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체!(보라!)
성체를 영하기 전 사제가 외친다.
“하느님의 어린양!”
라틴어 원문은 이렇다.
“보라(ecce), 하느님의 어린양”
사제는 성체를 들고
“이것은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하고 정의 내리듯 외치지 않고,
“보라!” 하고 외치며
신자들의 시선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모은다.
“보라!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하느님의 어린양이다.”
이 외침은 명령형이다.
“보라!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밀 빵 조각에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숨어 있다.
그게 보이느냐?
그게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보일 때가지 바라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이 보일 때까지 그 속을 들여다보아라!”
이 외침은 또한 격려의 말씀이다.
“빵 조각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걱정하지 마.
나는 너에게 이 빵조각 안에 숨어 계신
하느님의 어린양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었어.
너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볼 눈을 가지고 있어.”
“감추어 있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기 위해
너는 네가 볼 눈을 가지고 있음을 감사해야 해.
그런 눈을 주신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불러야 해.
감사와 찬미의 노래를 통해 너는 보게 될 거야.”
그리하여
나는 눈으로 성체를 마음에 모신다.
성체를 모신 나를 이제 사제가 파견하며 외친다.
“이떼 미사 에스트.(Ite, missa est)”
“가라. 보내졌다.”
(우리나라말로는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로 번역되었음.)
성체를 바라보는 눈,
밀 빵을 보면서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고
예수를 보면서 그리스도를 보고,
한 인간이 처형된 비참한 십자가를 보면서
인류에 대한 사랑을 보는 눈,
그 눈을 얻어 나는 세상에 보내졌다.
세상을 보기 위해
이웃을 보면서 하느님을 보기 위해서
나는 세상에 보내졌다.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아픈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
외로운 사람은
그들 안에 숨어계신 하느님이 보일 때까지
하느님의 어린 양이 보일 때까지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사람들이다.
보라. 네 이웃을!
하느님이 보이는가?
보라. 땅을!
하늘이 보이는가?
보라.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가 보이는가?
너는 그것을 볼 눈을 가졌다.
하느님이 네게 그런 눈을 주셨다.
* 선교(mission)는 보내지는 것(missa est)이다.
미사(Missa)는 보내지기 위해 거행된다.
사람들 마음 안에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을 보기 위해서.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을 보도록 하기 위해서. 이재민신부 (http://www.ri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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