 그리고 기도에 대한 열심
94. 하느님의 사람인 프란치스꼬가 육신으로는 주님과 멀리 떠나 있었지만29) 마음은 하늘에 두려고 꾸준히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벌써 천사들과 같은 한 시민이30) 되었으며, 다만 육신의 벽만이31) 천사들과 그를 갈라놓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영혼은 온전히 그리스도를 갈망하였고, 마음만 아니라 몸까지도 그분께 온전히 바쳤다.
우리는 그분을 눈으로 본 사람으로서32) 이 자리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닮아야 할 그의 훌륭한 기도에 대해서 인간들에게 전할 수 있는 데까지 몇 가지만 전해 보겠다. 그는 꾸준히 전진하지 않으면 퇴보하는 꼴이 될까봐서 자기의 시간을 가슴에 슬기를 아로새기는 여가가 되게 하였다. 세속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다든가 아니면 어떤 업무가 그를 방해하면, 그 사람들을 빨리 돌려보내거아 일을 중지하였고, 그러고 난 다음에 다시 기도로 돌아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고요로33) 들어가곤 하였다. 천상적인 감미로움으로 채워져 있는 그에게 이 세상의 감미로움은 무미건조했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에게서 발견한 기쁨으로 해서 영묘(靈妙)한 사람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조잡한 관심사에는 못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영혼만이 아니라 몸까지도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고 늘 숨은 장소를 찾았다. 그가 사람들 앞에 있을 때 갑작스레 주님의 방문을 받았다 싶으면 방패로 삼으려고 자기 망또로 방을 만들었다. 때때로 망또를 입고 있지 않았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면 숨겨진 만나가34) 드러날까봐 그의 옷소매로 얼굴을 덮어 버렸다. 그는 신랑의 손길을 모르게 하려고 구경꾼과 자신 사이에다 항상 무엇인가를 놓았다. 그러므로 좁은 배에35) 많은 사람이 있어도 그는 보이지 않게 기도할 수 있었다. 이것조차도 할 수 없을 때는 마지막으로 가슴에 성전(聖殿)을 만들었다. 그는 몰아(沒我)에 들어갔기에 거기에는 흐느낌이나 한숨이 없었다. 하느님께 빨려들어갔기에 거친 숨결이나 외적인 움직임이 없었다.36)
95. 그것은 그가 집에 있을 때에 그랬고, 숲이나 외딴 곳에서 기도할 때에는 숲을 한숨으로 채웠고, 땅에는 눈물이 흘러가게 하였으며 손으로 가슴을 쳤다. 그런 곳이 마치 무슨 비밀 장소나 되는 듯이37) 그때마다 주님과 말로 대화를 나누곤 하였다. 그는 심판관에게 응답을 하곤 하였고, 아버지에게 탄원을 드렸으며 자기 친구와 말하는 투로 신랑과 즐거움을 나누곤 하였다. 실로 자기 자신의 전 존재를 여러 면으로 번제물이 되게 하기 위하여 그는 자기 눈앞에 어느 모로 보나 지극히 단순화된 자기의 모습을 놓곤 하였다. 그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마음속으로 자주 관상을 하곤 하였고, 외적인 사물들을 마음으로 그려봄으로써 자기의 영혼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곤 하였다. 기도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스스로 가 곧 기도였던 그가 주님께 빌어 얻고자 했던 그 하나를 향하여 그는 그의 전 존재를 바쳐 자신의 모든 집중과 열정을 이끌어갔다.
이런 것에 친숙해진 그의 마음에 어떤 감미로움이 스며 있을 거라고 독자(讀者)는 생각하는가? 그만이 알고 있다. 나는 다만 놀랄 뿐이다. 그것을 체험한 자만이 알분, 그렇지 않으면 모른다. 이와같이 해서 타오르는 열성적인 정신으로 가득 채워져, 그의 온 모습과 온 영혼이 하나로 녹아들어 그는 이미 천상 왕국의 높은 고을에 거하였다.
복되신 사부님은 성령의 방문을 부주의로 그저 지나쳐 버리게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러한 기회가 오면 그것을 좇았으며, 주께서 허락하시는 한 이와같이 그에게 찾아온 감미로움을 즐기곤 하였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몰린다든가 혹은 여행에 마음을 써야 할 때 조금씩 어떤 은총의 손길을 느낄라치면 가장 달콤한 만나를 거듭거듭 받아서 맛보곤 했다. 길을 갈 때에도 그의 동료를 앞에 가게 하고 그는 새로운 영감의 결실을 맺도록 하기 위해서 가만히 뒤에 서 있곤 함으로써 은총을 헛되게 하는 일이 없었다.38)
제 62 장
열심히 성무일도를 바침
96. 프란치스꼬는 성무일도를 경건하고도 열심히 바쳤다. 비록 그가 눈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나 배앓이나 비장, 간장에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에도39) 벽이나 담에 몸을 기대지 않고 시편을 바쳤고, 늘 모자를 벗고40) 눈길을 다른 데에 주지 않고 분심잡념 없이 바쳤다.
그는 걸어서 세상을 다닐 때에도 성무일도를 바치기 위하여 언제나 발길을 멈추었다. 말을 타고 있을 때에는 말에서 내렸다.
그가 어느 날 로마에서 돌아올 적에 계속하여 비가 내렸다. 그는 성무일도를 바치기 위해서 말에서 내렸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는 통에 그는 비로 흠뻑 젖어 버렸다. 그가 언젠가 이야기하였다 : “장래에 벌레의 먹이가 되어 버린 육신도 조용하게 그 음식을 취합니다. 하물며 영혼이야 실로 평화롭고 고요한 가운데 그 음식인 하느님을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63 장
기도중에 일어난 분심잡념을 물리침
97. 프란치스꼬는 기도할 때에 헛된 분심잡념이 일면 그서을 대죄로 생각하였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철저히 보속하기 위하여 그 잘못을 고백하는 데에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런 태도로 노력을하여 파리같은 분심잡념이 거의 그를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그는 어느 사순절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하여 자유시간을 이용하여 작은 잔을 하나 만들었다. 어느 날 삼시경을 열심히 바치다가 우연히 작은 잔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음의 열정이 헤살당했음을 느꼈다. 마음의 소리가 하느님의 귓전에 가납되는 것이 차단되자, 그는 괴로운 나머지 삼시경이 끝난 다음에 형제들이 듣는 데서 말하였다 : “아아, 슬픕니다. 하잘 것 없는 일이 나를 덮쳐 나의 마음을 거기로 끌다니! 주님의 희생이 그것으로 방해를 받았으니 내가 주님께 그것을 희생물로 바치리라.” 이 말을 하고 그는 작은 잔을 불 속에 던져 태워 버렸다. 그가 말하였다 : “위대하신 임금님께 기도를 드리는 시간에 하찮은 분심잡념에 사로잡히다니, 부끄럽기도 하여라!”
제 64 장
무아경(無我境)
98. 그는 관상의 감미로움에 사로잡혔고 무아경에 도취되었다. 그것은 모든 인간적 이해를 뛰어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체험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언젠가 알려진 다음과 같은 사건을 통하여 그가 천상적인 단맛에 퍽이나 자주 빠져들었다는 것만은 우리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한 번은 그가 당나귀를 타고 보르고 산 쎄뽈끄로를41) 지나야 했었다. 그가 어느 나환자들의 집에서 잠시 쉬기를 원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람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다. 곳곳에서 남녀들이 그를 보기 위해서 왔다. 그러고는 그를 공경하는 마음에서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들이 그를 만지기도 하고 이리저리 흔들기도 하고 그의 투니카 조각을 잘라서 가져 가도42) 이러한 모든 일들에 그는 무감각한 듯하였다. 마치 죽은 송장처럼 그는 일어난 일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럭저럭 그들이 쉴 곳에 다다랐다. 보르고를 지난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도 딴 세상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이 천상의 묵상가는 언제 보르고를 지나왔느냐고 진지하게 물어왔다.
제 65 장
기도 후에 취한 태도
99. 그가 거의 딴 사람으로 변하여 개인 기도에서 돌아올 적에 그의 마음의 불이 남의 눈에 띄어 자신이 영예로와짐으로써43) 기도에서 얻은 것을 잃게 될까봐 그는 다른 이들과 같아지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그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가까운 동료들에게 자주 말하였다 : “하느님의 종이 기도중에 주님께로부터 새로운 위로를 받았을 때, 하느님의 종은 기도를 마치기 전에 눈을 하늘로 향하고 두 손을 합장하여 주님께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 ‘주여, 당신이 하늘로부터 이 죄많은 부당한 자에게 보내주신 위로와 감미로움을 이제 당신께 돌려드리오니 저를 위하여 보관해 두십시오. 저는 당신의 보물도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시오 : ‘이 세상에 있을 동안에는 저에게서 당신의 좋은 것들을 모두 가져 가십시오. 내세(來世)의 저를 위하여 그것을 보관해 두십시오.’” 그가 또 말하였다 : “그리고 기도하고 나올 때에는 마치 새로운 은총을 받지 못한 사람처럼 사람들에게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보일 것이며, 하나의 죄인으로 보이도록 할 것입니다.” 그는 말하곤 하였다 : “어떤 사람은 하찮은 상급을 받으려 하다가 고귀한 것을 잃는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하여 은혜를 베푸시는 하느님의 감정을 쉽게 상해 드립니다. 그러면 하느님은 은혜를 다시 베풀 마음이 사라지십니다.”44)
그러므로 그는 기도하러 일어날 때 아무도 모르게 살그머니 소리를 죽여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 가운데 아무도 그가 일어나 기도하고 있는 것을 모르곤 하였다. 그러나 밤에 잠자리에 들 때에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낼 때도 있었다. 그가 쉬러 가고 있다는 것을 모든 형제들이 눈치채게 하기 위해서였다.
제 66 장
기도중의 있는 그를 방문한 주교가 말(言)을 잃어버림
100. 성 프란치스꼬가 뽀르찌웅꿀라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자주 그랬듯이 그날도 아씨시의 주교가45) 친구를 찾아 그에게 왔다. 그는 그곳에 발을 딛자마자 예의도 없이 인기척도 내지 않고 곧바로 성인의 방으로 향하였다. 문에 노크를 하고 막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이걸 보시오! 고개를 디밀고 성인이 기도하는 것을 보았는데, 순간 떨려서 사지가 굳어버렸고, 말까지 잃어버렸다. 주님의 뜻에 따라 주교가 냅다 끌려나와 저만큼 뒤로 밀려났다. 그가 이 비밀을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든지 아니면 성인이 당신의 비밀을 더 계속할 만한 사람이었든지 둘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리둥절해진 주교가 형제들에게 와서 이른 첫마디 말이 자기 죄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말을 디시 하게 되었다.
제 67 장
어느 수도원장이 그의 기도의 힘을 느낌
101. 언젠가 삐루지아 교구에 있는 성 유스띠노 수도원의 원장이46) 성 프란치스꼬를 만나게 되었다. 수도원장이 말에서 재빨리 내려와 자기의 영혼 사정에 관하여 성 프란치스꼬와 몇 마디 주고받았다. 그러고 난 다음에 헤어지면서 겸손히 성 프란치스꼬에게 기도를 부탁하였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대답하였다 : “원장님,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수도원장과 성 프란치스꼬가 헤어지고 나서 조금 있다가 성인이 그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잠깐! 형제여, 약속으로 진 빛을 갚아야겠습니다.” 그는 기도를 부탁받으면 미루지 않고 약속을 빨리 실천하곤 하는 것이 한결같은 그의 습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성인이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는 동안, 그 원장은 전에 결코 체험한 적이 없는 따뜻함과 감미로움을 자기의 영혼에서 불시에 느꼈다. 원장은 자기를 잊고 무아경에 들어간 듯하였다. 그가 한숨을 돌리고 제 정신이 들어서야 성 프란치스꼬의 기도의 힘이었음을 깨달았다. 그후로 그는 형제회에 대한 깊은 사랑에 늘 불탔고47) 많은 사람들에게 그 일을 하나의 기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이와같이 하느님의 종들이 서로서로 작은 선물들을 베푸는 것은 그들다운 일이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일에서 관계를 맺는 것은 어울리는 일이다. 때때로 영적인 사랑이라고 불리우는 그런 거룩한 사랑은 기도의 열매에 흡족스러워한다. 거룩한 사랑은 물질적인 선물을 하지 않는다. 영신 전쟁에서 도움을 주고 받는 것과 그리스도 앞에서48) 기도를 주고받는 것이 거룩한 사랑의 특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그가 자기의 공로로 다른 사람을 이렇게까지 끌어올릴 수 있으니, 그의 기도가 얼마나 높은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독자는 생각하는가?
성서에 대한 성인의 이해와
그의 말의 위력
제 68 장
그의 지식과 기억력의 정도
102. 비록 이 복된 사람이 지식을 배우면서 자라지는 않았지만,49) 높은 데서 내려오는 하느님에 관한 지혜를 파악하였고 영원한 빛을 받아서 성서에 깊은 이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총명하였고 오염되어 있지 않아서 신비가 그에게 스며들었고, 사랑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그 사랑으로 학자들의 학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것을 꿰뚫었다. 때때로 그는 성서를 읽었고 한 번 기억한 것은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 놓았다. 그는 무심히 한 귀로 흘려듣는 일이 없었고, 들은 것은 부단한 정열로 묵상하였기 때문에 그의 기억력은 책을 대신할 만했다. 배우고 읽는 데에는 이 방법이 효과적이며, 천 권의 책을 훑는 것보다 낫다고 그는 가르쳤다. 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갈망을 첫 자리에 놓는 사람을 참다운 철학자라고 여겼다. 성서를 주제넘지 않게 겸허히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에서 하느님에 관한 지식으로 쉽게 옮겨간다고 그는 자주 말하였다. 그는 자주 의문투성이의 문제들을 말로 설명하였고, 말 재주는 없었지만 이해력과 덕행에서 탁월함을 보여 주었다.
제 69 장
도미니꼬회 형제에게 해석해 준 예언자의 말씀
103. 프란치스꼬가 시에나에 머물고 있을 때, 도미니꼬회 형제 하나가 그곳에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는 영적인 사람이었으며 신학자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찾아 뵙고 그는 성인과 더불어 한동안 즐거워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관하여 환담을 나누었다. 이 신학자는50)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에 관하여 프란치스꼬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네가 악한 사람에게 그의 악함을 일러 주지 않으면 나는 너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51)라는 구절이었다. 그가 말하였다 : “훌륭하신 스승님, 제가 알기로는 절망적인 죄악의 상태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허나 저는 그들의 악한 점을 지적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의 영혼이 저의 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까?” 복되신 사부님은 당신은 배운 데가 없는 사람이라서 자기가 성서의 뜻을 설명하기보다는 권위있는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오히려 지당한 일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겸손한 신학자가 말하였다 : “형제여, 식자(識者)들의 해석은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형제 자신의 견해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일반적인 뜻으로 본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종은 그 생활과 청정함에서 활활 불타올라야 합니다. 그 결과 그의 표양에서 나오는 빛과 행실로 그는 악한 사람 모두를 책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그의 탁월한 생활과 명성의 향기가 모든 이들에게 그들의 악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그 사람은 깊은 감동을 받고 그 자리를 물러나왔다. 그리고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나의 형제들이여, 순결한 생활과 관상(觀想)에 기초를 두고 있는 이 사람의 신학은 고공(高空)을 나는 한 마리의 독수리입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지식이라는 것은 땅에 엎드려 기어 다니는 꼴입니다.”
제 70 장
어느 추기경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분명한 해답을 줌
104. 프란치스꼬가 로마에 있는 어느 추기경의 집에 있던 때가 있었다.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에 관하여 질문을 받으면 그는 누가 들어도 그분이 늘 성서 안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리만큼 심원한 뜻을 밝혀냈다. 추기경이 그에게 말했다 : “나는 당신을 학식있는 분이 아닌 다만 하느님의 영(靈)을 모시고 있는 분으로 여기고 질문합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의 답변을 기꺼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 답변이 하느님에게서 연유하는 것임을 하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 71 장
성서를 읽어 드리겠다고 하는 형제에게 답함
105. 프란치스꼬가 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에 한 번 그의 동료가 말하였다 : “사부님, 당신은 언제나 성서에서 피난처를 구했지요. 그리고 성서는 언제나 당신 고통을 치료해 주었지요. 지금 당신께 예언서를 읽어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마도 당신의 영혼이 주님 안에서 기뻐할 것입니다.” 성인이 그에게 말했다 : “성서를 읽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성서에서 우리 주 하느님을 찾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나는 묵상을 하고 마음에 되새겨 보기에 충분할 만큼 이미 성서의 많은 부분을 나의 것으로 삼았습니다. 아들이여, 나는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없습니다. 나는 불쌍하게 십자가에 달리신 가난하신 그리스도를 알고 있습니다.”
제 72 장
빠치피꼬 형제가 성인의 입에서 번쩍이는 칼
106. 안꼬나의 마르키아에 세속 사람 하나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구원 문제를 망각한 채 하느님을 모르고 헛된 일에 자신을 완전히 던져버린 사람이었다. 그는 저속한 노래로 한 가락 하는 자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고, 유행가나 지어내는 작곡가였기 때문에 그를 이름하ㅕ 시의 왕이라고 불렀다. 간단히 말해서 세속의 영광이 그를 치켜올려 황제에게서52) 화려한 관(冠)을 받아 머리에 쓸 정도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어두움 속을 걷고 허무의 줄로 죄를 잡아당기고53) 있는 동안,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은 그를 불러 버림받아 멸망치 않게54) 할 생각이었다.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복되신 프란치스꼬와 이 사람이 가난한 수녀들의 어느 봉쇄 수녀원에서55) 서로 만났다. 복되신 사부님이 동료들과 함께 그의 딸들을 만나러 그곳에 왔었고, 그 사람은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친척 하나를 면회하러 왔었다.
주님의 손길이 그에게 내렸고 이리하여 그는 대단히 번쩍이는 두 개의 칼로 십자형을 이룬 성 프란치스꼬를 육신의 눈으로 보았다. 하나의 그의 머리에서 발끝으로, 또 하나는 가슴을 가로질러 양팔로 서로 교차하였다.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몰랐었다. 그러나 이렇게 큰 기적을 통해서 프란치스꼬를 알기에 이르렀다. 그는 이러한 환시에56) 깜짝 놀라서 생활을 개선하기로 결심하였지만 미루었다가 하기로 했다. 복되신 사부님이 먼저 모든 이에게 한꺼번에 설교를 한 다음에 하느님의 말씀의 칼로 그 사람을 겨누었다. 그를 한쪽으로 따로 불러 이 세상의 허망함과 하찮음에 관하여 그에게 부드럽게 권면하였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온 하느님의 심판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어서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실행에 옮기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사람들 가운데서 나를 빼내어 위대하신 황제께 데려다 주십시오.” 다음날 성인이 그에게 옷을 입혔고, 하느님의 평화로 돌아왔다는 뜻으로 빠치피꼬 형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이 사람의 회두는 그의 헛된 친구들이 폭이 넓었던만큼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복되신 사부님의 무리에서 즐거워하는 동안 빠치피꼬 형제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특은을 체험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형제들에게는 감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허락이 두 번째로 내렸다. 얼마 안 있어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이마에서 커다란 타우57) 자(字)를 본 것이다. 그 글자는 다양한 색조의 원을 그리는 공작새의 아름다움을 띠고 있었다.
제 73 장
설교의 효과와 이에 대한 어느 의사의 증언
107. 복음 전파자인 프란치스꼬는 말보다 덕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만큼, 배움이 짧은 사람에게는 알아듣기 쉽고 단순한 예를 들어 설교하였지만 영적인 사람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명력이 넘치는 심오한 말로 설교하였다. 그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몇 마디 말로 암시하였고, 말과 함께 열렬한 몸짓으로 청중을 온전히 천상사물로 이끌었다.58) 그는 일정한 형식을 사용하지 않았다.59)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꾸며서 준비하지 않았다. 오직 참다운 힘과 지혜이신 그리스도만이 그의 목소리에 힘을 주셨다.60)
학식있고 설득력있는 어느 의사가61) 언젠가 말했다 : “본인은 다른 이들의 설교는 말마디까지 기억하게 됩니다. 그런데 유독 성 프란치스꼬가 말하는 것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외워 두려고 하면 도무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 같지가 않습니다.”
제 74 장
실베스떼르 형제를 중재로하여 말씀의 힘으로
아레쪼에서 악마를 몰아냄
108. 프란치스꼬의 말은 사람들 가운데에 있을 때에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다른 이를 통하여 전달되어도 그 뜻을 성취하지 아니하고는 그냥 되돌아오지 않았다.62) 언젠가 그가 아레쪼 고을에 오게 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고을 전체가 내란으로 파멸에 직면하여 몹시 떨고 있었다. 하느님의 사람이 그 근방의 한 마을에 묵었다. 그는 그 고을 위에서 악마들이 희희낙낙거리며 마을 주민들을 충동질해서 서로 파멸하도록 하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훌륭한 단순성을 지닌 하느님의 사람인 실베스떼르 형제를63) 불러 그에게 명하여 말하였다 : “저 마을 입구로 가시오. 그리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대신하여 악마들에게 당장 그 마음을 떠나라고 명하시오.” 충성스러운 단순성을 지닌 그 형제는 명을 받들어 서둘러 이행하려 하였다. 이리하여 주님 앞에 송가를 부르며64) 문앞에서 크게 소리질렀다 : “전능하신 하느님을 대신하여 그리고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의 명(命)으로 이르노니, 악마들아! 여기서 모두들 썩 물러가거라!” 그로부터 금방 고을이 평화를 회복하였고 사람들은 큰 안정에 들어가 고을 법을 지켰다.
얼마 후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그들에게 설교할 때에 서두에서 말하였다 : “여러분은 한때 마귀에 정복당하여 속박되었던 분들입니다. 그러나 한 가난한 사람의 기도로 여러분이 행방되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제 75 장
실베스떼르 형제의 회두, 그리고 그가 본 환시
109. 나는 영(靈)이 어떻게 작용하여 그를 형제회에 들어오게 하였는지에 관하여 앞서 말한 실베스떼르의 회두를 이야기하는 것이 현재로서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실베스떼르는 아씨시 읍에 사는 재속 사제였었다.65) 그런데 하느님의 사람이 그에게서 성당을 수리하는 데66) 쓸 돌을 산 적이 있었다. 이 사제는 언젠가 가난한 형제의 수도회에서 성인을 따라서 첫번째67) 작은 나무 구실을 했던 베르나르도 형제가 재물을 온통 포기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보자 이 사제는 굶주린 듯한 탐욕이 발동하였다. 그는 자기에게 프란치스꼬가 지불한 가격은 정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 돌에 대하여 하느님의 사람에게 불평을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그 사제의 영혼이 탐욕의 독(毒)에 물들어 있음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욕심의 불꽃을 끄게 하려고 그는 사제의 손에 돈을 계산하지 않고 쥐어 주었다. 사제 실베스떼르는 그 돈을 받은 것이 못내 기뻤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관대함이 의아스러웠다. 집에 돌아와서도 자주 그 일을 떠올렸다. 이렇게 나이가 들었으면서도 아직도 세상을 사랑하고 있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자책을 하였다. 이윽고 그는 선(善)의 향기에68) 휩싸였고,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당신 자비의 가슴을 보여 주셨다.
위대한 가치를 지닌 프란치스꼬의 일을 그리스도께서 그에게 환시로 보여 주셨다. 그의 일들은 그리스도 앞에서 휘황찬란한 광채로 빛났고, 거대하게 온 세상을 메웠던 것이다. 그는 꿈에서 황금 십자가가 프란치스꼬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 황금 십자가의 끝은 하늘에 닿아 있었고, 펼친 두 팔은 세계의 양끝을 가슴에 품듯 안아 싸고 있었다. 그것을 보니 양심에 가책이 되었다. 그 사제는 더 지체해서 이익될 것이 없다 싶어 훌훌 털어버리고 세속을 떠나 하느님의 사람을 따라 완벽한 모방자가 되었다. 그는 형제회에서 완덕으로 살기 시작하였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완덕으로 삶을 끝마무리하였다.69)
프란치스꼬는 언제나 십자가와 더불어 사는 일에만 온통 마음을 썼으니 그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양으로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 이상한가? 신비롭게도 십자가가 그분 안에서 내면적으로 뿌리를 내려 좋은 토양에서 그것이 솟아나 이렇게 선명하게 꽃들이 피고 잎이 우거지고 열매를 맺는 일이 당연하면 당연하지 무엇이 놀랍겠는가? 이러한 토양에서는 딴 것은 솟아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신비로운 십자가가 처음부터 프란치스꼬라는 땅을 그 차지로 삼았던 까닭이다.
그만 주제로 돌아가자.
제 76 장
마귀의 공격에서 풀려난 형제
110. 한 형제가 오랫동안 정신적인 유혹으로 마귀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러한 유혹은 육신적인 유혹보다 더 교묘하고 더 해로웠다. 결국에는 그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와서 겸손하게 그의 발 아래 엎드렸다. 비탄에 빠져 비통의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애로우신 사부님이 그를 측은하게 여겼다.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성인이 직감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 “악마들아, 하느님의 권능으로 명하노니, 지금까지 네가 감히 해 온 식으로 더는 형제를 공격하지 말아라!” 그러자 곧 암흑의 어두움이 사라지고 그 형제는 풀려나 일어섰다. 그는 더 이상 그러한 고통을 받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하였다.
제 77 장
어린 양을 잡아먹은 못된 암퇘지
111. 프란치스꼬의 말이 짐승에게까지도 놀라운 결과를 낸다는 사실을 다른 곳에서도70) 밝힌 바 있다. 그렇지만 나의 수중에 들어온 한 가지 예를 또 들어 보도록 하겠다. 어느 날 밤, 지존하신 분의 종이 굽비오 교구에 있는 성 베레꾼두스71) 수도원에 묵고 있었다. 그날 밤 양이 새끼를 낳았다. 마침 매우 악랄한 암퇘지 한 마리가 거기에 있었다. 그 암퇘지가 순진한 양을 가만두지를 않고 그만 채다가 죽여 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사람들이 어린 양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암퇘지가 비행의 주범임을 알았다. 사랑 많으신 사부님의 이 소식을 접하고 그만 불쌍한 마음이 솟구쳤다. 또 다른 어린 양을72) 생각하고 죽어있는 어린 양 앞에서 사뭇 서러워하였다. 모든 사람 앞에서 말하였다 : “슬퍼라! 형제인 어린 양이여! 순결한 동물이여! 너는 모든 인류에게 언제나 유익한 일을 재현하는구나! 너를 살해한 그 나쁜 짐승에게 앙화가 있으리라! 사람이나 짐승이나 그 누구도 이 돼지를 먹지 말지어다!” 그의 말은 기묘하기도 하다! 그 사악한 암퇘지는 금방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더니 삼일 동안 징벌의 고문을 당하고 끝내 복수의 죽음을 당하였다. 암퇘지는 수도원의 구덩이에 던져졌고, 그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나무 판자떼기 같이 말라비틀어졌다. 그때까지 어떤 굶주린 짐승의 먹이도 되지 못하였다.
여자에게 호감을 가지는 일
제 78 장
여자와 친근해지기를 피함, 그리고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태도
112. 여자와 친근해지는 일은 무릇 달콤한 독(毒)이며 거룩한 사람까지도 길을 잘못 들게 한다. 그러니 그러한 일은 온전히 피해야 한다고 프란치스꼬가 명하였다.1) 그는 이러한 일로 약한 사람이 빨리 꺾이는 것을 두려워하였고, 강한 사람도 흔히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가장 완벽한 사람이 아닐진대, 여자와 접촉해서 나쁜 물이 들지 않기란 성서에 있는 말씀대로 숯불 위를 걸어가면서 발을 데지 않는 일만큼이나2)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늘 모든 덕행의 모범으로 자신을 보여 주어 행동으로 가르쳤다.3) 과연 여자는 그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였다. 독자는 프란치스꼬가 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하나의 경고나 모범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그것은 차라리 두려움이나 공포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수다스럽게 여자들과 말을 하는 것이 난처하게 느껴질 때에는 그는 얼굴을 숙이고 겸손하게 간략한 말을 해주고4) 침묵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가끔 그는 하늘을 우러러 보았고, 땅에서 지껄이는5) 자들에게 주는 해답을 그곳에서 끌어내는 듯하였다.
그러나 거룩한 열정의 힘으로 마음 안에 지혜의 집을 간직하게 된 여성들에게는 놀랍고도 짤막한 말로 그는 가르쳤다. 그는 여자와 이야기할 때에는 누구에게나 들리도록 하기 위하여 말을 크게 하였다. 그가 한 번 동료에게 말하였다 : “사랑하는 형제여, 진실을 말하지요. 나는 얼굴을 봐도 그 여자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두 여자만 빼고6) 말입니다. 두 여자의 얼굴은 내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외에는 모릅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사부님! 여자들을 바라보면 아무도 거룩해질 수 없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나도 말하겠다. 그것은 유익을 가져오기보다 크나큰 손실을 가져온다. 최소한 시간만 생각해도 그렇다. 여자라는 것은 어려운 길을 걷는 사람들과 인자하신 정이 흐르는 하느님의 얼굴을7) 우러러보려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장애거리다.
제 79 장
여자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비유
113. 프란치스꼬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불순한 눈과 늘 전투를 벌이곤 했다 : “대단히 힘센 왕 하나가 사자(使者) 둘을 따로따로 여왕에게 보냈다. 첫째 사자가 돌아와 빈틈없는 말로 그녀가 전하는 말만 아뢰었다. 현인의 눈은 머리가 있기에8) 그는 이말저말 하지 않았다. 다른 사자도 돌아왔다. 그녀가 전하는 말을 몇 마디로 한 다음에 그 부인의 미모에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가 아뢰었다 : ‘전하, 실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녀를 즐기는 남자는 행복합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 ‘이 사악한 종아,9) 네가 나의 부인을 불순한 눈으로 보았단 말이냐? 그다지도 눈여겨보다니, 차지하려는 뜻이 있음이 분명하도다.’ 첫째 사자를 다시 부르도록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 ‘그래, 너에게는 여왕이 어떻게 비치더냐?’ 그가 아뢰었다 : ‘그녀는 조용히 듣고 현명하게 대답하였다. 그녀를 아주 좋게 생각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 ‘아름답지는 않더냐?’ 그가 아뢰었다 : ‘전하, 그것은 전하의 일입니다. 제가 할 일은 오직 소식을 전해 드리는 일뿐입니다.’ 그러자 왕이 선언하였다 : ‘그대는 순결한 눈을 가졌고 육신은 더욱 순결하니, 나의 궁궐에서 일하라. 그러나 저 자는 내 집에서 쫓아내어 나의 내실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하라.’
