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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랜 세월 여러 가지 경서류(經書類) 주변을 기웃거렸고 또 많은 성직자를 만났다. 종교기자로서 객관적 위치에서 그간 보고 들은 말의 화려한 잔치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런 역할에 식상하게 된 것이다. 앵무새 노릇이 더 이상 성에 차지 않은 까닭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는 스스로 일으킨 궁금증을 더 이상 해갈시킬 수도 없었다. 주저 없이 신문지상에 ‘현문우답’이란 코너를 만들었다. 그리고 용감하게 ‘자기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종교기자단의 인도성지 취재 시에는 순례 온 사람들과 맞닥뜨렸을 때 “백성호 기자도 왔느냐”고 묻는 팬까지 있을 정도다. 그의 글은 늘 대중의 기대 이상으로 화답했다. 단순한 사실 기술이 아니라 자기 생각까지도 객관화시켜 과감하게 반영한 덕분이다. 그런 위험한(?) 글이 오히려 독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문화부 기자단과 함께 중국의 선종사찰 답사 때 그는 선불교를 중흥시킨 혜능 선사의 어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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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洞山) 선사는 구도길에 물을 건너며 수면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향해 “부디 밖에서 구하지 말라. 그럴수록 나와는 더욱 멀어지리라”는 장탄식을 했다. 지도 위의 ‘땅 끝’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깊이 숨어 있는 불완전함의 오지인 땅 끝도 같이 살펴야 한다. 사실 지구상의 땅 끝이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땅 끝이 더 문제인 까닭이다. 그리고 천국이 내 안에 있을 때 천국은 내 밖에도 있는 것이다.
한국학연구원의 한형조 교수는 얼마 전에
종교도 이제 필요에 따른 소비재인 시대가 되었다. 왜냐하면 지구촌 그 자체가 이미 커다란 종교백화점인 까닭이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의 대중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여러 종교 속에서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선택하는 퓨전시대로 이미 진입했다. 수행법도 골라서 먹는 뷔페형을 추구할 것이다. 그런데도 성직자들만 이 사실을 애써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인생보다 일상이 더 버거운’ 우리에게 그 해법을 ‘공(空)의 논리’에서 찾으라고 권하고 있다. 쉽게 말해 ‘비움과 창조’다.
아이패드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는 몇 년 전 스탠퍼드대 졸업축사에서 “(변화를) 주시하라. 머물지 말라”고 힘주어 역설한 바 있다. 마음이란 마음먹은 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나를 비우는 일보다 더 큰 기적은 없다. 그렇게 비웠을 때 우리는 무한한 창조성을 쓸 수 있게 된다. 고정된 내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나(我)라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우리 안에 담긴 일상의 창조성을 쉼 없이 일깨운다.
그러한 비움과 창조를 통해 우리가 행복해진다. 일상 속에 문제가 있고, 일상 속에 답이 있다. 문제 속에 이미 답이 있고, 답 속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 그걸 멀리서 찾을 일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