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생각

이 시대의 덕후./경포호수

Margaret K 2016. 7. 2. 22:40


이 시대의 덕후(德厚)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에서 멋진 승부를 보여주었던 이세돌 9단,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덕후’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덕후’란 원래 ‘덕(德)이 두터움’을 일컫는 말로 대개 ‘덕후(德厚)하다’ 꼴로 사용해 왔는데, 일본어 ‘오타쿠’ 단어가 국내 온라인 환경에서 ‘오덕후’로 불려 지면서 차차 ‘오’자가 빠지고 ‘덕후’로 줄어든 것이다. 한 마디로 ‘덕후’란 어느 한 가지 분야에서 광신적 마니아들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과거에 이런 끼가 있는 사람들은 대접은커녕 기피대상 1호였겠지만, 요즘 시대엔 그들은 천덕꾸러기가 아닌 능력자요 새로운 스타로 대접 받는 것은 ICT(정보통신기술)산업에선 바보같이 하나의 컨텐츠를 매우 좋아하는 이들이 그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부터 ‘손재주가 많으면 팔자가 세다’라고 말이 있듯이, 손재주가 많으면 당장에는 이웃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여러 방면에서 잘 하다보면 생각보다 얕고 또 자신에겐 실질적인 도움도 안되지만,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게 잘 하면 기술 자체도 크지만 그들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끈기와 집중이 창의적인 상상력을 갖게 하면서 생각지 못한 능력을 나타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전엔 다른 것은 못해도 오로지 시험만 잘 보면 우등생으로 여겼지만, 오늘 날엔 지금 당장 성적은 좋지 않지만 하고 싶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다른 것에 한 눈 팔지 않았다면 분명히 전자보다 훨씬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에 이이를 제기할 사람이 없는 것은 ICT가 사회 변화의 중심이 되면서 능력이란 창의와 혁신을 통해 구체적인 제품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분명 특정 분야 지식이 뛰어날지라도 현실에서는 학업 성적도 낮고 사회성도 부족하기에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안타깝게도 제도권 하에서는 덕후의 자질을 개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 할 뿐 아니라 그들이 마땅히 들어갈 상급학교 진학도 쉽지 않다. 한 가지에 빠져 있느라 원치 않게 은둔의 생활이 길어지면서 감정표현도 잘 못하고 인간관계는 애당초 기대할 수도 없기에 까닥 잘못하면 문제아가 되기 쉬우므로, 다른 사람 이전에 가족들이 먼저 시시때때로 ‘덕후’의 감정을 읽어주고 아울러 잘 하는 부분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와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지하고 도움의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에겐 덕후적인 자질이 있다. 누구나 자신에게 삶의 의욕을 가져다주는 ‘덕질’(무엇인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일)꺼리가 왜 각자에게 없겠는가. 문제는 그것을 본인이 발견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지만 그러한 본질보다는 어느 순간 본능을 알고선 ‘내가 인생을 잘못산거 아닌가?’라는 자책해결이 첫 과제가 된다. 하지만 의식주 해결 이후엔 ‘덕질’을 꼬박고박 해야 존재감을 느끼며 생의 여유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덕질’로 삼을 것인가에 따라 덕질이 취미가 될 수 있으나 잘못 선택하면 덕질은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뿐 행복비타민이 될 수가 없다. ‘덕후’는 어느 덧 2016년 트레드 중 하나가 되어 덕후 전성시대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지금은 외적인 화려한 경력이 아니더라도 어느 분야든지 전문적 경험이 있으면 누구라도 덕후의 능력자(덕력)가 된다. <능력자들>방송을 통해 곳곳에 숨어있던 덕후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처음엔 오드리 헵번 덕후, 무한도전 덕후, 치킨 덕후들이 출연해 덕력을 보여주었는데, 정식편성이후엔 편의점 덕후, 버스 덕후, 열대어 덕후, 순대국 덕후 등 분야도 다양하고 전파하는 방식도 덕후마다 달랐지만 덕후들의 공통점은 SNS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아무 때든지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했다. 덕후 중에서도 평소 취미로 여겼던 관심사가 직업이 된 ‘덕업일치’를 이룬 이들이 가장 행복한 덕후로 꼽힌다. 덕질과 생업을 함께 추구하는 이런 경우를 우리는 덕질로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이라고 한다. 일이 취미요 취미가 일이 된다면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겪이 되겠지만 이런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니 그것보다는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이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은 더 중요한 과제다. 일이 취미가 되기 이전에 진정한 나를 찾는 덕질과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덕질을 찾았다면 남은 생애가 분명 더 행복할 것이다. 21세기가 ‘덕후들의 시대’가 된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는 자만의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구라도 무엇을 하든 깊이 파다보면 그 안에 길이 있다는 것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기술과 환경을 떠나 건강한 덕질을 통해 평범한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도 있고, 무미건조한 세상을 좀 더 재미있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분야든지 완전히 몰입하는 순수한 감성적 열정과 부담감이 아닌 책임감으로 감당할 때, 나도 모르게 덕후의 가장 큰 특징인 경험적 전문성이 나타나면서 덕후의 고유적 의미처럼 덕이 두터워지고 인정이 두터워지면서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기에 성공한 덕후의 법칙인 ‘성덕’에 이르게 된다면 나는 명실상부한 이 시대에 꼭 있어야 할 덕후라고 여겨도 되는 것은 나로 인해 세상은 더 밝아지고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 빨리 가려거든 직선으로 가고 멀리 가려거든 곡선으로 가라. 외나무가 되려거든 혼자서 서고 푸른 숲이 되려거든 함께 서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혼자 가는 덕후는 결코 행복할 수 없지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덕후는 푸른 숲처럼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2016년 7월 2일 (토)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올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갈말(원강/고해진님), 우기자님, 이요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