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

"친구야! 나 먼저 간다!"

Margaret K 2013. 9. 13. 20:51

 

 
 
"친구야! 나 먼저 간다!"
 

어제 밤 어느 선배님께서
아버님에 대한 추억 하나를 얘기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한 분이 계셨답니다.
늘 형제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친구분이 87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친구야! 나 먼저 간다!"하고.



당시에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그 전화를 받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더랍니다.



나 먼저 간다는 그 말 속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들어있었겠지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도 들어있었겠지요.



그 전화를 받은 아버님은 일어날 수가 없으니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그리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친구분의 자제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고 하네요.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친구.
우리에게 그런 친구 한 사람만 있으면
그래도 우리 삶은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선배는
"너는 누구에게 전화할건데?" 하고 묻습니다.



그 질문에 너무 많은 것인지
너무 없는 것인지 즉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고 전화를 해 줄까?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놓을 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해 줄까?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후배도 좋고
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삶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시겠습니까?

 
 
꽃 한 송이, 사람 하나가 ,
내 마음에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삶의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벗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이 직위가 높든 낮든그 사람이 가진 것이 있든 없든,
내가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운명할 내 친구가
떠나는 그 순간에 나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도록 오늘도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꾸준히 그러한 삶을 살다보면 나 먼저 간다고 전화해 줄 수 있는
그런 고운 친구가, 후배가, 선배가 나에게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십여년 전 평시에 존경했던 분께서 암으로 고생하신다는 말은 전해 듣고

바쁘다는 핑계를 삼아 방문하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짐이 되었다가

그분에 대한 소식을 들은지 거의 두 달여만에

병문안을 하게 되었었다.

 

밝은 미소와 함께 반갑게 맞아주시는 그분의 말씀이

오늘 말가리다를 보았으니

이제 멀리 사는 친구와 작별인사만 하면

다 되었다고 하시며

삶의 마무리를 준비를 하시고

  내게 남기신 그 아름다운 미소를 본다.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