또한 복되신 사부님이 말하곤 하였다 : “너무 안전하면 적에 대하여 경계를 게을리합니다. 악마는 사람의 머리카락 하나를 뽑아 키워서 이내 대들보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악마는 유혹했던 사람을 몇 년이 넘도록 아직 떨어뜨리지 못했으면, 지체되었다고 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그를 손아귀에 넣으려고 합니다. 이것이 마귀의 일입니다. 악마는 낮이나 밤이나 이 일 때문에 바쁩니다.”
제 80 장
필요 이상의 친절에 대한 성인의 표양
114. 단식으로 몸이 쇠약해져서 성 프란치스꼬가 베박냐로10) 가다가 그곳에 도착을 못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동료가 어느 영적인 부인에게 전갈을 보내어 성인을 위해서 겸손되어 빵과 포도주를 청했다. 그 여자가 이 소식을 듣고 필요한 것을 들고서 하느님께 허원을 한 동정녀인11) 자기 딸과 함께 성인에게 달려왔다. 성인이 원기가 회복되고 어느 정도 힘이 생기자 이번에는 그가 어머니와 딸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원기를 회복시켰다. 그러나 설교를 하는 중간에 그는 그녀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들이 떠난 다음 그의 동료가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 “형제여, 어찌하여 당신은 이다지도 성의를 가지고 달려온 거룩한 동정녀를 쳐다보지도 않습니까?” 사부님이 대답하였다 : “그리스도의 정배를 바라보기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있습니까? 내가 눈과 얼굴 표정으로 설교를 하니 그녀는 나를 바라보아야 했지만, 나는 그녀를 바라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프란치스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할 때마다, 고백성사나 흔히 하는 아주 짧은 권고를 빼고는 여자와의 대화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 “여자가 경건하게 거룩한 고백성사를 청핼 때나, 더 좋은 생활에 관한 영신지도를 청할 때를 제외하고 작은 형제가 여자와 관계할 일이 뭐가 있습니까?”12)
그가 당한 유혹들
제 81 장
성인의 유혹과, 유혹을 극복한 경위
115. 공로가 증가함에 따라 성인은 늙은 악마와의 불화가 더욱 잦아졌다. 그에게 더 큰 은총의 선물이 내려지면 유혹은 더욱 교묘했고, 그에게 퍼붓는 공격은 더욱 심했다. 비록 악마도 그를 싸움꾼이나13) 집요한 놈으로 번번이 인정하였고, 격투에서 조금도 양보하는 일이 없는 놈으로 인정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승리를 거두기만 하는 적에게 쉬지 않고 공격을 가하였다.
대단히 강력한 정신적인 유혹을14) 거룩하신 사부님에게 던진 일이 있었다. 물론 이 유혹도 그의 영광을 증가시키는 일로 그쳤지만 말이다. 그 결과로 그는 뼈를 깎아내는 번민에 빠졌다. 고통에 못이겨 그는 자기 육신을 학대하고 고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도하였고 쓰라리게 울었다.15)
그렇게 몇 년을 휘둘리고 나서 어느 날 그는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기도를 올렸다. 마음속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프란치스꼬야, 너에게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라’해도 그대로 될 것이다.”16) 성인이 대답하였다: “주여, 어떤 산을 제가 옮기기를 바라십니까?“ 또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 산은 너의 유혹이다.” 프란치스꼬가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였다: “주여,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곧 모든 유혹이 물러갔고, 그는 거기에서 풀려나와 마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온전히 고요로와 졌다.
제 82 장
악마가 프란치스꼬를 부르며 성욕으로 유혹함,
그리고 성인이 그것을 극복한 경위
116. 사르띠노에 있는 형제들의 은둔소에서 생긴 일이다.17) 하느님의 자녀들을 항시 질투하는 그 악마가 성인을 거슬러 대담하게도 다음과 같은 짓을 하였다. 거룩함이 날로 증가하고, 어제 벌였다고 해서 오늘의 벌이에 등한하지 않는 성인을 보고, 자기 방에서 밤에 기도하고 있는 프란치스꼬를 악마가 세 번 불렀다: “프란치스꼬! 프란치스꼬! 프란치스꼬!” 그가 대답하였다: “무엇을 원하십니까?”그러자 저쪽에서 대답하였다: “마음만 바로잡으면 이 세상에는 주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시는 죄인이 없다. 그러나 모진 고행으로 자신을 파괴하는 자는 결코 누구도 자비를 입지 못할 것이다.” 성인은 현시를 통하여 자기를 다시 미지근해지도록 유도하는 원수의 교묘한 술책임을 일시에 감지하였다. 그리고 나서? 원수가 멈추지 않고 새로운 유혹으로 싸움을 걸어왔다. 원수는 자기 올가미가 그렇게는 숨겨지지 않음을 파악하고 다른 올가미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소위 육(肉)의 미끼였다.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다. 정신의 교묘한 수법까지 꿰뚫어보았기 때문에 성인은 육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리하여 이번에는 악마가 가장 격한 성욕으로 그를 유혹하였다. 그러나 복되신 사부님은 이를 눈치채고 옷을 벗어 던지고 다음과 같이 말하며 채찍으로 자신을 매우 심하게 때렸다: “자, 당나귀18) 형제야, 너는 이 꼴일 수밖에 없다. 채찍을 맞아 싸다! 투니카는 수도원의 소유이니 훔칠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러니 네 갈 길을 가고 싶거든 가라!”
117.그러나 그는 사지가 부르트도록 매질을 해도 그 유혹이 그를 떠나지 않았음을 알고는 방문을 열고 뜰로 나가서 눈더미에 알몸으로 딩굴었다. 눈을 한움큼씩 쥐어서 그것으로 눈사람 일곱 덩어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기 앞에 놓고 자기 몸에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보라, 이 조금 튼 것은 너의 마누라다. 그리고 이것들 넷은 너의 두 아들이고 두 딸이다. 나머지 둘은 너에게 시중들어야 할 너의 종과 하녀다. 서둘러서 이것드르의 옷을 입혀라! 얼어죽을 지경이니 말이다. 이것들을 보살피는 일이 그다지도 짐스럽다면 하느님 한 분만이라도 열성적으로 섬겨라!” 그제서야 악마가 당황하여 재빨리 사라졌다. 그렇게 하여 성인은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마침 그때에 기도를 하고 있던 어느 영적인 형제 하나가 밝은 달빛 아래 이 모든 장면을 환히 지켜보았다. 성인이 후에 이 형제가 자기를 그날 밤에 본 것을 알고 심히 당황하여, 자기가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제 83장
어떤 형제를 유혹에서 구해 줌, 그리고
유혹을 통해서 얻는 선(善)
118. 유혹을 견디고 있던 형제 하나가 우연한 기회에 성인과 단 둘이만 있게 되었을 때,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자애로우신 사부님,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그 즉시 유혹으로부터 해방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그 유혹은 저의 힘에 부칩니다. 그리고 사부님도 이것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아들이여, 당신에게 그러한 유혹이 있는 까닭에 나는 당신이 진실로 더욱 하느님의 종이라고 생각하니, 나의 이 말을 믿으시오. 그리고 이걸 좀 아시오. 당신이 유혹을 받으면 받을수록 당신은 나에게서 더욱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덧붙였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에게 이 말을 합니다. 아무도 유혹과 시련이 걷힐 때까지는 스스로를 하느님의 종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겨낸 유혹은,” 그가 말하였다, “어쩐 의미로는 주님께서 당신 종의 영혼을 당신의 신부로 맞아들이시는 반지입니다. 오랫동안 쌓아 놓은 공로를 늘어놓는 이들이 많고, 어떤 유혹도 당하지 않은 것을 기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겁만 주어도 싸움 앞에서 무너지는 까닭에 주님께서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연약함을 고려하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덕행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에는 격렬한 싸움이 사람 앞에 가로놓이는 법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악마들이 프란치스꼬를 친 방법
제 84 장
악마들이 그를 공격한 방법, 그리고
대저택의 뜰을 피해야 함
119. 이 사람은 사탄한테 유혹으로 공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사탄과 백병전까지 치렀다. 거룩한 십자가의 레오 추기경으로부터19) 당신과 함께 로마에 잠시 머물러 달라는 청을 받고 그는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아홉 개의 둥근 천정으로 된 성채를 택하였다. 성채의 둥근 천정은 마치 은둔자들을 위한 작은 방과 같았다. 그가 거기서 하느님께 열렬히 기도를 바친 다음 쉴 참이었는데, 그 첫밤에 악마들이 침입하여 하느님의 성인과 적개심에 불타는 싸움을 벌인ㄹ 채비를 하였다. 악마들이 그를 한참 지독스럽게 두들겨팼다. 그리고 마지막에 반쯤 죽여 놓고 그를 떠나갔다. 악마들이 사라지고 성인은 호흡이 돌아오자 둥근 천정 밑에서 자고 있는 그의 동료를 불러 그가 오자 말하였다: “형제여, 혼자 있기가 무서우니 내 곁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전에 악마들이 나를 쳤습니다.” 성인은 마치 심한 열병에 걸린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며 사지를 흔들고 있었다.
120. 그렇게 온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나서 성 프란치스꼬가 자기 동로에게 말했다: “악마들은 우리가 분에 넘쳤던 것을 벌하시려고 주님께서 도구로 쓴신 우리 주님의 부하들입니다.20) 하느님의 종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 종에게 하느님께서 벌하시지 않은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크나큰 은총의 표시입니다. 나는 하느느미의 자비로 보속하게 되어 씻어내지 않은 죄가 내 기억에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분은 부성적인 자비로 내가 기도할 때나 관상을 할 때에 그분을 즐겁게 해 드린느 것과 불쾌하게 해드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황공하옵게도 나에게 늘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내가 높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이 좋은 뜰에 머무르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표양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분의 부하들이 나를 공격하도록 허락하신 것 같습니다. 가난한 곳에서 살고 있는 나의 형제들이 내가 추기경들과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을 들으면 아마 내가 많은 안락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할 것입니다. 그러니 형제여, 내가 이 좋은 뜰을 떠나 고초를 견디며 그같은 일들을 참아내고 있는 형제들을 강하게 하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하니의 모범으로 되어 있는 나에게21)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다음날 아침 그들은 추기경에게 가서 상세히 이야기를 한 다음에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러므로 궁정 사목을 하는 형제들은22) 이 사실을 주목하시라. 그대들은 어미니 배에서 나온 팔삭동이들임을 아시라. 나는 순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야심과 나태와 사치를 비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순종이 문제라는 경우는 특별히 프란치스꼬를 모범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마땅치 않게 생각하실 일에 대해서도 아량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항용 그러한 일이 사람에게는 즐겁기 때문이다.23)
제 85 장
앞 항목에서 언급한 일의 실례(實例)
121. 내가 보기에 간과해 버릴 수 없는 일 하나가 생겼다. 몇몇 형제들이 궁정에서 기거하는 것을 한 형제가 보더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공명심에 사로잡혀 그들과 함께 궁정 사목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온통 궁정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가 잠에서, 그러한 형제들이 거처하던 곳을 벗어남으로써 형제들과의 생활에서 격리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들이 매우 더럽고 지저분한 돼지 밥그릇에서 사람똥과 뒤섞여 있는 완두콩을 먹고 있는 것도 보았다. 이것을 보자 그는 기겁을 하여 날이 밝기 훨씬 전에 잠을 깨서, 더 이상 궁정에 갈 뜻을 품지 않게 되었다.
제 86 장
어는 한적한 곳에서 악마의 공격을 견디어 냄,
그리고 어떤 형제의 환시
122. 성인이 한 동료와24) 함께 민가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성당에25) 간 적이 있었다. 그는 혼자 기도를 하고 싶어져 동료를 보내며 말하였다: “형제여, 오늘밤은 혼자 여기서 머물고 싶습니다. 병원에26) 가셨다가 새벽녘에나 나에게 오도록 하시오.” 이리하여 그는 혼자 남아서 오랜 시간에 걸쳐 주님께 열렬한 기도를 바쳤다. 충분히 기도한 다음에 눈을 붙이려고 자리를 보았다. 그러자 돌연 번민에 빠져27) 그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였고 심한 번민에까지 갔다.28) 그는 전신을 떨었다. 그는 악마들이 그를 대적하여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악마들의 전 부대가 그 집 지붕을 사뭇 시끄럽게 돌격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는 즉각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그의 이마에 성호를 긋고 말하였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마들아 나의 몸을 너희 마음대로 하라. 나는 이 일을 달게 견디어내겠다. 나에게는 나의 몸보다 더 큰 원수가 없기 때문이다.29) 너희가 나의 몸에 내 대신 원한을 풀어봐야 그것은 나의 적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다.” 악마들이 그의 마음을 놀래키려고 집합했다가, 비록 그의 몸은 말을 안 들어도 그의 마음은 간절하다는 것을30) 보자, 당황하고 무안스러워 황급하게 사라졌다.
123. 아침이 되어 그의 동료가 그에게 돌아왔다. 그는 성인이 제대 앞에서 부복하여 있는 것을 보고 성가대석 뒤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십자가 앞에서 잠시 열렬히 기도를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는 탈혼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는 하늘의 수많은 옥좌 가운데에서 다른 것들보다 더 영에로운 옥좌 하나를 보았다. 그 옥좌는 보석으로 꾸며져 있었고, 지극한 영광으로 현란하였다. 그는 이 고귀한 옥좌에 내심 놀라서, 그 옥좌가 누구의 차지가 될까 하고 가만히 어림해 보았다. 그가 이러한 일들을 어림하고 있는 동안 그에게 어느 한 소리가 들렸다: “이 옥좌는 타락한 천사들 중의 한 천사의 것이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겸손한 프란치스꼬를 위해서 비워 두고 있다.” 그 형제는 끝에 가서 정신을 가다듬고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기도를 마친 것을 알았다. 그러자 다급하게 프란치스꼬의 발 아래에 십자가 모양으로 부복하여 이 세상에 살고 있지 않고 벌써 천국에서 다스리고 있는 듯한 그에게 말하였다: “사부님, 저의 죄를 벌하지 않으시도록 하느님의 아드님께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십시오.” 하느님의 사람이 손을 뻗어31) 그를 일으켜세우고32) 그가 기도중에 무언가를 보았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마지막에 함께 자리를 뜨며, 그 형제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질문을 던지며 말하였다: “사부님, 사부님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죄인 중에 가장 큰 죄인으로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어떤 악한을 이만한 큰 사랑으로 보살피셨다면, 아마 그는 나보다 열 배는 더 영적인 사람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33) 이 말에 성령이 즉각 그 형제의 마음 안에서 말하였다: “네가 본 환시는34) 참으로 사실임을 알아라. 바로 겸손이 이 지극히 겸손한 사람을 오만으로 잃어버린 그 옥좌에 올려 놓을 것이니 말이다.”
제 87 장
유혹에서 풀려난 형제
124. 수도원에서 오랜 기간 수도 생활을 한 영적인 형제 하나가 극심한 육(肉)의 유혹에 괴로움을 겪다가 거의 절망의 늪에 빠질 지경이 되었따. 나날이 그의 고통은 가중(加重)되었고 양심까지도 이제는 세심증(細心症)에 걸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고백성사를 보게끔 되었다. 만약에 그가 유혹에 조금이라도 떨어졌다면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사 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단지 유혹을 느꼈다는 것만으로는 그렇게 열성적으로 성사보는 것은 좋은 일이 못 된다. 그로서는 너무 창피스러웠던 나머지 한 사제에게 모두를 알리기가 망설여져, 죄가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잡념들을 나누어서 서로 다른 사제에게 부분적으로 고백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와 거닐게 되었다. 성인이 그에게 말하였다: “형제여, 앞으로는 아무에게도 고백성사를 보자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시오. 당신의 뜻과 관계없이 당하는 유혹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그것은 당신께 영광의 관을 준비해 주는 것이 되지 결코 그것은 당신의 죄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는 성인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음에 놀라면서도 크나큰 기쁨에 싸였고, 곧 그는 자신의 모든 문제에서 풀려났다.
마음의 참 기쁨
제 88 장
마음의 기쁨과 그에 대한 프란치스꼬의 노래,
그리고 실의가 가져오는 해로움
125. 성 프란치스꼬는 원수의 수많은 올가미와 간계에 대항하는 가장 안전한 대처는 마음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가 말하곤 했다: “악마는 하느님의 종에게서 마음의 기쁨을 태 갈 수 있을 때 통쾌해합니다. 악마는 먼지를 뿌려서 양심의 메한 틈새에까지 파고들려 합니다. 그렇게 해서 곧은 마음과 깨끗한 생활을 얼룩지게 합니다. 그렇지만 마음에 기쁨이 충만하면 뱀이 맹독을 뿜어도 허사입니다. 악마들도 그리스도의 종이 거룩한 기쁨에 충만해 있는 것을 보면 해꼬지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혼에 우울한 생각이 들고, 어둡고 슬픔이 쌓이면 영혼은 그 슬픔에 압도되어 버리든가 아니면 헛된 즐거움을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성인은 반드시 마음의 기쁨 안에 거하려 하였고, 유쾌한 마음과 즐거움의 기름을35) 유지하려 하였다. 그는 대단한 주의를 기울여 실의(失意)라는 치명적인 병을 피하였고 조금이라도 마음의 실의를 느끼면 가차없이 기도로 달려갔다. 그가 말하곤 하였다: “하느님의 종이,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만약 어떤 형태로든지 마음이 혼란스러워지면 당장 일어나 기도해야 하며, 구원의 기쁨이 다시 채워질 때까지36) 지극히 높으신 아버지의 현존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슬픔으로 넋을 잃고 있으면37) 바빌로니아에서의 실의가 일어나38) 마지막에는 눈물로 씻어내지 않으면 지울 수 없는 녹이 마음에 슬 것입니다.”
제 89 장
천사들이 뜯는 기타 소리
126. 프란치스꼬가 눈을 치료받기 위하여 리에띠에39) 머물러 있는 동안40) 동료들 중에 세속에 있을 때에 기타 연주자였던 형제41) 하나를 불러 말하였다: “형제여, 세속의 자녀들은 하느님의 오묘함을 이해 못합니다. 악기라는 물건은 옛적에 하느님을 찬미하게끔42)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욕구가 그것을 그만 귀를 즐겁게 하는 수단으로 전락케 했습니다. 그러니 형제여, 기타 하나를 빌려다가 좋은 가사를 만들어 고통에 젖어 있는 나의 육신 형제에게 좋은 위안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 형제가 대답하였다: “사부님, 너무 부끄럽습니다.” 성인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형제여, 없었던 걸로 합시다. 다른 형제들의 평가에 손상이 오지 않도록 많은 일들을 포기한느 것은 좋은 일이니까요.”
다음날 밤 성인이 깨어 하느님을 관상하고 있는 참에 갑작스레 기타 소리가 들렸다. 기막힌 화음에다 무척이나 감미로운 선율이었다. 아무도 보이지 않고 다만 기타 연주자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소리의 높낮이만이 그 움직임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영혼이 하느님께 올라가 거룩하신 사부님은 감미로운 곡조에 흠뻑 취해서 딴 세상으로 끌려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는 바로 그 형제를 불러 일어났던 일을 상세히 이야기하고는 덧붙였다: “보시오, 사람이 뜯는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나는 훨씬 더 감미로운 기타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 90 장
마음이 즐거우면 불란서 말로 노래함
127. 시시로 프란치스꼬는 이런 행동을 하곤 하였다. 영혼의 감미로운 선율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면 그는 그것을 불어(佛語)로밖에 드러내곤 했다. 그의 귀가 남몰래 알아들은 하느님의 속삭이는 숨결이 불어로 기쁨의 노래가 되어 터져나오곤 했다.43) 우리는 눈으로 목격한 바이지만44) 때때로 그는 땅바닥에서 나뭇가지를 집어 왼팔로 떠받치고는 오른손으로는 끈으로 약간 휘어진 활을 잡고 마치 바이올린을 켜듯 그것을 켜는 것이었다. 그는 연주하듯 몸을 놀리며 주님께 불어로 노래를 하곤 하였다. 이러한 탈혼의 기쁨은 흔히 눈물로 끝을 맺곤 하였고, 그리스도의 수난이 그를 아프게 하여 기쁨의 노래는 슬픔에서 무너져버리곤 하였다. 그렇게 되면 이 성인은 한숨을 내쉬곤 하였고, 깊은 신음을 하며손에 들려 있는 하잘것없는 것들을 까맣게 잊은 채 하늘로 들어높여지곤 하였다.
제 91 장
슬픈 기색을 보이는 형제를 책망함,
그리고 행동을 권면함
128. 한번은 프란치스꼬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슬픈 기색을 보이는 어느 형제에게 말하였다: “사람 앞에서 슬픈 기색을 하며 낭패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하느님의 종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항시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죄는 당신의 방에서 반성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하느님 앞에서 울고 신음하십시오. 형제들엑게 돌아올 때는 슬픔을 없애고 다른 형제들과 어울리도록 하십시오.”45) 잠시 후 그가 또 말했다: “인간의 구원을 질투하는 마귀들이 나를 대단히 시기합니다. 그들은 나를 교란시키려다가 안 되니까 언제나 나의 동료들을 교란시키려 듭니다.”
여하튼 그는 마음에 기쁨에 차 있는 사람을 무척 사랑하였다. 그는 어떤 총회에서 모든 형제들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권고로 남겼다:“형제들은 겉으로 우울하고 슬픈 위선자의 모습을 하지 않도록 명심할 것이고, 오히려 주님과 기뻐하며 명랑하고 즐거워햐야 하며 분에 맞는 품위를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46)
제 92 장
육신이 군말을 못 하도록 다루는 요령
129. 성인이 이렇게도 말한 적이 있다: “육신 형제는 신중히 돌봐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육신은 거세게 몰아치는 나쁜 성미를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육신은 깨어 있어도 피곤할 줄을 모를 것이며, 기도중에도 참고 견딜 것이며 불평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며, 기도중에도 참고 견딜 것이며 불평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육신이 이렇게 말할는지 모릅니다: ‘나는 허기져서 약해졌습니다.47) 나는 당신의 수련이 부담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충분한 음식을 취하고도 그렇게 투덜대면 게으른 짐슴은 따끔한 맛을 보아야 하고 금뜬 당나귀에게는 회초리밖에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48) 사실을 아십시오.”
이것은 가르칠 때뿐이지 사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행동은 당신 말씀과 다르다.49) 그는 무고한 자기 육신을 지배하여 매와 궁핍으로 다스렸고, 애매하고도50) 무자비하게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 그의 뜨거워진 마음이 이미 육신을 가볍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그의 육신도 대단히 거룩해져서 영혼이 하느님을 목말라하듯이 육신도 그 몇배로 하느님을 목말라하였다.51)
헛된 기쁨
제 93 장
헛된 영광과 위선
130. 프란치스꼬는 참다운 영적 기쁨을 즐겨 맞이한 반면에 헛된 것은 애써 피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매진에 이바지하는 것들을 뜨겁게 사랑해야 하며, 반면에 해로운 것은 적잖이 신경을 써서 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느님의 눈을 거스르는 일을 단 한순간도 견디지를 못하여, 싹트기 전에 허영의 씨를 으깨 버리려 하였다. 사람들이 갖가지 칭찬이 자기에게 차례올 때에, 그는 울고 한숨쉬며 즉시 슬픈 기분으로 바뀌곤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어는 겨울에 그의 왜소하고 거룩한 육신이 허름한 옷조각으로 기운52) 투니카 한 벌만을 걸친 적이 있었다. 그의 동료이자 원장이엇던 형제 하나가 여우 가죽을 얻어 그에게 주며 말하였다: “사부님, 당신은 비장과 위장이 안 좋아 고생을 하니, 이 가죽을 투니카 안창에다 대고 기워 입으십시오. 주님을 향한 당신의 사랑에 제가 드리는 부탁입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시면 조금만이라도 배쪽에다 대십시오.” 성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정이나 이것을 나의 투니카 안에 대야겠으면 그와 똑같은 크기로 밖에도 댑시다.밖에 댄 가죽은 사람들에게 안에도 그같은 가죽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낼 것입니다.” 그 형제는 이 말을 듣고도 따르지 않고 고집을 부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형제가 양보하여 바깥쪽에도 가죽을 댔다. 이렇게 하여 프란치스꼬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하지 않게 되었다.
오, 당신의 말과 생활이 일치합니다. 안팎이 하나입니다. 당신은 수하 사람이 되든 장상이 되든 언제나 같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영예를 누려 온 당신은 욎겅니 영예나 사적인 영예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오나 살 위에 가죽옷을 입어야 한다고 말하며 고급 가죽옷을 입고 있는 그런 형제들의 마음까지 상하게 할 생각은 나에게 없습니다. 우리는 순수함을 잃은 사람들에게 가죽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53)
제 94 장
위선에 대한 자기 고백
131.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자 엄청난 군중이 그의 설교를 들으러 뽁기오54) 은둔소에 모인 적이 있었다. 프란치스꼬가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여러분들은 저를 거룩한 사람으로 믿고 이렇게 열성적으로 모이셨습니다. 그러나 실은 이번 단식기를55) 맞이하여 저는 돼지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자기가 병약하여 음식을 들지 않은면 안 되는 경우에도 이를 자주 식도락의 소치로 보았다.
제 95 장
허영에 댜한 자기 고백
132. 때때로 그의 마음이 허영으로 기울어질 때 그는 곧바로 그것을 모든 이 앞에서 재빨리 열어 보이곤 하였다.
그가 한번 아씨시 읍내를 지나가다가 어떤 노파를 만나 노파에게서 동냐을 달라는 청을 받았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망토 밖에 없어 그것을 신속히 그녀에게 주어 아량을 베풀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만족의 헛된 충동을 느꼈다. 그 즉시 그는 모든 사람 앞에서 자기가 품었던 이러한 허영심을 고백하였다.
제 96 장
자기를 칭송하는 자들에게 대답한 말
133. 그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좋은 선물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기려 하였따. 이 좋은 선물들을 칭찬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을 싫어하였으니, 그렇게 되면 그것이 자기멸망의 원인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뭇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으면 그는 자주 이런 말로 대답하고 하였다: “저를 완전한 사람으로 찬사를 보내지 마십시오. 저는 아직도 아들 딸을 낳을 수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그 끝이 아직 확실치 않은 사람은 찬사를 받아서는 아니 됩니다. 이러한 것들을 나에게 빌려 주신 분이 다시 이것들으 물려가려고 하면 나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욱신과 영혼뿐입니다. 이것은 믿음이 없는 자들도 가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를 칭찬하는 자들에게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는 이런 말을 하였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이렇게 기막힌 물건들을 한 강도에게 주셨다면, 프란치스꼬야, 그는 너보다 더 고마워했을 것이다.”56)
제 97 장
자화자찬하는 형제들에 대한 그의 말
134. 그는 자주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한 죄인도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지고 헛된 자만심으로 스스로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허물 많은 인간도 단식하며 기도할 수 있고, 울며 육신을 고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죄인은 이 일을 못합니다: 즉 죄인은 자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고, 그분을 충실히 섬기고,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것을 무엇이나 그분께 돌려드리는 일,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영광을 찾아야 합니다.
인간에게 가장 큰 원수는 인간의 육(肉)입니다.57) 육은 죄를 반성하여 아파할 줄 모르고, 죄를 두려워하여 예방할 줄 모릅니다. 오직 하나 육이 꾀하는 것은 현재를 오용(誤用)하는 일입니다. 더욱 나쁜 것은 육은 영(靈)에게 주어진 선물을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고 나서는 일이며, 그 영광을 자기의 영광으로 삼는 일입니다.58) 육은 사람들이 덕행들에게 주는 칭찬과, 밤샘이나 기도에 주는 경탄을 자기의 것으로 소유합니다. 육이 영에 남겨 놓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자기의 눈물의 대가까지도 영에게서 받아내려고 합니다.“
오상(五傷)을 숨김
제 98 장
오상을 묻는 형제에게 대답한 그이 말과
그것을 숨기려던 그의 노력
135. 지극히 높은 경지의 영혼으로부터도 마땅히 공경르 받아야 할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성흔을 프란치스꼬가 교묘한 방법으로 온갖 주의를 다하여 숨긴 일을 아무 말도 없이 지나칠 수는 없는 일다.59) 그리스도를 위한 진실한 살아이 이 연인을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형시켰던 애초부터 프란치스꼬는 그의 절친한 돌료들까지도 한동안 모를 만큼 온갖 주의를 기울여 그의 보물을 숨기고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느님의 섭리는 그것이 언제나 숨겨져,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이들의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노출된 손과 발의 부위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의 동료 하나가 어쩌다 그의 발등에 있는 성흔을 보고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이게 뭡니까, 착하신 사부님?” 프란치스꼬가 답하였다: “당신 일이나 하시오.”
136. 어느 때엔 그 형제가 프란치스꼬의 투니카 세탁을 맏았다. 옷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세탁물을 돌려드릴 때 그가 성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의 투니카에 묻어 있는 이게 무슨 피입니까?” 성인이 손가락을 자기의 눈에 대고 그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눈인지를 몰라서 무어냐고 묻는 것입니까?”
그는 손을 완전히 씻는 일이 드물었고 손가락만 씻었으며, 그렇게 해서 주위에 있는 형제들에게 자기의 비밀이 탄로나지 않도록 하였다.60) 그는 발도 거의 씻지 않았다. 그러나 씻을 때는 몰래 씻었다. 누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다고 하면 반만 내놓고 손가락에만 입을 맞추도록 하였다. 그는 옷소매로 손등르 덮고 소매만 내놓기를 자주 하였다. 그는 상처가 보일까봐 양털 양말로 발을 쌌고, 상처 부위에는 털이 거칠어 가죽을 대었다.
그렇게 했어도 거룩하신 사부님은 손과 발에 있는 성흔을 동료들로부터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그것들을 보면 불쾌해하였다. 그렇게 되니 그의 동료들도 조심스러워져, 그가 별 도리 없이 손과 발을 드러내 놔야 할 때면 눈길들을 다른 데로 돌렸다.
제 99 장
어느 형제가 거룩한 방법으로 속임수를 써서
오상을 훔쳐봄
137. 하느님의 사람이 시에나에 머물러 있을 적에61) 어는 형제가 브레쉬아에서62) 그곳으로 온 일이 있었다. 그는 거룩하신 사부님의 오상을 보기를 몹시 원하여 빠치피꼬 형제에게 도와달라고 끈질기게 졸라 댔다. 빠치피꼬 형제가 말하였다: “그러면 형제가 여기를 떠날 때에 내가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나에게 손을 내밀면 내가 당신께 눈짓을 할 테니 그때 보십시오.” 이리하여 떠날 채비를 하고 둘이 성인에게 와서 무릎을 꿇고 빠치피꼬 형제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말하였다: “지극히 사랑하올 어머니,63)우리에게 강복을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손을 주십시오. 입을 맞추겠습니다.” 마지못해 그가 내놓은 손에 빠치피꼬 형제가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형제에게 보라고 신호를 보냈다. 다른 손도 요구하여 입을 맞추고는 그 형제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이 떠나자 성인도 어쩐지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64) 사실 거룩한 방법의 속임수였다. 그는 그러한 거룩한 호기심을 불경한 일로 판결을 내리려고 빠치피꼬 형제를 즉각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형제여, 주께서 당신을 용서하시기를 빕니다. 때때로65) 형제는 나를 무척이나 괴롭게 만듭니다.” 빠치피꼬가 곧 그의 발 아래 꿇어 겸손하게 여쭈었다: “제가 무얼 괴롭게 해 드렸단 말입니까, 지극히 사랑하올 어민?” 그러자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아무 말도 못하였고, 이 사건은 흐지부지 끝났다.
