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의 여운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Margaret K 2007. 12. 13. 06:05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 김용택 -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그대를 돌아봅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마르기 전에도

숲에는 새들이 날고 바람이 일어

그대를 향해 감추어두었던

길 하나를 그대에게 들킵니다

그대에게 닿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

이슬이 반짝 떨어집니다

 

산다는 것이나 사랑한다는 일이나

그러한 것들이

때로는 낯설다며 돌아다 보면

이슬처럼 반짝 떨어지는

내 슬픈 물음이

그대 환한 손등에 젖습니다

 

사랑합니다

 

숲은 끝이 없고

인생도 사랑도 그러합니다

그 숲 그 숲에

당신이 문득 나를 깨우는

이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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