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
거실에 앉아서 밖을 보니 나지막이 보이는 창밖 소나무가 풍성한 게 넉넉해보여 좋다. … 갑자기 나무 밑 둥지만 보고 싶어졌다. 밖으로 나와 소나무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두텁고 까칠한 겉옷만 꿰차 입어 조금은 흉해보이는 나무 밑동이 눈에 잡힌다.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멀리에서 바라보니 점점 크게 잡혀보이는 키 큰 소나무는 장관이었다. 안력 없는 내 눈 높이로 내 마음 깊이로 나무를 헤아리려 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그 수려한 자체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어느 하나의 희생적 가치를 통하지 않고는 제대로 홀로 설 수 없는 것이었을 텐데….
이와 같은 이치일지 모르겠다. 재래시장 좌판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장사를 하는 할머니들 중에 머리로는 계산이 빠른데 물론 몽당연필에 침을 묻혀가며 각기 다른 모양으로 상형문자가 따로 없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그들의 가난과 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함이 내 스스로의 죄스러움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더 많이 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스스로 가졌다고 우기는 가진 자의 오만과 스스로 배웠다고 우기는 배운 자의 오만이 팽배해지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혹시 나는 절대 다수의 억울하고 성실한 희생을 밟고 검은 기름마냥 떠도는 사람은 아니었는지 정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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