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본 할머니가 자기 장례비용으로 쓰려고 모아 놓은
100만엔으로 100세에 발간한 시집 내용이랍니다.
< 말 >
무심코 한 말이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 저금 >
난 말이지, 사람들이 친절을 베풀면 마음에 저금을 해둬.
쓸쓸할 때면 그걸 꺼내 기운을 차리지.
너도 지금부터 모아두렴.
연금보다 좋단다.
< 하늘 >
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족 같은 구름, 지도 같은 구름,
술래잡기에 한창인 구름도 있다.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깊은 밤 하늘 가득한 별,
너도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나 >
침대 머리맡에 항상 놓아두는 것...
작은 라디오, 약봉지, 시를 쓰기 위한 노트와 연필,
벽에는 달력. 날짜 아래 찾아와 주는 도우미의 이름과 시간,
빨간 동그라미는 아들 내외가 오는 날입니다.
혼자 산 지 열 여덟 해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 비밀 >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 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 걸...
< 약해지지 마 >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 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 살아갈 힘 >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 바람과 햇살과 나 >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 화장 >
아들이 초등학생 때 너희 엄마 참 예쁘시다
친구가 말했다고 기쁜 듯 얘기했던 적이 있어.
그 후로 정성껏 아흔 일곱 지금도 화장을 하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어서...
< 어머니 >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아흔 둘 나이가 되어도 어머니가 그리워.
노인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찾아 뵐 때마다
돌아오던 길의 괴롭던 마음.
오래오래 딸을 배웅하던 어머니.
구름이 몰려오던 하늘,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
지금도 또렷한 기억...
< 나에게 >
뚝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과감하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흘려 버리는 거야.
자, 새 컵으로 커피를 마시자.
< 잊는다는 것 >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여러 가지 것들을
잊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람 이름, 여러 단어, 수많은 추억,
그걸 외롭다고 여기지 않게 된 건 왜일까?
잊어 가는 것의 행복,
잊어 가는 것에 대한 포기,
매미 소리가 들려오네.
< 너에게 >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어 있으면 안 돼.
나도 96년 동안 못했던 일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자 일어나서 뭔가를 붙잡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 아침은 올 거야 >
혼자 살겠다고 결정했을 때부터 강한 여성이 되었어.
참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주었지. 그리고
순수하게 기대는 것도 용기라는 걸 깨달았어.
“난 불행해.......”
한숨을 쉬고 있는 당신에게도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틀림없이 아침 해가 비출 거야.
1911년 도치기시에서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도요는
열 살 무렵 가세가 기울어져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었다.
이후 전통 료칸과 요리점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 결혼과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33세에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와 다시 결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정직하게 살아왔다.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 그녀는 우쓰노미야 시내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 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한다.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오게 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들어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인간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 했네.
배운 것도 없이 늘 가난했던 일생.
결혼에 한번 실패 했고 두 번째 남편과도 사별한 후
20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 너무 힘들어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던 노파.
하지만 그 질곡 같은 인생을 헤쳐 살아오면서
100년을 살아온 그녀가 잔잔하게 들려주는 얘기에
사람들은 감동을 먹고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 손으로 써낸 평범한 이야기가
초 고령사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그녀의 위로가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사람들에게
그리고 미국에도 전해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다.
인생이란 늘 지금부터야.
그리고 아침은 반드시 찾아와.
그러니 약해지지 마...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할머니는 2013년 향년 102세 노환으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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