제 100 장
어느 형제가 그의 옆구리 상처를 봄
138. 그의 손과 발의 노출된 상처는 여러 명이 볼 수 있었지만, 프란치스꼬가 살아 있는 동안에 옆구리 상처는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볼 수 있는 은혜를 입지 못하였다. 그것도 딱 한 번이었다.
프란치스꼬는 자기의 투니카를 빨 때마다 옆구리 상처를 오른손으로 가리곤 하였다. 어떤 때는 왼손으로 찔린 자리를 가리기도 하였다. 그의 동료 중의 하나가66) 그곳을 무지를 때 어쩌다가 손이 상처까지 내려가 프란치스꼬를 대단히 아프게 하였다.
형제들에게 숨겨져 있는 것을 보려고 기회를 노리던 또 다른 형제 하나가67) 어느 날 거룩하신 사부님에게 말하였다: “사부님, 우리가 당신의 투니카를 빨아도 되겠습니까?” 성인이 대답하였다: “형제여, 그래야 되겠습니다. 주께서 이 은혜를 갚아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프란치스꼬가 투니카를 벗을 때에 그 형제는 옆구리 상처를 찬찬히 살폈고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살아 있을 때에 그의 옆구리 상철르 본 유일한 살마이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가 죽을 때까지 그것을 보지 못하였다.
제 101 장
덕행을 숨김
139. 이 사람은 이렇게 그리스도의 맛이 들어 있지 않은 모든 영예를 끊었다. 그는 인간의 호감에는 영원한 저주로 대했다. 명성의 대가는 양심의 비밀을 흩어 버린다는 것을 그는 알았고, 덕행들을 전혀 지니지 않는 일보다 덕행들을 악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해롭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새로운 덕을 얻으려는 것보다 얻은 덕을 지키는 것이 터 큰 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슬픈 일이다. 사랑이 동기가 되기보다는 헛된 것이 동기가 되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세속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능가한다. 우린느 우리의 고통을 똑바로 보지도 않고, 우리의 정신상태를 점검해 보지도 않으며, 허영이 우리를 몰아붙여 동하게 될 때 그것을 사랑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조그만 선행을 가지고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살아 있는 동안에 그것을 던져 버려 영원의 문턱에서 그것을 잃는다. 우리는 선하지 못한 우리를 인내력있게 견딘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선하게 보이지 않는다든가, 누가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도 못 견딘다. 우리는 온전히 인간의 찬사 속에서 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만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겸 손
제 102 장
자세와 의견과 행위에서의 성 프란치스꼬의 겸손,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는 일
140. 겸손은 온갖 덕행의 보호자요 장식이다. 영적인 건물이 겸손의 바탕 위에 세워지지 않을 때는 올라가는 듯하다가도 무너지고 만다. 갖가지 은총으로 꾸며진 프란치스꼬에게 부족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도록 하기 위하여 겸손의 덕이 그를 대단히 풍요롭게 채웠다. 자기의 한낱 죄인일 뿐이라고 하였지만, 그는 사실 온갖 거룩함으로 장식되었고 온갖 거룩함으로 빛났다. 그는 그리스도에게서 배운 것을68) 기초로 놓기 위해서 자신을 이 겸덕 위에 건축하려 애썼다. 그는 자기가 이루어 놓은 일들을 떨쳐 버렸고, 이루어 놓은 일보다는 부족함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 오직 결함만을 자기의 눈앞에 놓았다. 그에게 탐욕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더 좋아지려는 탐욕만이 있었고, 그가 지닌 것에 만족치 않고 새로운 덕행들을 더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세에서 겸허하였으며, 의견에서 더욱 겸허하였고, 평판 앞에서 가장 겸허라였다. 이 하느님의 왕자는 보잘것없는 사람중에서 가장 작은 살마이었기에, 이 작음이라는 가장 반짝이는 보석 외에는 웃사람같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여기에 바로 총봉사자로서의69) 그의 덕과 직함과 표지가 있었다. 오만스런 말투가 그의 입에는 없었고, 과시하는 듯한 자세가 없었으며, 행동에 겉치레라곤 전혀 없었다.
그는 많은 일에 있어서 올바른 판단을 계시로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른 이들과 상의할 때 자기의 의견을 버리고 다른 형제들의 의견을 따랐다. 그는 동료들의 조언을 더 완전한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른 형제의 견해가 자기의 견해보다 좋아보였다. 그는 한 형제가 의견 주머니르 간직하고 있다면, 그 형제는 주님을 위하여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하였따.70) 그는 칭찬받기보다는 비난받기를 더 좋아하였다. 비난은 사람에게 그이 생활을 바로잡게 하지만 칭찬은 사람을 넘어지게 하기 때문이었다.
제 103 장
떼르니의 주교와 어느 농부에게 보인 겸손
141. 프란치스꼬가 떼르니71) 사람들에게 설교를 한 적이 있었다. 설교가 끝나자 그곳 주교가72) 모든 사람 앞에서 그를 추켜 세워 말하였다: “근래에 하느님께서는 당신 교회를 이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며 소박하고 학식없는 사람을 통하여 영광되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어느 백성에게도 이같이 않으셨음을73) 알기에, 우리는 이 일로 늘 주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성인이 이 말으 듣고, 그 주교가 그의 표현에서 자기를 비천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대단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함께 교회 안으로 들어가 주교의 발 아래 꿇어 말하였다: “주교님, 실로 주교님은 저에게 극진한 친절을 보이셨습니다. 당신만은 저의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주셨지만, 다른 이들은 이것들을 저에게서 앗아 갑니다. 당신은 통찰력이 있는 사람답게, 값진 것과 값싼 것을 식별하시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값싼 것은 저에게 돌려 주셨습니다.”
142. 하느님의 사람은 자기의 손윗사람 앞에서만 겸허했던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나 손아랫사람에게도 그러하였으며, 권고와 충고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권고와 충고를 받아들여 어는 때라도 개선될 준비가 갖춰져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몸이 병들고 허약하여 걸을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나귀를 타고 들판을 지나가던 참이었다. 때마침 거기에서 한 농부가 일을 하고 있었다. 농부가 그에게 달려와 프란치스꼬 형제이시냐고 간절히 물어봤다. 하느님의 사람이 겸허하게 자기가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했다. 농부가 말하였다: “많은 이들이 당신께 신뢰를 두고 있으니, 모든 이가 이야기하고 있듯 그렇게 좋은 삶이 되도록 하십시오. 절대로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충고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사람이 이 말을 듣자 당나귀에서 내려와 농부 앞에 엎드려 그의 발에 겸손하게 입을 맡추며, 그러한 권고를 준 그의 친절에 감사하였다.
그는 널리 퍼진 그이 명성이나 거룩함에 어떤 자부심을 느끼지 않았고, 그의 공로에 대한 첫 번째 보답이라고 할 수 있는 그에게 주어진 많고 거룩한 아들들을 놓고도 자부심이 없었다.
제 104 장
총회에서 직무를 사임함, 그리고 어떤 기도
143. 회두한 지 몇 년이 흐른 뒤 프란치스꼬는 거룩한 겸손의 덕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는 총회에서74) 수도회의 총봉사직을 모든 형제들 앞에서 사임하며 말하였다: “지금부터 나는 여러분에게 죽은 존재입니다. 여기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를 소개합니다.75) 나와 여러분 모두는 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이어서 그는 그 형제 앞에 고개를 숙여 순종과 존경의 서약을 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형제들이 울었고 그들의 슬픔이 흐느낌으로 변했다.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간에 그토록 위대한 스승을 잃고 고아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일어서서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하늘로 향한 채 말하였다: “주여, 당신이 지금까지 저에게 맡기신 이 가족을 당신께 맡깁니다. 지극히 감미로우신 주여, 주님도 아시다시피 이제는 제가 병들어 이 가족을 돌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가족을 대리자들에게 맡깁니다. 주여, 만약 그들 중 어떤 형제가 게으르고 표양도 보이지 못하며, 남을 거칠게 고쳐 주려고 하여, 누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면, 대리자들은 심판날에 당신 앞에서 셈바쳐야 할 것입니다.76)
이후에 그는 죽을 때까지 순종하는 자로 남아 있었고, 누구보다도 겸손하게 행동하였다.
제 105 장
자기를 돌볼 동료들을 포기함
144. 어느 때에 프란치스꼬가 그의 총대리에게 자기의 모든 동료들을 넘겨주며 말하였다: “이제 나는 자유의 특전에서77) 오는 예외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와 함께 여기저기 다닐 형제들은 주께서 영감을 주시는 데에 따라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나는 강아지를 앞세워 먼 길을 가는 맹인 하나를 본 일이 있습니다.“78)
모든 특전이나 허세의 흔적을 치워서 그리스도의 권능이79) 그 안에 살게 되었다고 하는 이 점이 바로 그의 영광이었다.
제 106 장
높은 지위에 애착을 가진 형제들에게 한 말과,
작은 형제에 대한 묘사
145. 몇몇 형제들이 지위를 얻고 싶어 안달하였고,80) 다른 것들을 접어두고라도 그러한 탐욕마으로 이미 그들은 그러한 지위에 오를 만한 자격이 없는 터라, 이를 보고 프란치스꼬가 그러한 사람들은 작은 형제들이 아니며, 그들은 불리움받은 성소를 망각하고81)작은 형제 되는 영예를 잃어버렸다고82) 말하였다. 그리고 어떤 형제들은 그들이 찾는 것은 수고가 아니라 명예였으므로, 직책에서 물러나게 될 때에 그것을 언짢게 생각하는 경우에, 그는 여러 가지 말로 그런 형제들을 잠잠케 했다.
한번은 그가 동료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말하려고 하는 다음과 같은 자세를 내가 지니지 못하고 있다면, 나는 작은 형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정해 봅시다. 내가 형제들의 장상으로서 총회에 나가 설교를 하고 형제들에게 권면을 하였는데 마침내 다음과 같은 말들이 나엑게 들린다고 합시다: ”너는 무식하고 천박스러워 우리에게 장상으로서 적합치 않다. 그러니 네가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너는 설득력도 없고 우둔하며 무식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비난과 조롱에 밀려 그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러한 말에 내가 한결같은 즐거움과 성화에 대한 한결같은 목표를 가지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나는 절대로 작은 형제가 아닙니다.“83)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장상직에는 전락(轉落)할 기회가 도사리고 있고, 칭찬에는 완전히 파멸할 기회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종하는 사람의 겸손에는 영혼에 유익한 기회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우리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때에도 이익보다는 위험에 더 많은 마음을 씁니까?”
제 107 장
형제들이 성직자에게 복종하게 한 이유와 방법
146. 프란치스꼬는 그의 형제들이 모든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기를84) 바랐고, 모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어린이들처럼 행동하기를 바랐다. 그는 각별히 성직자들에게 겸손할 것을 말로 가프쳤고 모범으로 보였다. 그가 말하곤 하였다: “우리는 영혼들을 구하는 일에서 성직자들을 도와 주도록 파견되었습니다.85) 그러니 그들에게서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우리가 채워야 합니다. 각자가 행사하는 권한에 의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그 수고에 따라 보답을 받을 것입니다. 영혼을 구하는 일에서 그 소출을 냈을 때 이것이 하느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린다는 사실을 형제들은 알고 계십시오. 성직자들과 불화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면 영혼은 소출은 더 많아집니다. 인간 구원에 그들이 방해가 된다면 그들에게 징벌을 내리는 것이 하느님의 권리이며, 때가 되면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보복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86) 그러니 성직자들에게 복종하도록 하십시오.87) 그렇게 해서 여러분에게 할 수 있는 한, 질투가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여러분이 평화의 아들이 되면88) 주님을 위해서 성직자나 인간들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성직자들과 물의를 일으키면서 신자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것보다 성직자들에게 복종하는 것을 하느님께서는 더 기쁘게 받으실 것입니다. 성직자들의 잘못을 감춥시다. 그들의 많은 결함을 우리가 메웁시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렇나 일을 할 때 더욱더 겸손합시다.”
제 108 장
이몰라의 주교에게 존경심을 보임
147. 성 프란치스꼬가 로마냐89) 시의 이몰라에90) 왔을 때에 그곳의 주교에게91) 찾아가 설교할 허락을 청하였다. 주교가 그에게 말했다: “형제여! 내가 해도 됩니다.” 성 프란치스꼬는 머리를 조아리고 공손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시 들어갔다. 주교가 그에게 말했다: “형제여, 무엇을 원하십니까? 무슨 용무로 또 왔습니까?” 그러자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말하였다: “주교님, 한 아버지가 자기 아들을 이쪽 문에서 쫓아내면, 그 아들은 저쪽 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주고가 이러한 겸손에 압도되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껴안고 말하였다: “내가 완전히 허락하노니, 당신과 당신의 모든 형제들은 앞으로 나의 교구에서 설교를 해도 좋습니다. 당신의 거룩한 겸손을 보고 이 허락을 주는 것입니다.
제 109 장
성 프란치스꼬와 성 도미니꼬 간의 겸손과 사랑
148. 이 세상의 밝은 두 빛인 성 도미니꼬와 성 프란치스꼬가 후에 교황이 된 오스띠아의 주교와 더불어 로마에서 함께 한 일이 있었다.92) 그들이 주님에 관한 애정어린 말들을 서로 주고받은 후에, 이윽고 주교가 그들에게 말을 하였다: “초대교회에서 교회의 목자들은 가난했었고 사랑이 있었으며 탐욕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여러분의 형제들 가운데에서 앞으로 주교나 성직자을 뽑지 말아야 합니까? 그들은 배움이나 표양에서 누구보다도 탁월합니다.” 성인들 사이에 서로 대답을 안 하려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들은 서로 먼저 대답하려 하지 않았고 서로 양보하였다. 게다가 대답을 하라고 서로 재촉까지 하였다. 그들은 서로 존경했기에 상대방을 내세웠다. 마침내 겸손이 프란치스꼬를 정복하여 그는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겸손이 도미니꼬를 정복하여 겸손하게 복종하고 먼저 대답하였다. 복된 도미니꼬가 주고에게 답하였다: “주교님, 나의 형제들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이미 높은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관계하는 한 그들이 또 다른 지위를 얻는 것을 허락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짧게 그가 대답하자 이어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주교에게 목례를 하고 아뢰었다: “주교님 나의 형제들은 작은 자들이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감히 큰 사람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성소는 그들을 낮은 자리에 머무르도록 가르치고 있으며, 겸손하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기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지막에 그들은 성인들의 빛 안에서 다른 이들보다 높여질 것입니다. 만약 주교님께서 그들이 하느님의 교횔르 위해서 열매를 따기를 기대하신다면, 그들을 붙잡아 그들이 마다해도 낮은 자리로 그들을 끌어내리십시오. 하오니 아버지, 부탁합니다. 여하한 일이 있어도 그들을 성직에 오르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들이 가난한 마음보다는 자랑스런 마음을 갖게 되고, 거드름을 떨까 염려됩니다.” 이 복된 사람들의 대답들은 대강 이러하였다.
149. 성인들의 아들들이여, 그대들은 이에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시기와 질투는 당신들이 타락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야망은 당신들을 사생아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서로 물어뜯고 삼키고 있습니다.93) 여러분의 갈등과 싸움은 모두 여러분의 사욕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어두움이라는 적과 격투를 벌여야 합니다.94) 당신들의 투쟁은 악마의 군대에 대항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여러분의 칼날의 표적을 서로에게 맞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승들은 지혜에 싸여 그들의 얼굴을 속죄판95) 쪽으로 맞대고 있었고,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대하였으나, 그의 아들들은 시기로 꽉 차 서로 대면도 않습니다. 이렇게 갈라진 마음을 가지고 육신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사랑의 끈이 하느님의 말씀의 봉사자들을 서로 좀더 튼튼히 결속시켜 놓는다면 틀림없이 거룩한 가르침은 더욱 풍성한 열매를 맺으며 이 세상에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하거나 가프치는 것이 크게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안에 어떤 증오의 그림자가 뚜렷한 증거로서 우리에게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착한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양쪽 다 나쁜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악이 거룩함을 좀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악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잘난 체하는96) 형제들에게 이제 무슨 말을 할까요? 우리의 스승들은 겸손의 길로 천국에 이르렀습니다. 오만의 길이 아니었습니다. 욕망의 주위를 서성이는 아들들은 천국에 이르는 길을 묻지 마십시오. 스승의 길을 따르지 않고 어떻게 영광을 바랍니까? 절대로 안 됩니다, 주님!97) 이 제자들을 그들의 겸손하신 스승의 날개 아래 겸손한 자들이 되도록 해 주십시오. 이 영적인 형제들이 서로가 아량을 베풀도록 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자식들, 또 자식들을 보게 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이스라엘에 평화 있기를 빌고 바랍니다.98)
제 110 장
서로 칭찬함
150. 전술한 바와같이99) 하느님의 종들이 답변하자, 오스따아의 주교는 그들 둘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고 하느님께 크나큰 감사를 드렸다. 자리를 물러나며 복된 도미니꼬가 성 프란치스꼬에게 허리에 띠고 있는 띠를 자기에게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성 프란치스꼬는 이러한 일에 마음내켜 하지를 않았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요구하면서 보여준 사랑만큼 성 프란치스꼬는 겸손하게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내 이 간청자의 복된 열성이 승리를 거두었고, 도미니꼬는 건네어진 띠를 투니카 밑에다 아주 경건하게 둘렀다. 그러고 나서 둘은 손을 맞잡고 서로를 아주 진심으로 칭찬하였다. 한 사람이 말하였다: “복된 프란치스꼬, 당신의 형제회와 우리 회를 통합하여 같은 회칙을 가지고 교회 안에서 살았으면 싶습니다.” 끝에 가서 서로 헤어졌고 당시 거기에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성 도미니꼬가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참으로 다른 모든 수도자들이 이 거룩한 사람 프란치스꼬를 따라야 합니다. 그의 거룩함의 완덕은 위대합니다.”
순 명
제 111 장
참다운 순명을 위하여 늘 원장을 둠
151. 이 지극히 신둥한 장사꾼은 여러 방법으로 이득을 보기 위하여 현재를 온전히 공로를 얻는 데에 써 버렸다. 그는 순명의 고삐 아래 이리저리 움직여지기를 원했고, 다른 사람의 지시에 복종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총봉사자직을 사임하였을 뿐 아니라1) 순명의 보다 훞륭한 선업을 위하여 장상으로 모실 특별원장을2) 자기를 위하여 청하였다. 그가 전에 거룩한 순명을 약속한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에게 말하였다:3) “하느님의 사랑으로 청합니다. 나애게 동료 중의 하나로 하여금 당신을 대신하게 해 주십시오. 내가 당신에게 복종하듯 그에게 열의있게 복종하겠습니다. 나는 순명의 열매를 알고 있으며, 다른 이의 멍에에 자신의 목을 디미는 자에게는 언제나 이득이 따른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진지한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그는 죽을 때까지 어디에서나 순명하는 자로 머물렀다. 그는 항시 그의 개인 원장에게 공경심을 가지고 복종하였다.
그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었다 :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여러 은혜 중에 다음과 같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입회한지 한 시간밖에 안되는 어느 수련자가 나의 원장이 된다면, 나는 그에게 노인이나 아주 생각이 깊은 사람에게 심혈을 기울여 복종하듯 그렇게 순종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 은혜입니다. 순명하는 형제는 장상 안에서 인간을 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기 자신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장상이 부족한 사람이면 부족한 사람일수록 그에게 순종하는 형제의 겸손은 하느님을 더욱 즐겁게 할 것입니다.”
제 112 장
참되게 순명하는 자, 그리고 순명의 세 종류
152. 어느 때에 그가 동료들과 자리를 같이하였다.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하였다 : “자기 장상에게 완벽하게 순명하는 수도자는 온 세상을 통틀어 거의 없습니다.” 그의 동료들이 크게 술렁이며 그에게 말했다 : “사부님, 그러면 어떤 순명이 완벽한 것이고 가장 높은 것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에 그가 참되게 순명하는 자를 시신에다 비유해서 묘사하며 답하였다 : “당신이 원하는 곳에 시신을 놓아 보십시오. 움직이게 해도 저항하지 않고, 그 위치에 대해 투덜거리지도 않으며, 다시 자리를 옮겨도 울부짖지 않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상좌에 앉히면 올려다보지를 않고 내려다봅니다. 자주빛 옷을 입히면 두 배 정도는 더 창백해 보입니다.4) 바로 이 사람이 참되게 순명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동되는 이유를 묻지 않고, 어디에 놓여지든 관심이 없으며, 다른 곳으로 바꿔 달라고 고집스럽게 말하지 않습니다. 직책이 올라가도 자기의 습관된 겸손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공경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을 더욱 하찮게 여깁니다.”
또 어느 때에 이와 똑같이 이야기를 하며 말하였다. 요청을 해서 허락을 받는 것도 순명이지만, 요청 없이 명령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더 거룩한 순명이라고 말하였다.5) 둘 다 좋지만 후자가 더 완벽하다고 그는 말하였다.
그러나 살과 피가 섞이지 않는 가장 높은 순명은 그들의 이웃을 구원하기 위해서 혹은 순교의 열망으로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비신자들에게 가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6) 바로 이러한 허락을 요청하면 하느님께서 이를 가장 기쁘게 받아 주실 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제 113 장
순명의 이름 아래 가볍게 명을 내릴 수 없음
153. 그러므로 프란치스꼬는 순명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이 무기를 처음부터 꺼내서는 아니 되며,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순명의 이름 아래 주어지는 명령에 급히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며, 인간을 존경하지 않는 것이라고7) 그는 생각했다.
이것보다 옳은 말은 없다. 경솔한 장상이 가진 명령의 힘은 격분한 사람 손에 쥐어져 있는 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수도자가 순명을 걷어차 버리는 것보다 더 난감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제 114 장
열의에 이끌려 왔으나 허락을 받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모자를 불 속에 던짐
154. 한 형제가 허락도 받지 않고 혼자 왔기 때문에 프란치스꼬가 그의 모자를 벗기고, 그것을 화염 속에 던지도록 명하였다. 그들은 스승의 얼굴이 조금만 일그러져도 당혹감에 싸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 모자를 꺼내려고 하지 않자, 성인이 불속에서 그 모자를 꺼내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그 모자는 조금도 그을리지 않았다. 물론 이 모두가 성인의 공로 때문이기는 하지만, 필경 그 형제에게도 공로가 전혀 없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비록 모든 덕행 중에서 키잡이 덕행인 신중함의 덕이 그에게 없었지만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을 뵙고 싶어하는 열의가 그를 달려오게 하였으니 말이다.
좋은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
제 115 장
어느 착한 형제의 표양, 그리고 옛 형제들의 관습
155. 프란치스꼬는 죄의 어두움에 둘러싸여 있는 사람들에게 빛의 모범을 보여 주기 위하여 작은 형제들이 주님으로부터 이 시기에8) 파견받았다고 말하곤 하였다. 온 세계에 퍼져 있는 거룩한 형제들에 관한 훌륭한 일들을 들을 때, 그는 가장 흐뭇한 향기에9) 싸이며 값진 향유에10) 기름발라진다고 말하곤 하였다.
바르바로라는 이름의 어떤 형제가 치프러스 출신의 귀족이 있는 데서 다른 형제에게 욕을 퍼부었다. 다른 형제가 자기의 그 욕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을 알고, 그 형제는 자기 분에 못 이겨 당나귀의 똥을 가져다가 자기 입에 넣고 먹으려 하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였다 : “나의 형제에게 분노의 독을 뿜어낸 혓바닥은 똥을 먹어라.” 이것을 보자 그 귀족 기사는 아연실색하여 크게 감화를 받고 떠났다. 그리고 그 시간부터 그 기사는 자신과 자신의 물건들을 형제들의 뜻대로 하라고 선선히 내놓았다.
옛날에는 만일 형제들 중의 누가 다른 형제를 거스르는 말을 했으면, 그 형제는 어느 때고간에 즉각 땅에 엎드려 다른 형제가 그러지 말라고 해도 그의 발에 입을 맞추었고, 이것만은 틀림없이 모든 형제들의 관습으로 지켰었다. 성인은 자기 아들들이 거룩한 표양을 보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큰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죄인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에 이끌어 준 형제들에게는 가장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11) 축복을 쌓아 놓았다. 그는 영혼들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그만한 열의가 자기 아들들에게도 있기를 바랐다.
제 116 장
나쁜 표양을 보인 형제들과 그들에 대한 성인의 저주,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중대하게 생각함
156. 그러므로 악한 행실이나 표양으로 수도생활에 불명예를 몰고 온 형제들은 그의 가장 냉혹한 저주를 초래했다. 어느 날 폰디의12) 주교 앞으로 두 형제가 턱수염을 아주 기다랗게 기르고 왔는데, 이 형제들은 자신들을 더 비참하게 보이게 하려고 턱수염을 길게 기르는 형제들이었다. 주교가 그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수도원의 아름다움을 이런 야릇한 짓으로 더럽히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이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말을 성인이 듣고 즉시 일어나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13) 많은 눈물을 뿌리며 기도의 말을 쏟아냈다. 아니 차라리 그러한 풍조에 대해 재앙을 비는 기도였다 :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열 두 제자를 뽑으셨습니다. 그 중 하나는 떨어졌지만 나머지는 당신에게 매달렸고 그들은 한마음으로 거룩한 복음을 설교하였습니다. 주여, 당신께서는 이 마지막 시기에14) 당신의 옛 자비를 생각하시어, 믿음을 굳게 하고 당신의 복음의 신비를 전하기 위하여 형제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들이 이 일을 위하여 파견되었지만 만약 그들이 모든 이에게 빛의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어둠의 행실을15) 보인다면 당신의 면전에서 누가 그들을 대신하여 속죄할 수 있겠습니까? 이 수도회의 거룩한 형제들을 통하여 지난날에 당신께서 이루어 놓으신 일과 지금 이루어 놓으신 일을 나쁜 표양으로 무너뜨리고 파괴를 몰고 오는 자들에게 지극히 거룩하신 주님이신 당신으로 말미암아서, 또 온 하늘의 궁정으로 말미암아서, 그리고 당신의 미약한 저로 말미암아서 이들에게 저주가 내리게 하소서.”
프란치스꼬의 축복 안에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이 어디에 있으며, 바랐던 만큼 프란치스꼬와 친분이 있다고 자랑할 수 있는 자가 어디에 있는가? 회개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금하시는 어둠의 행실로 남을 위험에 빠지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는 형제들에게 화가 있을진저!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질진저!16)
157. 프란치스꼬는 가끔 말하곤 하였다 : “지극히 훌륭한 형제들의 행실로 해서 당황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죄가 없어도 악한 형제들의 표양 때문에 좋지 못한 평판을 견디어야 합니다. 그들은 날카로운 칼로 나를 찌르고, 나의 창자를 온종일 쑤십니다.” 그는 어떤 형제에 관한 나쁜 이야기를 듣고 슬픔이 되살아나게 될까 저어하여 형제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물러나 있곤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말하곤 하였다 :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형제회가 나쁜 표양 때문에 좋지 못한 평판을 들을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일이 더 심해지면 형제회를 사람들 앞에 내보이기가 부끄러워질 것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형제회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오직 성령의 이끄심으로만 인도를 받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살과 피가 그들을 때묻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들이야말로 주님께 복을 받을 것입니다. 비록 기특한 행실이 그들에게서 발견되지 않고, 성인들을 열성으로 이끌었던 뜨거운 사랑이 그들에게서는 미지근하게 되는 상태에서도 가장 큰 유혹이 그들에게 닥쳐올 것입니다. 그러한 경우에도 바르게 드러나는 형제들은 앞서간 형제들보다 한결 나을 것입니다. 수도자라는 표시만으로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내는 형제들에게 화가 있을진저! 그들은 게을러 우둔해질 것이며, 선택된 자에게 늘 시련으로 주어지는 유혹 앞에 견고하게 대처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악한 형제의 악의로 말미암아서 시달림을 받고 또한 이 시련을 이겨낸 자만이 생명의 월계관을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17)
제 117 장
하느님께서 그에게 내리신 형제회의 형세에 관한 계시,
그리고 형제회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
158. 그러나 프란치스꼬는 하느님의 방문에 크나큰 위안을 받았다. 그 방문으로 그는 형제회의 기초가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서 있으리라는 확신을 받았다. 떨어져나간 형제들이 숫자가 선택된 자들의 충당으로 틀림없이 매워질 것이라는 약속이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언젠가 한 번은 그가 형제들의 나쁜 표양에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걱정을 하다가 기구를 드렸을 때에, 그는 주님으로부터 이러한 꾸지람을 듣게 되었다 : “작은 사람아, 그대는 어찌 그다지도 마음 뒤숭숭해하는가? 내가 나의 형제회의 목자로서 그대를 세우지 아니하였던가? 그런데도 그대는 내가 이 형제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이 일에 쓰려고 내가 단순한 너를 택한 것은 내가 네 안에서 하는 일을 따르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그것을 따르고 모방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들을 불렀고, 내가 지킬 것이고, 내가 키울 것이다. 그리고 떨어져나간 자들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른 이들을 뽑을 것이다. 만약 충당할 인원이 태어나지를 않았으면 내가 그들을 태어나게 하겠다. 그러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할 것이며, 너의 구원을 위하여 힘쓰기나 하여라.18) 비록 형제회의 숫자가 셋으로 감소한다 해도 형제회는 나의 은총으로 흔들리지 않고 지속될 것이다.” 그때부터 프란치스꼬는 무수히 많은 형제들의 불완전함이 단 한 명의 성인의 덕행으로 극복될 것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칠흑같은 어두움도 한 줄기 빛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게으름과 게으른 사람
제 118 장
사람이 하느님의 종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관하여
그에게 내린 환시
159. 이 사람은 무상한 온갖 사물들을 제쳐놓고 주님께 매달리기 시작한 그때부터, 한 순간도 거의 헛되게 보내지를 않았다. 실로 그는 이미 주님의 보물 창고에19) 충분한 공로를 산적해 놓고도 항시 또 쌓을 태세를 취하였고, 늘 영신수련에 열성적이었다. 좋은 일을 안하면 그는 이를 범죄의 무덤으로 여겼고, 발전이 없으면 이를 퇴보로 판단하였다.
