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 |
'따따닥’ 클릭 한 번이면 한순간에 내가 원하는 정보를 쫙 펼쳐 보여주던 친절한 컴퓨터가 오늘은 웬일인지 ‘따닥’하는 내 신호에 버벅거리기만 할 뿐 좀처럼 원하는 정보를 보여줄 기미가 없다. ‘으~윽 정말 짜증나! 왜 이러는 거야.’ 연신 마우스를 클릭해대며 반응 없는 컴퓨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스멀스멀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온갖 불평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는 나를 의식하고는 움찔 놀랐다. 어느새 ‘더 빠른 것’과 ‘더 편한 것’에 길들여져 조금도 기다리지 못하고 참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구나. 나에게 빨리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왜 이리 조급할까. 여유를 잃게 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게 한 건 처리해야 할 일도, 주어진 상황들도 아니었다. 가능하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은 내 욕심들이었지.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책상에서 조금 떨어져보았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늘어져 있는 서류들과 사무용품들, 알아보기 힘들게 흘려 쓴 메모들, 그 사이로 작은 예수 성심상과 성경 말씀카드가 조금 외롭게 서 있다. 나도 컴퓨터도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흔적들이다. 컴퓨터의 느림을 핑계 삼아 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창문 너머 하늘이 유난히 차분하다. 밤새 내린 비로 잔뜩 물을 머금은 나무들의 초록도 싱그럽다.
잠시 멈추고 바라보니 새삼 세상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컴퓨터가 전해주는 빠르고 많은 정보들을 통해 앞으로 달려가는 것만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멈출 수 있게 해준 컴퓨터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이제는 컴퓨터의 버벅거림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삶 한가운데서 잠시 멈출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리라. 이 멈춤이 내 삶에 생기를 더해준다는 것을 알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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