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애완동물
얼마 전 모처럼 부모님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지난번 휴가 갔을 때만 해도 없었던 잉꼬, 십자매, 카나리아 등등.
각종 새가 베란다에서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동식물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동생의 강력한 반대에도
그동안 눈여겨봐 두었던 새들을
결국에는 집안에 들이신 것이었습니다.
“네 아버지 고집을 누가 말리니…”
어머니는 이미 포기하신 듯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동물들을 그리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털이나 특유의 냄새 때문에, 실내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터였습니다.
게다가 다른 식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도 화가 났습니다.
“저것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나갔다 돌아오면
베란다부터 간단다.
어떤 날은 아주 넋을 잃고 봐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가슴 저림을 느꼈습니다.
왜 아버지는 한낱 새에게 그렇게도 마음을 빼앗기셔야 했을까요.
아버지의 강하고 고집스러운 면은 가족들에게 때때로 갈등의 요소였습니다.
언제나 ‘우리’를 이해해 주지 않는 아버지, 늘 강하고 당당한 분이셨습니다.
‘우리’ 안에서 자리를 빼앗긴 아버지는 그때 어디에 계셨을까요.
잠시 집을 다녀온 그날 저녁,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을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며,
제가 느낀 것들을 전했습니다.
아버지는 그냥 취미로 기르는 것인데 제가 오버한다고 ‘허허허’ 웃으시더니
그 당당하시던 분이 끝내 울먹이셨습니다.
아주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외로움을 알아채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느님의 깊고 큰 사랑…
그 사랑을 모두 알아채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생활 성서 행복지기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