그가 어느 날 밤 시에나의 어떤 방에서 잠자고 있는 그의 동료들을 불러 말하였다 : “형제들이여, 내가 바라는 바는 오로지 주님의 종이 되는 것뿐인 까닭에, 황공하옵게도 주님께 제가 주님의 종인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보여 달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황공하옵게도 지극히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지금 막 이같은 답을 주셨습니다 : ‘네가 거룩한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행할 때가 진정한 나의 종임을 알아라.’ 형제들이여, 그래서 제가 한시라도 이 세 가지 일들을 하지 않았다면 여러분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하려고 여러분을 불렀습니다.”
제 119 장
뽀르찌웅꿀라에 있을 때, 한담에 대하여 보속을 줌
160. 언젠가 뽀르찌웅꿀라의 성 마리아 성당에서 하느님의 사람은 기도에서 나오는 얼마나 많은 소득이 그후의 한담으로 흘러나가는지를 깨닫고,20) 형제들에게 한담을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대비책을 강구하여 말하였다 : “만약 어느 형제가 한담이나 부질없는 말을 하면 그 형제는 그 즉시 잘못을 고백하고 주의기도를 매 한담마다 한 번씩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러한 실수를 스스로 깨달아서 자기가 저지른 잘못을 처음부터 고백하면 자기의 영혼만을 위하여 주의기도를 한 번 바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한담을 시작할 때에 다른 형제가 그의 실수를 먼저 지적하였으면 지적해 준 그 형제의 영혼을 위하여 주의기도를 한 번 바치도록 할 것입니다.”21)
제 120 장
손수 일을 하며 게으름을 경멸함
161. 프란치스꼬는 주님께서 일과 친숙하지 못한 미지근한 사람을 당신 입에서 바삐 뱉아 버리신다고22) 종종 말하였다. 그 앞에서는 아무도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반드시 날카로운 지적을 받았다. 그는 시간이라는 가장 큰 선물이 새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온갖 완성의 표양을 보이기 위하여 몸소 일하였고 손수 노동하였다.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 “나는 나의 모든 형제들이 일을 하기를 바라며 어떤 일에 종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일을 할 줄 모르는 형제들은 다른 기술을 배울 것입니다.”23) 그는 그 까닭을 제시하였다 :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한가하여 마음과 혀가 탈선적인 일로 방황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그는 노동의 대가와 보수를 노동한 형제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게 하였고 원장이나 공동체가 하게 하였다.
제 121 장
게을러빠지고 탐욕스럽기만 한 형제들에 대해
성 프란치스꼬에게 드리는 하소연
162. 거룩하신 사부님, 오늘 자칭 당신의 아들이라고 하는 이들에 대하여 높은 곳에 계신 당신께 넋두리를 좀 할까 합니다. 많은 형제들이 덕행의 실천을 싫어하고 일을 마치기도 전에 쉬기를 바라니, 이것이야말로 그들은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이라기보다 루치페르의 아들들임을 증거하는 일입니다. 사람은 일을 하게 되어 있는데, 많은 형제들이 이 삶을 전투로 생각지 않고24) 무사답지 못하여 뒤로 빼기만 합니다. 그들은 활동을 통하여 매진하는 일을 달가와하지 않으며 관상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일을 손이 아니라 입으로하여 모든 형제들의 심사를 뒤집어놓고는 성문 앞에서 시비를 올바로 가리는 사람을25) 미워하며, 삐끗한 말을 못하게 합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땀을 흘리지 않고는 자기 집에서 살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일도 하지 않고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말씀마따나 가난한 형제들의 땀만 빨아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뻔뻔스러움을 아직도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 놀라운 약삭빠름!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으면서 그들은 늘 바쁘다고 합니다. 식사시간은 잘도 압니다. 때도 되기 전에 조금만 배가 고파도 해가 잠자러 갔다고 불평합니다. 착하신 사부님, 이 괴물 같은 사람들을 당신의 영광에 합당하다고 믿어야 하겠습니까? 그들은 당신의 수도복에도 합당치 못한 자들입니다. 당신은 우리가 내세에서 구걸하러 다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이 거짓스럽고 무상(無常)한 시대에 공로의 풍요를 추구하라고 늘 가르치셨습니다.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그들이 차지할 몫이 없습니다. 그들은 유배지로밖에 갈 수 없는 신세들입니다. 이 전염병이 아래 형제들에게 급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죄의 결과로 받아야 할 처벌에서 자기들이 면제되려고 그러는지 장상들이 이것을 못본 척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들
제 122 장
설교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163. 영적인 사물들을 몰두하여 연구하는 그리고 직책으로 인해 지장을 받지 않는 형제들이 하느님의 말씀의 봉사자가26) 되기를 프란치스꼬는 원하였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은 임금님의 입에서 나온 명령을 백성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위대하신 임금님이 선택하신 사람들이라고 종종 말하였다. 그러나 그가 말하였다 : “설교자는 거룩한 설교에서 쏟아 놓을 내용을 은밀한 기도에서 먼저 끌어내야 합니다. 의미없는 말을 밖으로 내지 않으려면 설교자는 먼저 자신이 내적으로 뜨거워져야 합니다.” 그는 이 직책이 존경할 만한 직책임을 말하였고, 말씀을 베푸는 사람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이들은 교회의 생명입니다.27) 이들은 악마를 공격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은 세상의 빛입니다.”
그는 거룩한 신학박사들을 마땅히 더욱 큰 공경을 드려야만 하는 분들로 여겼다. 그가 모든 이에게 글을 쓴 적이 있다 : “우리는 모든 신학자들과 하느님의 말씀에 봉사하는 분들을 우리에게 영과 생명을 넣어 주는 분들로서 받들어 존경해야 합니다.”28) 복된 안또니오에게 편지를 쓸 때에는, 서두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하였다 : “나의 주교님, 안또니오 형제에게.”29)
제 123 장
헛된 찬사를 구하는 형제들, 그리고
예언자의 말씀을 해석함
164. 프란치스꼬는 헛된 찬사를 들으려고 설교를 자주 파는 설교자들을 가련하다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독을 지니고 있는 사람에게 매번 다음과 같은 해독제로 치료하였다 : “죄인들을 변화시킨 것은 나의 순박한 형제들의 기도였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자신이 그 사람들을 회개시켰다고 자랑합니까?”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 못 낳던 여자가 아이를 많이 낳았다”30)는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 “아이 못 낳던 여자란 교회를 위하여 자녀를 낳을 의무가 없는 나의 가난한 작은 형제입니다. 그러나 이 형제가 심판날을 자녀를 많이 낳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형제들이 지금 개인기도로 회개시켜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심판관이신 그분께서 그때에는 개인기도를 한 그 형제의 영예로 기록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들 많던 어미는 그 기가 꺾일 것입니다.31) 왜냐하면 많은 이들을 자기의 힘으로 낳은 것처럼 기뻐하는 설교자가 개인적으로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그때에 가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니고 말만 미끈하게하여 설교자로서보다는 달변가로 칭찬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프란치스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시간을 설교에 바치고 신심생활에는 바치지 않는 설교자들은 시간 활용을 잘못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분명 설교자에게 찬사를 보냈지만, 수시로 자기 안에서 말씀을 음미하여 맛들이는 이에게만 그러하였다.
제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을 관상함
제 124 장
생물과 무생물을 향한 성인의 사랑
165. 이 세상은 우리가 순례하는 유배지이기에 여기를 바삐 떠나려 했던 이 복된 나그네는 이 세상에 있는 사물들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벌써 받고 있었다. 프란치스꼬는 암흑세계의 지배자 인32) 마귀와의 관계에서는 이 세상을 전쟁터로 보았지만, 하느님과의 관계에서는 선하신 하느님의 매우 밝은 표상으로 보았다. 그는 창작가이신 그분을 찬미하였다. 피조물들에게서 무엇을 발견하든 그는 그것을 창조주와 관련시켰다. 그는 주님의 손에서 빚어진 모든 작품 안에서 즐거워하였고,33) 유쾌한 사물들의 배후의 뜻을 살핌으로써 그 사물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이성과 원인을 보았다.34) 그는 아름다운 사물들 안에서 아름다움 자체를 보았다. 모든 사물들이 그에게는 선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만드신 분은 가장 좋으신 분입니다.”라고 그에게 외쳤다. 그분의 발자국이 서려 있는 사물들을 통하여 그는 어디서나 사랑신 그분을 따라갔다.35) 그는 홀로 모든 사물에서 사다리를 만들어 그 사다리를 밟고 옥좌로 올라갔다.36)
그는 사물들에게 주님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고 주님을 찬미하라고 권고하면서 모든 사물을 황홀한 열정으로 껴안았다.37) 그는 빛과 등(燈)과 초를 스스로 스러지게 놓아 두었다.38) 그들의 밝음을 그의 손으로 소멸시키기를 싫어하였으니, 그는 그것들을 영원한 빛이신 그분의 상징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돌 위를 조심스럽게 걸은 것은 그분이 바위로39) 불리신 때문이었다. “바위 위에 이몸을 올려 주소서”40) 하고 시편을 욀 때, 그는 더 큰 존경심으로 “바위의 발치에까지 이몸을 올려 주소서” 하고 말하곤 하였다.
그는 형제들이 땔나무를 벨 때, 나무를 통째로 자르지 말라고 하였다. 다시 싹이 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밭일을 하는 형제에게 밭둘레를 가꾸지 말고 그냥 두라고 일렀다. 때가 되면 초록빛 풀잎과 예쁜 꽃들이 만물의 아버지이신 그분의 아름다움을 전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향기 좋은 화초를 심기 위해서 밭에 작은 터를 남겨 두라고 일렀으니, 그 향기 좋은 화초들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영원한 감미로움이신 그분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었다.41)
발에 밟힐까 염려스러워 그는 길에 있는 작은 벌레를 옮겨 놓아 주었다. 그리고 꿀벌들이 겨울 한기(寒氣)에 굶어죽지 않도록 꿀과 가장 좋은 포도주를 내주라고 명하였다. 그는 모든 동물들을 형제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갖가지 동물 중에서도 온순한 것을 더 좋아하였다. 누가 이러한 일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있을까? 선의 근원이신 그분께서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이루시겠지만, 벌써 이 성인을 통하여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밝혀 주셨다.
제 125 장
피조물들이 그의 사랑을 돌려줌, 그리고
고통을 주지 않은 불
166. 그러므로 온갖 피조물들이 자신들의 사랑을 성인에게 되돌려 주려고 진력하였고, 마땅한 감사의 응답을 하였다. 그가 그들을 달랠 때 그들은 이를 반기었고, 그가 요구하는 일은 아무것이나 응하였으며, 그가 명하는 일은 무엇이나 복종하였다. 몇 가지만 예를 드는 것이 좋겠다.
프란치스꼬가 안질로 고생을 하던 차에, 치료를 하라는 종용을 받았고,42) 이리하여 한 의사가 그곳으로 왕진을 오게 되었다. 그 의사는 뜸을 뜨려고 쇠꼬챙이를 가지고 왔다. 그러고는 벌겋게 달구어질 때까지 그것을 화덕에 넣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공포에 질린 자기 몸에 용기를 주려고 복되신 사부님은 불에게 말을 걸었다 : “나의 불 형제여, 그대는 아름다움에서 만물을 능가하며, 또한 지극히 높으신 분께서 형제를 힘차고 아름답고 쓸모있게 만드셨습니다. 부탁하니,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예의바르게 대해 주십시오. 과거에43) 내가 주님 안에서 당신을 사랑했지 않습니까? 부디 이 시간에 형제의 열을 조절해서 나를 부드럽게 지지도록하여 주십사고 형제를 만드신 주님께도 청을 드리겠소.” 기도를 마치고 불에다가 십자성호를 긋고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대기하였다. 의사가 이글거리는 쇠꼬챙이를 손에 들었다. 모든 형제들은 약한 마음을 지닌 인간인지라 겁에 질려 달아났다. 성인은 쇠꼬챙이에게 자신을 기꺼이 그리고 쾌히 내맡겼다. 쇠꼬챙이가 지지직 하며 연약한 살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의사는 그 쇠꼬챙이로 서서히 귀에서부터 눈썹에까지 뜸을 떴다. 불에 지지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성인 자신의 말만이 고통의 정도를 증거할 수 있다. 달아났던 형제들이 돌아오자 사부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다 : “마음도 가슴도 모두 약한 사람들이여! 도망갈 게 뭐 있습니까? 여러분에게 진실로 말하겠습니다. 나는 불의 뜨거움도 살의 고통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의사를 향하여 말하였다 : “그것 가지고는 아직 충분치 않으시다면 더 지지시오.” 의사는 그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바와는 전혀 다름을 알고 이 일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하나의 기적이라고 선언하였다 : “분명히 말합니다. 형제들이여! 나는 오늘 참으로 놀라운 일을 보았습니다.”44)
나는 프란치스꼬가 태초의 무심(無心)으로 돌아갔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가 원하기만 하면 무자비한 물건까지도 누그러졌던 것이다.
제 126 장
손에 앉은 새
167.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한 작은 배를 타고 리에띠 호수를 가로질러 그렉치오 은둔소에 가고 있었다.45) 어느 어부 하나가 그에게 물새 한 마리를 바쳐, 그를 주님 안에서 즐겁게 하려고 하였다. 복되신 사부님이 그것을 기쁘게 받았다. 그리고 그는 새를 쥐고 있던 손을 펴면서 새에게 이젠 자유롭게 날아가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새는 날아갈 꿈도 꾸지 않고, 그의 손을 둥지삼아 쉬고 싶어했을 때에 성인은 시선을 들어 기도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성인이 딴 세계에서 돌아와 새에게 먼저 가지고 있던 자유로 돌아가라고 부드럽게 명하였다. 강복과 함께 이 허락을 받아들여 새가 날아 올랐다. 몸뚱이를 파닥거려 기쁨을 표하였다.
제 127 장
매
168.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사람들의 눈과 대화를 피하기 위해 흔히 쓰는 방법으로 어느 은둔소에 체류하고 있을 때, 그 은둔소에46) 둥지를 튼 매가 프란치스꼬와 친밀한 우정으로 맺어진 사이가 되었다. 밤마다 그 매가 꾸룩거리고 푸드덕거려 그것으로 기도시간을 알려 주는 때에, 성인은 습관적으로 일어나 하느님께 예배를 드렸다. 그 새가 그를 대단히 염려해 준 덕분에 그는 기도를 미적미적하는 일이 없게 되었으므로 하느님의 성인은 이 일이 매우 기뻤다. 그러나 성인이 평소의 병세보다 심한 병고에 시달릴 때는 매가 그를 아끼느라고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참으로 하느님에게서 지령이나 받은 듯이 그 새는 아주 조용히 목소리의 종을 울려 여명을 알렸다.
모든 피조물들이 창조주를 사랑하는 데에 으뜸이신 그분을 공경한다 해서 놀라울 것이 없다.
제 128 장
벌
169. 하느님의 종이 사십 일 동안 아주 엄격하게 고행을 실천하려고 어떤 산에다 방 한칸을 들였다. 사십 일이 다 차서 그는 자리를 떴고, 그 방은 아무 입주자도 없이 뒤에 남게 되어 외딴 장소가 되어 버렸다. 성인이 물을 마시는 데 사용했던 질그릇이 함께 버려진 채였다. 그런데 몇 사람이 성인에 대한 공경심에서 그곳에 갔다가 그 그릇에 벌들이 득실거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벌들이 그릇 속에다 틀림없이 그곳에서 성인이 체험했던 달콤한 관상을 뜻하는 작은 꿀집들을 멋지게 지었다.
제 129 장
꿩
170. 시에나의 어느 귀족 하나가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꿩 한 마리를 보냈는데, 당시에 성인은 몸이 불편했었다. 그가 그것을 기꺼이 받고서 좋아하였지만, 그것을 잡아먹을 생각에서 좋아한 것이 아니라 통상대로 조물주를 위한 사랑에서 좋아하였다. 그리고 그가 꿩에게 말했다 : “꿩 형제여, 우리의 조물주께 찬미를 드립시다!” 그리고 그가 형제들에게 말했다 : “자, 꿩 형제가 우리와 같이 살 마음이 있는지, 아니면 평소에 저희들이 잘 모이던 편한 곳으로 돌아가는지 한 번 봅시다.” 형제 중의 하나가 그 꿩을 들고 성인의 말씀에 따라 멀리 떨어져 있는 포도밭에 갖다 놓았다. 과연 그 꿩은 곧바로 사부님의 방으로 왔다. 프란치스꼬가 이번에는 더 멀리 갖다 놓으라고 다시 명하였다. 그래도 꿩은 무서운 속도로 그의 방문으로 돌아와서는 문에 서 있는 형제들의 수도복 밑으로 거의 강제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자 성인은 그 꿩에게 공들여 먹이도 주며, 안아도 주고 또한 고운 말씨와 더불어 쓰다듬어 주기도 하라고 일렀다. 하느님의 성인을 무척 따르던 어느 의사 하나가 이 꿩을 보고, 형제들에게 그 꿩을 달라고 하였다. 그것을 잡아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성인에 대한 공경심에서 그것을 키우려는 것이었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그가 꿩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러자 꿩이 성인과 헤어지는 석별의 고통 속에 있기나 한 듯이 프란치스꼬와 떨어져 있는 동안 내내 식음을 전폐하였다. 의사가 놀라 곧바로 꿩을 성인에게 데려다 주고는 그에게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다. 그 꿩은 땅에 놓이자마자 자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꿩은 온갖 슬픔을 떨쳐 버리고 즐겁게 모이를 먹기 시작하였다.
제 130 장
매미
171. 뽀르찌웅꿀라에서 하느님의 성인의 방 가까이에 매미 한 마리가 있었는데, 무화과나무에 앉아서 자주 구성진 가락을 뽑았다. 때때로 복되신 사부님이 매미를 향하여 한 손을 들고 다정하게 부르며 말하였다 : “나의 매미 자매여! 이리 와봐요!” 매미는 이성이 있어 알아듣기나 한 듯이 즉시 날아와 그의 손바닥에 앉았다. 그러자 프란치스꼬가 매미에게 말하였다 : “나의 매미 자매여! 노래하시오. 당신의 창조주를 즐거운 노래로 찬미하시오.” 이에 지체없이 순명하여 매미가 노래하기 시작하였다. 매미의 노래와 자기의 찬미를 한데 섞어 하느님의 사람이 매미에게 늘 놀던 곳으로 가라고 명할 때까지 매미는 쉬지 않고 목청을 뽑았다. 매미는 마치 그 자리에 박힌 듯 계속해서 8일간 무화과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성인은 자기 방에서 나오면 항상 매미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고, 매미는 노래를 하라 하면 언제라도 그의 명령에 순명할 태세가 되어 있었다. 그러자 성인이 동료들에게 말하였다 : “이제 우리의 매미 자매를 떠나 보내도록 합시다. 매미 자매는 지금까지 우리를 한껏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이러한 것들에 대해 헛된 자랑을 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프란치스꼬의 허락을 받고 매미가 즉시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모든 일들을 보고 형제들이 크게 놀랐다.
사 랑
제 131 장
그의 사랑, 그리고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완덕의 표양을 보임
172. 프란치스꼬의 이러한 사랑의 강렬함이 그를 온갖 피조물의 형제가 되게 하였을진대,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를 창조주의 모습이 찍힌 사람들과 더 친절한 형제가 되게 한 일은 그리 놀라운 일이 못된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흔히 구령보다 더 중요한 일이 없다고 말하였고, 그 증거로 하느님의 외아드님께서 황공하옵게도 영혼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매달린 사실을 자주 제시하였다.하여 그는 기도에 진력하였고, 설교에 지칠 줄 몰랐으며, 표양을 보이는 데에 한이 없었다.47) 그는 그리스도께서 사랑했던 영혼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을 그리스도의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이것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한 가지 직책에 종사한 그리스도의 조력자들인 신학자들을48) 그가 특별히 존경한 주된 이유이다. 그는 그의 형제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헤아릴 수 없는 애정으로 사랑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믿음있는 같은 식구들이었고, 하느님이 약속하신 영원한 유산의 참여로 그들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173. 그의 엄격한 생활이 지적받을 때마다 그는 어미 독수리가 새끼들을 날도록 독려하여야 하듯이49) 자기도 형제회의 모범으로 주어졌다고 대답하곤 하였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영에 순종을 잘 하는 그의 죄없는 육신에게는 그 허물 때문에 매질을 할 필요가 도무지 없었는데도 그는 모범을 보이기 위하여 육신에 연거푸 벌을 가하고 몸을 거칠게 다루었으니,50) 이는 순전히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였다.
기실 장상들의 말보다는 그 행동에 더 존경이 가는 법이다. 사부님은 행동으로 더 감미롭게 말씀하셨고, 행동으로 더 쉽게 권면하셨으며, 행동으로 더 뚜렷하게 길을 제시하셨다. 비록 장상들이 인간의 여러 언어들을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고 하더라도51) 사랑의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자신들에게도 이득될 것이 없다.52) 훈계하는 사람이 자신을 돌이켜볼 줄도 모르고 이성 대신에 변덕을 부릴 때, 그가 도장을 찍으며 권위를 행사한다 해서 그것만으로 구령에 이르기에 충분할까? 작은 시냇물이 좁고 고랑을 지나 작은 꽃동산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53) 아무튼 우리로서는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실행해야 한다.54) 형이 아우를 섬기도록55) 가시나무에서 장미를 따자.56)
제 132 장
제자들을 돌봄
174. 자기 제자들을 프란치스꼬만큼 돌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항시 그들을 진정한 이스라엘 사람이57) 되게 하기 위하여 그의 손을 하늘로 쳐들고 있었으며, 때때로 자신을 잊을 만큼 오로지 그의 관심은 자기 형제들의 구원에 있었다. 그는 전능하신 분의 발 아래 엎드렸고, 자기 아들들을 위하여 마음의 희생을 바쳤으며,58) 하느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그들에게 은총을 허락하시도록 하였다. 그가 자기가 이끄는 작은 양떼를 사랑과 두려움으로 애련히 여겼던 것은, 그들이 세상을 잃은 후에 하늘까지도 잃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자녀들을 낳을 때에 가지는 그러한 수고보다는 더한 수고로 그의 정신이 낳은 형제들인 자기에게 맡겨진 그들을59) 자기와 함께 영광되게 하지 못하면 자기에게는 내세의 영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제 133 장
앓는 형제에 대한 동정심
175. 프란치스꼬는 앓는 형제들을 크게 동정하였고, 그들의 필요에 대해 많은 염려를 하였다. 어떤 때 세속 사람들이 그에게 특별한 음식을 친절히 보내면, 다른 형제들보다도 자기에게 그 음식이 더 필요했지만 그는 그것을 아픈 형제에게 돌렸다. 그는 앓고 있는 형제의 고통을 자기가 짊어졌고,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없으면 동정어린 말이라도 하였다. 그는 아픈 형제가 부끄러워서 먹지를 못할까 염려하여 단식일에도 몸소 먹곤 하였다. 그리고 아픈 형제를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고기를 구걸하는 것도 그에게는 부끄럽지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앓는 형제에게 인내로이 부족함을 참으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요구가 채워지지 않는다 해서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하였다. 그래서 회칙의 한 구절에60)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썼다 : “나는 나의 모든 앓는 형제들에게 부탁합니다. 아프다 해서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마십시오. 영혼의 원수 곧 죽을 육신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지나치게 안달하는 마음에서 약을 지나치게 요구하지 마십시오. 모든 일에 대해서 감사를 드리고,61) 주님이 원하시는 그대로 되기를 자신도 원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작정하신 사람들62)을 채찍과 병고라는 자극제로 단련시키십니다. 그분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일수록 책망도 하고 징계도 한다.’”63)
176. 어느 앓고 있는 형제가 포도를 몹시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고 프란치스꼬가 그 형제를 포도밭으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포도나무 밑에 앉아서 그에게 먹을 용기를 주려고 자기가 먼저 먹었다.
제 134 장
마음이 병든 형제들에 대한 동정심, 그리고
병든 형제들을 돌보지 않는 형제들
177. 그가 알기에 유혹을 받아서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괴로워하여 마음에 풀이 죽어 있는 병든 형제들을 프란치스꼬는 크나큰 자비심으로 소중히 여겼고, 한없는 인내로 기운을 북돋우어 주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위험스럽지는 않다 싶으면 신랄한 교정을 삼갔으며 영혼을 구하기 위해서 매를 아꼈다.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기 힘든 형제들을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리고 죄지을 기회를 예방하기 위하여 장상은 폭군이 아니라 하나의 아버지여야 한다고64) 프란치스꼬는 말하였다.
미쳐 가는 우리 시대야말로 진정 딱한지고! 자칫하면 떨어져 버릴 형제들을 끌어올려 주고 기운을 북돋우어 주기는커녕 우리는 때때로 그들을 밀어 떨어뜨리니. 우리는 십자가에서 큰 소리와 눈물을 바치신 위대하신 목자의65) 품에서 어린양 한 마리를 빼내는 것을 가볍게 보고 있다. 거룩하신 사부님은 파멸시키기보다 잘못을 고쳐 주기를 원하셨으니, 우리와는 얼마나 다르신가! 우리는 어떤 형제들 안에 병든 의지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고약이 아니라 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손으로 쓰다듬어 주는 것보다 쇠막대로66) 다스리는 것이 많은 형제들에게 더 유익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름과 포도주,67) 회초리와 지팡이,68) 호됨과 자애, 뜸과 기름 부음, 투옥과 인자, 이 모든 것이 다 그 때가 있다.69) 복수의 하느님과70) 자비의 하느님도71) 이 모든 것을 다 요긴해 하신다. 그러나 그분이 반기시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72)
제 135 장
스페인 형제들
178. 이 지극히 거룩한 사람은 선의 향기가 자기 아들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것을 볼 때마다 때때로 하느님을 향하여 넋을 잃었다.73)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어느 스페인 사제 형제가 프란치스꼬를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복이 있었다. 스페인 형제들에 대하여 전해 준 여러 소식 중에서 다음과 같은 기쁜 소식으로 그는 성인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 “당신의 형제들이 우리 나라에서 어느 초라한 은둔소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반은 집안 일을 보고 있고, 반은 관상을 하고 있습니다. 집안 일을 하던 형제들은 일주일마다 관상을 하던 형제들과 바꾸며, 관상을 하던 형제들의 고요가 집안 일의 분주함으로 바뀝니다.74)어느 날 식탁이 차려지고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자, 자기들의 차례에 관상을 하던 형제들이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왔습니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들은 식사하라고 그를 부르러 방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는 주님의 더 풍성한 식탁에서 음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십자 모양으로 팔을 벌린 채 땅에 대고 엎드려 있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숨소리도 없었고 움직이지도 않아서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초 두 자루가 그의 머리 맡과 발치에서 타고 있었습니다. 촛불이 밝은 빛으로 그의 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흔들어 깨우지 않으려고 하였고,75) 그의 황홀경을 방해하지 않으려 하였기에 그는 평화 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문틈으로 형제들이 그를 훔쳐보며 담벼락 밖에 서서 기웃거렸습니다.76) 더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의 벗들이 동산에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려는데,77) 갑자기 불이 꺼지고 그 형제가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가 바삐 일어나 식탁으로 와서 늦은 잘못을 고백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이상과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스페인 형제가 말을 마쳤다. 성 프란치스꼬는 아들들의 향기가 진동하여 그 기쁨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그는 돌연 일어나 찬미를 드렸고, 마치 자기의 유일한 자랑거리는 자기 형제들의 기쁜 소식을 듣는 것인 양 전신이 즐거워 폐부에서 우러나는 말로 크게 외쳤다 : “가난한 형제들을 거룩하게 하시고 다스리시는 주여, 당신은 나의 형제들의 기쁜 소식을 듣게 하시어 이렇게 기쁨을 저에게 주셨으니 감사드립니다. 당신의 가장 큰 강복으로 그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좋은 표양으로써 서원생활의 향기가 풍기게 하는 모든 형제들에게 특별한 은혜를 주시어 거룩해지도록 하소서.”
제 136 장
은둔소에서 나쁘게 사는 형제들, 그리고 그가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사용하기를 원함
179. 사랑하는 형제들의 좋은 결과에 함께 기쁨을 나누기를 무척 바랐던 성인의 자애를 위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잘 볼 수 있지만, 반면에 은둔소에서 나쁜 생활을 하는 형제들은 적잖이 호되게 힐책받았음도 우리는 안다. 관상소를 어중이떠중이들이 게으름의 장소로 바꾸고, 영혼의 완성을 위하여 생긴 은둔생활을 향락의 소굴로 바꾼 것이다. 오늘의 은둔자들의 규범은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형제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은 살아 있는 성인들처럼 아주 훌륭한 규칙에 맞게 살고 있음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홀로 숨어서 꽃을 피운 그들의 전임자였던 스승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오늘의 은둔 형제들이 초대의 은둔 형제들의 아름다움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하여 초대 형제들의 올바른 생활에 대한 찬사가 영원하기를!
180. 더욱 사랑을 갖도록 권하면서 성 프란치스꼬는 그들에게 서로서로 붙임성있고 가족적인 친근감을 보이라고 타일렀다. 그가 말하였다 : “나는 나의 형제들이 한 어머니의 자녀들임을 보여 주기를 바라며, 만약 누가 투니카나 떠나 그밖에 다른 물건들을 요구하면 다른 형제는 너그럽게 그것을 그 형제에게 주기를 바랍니다. 형제들은 책과 필요한 물건들을 돌려가며 써야 하고, 그래야만 누구도 다른 형제에게서 물건을 뺏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그는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통해서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 앞장서서 이러한 일들을 실천했다.
제 137 장
그가 자기의 투니카를 준 두 명의 불란서 형제
181. 대단히 거룩한 불란서의 두 형제가78) 성 프란치스꼬를 길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성인을 만나는 일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는데, 만나뵙기를 오랫동안 눈이 빠지도록 갈망했던 차라, 성인을 보자 그들의 기쁨이 배가(倍加) 되었다. 반가운 인사들을 서로 나누었고,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나눈 후에 그들은 애틋하게 그의 투니카를 청하였다. 그는 즉시 투니카를 벗어 알몸이 되었고, 그것을 기꺼이 그들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고는 더 너덜거리는 한 형제의 투니카를 받아 끼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투니카를 주어 버릴 채비가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달라고 하면 무엇이나 다 유쾌하게 주었다.
비난, 봉사자들, 단순성
제 138 장
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 대한 처벌
182. 사랑으로 차 있는 영혼은 하느님께서 싫어하시는 사람을 싫어하는 법인데, 거룩하신 사부님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어떤 사악한 사람에게보다도 비난을 일삼는 형제들에게 유독 치를 떨었다. 그러한 형제들은 독약을 혀로 실어 와서 그것으로 다른 형제들을 물들게 한다고 그는 말하곤 하였다.79) 그는 말로 갋으며 노닥거리기 좋아하는 형제들이 말을 할 때는 그 자리를 피하였으며, 그러한 말을 들으면 그는 우리가 직접 본 일이지만 귀가 더러워질까봐 귀를 돌렸다.
