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생각

편하지만 외롭다/경포호수

Margaret K 2018. 4. 12. 22:03


편하지만 외롭다 <미.우.새> 방송에서 주병진 집을 찾아 갔는데, 그 날 박수홍은 어릴 때부터 롤 모델이었던 주병진과의 만남에 들떠있었다. 박수홍은 가장 먼저 커다란 TV에 마음을 뺏겼고, 또 페도라 모자에 눈을 떼지 못했다. 주병진은 많은 싱글의 로망이라 불리 우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다른 입장을 갖고 있었다. 한 층이 집 한 채로 살고 있지만, 그는 ‘진짜 따뜻한 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집'은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집이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내 전 재산을 다 주고라도 너희 나이로만 갈수 있다면 나는 가겠다. 가서 반드시 결혼할 것이다.” 혼자 사는 것은 편하지만 외롭더라는 것이다. 주병진의 이런 생각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서였다. 어느 날 뇌졸중 증세로 급히 응급실로 갔는데, 간호사가 보호자 연락처를 물었다. ‘보호자가 없다’라고 대답할 때, 새삼스럽게 그는 가족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 때 그는 "내가 이럴 때 부인이 옆에서 나를 돌봐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를 생각해봤다. 나는 돈은 조금 있어도 부인이 없다는 것이 너무 슬펐다“고 털어놨다. 후배를 위한 걱정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의 말 한마디는 그가 실제로 살아오면서 겪는 경험이라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금언이었다. 그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적용되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과 함께 많은 것을 일깨워 줬다. 어느 순간 의식주가 해결된 이후엔 문화적 욕구와 명예욕까지 채워보지만, 이상하게도 고독과 외로움은 오히려 더 커져만 가며 또 다른 그리움만 쌓여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면역력이 생길 때도 되었건만, 여전히 계절만 바뀌면 겉은 멀쩡한데 가슴은 시베리아 벌판처럼 싸늘하다. 어느덧 ‘홀로’(alone), ‘외로이’(lonely), 그리고 ‘고독’(loneliness)이라는 세 단어가 이 시대에 어이없게도 가장 위력적인 의미로 자리 잡아 있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어느 시처럼, 곁에 좋은 사람이 있어도 외로운 이유를 칼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줬을 때, 상대가 수용해 주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마음 문을 열지 못하게 하면서 외로움은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자신은 솔직하게 다 보여주고 싶은데 오히려 상대가 내 약점을 평가하고 상처내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외로움 속에서도 가까이 가질 못하게 만들었다. 가까이 가고 싶어도 도무지 상대를 신뢰할 수 없기에 최소한의 관계 속에서만 가면을 쓴 채, 피상적인 만남을 갖다보니 마음은 공허하며 삶은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이 명대사는 ‘내면아이’와 현재의 나와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는 대목이다. 과거에 상처받은 아이가 지금도 내 안에 살고 있다. 그 애가 바로 ‘내면아이’다. 그 아이가 때때로 근심이나 열등감, 분노 그리고 죄책감에 빠지게 되면, 내 마음은 뒤죽박죽되면서 스스로 ‘쓸모없는 인생’, ‘실패자’로 느껴져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외로움은 더 극에 달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 메시지였다. 그는 속고 살았다. 인생은 외로울지라도 버림받은 존재가 아닌 것은 불행한 과거 자체가 ‘자아’가 아니기에 그렇다. 누구라도 이 어둠에서 벗어나려면,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나는 지금 이 곳에 있는가.’라는 인생의 본질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1억 원 수표는 아무리 발로 밟고 침을 뱉어도 여전히 1억 원의 가치가 있다. 그렇다. 내가 설령 누군가에게 짓밟히고 버림받았다 해도, 그러한 아픔이나 과거 자체가 ‘나’라는 존재 가치를 바꿀 수는 없다. 분명 ‘소외’라는 정신적 질병은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원초적 고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외로움이 그렇다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몸과 그림자는 하나이듯, 사람은 그러한 고통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하는 통과 의례가 될 수도 있다. 어쩜 이 의식들을 제대로 지나가지 않으면, 일평생 두려움과 분노, 우울증이라는 거짓자아 앞에 무릎을 꿇게 될지도 모른다. 외로움은 본시 사람에 대한 잘못된 기대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외로움은 어쩜 이기적인 인생의 여정 속에서 당연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본시 사람이니까 외롭다고 자위해보지만, 생각해 보면 외로움은 또 사람 때문에 생겨난 바이러스다. 외로움이 온 몸을 감쌀 때마다 사람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버릴수록 좋다. 흔히 정치권이 가장 무정하다고 말하지만, 세상이 다 무정하다. 인간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무정하다. 사람은 의지하고 기대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고 용납할 대상임을 기억해야만 한다. 실망스러울 때마다, 홀로 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모든 기대를 내려놔야만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인이 머리가 아픈 가장 큰 원인은 생각과다에 있다. 두통이 올 땐 생각을 줄여야 하듯이, 외로울수록 자신을 묶고 있는 생각을 내려놔야 한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많다. 자기 생각에 빠질수록 억울하고 비참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벨트마냥 허리를 두르고 있던 뱃살도 살포시 내려놓아야 한다. 뱀처럼 머리를 감싸고 있는 기막힌 생각들을 내려놔야만 외로움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이 가슴에 새겨진다. 나이가 들수록 꿈은 있지만, 욕심은 내려놔야 우울하지 않고 외로워도 견딜 수 있다. 내 안의 욕심을 비운만큼 이웃이 들어온다. 부버의 <나와 너>에서 말하듯, ‘나와 너’는 인격적 만남이 되어야 함에도, ‘나와 그것’처럼 물질적 관계가 되어가기에 관계는 병과 상처를 안겨준다. 문제는 이 두 관계 형성에 따라 삶의 양상이 달라진다. 부버는 더불어 살아가는 인격적인 관계형성을 통해서만 참다운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나도 외롭고 약하지만, 나보다 더 외로운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야만, <나와 그것>이 <나와 그>가 되므로, 인생의 멋과 맛을 알고, 외로움 속에 사랑이라는 새순이 돋아 ‘소외’라는 자아를 벗어나 눈을 떠도 두렵지 않는 삶이 된다. ◆2018 필리핀 망양족 봉사 안내◆ [여길] 클릭하시면 자세히 보실 수~~^^ -2018. 4. 23(월)-28(토) -후원 방법 [여기 클릭]~~ 2018년 4월 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올립니다. 사진허락작가:하누리님, 우기자님, 이요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