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갑자기 창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후 아무런 기척이 없기에 창문 아래를 보니
새 한 마리가 땅바닥에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습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2층 창문에 날아와 부딪쳤던 주인공이었습니다.
혹시나 살아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급히 달려 내려갔습니다.
조금 세게 부딪쳐서 기절했을 뿐이려니… 하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눈은 뜨고 있었지만 숨은 이미 멎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 눈빛이 얼마나 순하고 맑은지 기분이 묘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묻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죽은 새를 안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 이것이 생명이구나!’
수녀원 뒷산에 유난히 새가 많아 무심히 바라보곤 했던
흔하디 흔한 새, 산비둘기인데,
죽은 산비둘기 한 마리를 내 손에 안으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 새도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운 생명을 지녔었구나.
인간인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한 마리의 산비둘기였구나.
그래서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 소중한 진실을 깨닫고,
이 세상 모든 피조물들을 벗이라 부르며 사랑 했었구나…….’
산비둘기 한 마리의 죽음을 통해
더불어 생명이 다한, 한 작은 피조물을 내 손에 안으면서
떨리는 가슴으로 생명의 고귀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미안하다. 그동안 너무 무심했구나.
내가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모든 생명아.’
-생활성서 행복지기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