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생각

셀프 셀프 하더니.../경포호수

Margaret K 2016. 5. 17. 21:41



셀프 셀프 하더니... 이전에 많이 써먹었던 ‘셀프PR’은 이제 식상할 정도가 되었고 지금은 ‘셀프디스’까지 시대에 맞춰 셀프가 계속 진화하여 셀프 결혼, 셀프 출판, 셀프 전원주택, 셀프 공천 등등 온통 셀프 천지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셀프는 죽은 뒤에 장례를 자식들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결정하는 ‘셀프 장례’가 압권이다. 이것은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어느 덧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들이 상조회사에 문의하여 가족 몰래 혼자 ‘장례계획서’를 작성한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나는 순간 고령화 시대 속에 ‘셀프 장례’라는 고독한 풍경은 마지막 길을 더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 한숨이 나오면서도 공감이 갔던 것은 아무래도 나도 나이가 들긴 들은 모양이다. 실제로 어느 노신사는 상조회사에 혼자 가서 ‘장례계획서’를 작성하고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리자 평소 검소하게 사셨던 아버지를 가족들도 이해하고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작년 말 드디어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자 장남은 상조회사에 찾아가 장례계획서 대로 빈소도 없이 이틀 만에 화장 후 간소하게 장례를 마쳤다. 왜 이렇게까지 셀프 장례를 고집하는 노인들이 늘어날까. 그들은 한결같이 고비용 장례문화에 대한 반감작용으로 자식들에게 부담 주기 싫어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길 원하는 것이 큰 이유가 되겠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가족 간에도 서로 간의 유대가 약해져 가기에 독거노인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고독사(孤獨死)에 대한 두려움이 셀프 장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모양이다.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인해 본인들만 셀프 장례를 고집해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문제는 시 지자체에서도 셀프 장례를 적극 지원하기에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광주시 어느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3년 전부터 먼저 독거노인 중 희망자에게 ‘장례계획서’와 거의 흡사한 ‘장수노트’를 작성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안에는 죽으면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과 장례 방식 그리고 수의와 영정을 보관해 놓은 위치 등이 적혀있다. 놀라운 일은 처음 80명으로 시작했는데 벌써 800명 회원으로 늘어난 것은 연고 없는 독거노인은 무료로 장례까지 해 주는 특혜도 있겠지만, 노인들에게 남겨진 일은 죽는 일밖에 없기에 장례 프로그램에 참여하므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마지막 길을 스스로 준비하고픈 마음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 보라. 부부 중 누가 먼저 죽으면 남은 사람이 장례를 다 주관해줘도 혼자 남으면 자식이 해줘야 하는데 요즘 그들이 남은 부모 노후와 장례를 책임져 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자식만 바라보다가 잘못된 경우에 자식을 패륜아로 만들 수도 있기에 차라리 죽기 전 의식이 있을 때 깨끗하게 본인이 장례계획서를 만들어 놓으면 누가 먼저 가든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기에 자식들 신경 쓰지 않게 하면서도 본인 장례에 대한 두려움을 벗지 않겠는가.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노후 계획 중 분명하게 나와 있어야만 어느 때 부르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아니 겁내지 않고 죽음의 천사를 따라 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인생은 이제 보니 모으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데 신의 한 수가 있었다. 이 진리를 모르고 아직도 요단강이 가까웠건만 쌓아놓기만 한다면 그는 분명히 죽음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다. 돌아서면 쌓이는 물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버려야만 이 땅에 욕심을 버리고 인생 본향인 하늘을 향해 가슴을 열 수가 있고 진정한 내세를 위해 준비하는 삶이 될 수 있다. 모으는 것이 인생이 아닌데 여전히 모으려고만 하니 인생은 우울해 진다. 이 땅이 본향이 아닌데 자꾸만 이 곳에 집을 짓고 마음을 주니 인생이 우울해 질 수밖에 없다. 지금 자신이 살아 있다고 여기는 모든 시간과 공간들은 다 죽음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진실로 깨달아야만 남은 생이 행복해 질 수 있다. 웰-빙을 말 한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웰-빙을 단순히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면 몸뚱어리는 호사할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더욱 피폐해 지는 것은 사람은 정신을 넘어선 영혼이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잘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잘 죽기 위한 삶이 되어갈 때 몸은 조금 부대껴도 마음과 영은 푸른 하늘을 바라보듯 내일은 한 없이 푸르기만 하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내 모든 인생의 과정은 죽음이라는 녀석과 처음이요 마지막 대면할 때 두렵지 않게 맞이하기 위해 한 평생 죽는 연습 하는 것이 인생이다. 셀프 장례는 단순히 죽은 뒤에 시신 처리하는 일이 아니라 죽음이 찾아와도 혼자 당당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을 세워서 남은 생애동안 계속 연습하는 것이 진정한 셀프 장례이기에 웰-빙을 ‘웰-다잉’이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작년 5월 <신음소리>라는 특별한 무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4인조 밴드 <신음소리> 리더는 3년 전에 이미 폐암을 선고받고 뼈까지 전이된 상태에서 콘서트를 연다고 하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처음 암 선고 받았을 때 욥처럼 주변인들이 위로보단 분석하려 들자 더 견디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건강할 때나 지금이나 그의 사랑은 변함없기에 마지막 부르는 그 순간까지 할 일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교회도 세우고 콘서트도 열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가 그는 열흘 전에 드디어 하늘의 부름을 받았음을 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죽음을 소풍으로 비유하는 것은 소풍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해가 지기 전에 반드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인생도 해가 지면 땅의 가족들을 놔둔 채 하늘 본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기에 이러한 소풍의 진정한 의미를 안다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항상 5분 대기조로 살아가야 한다. 누가 소풍가서 스트레스 받는가. 그냥 즐기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 웃고 함께 섬기고 지금 용납해야 하는 것은 두 주 전에 부름 받은 그 형제처럼 나의 부름도 하루하루 더 가까이 오기에 그런 것이다. 2016년 5월 11일 강릉에서 피러한(한억만) 드립니다. 사진허락작가ꁾ포남님, 갈말(돌팔매님), 우기자님, 이요셉님

^경포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