어떤 형제가 다른 형제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을 프란치스꼬가 듣고 그의 총대리인 까따니아의 베드로 형제를 향하여 다음과 같은 끔찍스런 말을 하였다 : “이런 증상 모략자들에게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이 형제회에 분열이 생길 것이요. 악취를 풍기는 입들을 다물지 않으면 많은 형제들의 감미로운 향기가 곧 흉악한 냄새로 변할 것입니다.80) 정신 차리시오, 정신 차리시오! 부지런히 조사해 보시오. 누명을 쓴 형제의 무고함이 드러나면 모함꾼을 모두에게 알리도록하여 엄중히 바로잡도록 하시오. 만약 당신이 직접 그를 처벌할 수 없으면 그를 피렌제의 주먹 좋은 형제에게 넘기시오”(성인은 일상 피렌제의 요한 형제를81) 주먹 좋은 형제라고 불렀다. 그는 신체 건강하고 힘이 장사였다). 그가 말하였다 : “이러한 무서운 병이 더 퍼지기 전에 형제와 모든 봉사자들이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그는 형제들의 명성을 앗아가 버린 그런 형제의 수도복은 빼앗아야 하며, 그가 앗아간 것을 먼저 복구시켜 놓지 않으면 그의 눈을 하느님께 향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때때로 판단하곤 하였다.
이 말씀이 동기가 되어 당시의 형제들이 엄한 벌칙을 세워 이 악행을 끊었고, 다른 형제들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로, 또한 기필코 입질하지 않기로 서로 단단히 합의하였다.
그래야지! 옳다마다, 여부가 있나! 비난을 일삼는 형제는 인간의 쓸개요, 사악의 누룩이며, 세상의 치욕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니 일구이언하고 거짓말이나 하는 형제는 수도원의 추물이요, 공동체의 독이며, 불화를 조장하는 작자가 아니고 무엇인가? 슬프다, 이 땅 위에 독살스런 동물들이 많고, 아무도 그 뿌드득거리는 험악한 이빨을 피할 수 없도다! 상(賞)은 모함꾼에게 주어지고, 순수는 파괴되었으며, 빨마가지는 늘상 불순한 자에게 주어진다. 보라, 사람이 정직하게 살 수 없는 풍토에서는 사람은 타인의 명성을 찢어발겨 거기에서 밥과 옷을 얻는다.
183. 그래서 성 프란치스꼬가 자주 말했다 : “비난을 일삼는 자들이 하는 말은 이런 것입니다 : ‘내가 무슨 덕행이야 덕행은! 나는 학식도 그저 그렇고, 내세울 만한 재주도 없어! 그러니 이것 가지고는 하느님만 아니라 인간들 하고도 함께할 자리를 찾을 수 없으니, 이거 참! 옳지 좋은 수가 있다.82) 뽑힌 자들에게 대항하여 흉계를 꾸미고,83) 권력있는 형제들을 포섭해야 겠다. 지금의 나의 장상도 어디까지나 인간일 뿐이고, 저나 나나 하는 짓이 어떤 대 보면 똑같아. 하는 짓이 체드루스는 잘라 버리고 숲에는 가시덤불만 남게 하니!’ 아, 가련한 자여! 인간의 살로 실컷 배를 채워라! 다른 식으로는 살 길이 막막하니 다른 형제들의 내장을 갉아 먹고나 살아라! 그러한 형제들은 좋게 보이려고만 하지, 좋아지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를 권력으로 보호해 주는 형제들만을 칭찬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칭찬하는 사람의 귀에 그 칭찬이 들어갈 것 같지 않으면 칭찬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헛된 칭찬을 들으려고 단식해서 얼굴을 창백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온갖 일들을 비판하지만 자신은 누구한테도 비판받지 않으려 하면서 영적인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합니다.84) 그들은 거룩하다는 평판을 받지만 그들의 행실은 거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천사라는 이름을 듣지만, 덕행은 천사들의 덕행이 아닙니다.”
제 139 장
봉사자들은 동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184. 프란치스꼬가 주님께 거의 불리어 갈 즈음에 하느님의 일들을 항시 걱정하는 어느 형제가 형제회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프란치스꼬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 “사부님, 당신이 돌아가시면 당신을 따르던 이 수도가족은 눈물의 골짜기에 버려지게 됩니다. 당신이 믿을 수 있고, 또 봉사직의 임무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이 형제회 안에 있으면 지목하십시오.” 성 프란치스꼬는 말끝마다 한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이렇게 각양각색인 사람들로 구성된 군대의 통솔자와, 이렇게 덩치가 큰 무리의 목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못 보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을 위한 한 인물을 속담 그대로 직접 내 손으로 풀이하고 상정(想定)해 볼까 합니다. 이 수도가족의 스승이 되려면 어떠한 사람이어야 하는가가 분명히 드러나는 그러한 인물을 말입니다.”
185. 그가 말하였다 : “그 사람은 아주 진실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신중하고 덕망이 높아야 합니다. 그 사람은 정해진 사람에게만 호의를 베풀어 전체에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사사로운 애정이 없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거룩한 기도에 열중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자기의 영혼을 위해서 시간을 할애하고, 자기에게 맡겨진 무리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아침의 첫출발을 거룩한 미사 봉헌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긴 기도로써 자신과 무리를 하느님의 보호에 내맡기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기도를 하고 나와서는 모든 이가 그를 귀찮게 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모두에게 해답을 줄 수 있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는 편애를 보이는 더러운 죄를 범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지혜롭고 높은 사람에게와 마찬가지로 보잘 것 없고 대단치 않은 형제들에게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는 우리의 서원과 완덕의 부패 원인인 돈에 질겁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작은 형제회의 우두머리로서 다른 형제들의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는 돈주머니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자기를 위해서는 수도복 한 벌과 수첩으로 충분하며, 다른 형제들을 위해서는 연필통과 도장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공부 때문에 자기의 직무에서 이탈하지 않기 위해서 책 수집가여서는 안되며,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는 안됩니다. 근심하는 형제들에게는 그가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에, 그는 괴로워하는 형제들을 어김없이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만약 형제들이 그에게서 치료약을 찾을 수 없다면, 절망의 병이 신음하는 형제들을 찍어누를 위험이 있습니다. 우악스런 사람들의 성격을 꺾어 그들을 온순하게 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낮출 줄 알아야 하며, 그리스도를 위하여 영혼들을 얻으려면 자기의 권리도 양보할 줄 알아야 합니다. 수도원을 떠나는 형제들에게도 마치 잃어버린 양에게 하듯이 연민이라는 마음의 문을 닫아서는 안됩니다. 사람을 그러한 지경에 몰아넣는 유혹들이야말로 아주 힘겨운 유혹들이라는 것을 이해해서 말입니다.”
186. 그가 말하였다 : “나는 그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받기를 원하며, 모든 이가 그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로서는 명예에 기쁨을 두지 말아야 하며,85) 호의를 받을 때나 모욕을 당할 때나 똑같이 기분이 좋아야 합니다. 쇠약해졌다든가 아니면 지쳐 있을 때에 특식이 필요하면 몰래 먹지 말고,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먹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몸을 돌보아야만 하는 허약한 형제들이 이것을 보고 거리낌없이 음식을 먹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다른 형제들의 양심의 비밀을 살피고 진실을 숨어 있는 곳에서 끌어내야 하며, 말 많은 사람의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명예를 보존하기 위해서 짜장 정의의 튼튼한 조직을 허물어 뜨리는 사람이어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한 장상직을 그는 권위가 아닌 다만 무거운 짐으로 여겨야 합니다. 지나치게 유순한 나머지 형제들로 하여금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되며, 너무 관대한 나머지 형제들로 하여금 질서를 흐리게 해서도 안되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아서 나쁜 짓을 하는 형제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여하간 나는 그가 좋은 덕행을 지닌 동료들로 둘러싸여 그들과 함께 모든 일에 있어서 좋은 행동의 본보기를86) 보여 주기를 바랍니다. 그 동료들은 향락을 꿋꿋이 물리쳐야 하고, 시련 앞에서 강해야 하며,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쁘게 맞아들이는 친절함을 보여야 합니다. 보시오, 이것이 바로 이 형제회의 총봉사자가 무릇 그리 되어야 하는 바입니다.”
제 140 장
관구 봉사자들
187. 복되신 사부님은 누구보다도 총봉사자에게 이와 같은 여러 자질들이 두드러져야 한다고 하였지만, 모든 관구 봉사자들에게도 이같은 자질을 요구하였다. 사부님은 그들이 아래 형제들에게 상냥하기를 바랐고, 또한 무언가 실수를 저지른 형제들이 거리낌없이 그 선의를 믿고 자신을 내맡길 수 있을 만큼 잔잔하고도 착한 마음씨를 그들이 지니기를 바랐다.87) 그는 봉사자들이 명령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랐고,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기를 바랐다. 그는 그들이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들에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더욱 참고 견딜 자세를 갖추기를 바랐다. 그는 그들이 악의 원수가 되기를 바랐지만 반면에 악에 빠진 자들에게는 그 치료자가 되기를 바랐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들이 그들의 생활로써 다른 모든 형제들에게 수도생활의 귀감이 되기를 바랐다. 그들이 보살핌과 수고의 짐을 짐으로써 모든 이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기를 바랐다. 이러한 모범과 이러한 원칙 아래에서 그들에게 맡겨진 영혼들을 다스리면 그들은 하느님 대전에서 최고의 상급을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제 141 장
봉사자들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응한 답변
188. 프란치스꼬가 어느 형제로부터 어찌하여 당신은 당신의 모든 형제들을 직접 보살피지 않고, 자기에게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그들을 장사들의 손에 내맡겨 두느냐는88) 질문을 받았다.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나는 할 수 있는 대로 형제들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이 나의 뒤를 따르면 나는 그들을 더욱 사랑할 것이며, 그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다른 길로 형제들을 이끄는 장상들이 있는데, 그들은 옛사람들의89) 생활을 따르라고 형제들에게 지시하고 있고, 나의 권고는 등한시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일은 마지막에 드러날 것입니다.”
얼마 후 그는 병세가 악화되었을 때에 침대에서 격렬하게 말하였다 : “나와 형제들의 수도회를 나의 수중에서 갈취한 자는 누구입니까? 내가 총회 때에 나의 뜻이 어떤지를 그들에게 밝혀야 겠습니다.” 그러자 그 형제가 말하였다 : “오랫동안 자유를 남용한 관구 봉사자들을 갈아치우지 않으시겠습니까?” 사부님이 깊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무서운 말을 하였다 : “멋대로 살게 놔두십시오. 많은 이가 멸명하는 것보다 몇 사람만 멸망하는 것이 손실이 적습니다.”
그가 모든 봉사자들을 두고 이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마치 물려받은 권리나 되는 듯이 오랫동안 그 직책을 쥐고 있으면서 마치 장상직을 유산으로 생각하는 듯한 몇몇 형제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는 어떤 장상이든 모든 수도원 장상들에게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관습을 바꾸지 말고, 호감을 사려고 은혜를 베풀지 말며, 권리를 행사하기보다는 직무를 수행할 생각만 하라고 권고하였다.
제 142 장
참다운 단순성이란 어떤 것인가
189. 성인은 은총의 딸이요, 슬의 자매이며, 정의의 어머니인 거룩한 단순성을 몸에 지니려고 각별히 애를 썼고, 다른 형제들 안에서도 이것을 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는 모든 종류의 단순성을 좋아한 것이 아니고 다만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모든 것을 하찮게 여기는 그러한 단순성을 좋아하였다. 이러한 단순성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을 자랑하고1) 악행을 할 줄 모르며, 악한 말을 할 줄을 모른다. 이러한 단순성은 자신을 반성하기 때문에 아무도 단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권리를 탐하지 않으며, 더 나은 사람에게 그것을 양보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희랍 문화를2)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배우거나 가르치기보다 행동을 택한다. 이러한 단순성은 성서를 해석하는 데에 있어서 완곡과 꾸밈, 말장난이나 거드름과 까다로움을 멸망할 자들에게 맡기고 자기는 껍질이 아닌 알맹이를 찾으며, 거죽이 아닌 속을, 양이 아니라 질을, 그리고 최고의 영원한 선을 찾는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은 배운 형제들에게나 배우지 못한 형제들에게나 이 덕을 요구했으며, 이것을 지혜와 반대되는 덕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지혜의 참다운 자매로 보았다. 그리고 그는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이 덕을 더 쉽게 얻고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덕행들에게 바치는 인사를3) 다음과 같은 말로 엮고 있다 : “여왕이신 지혜여, 기뻐하소서! 주께서 당신의 자매인 순수하고 거룩한 단순성과 함께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제 143 장
단순한 형제 요한
190. 성 프란치스꼬가 아씨시와 가까운 이웃 동네를4) 지나는데, 들에서 쟁기질을 하던 요한이라는 매우 순박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 “저를 형제로 받아 주십시오, 하느님을 섬기기를 오래 전부터 바라왔습니다.” 성인은 그 사람의 우직함을 보고 즐거워하며 그의 요구에 답하였다 : “형제여, 우리의 동료가 되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것을 무엇이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오, 당신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면 당신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즉시 그가 황소 둘을 끌러 그 중에 한 마리를 성 프란치스꼬에게 바쳤다. 그리고 말하였다 : “이 황소를 가난한 사람에게 주도록 합시다. 아버지의 유산에서 이만큼은 내 차지가 됩니다.” 성인은 미소를 띠었고, 그러한 순박한 행동에 매우 즐거워 하였다. 그의 부모와 동생들이 이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달려왔다. 사람을 잃는 것보다 황소 한 마리를 잃을까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성인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 “걱정하지 마시오. 황소는 드리겠소. 그러나 당신들의 형제는 내가 데리고 가겠소.” 그리하여 성인은 그 사람을 데려오게 되었고, 수도복을 입힌 후에 그의 순박한 기질 때문에 그를 특별한 동료로 삼았다.
성 프란치스꼬가 어떤 장소에서 묵상을 하고 있으면, 그것이 어떤 몸짓이나 움직임이든간에 그것을 순박한 요한은 그대로 흉내내곤 하였다. 프란치스꼬가 침을 뱉으면 그도 침을 뱉았고, 기침을 하면 자기도 따라서 기침을 하였다. 그는 프란치스꼬의 한숨소리에 자기의 한숨소리를 맞추었다. 그는 프란치스꼬가 눈물을 흘리면 덩달아 눈물을 흘렸다. 성인이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면 요한도 자기 손을 치켜들었고, 그를 본뜨려고 부지런히 살펴서 그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그대로 하였다. 성인이 이것을 눈치채고 외 그러느냐고 한 번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 “저는 당신이 하는 것은 무엇이나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엇 하나라도 빠뜨리면 저는 위험합니다.” 이 형제의 순박함에 성인이 즐거워 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성인이 인자하게 금했다. 그후 오래지 않아 이 순박한 형제는 때묻지 않은 상태로 주님께 갔다. 성인은 형제들에게 그의 생활을 모방하라고 자주 권하였고, 아주 흐뭇해하며 그를 요한 형제라 부르지 않고 성 요한이라고 불렀다.
장상들의 규범에 자신을 맞추고 성인들의 모범과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거룩한 단순성임을 알자. 이 세상에서 이 순박한 형제가 성인을 본받았듯이 그와 같은 열성으로 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들도 벌써 천국에서 통치하고 계시는 성인을 본받으려고 노력했으면! 그에 따른 요한의 결과는? 성인의 지상 삶을 따랐던 그는 성인보다 먼저 천상 삶을 얻게 되었다.
제 144 장
아들들간의 일치를 도모함, 그리고
이에 비유를 들어 말함
191. 아들들간의 일치의 유대를 유지하는 일이 프란치스꼬의 한결같은 간절한 소원이었으며 세심한 관심사였다. 그럼으로써 이와같은 정신으로 모여들어 같은 사부의 지도를 받은 그들이 한 어머니의 품속에서 평화롭게 자라게 되었다. 그는 신분이 높은 형제와 낮은 형제가 한데 어울리기를 바랐고, 지혜있는 형제와 단순한 형제가 형제적 사랑으로 결합되기를 바랐으며, 멀리 떨어져 있는 형제들끼리도 그들이 사랑의 힘으로 묶여 있기를 바랐다.
그가 언젠가 그들 앞에서 다음과 같은 풍부한 교훈이 들어 있는 훈화적인 비유를 들어 말하였다 : “교회에서 모든 수도자들이 모이는 총회가 개최되었다고 합시다. 거기에는 글을 아는 수도자도 참석했고, 글을 모르는 수도자도 참석했습니다. 학식있는 수도자도 있었고, 학식은 없었지만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수도자도 있었습니다. 학식있는 수도자 하나와 순박한 수도자 하나가 설교하기로 지목되었습니다. 그 학식있는 수도자가 학식있는 자답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 ‘여기는 배움을 마친 사람들이 많아서 배움을 자랑할 만한 장소가 못 되겠구나. 이 대단히 예리한 사람들 틈에서 예리한 말로 나의 특이함을 드러내 본들 걸맞는 일이 못되겠구나. 차라리 단순하게 말하는 편이 가장 효과가 있겠다.’ 그날이 왔습니다. 거룩한 수도자들이 모였고, 그들은 그의 설교에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그 학식있는 사람이 부대옷을 걸치고 머리에는 재를 뿌리고 앞으로 나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란 가운데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설교하면서 간단히 말하였습니다 : ‘우리는 큰 것을 약속했고, 우리에게는 더 큰 것이 약속되어 있습니다. 약속한 것을 지키고 약속된 것을 갈망합시다. 쾌락은 일시적이고 형벌은 끝이 없습니다. 고통은 짧고 영광은 영원합니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힌 사람은 적습니다. 누구든지 자기의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그의 말이 청중들의 가슴에 와 닿았고, 그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은 정말 지혜로운 그를 성인으로 받들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단순한 형제가 마음 속으로 말하였습니다 : ‘그 학식있는 사람이 내가 말하고 행하려던 것을 다 해버렸구나. 옳지 좋은 수가 있다.내가 아는 것은 시편 몇 줄이다. 그러니 그 학식있는 사람이 단순한 역할을 다한 것처럼 이번에는 내가 학식있는 역할을 해야겠다.’ 다음날 회합이 돌아왔습니다. 그 단순한 사람이 일어서서 시편을 주제로 택했습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감동의 선물 을 받고 성령에 감도되어 열렬하고 신묘하고 감미롭게 설교를 하였습니다. 모든 이가 경탄하여 말하였습니다 : ‘하느님은 단순한 사람을 가까이 하시는구나.’”5)
192. 자기가 제시한 이러한 훈화적 비유적 하느님의 사람이 설명을 붙였다 : “우리 형제회는 세계 각처에서 모여들어 한 가지 생활양식 아래에 살고 있는 매우 큰 단체이며 모임입니다. 이 형제회에서 학식있는 형제들은 학식없는 형제들이 불타는 열성으로 천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을 보고 나서, 그리고 인간에게서 가르침을 받지 못한 형제들이 성령을 통하여 영적인 사물에 맛들일 줄 아는 것을 보고 나서 그 순박한 형제들의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반면에 순박한 형제들도 이름있는 형제들이 이 세상 어디에서나 영예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과 같은 모습으로 이 형제회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면 학식있는 형제들의 것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듭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수도 가족의 아름다움을 빛나게 하는 일이며, 이런 다양한 장식품들이 이 수도가족의 아버지를 적잖이 기쁘게 합니다.”
제 145 장
성인이 바란 형제들의 삭발 방법
193. 성 프란치스꼬가 머리를 깎을 때면, 머리를 깎아 주는 형제에게 자주 이렇게 말하였다 : “둥근 테를6) 너무 크게 만들지 않도록 유의하십시오. 나는 나의 머리의 둥근 테가 단순한 형제들의 경우와 같은 크기이기를 바랍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형제회가 부자나 학식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있는 것과 똑같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형제들을 위하여 있기를 바랐다 :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차별없이 대하시며,7) 총봉사자이신 성령께서는 가난한 형제들과 순박한 형제들 위에 똑같이 머무르십니다.” 그는 이러한 말을 회칙에 집어넣기를 원했으나, 이미 교황님께서 회칙을 칙서로 인준하셨기 때문에8)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제 146 장
학식이 많은 사람들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에
모든 재산을 포기하기를 바람
194. 프란치스꼬는 신분 높은 성직자들이 이 형제회에 들어올 때는 그들의 지식까지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소유물을 포기함으로 해서 십자가에 달리신 분의 팔에 그들 자신을 알몸으로 봉헌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말하였다 : “학식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온유함을 앗아가며, 뻣뻣하며 겸손에 머리 숙일 줄을 모르게 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학식있는 형제들은 입회할 때에 나에게 이러한 청을 하기를 바랍니다 : ‘보십시오, 형제여! 저는 세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하느님에 관해서 진정으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청하오니, 세속의 번잡을 피하여 멀리 떨어져 있는 장소를 하나 주시어, 거기서 나의 지난 세월을 슬픔중에 되새기도록하여 주시고, 나의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혀 나의 영혼을 더 좋은 사물로 데려갈 수 있도록하여 주십시오.’” 그는 또 말하였다 :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여러분들은 생각하십니까? 그는 틀림없이 사슬에서 풀린 사자처럼 힘차게 뛰어올라 모든 일들을 향하여 전진할 것이고, 처음에 맛본 한 줄기의 복된 기쁨이 꾸준히 그 사람 안에서 커 갈 것입니다. 그는 안에서 불타는 것을 밖으로 쏟아놓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말씀의 봉사에 힘껏 자신을 바치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경건한 가르침이다. 이렇게 다른 세계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자라 온 세속에 대한 애착심을 겸손의 실천으로 깨끗이 씻어 없애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완덕의 수련을 거쳐 곧 완덕에 도달한다.
제 147 장
그는 형제들이 어떻게 배우기를 원하였는가,
그리고 설교하는 어느 동료에게 나타남
195. 형제들이 배움을 찾고 덕행을 등한히할 때, 특히 처음에 받은 성소에 머무르지 않을 때에,9) 프란치스꼬는 슬퍼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배움을 몹시 갈망하여 거기에 끌려 다니는 나의 형제들은 최후의 심판날에 그들의 손이 비어 있음을 발견할 것입니다. 나는 그들이 덕행 안에서 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시련이 다가올 때 그드른 시련 중에서 주님을 만날 것입니다. 곧 시련이 닥쳐옵니다. 그때에는 쓸데없는 책들이 창밖으로 내던져질 것이며, 골방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그가 성서 공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배워야겠다는 모든 형제들의 헛된 욕망을 끊어버리게 하기 위해서였고, 호기심에서 알려고 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사랑 안에서 착한 사람이 되기르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식이 멸망의 원인이10)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영적인 사물들을 향한 투쟁만이 영혼의 견고한 성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편서를 갖겠다고 허락을 받으려 하는 어느 글을 모르는 형제 하나에게 그가 시편서 대신에 재를 주었다.
설교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는 그의 동료 하나에게 프란치스꼬가 죽은 후에 환시로 나타났다. 프란치스꼬는 그 일을 하는 것을 금했고, 이어서 그에게 단순한 길을 걷도록 명하였다. 그는 환시가 지나간 다음에 이슬방울처럼 생기있게 스승의 말들이 여전히 며칠 동안 그의 귓전을 울릴 만큼 거기에서 감미로움을 느꼈다. 이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하느님께서 잘 알고 계시다.
성인의 특별 신심
제 148 장
하느님의 사랑에 관한 말만 들어도 감동을 받음
196. 성 프란치스꼬의 특별한 신심들을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이 그리 쓸모없는 일도 아닐 것이며, 걸맞지 않는 일도 아닐 것이다. 이 사람은 영(靈)의 기름부음받음을 누리는 자로서 만물에 깊은 믿음을 지녔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한 사물에 대해서 특별한 사랑이 우러나는 것이었다. 그는 대화에서 일상 쓰는 말에 어쩌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마음 속으로 어떤 변화를 느끼지 않고 들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그는 마치 밖에서 말하는 사람의 소리의 채가 마음 안에 있는 현(弦)을 긁은 듯이 곧 자극을 받아 꿈틀거렸으며 불이 붙었다.
그는 말하였다 : 동냥을 받고 그 대가로 하느님의 사랑을 주는 것은 숭고한 희사이며, 이것을 돈보다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야말로 최고의 멍텅구리라고. 그는 자기가 이 세상 사물과 관계를 하고 있는 동안 하느님의 사랑으로 동냥을 달라고 하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결코 되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을11) 죽을 때까지 어김없이 지켰다.
어느 가난한 사람 하나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동냥을 요구했을 때, 그는 가진 것이 전혀 없었던 적이 있었다. 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위를 집어들고 그는 신속하게 자기의 투니카를 자르려고 했다. 형제들이 그를 말리지 않았으면 그렇게 했을 테지만 형제들이 말리는 통에 뜻을 못 이루고 그 대신 형제들에게서 다른 물건을 받아서 그 가난한 사람에게 주었다.12)
그가 말하였다 : “우리를 무척이나 사랑하신 그분의 사랑을 한없이 사랑해야 합니다.”13)
제 149 장
천사들에 대한 신심과 성 미카엘의 사랑으로 한 일
197. 투쟁하는 우리들과 더불어 있고, 죽음의 골짜기를14) 우리들과 더불어 지나는 천사들에게 프란치스꼬는 크나큰 공경과 사랑을 가졌다. 우리와 더불어 있는 이 동료들을 우리는 어디서나 공경해야 하고 우리의 수호자로서 그들에게 기호를 빌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였다. 그는 늘 가르치기를 천사들의 눈앞에서 우리가 죄를 짓지 말아야 하고, 사라들 앞에서 하지 않으려는 일은 천사들 앞에서도 감히 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기도실에서는 누구나 천사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하게 되어 있느니,15) 할 수 있는 형제들은 누구나 기도실에 함께 모여 정성되이 시편을 노래하기를 그는 바랐다.
복된 미카엘 대천사는 하느님께 영혼들을 바치는 역할을 하는 만큼16) 다른 천사들보다도 더 특별한 공경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자주 말하였다. 그래서 그는 성모 몽소승천 축일부터 성 미카엘 대천사 축일까지의17) 사십일간을 대천사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단식재를 지켰다. 그가 말하였다 : “천사들의 으뜸인 미카엘 대천사를 공경하는 자세로 누구나 하느님께 찬미와 특별한 예물을 드려야 합니다.”
제 150 장
성모님에 대한 신심, 그리고 형제회를
특별히 성모님께 맡김
198. 예수님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사랑으로 그는 가득하였다. 그것은 성모님께서 엄위하신 주님을 우리의 형제가 되게 하셨기 때문이었다. 그는 특별한 찬미들을 그녀에게 읊었고, 기도를 쏟아 부었으며, 애정을 바쳤고, 그것이 너무 많고 훌륭하여 인간의 혀로는 그것들을 헤아릴 수가 없다.18) 사부님이 그녀를 형제회의 보호자로 삼으신 일은 우리에게 가장 기쁜 일이고, 그가 이 세상에 아들들을 고아처럼 버릴 때에 그들을 그녀의 날개 밑에 들여보내어 그녀로 하여금 그들을 기르시고 끝까지 보호하시게 하였다.
가난한 자의 보호자시여! 아버지께서 정해 두신 때가 올 때까지19) 우리에게 당신의 보호 직무를 다하소서.
제 151 장
주님의 성탄에 대한 신심과, 성탄 축일에는 어떻게
만물을 대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願)
199. 그날은 축일 중의 축일이요, 그날에 하느님이 주먹만한 아기가 되어 인간의 젖꼭지에 매달리셨다고 말하며, 프란치스꼬는 아기 예수의 탄생일을 어느 축일보다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중에 보냈다. 아기 예수를 그린 그림을 만나면 그는 그리운 마음에 거기 손과 발에 입을 맞추었고, 아기 예수에 대한 측은함에 가슴이 뭉클해서 마치 아기들에게 하듯이 예쁜 말들을 더듬거렸다. 아기 예수의 이름은 프란치스꼬의 입에 꿀맛이었다.20)마침 성탄일이 금요일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금육을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에, 그는 모리꼬 형제에게 이렇게 답변하였다 : “형제여, 우리를 위하여 아기 예수께서 태어나신 이 날을 단식일이라고 하면 그것은 죄악입니다!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날은 담벼락까지도 고기를 먹여야 합니다. 그런데 먹일 수가 없으니, 그 겉에다가 고기를 문지르기라도 해야 합니다.”
200. 이 날에 프란치스꼬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과 굶주린 사람들의 배를 채워 주기를 바랐고, 소나 당나귀에도 평상시보다 더 많은 양의 여물을 주게 하였다. 그가 말하였다 : “내가 황제께 말만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이야기해서 포고를 이렇게 내리라고 하겠소. 모든 사람이 밀과 곡식을 길에다 뿌려서 새들도 이렇게 성대한 날은 실컷 먹게 하고 특히 나의 자매들인 종달새들이 실컷 먹을 수 있도록 하라고 말입니다.”
바로 이 날에 가난하신 동정녀께서는 그 궁색함이 얼마나 컸을까 싶어21) 프란치스꼬는 눈물을 지으며 회상에 잠기곤 하였다. 그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한 형제가 복되신 동정녀의 가난과 그 아들 그리스도의 빈곤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곧 프란치스꼬는 식탁에서 일어나 맨바닥에 주저앉아 한숨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나머지 빵을 먹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왕이신 그리스도와 여왕이신 성모님 안에서 현현하게 빛을 발한 이 가난의 덕을 왕의 덕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형제들이 어느 모임에서 그리스도와 더 가까운 친구가 되게 하는 덕행에 관하여 토론을 벌이고 있을 때, 프란치스꼬가 그의 마음의 비밀을 드러내 보이기나 하듯이 이렇게 답하였다 : “나의 아들들이여, 알아두시오. 가난은 구원에 이르는 특별한 길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가지가지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됩니다.”
