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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원으로 얻은 사랑

Margaret K 2011. 3. 2. 06:50

 

 
백 원으로 얻은 사랑

학교 축제 때 술에 취해 학교에서 잠을 잔 날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학교 건물 앞에 서 있는데 제 뒤에 정말 예쁜 여자가 서 있더라고요. 제 이상형인 여자가... 그런데 하필 수중엔 동전 백 원이 전부였습니다. 고민하던 나는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 백 원 줄 테니깐 우산 좀 같이 쓸래요?” 머리는 부스스한 놈이 노숙자 차림으로 대뜸 백 원에 우산을 씌워 달라니.... 여자 분이 아무 말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 있더라고요. 이렇게 나는 억지를 부려 우산을 얻어 썼습니다.

그 뒤 나는 비 오는 날이면 그 여자를 만난 곳에서 아침부터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렸다가 여자가 오면 “백 원 줄 테니깐 우산 같이 쓸래요?” 하며 얼굴에 철판을 깔고 접근했습니다.

그러다 비가 엄청 쏟아지는 날이었죠. 그만 깜박 잠이 들어, 저녁이 돼서야 어기적어기적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항상 만나던 그곳에서 바들바들 떨며 서 있더라고요. 나를 보더니 여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더 웃긴 건 내가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 말입니다. “오늘은 비가 많이 와서 이백 원 주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돈 좀 구하느라고요. 저 이제 돈 없는데 앞으로 그냥 우산 씌워 주시면 안 될까요?”

요걸 프러포즈라고 하고서 우리는 지금까지 잘 만나고 있답니다. 내 친구 놈들은 돈으로(?) 얻은 사랑이라 불순하다고 날 구박하지만 백 원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나. 능력 있는 남자 아닌가요?

(‘기막힌 사랑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