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의 여운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다/따뜻한 하루

Margaret K 2017. 11. 10. 22:39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다




중국 고대 송나라 때 재상인 마지절은 서화에 일가견이 있었는데,
그는 그림을 수집하여 감상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습니다.

특히 당나라 때 이름난 화가였던 대주의 작품 
'투우'를 좋아했는데,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그림에 습기가 찰까 봐 틈만 나면 
마루에 펴놓고 말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농부가 소작료를 바치러 왔다가 
먼발치에서 그 그림을 보고 피식 웃었습니다.
이를 본 마지절이 농부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이 그림은 당나라 대가인 대주의 작품이다. 
무엇을 안다고 함부로 웃는 것이냐?"

그러자 농부는 고개를 조아리며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저 같은 농사만 하는 농부가 뭘 알겠습니까? 
다만 저는 소를 많이 키워봤기 때문에 
이상해서 그랬을 뿐입니다."

마지절은 궁금해서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이상하다는 말이냐?"

농부는 마지절에게 대답했습니다.
"소는 싸울 때 뿔로 상대편을 받으며 공격하지만 
꼬리는 바싹 당겨서 사타구니에 끼웁니다.
힘센 청년이라도 그 꼬리를 끄집어낼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의 소들은 싸우면서 꼬리를 치켜 올라가 있으니 
말이 되지 않아 웃었을 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마지절은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대주는 이름난 화가이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무도 몰랐구나.
이 그림을 애지중지한 내가 부끄럽다."



때론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지식 보다 살면서 체득한 지혜로 
상황을 대처할 때 좋은 결과를 얻을 때가 있습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백발 어르신의 한숨, 
한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의 갈라진 손...
생각보다 스승은 아주 가까운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