제 152 장
성체에 대한 신심
201. 프란치스꼬는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는 성체에 대한 사랑으로 불탔다. 그리고 그는 거기에서 보여진 주님의 인자하신 사랑과 사랑 넘치는 인자를 보고 넋을 잃었다.22) 최소한 하루에 한 번 미사 참례를 안하면 주님을 대단히 모독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는 자주 성체를 영하였고, 그가 영하는 것을 보면 다른 형제들도 경건한 마음이 생길 만큼 그렇게 경건하게 영하였다. 그는 성체에 마땅히 바쳐야 할 온갖 공경을 다 바치면서 자기 육신 모두를 희생으로 바쳤고, 죽임을 당한 어린 양을23) 받아모실 때 마음의 제단에서 쉼없이 타오르는 불길로 자기 마음을 하느님께 희생제물로 바쳤다. 그는 성체를 공경하는 불란서를 사랑하였다.24) 그리고 그는 불란서 사람들이 성체를 흠숭하는 것을 보고 불란서에서 죽어 묻히기를 소원하였다. 그는 그의 형제들을 보배로운 성합들을 들리워 파견하기를 원하였으니, 이는 도무지 당치 않게 치러진 우리의 속량의 대가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고, 또한 그 대가가 적합치 찮은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온당한 곳에 모시기 위한 것이었다.25)
그가 사제들의 손에 크나큰 경의를 표하기를 바란 것은, 그들의 손이 하느님으로부터 권한을 받아 빵과 포도주를 성체로 변화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주 말하곤 하였다 : “내가 천국에서 온 어떤 성인과 어느 가난한 사제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먼저 사제에게 어서 가서 경의를 표하고 그의 손에 입을 맞추겠습니다. 그리고 성인에게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 ‘기다리십시오. 라우렌시오 성인!26) 이 사제의 손은 생명의 말씀이신27) 그분을 만집니다. 이 손은 인간 이상의 거룩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 153 장
성인들의 유해와 유품에 대한 신심
202.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이 사람은 하느님 흠숭에 가장 큰 열성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과 관련이 있는 물건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공경하는 데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가 마싸 교구에 있는 몬떼까살에28) 있었을 때에, 그는 그의 형제들에게 명하였다. 모든 사람에게서 버려져 있는 한 성당에 가서 거룩한 유해와 유품들을 가져다가 형제들이 있는 곳에다 극진히 모셔 두라는 것이었다. 그는 마땅히 소중히 하여야 할 유품들이 이미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지지 않고 있을 때에 깊은 신음을 하였다. 그러나 어찌어찌하여 사부님이 다른 곳으로 잠시 가게 되었고, 그의 아들들은 사부님의 이 명을 잊고 순명의 공로를 등한히 하였다. 어느 날 형제들이 미사를 거행하려고 으례 하던 대로 제대에서 제대보를 벗겼다. 그러자 제대에서 그들은 매우 아름답고 훈향을 풍기는 유골들을 발견하였다. 그들은 전에 한 번도 거기에서 본 일이 없었던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하느님의 성인이 조금 뒤에 와서 유품들에 관한 그의 명이 이행되었는가를 보려고 챙겨 물었다. 이에 형제들이 순명을 등한히 한 잘못을 겸손히 고하고 벌과 함께 용서를 빌었다. 이에 성인이 말하였다 : “나의 주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십시오. 그분은 여러분이 하여야 할 일들을 당신께서 직접 하셨습니다!”
프란치스꼬의 이 신심을 부지런히 생각하고, 하느님께서 한낱 티끌에 불과한 인간을 착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살피심을 알고, 거룩한 순명의 사은의 송가29)를 부르자. 인간이 따르지 않은 그 목소리를 하느님께서 따르셨다.
제 154 장
십자가에 대한 신심과 숨겨진 신비
203. 우리 주님의 십자가 외에는30) 프란치스꼬가 자랑과 얼마나 거리가 먼지에31) 관하여 누가 말할 수 있으며, 누가 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오직 경험할 수 있었던 자에게만 가능하다. 이러한 놀라운 일들은 비록 우리 안에서 어느 정도는 인지된다 할지라도 언어라는 매개로는 만족스럽게 표현될 수 없다. 언어는 세속 일반사로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어로는 설명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아마도 육신에 드러났어야만 했던 것 같다.
그러니 언어가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침묵이 말하도록 놓아 두자. 그 표상이 담고자 하는 표상 자체가 스스로를 큰소리로 나타내기 때문이다.32) 오직 인간이 알 수 있는 것은 왜 이러한 신비가 이 성인에게 나타났는지 그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그분이 이 신비를 약간은 밝혔지만, 그 이유와 목적은 미래에 넘겼기 때문이다. 이 신비는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며 믿을 수 있는 것이 되고 자연과 율법과 은총이 그 증거가 될 것이다.
가난한 자매들, 회칙
제 155 장
형제들이 가난한 자매들을 어떻게 대하기를 바랐는가
204. 세상에 있는 건물보다 훨씬 고귀한 건물인 그의 영적인 건물에 관한 일을 그저 지나치고 마는 것은 바람직하지가 못하다.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성령의 인도 아래 천상 도시를 늘리기 위해 물질적인 건물을33) 수리한 다음에 바로 거기에 영적인 건물의 기틀을 세웠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나무에서 듣는 이의 마음을 두려움과 슬픔으로 채울 만큼 엄위롭게 말씀하신 그 내용을 허물어져 없어질 성당 하나를 수리하라는 뜻이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성령께서 먼저 예언하신 바와같이34) 거룩한 동정녀 수도회가 거기에 세워지게 되어 있었다. 이들은 마치 광택이 나는 살아 있는 돌무더기처럼35) 어느 날 천상의 집을 복원하기 위하여 천국으로 불리어 갈 것이다. 실로 이 세상 각처에서 그리스도의 동정녀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고, 그들은 극단적인 가난을 지키고 온갖 덕행들로 자신들을 치장함으로써 그럼에도 사부님은 성령 안에서 그들을 보살피는 정은 여전하였다. 가장 높은 덕을 보여 주는 여러 징표에 의해서 자매들에게 이제 시험이 끝났다는 것을 성인이 알았을 때에,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고 그리스도의 거룩한 계명에서 떠나기를 바라는 일이 없이 모든 어려움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 성인은 그 동정녀들과 앞으로 들어와 같은 생활로 가난을 서원할 동정녀들에게 자신과 형제들이 언제나 도움과 충고를 아끼지 않겠노라고 굳게 약속하였다.36) 그는 살아 있을 때에 이 약속을 충실히 지켰고, 죽음이 다가올 때 형제들에게 그 약속을 충실히 지킬 것을 명했다. 이 세상으로부터 형제들과 가난한 자매들을 끌어낸 것은 한가지 영이며 같은 영이었다고37) 그는 말하였다.
205. 때때로 형제들이 프란치스꼬가 그리스도의 거룩한 여종들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말하였다 : “사랑하는 형제들, 내가 그들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지 마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을 길러내는 것이 잘못이라면, 그들은 그리스도와 하나로 묶어준 일은 더 큰 잘못이 아니었겠습니까? 사실 그러한 부름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불리운 자들을 보살피지 않는 일은 가장 인자롭지 못한 짓입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여러분에게 한 것은 여러분도 그대로 하라고 본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38) 나는 어떤 형제도 자기 마음대로 자신을 내놓아 그들을 방문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뜻도 없고 하기도 싫은 그런 형제들만이 그런 일을 하기를 나는 명합니다. 그러한 형제들은 영적인 사람이어야 하며, 수도생활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람되게 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제 156 장
마음대로 수녀원에 간 형제들을 심하게 꾸짖음
206. 어느 수녀원에서 완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두 딸을 둔 형제 하나가 사부님의 작은 선물을 들고 성인을 대신해서 그곳에 가겠다고 말하였다. 성 프란치스꼬가 그를 매우 과하게 꾸짖고, 여기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말로 혼을 냈다. 그렇게 하고 나서 가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끝까지 완강하게 고집하지는 않은 다른 형제에게 자기의 작은 선물을 들려 보냈다.
또 한 형제가39) 어느 겨울날 수녀들을 안스러워하는 마음에서 성인께서 그러한 방문에 엄격하다는 것을 모르고 수녀원에 갔다. 이 사실이 성인께 알려지자, 성인이 그 형제를 발가벗겨서 날씨도 춥고 눈도 푹푹 빠지는 먼 길을 걷게 하였다.
제 157 장
말보다 행동으로 한 설교
207. 그가 성 다미아노 성당에 잠시 머물러 있을 때, 그의 총대리가40) 하느님의 말씀을 그의 딸들에게 전할 것을 그에게 여러 차례 간언하였다. 마침내 프란치스꼬는 그의 끈덕짐에 견디지를 못하고 동의하고 말았다. 그 자매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하여 으레하던 대로 모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사부님이 몹시 보고 싶어 모이기도 하였다. 프란치스꼬는 그의 마음이 늘 머물러 있는 하늘로 눈을 향하고 그리스도께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재를 그에게 가져오게하여 자기 주위를 빙 둘러 바닥에 뿌리고 나머지는 자기의 머리에 뿌렸다. 자매들은 다음 일을 기다렸지만 복되신 사부님이 그 원(圓) 안에서 아무 말도 않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은 무척 놀랐다. 이윽고 갑작스레 성인이 일어나 강론 대신에 ‘하느님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41)를 암송하자 수녀들은 망연자실하였다. 암송을 마치고 그는 급히 자리를 떴다. 이 상징적인 설교의 힘에 그들은 통회를하여 눈물을 펑펑 쏟았고, 계속하여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행동으로 그는 자매들에게 자신들을 재로 여겨야 한다고 가르쳤고, 그들에 대한 성인의 관심으로 말할진대 이러한 생각에 들어맞는 것 외에는 달리 품는 마음이 도무지 없음을 가르쳤다. 그가 거룩한 자매들에게 하는 행동은 이런 식이었다 : 그의 방문은 강요된 것이었고, 또한 드물었다. 바로 이것이 모든 형제들에게 바라는 그의 원이었다. 자매들도 섬기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형제들이 자매들에게 봉사하기를 성인께서도 원했지만 마치 날개달린 새들이 그들 앞에 쳐진 덫을 항시 조심하듯이 그렇게 자매들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제 158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회칙을 권고한 내용과,
회칙을 소지한 형제
208. 프란치스꼬는 서원과 회칙에 열중하였고, 그것에 열성적인 형제들에게는 특별한 축복으로42) 강복을 내렸다. 그는 회칙을 생명의 책이라고 불렀고, 구원의 희망, 복음의 핵심,43) 완덕의 길, 낙원에 이르는 열쇠, 영원한 약속의 계약이라고 불렀다. 그는 모든 형제들이 이것을 소지하기를 바랐고 누구나 이것을 알고 있기를 바랐으며,44) 고달플 때 위로를 주며, 자신들이 한 수도서원을 일깨우도록 하기 위해서 그 회칙을 누구에게나 마음에서 들려오기를 바랐다.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생활을 생각나게 하기 위해서 언제나 그들의 눈앞에 이것을 간직하기를 발랐으며, 더더우기 이 회칙을 손에 쥐고 죽기를 바랐다.
이러한 가르침을 마음에 깊이 새긴 어느 형제45) 하나가, 우리가 알기로는 순교자 중의 하나로 공경을 받아 마땅한 형제인데, 영광의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다. 그가 사라센인들에게 순교당하러 끌려갈 때, 그는 손에 회칙을 쥐고 겸손하게 무릎을 꿇어 그의 동료에게 말하였다 : “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대전에서 그리고 형제 앞에서 이 거룩한 회칙을 거슬러 행한 모든 잘못들을 고백합니다.46) 단칼이 이 짧은 고백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의 생애를 순교로 끝마치게 되었다. 그후 그는 기적들과 놀라운 일들로 이름이 퍼졌다. 이 형제는 너무 어려서 입회하였기 때문에 단식 규칙도 지킬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그는 부드러운 살에다 가시돋힌 철 고행대까지 둘렀던 것이다. 복되게 시작하여 더욱 복되게 마친 행복한 젊은이여!
제 159 장
회칙에 관한 사부님의 권고를 뒷받침하는 환시
209.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이 어느 날 회칙과 관련하여 하늘이 내려 주신 환시를 보았다. 당시에는 형제들간에 회칙의 인준이 토론거리였다. 이 문제에 크게 골몰한 프란치스꼬에게 다음과 같은 일들이 꿈속에서 나타났다. 그가 땅바닥에서 작은 빵부스러기들을 주워모아, 배고파하며 죽 둘러서 있는 여러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어야만 했다. 미세한 빵가루도 손에서 흘리지 않고 나누어 주기란 힘들 것 같아서 걱정을 하고 있던 차에 하늘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 “프란치스꼬야, 그 부스러기를 합쳐서 한 덩어리로 만들어라. 그렇게 해서 그것을 먹리를 기다리는 형제들에게 주도록 해라!” 그래서 그가 그대로 하였지만, 경건하게 그것을 받지 않는 형제들이나, 혹은 그들이 받은 선물을 하찮게 여기는 헝제들은 나병에 걸려 몰골이 크게 변하는 것을 곧 볼 수 있었다. 성인이 아침에 일어나 이 환시의 신비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동료들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였다. 잠시 후 그가 기도에 계속해서 몰입하여 있는 동안 이러한 목소리가 또 하늘에서 그에게 내려왔다 : “프란치스꼬야, 간밤의 빵 부스러기들은 복음의 말씀들이며, 그 덩어리는 회칙이고, 나병은 악이다.”
당시의 형제들은 회칙에서 명시한 것을 그 이상으로 지키려고 할 만큼, 자기들이 서약한 회칙에 충실하기가 힘들다든가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의 충동이 더 큰 일들을 하도록 재촉하는 곳에서는 게으르다든가 나태한 면은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성 프란치스꼬의 질병
제 160 장
몸을 돌보는 일에 관하여 어느 형제와 대화를 나눔
210. 하느님의 사신인 프란치스꼬는 헤아릴 수 없는 수고와 함께 중병들을 견디면서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으며, 그가 완벽하게 시작한 것을 더더욱 완벽한 끝으로 이끌 때까지 그의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 비록 나약해지고 육신이 완전히 못쓰게 되어도 그는 절대로 완덕의 추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엄격한 계율을 자신에게 느슨히 풀어 주는 일이 결코 없었다. 아무리 그의 몸이 쇠잔해도 그의 양심이 이를 허락하지를 않아서 그에게는 잠깐의 육신의 이완도 있을 수 없었다. 그러다가 인간의 힘에 너무 겨운 일이라서 어쩌는 수 없이 마음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의 불편한 몸에게 고통을 덜도록 치료를하여 몸을 편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을 때에, 그는 늘 적절한 답을 주는 형제로 믿고 있던 어느 형제에게 인자하게 물었다 : “나의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여, 내가 몸을 돌보는 것이 이렇게도 양심에 부대끼니 이 일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내가 너무 나의 병든 몸을 아끼지 않나 두렵기도 하고, 세심한 치료의 도움을 받아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안달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도 합니다. 실은 식욕과 음식맛을 잃은 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지병으로 쇠약해진 나의 육신은 좋은 것을 취한다 해도 이를 그리 달가와하지 않습니다.”
211. 주님께서 그에게 주신 그의 개진(開進)을 알아듣고 나서 그 아들이 아버지께 공손히 답하였다 : “사부님, 당신의 육신이 당신의 명령에 복종했다면 얼마만큼이나 애써 복종했는지 저에게 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 “아들이여, 만사에서 육신은 순종적이었습니다. 내가 그 증인입니다. 육신은 조금도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나의 온갖 명령에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매진하여 순종하였습니다. 육신은 명령받은 것을 실행할 수만 있다면 고역도 피하지를 않았으며,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조건 없이 따르는 데에 있어서 나와 육신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형제가 말하였다 : “그렇다면 사부님, 당신의 관대함은 무엇이며, 자애는 무엇이고, 아량은 무엇입니까? 필요할 때는 호의를 받아들이면서 보답해야 할 때에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믿음 깊은 사람이 하는 보답입니까? 지금까지 당신이 당신의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데에 육신의 도움 없이 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듣고 보니 당신 말대로 당신의 육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바친 것 같은데요?” 사부님이 말하였다 : “아들이여, 그것이 사실임을 고백합니다.” 그러자 아들이 말하였다 : “목숨을 내걸고 한 생명을 바쳐 온 믿을 만한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어려움에 있는데도 당신은 그를 저버리니 이것이 올바른 처사입니까? 사부님, 주님을 거역하여 죄를 짓지 않으시려거든47) 괴로워하는 자의 위로이고 지팡이인 당신으로서 이래서는 안됩니다.” 그가 말하였다 : “오리무중에 있던 나에게 이렇게 유익한 약을 잘 처방하여 내놓으니, 아들이여, 복받으십시오.” 그리고 그는 그의 육신에게 즐겁게 말하기 시작하였다 : “육신 형제여,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나를 용서하시오. 보시오. 이제 당신의 원을 기쁘게 채워 주겠습니다. 당신의 하소연에 그때그때 대처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미 탈진해 버린 그의 육신이 이 시점에서 즐거워할 일이 무엇이 있었겠는가? 모두 무너져 내린 것을 이제 와서 무엇으로 지탱할 수 있었겠는가? 프란치스꼬는 세상에 대해서 죽었고,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서 살고 있었다. 지상의 모든 향락은 그에게는 하나의 십자가였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가슴에 뿌리를 내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고 갔기 때문이다. 그 십자가가 내적으로 깊이 뿌리를 내려 마음에서 발아(發芽)하였기 때문에 성흔이 그의 살에서 외적으로 빛을 발했다.
제 161 장
그의 질병을 보고 주께서 하신 약속
212. 프란치스꼬가 병고에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강인하게 병고를 견뎠던 것이 놀랍기만 하다. 그는 이러한 시련들을 이름하여 병고라 하지 않고 자매들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임이 확실하다. 실로 프란치스꼬가 그의 승리로 영광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 지존하신 분께서 그가 아직 전투에 미숙할 때에 어려운 일들을 보내셨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 노련해졌을 때에도 역시 승리의 기회를 보내셨다. 그의 후계자들도 이 점에서 그의 본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나이를 핑계삼아 게으르지 않았었고, 병고를 핑계삼아 엄격함을 완화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눈물의 골짜기에서 이유없이 정화된 것이 아니다. 연옥의 불로 정화되어야 할 것이 그에게 남았다면, 마지막 한 푼까지48) 갚기 위해서 그리 된 것이다. 그는 마침내 하늘로 곧장 갈 수 있을 만큼 아주 완전히 정화되었다. 그가 다른 형제에게 말한 대로 고통을 참는 데에 큰 상이 있다는 것이49) 성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13. 어느 날 밤, 그가 여러 질병들의 혹심한 고통으로 보통때보다 더 기진했을 때에, 프란치스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을 가엾게 여기기 시작하였다.50) 그러나 깨어 있는 정신을 단 한 시간이라도 육신의 쾌락에 기울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그는 그리스도께 기도하며 흔들리지 않는 인내의 방패로 맞섰다.
그가 번민중에 기도를 하는 사이에 마침내 주님께서 이러한 비유로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 주셨다 : “이 땅덩이와 온 우주가 값으로 칠 수 없을 만큼 값진 금이라고 하자. 너에게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나서, 네가 심한 병고를 견딘 값으로 위에서 말한 값진 금은 금이라고도 할 수 없고, 그와는 비교도 안되는 영광이라는 보물의 상급이 너에게 주어진다면, 잠시 당하는 이 고통을 기쁘게 참지 않겠느냐?” 성인이 말했다 : “기꺼이 견디겠습니다. 즐겨 참겠습니다.” 주께서 말씀하셨다 : “내 왕국이 네 병의 보상으로 네게 주어지니 환호하라. 천국의 상속을 편안히 자신있게 기다려라. 그것은 네 인내의 보답이니라.”
이렇게 행복한 약속을 받은 복된 그는 얼마나 큼 기쁨을 누렸을까? 그러니 그는 얼마나 큰 인내와 사랑을 가지고 육신의 고통을 싸안았을까? 그가 그때에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완전히 누리고 있다. 비록 조금이기는 하였지만 그 당시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은 그의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때에 그는 피조물들의 찬가를51) 지었다. 그는 창조주를 찬양하도록 한껏 피조물들을 북돋우었다.
가난하신 사부님의 죽음
제 162 장
죽음에 임박하여 형제들에게 내린 권고와 축복
214. 어느 현인이 말했다 : “그가 한 일은 최후 순간에 판가름나느니라.”52) 우리는 이 말이 이 성인에게서 그대로 영광스럽게 이루어졌음을 본다.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53) 달리며, 그는 모든 덕을 차근차근 밟아서 정상에 올랐다. 두드려서 물건을 만들 듯이54) 그는 각종의 시련의 망치로 완덕에 이르게 되었으며, 완덕의 끝을 보았다. 그가 인간의 세계에서 만나는 온갖 유혹들을 짓밟고 하늘로 자유롭게 올라갔기 때문에, 그의 놀라운 일들이 빛을 발했고, 그의 삶은 모두가 신적이었다는 것이 진실의 심판에 의해서 밝혀졌다. 그는 이 세상을 위해서 사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그는 자기 형제들을 극진히 사랑하였고,55) 또한 노래하며 죽음을 맞이하였다.
쓰러져가는 일시적인 빛을 영원한 빛이 대신하는 마지막 날에 이르자, 그는 이 세상과 공유(共有)하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음을 덕행의 모범으로 보여 주었다. 중병으로 쇠잔하여 모진 고통을 당하며 죽음에까지 다다르자, 그는 자신을 알몸으로 맨땅에 눕히게 하였다. 마지막 시간까지 원수가 그를 대항하여 날뛰면, 알몸으로 알몸의 원수와 씨름을 하기 위해서였다.56) 그는 승리를 두려움없이 기다렸고, 양손을 깍지끼어 정의의 월계관을57) 쥐고 있었다. 그렇게 땅바닥에 뉘어진 채 그는 거칠은 옷을 벗고 습관대로 얼굴을 하늘로 향하였다. 그의 온 신경을 하늘의 영광에 쏟으며, 그는 오른쪽 옆구리의 상처를 왼손으로 감싸서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그는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나는 내가 할 일을 마쳤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들이 할 일을 가르쳐 주시기를 빕니다.”58)
215. 이러한 것을 보고 그의 아들들은 눈물을 뿌렸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었으며, 애처로운 슬픔이 그들을 덮쳤다. 그들의 흐느낌이 약간 조용해지자, 하느님의 영감으로 성인의 원을 잘 알고 있던 프란치스꼬의 원장 형제가 급히 일어나 투니카와 팬츠와 모자를 들고 사부님께 말하였다 : “이 투니카와 팬츠와 모자는 거룩한 순명의 명으로 제가 당신께 빌려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옷에 대한 소유권이 당신에게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권한을 지금 당신에게서 빼앗겠습니다.” 끝까지 가난 부인께 신의를 지키게 되었음을 깨닫고 성인은 기뻐하였고 마음 흐뭇해하였다. 그는 가난에 대한 충성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키게 된 것이다. 마지막에는 그가 입고 있던 옷마저도 소유하기를 원치 않았고, 그것도 다른 이에게서 빌려입은 것이니 말이다. 그가 머리에 쓰고 있는 거칠은 모자는 눈치료를 할 때에 그 상처들을 보호하려고 받았던 것이다. 그러한 목적이었다면 좀 더 부드러운 모직으로 된 모자였어야 했다.
216. 그러고 나서 성인은 그의 두 손을 하늘로 치켜올려, 그의 그리스도를 찬미하였다. 이는 자신이 이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몸이 되어 자유로우신 그분께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그는 모든 면에서 그의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진실한 모방자임을 보여 주어, 그가 처음부터 사랑해 온 그의 형제들과 아들들을 끝까지 더욱 극진히 사랑하였다.59) 그는 거기 있는 모든 형제들을 불러오도록하여, 자기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들을 위로의 말로 달래며,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부정(父情)으로 타일렀다. 그는 장시간에 걸쳐 인내와 가난의 실천에 관하여 말하였고, 다른 모든 규정에 앞서 거룩한 복음을 지키라고 권고하였다. 그러고 나서 둘러앉아 있는 모든 형제들에게 그의 오른손을 뻗어, 그의 총대리로부터 시작하여 각 형제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하였다 : “모든 아들들이여, 주님을 두려워하는 가운데 잘들 지내시오. 그리고 언제나 그분 안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시련과 환난이 닥쳐올 것이니, 시작한 일들을 항구히 하는 자는 행복합니다. 나는 하느님께 발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내리기를 빕니다.”60) 그리고 그는 거기에 참석한 형제들을 통하여 세상에 있는 그의 모든 형제들에게 강복을 하였고, 이 세상 끝날까지 영원토록 그들을 뒤따를 모든 형제들에게도 강복을 하였다.
누구도 그가 그 자리에 있던 형제들을 통하여 그 자리에 없던 형제들에게 내린 강복을 자기 소유로 하지 말라. 다른 데에도61) 씌어 있는 바와같이 사부님은 특별한 축복을 내렸다. 그러나 그 축복은 직책을 남용하는 데에 사용되었다.62)
제 163 장
죽음과 죽기 전에 한 일
217. 형제들이 오열하였고, 위로할 길 없는 신음에 빠져 있는 동안에, 거룩하신 사부님은 그에게 빵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가 강복을 하고 빵을 떼어63) 작은 조각들을 각 형제들에게 먹으라고 나누어 주었다. 복음서도 가지고 오게하여 요한 복음을 “과월절을 하루 앞두고”64)부터 읽으라고 하였다. 그럼으로써 그는 주께서 그의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으로 거행하신 지극히 거룩한 만찬을 경건히 되새기며 자기 형제들에게 지니고 있던 깊은 사랑을 보였다.
그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며칠 동안을,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동료들에게 자기와 함께 그리스도를 찬미하자고 가르치며 찬미로 보냈다. 그가 온 힘을 다하여 다음 시편을65)노래하였다 : “목소리 높이어 주께 부르짖나이다. 소리소리 지르며 주께 비옵나이다.” 그는 모든 피조물에게 권유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게 하였고, 전에 그가 지은 노래를 빌어66)하느님을 사랑하도록 그들을 열심히 일깨웠다. 그는 누구에게나 소름끼치는 일이고 저주스럽기만한 일인 죽음 그것을 찬미하도록 하였고, 죽음을 기쁘게 맞이 하기 위하여 자기 안에 죽음이 머물도록 초대하였다 : “나의 자매 죽음이여, 어서 오십시오.” 그는 의사에게 말하였다 : “의사 형제여, 생명의 관문인 죽음이 임박하면 용기를 내어 나에게 그것을 알려 주시오.” 그리고 형제들에게 말하였다 : “내가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고 생각되면 엊그제 여러분이 본 대로 나를 알몸으로 땅바닥에 눕히시오. 그리고 내가 죽거든 1마일 가량을 천천히 걷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그 자리에 그냥 눕혀 두시오.”
이리하여 그 시각이 찾아왔고, 그리스도의 온갖 신비가 그에게서 성취되었으며, 그는 하느님께로 행복하게 날아갔다.
저승으로 들어가는 거룩한 사부님의 영혼을 본 형제
217a.67) 프란치스꼬의 형제들 중에서 잘 알려져 있는 형제 하나가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영혼을 보았다. 그는 그의 영혼이 별과 같으면서도 달처럼 엄청나게 크게 태양같이 밝게, 넓은 바다를 건너, 한 조각 흰 구름 위에 둥실 떠올라 천국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을 본 것이다. 그곳에는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는 사람의 큰 무리가 모여 있었다.
아씨시의 전 시민이 시신으로 몰려들었고, 온 지방이 주께서 당신 종 안에서 밝히 드러내신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 보려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프란치스꼬의 아들들은 그렇게도 훌륭했던 사부님을 잃고는 슬픔에 싸여 눈물과 한숨으로 마음의 효성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기적이 그들의 한탄과 눈물을 기쁨과 환호로 변하게 하였다. 그들의 복되신 사부님의 몸이 그리스도의 성흔으로 꾸며진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것은 못으로 뚫린 구멍이 아니라 살로 되어 있는 못이었으며, 이미 살이 못과 하나가 되어 있었고, 살색도 검게 쇠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옆구리는 피로 불게 물들어 있었다. 그의 살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타고난 대로 검은 빛깔이었는데, 지금은 희디흰 빛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으며, 부활의 상급을 받았음을 증거하고 있었다. 끝으로 시신은 대개 굳어지는 법인데, 이와는 달리 그의 지체는 연하고 부드러웠으며, 마치 어린아이의 몸처럼 변했다.
제 164 장
임종하고 있던 아우구스띠누스 형제의 환시
218. 아우구스띠누스 형제는 떼라 디 라보로에68) 있는 형제들의 봉사자였다. 마지막 때에 이르자 오래 전부터 말을 못하던 그가 갑작스럽게 둘러서 있는 형제들이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 “사부님, 잠깐만 기다려요, 잠깐만 기다려요! 저도 같이 가요!” 형제들이 놀라서 누구한테 하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가 또렷하게 대답하였다 : “여러분들은 우리의 프란치스꼬 사부님이 천국에 들어가시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까?” 그리고 이어서 그의 형제의 영혼은 그의 육신에서 해방되어 지극히 거룩하신 스승의 뒤를 따랐다.
제 165 장
거룩하신 사부님이 임종하신 다음에
어느 형제에게 나타나심
219. 자주빛 부제복을 입은 영예로운 사부님께서 임종하시던 날 밤, 그 시각에 기도에 몰입하고 있던 어느 형제에게 나타났다. 그 형제는 칭송을 받을 만한 생활을 하던 형제였다. 성인은 큰 무리를 동반하고 있었다. 몇몇이 그 무리를 떠나 그에게 다가오며 말하였다 : “형제여, 이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십니까?” 그가 답하였다 : “그분이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 “이분은 성 프란치스꼬가 아니십니까?” 그 형제는 그가 바로 프란치스꼬라고 같은 식으로 다시 답하였다. 진정 그 형제에게나 그 큼 무리에게나 그리스도와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하나요 같은 사람으로 보인 것이다.
이것은 알아들을 만한 사람에게는 결코 성급한 판단이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주님과 합하는 사람은 주님과 한 정신이 되기69) 때문이며, 또한 하느님은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70) 하시기 때문이다.
마침내 복되신 사부님이 아름다운 그 무리오 더불어 어느 매우 싱그러운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수정같이 맑은 물이 흐르고, 새파란 식물들이 보기좋게 깔려 있었으며, 아름다운 봄꽃들로 뒤덮여 있었고, 온갖 싱싱한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곳에 웅장하고 호화로운 궁궐이 한 채 있었고, 천국의 새 입주자가 그곳으로 즐거움에 넘쳐 들어갔다. 그는 그곳에서 매우 많은 형제들을 발견하여 그들과 더불어 대단히 화려하고 맛깔진 음식들이 수북이 쌓인 식탁에서 흥겨운 잔치를 벌였다.
제 166 장
아씨시의 주교가 본 거룩하신 사부님의 죽음의 환시
그즈음에 아씨시의 주교가71) 성 미카엘 성당을72) 순례하고 있었다. 그 주교가 돌아오는 길에 베네벤또에 묵었는데, 그날은 복되신 사분 프란치스꼬가 임종하시던 밤이었다. 바로 그날 밤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환시로 나타났다. 프란치스꼬가 그에게 말하였다 : “아버지, 보십시오. 저는 지금 세상을 하직하고 그리스도께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주교는 자기가 본 것을 자기 동료들에게 말하였고, 프란치스꼬의 임종 날짜와 시간을 공증인을 세워 적어 놓았다. 그는 이 환시에 매우 슬퍼하였고, 그의 탁월한 스승을 잃고서 눈물을 흘리며 비탄에 빠졌다. 그는 자기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낱낱이 공표(公表)하였고, 그는 그가 받은 은혜로 주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렸다.
