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를 안 해서 몇 달 전 시장에서 젊은 여성의 팔을 내 자동차 백미러로 살짝 건드리고 지나쳤다. 30분즘 지났을까?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중년 아저씨였다. 당장 자기가 있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차로 사람을 치고 도망갔으면서 왜냐고 묻는 거야?”라며 노발대발했다. 아차, 싶었다. 나를 본 아저씨는 다짜고짜 경찰에 뺑소니차로 신고하겠다고 윽박질렀다. 내 차 백미러에 팔을 부딪친 아가씨의 아버지였다. 부녀는 백미러로 팔을 쳤을 때 바로 차에서 내려 사과했다면 그냥 갔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말없이 지나쳐 괘씸하고 기분이 나빴다며, 당장 병원에 가자고 했다. 함께 병원에 가 진단해 보았으나,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나는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녀는 뺑소니차로 신고해 버렸다. 나는 경찰서에서 조서를 쓰고 몇 번이고 머리를 조아렸다.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해서 이런 고초를 당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벌금이 몇 백만 원이라는 등, 형사 처벌로 갈 수 있다는 둥 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시간이 꽤 흐른 뒤, 젊은 경찰이 부녀를 설득했나 보다. 부녀가 내게 정신적 피해 보상비로 1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합의를 보았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데 “미안합니다.”를 안 해서 비싼 대가를 치렀다. 그날 이후 나는 작은 실수라도 하면 바로 사과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때는 부녀가 참으로 야속했는데 지금은 소중한 가르침을 준 그분들이 고맙기만 하다. (유남철, ‘좋은생각’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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