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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청구서

Margaret K 2007. 8. 31. 05:27
 


 마음을 움직이는 청구서


팅리는 외국계 회사에서 회계를 맡고 있었다. 업무는 하루 종일 무척 바쁘게 진행되었다. 아침에 여기저기서 보낸 화물들에 대한 청구서가 그날 점심쯤이면 팩스로 들어오고, 이어서 특급으로 영수증과 운송장 등이 날아들었다. 그러다 보니 팅리의 책상 위에는 항상 각종 대금 청구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처리해야 할 청구서들이 너무 많았고 청구 내용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팅리는 어떤 청구서에 먼저 돈을 지급해야 좋을지 늘 고민이었다. 사장에게 물어봐도 그저 한번 쓱 �어보고는 '알아서 하게나!'라고 지시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단 한 번, 사장이 '즉시 그것부터 처리해 주게!'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파리에서 보내 온 청구서였다.

청구서 내용은 다른 것들과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빈공간에 커다란 글씨로 'SOS'라고 적혀 있었고, 그 옆에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귀여운 얼굴의 그림이 있었다. 간단한 선 몇 개로 그린 그림이었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 청구서를 사장에게도 보여 주었더니, 사장 역시 웃으면서 '눈물까지 흘리는데 가장 빠른 방법으로 대금을 지급해 주게나!'라고 말했다.

물론 팅리도 사장도 그 청구서를 보낸 사람이 눈물을 흘릴 만큼 급한 사정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이 그들의 마음을 이끌었을 뿐이었다.


(‘행복한 동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