시성과 유해 이전
220a. 주 예수의 이름으로. 아멘. 천주 강생 1226년 10월 4일, 그가 예언한 이 날에, 그리고 그리스도에게 완전히 자기를 내놓은 지 20년이 지난 이 날에, 그는 사도들의 생활과 발자취를 따랐고,73) 이 사도적인 사람인 프란치스꼬는 이 세상의 사슬에서 풀려나 그리스도게 행복하게 갔다.74) 그리고 그가 아씨시 가까이 묻힌 후에,75) 그는 수많은 기적들과 뛰어나고 다양한 행적들로 빛을 발함으로써 그는 곧 이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을 새로운 시대의 감탄의 대상인 자기에게로 몰아갔다.76) 그의 기적들의 빛으로 그의 이름이 세상의 구석구석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를 통해서 치유된 자들이 기뻐하며 각처에서 모여들자, 당시에 뻬루지아에 계시던 그레고리오 교황 성하께서 모든 추기경들과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과 더불어 그의 시성에 관하여 토론을 가지기 시작하였다.77) 모두가 같은 말을 하였다. 그들은 주께서 당신의 종을 통하여 이룩하신 기적들을 읽고 인정하였으며, 복되신 사부님의 생활과 행적을 대단한 찬사로 칭송하였다. 지방 영주들이 위대한 시성식에 제일 먼저 초대 받았고, 모든 고위 성직자단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날에 복되신 교황님을 호위하여 시성식이 거행되는 아씨시 읍으로 들어왔다.78)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기 위하여 시성식 장소로 아씨시를 택했던 것이다. 성대한 의식이 마련된 식장에 그들이 모두 입장하자, 먼저 그레고리오 교황께서 모여 있는 군중에게 설교를 하셨고,79) 이어서 애정어린 말로 하느님의 놀라운 일들을80) 전하였다. 또한 그는 대단히 훌륭한 설교로 우리의 사부 프란치스꼬를 칭송하였고, 그의 순수한 삶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눈물로 온몸을 적셨다. 설교가 끝난 다음에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고 우렁찬 목소리로 선포하였다…81)
프란치스꼬의 동료들이 그에게 바친 기도
221. 우리의 복되신 사부님이시여, 굽어보십시오! 우리는 소박한 마음으로 당신의 엄청난 행적들을 줄여서 칭송하고, 당신의 수많은 덕행들 가운데 그 일부만을 당신의 영예를 위하여 얘기하려고 힘썼습니다. 우리의 말들이 당신의 빼어난 덕행의 광채를 많이 흐리게 하였음을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말이라는 것은 원래 그토록 위대한 완덕의 행위들을 기록하는 일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노력보다는 우리의 사랑을 참작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당신과 우리의 독자들에게 드립니다. 그리고 인간의 붓이 당신의 놀라운 생활의 위대함에 눌려 실로 압도 당하고 있음에 기뻐해 주실 것을 바랍니다. 성인 중에서도 크옵신 성인이여, 누가 당신의 정신의 열정을 자기의 마음에 그대로 담을 수 있으며, 또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그대로 새길 수 있겠습니까? 누가 당신과 하느님 사이에 끊임없이 흐른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정들을 마음에 품을 수 있겠습니까? 하오나 우리는 당신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기에 이러한 일들을 기록하는 것이며, 또한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이러한 일들을 비록 어쭙잖은 방법으로나마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한때는 굶주렸지만 지금은 기름진 알곡을82) 잡숫고 계십니다. 지금까지는 갈증에 목을 태우던 당신이었지만 지금은 펑펑 쏟아지는 기쁨의 물을83) 마시고 계십니다. 우리는 당신이 하느님의 집의 풍성함에 황홀하다 해서84)그것으로 당신이 당신의 아들들을 까맣게 잊고 계시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마시는 그분이 우리를 기억하시기85) 때문입니다. 하오니 공경하올 사부님, 우리를 당신께 이끄시어 당신 향액의 향기를86) 뒤따르게 하십시오. 우리는 당신도 아시다시피 굼뜨고 미지근하며, 게으름으로 나른하여 흐리멍텅합니다. 작은 무리가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당신을 따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약한 시력으로는 당신의 완덕의 눈부신 빛살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나날들을 처음처럼 새롭게 해주십시오.87) 오, 완덕의 거울이며 모범이시여, 당신처럼 서원한 우리를 당신과 틀린 생활을 하도록 버려 두지 마십시오.
222. 굽어보십시오. 우리는 지금 영원한 위엄이신 하느님의 자비 앞에 우리의 기도를 바칩니다. 먼저 우리는 당신의 거룩한 겸손의 후계자이고, 참된 가난의 모방자이며, 그리스도의 종인 우리의 총봉사자를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그는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당신의 양들을 열성적으로 그리고 착한 사랑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오,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께 청하오니, 그를 지켜 주시고 감싸 주시어, 그로 하여금 당신의 발자취를 항상 따름으로써 그도 당신이 이룩하신 찬미와 영광을 길이길이 얻도록하여 주십시오.
223. 지극히 자애로우신 사부님, 지금이나 전에나 당신께 대한 칭송을 정성껏 써 내려온 당신의 이 아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온 애정을 다하여 당신께 간절히 청합니다. 그는 우리와 더불어 이 변변치 못한 책을 당신께 헌정합니다. 비록 이것이 사부님께 어울리는 방법으로 엮어지지는 못하였습니다만, 우리의 애정을 기울여 능력껏은 이루어 놓았습니다. 황공하오나, 모든 악에서 그를 보호하시고 구해 주십시오. 그에게서 거룩한 공로가 많게 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기구로 그가 오래오래 성인들과 친교를 이루도록 하십시오.
224. 사부님, 헤어날 수 없는 위험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래도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려 노력하는 당신의 모든 아들들도 기억하십시오.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께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계시다 하더라도 환히 알고 계십니다. 그들에게 위험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그들을 깨끗하게 하시어 빛을 발하게 하십시오. 그들을 기쁨에 겹게 하시어, 복되게 하십시오. 은총과 기도의 정신이 그들에게 쏟아져 내리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지니셨던 참다운 겸손을 지니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지키셨던 가난을 지키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그들도 당신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항상 사랑하셨던 그 사랑으로 충만케 하십시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와 성신과 함께 살아 계시고, 세세에 영원히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 모음집
(Tractatus de Miraculis B. Francisci)
제 1 장
프란치스꼬 수도회의 놀라운 탄생
1. 나는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의 기적들을 기록하라는 명을 받고, 세상에 교훈이 되고 세상을 놀라게 하고 세상을 떨게 한 장엄한 기적을 맨 먼저 기록하기로 하였다. 이 장엄한 기적이란 수도회를 탄생시킨 것과, 돌계집이 아이를 많이 나은 것과,1)큰 무리를 출산한 것을 말한다. 낡은 세상은 악행의 고름으로 더러워진 채 버려져 있는 듯하였다. 수도회들은 사도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데에 게을렀고, 죄악의 밤이 치달아 한고비에 다다랐으므로2) 거룩한 가르침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보라! 이때에 새로운 사람이 이 세상에 뛰어들었고, 삽시간에 새로운 군대가 조직되어, 군중들은 이 새로운 사도들의 기적에 놀랐다. 얼마 안 가서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초대교회의 완덕이 활짝 드러났다. 세상은 초대교회의 놀라운 일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모범을 목격하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다면 말째가 첫째가 된다고3)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미 어른들의 마음을 자식들에게, 자식들의 마음을 어른들에게 돌렸다는4) 예언이 놀랍게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누가 두 수도회의5) 이름높고 잘 알려진 사신으로서의 역할을 무시할 수 있으며, 또 이 수도회로 말미암아 곧 다가올 큰 사건을 예감할 수 없겠는가? 사도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교훈이 될 만큼 위대하고 놀라웠던 일이 이 세상에는 결코 없었다.
돌계집이 아이들을 많이 낳은 것을 보면 놀랍다. 이 보잘 것 없는 수도회는 참으로 돌계집이었고 말라빠진 여인이었었는데, 이는 지상적인 재물이란 무기에서 이 수도회가 아주 멀리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이 돌계집은 씨를 뿌리지도 않고, 곡식을 곳간에 거두어들이지도 않으며,6) 길을 떠날 때 식량자루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7) 그러나 이 성인은 자신은 이미 사라처럼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 아기를 바랄 수 없다는8)것을 알았지만 세상을 물려받기 위해서9)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10) 그는 하느님의 힘으로 자기 몸에서 히브리인들의 자손을11) 낳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 누구도 쟁여진 창고나 꽉 찬 곳간이나 많은 재산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는 기적처럼 먹여주고, 저 세상을 그 보상으로 주는 가난으로 사는 것이다. 오, 하느님의 힘은 사람의 눈에 미약하게 보이지만 사람의 힘보다 강하니, 그 힘은 우리의 십자가의 영광을 돌려 주며, 가난의 풍성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단시일에 바다에까지 뿌리를 치며 뻗어가는 포도밭을12) 보았다. 사람들이 세상 어디에서나 살아 있는 돌처럼 갑자기 무리를 지어 놀랍고 웅장한 성전을 짓기 위하여 모여들었다. 짧은 시일 안에 수도회의 형제들의 숫자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수도회가 영광을 받았음도 우리는 보았다. 그동안 벌써 그들 중에 많은 형제들이 순교의 빨마를13) 획득했음을 우리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또한 거룩함이 완전히 증명되어 성인품에 오르게 된 많은 형제들을14) 공경하고 있다. 이제 이 모든 형제들의 이뜸이신 그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제 2 장
오상의 기적, 그리고 세라핌이 현시됨
2. 새 사람이 된 프란치스꼬는 새롭고 놀라운 기적으로 빛을 발했다. 그는 과거에 아무에게도 베풀어지지 않은 특별한 특전을 받았다. 즉, 그는 성흔으로 꾸며졌고, 이 죽음의 육체15) 안에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의 몸과 한몸이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언어에는 이 일을 노래할 만 어떤 언어도 없을 것이다. 이 기적의 이유를 물을 것이 아니라, 오직 감탄할 뿐이어야 하며, 이는 처음 있는 일이라서 그 유례를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하느님의 사람의 노력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주님의 십자가 중심이었다. 그리고 그가 십자가에 달리신 분의 군인으로 입대할 때부터 십자가의 여러 신비들이 그에게서 빛났다.
이 세상의 행복을 하직하고 기도하고 있는 그에게, 회두의 시작에서부터 십자가에서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고, 그리스도의 고상의 입에서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 “프란치스꼬야, 보다시피 다 허물어져 가는 나의 집을 가서 수리하여라.” 이때부터 주님의 수난에 대한 기억이 그의 마음에 깊이 박혀서 회개의 결심이 깊어졌고, 그의 영혼은 사랑하는 이가 말할 때마다 녹아들기 시작하였다.16)
그리고 그가 십자가와 흡사하게 생긴 회개의 수도복을17) 입을 때, 그는 스스로 십자가에서 피난처를 찾은 것이 아닐까? 수도복은 가난을 간절히 얻고자 하는 성인의 결심에 알맞는 것이었지만, 또한 성인은 이 수도복을 통하여 십자가의 신비를 증거하였다. 그의 마음이 내적으로 십자가에 못박히신 주님을 입을수록 그의 육신도 외적으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입었다. 그리고 십자가 안에서 하느님께서 악마를 쳐부수었듯이, 수도복 안에서 프란치스꼬의 군대가 하느님을 위해서 전투를 벌였다.
3. 덕망이 높은 사람이며, 첫 형제 중의 한 사람인 실베스떼르 형제가 프란치스꼬의 입에서 나오는 황금 십자가를18) 보지 않았던가? 그 십자가의 팔은 그 팔을 쭉 뻗어서 온 세상을 놀랍게도 거룩하게 만들었다.
믿을 만한 증거로 확인된바, 생활과 습관과 행실이 밝은 모날두스 형제에 관한 기록에 의하면, 십자가를 주제로 설교하는 복된 안또니오의 설교를 들을 때, 그가 자기의 두 눈으로 복되신 프란치스꼬가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것을 보았다는19) 것이다. 어디서나 십자가의 고상을 발견할 때마다 그 십자가에 마땅한 공경을 드리는 것이 성인의 습관이었고, 또 그가 첫 형제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는가?20)
그는 어떤 글자보다도 타우(T)자를 좋아하였고, 그 타우로 친히 편지에 서명하였으며, 방마다 벽에 타우자를 붙였다.21) 그리고 천상의 환시를 목격한 하느님의 사람인 빠치피꼬가 자기의 두 눈으로 복되신 사부님의 이마에서 커다란 타우 표시를 보았다.22) 그 글자는 여러 색깔로 되어 있었고, 황금빛을 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십자가에 대한 놀라운 공경 때문에 그가 칭송을 받게 된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가톨릭 신앙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앞서 십자가의 오상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 하나도 진실과 다르지 않다.
4. 세라핌이 나타난 경위 : 제1 생애 94번, 95번23)
5. 그후 2년이 지난 다음 그가 복된 죽음으로써 이 눈물의 골짜기를 행복한 고향으로 바꿔 놓았을 때, 이 위대한 사건의 놀라운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고, 따라서 주님의 이름을 찬미하고 영광을 드리려는 사람들이 큰 무리를 지어 모여들었다. 즉시 온 시가지와 근방 동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서 새롭게 행하신 이 기적을 보려고 달려왔고, 부랴부랴 서둘렀다. 새로운 기적이 눈물을 기쁨으로 변하게 하였고, 두 눈은 몹시 놀라서 휘둥그래졌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낙인으로 꾸며진 복되신 시신을 보았고, 손과 발에 못의 상처가 난 것을 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놀랍게도 살과 하나된 못을 보았다. 말하자면 살과 하나된 못들이 한쪽에서 누른 만큼 반대쪽에서는 살이 되어 솟아나왔다. 그들은 옆구리에서 피가 붉게 물든 것도 보았다.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말하는 것이고, 손으로 만져본 것을 손으로 기록하는 것이며,24) 눈물을 적시며 입맞춘 그 입들이 증언하는 것이다. 우리는 늘 복음서에 손을 얹고 맹세한 것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 중의 많은 형제들은 성인이 살아 계실 때 그의 성흔을 보았고, 성인이 돌아가실 때는 오십 명 이상의 형제들과 많은 평신도들이 그것을 우러러 보았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며, 또한 영원한 자비의 이러한 큰 은혜에 의심을 둘 수 없다! 오히려 많은 지체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사부님과 같은 사랑으로 결합되어 이 세상의 전투에서 완전무장하는 은혜를 받고, 하늘에서는 그와 비슷한 지위를 얻었으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가 이것을 그리스도께 영광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벌써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려진 벌이 냉담자들에게는 교훈이 되었으면 싶고, 열심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확신을 심어 주었으면 싶다.
6. 아뽈리아 지방에 있는 뽀덴찌아에 로제리오라고 하는 성직자가 있었는데, 그는 공경할 만한 사람이었고, 대성당의 참사원이었다.25) 그는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다가 어느 날 병을 고치기 위해서 기도하러 성당에 들어갔다. 그곳에 영광스러운 오상이 그려진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26) 그는 그림에 다가가서 그림 앞에 무릎을 꿇고 대단히 열심한 마음으로 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성인의 오상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이런저런 분심 중에 오상에 의심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이 의심의 유혹을 떨쳐 버리려 노력하지 않았다. 그는 늙은 원수의 속임수에 넘어가 절망에 빠지게 되어 자기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 “이 성인이 기적으로 빛났다는 것이 사실인가? 아니면 제자들의 효성스러운 착각인가? 이것은 조작한 것이다. 한술 더 떠서 형제들이 속이려고 모략을 꾸민 것이다. 이러한 기적은 인간외 상식 밖의 일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어긋나는 일이다.”
오, 사람의 어리석음이여! 무지한 사람아, 이해하지 못하면 그만큼 겸손하게 이 거룩한 신비를 공경할 일이지! 만일 조금이라도 제대로만 생각했다면, 항상 새로운 기적으로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일이 하느님에게는 매우 쉬운 일임을 그는 알았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시대에 행하지 않으신 일이라 해도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 시대에 이루실 수 있을 그는 알았어야 했다.
다음에 일어난 일은? 사람이 모욕을 일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통을 당하게 하심으로써 어리석게 생각하는 자에게 깊은 상처를 주신다. 왼손잡이인 그의 왼손이 갑자기 무엇에 찔린 것이다. 그 순간에 그는 활에서 날아오는 화살 소리를 들었다. 이어서 그는 상처 때문에 아프기도 했고, 그 소리 때문에 놀라기도하여 장갑을 끼고 있던 손에서 장갑을 벗어 봤다. 전에는 손바닥에 아무 상처도 입은 적이 없었는데, 손바닥 한가운데에 화살로 입은 상처가 있었다. 그 상처는 죽을 만큼 쑤시는 고통을 주는 뜨거운 열로 화끈거렸다. 말하기에도 놀랍도다! 그런데 장갑에서는 아무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장갑으로 가려져 있는 그의 상처는 의심하는 마음 안에 가려져 있는 그의 상처를 드러내 보이는 듯하였다.
7. 그후 이틀 동안 그는 소리지르며 심한 통증으로 요동을 쳤다. 그리고 그는 믿지 못했던 마음 속의 비밀을 모든 사람에게 말했다 : 자기는 성 프란치스꼬에게 거룩한 오상이 있었다는 것을 참으로 믿는다고 고백하였고, 모든 의심의 환영(幻影)들이 사라졌음을 맹세코 거듭거듭 말하였다. 그는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에게 성흔으로 인하여 도아 주십사고 간절히 기도하였고, 그 많은 기도에다 눈물의 희생제물을 섞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그에게서 불신이 사라지자 마음의 회복에 육신의 회복이 뒤따랐다. 모든 고통이 사라졌고, 열이 떨어졌으며, 상처는 흔적도 없었다. 그는 하느님께 겸손한 자 되었고, 성인을 공경하게 되었으며, 그후로 형제회와 친하게 되었다. 이 엄위로운 기적이 다른 증인에 의해서 확인되었고, 특별히 그곳 주교가 재확인하였다. 뽀뗀찌아 시에서 위대하게 나타나신 하느님의 놀라운 능력은 찬양받을지어다!
8. 과부이든 유부녀이든 로마의 귀부인들 중에 특별히 자기 재산을 너그럽게 내놓을 줄 알아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는 여인들은 기도를 하기 위하여 자기 집에 골방이나 특별한 장소를 가지는 습관이 있었다. 그들은 그 작은 기도소에 자기들 나름대로 특별히 공경하는 성인의 초상화를 모시곤 하였다. 출신으로도 고귀하고 덕행으로도 고귀한 어떤 부인이 성 프란치스꼬를 자기의 수호성인으로 택했고, 따라서 성인의 초상화를 골방에 모셨으며, 거기서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 기도하곤 하였다.27) 어느 날 그녀가 열심히 기도를 하다가 사부님의 오상을 눈여겨보려 하였지만 오상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몹시 안타까워 하기도 하였고 놀라기도 하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인의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초상화에 오상을 안그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여러 날 그러한 슬품을 마음에 간직만 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자주 초상화를 쳐다보며 안타까워 하기만 하였다. 그런데 보라! 어느 날 갑자기 놀라운 오상이 초상화의 손에 나타났고, 그 오상은 다른 그림에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화가의 부주의가 하느님의 권능으로 보완되었다.
9. 그 부인은 떨면서 대단히 놀라워 하였고, 어머니의 거룩한 생활을 본받고 있는 자기 딸을 바삐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자기 딸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어태껏 오상 없는 초상화를 보았지 않느냐고 세밀히 물었다. 그 딸은 지금까지 거기 있던 그림은 오상이 없었던 초상화였고 지금 있는 그림은 오상이 있는 초상화라고 확언, 맹세하였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자기를 위해서 넘어질 기회를 자주 만들어 놓고, 진실을 의심으로 돌리는 것이므로 부인의 마음이 해로운 의심에 마음이 일도록 놓아 두었다. 그 의심이란 오상이 애초부터 그려져 있었지 않았나 하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하느님의 권능이 첫 번째 기적이 무시를 당하지 않도록 두 번째 기적을 하셨다. 즉시 초상화에서 오상이 사라져서 초상화는 본래대로 돌아갔다. 둘째 기적이 첫째 기적을 증거하였던 것이다.
나는 덕이 많은 이 부인을 보았고, 주 그리스도께 봉헌된 그녀의 영혼을 그녀의 세속 옷 속에서 뚜렷이 보았다.
10. 인간은 날 때부터 육적인 유혹을 받고 더러운 환영(幻影)에 이끌려서, 변덕스런 공상으로 인하여 믿어야 할 것도 의심으로 돌리는 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들의 놀라운 행적을 믿기도 어려울뿐더러, 우리의 신앙도 구원의 진리를 믿는 데에 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작은 형제회에서 설교의 직책을 맡고 있었고, 또 생활에 모범적인 어떤 형제 하나가 성인의 거룩한 오상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일들에만 익숙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예외적인 일에 대한 놀라움 때문이었는지 성인의 기적에 대해서 의심의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그의 마음 안에 일어나는 싸움을 보라! 진리를 편드는 이성과, 이 이성을 늘 거역하려고 드는 환영과의 싸움을 보라! 이성은 많은 증거의 도움을 받아서 이 기적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대로임을 천거하였고, 또한 다른 여타의 확실한 이유가 없더라도 거룩한 교회가 믿는 진리에 신뢰를 두었다. 반면에 실재의 그림자만 보는 감각은 기적을 반대하여 대들면서 그러한 것은 자연법에 어긋나는 일이며,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 형제가 어느 날 저녁에 그 싸움에 지쳐서 이성은 약해지고, 환영은 더욱 굳어진 상태로 방에 들어갔다. 잠든 그에게 성 프란치스꼬가 흙발로 나타나서 겸손한 가운데 강하게, 그리고 참을성있게 화를 내며 말을 했다 : “당신 안에 있는 갈등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무슨 더러운 의심을 품고 계십니까? 나의 손과 발을 보십시오!”28) 그 형제가 프란치스꼬의 손에서는 오상을 보지 못했다. 프란치스꼬가 말했다 : “나의 발에서 흙을 떨어 버리고 못자국을 확인하십시오!” 그 형제가 꿈속에서 프란치스꼬의 발에 붙어 있는 흙을 떨어 버리고 자기 손으로 못자국을 마졌다.29) 잠을 깨어 그 형제는 눈물을 흘리며 흙이 묻은 자기의 마음을 많은 사람 앞에서 고백하여 씻었다.
11. 그리스도의 용사가 지닌 승리의 성흔은 특은의 표시이며 최고의 사랑을 받는 특혜의 표시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만큼 큰 힘을 지니고 있음도 의심할 수 없다. 이 성흔은 하느님의 힘있는 무기임이 스페인의 가스띨리아 지방에 있었던 새로운 기적을 통하여 확실하게 드러났다.30) 어떤 두 사람이 서로 오랫동안 원수를 맺고 비난하며 살아왔다. 그들의 불화는 끝이 없었고, 그 중의 하나가 다른 사람의 손에 처참한 죽음을 당하지 않으면 각자가 품고 있는 고통의 해결책이 조금도 보이지가 않았다. 둘 다 무장을 하고 갖가지 술책을 쓰며 야밤에 자주 잠복을 하였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살인행위를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황혼이 완전히 진 어느 날 밤에 생활이 모범적이고 평판이 좋은 어떤 사람이 이 두 사람이 서로 죽이려고 잠복하고 있는 길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이 사람은 늘 그랬듯이 끝기도가 지난 시각에 형제들의 성당으로 바삐 가던 참이었다. 그는 복되신 프란치스꼬를 매우 공경하였기 때문이다. 어둠의 자식들이 빛의 자녀를31) 자기가 노리던 원수로 착가하고 덤벼들었다. 그 둘은 그의 온몸에 죽도록 칼을 찔렸고 반쯤 죽여서 내버렸다. 그리고 그 중에 매우 잔인한 원수가 그의 목에 칼을 깊이 찌른 채 그것을 빼지 못하여 그대로 놓아 두었다.
12. 사람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었고, 모든 이가 하늘까지 올라가는 탄식으로 의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그라나 아직 숨결이 그에게 남아 있어서, 손짓으로라도 고백성사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의사들은 그의 목에서 칼을 빼지 말라고 하였다. 의사들은 아침기도 시간까지 밤새도록 피를 씻어 주었고 상처를 싸매려고 부심하였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많고 깊어서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의사들은 그를 포기하였다. 의사들과 함께 작은 형제들도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중에 옆에 서서 친구의 죽음을 기다렸다. 이때에 아침기도 종소리가 들렸다. 그 종소리를 들은 그 사람의 부인이 울면서 그곳으로 달려 왔다. 그리고 말했다 : “여보, 어서 일어나서 아침기도를 바치러 가십시오. 당신의 종소리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곧 죽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사람이 숨을 크게 두 번 쉬며 몇 마디 말을 더듬거리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자기 손을 목에 박힌 칼을 향하여 올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빼달라고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놀라운 일이여! 즉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마치 힘이 매우 강한 사람이 당기기나 한 듯이 칼이 목에서 빠져나와 어느 집 문설주에 가서 박혔던 것이다. 그 사람이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성한 몸으로 일어나서 주님의 묘하신 일을 이야기하였다.
13. 이에 넋이 빠진 주위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자기들이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이 환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회복된 그 사람이 말했다 : “두려워 마십시오. 여러분이 보신 것을 환상으로 생각지 마십시오! 내가 늘 공경해 온 성 프란치스꼬가 지금 막 이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가 나의 모든 상처를 완전히 낫게 하였습니다. 그는 자기의 거룩한 성흔을 나의 여러 상처에 댔습니다. 그리하여 그 성흔의 부드러움이 모든 상처의 아품을 덜어주었고, 성흔과의 접촉은 보시다시피 나읨 모든 상처를 놀랍게도 치유하였습니다. 더듬거리던 나의 말을 여러분들이 듣고 있을 때는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이 모든 상처를 다 낫게 하신 후나의 목에 칼을 놓아 둔 채 떠나시려고 하는 듯한 때였습니다.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칼을 빼지 않으면 금방 죽을 것 같아서 칼을 빼 달라고 손으로 성인에게 그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성인은 즉시 여러분이 보신 바와같이 칼을 잡아당겨서 힘있게 던졌습니다. 그러고는 또 한 번 조금 전과 같이 거루한 성흔으로 나의 상처입은 목을 어루만져 주어서 그 아품을 덜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나았으며, 상처입은 살이 전과 다름없이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까? 그리고 성흔에 관한 일이 온전히 하느님의 위업이 아니라고 누가 부인할 수 있는가?
제 3 장
감각없는 피조물 특히 불에 대한 성인의 힘
14. 고통없는 뜸(제2 생애 166번)
15. 바위에서 솟은 물(제2 생애 46번)
16. 가글리아의 기적의 샘(대전기 제2부 10장 1번)
17. 산 우르비노에서 물이 술로 변함(제1 생애 61번)
18. 리에띠 계곡의 가축 전염병(대전기 13장 6번)
19. 병을 고치는 축성된 빵(제1 생애 63번)
폭풍과 우박을 사라지게 함(제2 생애 35-36)
성인의 띠가 지닌 기적의 힘(제1 생애 64번)
그렉치오 동굴의 건초(제1 생애 84-87번)
제 4 장
감각이 있는 피조물에 대한 성인의 힘
20. 베박냐에서 새들에게 들려 준 설교(제1 생애 58번)
21. 알비아노에서 제비들에게 침묵을 요구함(제1 생애 59번)
22. 빠르마에서 그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위와 비슷한 기적(대전기 12장 5번)
23. 리에띠 호수에서 새와의 대화와 기도(제2 생애 167번)
24. 같은 호수에서 물고기와의 대화와 기도(제1 생애 61번)
25. 아침기도 때에 잠을 깨워 준 매(제2 생애 168번)
26. 길든 꿩(제2 생애 170번)
27. 뽀르찌웅꿀라에서 함께 노래한 매미(제2 생애 171번)
28. 그의 질그릇에서 벌들이 꿀을 만듬(제2 생애 169번)
29. 그렉치오에서 길든 산토끼(제1 생애 60번)
30. 뻬루지아 호수에서 길들여진 집토끼(제1 생애 60번)
31. 시에나에서 스뽈레또로 가는 길에 양떼가 성인을 즐겁게함(대전기 8장 7번)
32. 성인이 돌아가신 날 밤에 종달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오름 (대전기 14장 6번)
제 5 장
하느님의 선하심이 프란치스꼬의 명을 따름
33. 여행 중에 하느님께서 음식을 많게 하심(제1 생애 55번)
34. 스페인에서 돌아오는 길에 하느님께서 한 마리의 새를 프란치스꼬에게 주심
(제1 생애 56번)
35. 리에띠에서 하느님께서 프란치스꼬에게 옷을 주심(제2 생애 43번)
36. 하느님께서 의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심(제2 생애 44번)
제 6 장
세떼솔리의 야고바 부인
37. 세떼솔리의 야고바는32) 그녀의 고결함과 거룩함이 로마 시에 알려진 바와 같은 사람이라 성 프란치스꼬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을 만하였다. 그녀가 뼈대있는 조상의 후손이고 위엄있는 가문의 출신이며 또한 재벌이었음을 구태여 이 자리에서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녀의 놀라운 완덕과 그리고 과부로 오랫동안 살아온 그녀의 정결에 관해서도 칭찬을 다시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성인이 병중에 누워 그의 모든 고통이 끝나가고 인생의 행복한 여정으로부터 가장 행복한 종말에 가까워질 무렵, 세상을 하직하기 며칠 전에 로마로 야고바 부인에게 전갈을 보내기를 원하였으니, 그녀가 이 유배지에서 그토록 사랑한 그를 아버지 나라로 떠나기 전에 보고 싶으면 빨리 오라는 전갈이었따. 편지 한 통이 씌어졌고,33) 재빠른 형제 하나를 전달자로 물색하였다. 벌써 전달자는 여행을 떠날 준비를 완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군인들과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동료들 중에 전달자에게 마지막 준비를 완료시켜 준 형제가 현관으로 나가 보니, 형제들이 멀리에서 데려오기를 바랐던 그녀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란 그는 급히 성인에게 달려와 기쁨을 억제치 못하고 말하였다 : “사부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러자 성인이 즉시 대답하였다 : “우리의 형제 야고바 부인을 우리에게 데려오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문을 열고 그녀를 들어오게 하시오. 여자들의 출입을 금하는 수도회 법령은 우리 형제 야고바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38. 방문한 귀빈들이 크게 기뻐하였고,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들을 주룩주룩 흘렸다. 이것이 완전한 기적이 되는 것은 방금 전에 쓴 편지에서 사부님이 당신의 장례식에 필요한 것을 가져오라고 한 것을 그녀가 모두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의 시체를 덮을 회색 천과 많은 초와 얼굴을 감쌀 천과 머리에 벨 작은 베개와 성인이 먹고 싶어했던 과자 등등, 이 사람의 영혼이 원했던 것은 하느님께서 암시하신 대로 하나도 빼지 않고 모두 가져왔던 것이다. 이 고귀한 순례는 순례자에게 참으로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 순례 이야기를 계속 하자. 수많은 사람들과 특히 아씨시의 열심한 많은 사람들이 성인의 천상 탄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성인은 로마에서 열심한 사람들이 옴으로 해서 더 힘이 생겨 조금 더 살으셨던 듯하다. 그래서 부인은 다른 사람들을 보내고, 자기와 자기 자녀들과 몇몇 시중꾼들만 남게 하였다. 성인이 그녀에게 말했다 : “아니오, 여기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토요일에 이 세상을 하직할 것이니, 지금 가셨다가 당신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일요일에 다시 오십시오.” 일이 그대로 되었다. 투쟁하는 교회에서 열심히 싸웠던 그는 그가 예언한 그 시간에 승리의 천상 교회로 들어갔다. 나는 여기서 대군중들이 운집한 일과 통곡소리와 장엄한 종소리와 눈물의 홍수를 생략한다.34) 나는 여기서 그의 아들들의 오열과 그와 절친했던 사람들의 탄식 소리와 동료들의 애도를 생략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순례자가 자기 아버지의 위로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들에 관한 것이다.
