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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의 버선

Margaret K 2007. 6. 15. 08:59

 

 

 이황의 버선

 

세상일은 그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

퇴계 이황이 첫째 부인을 잃고 혼자 살 때의 일이다. 평소 존경하던 선비 권질이 퇴계 이황을 불러 술 한잔을 권하며 한참을 주저하다 말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영리하지 못한 나의 딸과 혼인해 줄 수 있겠는가? 부족한 내 딸을 믿고 맡길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밖에 없네."

한참을 생각하던 이황은 정중하게 말했다.

"저는 오히려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마음에 듭니다. 기꺼이 혼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황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자란 권씨 부인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정작 이황 자신은 부인을 한결같이 공경하고 격려했다.

조정에 나가 왕을 알현하는 어느 날, 권씨 부인이 이황에게 버선을 내밀었다. 권씨 부인이 난생처음 만든 그 버선은 빗자루를 본으로 삼아 그 생김새가 아주 이상했다. 하지만 직접 버선을 지어 준 부인의 정성을 알기에 이황은 그 버선을 신고 임금 앞에 나섰고, 그것을 본 중종과 함께 웃었다. 중종이 아내를 공경하는 퇴계의 인품을 높이 샀음은 물론이다.

권씨 부인은 지금도 후손들에게 '바보할매'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황은 그 부인과 16년을 함께 살면서 수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천국을 만드는 것은 결국 긍정적인 마음이다.


 ('행복한 동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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