39.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는 조용히 프란치스꼬에게 안내되었고, 그의 시신은 그녀의 팔에 안겨졌다. “보십시오.” 총대리가 말하였다. “살아 계실 때 당신이 사랑한 분이 죽어서 당신 팔에 안기게 하십시오.” 그녀는 시신에 뜨거운 눈물을 뿌렸고, 목놓아 울었으며, 깊은 탄식을 하였다. 그녀는 시신을 팔에 안고 입을 맞추며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이 시신을 보기 위하여 천을 벗겼다. 다음에 계속되는 일은? 그녀는 보물이 숨어 있는 보배로운 몸을 바라보았다. 그 보물에는 다섯 개의 진주가 박혀 있었다. 그녀는 전능하신 분의 손길만이 엮어낼 수 있었던, 그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한 그 위엄을 보고, 자기의 친구가 죽었음에도 지금까지 없었던 기쁨에 싸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금시초문인 이러한 기적은 숨겨져서는 안되고, 또한 결코 가려져서도 안되며, 모든 이가 볼 수 있도록 드러나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이 기적을 보려고 열심히들 달려왔고, 하느님께서 어느 백성에게도 이같이 하지 않으신 것을35) 실제로 접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경이로워하였다. 각설하자.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억지로 떠듬거리며 애쓰는 것보다는 그편이 낫다. 당시에는 젊은이였고, 후에는 로마의 지방 총독이었으며, 교황청의 백작이었던 요한 프리지아 뻬나떼스는36) 이 기적을 미심쩍어 하는 사람들에게 나중에 자기와 자기 어머니가 함께 두 눈으로 보고 두 손으로 만져본 것을 맹세하며 자신있게 증언하였다. 그녀는 이러한 흔치 않은 은총에 위로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이야기는 이만 마치고, 이제는 프란치스꼬가 죽은 다음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제 7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공로로 죽은 이들이 살아남
40. 그리스도의 증거자의 공로로 살아난 죽은 이들에 관하여 말하려고 하니, 독자들과 청중들은 열심히 주의를 기울이시라. 간략히 말하려고 한다. 많은 상황들을 생략하고 경탄자들이 증거하는 놀라운 일들을 침묵하겠으며, 오직 기적들만을 이야기하겠다.
베네벤또 근교의 모뗀마라노 고을에 출신으로도 고귀하고 덕행으로는 더욱 고귀한 어느 부인이 성 프란치스꼬를 특별히 공경하고 있었고, 적지 않은 존경심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병으로 짓눌려 극한 상황에 이르렀다가 누구나 가야 하는 마지막 길을37)갔다. 해질 무렵에 죽었기 때문에 많은 친척들이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하관식을 다음날로 미루었다. 밤에는 장례식과 연도를 바치기 위하여 성직자들이 왔다. 기도하는 많은 남녀들이 죽은 여인을 둘러싸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여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자기의 대부였던 성직자 하나를 불러 말하였다 : “신부님, 고백성사를 보고 싶습니다. 나의 고백을 들으십시오. 나는 지금 말하려고 하는 죄를 고백하지 않고 죽었기 때문에 무서운 감옥에 갇혀야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늘 공경해 온 성 프란치스꼬가 나를 위해서 전구하였고,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고백성사를 보고 나의 죄사함을 얻도록 해주어서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있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내 죄를 고백하고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영원한 안식처로 다시 가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떨면서 역시 떨고 있는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였고, 사죄경을 받은 후 다시 침대에 누워 주님 안에 영원히 잠들었다.38)
이 기적을 보고 그리스도의 자비하심을 누가 합당하게 찬양할 수 있고, 고백성사의 효과와 성인의 공로를 누가 합당하게 전할 수 있겠는가?
41. 첼라노에서 죽었던 기사가 살아남(대전기 11장 4번)
42. 로마에서 일곱 살 난 소년이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4번)
43. 노체라 움부라에서 소년이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3번)
44. 까부아에서 익사했던 소녀이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5번)
45. 세싸 아우군까에서 깔려 죽었던 젊은이가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6번)
46. 뽀마리꼬에서 어느 소녀가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2번)
47. 시실리아에서 포도 압착기에 눌려 죽었던 젊은이가 살아남 (대전기 2부 2장 7번)
48. 독일에서 죽었던 사람이 살아남(대전기 2부 2장 8번)
제 8 장
성 프란치스꼬의 전구로 죽음의 위험에서
구함을 받은 사람들
49. 로마에서 높은 탑에서 떨어진 사람(대전기 2부 3장 1번)
50. 뽀피에서 익사 위험에서 건져진 사제(대전기 2부 3장 2번)
51. 첼라노의 우물에서 소년이 건져짐(대전기 2부 3장 3번)
52. 안꼬나에서 어느 소녀가 치유를 받음(대전기 2부 3장 1번)
53. 네뚜노의 어느 부인이 무너진 집에서 구조됨(대전기 2부 3장 11번)
54. 꼬르네또의 어느 소년이 무너진 집에서 구조됨(대전기 2부3장 5번)
55. 꼬르네또에서 혁대의 버클을 삼킨 아기가 구함을 받음
56. 치쁘라노에서 중상입은 사람이 나음(대전기 2부 3장 9번)
57. 렌띠니에서 돌에 깔린 석공이 구조됨(대전기 2부 3장 6번)
58. 산 세베리노에서 돌에 깔린 석공이 구조됨(대전기 2부 3장 7번)
59. 가에따에서 서까래에 깔린 미장이가 구조됨(대전기 2부 3장 8번)
60. 뻬쉬취에서 성당 건축을 하는 데 쓰일 많은 돌이 생김
61.산 제미니아노에서 어느 임종하던 젊은이가 회복됨(대전기2부 3장 10번)
62. 삐아자 아르메리나에서 임종하던 젊은이가 회복됨
63. 삐아자 아르메리나에서 급류에 휩쓸린 젊은이가 건져짐
64. 삐아자 아르메리나에서 어느 부인이 결핵에서 완쾌됨
65. 레떼에서 어느 병든 소년이 낫게 됨
66. 뜨라빠니에서 어느 임종하던 사람이 회복됨
67. 또디에서 죽을 것 같은 소년이 살아남(제1 생애 139)
68. 높은 데서 떨어진 젊은이가 회복됨(제1 생애 140)
69. 아레쪼에서 열병과 쌍종기에 걸린 소년이 건강을 되찾음(제1 생애 140)
제 9 장
수종에 걸린 사람들과 중풍에 걸린 사람들이 완치됨
70. 파노에서 수종에 걸린 사람이 완치됨(제1 생애 141)
71. 굽비오에서 중풍에 걸린 사람이 완치됨(제1 생애 142)
72. 비깔비에서 아르삐노 출신의 중풍에 걸린 청년이 완치됨
73. 뽁기본 시에서 간질병에 걸린 젊은 처녀가 완치됨
75. 가에따에서 삐에뜨로 만까넬라라는 중풍 환자가 완치됨
76. 또디에서 관절염 환자가 완치됨(제1 생애 141)
77. 통풍에 걸린 본따도수스라는 사람이 완치됨(제1 생애 142)
78. 중풍 걸린 여인이 완치됨(제1 생애 141)
79. 나르니에서 수종에 걸린 젊은이가 완치됨(제1 생애 141)
80. 나르니에서 손이 말라 들어가던 여인이 완치됨(제1 생애141)
제 10 장
난파에서 사람들이 구조됨
81. 바를레따 근교의 호수에서 위험중에 있던 뱃사람들이 구조됨(대전기 2부 4장 11번)82. 배 위에서 식수가 생긴 기적과 태풍이 가라앉은 기적(대전기 2부 4장 2번)
83. 익사의 위험에서 구조된 리에띠의 야고보 형제(대전기 2부4장 3번)
84. 리에띠 호수에서 배에 탄 다섯 사람이 난파에서 구조됨
85. 안꼬나의 선원들이 태풍에서 구조됨(대전기 2부 4장 5번)
86. 보나벤뚜라 형제와 아스꼴리의 어느 형제가 태풍에서 구조됨(대전기 2부 4장 4번) 87. 삐사의 어느 시민과 선원 모두가 구조됨
제 11 장
감옥에 갇혔던 사람들이 풀려남
88. 희랍에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던 사람이 풀려남(대전기2부 5장 1번)
89. 마싸 뜨라바리아에서 빛을 갚지 못하여 감옥에 갇힌 가난한 사람이 풀려남
(대전기 2부 5장 2번)
90. 귀족 다섯 명이 기적적으로 탈출함
91. 부채 관계로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아레쪼의 알베르또가 풀려남
(대전기 2부 5장 3번)
92. 치따 디 가스뗄로의 어느 젊은이가 풀려남
93. 복되신 성 베드로 옥좌에 그레고리오 9세께서 앉아 계실 때, 교황께서는 이단자들을 공격하기 위해서 여러 나라에서 십자군을 모집하였다. 그러던 중에 알리피아 출신의 베드로라는 사람이 이단자로 고발되어 로마에서 십자군에게 붙잡혔다. 그레고리오 교황께서는 띠볼리 주교에게 이 사람을 감시하라고 맡겼다. 띠볼리 주교는 만일 그 사람을 놓치면 자기 교구를 빼앗기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쇠고랑으로 채웠다. 그러나 죄수 베드로는 단순하였고 결백한 것 같아서 띠볼리 주교는 그의 감옥생활을 완화시켜 주었다. 그런데 주교에게 오랫동안 증오심을 품어 왔던 그 도시의 어느 귀족들이 주교로 하여금 교황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베드로에게 몰래 감옥에서 탈출하라고 꾀었다. 그 죄수는 그들의 말을 듣고 어느 날 밤 급히 탈출하여 멀리 도망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교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교황의 처벌과 원수들의 복수를 생각하고 심히 격분하였다. 주교는 일을 신중히 처리하려는 마음으로 베드로를 체포하라고 사방으로 부하들을 보냈다. 기어코 주교는 그 불쌍한 베드로를 붙잡았고, 배은망덕한 그를 전보다 더 감시가 심한 감옥에 처넣으려고 하였다. 주교는 주위에 높고 튼튼한 담으로 싸인 어둠침침한 감옥을 준비하여 쇠못이 박힌 굵은 나무로 되어 있는 감옥에 그를 가두라고 명하였다. 죄수의 발이 육중한 쇠고랑에 채워졌고, 빵과 물도 달아서 공급했다.
그가 석방될 희망을 모두 잃고 있을 때, 억울하게 망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는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시어 그를 도와 주려 불현 듯 일어나셨다. 그 사람은 그날이 성 프란치스꼬 대축일 전날이라는 것을 깨닫고 기도와 눈물로써 복되신 성인께 부르짖었고, 자기를 불쌍히 여기라고 청하였다. 그는 전에 이단자들이 성인을 욕하는 것을 듣고서 거룩한 프란치스꼬에 대하여 큰 신뢰심을 지니게 되었었다. 대축일날 밤이 되자 복되신 프란치스꼬는 그를 가엾게 여겨 감옥에 내려와 이 죄수의 이름을 부르며 빨리 일어나라고 명하였다. 겁에 질린 죄수는 자기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죄수는 그 사람이 바로 복되신 프란치스꼬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일어나서 간수를 부르며 말했다 : “어리둥절합니다. 누군가가 일어나라고 나에게 명령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바로 성 프란치스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간수가 대답하였다 : “이 가련한 놈아, 편히 누워서 잠이나 자거라! 오늘 너무 굶어서 헛것이 보이는가 보구나!” 그러나 하느님의 성인은 일어나라고 그에게 재차 재촉하였고, 정오가 되었을 때 죄수는 자기의 발에 채워졌던 쇠고랑이 부서져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감옥을 둘러보았더니 박힌 못이 다 빠진 채 나무들이 풀려 있었고, 해방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사람은 풀린 모이 되었지만, 너무 놀라웠던 나머지 도망갈 줄 모르고 문에서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간수들도 어리둥절해 하였다. 간수들은 그 사람이 풀려져 있는 것을 주교에게 전하러 달려갔다. 몸이 허약해 있던 주교는 이 소식을 듣고 공포에 떨며 주교좌에서 넘어졌다. 기적을 모르고 있던 주교는 죄수가 도망간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일어난 일을 전해 듣고 주교는 경건한 마음으로 감옥에 가서 하느님의 능력을 분명히 깨닫고, 그곳에서 주님을 흠숭했다. 주교는 마침내 쇠고랑들을 교황과 추기경들 앞에 갖다 놓았다. 이들도 이 모든 사실을 보고 몹시 감탄하여 하느님을 찬미하게 되었다.39) 94. 독약 사건으로 억울하게 고소당한 산 제미니아노의 귀달로 또가 풀려남(대전기 2부 5장 5번)
제 12 장
출산의 위험에서 벗어난 부인들, 그리고 성 프란치스꼬의
축일을 지내는 많은 사람들
95. 달마찌아의 어느 백작 부인(대전기 2부 6장 1번)
96. 베아뜨리체라고 하는 로마의 부인(대전기 2부 6장 2번)
97. 움브리아 출신 깔비의 유리안나(대전기 2부 6장 3번)
98. 비떼르보의 어느 부인(대전기 2부 6장 4번)
99. 띠볼리의 어느 판사 부인(대전기 2부 6장 3번)
100. 만쓰에서 중풍을 앓던 어느 하녀가 치유됨(대전기 2부 9장 2번)
101. 중풍을 앓던 깜빠냐의 어느 부인
102. 갑자기 미쳤다가 나은 발랴돌리의 어느 부인(대전기 2부 9장 2번)
103. 안면이 마비되었던 삐글리오의 소녀(대전기 2부 9장 2번)
104. 똘렌띠노의 마태오 딸의 병
105. 삐사에서 자기가 낳은 아들의 이름을 프란치스꼬라고 부르기를 원한 어느 부인
106. 아레쪼의 어느 부인(대전기 2부 6장 5번)
107. 시실리아에서 밀가루 속에서 일어난 피의 기적
108. 아레쪼의 어느 부인(제1 생애 63)
제 13 장
탈장의 치유
109. 이세오의 야고보 형제40)(대전기 2부 8장 2번)
110. 삐사의 어느 시민
111. 로마의 치스떼르나의 어느 주민
112. 첵카노의 사제 니꼴라스
113. 스펠로의 어느 주민(제1 생애 144)
114. 쏘라 교구의 청년 요한
115. 시실리아의 베드로
제 14 장
맹인과 귀머거리 그리고 벙어리의 치유
116. 나뽈리에서 맹인이었던 로베르또 형제가 치유됨(대전기 2 부 7장 1번)
117. 짱까또에서 맹인이었던 제르라도 기사가 치유됨(대전기 2 부 7장 7번)
118. 그리스의 테바스에서 맹인이었던 부인이 치유됨(대전기 2 부 7장 2번)
119. 뽀피에서 애꾸눈이었던 14세 소년이 치유됨(대전기 2부 7장 3번)
120. 까스뜨로 데이 볼쉬에서 사고로 애꾸눈이 되었던 사제가 치유됨
(대전기 2부 7장 4번)
121. 나르니에서 맹인이었던 부인이 치유됨
122. 몬떼 가르가노에서 맹인이었던 베드로 로마노가 치유됨 (대전기 2부 7장 5번)
123. 태생 소경이었던 청년41)(대전기 2부 7장 6번)
124. 베박냐에서 맹인 처녀가 치유됨(대전기 12장 10번)
125. 까스뜨로 델레 삐에베에서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였던 청년이 치유됨
(제1 생애 147-148번 ; 대전기 2부 8장 1번)
126. 아뿔리아에서 귀머거리 부인이 치유됨
127. 아레쪼 교구에서 귀머거리 부인이 치유됨
128. 귀머거리였던 알렉산드로의 판사(대전기 2부 9장 4번)
129. 보르고의 산 세뿔끄로에서 지넬도 기사가 당한 벌(대전기 2부 9장 3번)
130. 맹인 시빌리아가 성인의 무덤에서 치유됨(제1 생애 136)
131. 비깔비에서 태생 소경이었던 처녀가 치유됨
132. 아레쪼에서 맹인이었던 여자가 치유됨
133. 아레쪼에서 맹인이었던 청년이 치유됨
134. 스뻬로의 남자 맹인(제1 생애 136)
135. 뽁기본 시에서 맹인이었던 여자가 치유됨
136. 까메리노의 여자 맹인(제1 생애 136)
137. 굽비오의 여자 맹인(제1 생애 136)
138. 아씨시의 남자 맹인(제1 생애 136)
139. 맹인이었던 나르니의 알베르띠노(제1 생애 136)
140. 마비 환자였고 벙어리였던 빌라라는 처녀(제1 생애 149)
141. 뻬루지아 교구의 남자 벙어리(제1 생애 149)
142. 목이 작은 돌로 막힌 부인(제1 생애 150)
143. 귀머거리였던 아르삐노의 바르똘로메오가 치유됨
144. 시실리아의 삐아짜 아르메리나에서 여자 벙어리가 나음
145. 시실리아의 니꼬시아에서 실성한 벙어리 사제가 치유됨
제 15 장
나병환자들과 하혈환자들의 치유
146. 산 세베리노에서 나병환자 아또 청년이 치유됨(제1 생애 146)
147. 중풍환자이자 나병환자인 파노의 보누소모가 치유됨(제1 생애 146)
148. 쏘라 교구의 로가따 귀부인에게 하혈이 멈춤(대전기 2부 8 장 6번)
149. 시실리아의 여자에게 하혈이 멈춤
제 16 장
실성한 사람과 마귀들린 사람의 치유
150. 폴리뇨의 베드로에게서 마귀가 떨어짐(제1 생애 137)
151. 나르니의 여자에게서 마귀가 떨어짐(제1 생애 138)
152. 마리띠마에서 실성한 사람이자 간질병 환자였던 여자가 치유됨
(대전기 2부 8장 3번)
153. 누르시아에서 마귀들린 처녀에게서 마귀가 떨어짐
154. 간질병 환자였던 처녀가 치유됨
155. 산 제미니에서 마귀들린 여자에게서 마귀가 떨어짐(제1 생애 69)
156. 치따 디 까스뗄로에서 마귀들린 여자에게서 마귀가 떨어짐(제1 생애 70)
제 17 장
불구환자와 골절환자의 치유
157. 빠르마에서 다리가 불구인 어린이가 치유됨
158. 아미떼르노의 기형 어린이가 스꼬삐또에서 치유됨(대전기 2부 10장 5번)
159. 오스띠아 교구의 코리 출신인 어느 주민이 한쪽 다리를 완전히 못쓰게 되어서 걷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다. 그는 깊은 실의에 빠졌고, 의술에는 기대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그는 성 프란치스꼬를 직접 대면하여 말하는 것처럼 다음과 같은 기구를 바쳤다 : “성 프란치스꼬여, 제가 당신께 바친 봉사와 당신께 보여 드린 공경을 기억하시어 저를 도와 주십시오.” 이러한 간청에 마음이 움직인 프란치스꼬는 즉시 자기가 입은 신세를 기억하였다. 프란치스꼬는 공경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밤에 깨어 있는 그 사람에게 동료와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그의 간청을 듣고 치료해 주러 왔다고 프란치스꼬가 말했다. 그리고 타우(T)자가 밑에 새겨져 있는 지팡이를 그의 상처에 댔다. 잠시 후 상처가 아물고 환자는 건강을 회복했으며, 오늘날까지도 성인이 당신의 지팡이를 댄 그 자리에서 타우자를 볼 수 있다.
이 표시는 성 프란치스꼬가 업무로나 사랑으로 어떤 글을 전해야 할 때 편지에 표시했던 바로 그 타우자였다.
160. 목과 어깨가 기형이었던 소녀(제1 생애 127)
161. 나르니 지방의 절름발이 거지 소년(제1 생애 128)
162. 다리를 절었던 폴리뇨의 니꼴라스(제1 생애 129)
163. 다리가 구부러져 무릎에 붙은 소년(제1 생애 130)
164. 다리가 궁둥이에 붙은 파노의 불구자(제1 생애 131)
165. 굽비오에서 손이 불구인 소녀가 치유됨(제1 생애 132)
166. 몬떼네로에서 하반신이 마비되었던 소년이 치유됨(제1 생애 133)
167. 굽비오의 불구 소년(제1 생애 134)
168. 상피병(象皮病)에 걸린 볼떼라 교구의 릭꼬막뇨
169. 볼떼라 교구의 베르데와 상귀나라는 마비된 두 여인
170. 보기 흉한 뽁기본 시의 야고보
171. 손이 마른 비깔디의 어느 여자
172. 중풍 걸린 까뿌아의 어느 여자
173. 불구자였던 나르니의 바르톨로메오(제1 생애 135)
174. 리에띠 교구에서 여덟살 난 수종 걸린 소년이 치유됨(대전기 12장 9번)
175. 또스까넬라의 불구 소년(제1 생애 165)
176. 중풍 걸린 나르니의 베드로(제1 생애 66)
177. 손이 오그라든 굽비오의 어느 부인(제1 생애 67)
178. 발과 머리가 붙어 있던 오르떼의 야고보(대전기 12장 9번)
179. 오르떼의 선병질(腺病質) 환자
180. 치따 디 까스뗄로의 불구 청년
181. 로마 시와 로마 제국의 동정녀들 중에서 가장 이름있는 쁘락세데스는 어린시절부터 엄격한 봉쇄에 숨어서 거의 40년간을 영원한 정배의 사랑으로 지냈다. 그래서 그녀는 성 프란치스꼬의 특별한 사랑을 받을 만했다. 프란치스꼬는 그녀를 순종으로 받아들였는데,42) 이는 어떤 여인에게도 베풀지 않은 은혜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수도복과 띠를 주었다.
어느 날 그녀는 그녀는 어떤 일로 자기 집 지붕에 올라갔다가 현기증을 일으켜 헛발을 디디게 되어 처참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발과 다리가 부러졌고, 어깨도 심한 타박상을 입어 한쪽으로 기울었다. 긴 세월을 어떤 피조물에게도 한눈을 팔지 않아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려는 굳은 결심으로 살고 있었던, 그리고 그리스도께 봉헌된 이 동정녀가 이제 나무토막처럼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녀는 봉쇄허원을 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의 도움도 거절하였고 누구에게도 의지하기를 원치 않았다. 추기경 한 분이 그녀에게 봉쇄생활을 버리고 하느님께 봉헌된 다른 여인들과 함께 살아가라고 명하였고, 다른 수도자들도 그녀에게 같은 권고를 하였다. 왜냐하면 그녀에게는 조그마한 부주의에도 늘 죽을 위험이 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가 허원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의 권고를 완강히 거절하였고, 할 수 있는 데까지 저항하였다. 그녀는 다만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항구히 자신을 내맡기면서, 어느 날 저녁해가 저물었을 때에 지극히 복되신 사부 프란치스꼬에게 정성어린 마음으로 호소를 하였다 : “나의 지극히 거룩하신 사부님, 당신은 이 세상에 살아 계실 때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고통까지 돌아가신 후에도 자비롭게 덜어 주신 분이 아니십니까? 그렇다면 당신이 살아 계실 때에 당신의 대단히 훌륭한 은혜를 어느 정도 받은 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시지 않으렵니까? 당신도 보시다시피 저는 지금 허원을 지키지 않든가 아니면 죽든가 둘 중의 하나를 택해야 할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그녀가 마음 속에 이러한 생각들을 하며 그칠 줄 모르는 한탄으로 동정을 받을 만한 자기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을 때에 갑자기 깊은 잠에 빠져 무아경에 들었다. 이때에 영광에 빛나는 흰옷을 입으신 지극히 복되신 사부님께서 어두운 봉쇄에 내려오시어 온화하게 그녀에게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 “일어나시오, 복된 딸이여! 일어나시오, 두려워하지 마시오! 나에게서 완쾌의 표시를 받고 당신의 결심을 변함없이 지켜 나가시오!” 그러고 나서 성인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놓고 사라졌다. 그녀는 자기의 작은 방에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움직이게 되었으면서도, 하느님의 종을 통하여 자기에게 이루어진 일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일어난 일인지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것을 환각이려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창문으로 다가가서 흔히 하던 대로 누구를 부르는 손짓을 하였다. 어떤 수도자가 급히 뛰어와서 그녀의 완쾌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 : “어머니, 무슨 일로 이렇게 일어나실 수 있었습니까?” 그러나 그녀는 아직도 비몽사몽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수도자인 줄도 모르고 불을 켜 달라고 부탁했다. 불을 갖다주자 그제서야 그녀는 정신이 들어서, 아무 고통도 없이 편안히 자기에게 일어났었던 일을 일일이 이야기하였다.
제 18 장
여러 기적들
182. 사비나 교구에 여든살이 넘는 한 노파가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딸이 둘 있었다. 그 중에 딸 하나는 아기를 하나 낳고 죽었다. 그 할머니는 젖을 먹이려고 다른 딸에게 아기를 맡겼다. 그러나 이 딸이 또 임신을 하자 그 아기에게 젖을 먹일 사람이 없었다. 불쌍한 이 아기를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목마른 이 아기에게 젖을 빨릴 유모가 없었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생각하고 한탄하며 슬퍼하였다. 극도의 빈곤에 시달리면서도 할머니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줄을 몰랐다. 따라서 아기도 약해졌고 할머니도 기력이 쇠하여졌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는 길거리에 나가서 집집의 문을 두드리는 통에 누구나 그의 애걸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할머니는 손자의 울음소리를 멈추게 하려고 아기의 입을 자기의 마른 젖에 물렸다. 그러고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면서 복되신 프란치스꼬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린이들의 천진함을 사랑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늘 가엾이 여기는 그분이 불현 듯 나타나 할머니에게 말했다 : “할머니, 저는 할머니께서 눈물로 부르셨던 프란치스꼬입니다. 계속해서 할머니의 젓을 아기의 입에다 물리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많은 젖이 나오도록 하실 것입니다.” 그 할머니는 성인이 하라는 대로 하였다. 여든 살이 넘은 할머니의 젖에서 많은 젖이 나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 사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고, 말라빠진 노인이 젊은이의 정열로 돌아온 것을 보고는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보려고 몰려왔고, 그 중에 도지사는 이에 관한 떠도는 소문을 믿지 못했다가 이것을 와서 보고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빈 쭉정이같은 노파의 젖에서 물이 콸콸 나오듯 젖을 뿜어서, 이 사건을 알아보러 온 도시자가 그 젓으로 옷을 적시고 혼비백산하여 도망갔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큰일을 하시는 주님을 찬미하였고, 그의 종 성 프란치스꼬를 열심히 공경하게 되었다. 아기는 이 놀라운 양식으로 자라나, 자기 또래 아이들보다 더 컸다.
183. 병든 황소를 낫게함(대전기 2부10장 3번)
184. 스뽈레또에서 도둑맞은 당나귀를 찾아줌(대전기 2부 10장 3번)
185. 안뜨로도꼬에서 깨진 그릇을 원상복구시킴(대전기 2부 10장 3번)
186. 몬떼 델 올모에서 쟁기 발을 고침(대전기 2부 10장 3번)
187. 독을 탄 음식을 먹은 비깔비의 사제 마태오를 낫게 함(대전기 2부 3장 12번)
188. 시에나에서 턱에 종기가 난 니꼴라스를 낫게 함
189. 사하군에서 죽었던 벚나무에 파란 잎이 돋음(대전기 2부 10장 2번)
190. 빌랴실로스에서 포오의 흰가루 병이 사라짐(대전기 2부 10장 2번)
191. 발렌씨아에서 밀창고 안의 바구미가 사라짐(대전기 2부 10장 2번)
192. 뻬뜨라말라에서 메뚜기떼가 이동을 멈춤(대전기 2부 10장 2번)
193. 갈레떼에서 유방 누관(漊管)을 앓고 있던 부인이 치유됨
194. 그리스에서 괴양을 앓던 청년이 치유됨
195. 간질병을 앓던 형제가 십자 성호로 치유됨(제1 생애 68)
196. 늑골과 요추에 누관(漊管)을 앓고 있던 형제가 치유됨(제1 생애 145)
197. 쇠화살로 상처입은 사람이 치유됨(제1 생애 143)
제 19 장
복되신 프란치스꼬의 기적들에 관한 기록이 끝남
198. 주님의 거룩한 사람이며, 우리의 사부이신 프란치스꼬에 관하여 기록된 것들과 널리 알려진 일들이 참되다는 것을 여러 가지 기적으로 주 그리스도의 무한한 자비하심이 증명해 주신 바에야, 하느님의 기적으로 재확인된 이러한 것들을 인간의 판단에 내맡기는 것은 모순된 일이다. 해서 사부님의 보잘 것 없는 아들로서 나는 여러분들에게 이 기록들을 잘 받아들이시고,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 주시기를 겸손되이 청하는 바이다. 비록 내가 기록은 올바르게 하지 못했을까 몰라도 그 내용은 가히 공경받을 만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필자의 역량 부족을 생각지 마시고, 필자의 진실성과 노력과 수고를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우리는 매번 새것을 기록할 수 없고, 둥근 것을 네모나게 만들 수도 없는 일이며, 어느 한 시기에 우리에게 전해진 사건을 여러 시대와 그 취향의 다양성에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것들을 기록하려고 한 동기는 허영심이 아니고, 또 여러 말을 하게 된 것도 고집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다만 형제들의 끊임없는 간청이 나로 하여금 이 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고, 성직자들의 권위가 이를 완성하도록 재촉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님의 상급이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러 형제와 성직자들에게서 은혜와 사랑을 받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출처: http://stkcc.org/cafe/cafe_board.html?Cafe_Code=40&board_id=cafe179&Scate=&key=&keyfield=&page=2&list_block=&board_order=&Mode=view&num=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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